과거를 조사한다 1

Mameloukor | 조회 수 62 | 2020.07.26. 16:17

 흥신소를 연지 어언 2년 가까이 지났다. 지금껏 한 일이라고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고, 사람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거나, 스즈나안의 장기 연체 도서를 되찾아주는 하는 사소한 것뿐이었다.
 그런 몸은 고되고 보수는 쥐새끼 꼬리만도 못한 짓거리를 할 때마다, 무언가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거나, 아니면 상상도 못 한 커다란 비밀에 접근한다거나 하는, 스즈나안의 인기 대출 목록 속 모험소설 같은 일이 벌어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소망과 맞닥뜨리자, 나는 금붕어마냥 입만 뻐끔거렸다.


 “괜찮으십니까?”


  이변해결의 때가 아니면 참으로 보기 어려운 얼굴, 백옥루의 정원사 콘파쿠 요우무. 그녀가 내게 한 의뢰는 다름 아닌 그녀의 조부, 콘파쿠 요우키를 찾아달라는 것, 그리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녀의 부모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유유코 님도 유카리 님도, 그리고 할아버님조차도, 그 누구도 제 부모님에 대해서는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만…….”


 내 침묵을 의뢰수락으로 받아들이기라도 한 건지, 요우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언젠가 할아버님께 제 아버님에 관해 물었을 때, 할아버님의 얼굴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 못할 슬픔에 차오르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차마 더는 물을 엄두가 나지 않았고요. 그리고 얼마 뒤에, 제게 두 자루 칼을 남기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순진한 정원사의 얼굴에 드리운 짙은 어둠이 내게 앞으로 닥칠 여러 고난을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얼굴을 문지르며 정신을 다잡고는 요우키가 언제 떠났는지를 물었다.


 “사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한, 6년쯤…….”


 6년. 그녀 같은 인외의 존재에게 10년 아래는 한두 달 정도의 느낌이려니 싶다. 그녀에게는 조부 되는 사람이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난 지 고작 여섯 달 즈음이려나.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지만, 짧은 시간 안에는 그리되지 않는 법이다.
 한편 요우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중얼대듯 말했다.


 “저를 바라보시던 할아버님의 눈빛을 떠올릴 때마다, 할아버님이 정말 저를 사랑하셨는지, 오히려 미워한 게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저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게 명백한데, 누구도 저한테 알려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요우무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없이 연초에 불을 붙였다.
 소녀 앞에서 연초를 뻑뻑 피우는 게 예의 바른 짓은 아니지만, 어린 소녀가 흐느끼는 꼴을 보는 건 그다지 보고 싶은 장면은 아니었다. 허나 이는 작은 이유일 뿐, 실제로는 지금껏 맡아본 적 없는, 일련의 거대한 사건의 연속이 될 게 분명한 의뢰라면, 받아들이기 전에 연초 한 개비 정도는 피워야 한다는 강렬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연초를 피울 손이 사라지거나, 아니면 영원히 피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
 스즈나안에서 보았던 소설의 주인공들, 이를테면 「아란 쿠오타메인」 같은 모험가나 「샤로쿠 호무즈」 같은 탐정을 동경한 나로서는, 이런 일은 꿈과도 같은 기회일 터다. 하지만 요우무가 모르는 그녀의 태생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비극과 추잡한 진실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잘못 내디딘 한 걸음이 나를 아란 쿠오타메인이나 샤로쿠 호무즈는커녕 환상향 땅의 거름 하나로 만들지도 모른다.
 오랜 고민 끝에 의뢰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어린 아가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연초 냄새가 밴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보수는 줄 수 있는 한 최대로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밝은 얼굴로 흥신소를 나섰다. 어두운 표정이 밝아지는 건 언제 봐도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 못할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낙장불입이라. 이제는 누군가 내 등에 칼을 찔러서는 숨이 아직 붙어있는 채로 땅속에 파묻더라도 나의 잘못이 되겠지.

 

 그렇게 밤이 되었다. 흥신소 문짝에 ‘의뢰 일절 안 받음’ 표지를 붙였다. 중간에 다른 의뢰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하니 무언가 내가 대단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묘한 성취감이 들었다. 그저 표지판을 붙였을 뿐인데.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대로 소리도 내지르지 못하고 공포로 얼어붙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달빛을 받으며, 아름다운 분홍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도, 귀신처럼 창백한 피부를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림자조차 없는 여인은, 흥신소 안에서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뚫어지도록 노려보고 있던 것이었다. 사람이 겁에 심하게 질리면 말하는 법조차도 잊는다던데, 딱 그런 꼴이었다. 그 여인, 아니, 귀신, 아니, 여인, 아니, 무언가는, 천천히 내게로 걸어왔다. 발소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 너무나도 섬뜩했다.


 “너.”


 여인의 목소리는 아름다웠지만, 그것이 내 공포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더욱 무서워하게 했으면 모를까.


 “우리 요우무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어?”


 대답해야 했겠지만 나는 입을 열 수조차 없었다. 그, 것은 계속해서 내게 다가왔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분홍 머리 귀신은 검은 쥘부채를 내 턱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당장에라도 너를 죽여야겠는데.”


 당장에라도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면서 개처럼 짖으며 비는 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방법이겠다만, 미동도 없는 팔다리는 나를 무릎 꿇지조차 못 하게 했다. 그 귀신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다 이내 부채를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정말로 죽였다가는, 아무리 순진한 우리 요우무라도 다 알아챌 테니까……. 오늘은 경고로만 끝내겠어. 함부로 과거를 들쑤시다가는 끝이 좋지 못할 거야. 알겠지?”


 나는 부러질 것 같은 목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분홍 귀신은 검은 부채를 펼쳐 자기 얼굴을 가리더니, 구름이 달을 가림과 동시에 뒷걸음질 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기묘한 정적이 한참을 흐르고 나서야, 나는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처럼 웃음이 나왔다. 온몸에 긴장이 풀리니 조금 전까지 있었던 일들이 갑자기 우스웠다. 아란 쿠오타메인이니 샤로쿠 호무즈니 하는 놈들도 분홍머리 귀신한테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받은 적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런 놈들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이, 내 가슴을 짓누르는 끔찍한 공포와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 사이에서 피어났다.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비틀대며 일어섰다. 일단은 속옷부터 갈아입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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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pa 2020.07.26. 20:17

오 예전에 재밌거 봤던거 다시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