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8

lunawhisle | 조회 수 75 | 2020.08.12. 07:26

짧은 부흥이었다

 

 

 

 

 

 

 

 

 

 

 

 

 

 

 

 

 

 

 

 

 

 

 

 

 

 

 

 

 

 

 

 

 

 

 

 

 

 

 

 

- 신사 숙녀, 그리고 기타 등등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환상향, 인간 마을.

 

환상향 전역에 퍼질 정도의 음량으로, 하지만 마법에 의해 모든 이에겐 일정한 레벨로 들릴 음량으로, 유키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지금부터, 스윗-볼-런의 개최를 선언합니다!

 

- 오오!!

 

"꽤나 반응이 좋네요, 오라버니."

 

"거야 뭐. 누가 기획한 이벤트인데."

 

나는 유카리와 함께 인간 마을의 상공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인간마을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러고 종족과 상관 없이 모두가 유키나의 사회에 일일히 반응해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하네, 저 녀석. 사투리도 안쓰고 말야.

 

"그나저나 놀랐어요. 오라버니께서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뭐, 그렇지. 아, 너도 참가할거지?"

 

"후후. 물론이죠... 어머?"

 

그때, 렌카와 꼭 닮은 넨드로이드 풍 인형 두개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더니, 우리에게 작은 시험관을 주고 간다. 시험관에는 몇가지 버튼이 설치되어 있고, 디지털 표시로 '1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게 스윗볼런에서 가장 중요한 디바이스. 원하는 디저트를 생각하면서 버튼을 누르면, 그 디저트가 나와."

 

내가 버튼을 누르고 시험관을 기울이자, 거기에선 한 그릇의 딸기빙수가 튀어나온다. 이 작은 시험관에서 이런게 튀어나오니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놀라워할 따름이지만, 유카리는 한눈에 구조를 알아봤는지 작게 웃었다.

 

"꽤나 분발하셨네요, 오라버니. 디바이스 하나하나에 제 능력을 활용해서 모두 아공간이랑 이으신거죠?"

 

"정확하게는 우리집 지하에 있는 연습장. 창조능력으로 디저트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는거야."

 

처음엔 그냥 사탕만 공급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너무 심심하지 않나 싶어서. 아, 물론 이번 이벤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가게엔 모두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개최자인 오라버니도 참가하시는건가요?"

 

"안되냐?"

 

"안되는건 아니지만, 부정의혹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닌지."

 

"글쎄다. 패널티가 있으면 있었지..."

 

이벤트 관리본부인 우리집엔 평소에 내게 깊은 원한(주로 디저트)이 있는 아이리가 상주하며 전체적인 이벤트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만인에게 평등한 시합을 시키겠다고 큰소리를 치던데, 나한텐 어떻게 나오려는지.

 

- 아! 그리고 개최자인 우이하루 루이코에게 이길 경우, 10배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으니 박살을 내뿌라!...가 아니라, 내주세요!

 

"......"

"어머나."

 

[아이리 : 거기에 우이하루는 판돈의 1/10만 받을 수 있으니 참고 하시구요.]

 

"지랄 났군."

 

유카리의 옆에 열린 홀로그램 모니터에서 모습을 들어낸 아이리는 그 말을 남기고, 베- 하고 놀리듯 혀를 내밀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말하자 마자 이 꼬라지라니...

 

"그럼 저는 좀 더 자러 가볼께요."

 

"어라, 유카리. 참가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직 좀 졸려서요. 그리고 이벤트는 4일간 진행된다고 하셨으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참가하도록 할께요."

 

"그래? 그럼 그러셔."

 

"그럼~"

 

손을 흔들며 아공간에서 사라지려던 유카리는 문득 생각난듯 시험관을 기울이고, 거기선 야쿠모 란이 튀어 나온다.

 

"???"

 

어리둥절해 하는 란을 데리고 사라지는 유카리. 잠깐 본 사이에 벌써 디바이스 구조를 파악한거냐... 유카리 본인의 능력을 활용했다고는 하지만, 나름 보안체계도 들어가 있었을텐데. 못 당하겠구만.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나."

 

인간 마을에 당장 내려가서 예정대로 빠르게 사탕을 털어내고, 바로 관리쪽 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이리 녀석이 쓸데 없는 룰을 만드는 바람에, 밸런스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져주기엔 전체적인 점수 배분이 너무 높고, 이기고 다니면 만에 하나 졌을땐 수습이 안되는 레벨이다.

 

설령 내가 얻는 사탕이 1/10이라고 할지라도, 초반 올인 배틀에서 10번 이기면 20개. 그리고 그 상황에서 올인 배틀에서 질 경우 상대방에겐 200개의 사탕이 가게 되는 셈이다. 이러면 시발 다 내 머리 노리고 오지...

 

"기권이라도 만들어 둘걸 그랬나... 오!?"

 

그때, 지상에서 쏘아져 올라오는 붉은 섬광. 피하면서 내려다보니, 텐시가 요석을 타고 나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시온이 옆에 없는걸 보니, 명백하게 이기고 싶어서 오는거겠지. 그녀석이 옆에 있으면 질테니까.

 

"자, 드디어 내 설욕을 풀 때가 왔어!"

 

"넌 씨발 진짜 은혜가 뭔지도 모르는구나."

 

이래서 머리 파란 천인은 거두는게 아니라더니.

 

그때, 하늘에서 홀로그램 모니터가 열리더니 [히나나이 텐시 20 : 우이하루 루이코 10]이라는 문자가 표시된다. 스윗-볼-런으로써의 결투가 성립될때, 자동으로 이와 같은 표시가 뜨도록 설정해 놓았다. 이 표시가 표시된 동안 총체적인 강함을 따졌을때 약한 쪽이 판돈과 결투 방식을 제시한다.

 

"...잠깐만, 왜 20개야? 전원한테 방금 10개씩 배분했는데."

 

"시온한테서 따냈어."

 

"oh..."

 

...그 녀석 평범하게 탈락했구나.

 

- 히나나이 텐시, 판돈과 결투 방식을 제시하십시오.

 

들려오는 렌카의 목소리. 직접 말하는게 아닌 메세지를 소리 형태로 전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마을에선 동시다발적으로 렌카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을 것이다.

 

"잠깐만! 왜 내쪽이 결투 방식을 제시해야하는데!? 내가 얘보다 약하다는거야?"

 

- 이번 스윗-볼-런에선 우이하루 루이코는 그 누구에게도 판돈과 결투 방식을 제시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얌마, 렌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 죄송합니다, 마스터. 정한건 제가 아니라 아이리 언니입니다.

 

"시발."

 

아무리 바쁘다고는 했지만, 시종 3자매한테 일을 다 맡긴게 잘못이지 뭐. 아니, 정확하게는 아이리한테 맡긴게 잘못이지...

 

"그래서? 뭘로 싸울건데."

 

"당연히 탄막배틀이지!"

 

"*sigh*"

 

- 탄막배틀, 스펠카드 사용 무제한. 잔기 1개로 진행합니다. 판돈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개!"

 

"잠깐만, 나는 사탕을 10개 가지고 있다고. 20개 배팅 하는건 안되지 않나?"

 

- 마스터께선 패배하실 경우 판돈의 1/10만 줄어들기 때문에, 그에 맞춰 상대는 소지수의 10배에 해당하는 사탕을 배팅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좀 너무하지 않냐..."

 

- 죄송하지만 그런 룰입니다.

 

"그래! 그런 룰이라구. 받아들여, 우이하루!"

 

"얼씨구. 지랄 났네."

 

잘은 모르겠지만 나한테 불리해보이니까 맞장구 치는 티가 팍팍 나네. 하지만 20개를 건 싸움에서 지긴 조금 그렇다. 내가 지면 텐시가 200개의 사탕을 얻게 되니까.

 

"그래. 그렇게 가자고."

 

"흥. 이번에야 말로 우는 소리를 내게 만들어주겠어!"

 

"아, 뒤통수 조심."

 

- 빠아악!!

 

지상으로부터 날아온 무언가가 엄청난 소리와 함께, 텐시의 후두부를 후려갈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내 손에 날아와,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이번 스윗-볼-런을 위해 준비한 전용 무기, '고든의 빠루'다. 말 그대로 빠루지만, 상대의 세기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지는 특수한 가공이 되어 있다. 내가 이걸 꼬마애 한테 전력으로 휘둘러도, 꼬마애한텐 꿀밤을 맞은 정도의 충격만이 갈 것이다.

 

......뭐, 상대가 천인같은 강한 상대인 경우엔 거의 빌딩을 일격에 박살낼 레벨의 충격이 가해졌겠지만.

 

- 승자, 우이하루 루이코.

 

"기절했군."

 

머리통정도는 간단하게 수박처럼 터질 레벨의 운동 에너지였는데, 텐시의 뒤통수엔 작은 혹이 난 정도로 끝나 있었다. 썩어도 천인이라고, 단단하긴 존나게 단단하네. 일단 틈새를 열어서 이녀석을 집에다가 던져놓고...

 

"자, 시작해볼까!"

 

근데, 정말로 어떻게 한다?

 

 

 

 

 

 

 

 

 

 

 

 

 

 

 

 

 

 

 

 

 

 

 

 

 

 

 

 

 

 

 

 

 

 

 

 

 

 

 

"...그래서, 지저로 도망쳤다는거야?"

 

"...예."

 

지저, 지령전.

 

몇번을 생각해봤지만 전투방식을 내가 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한테 잘못 걸렸다간, 게임 밸런스의 큰 영향을 끼칠게 분명했다. 그런 이유로 빤쓰런. 물론 스윗-볼-런은 환상향 전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저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배틀을 걸어올 녀석을 만날 확률은 적다. 특히나...

 

"미움 받는 요괴인 코메이지 사토리의 저택에까지 올 녀석은 없다...라니, 너 말이지."

 

"댁의 그런 부분 때문에 사람이 안오는게 아닐까, 사토리?"

 

"...사토리 요괴에 호의를 가지는 쪽이 이상한거야. 너같은 사람을 포함해서."

 

"그 사토리 요괴중에 한명이 내 엄마를 자칭하고 있어서 미워할 수가 없단 말이지."

 

코메이지 코이시는, 내 어머니가 되어줄지도 모르는 여성이었...나?

 

"잘 지내는 모양이네, 코이시는... 아, 역시 지난번에 목욕탕에서 목소리가 들렸던건 코이시의 짓이었구나."

 

"앗, 잠깐만. 그 화제는..."

 

"......"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는 사토리. 사토리가 저 화제를 꺼내는 탓에 나도 모르게 그때 봤던 모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고, 그때의 감상(?)이 모두 사토리에게 보이고 만 것이다. 가만, 보이는거야 들리는거야?

 

"공감각적이라고 해둘께. 이 감각은 사토리 요괴가 아닌 이상 이해를 못할테니."

 

"그, 그래. 하여간 스윗-볼-런 말인데. 너는 참가할거야?"

 

"펫들... 특히 오쿠우는 다소 관심이 있던 모양이야. 룰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아, 나 말이야? 글쎄... 싸움을 걸어온다면 상대할 용의는 있지만, 이런곳까지 찾아올 특이한 성격을 지닌 사람은 우이하루, 그쪽 뿐인 모양이니까."

 

하지만 이 디바이스는 마음에 드네, 11점 짜리야. 라고 덧붙이며 시험관을 기울여 작은 쿠키 몇개를 접시에 쏟아낸다. 이런 이벤트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해도, 저런식으로 이용해준다면 이벤트를 기획한 입장에선 기쁘다. 애시당초 모두가 즐기는게 목적이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건데? 설마 이벤트가 끝날때까지 여기에 있을건 아닐테고... 아, 온 김에 코이시가 설치해 놓은 카메라의 회수? 욕탕의 위치는 알테니, 굳이 안내할 필요는 없겠지?"

 

"응. 아, 그리고 겸사겸사 집 전체를 조사해볼께."

 

고개를 끄덕이는 사토리를 뒤로 하고 손님용 방을 나선다. 코이시 녀석, 분명히 나쁜 뜻으로 자기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건 아닐테고... 분명, 바깥에서도 언니가 뭘 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서 설치해 놓은 것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욕실에, 그것도 여러대를 설치해 놓은건 명백하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도 들지만... 아무튼, 그 의도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작업을 진행해볼까.

 

"흐음."

 

코이시가 사용한 몰래카메라는 전기가 아닌 요력/마력으로 움직인다. DB에 있는 설계도에 따르면, 몰래카메라에 내장된 배터리는 한번의 충전으로 30년은 거뜬히 이용 가능하다고 하는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즉 전력이 아닌 마력/요력을 관측할 수 있다면 쉽게 이를 찾아낼 수 있다닌 이야기.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겐 그러한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은데."

 

지령전의 설계도에 스캔 결과를 겹쳐보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서재나 침실등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건 그렇다 치더라도, 화장실, 욕실등의 프라이빗한 장소에도 몰래카메라가 다수 설치 되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쪽에 몰래카메라가 집중되어 있었다.

 

"이거, 언니에 대한 일그러진 애정이 느껴지는데...음?"

 

그때, 저 멀리서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거... 분명히 카엔뵤우 린이었나 하는 요괴고양이...

 

"...?"

 

하지만 이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으음, 고양이는 귀엽긴 하지만 몇번을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거기에 비해서, 개는 솔직해서 좋다. 개와 고양이, 어느쪽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개라고 대답할 정도로 난 개가 좋다. 우리집에도 한마리 키우면 좋을거 같은데... 하긴, 개같은 년은 하나 있긴 하지.

 

"으음..."

 

하지만 저렇게까지 계속 지켜보기만 하고 있으면 좀 신경 쓰이는군. 사토리의 능력을 써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번 볼까.

 

아까전에 사토리는 내 의문에 대해 마음을 읽는 능력을 '공감각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내가 평시에 사용할 수 있는 사토리의 능력은 열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잡스의 유산을 통해 텍스트로써 전달된다. 거기다가 이런식으로 양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대상에 에임을 맞춰야만 발동된다.

 

[카엔뵤우 린 : 아니, 저 언니는 왜 저렇게 눈치가 없을까? 고양이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으면 당연히 따라와달라는 뜻이잖아. 정말,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

 

난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으면 경계하고 있는건줄 알았는데. 하여간 따라오라니까 따라가야지. 거기다가 급하다니까 몰래카메라 해체는... 인형으로 대체할까.

 

"이미테이션,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앞머리가 금발이 되고, 다소 머리가 가벼워지는 감각이 든다. 단순작업이라면 디폴트 상태로도 해결 할 수 있지만, 복잡한 명령을 내려야하는 지금같은 경우엔 앨리스의 능력을 이미테이션할 필요가 있다.

 

"다녀와라, 얘들아."

 

아공간에서 시종 3자매와 꼭 닮은 인형 3세트를 꺼내, 명령을 내린다. 앨리스를 이미테이션한 상태에서의 인형술은 내 연산회로의 일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복잡한 명령을 수행 할 수 있다.

 

그건 그렇다치고... 오린은 대체 뭐가 그렇게 급하길래 나를 데리고 가려고 한걸까. 그리고 애시당초 굳이 저러지 않아도 수인화해서 나한테 말을 걸 수도 있었을텐데. 나랑은 별로 안친해서 그런건가?

 

그나저나, 왠만하면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는걸. 이미테이션을 사용하는 동안엔 다른 능력에 제한이 생기는데, 앨리스의 능력은 연산능력 할당이 큰 탓에 기존의 '다른 환상소녀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한다' 라는 제한에 더해 벡터 조종 능력까지 사용 불가가 되어버린다. 기껏해야 아공간을 여닫는 정도밖에 할 수 있는게 없어진단 말이지.

 

그러니까 왠만해선, 싸워야 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좋겠는데...

 

 

 

 

 

 

 

 

 

 

 

 

 

 

 

 

 

 

 

 

 

 

 

 

 

 

 

 

 

 

 

 

 

 

 

 

 

 

 

"아-----!!! 아아아아악!!!!!!"

 

"......"

 

오린을 따라 구 작열지옥으로 내려가보니, 레이우지 우츠호, 통칭 오쿠우가 절찬리에 폭주하고 있었다. 인생 진짜 시발... 안좋은 예감은 항상 맞더라니.

 

"왜 이렇게 된거래?"

 

"모르겠어... 스윗볼런?에서 준 병에서 이것저것 꺼내 먹어대더니, 갑자기..."

 

어느새 수인화한 오린이 내게 답해준다. 처음부터 변신할것이지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일단 무시하고. 이상한데. 분명 딱히 못먹을만한걸 전송시키진 않았을텐데... 렌카, 보고 있지? 분석 결과는 어때?

 

[렌카 : 요력과 신통력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우지 우츠호에 이식되어 있는 야타가라스의 힘이 그녀를 집어 삼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냅두면 어떻게 되는데?

 

[렌카 : 98% 확률로 레이우지 우츠호의 존재가 소멸, 그 육체는 야타가라스의 것이 됩니다. 2% 확률로 폭주하는 야타가라스의 힘을 완전히 제어하는 비욘드 원으로써의 레이우지 우츠호가 탄생할 것입니다.]

 

2%라...SSR 뽑을 확률이라고 생각하면 걸어볼만 하지 않아?

 

[아이리 : 미쳤어요? 환상소녀는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된다고 코이시님이 말했잖아요. 설령 99%라 해도 고려할 가치가 없어요.]

 

당연히 농담이지 시발. 하여간, 일단 저걸 진정부터 시켜야겠는데. 방법은?

 

[렌카 : 야타가라스로써의 신의 권능을 계속해서 소모 시키거나, 커다란 육체적인 충격을 가한다면 폭주는 멈출겁니다.]

 

그 말은 즉슨?

 

[유키나 : 힘빼게 하거나 뚜까패서 기절시키라는거지.]

 

"*sigh*"

 

내 이럴줄 알았지. 야, 렌카. 혹시나해서 물어보는거지만 이건 스윗-볼-런의 전투론 치지 않는거지?

 

[렌카 : 스윗-볼-런에서의 결투는 어느 한쪽이 정식적으로 결투를 신청하였을때 성립합니다. 저렇게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의 전투는 결투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시다면야."

 

아공간에서 아이리의 모습을 한 인형을 수십기 꺼내, 공중에 배치 시킨다.

 

"가라."

 

아이리보단 느리지만, 그럼에도 붉은 섬광처럼 날아간 인형들은 그대로 폭주중인 오쿠우에게 충돌,

 

- 쿠구구구웅...!!

 

붉은 빛을 내며 작은 폭발을 일으킨다. 세자매의 모습을 딴 이 인형들은 그 겉모습에 맞게 능력이 설정되어 있다. 아이리 인형은 속도, 렌카 인형은 공격/방어 마법 보조, 그리고 유키나 인형은...미지수. 앨리스의 능력에 연산능력 부하가 큰 것은, 이런 인형들을 거의 무제한으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방어마법까지 인형을 통해서 행하기 때문에 결국 불의의 사태에 대응하는데엔 한 템포 늦을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해서 싸워야한다.

 

"이걸로 얌전해져준다면 정말로 다행인데 말이지."

 

"크르르..."

 

"거 인생 쉽게 풀리는게 하나도 없네."

 

아이리 3단 박치기(가칭)를 맞고도 멀쩡한 오쿠우는 그대로 그 크고 아름다운 오른팔에 달린 제어봉을 내게 겨눈다. 그리고 그 앞에 급속도로 모이는, 태양과도 같이 밝게 빛나는 구체. 멀리서도 느껴지는 끔찍한 열.

 

"크아아아아아아아!!!"

 

"인공태양!? 니미럴!"

 

저딴건 스치기만해도 적어도 5번은 죽을거다. 거기다가 내 바로 옆엔 오린도 있다. 오린에게 저정도의 열을 버틸 수 있는 기술이 있을리가 없을테고.

 

"유키나, 렌카!"

 

렌카 인형을 2개 꺼내 방어막을 펼치고, 유키나 인형 4개를 꺼내 오쿠우에게 돌진시킨다. 솔직히 아이리, 렌카의 인형은 내가 어떻게든 컨트롤 할 수 있는게, 그녀들의 술식이 내가 사용하는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유키나의 인형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진정한 의미로 신에 가까운 그녀의 기술은 나와는 계통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기에, 왠만하면 꺼내고 싶진 않았지만... 자, 유키나. 뭘 보여줄거냐!

 

[유키나 : 지금부터 보여줄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체페리 혼이다!]

 

"에?"

 

그보다 저런 음성 기능까지 넣어놨단 말이냐. 인형 제작에 있어선 진짜로 내가 손을 하나도 안댔기 때문에 전혀 몰랐는걸.

 

[유키나 : 고오오오오옷!!]

 

기묘한 호흡소리와 함께(인형이니 호흡은 안하겠지만), 유키나 인형들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저, 저것은 선라이트옐로 오버드라이브(황매화빛 파문질주)! 이전에 유키나가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태양과도 같은 순수한 에너지가 인상깊은 기술이었다. 다만, 상대 또한 태양! 이건 역효과가 나는게 아닐지...!?

 

[유키나 : 기화냉동법!!]

 

- 쩌억!!

 

"그쪽이냐."

 

오쿠우가 만들어내던 구체는 그 공간째로 얼어붙어, 순식간에 열을 빼앗겨 사라져버린다. 아니, 황금빛으로 빛나길래 파문질주인줄 알았더니 반대쪽 기술을 쓰고 앉았어. 그보다 체페리 혼 상관 없잖아.

 

다만, 원전에선 주위의 수분이나 체액을 기화시켜 열을 빼앗는데에 비해, 유키나의 저것은 에너지 자체의 성질을 변화시켜 비슷한 현상, 나아가서 그 이상의 효과를 낸다. 가만, 그럼 저거 이미 기화냉동법이 아니지 않나?

 

하여간 기화냉동법의 영향으로, 오쿠우의 제어봉까지 열을 잃고 얼어붙는다. 자, 지금이라면!

 

"압도적인 마력량으로 상대를 기절. 할 수 있겠지, 렌카!"

 

꺼내놨던 두개의 렌카 인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등에 작고 흰 날개를 펼친다. 그리고 그 직후,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 그 중심에 아까 오쿠우가 만들어낸 구체와는 비교가 안되는 크기의 마력구를 만들어낸다. 어마무시하구만. 그 와중에 서로가 서로의 마력진을 보강해주고 있다. 렌카가 '제 힘이 필요하시다면 두개정도만 꺼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던게 문득 생각났는데, 그 이유가 이건가.

 

"하여간 발ㅅ...!?"

 

인형에게 마력포 발사 명령을 내리려는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여전히 급속도로 열을 빼앗기고 있는 공간을 향해, 오쿠우가 달려든 것이다. 한순간, 덜컹하고 가슴이 내려 앉았다. 이걸로 오쿠우가 죽기라도 한다면 진짜로 상황이 크게 꼬일테니까.

 

하지만 그건 필요없는 걱정이라고 해야할까, 오히려 내 몸을 걱정할 상황이 펼쳐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 몸에 열을 두르고!?"

 

포가 안된다면 스스로 몸통박치기를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한걸까. 오쿠우는 자신의 몸에 인공태양으로써의 열을... 아니, 그와는 비교도 안될 레벨의 에너지량을 품고서 이쪽을 향해 돌진해온다. 그 몸이 증발하지 않는건 야타가라스의 가호 덕분일까. 어느쪽이던 기화냉동법으로 만들어진 절대빙결지역을 간단히 뚫은 오쿠우는 그대로 내게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젠장할,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마력포로 막아내기엔 너무 늦다. 거기에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회피행동을 취할 수 있지만, 내 등 뒤엔 오린이 있다. 이거야 원...!

 

"어떻게든 해봐라, 렌카!"

 

내가 외치자, 마력포를 준비하던 마법진은 순식간에 그 모양을 바꾼다. 이거, 속박마법의 술식!?

 

- 콰드득!!

 

"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력포가 되어야 했던 마력의 구체가 모두 마력의 사슬이 되어 오쿠우의 몸을 묶는다. 엄청난데.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걸 예상했다는듯이 엄청난 속도로 술식이 바뀌었다. 설마 이렇게 될것도 예상하고 술식을 짠건가. 렌카 녀석, 이래놓고 '이 인형은 제 만분의 일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겁니다' 라고 말했단 말이지. 대체 얼마만큼 제반니인거냐.

 

자,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돌발 행동을 일으키진 않겠지? 아니, 일으키면 솔직히 이 거리에선 대처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조금... 머리 좀 식혀볼까?"

 

렌카 인형을 하나 더 꺼내 오른손으로 잡고 내밀자, 렌카 인형의 앞에 커다란 마법진이 생기고...

 

-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굉음과 함께, 고출력 마력포가 오쿠우의 몸을 집어 삼켰다.

 

 

 

 

 

 

 

 

 

 

 

 

 

 

 

 

 

 

 

 

 

 

 

 

 

 

 

 

 

 

 

 

 

 

 

"분석결과는 어때, 렌카?"

 

무대는 다시 지령전. 코이시의 침실에, 나와 오린, 그리고 사토리가 침대에 누워 있는 오쿠우를 둘러싸고 앉아 있다.

 

[렌카 : 원인은 마스터의 마력입니다. 창조능력으로 만들어진 디저트에 남겨져 있던 아주 미약한 량의 마스터의 마력이, 그녀의 체내 밸런스를 무너뜨린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거네.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난거네."

 

[렌카 : 상당히 조잡하지만, 대충 그렇게도 표현 할 수 있을겁니다.]

 

"대체 얼마나 쳐먹은거야, 이 빡대가리 까마귀는."

 

[렌카 : 하지만 상정외의 사태임엔 틀림 없습니다.]

 

"음..."

 

그것도 그렇지. 오쿠우라는 요괴와 신이 융합한 존재가 특수한 것도 있겠지만, 이런 부작용이 다른 이들에게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 자, 어떻게 해야할까나... 최악의 경우엔 이벤트를 손절 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그건 진짜로 최악의 경우다.

 

"...이번 이벤트는 코이시를 위한 것이라지?"

 

"응. 자세한건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말야."

 

이 이상의 정보는 사토리의 능력으로도 볼 수 없도록 봉인처리를 거쳤다. 이건 코이시의 요청사항이기도 했다. '언니에겐 걱정 끼치고 싶지 않으니까' 라던가.

 

"...나 참. 언제 그렇게까지 성장한건지. 여동생이라는건 정말 눈 깜짝할새에 자라는 모양이네... 응? 그건 동생이 아니라 자식한테 하는 말?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서?"

 

"이벤트는 계속해줘. 아무리 그래도 이 이상 내 펫들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부여하고 싶진 않으니, 나를 포함해서 내 펫들은 이번 이벤트는 참가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되지, 오린? 하고 사토리가 묻자, 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오쿠의 그런 꼴을 봤으니 이벤트 참여할 생각은 안들겠지...

 

"후후, 나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을 지령전에서 숨어있는 작전, 벌써부터 쓰지 못하게 됐네?"

 

"미안하다니까. 좀 봐주라."

 

뭐,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현상이 오쿠우에게만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는건 심각하리만큼 낙관적인 생각이다. 이벤트 전체를 모니터링 하며, 중간중간에 아까처럼 폭주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사전에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난 일단 집에 돌아갈께. 그리고 디저트는... 적당히 먹고."

 

내가 오쿠우를 내려다보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토리를 뒤로 방을 나선다. 그런 이유로, 렌카.

 

[렌카 : 네. 모니터링은 이미 진행중입니다. 굳이 집에 돌아오시지 않으셔도, 이쪽에서 사태 발생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다면야 뭐. 그리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악의의 기운은 느껴져?

 

[렌카 : 레이더에 잡히는 반응은 없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계속 예의주시하고...응? 뭐지. 저 멀리서 누가 걸어오는데. 저거...

 

"오오. 오랜만이네, 우이하루."

 

"유기! 그리고 그 옆에 있는건..."

 

분명 전에 다리 위에서 봤던 노란 머리의 엘프같이 생긴... 음?

 

"음? 으음...?"

"뭐, 뭔데."

 

내가 엄청나게 들이대며 바라보자, 당황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녹안의 소녀.

 

"오, 뭐야뭐야. 너도 파르시가 마음에 들었냐?"

 

"파르시?"

 

"그 녀석의 이름이야. 미즈하시 파르시. 다리를 지나면서 한번쯤은 봤을텐데?"

 

"어, 그건 그렇긴 한데..."

 

데이터 상에 남아 있는 미즈하시 파르시의 정보와 내 눈 앞에 있는 소녀의 정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린단 말야. 이전에 봤을때랑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이전엔 뭔가 가시가 돋은듯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지금은 그냥 귀여운  엘프 소녀다. 물론 진짜 엘프는 아니겠지만.

 

거기에 이 감각... 누구랑 같이 있을때 항상 느끼던 감각인데. 누구였더라?

 

"......"

 

그나저나 심하게 부담스러워 하는군. 생각해보면 사실상 초면인데 그럴만도 한가.

 

"아, 실례. 그리고 미안. 전에 봤을땐 같이 있던 애가 좀 시끄러웠지?"

 

"......?"

 

고개를 갸웃하는 파르시. 기억하지 못하는걸까? 하긴, 벌써 몇달전 이야기기도 하니까. 까먹을만 하기도 하다.

 

"나는 우이하루 루이코. 우이하루던 우이던 루이던 루이코던, 멋대로 불러줘."

 

"우이하루...루이코..."

 

문득, 파르시의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녹안이 살짝 크게 뜨인다 싶더니, 금방 원래대로 우물쭈물하는 겁먹은 시선으로 돌아온다. 뭘까. 내 이름에 그렇게 감명깊은 무언가를 느낀걸까? 기껏해봐야 학원도시에 사는 여중생들의 이름을 섞은거 뿐인데.

 

"하여간 어디 가던 길... 뭐, 여기서 만난걸 보면 행선지는 명백해 보인다만."

 

"아아. 사토리랑 만나기로 해서 말야. 요새 이 녀석이랑 셋이서 자주 보거든."

 

"헤에."

 

사토리 녀석한텐 사과해야겠구만. 이런 곳에 올 녀석, 생각외로 있었잖아.

 

"그럼 난 간다. 심심하면 이벤트도 참여해 달라고."

 

"그래. 마음 내키면."

 

손을 흔들며 지령전으로 들어가는 둘을 바라본다. 으음, 저렇게 보면 뭔가 어울리는 커플 같은데. 하지만 아까전부터 파르시에게 느꼈던 그 감각은...음...

 

[렌카 : 마스터, 이상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쉴틈을 안 주는군. 어디냐?

 

 

 

 

 

 

 

 

 

 

 

 

 

 

 

 

 

 

 

 

 

 

 

 

 

 

 

 

 

 

 

 

 

 

 

 

 

 

우이하루가 이상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죽림으로 출발하는 동안.

 

무대는 환상향, 인간 마을.

 

이곳에선 절찬리에 스윗 볼 런이 진행중에 있었다.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50 : 코타로 10]

 

"정말로 괜찮겠니, 코타로?"

 

"헤헹, 쌤이야말로 괜찮겠어? 나 팔씨름 강하다고!"

 

아주 전형적인 개구쟁이 골목대장처럼 생긴(?) 코타로는 종목을 선언하자마자 생긴 테이블 위에서 케이네의 손을 붙잡으며 자신만만하게 대꾸한다. 종목은 보다시피 팔씨름, 배팅은 코타로의 올인.

 

기껏해봐야 13~14살 정도 되는 코타로지만, 어릴때부터 집안일인 장작 패기로 단련된 소년의 오른팔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명백하게 두꺼웠다. 그리고 실제로도, 코타로는 서당에서 팔씨름을 가장 잘하기로 유명했다.

 

반면, 케이네의 팔은 얇고 가늘어서 무거운 책을 드는것조차 버거워보였다. 어딜 봐도 연약해보이는 선생님을 상대로, 코타로는 어린애 특유의 영악함을 발휘하여 자신이 가장 유리해 보이는 싸움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약한 쪽이 싸움 방식을 정한다' 라는 룰을 그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케이네쪽이 어른이라서 그런거려니 하고 그는 생각했다.

 

- 양측 준비 되었으면, 시작하십시오.

 

렌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코타로는 전력으로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언제나의 전법으로, 시작하자마자 힘을 줌으로써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그는 공격을 시작했다. 그 직후 그는 상대가 언제나 상냥하던(가끔씩 박치기를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차 했지만, 잠시 후 그는 다른 의미로 깜짝 놀랐다.

 

"아...안 움직여...!"

 

장작 패기로 단련된 코타로의 전력을 다해도, 케이네의 팔은 마치 단단한 강철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더 힘을 줘 보지만, 그럼에도 케이네의 팔은 1mm도 움직이지 않았다.

 

"코타로 형아가 힘도 못쓰다니..."

 

"코타로 쟤 바보 아냐? 선생님은 반인반수잖아.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을 힘으로 이기려고 들다니... 그 이전에 남자로써 어떠려나 몰라?"

 

"시끄러, 하나코!"

 

"떽!"

 

- 쿠웅!

 

"우왓!?"

 

코타로가 자신을 매도한 여자애(아마도 하나코) 에게 소리를 지르자, 케이네의 손은 그대로 코타로의 손등을 테이블 위에 내리 꽂이버린다. 얼얼해진 손을 붙잡는 코타로.

 

"여자아이에겐 어떻게 대하라고 했지, 코타로?"

 

"사, 상냥하게..."

 

"알고 있으면 지키렴. 언제나 말했지만 알고 있는거랑 실천에 옮기는건 전혀 다른거니까 말야. 알겠니?"

 

"네..."

 

- 승자,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승리의 메세지와 함꼐 들리는 싸구려 축하음을 들으며 제자들을 돌아보는 케이네. 평범하게 제자들을 바라보는 스승의 모습이지만...

 

'...좋아. 이제 조금만 더...!'

 

사실 이 여자. 제자들의 사탕을 전부 뺏어버릴 생각이다. 그녀의 목적은 한달에 한번씩 환상향에서 역사 강의를 여는 것. 그녀는 워-백택. 그 근본부터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존재이다. 그런 그녀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욕망에 가득찬 선생님을 멀리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뭐, 그런거라 생각했데이."

 

전봇대 위에 올라타 손바닥에 들린 수첩을 읽으며, 유키나는 피식 웃었다. 스탠드능력 '헤븐즈 도어' 의 변형으로, 유키나는 자신의 수첩에 헤븐즈 도어의 원래 능력인 '상대를 책으로 만들어 읽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옮긴 것이다. 그녀의 수첩엔, 지금 케이네의 이야기가 전부 써져 있다. 대신 데이터를 복사해 옮긴 개념이기 때문에, 이 수첩을 수정한다 해도 케이네 본체에 영향이 가진 않는다.

 

- 쿠웅! 쿠우우웅!!!

 

우이하루 루이코와 코메이지 코이시의 계획과는 상관 없이, 유키나는 단순히 이벤트의 관리를 위해 가장 이벤트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 인간 마을로 온 것이다. 물론 모든 전투는 렌카가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봤을때 느껴지는 위협도 있다' 라는 구실로 빠져 나왔다. 렌카는 또다시 발동된 여동생의 농땡이 기질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그렇다고 해도 워낙에나 무표정해서 실제로 어땠을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허락해 준 것이다.

 

- 콰앙! 파아아아앙!!

 

"근데 진짜로 내가 나올 일은 없었던거 같은데..."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는 유키나. 하늘에선 히나나이 텐시와 하쿠레이 레이무가 박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물론 레이무의 탄막은 인간 마을에 영향이 가지 않는 궤도로 발사되고 있었지만, 텐시가 쏘아내는 레이저나 요석 조각은 무차별하게 지상으로 쏟아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바로 아래서 어린애들이 한가하게 가위바위보를 하며 놀 수 있는건, 렌카의 마법으로 이 모든 상황이 컨트롤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쏟아져 내려오는 요석은 렌카의 정화의 불꽃으로 순식간에 불타 증발하고, 레이저는 지상에 닿기도 전에 이미 그 궤도를 읽은듯이 전개되는 방어 마법진에 의해 막힌다. 이러한 제어작업을, 렌카는 집에 앉아서 혼자 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환상향 전역 레벨로.

 

물론 이 상태일때의 렌카는 굉장히 무방비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곁에서 지켜주지 않으면 안된다. 참고로 이 역할은 아이리가 맡고 있다.

 

"자, 그카면 내는 적당히 농땡ㅇ...아니, 순찰 좀 돌다가 집에 가까... 음?"

 

그때, 마을 한 곳에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몰려 있는게 발견한 유키나. 밀집된 인구에 비해, 전투 자체는 단 하나만이 이루어 지고 있는 상태다. 즉, 저만큼 관중이 몰릴 정도로 굉장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저건 좀 재밌어비네."

 

어디까지나 감시라카이, 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유키나는 전봇대 위를 사뿐사뿐 건너뛰며 사람이 몰린 장소로 이동한다. 그 중심엔,

 

"또 핀조로야!?"

 

"대체 어떻게 되먹은 운을 갖고 있는거야, 저 아가씨!"

 

하늘에 펼쳐진 커다란 모니터엔, 3개의 주사위와 그걸 담은 그릇이 비춰지고 있었다. 친치로. 3개의 주사위를 그릇에 던져, 나온 숫자의 조합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심플하고, 그렇기에 운의 요소가 매우 강한 도박이다. 주사위의 눈은 1,1,1. 핀조로라 불리는 역이며, 그 확률은 약 0.5%이다.

 

"후훗, 오늘의 나는 천하무적이에요!"

 

"오오오오오!!!"

 

자신만만하게 소리지르는 소녀의 목소리에, 주위의 사람들이(대부분 아저씨들이지만) 환성을 내지른다. 그 모습을 보며 순수하게 기분나빠하던 유키나였지만, 소녀의 정체를 알곤 더욱 미간을 찡그린다.

 

"모토오리 코스즈라꼬?"

 

모토오리 코스즈. 스즈나안이란 이름의 고서점의 딸이며, 어떠한 언어던간에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반대로 말하면 그 이외엔 완전히 평범한 소녀. 그런 그녀의 스코어는 650개로, 놀랍게도 현재 스윗-볼-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순수히 도박만으로.

 

어떠한 데이터에도, 모토오리 코스즈에게 저런 사기급의 운이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 명백하게 어떠한 방식의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게 틀림 없을 것이고,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 유키나는 인간 마을에 와 있는 것이다.

 

"...진짜로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나보네. 함 보까?"

 

수첩을 열어, 스탠드능력중 하나인 '헤븐즈 도어'를 발동시켜 모토오리 코스즈를 책으로써 열람한다. 적혀져 있는건 그녀의 연승기록. '오늘따라 운이 정말 좋은거 같아! 행운의 여신님이 지켜주고 있는걸까?' 라고 적혀 있는 부분을 보며 유키나는 피식 웃지만...

 

"잠만 있어봐라?"

 

행운의 여신까진 아니더라도, 사용자에게 극강의 운을 부여함으로써 사용자를 보호하는 아티팩트가 있었다는걸 유키나는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것은...

 

 

 

 

 

 

 

 

 

 

 

 

 

 

 

 

 

 

 

 

 

 

 

 

 

 

 

 

 

 

 

 

 

 

 

 

 

[유키나 : 오빠야!!!]

 

씨바 귀청 떨어지겠네. 미안하지만 지금 바쁘거든?

 

- 콰앙! 콰앙!

 

"어딜 도망가!"

"우리 싸움을 방해해놓고 살아남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히에에에엑"

 

지금 이쪽은 벌집 잘못 건드려서 봉래인 둘한테 절찬리에 쫒기고 있는 중이란 말이다. 너까지 나서서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고.

 

[유키나 : 그건 내 알바 아니고. 그 아티팩트 우예 했노? 거... 이름 뭐라고 붙였더라? 미네르바의 성인용품?]

 

로마 시대풍 성인용품점 같은 이름인데. 그보다 그거라면 미네르바의 책갈피 말하는거지? 그 책갈피형 방어구 프로토타입. 참고로 말해두지만 그거 내가 지은 이름 아니다? 나는 그냥 'Bookmark_1'로 이름 지어놨다고.

 

[유키나 : 어느쪽이던! 그거 어딨는데?]

 

그거...? 아, 잠깐만 있어봐.

 

"아니, 미안하다니까! 고만 좀 쫒아와!"

 

"웃기지 마! 오자마자 우리 둘을 한꺼번에 죽여놓고 미안하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을거 같아!?"

 

"그래! 죽일거면 이 불붙은 여자나 죽일 것이지! 나까지 죽일 이유는 없었잖아!"

 

"뭐라고, 이 썅년아!?"

"시끄러워, 이 스토커!"

 

[유키나 : 일단 다른건 넘어간다 치고...왜 초장부터 죽였노?]

 

아니, 쟤네들이 싸우면서 죽림을 싹다 태워버리려고 하더라고. 거기에 쟤네 봉래인이라는 정보는 이미 있었고. 그래서 죽림 복원 시킬 시간 벌려고 둘다 목을 베었지. 근데 그렇게 빨리 부활할줄 누가 알았겠어?

 

[유키나 : ...오빠야도 앵간하네. 아니, 그게 아니라. 어쨌냐고! 미네르바의 딜도인지 뭔지!]

 

그거라면 코스즈 줬는데. 왜 물어봐?

 

[유키나 : 순위랑 로그 보면 나오니까 봐라.]

 

뭔데 그래?... 와, 시발. 뭐지? 코스즈 얘 친치로에서 핀조로만 연속 5번 박았네. 미친년인가?

 

[유키나 : 명백하게 오빠야가 준 아티팩트 때문에 저카는거 아니가!]

 

뭐, 로그에 남아 있는 코스즈의 패 꼬라지들을 보니 명백하게 미네르바의 책갈피에 달린 행운 효과 덕분인거 같네... 하지만 유키나, 너 뭐 까먹고 있는거 아냐?

 

[유키나 : 뭐?]

 

저 행운, 조건부 발동이잖아. 조건 설정한건 내가 아니라 너일텐데? 나한테 지랄하는건 아무리 그래도 번지수가 다르지 않을까?

 

[유키나 : 어...음... 내한테 상의는 하고 줬어야지!]

 

거 씨발년, 할말 없으니까 도리어 지가 화내는거 봐라. 아니 뭐 됐고. 행운 부여 발동 조건이 뭔데?

 

[유키나 : 당연히 악의의 군세가 근처에 있을때지. 저건 어디까지나 방어구고, 행운 부여도 방어력을 위해서였으니까. .. 어?]

 

...너, 방금 엄청난걸 말하지 않았냐? 렌카!

 

[렌카 : 정말로 미약하지만 악의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건... 거의 환상향 전역에 악의의 기운이 옅게 퍼져 있습니다.]

 

...코이시 녀석, 경계의 틈새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유키나 : 그보다 오빠야, 솜씨 좋네. 마음 속으로 우리랑 대화하면서 점마들 공격 다 피하고 있네.]

 

뭐 이런거 하루이틀하나. 거기에 쟤네 콤비로썬 상성이 최악이야. 졸면서 달려드는 아이리보다 쉽다고.

 

[유키나 : 그러고보니 아이리 언니야는 뭐하고 있노? 언니야?]

 

[아이리 : ......Zzz]

 

...쟤, 렌카 호위로 붙여놨었지? 왜 호위가 디비 자고 있는거냐?

 

[렌카 :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휴식에 들어간다는 모양입니다... 마스터, 이 상황은...?]

 

듣자하니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인거 같네. 아, 잠깐만 있어봐.

 

"아가씨들, 미안한데 내가 좀 생각할게 있어서. 둘 다 좀 잠들어줄래?"

 

"죽어!

 

"이왕 이렇게 된거, 모코우 너도 죽어!"

 

"앗, 잠깐. 카구야 이 미친년아!

 

그 미모가 아까울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지은 카구야는 손에 든 옥이 달린 가지를 휘둘러, 모코우와 나를 한꺼번에 베어낼 참격을 구사해낸다. 워터 블레이드의 응용인거 같은데, 자세한건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을 잘못했네. 미안해. 다시 말할께. 둘 다 잠들어."

 

- 파방!

 

"윽!?"

 

"아!?"

 

그녀들의 머리 뒤에 생긴 마법진에서 발사된 마력탄의 충격으로, 둘 다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진다. 인질극 상황 발생시에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비살상 제압 마법인데, 사실 실사용은 처음이라서 어땠을라나 모르겠다. 머리를 가격하는 만큼 영구적인 부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걸 생각해서 연습상대를 고르고 있었는데... 잘됐네. 봉래인은 영구적인 부상이 일어나도 죽으면 치유되잖아?

 

뭐, 지금 보니까 조정은 필요 없어 보이긴 하는군. 하여간, 원래의 의제로 돌아와서.

 

아이리가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디비 잔다는건 위기 감지 능력이 발동했다는 뜻인데... 환상향 전역에 퍼지는 악의의 기운이랑 아이리의 행동. 뭔가 상당히 불안해지지 않냐?

 

[렌카 : 아이리 언니가 지닌 위기 감지 능력은 상당히 어바웃하지만, 대신에 확실합니다. 분명히 얼마 안가 환상향에 큰 재앙이 닥칠겁니다.]

 

그리고 그걸 예방하거나 처리하는게 우리 일이고. 알아낸건?

 

[렌카 : ...우선, 아이리 언니가 준비에 들어갔다는건 당장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리프레인의 경우엔... 그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이시가 있는 차원의 틈새랑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렌카 :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코이시님과 관계가 없는 부분에서 일이 발생할 경우가 최악의 사태가 될 것입니다.]

 

다른데서 터졌는데 코이시쪽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상당히 귀찮아질테니까. 이벤트 진행은 어때?

 

[렌카 : 순조롭습니다. 다만 이벤트 관리에 대부분의 연산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탓에, 악의의 기운이 환상향 전역에 퍼진 원인을 알아내는데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스터?]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이벤트쪽을 소홀히 했다가 일터지면 내 꿈자리가 사납잖아. 우선순위 변경은 하지 말고, 조금 느려도 좋으니 상황을 파악해줘. 아, 무리하진 말고. 니가 퍼지면 진짜로 상황 꼬이니까.

 

[렌카 : 알겠습니다.]

 

[유키나 : ...오빠야는 렌카 언니야 없으면 어떻게 사노~?]

 

어떻게 살긴? 원시인마냥 동굴 생활 해야겠지. 너도 순찰하면서 이것저것 좀 알아봐. 나는 우선 다른 상황 좀 처리하고 올께.

 

[유키나 : 다른 상황이라니?...아아, 그 오빠야 마력이 어쩌고 하던거? 이번엔 어디서 지랄났는데?...태양의 밭? 뭐꼬. 거 뭐 있던가?]

 

...글쎄다. 가 봐야 알겠지.

 

 

 

 

 

 

 

 

 

 

 

 

 

 

 

 

 

 

 

 

 

 

 

 

 

 

 

 

 

 

 

 

 

 

"...해바라기가 꽃이 언제 피더라?"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태양의 밭엔 해바라기 꽃이 만연하게 피어 있었다. 내가 알기론 해바라기는 여름에 꽃이 필텐데... 근데 지금은 가을이란 말이지? 거기다 추수도 끝났으니 사실상 겨울에 가깝다. 그런데도 이정도로 만개해 있다니. 마치 이곳만 다른 계절인것만 같다.

 

[렌카 : 태양의 밭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아마 태양의 밭 자체의 높은 생명력과 마스터의 마력이 작용해 이 일대의 요정들이 강화되어 발생하는 현상 같습니다. 주의를...]

 

"방금 요정이라고 했어?"

 

[렌카 : 네. 원래부터 태양의 밭은 자연 에너지가 넘치는 장소인지라, 요정들의 발생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내 눈에는 요정은 단 한마리도 안보이는데?"

 

분명히 렌카의 말대로, 이곳엔 자연 에너지가 넘친다. 원래부터 이 땅이 볕이 잘드는 곳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영향이 있는것이 분명할 것이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하지만, 렌카가 말한 것과는 다르게 요정은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렌카 : ...?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정도로 고농도의 자연 에너지라면, 없던 요정조차 생겨날터입니다.]

 

"음... 예를 들어서, 일부러 자연 에너지인척 하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렌카 : 즉, 이 현상은 요정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며, 애시당초 자연 에너지조차 아니다. 누군가가 어떠한 현상을 숨기기 위해 이 일대의 에너지를 자연 에너지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역시나 렌카. 그거야."

 

하지만 만일 그렇다 치더라도, 왜 그런짓을 했는가에 대해선 알 방도가 없다. 일단 직접 안에서 원인을 찾지 않으면...

 

- 삐융! 쿠우우우우웅!!!

 

한 발짝 내딛은 순간, 엄청나게 굵은 레이저가 내 옆을 스쳐지나가더니, 후방에서 큰 폭발을 일으킨다. 태양의 밭 내부의 마력이 짙어서 정확한 발사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살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으음, 위협인가. 태양의 밭에 들어오지 말라는.

 

"허나 거절한다."

 

- 삐융! 촤아아아아악!!!

 

한발짝 더 내딛자, 이번엔 직격으로 날아오는 레이저. 하지만 레이피어 상태로 변화한 카자리를 휘두른 것 만으로, 레이저는 수많은 종류의 꽃잎이 되어 주위를 메운다. 슬슬 제 1단계 정도는 영창 없이 풀 수 있게 됐나. 주치의가 생긴 덕에 나도 성장했구만.

 

그나저나, 이 공격... 분명히 위협적이긴 하지만, 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위협사격이거나, 주위에 누군가가 다가오면 쏘는 방식의 자동공격인가. 둘 다일 가능성도 있겠다만...

 

"어디 한번 볼까..."

 

카자리를 집어 넣고, 아공간에서 최근에 장만한 내 전용 AR인 쟛-지라이토(Judgelight)를 꺼내, 스코프를 들여다본다. 이 총의 스코프는 내 잡스의유산에 내장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정밀한 분석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게, 렌카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만든 마스터피스니까.

 

들여다본 것만으로 사용자의 마력을 어느정도 먹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있는 장비다. 마력분석뿐만 아니라 탄도계산, 조준보정, 탄두강화등의 역할도 맡고 있으니까. 이론상, 아무 총에나 갖다 붙여도 사용이 가능하다. 총이 오래 못버티는게 문제지만. 그러니까 그... 이 스코프가 본체인 셈이다.

 

"이건...흥미로운데."

 

눈 앞에 펼쳐진 태양의 밭에서 뿜어져 나오는 방대한 에너지는, 분석결과 '자연 에너지를 표방한 마력' 이라고 판명됐다. 그리고 진짜 내가 말한대로, 이렇게 보이도록 교묘하게 조작한 흔적이 보인다. 흠, 적당히 말해본건데 진짜였을줄이야.

 

거기에 이 공간에 있는 마력은 완전한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 즉, 단 하나의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 이정도로 방대한 마력을 공들여서 은폐할 수 있으려면 마력의 대한 이해가 굉장히 깊어야하고, 그리고 날때부터 마력과 친화도가 높은 존재여야한다. 신이거나, 급이 높은 요괴이거나, 마계 출신이거나...

 

하지만 다행히도, 그게 누구인지를 딱히 찾을 필요는 없다. 애시당초 답이 눈 앞에 있는거나 다름 없으니까.

 

[렌카 : 마스터, 혹시 카자미 유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라고 하기엔 눈 앞에 있는 힌트가 너무 많지 않냐? 꽃을 다루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는 카자미 유카의 마력이니, 저렇게 해바라기를 만개시킬 수 있었을거야. 그리고 여기는 카자미 유카의 출몰지역이지. 물론 이정도나 되는 마력을 지녔다는 내용은 DB에 없었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우선 만나봐야겠어.

 

[렌카 : 작전은 있으십니까? 죄송하지만 현재 상태로썬 카자미 유카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뭐, 남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굴면 집주인이 나오지 않겠어?

 

"하지만 꽃을 공격하는건... 하지 말고."

 

마력의 성질은 주인을 따른다고 하지. 마력에 노출된 꽃을 만개시킬 정도라면 상당히... 아니, 거의 병적으로 꽃을 좋아하는게 틀림 없다. 꽃을 공격하면 아마 대화의 여지가 없어질테니.

 

"가볼까!"

 

내가 태양의 밭을 향해 한걸음 내딛자, 번쩍! 하고 태양의 밭이 빛나더니 엄청난 양의 탄막이 나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한다. 조사 빔이 먹히지 않는걸 알고 공격 방식을 바꾼건가. 거 수고가 많으시구만.

 

아, 마침 잘됐다. 이거 실험좀 해봐야겠는걸.

 

"탄두 설정, 립 밴 윙클."

 

저지라이트를 견착하고 명령하자, 탄창의 측면부에 있는 이름표가 철컥- 하고 바뀌는 소리가 들린다. 탄두명 립 밴 윙클. 물론 이름의 출처는 동명의 소설이 아닌, 동명의 흡혈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그 성질 또한.

 

"유상무상에 관계... 뭐였더라? 아무튼 발싸!"

 

탕! 하고 쏘아진 탄환은 붉은 번개를 띄더니, 가장 가까이 있는 탄에 착탄한다. 그러자,

 

- 퍼버버버벙!!

 

엄청난 연쇄폭발과 함께, 대부분의 탄이 공중에서 소멸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탄은, 여전히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은 마탄이 집어삼켜버린다.

 

"끼요오오옷!!"

 

공기를 차며 가속해, 그대로 태양의 밭의 마력장 안으로 진입한다. 그러자, 나를 만번은 죽이려듯이 쏘아지던 탄환들은, 마치 수도꼭지가 잠기듯이 뚝하고 끊겨버린다. 아까의 방어행동은 일종의 시험이었던걸까, 아니면 이 안에 부수면 곤란한 무언가가 있는건가... 찾아봐야 알겠지만.

 

"...이건 뭐지?"

 

마치 무대장치로 쓰이는 드라이아이스가 만들어내는 하얀 안개처럼, 녹색빛의 안개가 태양의 밭의 바닥을 잔잔하게 덮고 있었다. 겉보기완 다르게 독성이 있는 것 같진 않고...

 

[렌카 : 처음보는 성질의 마력입니다. 적어도, 이 세계의 마력은 아닙니다.]

 

그런거 같네. 하지만 적어도 마계는 아니야. 마계의 마력이라면 내가 제일 먼저 눈치 챘겠지.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성질도 있어... 가만,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안개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네. 어디선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는건가?

 

"저기로군."

 

나를 기준으로 안개가 흘러 나오는 방향으로 약 50m, 맨눈으론 확인이 안되지만 저지라이트의 스코프 너머에선 허공에 커다란 문이 있는게 관측된다. 문은 살짝 열려 있는걸 보아, 이 마력의 안개는 저 문 틈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일터. 그나저나 저 문, 명백하게 도라○몽의 비밀도구 중 하나처럼 생겨서 영 분위기가 깨지네. 좀 더 중세풍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디 한번 들어가볼까. 혹시 모르니 일단 들여다 보는걸로...

 

- 슈우우욱!!

 

"으오!?"

 

문 틈사이를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내민 순간, 문 틈 사이로부터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해 내 몸을 빨아들인다. 이거 그거냐? 강렬한 호객행위 같은거냐?!

 

"뭐, 그러시다면야!"

 

저항을 포기하고 흡인력에 몸을 맡긴채, 나는 그대로 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 오후. 스윗-볼-런의 첫날은 그 열기를 유지한채 저물어가고 있었다.

 

"흐음."

 

여전히 인간 마을의 큰 나무 위에 걸터 앉아, 순위표를 지켜보는 유키나. 우이하루 루이코와의 연락이 끊긴 뒤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모토오리 코스즈의 운도 감소하여 순위는 상당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도박만으로 상위 7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가 타고난 도박꾼이라는 이야기일까.

 

순위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히지리 뱌쿠렌이 서로 1,2위를 왔다갔다 하고 있고, 평소에 원한이 있던 녀석들의 도전으로부터 사탕을 많이 획득한 하쿠레이 레이무가 3위, 남녀노소 그 누구와의 싸움도 피하지 않고 싸운 끝에, 4위라는 성과를 얻은 키리사메 마리사. 그리고 어쩐 이유에선지, 카와시로 니토리가 5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6위는 너구리 요괴인 후타츠이와 마미조우.

 

"예상대로라 캐야하나, 시나리오대로라 캐야하나."

 

미네르바의 책갈피를 갖고 있었던 모토오리 코스즈를 제외하고, 지금의 순위는 이미 렌카가 예상한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천구들의 움직임인데... 오?"

 

마침, 유키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저 멀리서 샤메이마루 아야가 마을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렌카의 예상대로라면, 천구들은 둘중 하나의 시나리오로써 움직일 것이다. 하나는 렌카의 환상향 장악력을 두려워해 이번 이벤트의 참가를 피하는 시나리오. 그리고 또 하나는, 렌카의 장악력을 아니꼽게 보아 이벤트를 사보타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나리오.

 

"마, 어디가노?"

 

"우와와왓?! 갑자기 몸이?!"

 

당황하는 목소리와 함께, 샤메이마루의 몸이 무언가에 붙잡힌듯 멈추더니 유키나가 있는 나무로 끌려간다. 자세히보니, 샤메이마루의 팔엔 한가닥의 실이 묶여 있고,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유키나의 검지손가락 끝은 기묘하게도 풀려난 실타래마냥 흐물흐물하게 풀어져 있었다.

 

저속이라고는 해도, 유키나는 300M 이상의 거리에서 날아가는 천구의 팔을 손끝에서 발사한 실한가닥으로 잡아낸 것이다. 그런 정신나간 난이도의 묘기를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끌려오는 샤메이마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처처처처처천마님?!"

 

"그래그래, 씨발. 여 요괴 대마왕 있다고 아예 광고를 해라 임마."

 

한숨을 푹 쉬며, 유키나는 중지에서부터 풀려나온 실로 샤메이마루의 입을 꿰메어버린다. 입이 움직이지 않는것에 당황하는 샤메이마루였지만, 얼마 안가 진정 했는지 얌전히 유키나가 앉아 있는 가지 옆에 솜씨 좋게 정좌... 하려다가 유키나의 계속된 눈치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평범하게 앉는다.

 

"바깥에선 그렇게 부르지 말라 캤나 안캤나, 어? 내가 아무리 위엄이 없다캐도 인간 마을에 천구 대가리가 떡하니 앉아 있다카는거 소문나면 난리난다 안캤나!"

 

"읍읍!"

 

끄덕이며 무언가 말을 하는 샤메이마루. 하지만 입이 완벽하게 묶여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유키나의 말엔 동의한 것 같지만.

 

"앞으로 바깥에선 유키나쨩이라 불러레이. 알겠나?"

 

"읍읍!?"

 

고개를 내젓는 샤메이마루. 아무리 그래도 일개 까마귀 천구인 샤메이마루가 천마인 유키나를 ~쨩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동료중 누군가가 듣게 된다면 소문은 순식간에 퍼질 것이며, 소문을 들은 보수적인 대천구들이 노발대발하겠지. 그리되면 적어도 천구사회에서 살아남는건 불가능해진다. 그런 마음고생을 알면서도, 유키나는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다.

 

"뭐꼬, 유키나쨩은 불만이가? 카면 유키냥은 어떻노?"

 

"읍?!"

 

"아, 역시 그쪽이 마음에 드는갑네? 카면 앞으로 유키냥이라 안부를때마다 마을 광장에서 전라로 고문해도 되제?"

 

"으으븝!!!읍!!!!으으읍!!!!"

 

"와, 그렇게까지 열렬하게 마음에 든다카면 내가 어떻게 할말이 없네. 솔직히 살짝 감동했다 아이가. 언니야들도 그렇겐 안불러주는데. 우리 아야쨩 없으면 내 어케사노~?"

 

"읍...읍..."

 

마치 삶을 다 산듯, 표정을 잃은 샤메이마루는 공허한 눈으로 저멀리를 바라본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기라도 하는것일까. 그녀의 눈가엔, 조용히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농담이데이. 울지 말고."

 

쓴웃음을 지으며 샤메이마루의 입을 묶은 실을 풀어주는 유키나. 입이 풀어지자, 샤메이마루는 절망한듯 고개를 푹 숙인다.

 

"천마님...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어허, 유키냥이라고 캤나 안캤나."

 

"크흑...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여주세요..."

 

"임마. 이건 농담 아니데이. 인간 마을에서 나같은 여자애가 다른 애한테 극존칭으로 불리면 뭐라카겠노? 이상한 소문 나면 곤란하다카이."

 

일단 니도 변장은 했으니까 알겠지만, 이라고 덧붙이는 유키나. 샤메이마루는 지금, 갈색 정장에 갈색 모자를 쓴, 다소 수상해보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과의 교류가 있는 샤메이마루라 할지라도, 지금같이 천구들의 신경이 곤두 서있는 상태에서 인간 마을에 천구의 모습으로 나타나는건 다소 경솔한 행동일테니.

 

"그, 그럼 어찌하면..."

 

"내는 처음부터 말했데이. 유키냥이라고. 그리고 반말!"

 

"으..."

 

"얼렁!"

 

"유....유키냥..."

 

"말 잘했데이, 아야쨩."

 

거의 울거같은 표정으로 겨우 말한 샤메이마루의 머리를 웃으며 쓰다듬어주는 유키나.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가 본다면 백합꽃이 활짝 피어오르는 전개겠지만, 사실 그 속에 피어 있는건 샤메이마루를 위한 피안화 뿐이다.

 

"그래가? 뭔 일로 여까지 왔노, 아야쨩. 그 틀딱새끼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니를 보낸건 아닐끼고."

 

"그, 그건..."

 

"내가 모를줄 알았나? 빨리 이야기 하고 밥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노? 사주께."

 

"...인간마을의 감시와 우이하루 루이코에 대한 감시입니..."

 

"(째릿)"

 

"...감시야."

 

"예상범위 내의 지시구만. 거기다가 생각보단 미적지근하네."

 

팔짱을 끼며 지루한듯 다리를 흔드는 유키나. 시나리오대로, 우이하루의(정확히는 렌카의) 장악력을 천구들은 위협으로 본 거겠지. 아직까지 신중하게 나서는 모양이긴 하지만...

 

하여간, 천구들이 무대 뒤에서 환상향을 컨트롤 하고 싶은 야망이 있다는걸 진작에 알고는 있었지만, 귀찮아서 놔두고 있었던 유키나였지만.

 

'...이거 슬슬 나서서 막는게 좋을랑가? 근데 어떻게 해도 반발이 일어날거 같은데...'

 

천구 상층부 안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은, 천마파의 대천구들이 알려줘서 이미 알고 있다. 여기서 유키나가 섣불리 '인간 마을을 장악하려 드는건 그만둬라' 같은 소리를 했다간, 이를 빌미로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진압이야 문제가 없지만, 그 사이에 생겨나는 혼돈 속에서 악의가 침공해 들어왔다간 일이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황이니...

 

"아이씨, 술땡기네. 아야쨩, 술 마시러 가자. 내 좋은데 알고 있데이."

 

"에? 하지만 나 빨리 돌아가야 하는..."

 

"어허. 천마님이 따라주는 술은 못마시나! 어! 아가 말이야! 어! 진짜 요새 것들은 예의를 잘못 배웠어, 어!? 내 뭐라카는지 아나! 어!"

 

"......"

 

날개 뜯고 천구 그만둘까, 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 하게 된 샤메이마루였다.

 

 

 

 

 

 

 

 

 

 

 

 

 

 

 

 

 

 

 

 

 

 

 

 

 

 

 

 

 

 

 

 

"...정신을 잃었었나?"

 

뭔가 눈 앞이 어지럽다 싶었는데, 잡스의유산의 UI가 엄청나게 흐트러져 있다. 시험삼아 가슴팍에 달려 있는 하쿠레이의 보옥을 통통 두들겨 봤더니, 시야는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offline이란 표시가 좌측상단 구석에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대체 어디길래...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고, 그저 어둠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상한데, 모 하렘 만드는 게임 진엔딩 조건이라도 클리어 했었나? 그런적 없었던거 같은데...

 

"아, 저지라이트라면 뭔가 보일지도."

 

나 스스로도 어느정도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솔직히 최근엔 귀찮아져서 렌카의 연산모듈을 빌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렌카 스타디아랄까. 하지만 이런식으로 연결이 끊겨버리면 분석능력에 상당한 제한이 생겨버린다. 이럴줄 알았으면 업데이트 좀 자주 해둘껄. 하지만 저지라이트에 달린 스코프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겠지.

 

"흐음."

 

아까전에 봤던 마력이, 한줄기의 길이 되어 저 너머로까지 쭉 뻗어 있다. 이상한데. 가시화 될 정도로의 마력이 문 밖으로 흘러나왔다면, 문 안에서도 충만해 있을줄 알았는데...

 

"...튜브인가, 이거?"

 

좀 더 자세히 마력의 줄기를 들여다보니, 투명한 관 같은것이 마력을 감싸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마력의 줄기는 내 뒤를 기준으로 하늘 높이 솟아 올라, 그 끝에 있는 문과 연결되어 있는게 보였다. 즉,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이 마력을 바깥에 살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굳이 이런 장치를 만든 이유는 뭘까.

 

...하지만, 좀 많이 멀군. 거리를 좀 줄여볼까.

 

"이미테이션, 오노즈카 코마치."

 

앞머리가 매력적인 붉은 색이 된 것을 확인하고 눈 앞에 있는 마력의 선에 한발을 올리고 마력을 흘린다. 내가 가야 할 좌표를 안다면 한번에 도착할 수 있지만, 지금같이 행선지를 모르는 상황에선 이런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거나, 눈에 보이는 만큼 거리를 좁혀서 움직여야한다. 아, 코마치의 능력은 '거리를 조종하는 능력'. 간단히 말하면 이런식으로 축지법으로써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평소에 이걸 안쓰는 이유는... 이미테이션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의 좌표를 옮길 수 없다는 단점이랑, 스스로가 주위 풍경을 보면서 이동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환상향에서 하늘을 날고 있으면 시선을 돌리는 곳 마다 비경인지라.

 

하여간, 튜브속으로 흘린 내 미약한 마력은 엄청난 속도로 관을 타고 이 관의 끝으로 향하고 있다. 어디보자... 도착했군. 상당히 머네? 50km 정도는 되는걸. 평범한 사람이 어쩌다가 여기 들어왔다간 아사 확정이로군. 아니, 그 이전에 미쳐서 죽으려나? 뭐, 어찌됐던.

 

"읏-차!"

 

딱 한걸음 옮기자, 주위의 풍경이 갑자기 실내로 바뀐다. 여긴... 침실인가? 내부 인테리어는 홍마관이랑 조금 비슷하지만... 솔직히 인테리어 같은건 잘 몰라서, 서양식이면 잘 구분이 안된다. 그나저나 남의 침실에 멋대로 들어온 꼴이 되었군. 하지만 여기에 마력관의 끝이 있단 말이지...

 

"...이건가."

 

이불때문에 잘 안보였지만, 자세히보니 침대에 누군가가 잠들어 있다. 분홍색 파자마를 입은 녹발의 소녀... 아니, 이 경우는 여인이라고 칭하는게 옳겠지.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니니. 마력관의 끝은, 이 여인의 침대에 연결되어 있다. 아마 이 침대에서 잠든 동안, 자신의 마력을 마력관을 통해 환상향으로 배출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그 원인은 솔직히 한눈에 알았다.

 

"...비욘드 원."

 

정확하게는 비욘드 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모종의 이유로 각성의 계기를 얻은 그녀는, 나날이 강해져가는 마력을 배출할 필요가 있었던 거겠지. 몸이 따라갈때까지. 지금도 상당히 강력한 신체인걸로 보이는데, 그녀의 몸속의 마력은 당장에라도 그녀의 그런 몸조차 박살낼 것마냥 소용돌이 치고 있다. 이런식으로 자는동안에도 마력을 빼내지 않으면, 몸이 버티지 못하는거겠지. 그럼 대체 평소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거야?

 

하여간 태양의 밭에 관련된 인물은 카자미 유카 단 한명 뿐...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여인은, 카자미 유카의 특징을 충족하고 있다. 아마, 눈앞의 여인은 카자미 유카인거겠지.... 방금 조금 코이즈미 화법 같았는데.

 

하지만 좀 곤란한데. 깨어 있는 동안 얼마만큼의 마력을 소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체의 성장보다 마력의 증강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대로는 자다가 폭탄처럼 터져서 소멸할게 분명하다.

 

"어쩔 수 없지, 조금 도와줄까."

 

그녀의 신체의 성장을 직접 돕는 방법도 있지만, 솔직히 그건 여기저기 손으로 직접 만져가면서 하는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러고 싶진 않고. 에이린이 내게 했던 것 처럼 그녀의 마력로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게 최선일 것이다. 여기저기 만질 필요도 없고, 에이린이 그 뒤로 수술법을 엄청나게 개량해준 덕분에 고통도 없다. 다만, 엄청나게 연산량을 잡아먹기 때문에 내 몸에 달린 대부분의 방어/공격 능력이 잠시간 비활성화가 된다는게 문제란 말이지.

 

"...그러니까, 그 낫 좀 치워줄래. 아가씨?"

 

"여기엔 어떻게 들어온거지?"

 

"아이러니하게도 댁처럼 낫 쓰는 친구 능력을 좀 빌렸는데 말이지."

 

등뒤에서 피어오르는 살기는 진짜이기에,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힌다. 기척은 최대한 안내려고 했을텐데, 뭔가 방 내부에 장치라도 되어 있었나? 아니면 이 아가씨의 감지 능력이 뛰어난건가.

 

"미안한데 진짜로 이 낫 좀 치워줄래? 카자미 유카의 몸에 세공을 하는 도중에 고통을 받으면 여과 없이 들어온단 말야."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거지?"

 

"좀따 찔러봐. 내가 어떻게 비명을 지르는지 들려줄께."

 

"아니, 그쪽이 아니라. 카자미 유카의 몸에 세공을 한다는 이야기."

 

"진짠디? 이대로면 인간폭탄...아니, 요괴폭탄이 되서 가루가 될게 뻔해 보이길래, 폭탄 안되도록 닦고 기름 치고 조이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어어어어, 터진다 터진다!"

 

"?!"

 

깜짝 놀라 낫을 거둔 소녀에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금발에 붉은 옷을 입은 소녀가 있었다. 겉보기엔 무기를 휘두르는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얌전한 아가씨인데, 거기에 큰 낫이 더해지니 뭔가 갭모에가 느껴진다.

 

"당연히 구라지. 생각보다 귀엽구나, 너?"

 

"너...!"

 

"근데 진짜로 미안한데 조금만 얌전히 있어줄래?"

 

양손으로 스파이○맨처럼 약지와 중지로 손목부위를 눌러, 거기서부터 바인드 마법을 사출한다. 마법에 직격한 소녀는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침과 동시에 벽에 구속된다.

 

"처음 써본것 치곤 나쁘지 않게 발동했네. 구속 상태는 어때?"

 

"이이이익!!! 이거 풀어, 얼른!"

 

"만족스럽군. 그럼 일을 좀 해볼까."

 

 

 

잠시 후...

 

 

 

 

"후우."

 

세공이 끝나고 유카의 표정을 보니, 아까보단 다소 편해진 것처럼 보인다.

 

"마력의 증강속도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로테이션을 유지하는게 좋겠지만, 적어도 이제 터질 걱정은 없을거야. 기껏해봐야 신체가 붕괴되는 정도?"

 

"...정말로 유카를 도와준거야?"

 

"야이씨, 사람 말 좀 믿어라. 속고만 살았냐? 아, 그러고보니."

 

손가락을 튕겨, 붉은 옷의 소녀를 묶고 있던 바인드 술식을 해제한다. 꽤 강하게 묶였는지, 아픈듯 손목을 만지작거리는 소녀.

 

"오우, 미안. 아팠어? 조절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통성명도 안했네. 나는 엘렌. 이곳 몽환관의 관리를 맡고 있어. 너는?"

 

"우이하루 루이코. 직업은... 어... 굳이 말하자면 대 악의용 방어 시스템?"

 

솔직히 당장 다른 직업명을 대기가 애매하다. 아차, 암드 유토피아 준비로 장비 준비하고 있으니, 방산업종이라고 하면 좀 더 괜찮았을텐데. 내 머리는 왜 자꾸 중2병 스러운 네이밍부터 떠올리는거냐.

 

"악의?"

 

"여긴 아직 없나? 그 기본적으론 사람 형태를 한 그림자가 돌아다닌다는 느낌인데."

 

너무 보편적인 악역처럼 생겨서, 솔직히 피아구분하기 편하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봐야할게 있어. 따라와."

 

잠깐의 침묵 후, 엘렌은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선다. 어째 잘 찾아온거 같은데?

 

엘렌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서니, 서양식의 복도가 나를 맞이한다. 정말로 부끄럽지만, 전체적으로 이런데에 지식이 적은 나로썬 그냥 '지령전이나 홍마관이랑은 다른 서양식이네~' 라는 감상밖에 없다. 물론 DB에 정보가 있긴 하지만, DB 내부의 정보는 말하자면 거대한 도서관이기 때문에, 필요한게 아니라면 굳이 읽지 않는다. 뭐, 이런 게으른 부분을 부끄러워 해야 할테지만...

 

얼마 안가 출구로 보이는 문이 나오고, 문을 열자 아까전에 봤던 새까만 어둠이 우리를 맞이한다.

 

"너,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사실 그게 궁금하단 말이지. 환상향에 있는 우리 애들이랑 연락이 안되서 말야."

 

아마 렌카가 내가 있는 공간에 대한 인지가 제대로 안되서 그런거 같은데... 하지만 이 공간, 전체적으로 떠다니는 마력의 기운이 마계와 조금 닮았다.

 

"여기는 환상과 꿈의 틈새속에 존재하는 세계, 몽환세계야. 여기선 꿈의 세계와 환상향, 두 곳 다 왕래할 수 있지."

 

"꿈의 세계? 그런게 있단 말야?"

 

"명계도 있고 천계도 있는데, 꿈의 세계가 없을 이유가 있어?"

 

"...그것도 그렇군."

 

나도 모르게 거울 속 세계를 부정하는 카쿄인 같은 포지션이 되어 있었군. 환상향에선 상식을 버려야 하거늘.

 

"하지만 상당히 이전부터, 꿈의 세계는..."

 

그렇게 말을 흐리며 엘리가 손에 든 낫의 자루로 바닥을 치자, 주위의 풍경이 일변한다.

 

몽환관의 주변의 지면은 모두 박살나서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고, 군데군데 보이는 커다란 바위에선 물이 떨어져 내리거나 불이나거나 하는등, 그야말로 무질서하고 무분별한, 그리고 공허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거기에, 부분부분 보이는 '불가능한' 현상들.

 

예를 들자면 떨어져 내린 물이 불꽃이 되어 사방에 퍼지더니, 그대로 나무가 되어 자라나다가, 갑작스레 가루가 되어 소멸하는... 마치 세상의 법칙에 '글리치'가 생긴것만 같은, 부자연스러운 광경.

 

...분명, 내가 빡쳐서 프라이드를 끝까지 쫒아 갔을때 봤던 점령당한 환상향에서 이거랑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걸 본듯한데.

 

"악의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이렇게 되는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점령당한 환상향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걸 고려하면 그럴싸한 추론이다. 가만, 혹시 아까전에 환상향 전역에서 느껴졌던 악의의 기운이라는게... 이건가? 꿈의 세계에서의 악의의 기운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환상향에까지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건가?

 

"처음엔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우리 영역을 침범하는 녀석들만 상대했는데... 녀석들, 꿈의 세계의 관리자까지 지배해버렸어."

 

"으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꿈의 세계라는거 원래는 이렇게 안생겼었지?"

 

"그야 물론이지."

 

꿈의 세계의 관리자라, 어떤 녀석인진 모르겠지만 참 불쌍하게도... 결과적으로 구할거 같으니 조금만 버티라는 말 밖에 하지 못하겠군.

 

"그럼 뭐, 이것저것 생략하고 우선 할 일부터 해볼까."

 

"뭐?"

 

"말했잖아? 내 직업."

 

한손으로 저지라이트를 들어올려, 방아쇠를 당긴다. 탄두를 바꾸지 않았기에 발사 된건 '립반윙클'. 적을 자동추적하여 사냥하는 마탄은 떠다니는 바위 뒤에서 이쪽의 눈치를 보던 미니언들을 쓸어낸다.

 

그러자,

 

- 키에에에에에에에엑!!!!

 

마치 공간 전체가 울부짖는듯한 거슬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미니언과 솔져들이 말그대로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한다.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것들이 여기에 부딪친다면, 이 몽환관 째로 으스러져버리겠지. 나야 살겠지만, 여기 있는 엘리나 자고 있는 카자미 유카에게 불사성이 있을거란 생각은 안든다.

 

"머테리얼라이즈, 그리고 얼터너티브 이미테이션!"

 

몸에 둘러지는 '로브'. 손에 든 저지라이트를 왼손으로 바꿔잡자 마자, 그 오른손에 쥐어지는 미니 팔괘로. 그리고 금발로 물드는 머리칼이 악의의 군세의 폭포가 만들어내는 풍압에 휘날린다.

 

"엘리, 아까전의 방벽을 너랑 몽환관에 집중시켜! 아까 그 까만 공간 말야!

 

"너는!?"

 

"보면 모르겠냐, 요격이지. 얼른!"

 

"큭!"

 

괴로운 표정으로 마력을 집중하는 엘리. 그러자, 내 눈 앞엔 엘리와 몽환관을 감싸는 거대한 까만 구체가 생겨난다. 방어벽으로써의 역할도 있지만, 레이더나 유카리처럼 점과 점을 오가는 능력을 막기 위한 좌표교란 기능도 어느정도 구현 되어 있는게 보인다. 뭐, 그 기능 때문인지 방벽의 방어력 자체는 그렇게까지 좋아보이진 않지만, 내 공격의 후폭풍을 막을 정도는 되겠는걸.

 

"마리사, 네 미래의 모습. 한번 더 빌린다!"

 

저지라이트를 땅에 내려놓고, 양손으로 미니팔괘로를 붙잡아 하늘을 겨눈뒤, 마력을 집중한다. 그러자, 미니팔괘로는 7색의 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건 미니팔괘로의 초증폭 반응. 지금의 마리사도 이런 반응을 끌어낼 수는 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의 순간 뿐. 그럼에도 그 반응으로 발사되는게 파이널 마스터 스파크라는건 살짝 소름이 돋지만서도.

 

"끝내주는...!"

 

스펠명을 입에 담기 시작하자, 팔괘로의 앞에 수십개의 마력진이 펼쳐진다. 그 모든 마법진이, 증폭용 마법진! 제정신이 아니군. 아무리 탄막은 파워라지만... 이런거, 환상향에서 썼다간 지도를 새로 그려야할 레벨이라고. 마리사 녀석, 점점 마음에 드는데!

 

"마스터 스파크!!!!!!"

 

사라지는 소리, 소멸하는 풍경. 그리고, 발사되는 일격필살의 광선 공격.

 

적어도 산 하나는 한방에 평지로 만들어버릴 직경의 거대한 광선이 그대로 악의의 군세가 만들어내는 폭포를 덮쳐, 말 그대로 소멸시켜버린다. 하지만, 아직 놈들의 반응은 잔뜩 남아 있다.

 

- 파바바바바바박!!!

 

얼터너티브 이미테이션의 백파이어를 막기위해 구현시킨 방어구 '로브'에서 수십개의 작살이 나타나, 몽환관이 세워진 이 커다란 바위 전체를 붙잡는다. 자, 준비는 끝났고!

 

"으랴아아아아아아아앗!!!!!"

팔을 내리자, 그 반동에 따라서 내 발밑의 바위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거기에 맞춰, 팔괘로에서 쏘아지고 있는 광선은 7색의 파티클을 남기며 궤도를 틀어 닿는 모든 적을 소멸시킨다. 이쯤되면 광선이라기보단 라이저 소○구만.

 

360도로 한바퀴를 다 돌고 나서야, 그제서야 뿜어나오던 광선은 멈춘다. 멀리서 본다면, 저 파티클 때문에 별하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진짜로, 환상향에선 못쓸 기술이구만. 아야야..."

 

고통이 느껴져 팔을 내려다보니, 한순간에 극도로 많은 마력이 집중된 탓에 팔이 숯더미가 되어 있었다. 능력을 구현한다고는 해도, 완벽하진 못한 법. 비욘드 원이 된 마리사라면 이정도는 상처 하나 없이 가볍게 해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좀 무섭군.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크르르르르...

 

마치 빔이 끝나길 기다렸다는듯이, 주위를 메우는 거대 미니언들. 미니언들끼리 합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높이만 족히 100M는 넘어 보일 거대 미니언들이,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올줄이야. 그 수, 적어도 30은 넘는다.

 

허나!

 

"씹새들아, 아직 이미테이션 안끝났거든!"

 

- 번쩍!

 

끝내주는 마스터 스파크의 궤적을 따라 흩뿌려져 있던 7색의 파티클이 더욱 빛을 발하더니, 그대로 원을 그리며 움직이며 주위를 초토화시킨다. 스타더스트 판타즘. 일단은 마리사의 스타더스트 레발리에의 강화판 스펠이다. 파티클 하나하나의 화력은 대전차탄의 그것과 맞먹는데, 그것이 수십만개가 흩날리며 주위를 압도하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 미니언들이라고 할지라도, 이걸 맞고 버티진 못할거다.

 

- 키...에에...

 

아니나 다를까, 미니언들은 스타더스트 판타즘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조각조각이 나서 사라져버린다.

 

- 빠직!

 

"으윽, 리바운드가... 아무리 그래도 좀 무리했나."

 

로브에 금이 가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짧디 짧은 얼터너티브 이미테이션을 한계를 넘겨 쓰는 바람에, 몸의 부담을 막아주던 로브가 박살나버린 것이다. 로브가 채 막지 못한 반동은, 이렇게 몸이 직접 받는거다. 아직까진 시험단계의 기술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통 경감의 한계를 이렇게 간단히 넘어서면 좀 곤란한데. 최종목표는 맨몸으로 쓰는건데, 이래서야 원...

 

아, 그리고 이렇게 리바운드가 몸에 직접 들어오면 한동안은 큰 기술을 쓸 수가 없다. 뭐, 그렇다 해도 약 1분 정도의 텀이긴 하지만... 설마 1분 사이에 뭔 일이 일어나겠어?

 

"......꼭 씨발, 이러더라."

 

주위가 어두워지는걸 보며,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올려다보니,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거대 미니언이 자신의 팔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아마 아까 분해된 거대 미니언들이 다시 합쳐진거겠지. 아무래도 핵 역할을 하는 녀석이 있는 모양이고, 그걸 처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저리 된거 같은데.

 

"이제 괜찮은... 뭐, 뭐야 저건!"

 

마침 결계 유지를 푼 엘리가 초거대 미니언을 올려다보며 경악한다. 아~...그러고보니 얘네도 지켜야했지. 좀 곤란한데. 지금 이걸 해결할려면 리바운드의 디버프가 풀리는걸 기다리거나, 리미터를 풀어야하는데... 리미터는 그때 처음 푼 이후로 락을 좀 쌔게 걸어놔서, 푸는데에만 1분이 넘게 걸린다. 결국 조금 시간이 필요하긴 한데.

 

"자, 잠깐만. 저거 어떻게 못해!?"

 

"1분만 기다려 줄래? 지금 쿨 돌고 있어서."

 

"쟤가 기다려줄거 같진 않은데!?"

 

"그래보이네."

 

몸이 큰 탓인지 그 움직임은 그렇게 빠르진 않지만,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이 지형을 움직인다고 해도 저 녀석의 팔을 피할 수 있을거 같진 않다. 팔이 내려오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한 30초만 버티면 될거 같은데...

 

"어떻게 해! 저런거에 찍혔다간 무조건 죽을거라고!"

 

"너는 뭐 할줄 아는거 없어?"

 

"적어도 이 상황을 해결 할 수 있진 않아!"

 

"뭐, 보통은 그렇겠지."

 

"느긋하네, 정말! 너도 죽는다구!"

 

...여기서 '난 불사라 안죽어' 라고 말하면 뺨 한대 쌔게 맞으려나?

 

- 부우우우우웅...!!!

 

그때, 엄청난 소리와 함께 미니언의 팔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말이 천천히 내려온다지, 저 팔이 가진 압도적인 질량을 생각해보면 저정도도 상당히 빠른 축에 속한다. 어찌됐던, 사실상 죽음의 카운트다운이구만.

 

"온다온다온다온다!!!!"

 

"귀청 떨어지겠네...읏?!"

 

순간, 마치 온몸을 꿰뚫는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이건...!

 

"엘리, 숙여!"

 

"에? 무슨 소릴"

 

"에이 씨발!"

 

멍때리는 엘리의 다리를 걷어차 공중에 띄운 뒤, 그대로 엘리의 몸 위를 덮쳐 빠르게 바닥에 눕힌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 삐융!

 

엘리가 있던 자리를, 초고밀도의 마력 광선이 메운다. 그리고 광선은 그대로 미니언의 팔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팔을 밀어낸다. 아니, 밀어내는것에서 멈추지 않고 팔이 그대로 뜯겨져 나가, 저 멀리로 날아가버린다. 이것 참.

 

"...겨우 편하게 잠들었다 싶었는데, 이래선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잖아."

 

광선이 뿜어져 나왔던 그 시작점, 흙먼지로 더러워진 몽환관의 입구에 서 있는 여성. 정말로 급하게 나왔는지 분홍색 파자마 차림으로 나온 그녀의 손에는, 마치 꽃봉우리같은 양산이 쥐어져 있었다.

 

"엘리? 나 잘때는 결계 풀지 말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 뭐야, 넌? 왜 우리 엘리 위에 올라타 있는건데?"

 

"너 때문이거든?"

 

몸을 일으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여성에게 딴죽을 건다. 슬쩍 올려다보니, 팔이 날아간 거대 미니언은 그 반대쪽 팔을 마저 들어올리고 있었다.

 

"거슬려."

 

그걸 본 여인은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양산을 들어올리더니, 아까와 같은 초고밀도의 마력 광선을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쏘아내 그 팔을 날려버린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일변한다. 검붉은 태양이 떠 있는 드넓은 평원. 주위엔 나무는 커녕 풀한포기 나지 않은, 황량한 곳이었다.

 

"뭐야, 이거."

 

"여긴 꿈의 세계. 꿈속 주위 풍경이 변하는건 자주 있는 일이잖아? 그보다 넌 대체 누구니?"

 

"나?"

 

나를 내려다보는 여인, 카자미 유카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나는 비녀 상태의 카자리를 머리카락에서 뽑아내 그대로 그녀를 향해 찌른다.

 

- 파아앙!

 

정확하겐, 유카의 뒤에서 그녀에게 어깨베기를 하려고 하던 솔져를 향해. 비녀 상태라곤 해도 카자리의 존재변환능력은 그대로. 카자리에 찔린 솔져는 꽃잎이 되어 폭발한다.

 

"우이하루. 우이하루 루이코."

 

"헤에, 내 취향인 기술을 가지고 있네. 마음에 들어. 나는 카자미 유카. 마침 내 집이 이 근처인데, 꽃잎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좀 나누지 않을래?"

 

"차? 차 좋지. 하지만 차를 마시려면 주위가 조용한게 좋지 않겠어?"

 

"후훗, 동감이야."

 

어느새, 주위는 솔져와 미니언들로 빼곡하게 메워져 있었다. 저 멀리선 거대 미니언들이 솟아나오고 있고, 아까와는 달리 녀석들은 진형을 짠채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카 덕분에 리바운드도 끝났고. 싸울 준비는 됐다.

 

"어떻게 할래? 반반 맡을까?"

 

땅에 아무렇게나 뒀던 저지라이트를 줏어 아공간에 집어 넣으며 유카에게 제안한다. 엘리에게 무언가 손짓으로 지시를 하던 유카는 멍하게 나를 보더니, 마치 해바라기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정말로 마음에 든다, 얘."

 

"그런 말 자주 듣지."

 

사실 오늘 처음 듣지만, 한번쯤 말해보고 싶었던 대사 리스트에 있던거라.

 

"자, 간다. 휘말리지 말라구, 우이하루 루이코!"

 

"살살 부탁한다, 카자미 유카!"

 

마치 귀신과도 같은 형상으로 악의의 군세를 향해 돌진하는 유카.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저들에게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시동어를, 입에 올렸다.

 

"피어 흐드러져라, 카자리."

 

 

 

 

 

 

 

 

 

 

 

 

 

 

 

 

 

 

 

 

 

 

 

 

 

 

 

 

 

 

 

 

 

 

 

 

 

 

 

 

 

 

 

스윗-볼-런

 

4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우이하루 루이코 주최의 이벤트. 이벤트 주최의 목적은 겉으론 우이하루 루이코의 환상향 데뷔, 진짜 목적은 하타노 코코로의 존재수복을 위한 '관측자'의 선발을 위해. 아직까진 순조롭게 진행중이나...?

 

참고로 밤에는 프리즘리버 악단 with R의 라이브가 예정되어 있다.

 

 

 

스윗-볼-런 순위(1일차, 현재 시각인 19:50분 기준)

 

1위 히지리 뱌쿠렌

2위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3위 하쿠레이 레이무

4위 키리사메 마리사

5위 카와시로 니토리

6위 후타츠이와 마미조우

7위 모토오리 코스즈

8위 이바라키 카센

9위 코치야 사나에

10위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꿈의 세계

 

꿈의 특성상 어느 세계와도 이어질 수 있는 세계. 코메이지 코이시가 이 환상향에 넘어 올때 묻어 나온 아주 미약한 악의의 기운에 의해 조금씩 조금씩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코메이지 코이시를 포함한 쇼우이치의 세력들(시종 3자매 등)은 꿈의 세계를 관측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후, 타인의 꿈속에서 그들의 악의를 먹어가며 그 크기를 키워가던 꿈의 세계 속 악의의 군세는 다른 세계에 자기 의지대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지만, 악의 살해자가 각성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숨을 죽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회는 찾아왔다.

 

 

 

 

 

카자미 유카

 

꿈과 환상의 틈새에 존재하는 몽환세계의 사는 요괴. 코메이지 코이시한테 딸려온 악의의 군세가 몽환세계까지 침범하자, 유카는 자신의 거처인 몽환관을 꿈의 세계의 입구로 옮긴 뒤 그들을 도륙해나간다. 사유는 '자는데 시끄러우니까'. 길고 긴 시간동안 악의의 군세를 물리치면서 그녀의 몸 또한 점점 변성해갔고, 현재로썬 비욘드 원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마력의 성장이 너무나도 빨랐던 탓인지, 자는 동안에도 일정 이상 마력을 쏟아내지 않으면 몸이 폭발할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었다.

 

 

 

 

엘리

 

몽환관의 문지기. 와! Bad apple! 아시는구나!

 

 

 

얼터너티브 이미테이션

 

일시적으로 환상소녀의 '비욘드 원'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현재로썬 스펠을 2개만 써도 로브가 부서지고 리바운드가 온다. 리바운드 중엔 일시적으로 능력 사용이 봉인.

 

 

 

요리가미 시온

 

빈곤신이라 핍박받던 자신을 평범하게 대해 준 텐시에게 끌려 계속 그녀를 따라다닌다. 텐시는 현재 천계가 아닌 우이하루의 집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온도 우이하루의 집에서 사는 중. 집안 살림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문제점 때문에, 그녀의 목엔 레이무가 만들어 준 특제 액막이 부적이 걸려 있다.

이 부적에 대해선 제작자인 레이무 왈 "엄청난 양의 액을 담아둘 수 있고, 안에 있는 액을 빼낸다면 몇번이고 쓸 수 있어. 하지만, 액은 정기적으로 빼내주지 않으면 안돼. 저 부적이 망가질정도로 액이 쌓이게 된다면, 귀찮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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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 19:21

아 넘모 슬프다... 창작게는 또다시 온리 이나환 체재가 되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