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조사한다 9

mameloukor | 조회 수 9 | 2020.07.31. 18:11

 요우무는 누관검을 꼭 쥔 채 조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긴장된 모습과 상반되게, 요우키는 마치 싸울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노다치를 어깨에 짊어진 채 손녀를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요우무가 요우키에게 생채기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우키가 압도적으로 요우무를 두들겨 패지나 않으면 다행이리라.
 요우무가 먼저 달려들었다. 칼날을 뒤로 쭉 뺀 채로 그녀의 조부를 향해 강하게 칼을 휘둘렀다. 요우키는 그러나 가볍게 몸을 빼며 날아드는 칼날을 피했다. 그는 여유를 잃지 않고, 그러나 풍채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함으로 빠르게 발로 요우무의 손목을 걷어찼다. 요우무가 비틀거리자 요우키는 그녀의 가슴팍에 무자비하게 걷어찼다. 요우무는 바로 뒤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던 유카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대로라면 나와 유카리가 함께 목이 잘려 지옥 입구에 걸리게 생겼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와서 같이 싸운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방해나 되지 않을지 의문이다. 물론 그 의문도 당장 눈앞이 흐려서 똑바로 보지도 못하는 내게는 의미가 없다만.
 요우무가 비틀거리며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요우키는 허공에 침을 한 번 뱉고는 자기 손녀를 노려보았다.

 “이따위라야 너를 가르친 것이 다 헛되구나.”

 요우키는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는 제대로 칼을 쥐었다. 요우무는 이를 악 물고는 다시 칼을 쳐들었다. 그녀가 다시 달려들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강하게 휘두른 칼, 막아도 휘청거릴 듯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요우키는 가볍게 칼을 휘두르며 튕겨냈다.
 요우무는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음 공격을 날렸다. 그녀는 빠르게 몸을 틀며 칼날을 반대로 해 휘둘렀다. 요우키는 간단히 칼을 움직여 공격을 막았다. 칼날이 부딪힌 순간 요우무가 재빨리 칼날을 앞으로 들이밀었다. 요우키는 고개를 간단히 틀어 피하고는 몸을 살짝 숙이더니 다시 일어서며 코등이로 요우무의 턱을 올려쳤다. 그리고 곧바로 손잡이 끝으로 요우무의 얼굴을, 그 다음엔 주먹으로 복부를 갈기고, 마지막으로 걷어찼다. 요우무는 참으로 멀리도 날아갔다.
 요우키가 바로 몸을 날려 요우무를 향해 칼을 내려찍었다. 요우무의 모습은 피안화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덜컹했다. 이제 내 목도 날아가겠구나. 하지만 그녀가 뒤로 구르며 다시 일어서니 안도감이 들었다. 요우무가 헉헉대며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에 요우키가 코웃음을 쳤다.

 “약해빠졌군!”

 이번엔 요우키가 먼저 칼을 휘둘렀다. 요우키의 공격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요우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고, 그러면서도 위압감이 넘쳤다. 요우무는 자기 조부처럼 칼날을 튕겨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힘에 부치는 듯 밀려났다. 요우키가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무어라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압도적인 공격. 요우무가 버티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그 참혹한 공격 끝에 요우키가 오른쪽어깨로 요우무를 밀치더니 그대로 칼을 확 가로로 휘둘렀다. 요우무가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목과 함께 나와 유카리의 목도 날아갔을 터였다.
 아직도 요우무가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 그녀는, 내가 그랬듯이 몸도 똑바로 가누지 못했다. 꼭 요우키가 봐주는 것만 같다. 하지만 정말로 봐주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칼로 베지 않는다 뿐이지 이미 요우무의 얼굴과 가슴을 때리고, 넘어트리고, 날려버리고 있는데, 봐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요우무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왼손으로 백루검을 뽑아들었다. 그녀가 양손에 검을 드니 요우키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요우무는 눈을 감고는 두 칼을 교차했다. 그러자 칼날이 청록색으로 물들더니, 요우무가 칼날을 휘두르듯이 내리자 요우키를 향해 기운 열십자 모양의 커다란 탄막이 날아갔다. 요우키는 그러나 제자리에서 칼날을 휘둘러 탄막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갈라진 탄막을 뚫고 요우키가 몸을 날리며 외쳤다.

 “탄막 따위로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요우키가 또다시 우레와 같은 공격을 이어갔다. 나를 상대했을 때의 그 빠르면서 간결한 움직임에 맹수 같은 맹렬함까지 더해지니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오는 무지막지함이 느껴졌다. 저 자리에 서 있는 이가 요우무가 아닌 나였다면 저렇게 막아내는 것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우무는 조부가 날리는 공격을 백루검으로 간신히 막고 튕겨내며 누관검으로 찌고 베를 틈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공격을 하지 못했다. 먼저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 그녀를 주저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단 한 순간의 실수로 두 사람의 목이 달아난다. 누구라도 주저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 틈에 요우키는 손녀의 정강이를 발로 강하게 짓누르고는 어깨로 강하게 밀쳤다. 그리고 이어지는 강력한 베기. 요우무가 엎어지며 피하지 않았더라면 무참히 베였을 공격이었다. 요우키가 다시 한 번 땅을 향해 칼을 내려찍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 것을 보면 막아내기는 한 모양이다. 그녀가 옆으로 몸을 굴리며 일어섰다. 멀리서도 그녀의 모습이 엉망진창임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요우무가 뒤로 발을 빼며 다시 탄막을 날렸고, 요우키는 다시 그 탄막을 베었다.
 요우무가 다시 자세를 잡더니 조부의 눈가를 향해 조그마한 탄막 여러 개를 날렸다. 그리고 요우무가 갑자기 하늘로 왼손을 뻗더니, 반령이 땅으로 내려와서는 그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요우키가 탄막을 치우고 둘이 된 손녀를 보니 고개를 까딱였다. 요우키는 칼날을 높게 쳐들었다. 요우키는 누가 반령이고 누가 진짜 자기 손녀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모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지는 의문이었지만.
 두 명의 요우무는 서로 한 번 슥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우키에게로 달려갔다. 네 개의 칼이 요우키에게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오른쪽 요우무가 누관검으로 베기를, 왼쪽 요우무가 백루검으로 찌르기를 동시에 시도했다. 요우키는 칼에 요력을 불어넣으며 칼을 크게 휘둘렀다. 강력한 힘에 두 칼날이 동시에 밀려났다. 요우키는 멈추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요우무가 둘임에도 싸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두 요우무가 물러나며 숨을 골랐다. 하지만 요우키는 손녀를 가만 둘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가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두 요우무가 서로의 칼을 교차하며 칼을 막고 그대로 요우키를 향해 반대쪽 무기를 내질렀다. 요우키는 제자리에서 그대로 뒤로 한 바퀴 돌며 공격을 피하고는 허공에서 재빠르게 탄막을 날렸다. 오른쪽 요우무는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고 왼쪽 요우무가 그 탄막을 받아쳤다. 요우키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그가 앞으로 팍 튀어나가며 아직 앞에 있는 요우무를 향해 칼을 내질렀다. 요우무가 튕겨내려고 했지만, 요력으로 파랗게 빛나는 요우키의 노다치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의 칼날이 그대로 요우무의 목덜미를 관통했다. 동시에 사신이 꺅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가렸다. 요우키는 곧바로 칼날을 옆으로 돌리고는 그대로 목을 날려버렸다. 목이 날아가고 남은 몸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가 싶더니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지며 반령으로 변했다.
 동시에 요우키의 뒤에서 진짜 요우무가 요우키를 향해 몸을 날리며 초록색으로 불타오르는 누관검을 내려찍었다. 요우키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노다치를 자기 어깨에 얹으며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옆으로 돌며 칼날을 휘둘렀다. 요우무가 이를 튕겨내며 다시 반령을 불러들였다. 이쯤 되니 요우키도 체력이 살짝 준 것이 보였다. 물론 요우무는 숨이 거칠다 못해 제대로 서 있는 것도 못하는 지경이었지만.

 “할아버님…….”

 오랜 침묵을 깨고 요우무가 입을 열었다.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요우키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저를 사랑하긴 하셨습니까?”

 요우무는 금방이라도 울먹일 것만 같았다. 순간적으로 요우키의 표정이 살짝 변한 것 같았지만,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대신 왼손으로 인을 맺듯이 흔들더니, 그의 반령이 땅으로 내려가 또 하나의 요우키로 변했다. 요우키가 차갑게 말했다.

 “싸우는 도중 그따위 감상에 젖어도 좋다고 가르친 기억은 없다, 요우무! 싸움에 집중해라!”

 요우키가 칼끝을 손녀를 향해 겨누자 반령도 따라했다. 요우무는 다시 두 칼을 교차하며 요력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는 두 명의 요우키가 손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싸움이 한창인 와중에, 짓눌린 피안화 사이로 아버지의 단검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걸레짝이 된 몸을 끌고 아버지의 단검을 향해 기어갔다. 유카리가 나를 붙잡았다.

 “무슨 짓을…….”

 그녀가 단검을 보자, 간단히 틈새로 단검을 내 손에다 들려주었다. 이럴 때는 참으로 편리한 사람이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는 단검을 꽉 쥐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두 요우키의 공격, 그걸 일일이 다 막아내는 요우무도 놀라웠다.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빛나는 칼날이 부딪힐 때마다 번뜩였다. 두 자루의 칼로 이리저리 날아오는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요우키가 봐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의심이 또다시 들었다.
 요우무가 뒤로 몸을 날리더니 재빠르게 코앞의 요우키에게 재빠르게 날아갔다. 그 다음 광경은 조금 놀라웠다. 간단히 피하거나 쳐낼 줄 알았던 요우키가 그대로 누관검을 가슴에 맞은 것이다. 그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요우무도 살짝 놀란 모양이었다. 칼에 맞은 요우키는 살짝 움찔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잠깐, 다른 요우키는 어디로 갔지?
 칼에 맞은 요우키가 요우무를 올려다보았다.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별안간 요우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칼을 더 깊게 자기 몸에 박았다. 깊게 박힌 누관검이 빠지지 않자 요우무는 크게 당황했다. 요우키의 모습이 점점 반투명해지더니 사람의 모습에서 반령의 모습으로 변했다. 발소리에 요우무가 누관검을 놓고 뒤돌자 이미 진짜 요우키가 노다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요우무는 반사적으로 백루검을 휘둘러 막으려 했으나, 칼날끼리 부딪힌 순간 요우키가 크게 원을 그리며 백루검을 날려버렸다. 요우무가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느새 목덜미에 닿은 칼날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요우키는 그런 손녀를 보며 읊조렸다.

 “많이 성장했구나. 하지만 여전히 약하고 느리다.”

 요우키의 반령에게서 누관검이 떨어지며 바닥에 박혔다. 요우키가 앞으로 갈수록 요우무는 뒷걸음질 쳤다. 이래서야 끝이다. 지옥의 입구에 목만 남아 썩을 때까지 걸리게 생겼다. 최소한 길동무는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내 손에 느껴지는 감촉에 고개를 내렸다. 아버지의 단검. 나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바라면서 단검을 꼭 쥐었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단검의 칼날 부분을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로, 던질 요량으로 쥐었다. 내 손짓을 본 유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우무! 내가 소리쳤다. 요우키가 고개를 돌렸다.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단검을 던졌다. 그러자 유카리가 틈새로 단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요우키의 코앞에서 단검이 튀어나왔다. 요우키가 욕을 내뱉으며 노다치로 내 아버지의 단검을 튕겨냈다.

 “빌어먹을! 망할 년 같으니, 방해하지 마라!”

 요우키는 다시 요우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요우무는 어느새 누관검을 들고는 요우키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야아아아아앗!”

 요우무가 기합을 내지르며 요우키에게 칼날을 뻗었다. 요우키는 두 눈을 감으며 노다치를 아래로 내렸다. 칼날이 그에게 닿으려는 순간 요우키는 칼을 위로 휘둘렀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노가쿠의 한 장면 같이, 인형극의 마지막 장면 같이, 서로 그 자세 그대로 멈춰버렸다.
 먼저 움직인 사람은 요우키였다. 그는 손을 들어올렸다. 핏방울이, 피가 그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살짝 놀란 눈빛으로 구경꾼을, 그리고 손녀를 돌아보았다. 요우무가 누관검을 아래로 내리며 뒤돌았다. 그녀가 씩 웃었다.

 “이겼……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코에서, 그리고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유카리가 입을 가렸다.
 요우키는 노다치를 바닥에 버리며 천천히 무릎 꿇었다.

 “패배를 인정하겠다.”

 그 말이 끝나자 귀신장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쓰러진 요우무를 들어 짊어지고는 천천히, 승리자를 찬양하며 염마에게로 데려갔다. 됐어. 이겼어. 유카리가 팔로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래, 최소한 머리가 잘려 지옥의 입구에 걸릴 일은 이제 없겠구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 역시도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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