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2

lunawhisle | 조회 수 304 | 2016.03.26. 01:57


"후우..."


내쉰 입김은 내 머리카락처럼 하얀 안개가 되어 사라져간다. 환상향에 온지도 꽤 오래되어, 벌써 첫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어... 덧붙이자면, 새해도 맞이했다. 새해 첫날...즉, 어제는 그냥 케이네랑 조용히 보냈다만, 오늘은 그러지도 못할 일이 생겨버렸다.


"하쿠레이 레이무...라."


그 일이라고 하는 것은, 다름아닌 하쿠레이 레이무에게서의 호출이었다. 사람을 오고가라고 지시하다니, 뭐하는 년인가 싶지만... 실은 그녀는 이 환상향을 지키는 수호무녀, 라는 모양이다. 뭐, 나랑은 아무런 상하관계가 없는 직책이긴 하지만.


하여간, 이야기를 전해다준건 마리사. '바깥세계에서 흘러들어온 인간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냐!' 같은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고. 향림당의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면 될거라고 하던데, 제대로 된 이야기는 가서 들으라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하쿠레이 레이무라. 가끔 들리는 인간 마을에서 줏어들은 이야기를 들은걸 종합해보면, 이변이 일어날때마다 해결해주시는 고마운 무녀님, 정도의 인식.


직접 만나본 적이 없으니, 솔직히 긴장된다. 딴것도 아니고, 수호무녀라구? 가디언이라니까? 막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는 초 절세미녀일지도 모르잖아?


뭐, 그런 기대나 긴장은 둘째치더라도.


"씨발 존나게 머네!"


인간 마을에서 다소 떨어진 케이네의 집에서 출발해, 인간 마을을 경유하여 하쿠레이 신사까지 가는 길... 더럽게 멀다. 그러고보니 하쿠레이 레이무의 관련된...이라고 해야하나 하쿠레이 신사 자체의 소문이다만, 거기 별명이 '요괴신사'라는거 같던데. 그 신사엔 요괴가 그렇게 많이 출몰한다고 한다.


어...수호무녀, 맞지?


하여간, 소문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이렇게 떨어져 있는게 인간들에게 있어선 안심되겠지. 반대로, 떨어져 있는 신사인 만큼 그런 괴소문이 퍼졌을거라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쪽이든 사실 어찌되든 좋은 일이다. 이쪽은 한달에 한번씩 뿔이 돋아나는 좋은 여자랑 동거하고 있다구? 요괴같은건 새삼스러울 정도다.  

 

스...습격해오진 않겠지?


"...저건가?"


이제야 날이 밝아오는 하늘 아래, 다소 낡은 토리이가 눈에 띈다. 토리이라, 예전에 일본 여행 갔을때 본 이래로 처음이로군. 생각해보면 일본의 이세계(?)로 떨어졌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토리이를 보다니... 이상한 기분이다. 마치 해외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그 나라의 명소를 방문한 느낌. 딱히 지금 환상향을 나가는 길은 아니지만서도.


"먼 길 걸어와줬더니, 이젠 계단이냐."


이놈의 신사는 또 꽤나 높은곳에 위치하고 계신 모양이라, 거기를 오르는 계단 또한 더럽게 길었다. 다행인 점은, 그래도 육안으로 신사의 '진짜' 입구가 보인다는 것 정도인가. 아오, 마리사나 케이네는 날 수도 있던데. 난 왜 못 나는거냐고. 


...뭐, 사람이 날지 못하는건 상식적으로 당연한거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분하다. 주로 '마리사도 나는데'라는 부분에서. 어쩔 수 없지. 날지 못하는 보통 인간으로써 겸허한 마음으로 이 계단을 올라가보실까.


"인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오는거야?"


"하?"


한 20계단 정도 올랐을까, 갑자기 누군가에게 말을 걸리고 말았다. 게다가 뭐지, 저 야생의 트레이너 같은 말투는? 왠지 포○몬 배틀을 해야할거 같은걸.


소리가 들린곳, 즉 위를 쳐다보니 소녀는 불경하게도, 그리고 싸가지 없게도 토리이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뿔?"


다른거 다 필요 없다. 갈색 머리카락이 어쩌니 팔에 달린 쇠사슬이 어쩌니 하는 미사여구는 그녀를 표현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뿔. 그녀의 머리에서 좌우로 돋아난 우람한 뿔이야 말로, 그녀를 표현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저정도면, 코미케 회장에서 미아가 되어도 찾기는 쉬울 것이리라...아니, 오히려 어렵...나? 거긴 저런거 많으니. 3일간 열리는 마계라니까, 거긴?


하여간, 케이네의 뿔에 비하면...그렇군, 많이 거칠다. 케이네의 뿔은 굉장히 곧게 뻗어 있는데에 비해, 저 뿔은 여기저기 요철이 많다. 마치 사슴 뿔. 물론, 진짜 사슴처럼 여러갈래로 뻗어져 있진 않지만.


"호? 보는 눈이 있는걸, 인간. 첫눈에 이 뿔의 멋짐을 아는거야?"


"어...그럼!"


일단 뭔진 모르겠지만 그런걸로 칩시다.


하여간,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토리이에서 뛰어내려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키는 나와 비슷한 정도. 나이도 마리사 정도로 보이긴 하지만, 아마 이 여자 요괴일테니 나이는 따져봐야 소용 없겠지. 그나저나, 이 뿔난 년... 이 아침부터 술을 거하게 마셨는지 술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여자애의 달콤쌉싸름한 향기를 기대했던 내 코한테 사과해.


"흐응~ 자세히보니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래보이네~ 너, 이름은?"


"우이하루. 그보다 인간이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다니, 내가 그렇게 난쟁이 같아 보인다는거냐? 아앙?"


아차차, 자격지심이.


"난쟁이? 아아, 소인 말하는거? 에이, 그럴리가 없잖아. 소인은 말야, 이정도라구?"


라고 말하며 뿔녀가 펼친 손바닥 위엔, 놀랍게도 넨도로이드 정도 크기의 그녀 자신이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이거 좀 귀엽다. 어디서 파는거져?


"...가만, 분신?"


"뭘~ 별거 아닌 요술일 뿐이야. 아아, 내 이름은 이부키 스이카! 보다시피, 오니야."


"오, 오니라고?"


일본에서 오니라고 한다면, 꽤나 위협적인 요괴다. 그 위력은 그 북치고 장구치는 리듬게임의 최종 난이도가 '오니'라는걸 봐서도 알수있동!캇!오니데 아소부동!


"헤헤, 놀랐어? 레이무도 그렇고 다른 녀석들도 그렇고 요샌 오니라는것 만으론 놀라지 않더라구~ 그 반응, 그리운걸~"


"허, 허어...그거 다행이구만. 아!"


레이무라는 이름을 듣고 여기에 온 이유를 다시 떠올렸다. 그렇지, 참. 나 여기 레이문지 뭔지 하는 무
녀 만나러 온거였지. 케이네가 점심시간까진 돌아오라고 했으니, 얼른 끝내고 돌아가야지.


...그, '점심시간엔 돌아오렴~'이라고 배웅해줬던 케이네가 어째선지 엄청나게 엄마로 보여서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걔 미혼 맞어? 엄청난 마더 오오라가 풍겼다고. 토리엘인줄 알았다니까.


"거, 스이카라고 했던가? 버스카드 같아서 좋은 이름인거 같긴 한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레이무를 만나러 온거라..."


이전에 여행갔을땐 신세 많이 졌습니다, Suica씨.


"오호, 과연. 기념할만한 첫 참배객이라는거네?"


"그, 그런 셈이지."


딱히 참배할 생각은 없었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다. 온 김에 하고 가도록 할까나.


"조아! 나랑은 사실 별 상관 없긴 하지만, 기념할만한 첫 참배객이고 하니 내가 모셔가도록 하지!"


"모시다ㄴ....우오오오오오?!"


번쩍,하고 내 몸을 들어올리는 스이카. 내 몸이 꽤 가볍다고는 하지만, 조약돌 하나 들어올리는 느낌으로 들어올려지니 쪼매 무섭다. 이게 오니인가... 절대 적으로 돌리고 싶진 않은 요괴다. 그녀가 우호적인 포지션을 취해온게 올해에 깃든 첫 운인가.


"레이무!레이무! 첫 참배객이양~"


"으컼으컼!"


"참배객, 입 다물고 있으라구~ 혀 깨무니까!"


이 케이블카, 흔들림이 장난 아닌뎁쇼?! 게다가 혀 깨물거라고 주의를 듣기 전에, 이미 몇번 깨물었다. 드럽게 아프다.


조금 토할거 같은 느낌이 들던 찰나, 어느새 내 몸은 땅바닥에 내팽겨쳐져 있었다. 이부키 케이블카, 다시는 타지 않으리라. 승객 만족도 0점이라고. 속도는 빠르지만.


"호에..."


나도 모르게 모에단어를 흘려버릴 정도로, 운치 있는 신사가 눈 앞에 있었다. 크다고 하기엔 다소 고개가 갸웃해지는 스케일이지만, 이를 차치하더라도 분위기만큼은 정말로 신사스러웠다. 아니, 신사 맞긴 하지만...


"...뭐야, 뭐? 아침부터 시끄럽게..."


방금 깨어났는지, 하얀 잠옷을 입은채 팔짱을 끼고 나타난 한 소녀. 어... 분명히 아름다운 소녀긴 했지만, 저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기대했던 '고고한 느낌을 풍기는 절세미녀'에선 좀 떨어져 있는듯하다. 오히려 니트에 가깝다.


"레이무, 첫 참배객이라구!"


"하? 참배객이라니, 그런 바보같은 농담을..."


"......(눈물)"


"자, 잠깐. 넌 왜 갑자기 울고 난리야!"


"아, 아니...애처로워서..."


무녀가 참배객이 왔다는 소식을 바보같은 농담으로 취급할 정도면 대체 어느정도로 운영이 안되고 있는거냐고, 이 신사.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려버렸잖아.


"윽... 처음보는 상대한테 동정받고 싶진 않지만... 참배객이라면 적당히 참배하고 가도록 해. 지금은 마침 나름 영험하신 분이 들어서 계시니까, 소원 한두가지 정돈 들어주실꺼야."


나름이라니, 이 무녀 생각보다 불경하다. 그보다 '마침' 이라니. 이 신사에는 신이 여러명 왔다갔다 하는 곳이기라도 한건가?


"그, 그래. 아, 그리고 나 그쪽이 불러서 온거기도 한데."


"내가?...아아, 그렇다면 네가 그 우이하룬지 뭔지 하는 애구나. 마리사한테 들었어. 그럼 참배 끝나면 적당히 기다려줘. 잠시 옷 좀 갈아입고 올께."


"오, 오우..."


레이무가 안쪽에 들어가고, 경내엔 나와 스이카만이... 아니, 스이카는 또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기에 경내엔 나만이 덩그러이 남겨져버렸다. 뭐, 옷 갈아입는다고 하니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고. 적당히 촵촵 굽신이나 해볼까. 맞지? 그 일본에서 참배할때 하는 의식 같은거. 새전 던지고, 종 흔들고, 박수 두번 절 한번. Animu로 많이 배웠다구, 그런거?


"흐음."


얼마를 넣어볼까. 일단 기본적으로 하루 세끼 먹을만큼의 돈은 들고 다니는데. 한...500엔이면 되겠지? 첫 참배기도 하니까, 서비스-서비스-다...조금 낡은 드립이려나, 이거.


차가운 공기에,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오오, 막상 흔들고 보니까 진짜 하츠모데 온거 같다. 시기상 하츠모데가 맞긴 하겠지만... 그나저나,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뭐, 적당히 세계평화 정도로 해둘까.


-짝!짝!


차가운 공기에 울려퍼지는 메마른 박수소리. 으음, 뭘까. 이 묘하게 경건해지는 기분은. 하여간, 세계평화 잘 부탁한다고. 그... 이름 모를 신님. 누가 모셔져 있는진 짜장 모르겠다만.


"흐음."


그나저나, 이 환상향을 지키는 '하쿠레이 대결계'를 지키는 무녀의 신사 치곤 다소 작다. 무녀 혼자서 지키기엔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라, 근데 저건 또 뭐지. 작은 사당 같은게 하나 더 있는데?


"으응...?"


가까이가서 보니, 옆에 팻말로 '수실 신사 분사'라고 적혀 있었다. 수실 신사는 또 어디야. 처음 듣는데...아, 혹시 그건가? 요괴의 산 어딘가에 박혀 있는 또 하나의 신사. 이건 케이네한테 지나가는 말로만 들어서 그다지 기억에 박혀 있질 않다. 거기의 무녀가 가끔 포교하러 마을에 나타난다는 모양인데, 애시당초 마을에 자주 가지 않는 나로썬 그다지 만날 기회도 없는 인물이니 뭐...


"기다렸지?"


"아니, 별로...으엥?"


돌아보니, 레이무가 아까와는 다른 옷을 입고 서있는게 보였다. 저 넓은 소매와 소매의 장식을 보아하니 무녀복인것처럼은 보이는데... 뭔가 파격적인 무녀복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꼽이 보일만큼 짧은 상의에, 소매와 상의가 분리되어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굉장한 무녀복. 코스프레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이게 이 신사의 무녀복인건가... 아무래도 좋지만, 여자애가 배를 차게하면 안좋다고 들었는데, 저 복장은 별로 안좋은게 아닌가 싶기도 한걸.


"뭐야, 그 표정. 귀신이라도 본것마냥."


"아, 아니... 리본 어울리네."


"어머, 안그래도 오늘은 잘 메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보니까 알겠어?"


"퍼펙트해."


엄지를 척 올리며 호응해준다. 실은 1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맞춰봅니다. 좋아하는거 같으니 다행이네요.


"흐, 흐흠. 아무튼,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두가지. 일단 첫번째로 공식적인 이유. 바깥세계에서 흘러들어온 인간에겐, 선택권이 주어지거든."


"선택권이라 하심은?"


"바깥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말 것인가."


"흐음."


하쿠레이 대결계를 관리하는 수호 무녀인만큼, 바깥 세계로 내보낼 수 있는 수단 또한 가지고 있다는 뜻인건가. 바깥 세계라... 환상향에 온지도 몇달이 지나서, 슬슬 익숙해진 참인데.


"...하지만, 직접 만나고 보니 그 선택권은 박탈된 모양이네."


"앙?"


"너, 섞였잖아? 뭐랑 섞인건진 모르지만."


"섞여...?"


무슨 말을 하는건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가, 시야에 비치는 나의 하얀 머리칼을 보고 떠올랐다.


그렇다. 나는 몇달전에 이상한 수정이 가슴에 박히는 바람에 하얀 머리칼 + 사이드 포니테일 이라는 헤어 스타일로 고정 되어버리는 사태에 처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아, 참고로 마계신이 어쩌고 하는건 벌써 거의 다 잊었다. 뭔 개소린지 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섞이면 바깥세계로 돌려보낼 수 없는거야?"


"케이스마다 다르긴 한데... 예를 들어 요괴한테 씌인채로 바깥세계로 나가고 싶은 인간의 경우엔, 내가 씌인 요괴를 퇴치해 주고 내보내주는 식이지. 하지만 넌... 뭐랑인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동화되어 있는 모양이네. 그것도 내 힘으론 어찌 할 수 없는 부류."


"엣, 그럼 나 못나가는거야?"


"그렇지. 포기하도록 해."
"에엥... 그럼 그러지 뭐."


"...의외로 받아들이는게 빠르네?"


"굳이 나갈 이유를 찾는게 더 힘든걸 뭐."


이렇게 성공적으로 탈조센을 했는데 다시 돌아가라고?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그나저나, 내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거지? 마리사한테도 말한 적이 없는데다가, 심지어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 '직접 만나고 보니'라고 말한걸 봐서 나를 보고 알아챈거 같은데. 머리색때문에 그런건가? 라고 생각하기엔 이 환상향엔 어메이징한 머리색이 너무나도 많다. 어떻게 안걸까. 감이려나?


"그럼 뭐, 공식적인 용무는 끝이고. 다음은 내 개인적 용무. 너, 향림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지?"


"그런뎁쇼?"


"혹시 이 물건이 뭔지 알 수 있을까? 마리사랑 같이 왔던 캇파가 흘리고 간 물건인데, 캇파의 물건은 아닌거 같아서."


라고 말하며 레이무가 내민것은.


"...내 폰이자녀?"


그렇다. 잡스의 유산이었다.


"에? 폰...? 그보다, 이거 네거였어?"


"다소 기스가 더 생겨 있긴 하지만, 케이스도 그렇고 그 기종도 그렇고, 내꺼 맞는거 같은데?"


"케이스...? 기종...? 아, 아무튼 네 물건이란 말이지? 그럼 왜 그 캇파가 가지고 있었던거람?"

 

레이무(은)는 혼란에 빠졌다!


"그 캇파라는거 혹시 카와시로 니토리 아냐?"


"그랬던가? 그런 이름이었던거 같기도 하고."


"빙고로군. 내가 빌려준거야."


이 환상향에 온 직후에 만난 캇파, 카와시로 니토리에게 마을까지의 길을 안내받은 댓가로 이 폰을 넘겨줬던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내가 짠 코드보다 훨씬 unstable한 말투를 지니고 있었으니... 기억하고있다라기 보단, 기억 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지도.


그나저나, 이렇게 돌고 돌아서 다시 내 손에 돌아올 줄은 몰랐는걸. 어디보자, 들어올리는 없지만 전원은... 어라? 베어문 사과가 화면에? 무슨 방법으로인진 모르지만, 배터리 충전을 해놓은 모양이다. 신기한걸... 권외인건 매한가지지만.


"...에휴, 팔려고 했는데 이래선 돈도 못 받겠는걸. 남 좋은 일만 해줬네."


"어? 돈 필요해? 찾아준 사례금 줄까?"


오늘의 우이하루씨는 지갑에 돈이 좀 있답니다. 린노스케는 고용주로썬 정말 최고라니까.


"됐어. 신년이고 하니 서비스인걸로 해줄께. 그럼 내 용무는 끝. 돌아가...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싶지만?"


"기왕 온김에,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던지?"


"그러던지?"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지. 케이네는 점심때까지 돌아오라고 했지만, 그 '점심때까지'의 남은 시간은 꽤 된다. 차 정도는 마시고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이런 미소녀 무녀가 태워주는 차인데.


...사실, 그다지 맛있게 태워줄거 같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오...이런 공간이 있었군."


신사 뒷편으로 가니, 평범하게 사람 사는 공간이 떡하니 있었다. 신사의 뒷쪽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던건가... 아니면 이 신사만 그런걸까? 잘 모르겠는걸. 애시당초에 신사를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본적이 있었어야지.


"적당히 앉아있어. 코타츠 위에 있는 귤, 먹어도 되니까."


"그러지 뭐."


레이무가 안쪽의 공간...아마 주방이 있는 쪽으로 들어간 사이에, 코타츠에 다리를 넣어본다. 오오, 이것이 그 Japanese 난방기기... 케이네네 집엔 없었단 말이지, 코타츠. 반인반수라 추위엔 강하다는 이유로 장만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뭐, 나도 이 수정이 박히고 난 뒤엔 왠만해선 추위나 더위를 느끼질 않게 됐으니 굳이 필요는 없지만.


...전기 코타츠가 아닌데도 안이 따뜻한 이유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미지의 기술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생각하기도 귀찮다고, 이 세계.


"오?"


뭔가 방 구석에, 이상한 상자가 눈에 띄었다. 장난감 망치같은게 얹어져 있는 상자였는데, 묘하게 화려하다. 뭐지, 레이무의 돈 상자라도 되는걸까. 그런거라면 상당히 조심성이 없는걸.


...조, 조금만이라면 봐도 되겠지? 레이무의 재정사정따윈 사실 아무래도 좋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저런 화려한 상자는 열어보고 싶어진단 말이지. 게이머의 본능이라니까. 마치 항아리가 있으면 깨보고 싶은 그런 류의.


상자를 살며시 들고 코타츠 위로 옮긴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묵직하네. 느낌상 안에 뭔가 안에 들어있는거 같은데... 기분 탓인지, 상자 안쪽에 있는 무언가가 움직인거 같은 느낌도 드는걸.


"어디어디...?"


"호에?"


"호에?"


상자를 열자, 어째선지 숏컷의 여자아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진짜로 왠 여자애가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크기는 아까 스이카가 보여준 분신의 크기...보다 조금 큰 정도인가. 묘하게 화려한 옷을 입고 있어서, 일본인형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넌 누구야? 레이무는?"


"레이무라면 차 내온다고 안에 들어갔는데. 난 여기 참배객. 우이하루라고 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것 뿐이지만, 일단 틀리진 않았다.


"헤- 이런 신사에 참배객이라니, 별나네."


"...그거, 레이무가 들으면 좀 위험한 이야기지?"


"불같이 화낼껄?"


"으응...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네 이름을 물어도 될까?"


"? 마지막이라니? 아, 나는 스쿠나 신묘마루우우우아아아아악!!!"

 

굉장히 임팩트 있는 이름인걸, 스쿠나 신묘마루우우우아아악이라니.


"이런 신사라니, 무슨 뜻인걸까 꼬맹이~?!"


"흐에에에에에에에엑!!!"


아, 저거 본적 있어. 진○의 거인에서 여자 거인이 사람을 저렇게 빙빙빙 돌렸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나저나, 레이무...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하나 나쁘다고 해야하나.


"그, 그쯤 해두는게 어때?"

 

쟤 표정이 위험해. 저거 토해. 토한다구.


"...뭐, 그럴까. 그보다, 나는 딱히 상관은 없는데 말야. 남의 집에서 멋대로 물건에 손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죄송합니다..."


화내면 굉장히 무서운 여자였다. 레이무는.


"우에...속이..."


가까스로 코타츠 위에 안착한 신묘마루는 살짝 위험한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괜찮은거냐고, 저거.


"차 식겠다. 얼른 마셔."


"오, 땡큐."


레이무가 가져다 준 센베이를 하나 줏어먹고, 찻잔을 들어 향을 맡는다. 으음, 나쁘지 않은걸. 고급인지 아닌지는 차알못이라 잘 모르겠지만.


"너,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라니?"


"바깥 세계에는 나가지 못하니, 결국 여기서 죽을때 까지 살아야 하는거잖아?"


"그렇게 되겠지. 뭐, 듣자하니 나 말고도 바깥 세계 출신인 사람들이 몇명 살긴 한다며?"


그 숫자는 얼마 안되고, 그나마도 다들 아재들 밖에 없어서 나랑은 대화가 통할거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애시당초, 꽤 옛날에 환상들이를 했던 모양인지라 그냥 평범한 인간 마을 주민 A,B 정도가 되어 버린 상태더라.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넌 아예 케이스가 다르다고 할까... 그건 아무래도 좋나.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


"어떻게 라고 말씀 하셔도 말이지..."


코타츠 위에 앉아서 햄스터마냥 깨작깨작 센베이를 먹고 있는 신묘마루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얘 엄청 애완동물 같네... 우리 집에도 하나 키워볼까. 케이네가 싫어하려나?


...아니, 이런 생각이 아니라. 장래의 대한 생각 말이지.


"글쎄다. 그냥 지금처럼 향림당에 눌러 앉아서 일할거 같은데."


지금 환상향에 흘러 들어오는 물건의 기술력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몇년간은 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보이니까. 그 뒤엔...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 그래준다면 나야 고맙지. 괜한 말썽은 피하고 싶으니까."


"...으응? 나같이 평범한 인간이 댁같은 수호무녀의 손이 갈 정도로 말썽을 피울거 같진 않은데?"


"과연 그럴까? 적어도 내 눈에는, 네가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 정도로 보이는걸."


"에엑...너무한데."


그것도 처음보는 상대한테 말야. 무례하긴.


"보아하니, 너는 우선 네 자신이 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보여. 뭔지도 모를 힘은 가지고 있는것 만으로도 위험하니까."


"...흠, 그 말은 일리가 있어 보이네."


그러고보면 그때 그 러브돌 사건이 일단락 된 이후론 앨리스에게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다. 일이 바쁜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기가 꺼려져서.


뭔지도 모를 힘은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위험하다...라. 틀리지 않는 말이다. 난 생각보다 안일하게 내 가슴에 박힌 이 수정에 대한걸 넘기고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신묘마루 얘 귀엽네. 진짜 키우고 싶다.


"얘얘, 너 우리 집에서 살래?"


"호에?"


"허억."


저 센베이를 입에 물고 올려다 보는 저 얼굴이라니. 그르르르 못참겠다 로빈!


...아니, 참을거긴 하지만.


"이야기 하다 말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너는..."


질렸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는 레이무. 그러고보니 이야기하던 도중이었지.

 

"....."

 

...아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할 일이 정해졌다면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지.


"차 잘 마셨어. 이제 가볼께."


"그래그래. 잘가. 다음에 볼땐 퇴치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네."


"...새해부터 무슨 무시무시한 소리를..."


"농담이야. 새해 복 많이 받아."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신묘마루쨩도."


"에? 아, 응."


...뭐지 저 미묘한 반응. 나 살짝 미움받은건가.


하여간, 여기서의 용무는 끝났다. 아직 점심시간 까지는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앨리스한테 한번 가봐야하니까, 좀 이르지만 집에 한번 들리자. 적어도 케이네 한테 말은 해놓고 가야하지 않겠나.


...완전히 엄마한테 친구 집 놀러간다고 보고 하고 집을 나서는 꼬맹이같은 포지션이 되어버렸다고 느끼는건 아무래도 착각은 아니겠지.

 

 

 

 

 

 

 

 

 

 

 

 

 

 

 

 

 

 

 

 

 

 

 

 

 

 

 

 

 

 

 

 

 

 

 

 

 

 

 

"...아직 마법을 한번도 안써봤다고?"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는 앨리스. 

 

마법의 숲, 앨리스 마가트로이드의 자택. 케이네한테 '엄마 친구집에 놀러 갔다 올께요'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해버리는 굉장히 쪽팔리는 경험을 한 직후에 찾아온 곳은 바로 여기였다. 참고로 케이네가 이 말을 듣고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래, 해지기 전엔 돌아와'라고 쓴웃음과 함께 배웅해주는 바람에 쪽팔림은 배가가 되었었다.


"애시당초에 마법이라는게 뭔지도 모르는걸. 책에서나 봤지."


그러고보면 마리사는 자신을 '마법사'라고 자칭하던데, 정작 그 '마법'이라는걸 쓰는 모습을 봤을때 마법사보단 연금술사에 가까워보였더랬지. 완죤 마리사의 아뜰리에였다구.


그나저나, 왜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짓는거람. 이 가스나는. 얘도 내가 바깥 세계에서 온 인간인걸 잘 알텐데.


"으응~... 왜일까. 내 예상으론, 한번 이상은 무의식적으로 마법을 써도 이상하지 않은데."


"내 머리에 번개모양 흉터가 있었다면 아마 썼지 않았을까 싶은데. 마법."


"? 무슨 이야기?"


"아무것도 아니야."


넌 마법사란다, 해리.


"하여간, 오늘 찾아온 용건은 뭐야? 몸에 이상이 있어서 온건 아닌거 같은데."


"새해 인사겸, 이 가슴팍에 꽂힌 수정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슬슬 마주해야겠다 생각해서 말야."


솔직히, 그때 한번 설명을 듣긴 했지만 하나도 이해를 못했으니까 말야. 아니, 이해를 못했다고 하기보단 이해를 스스로 거부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 나도 사실, 신경쓰여서 얼마전에 마계에 한번 다녀왔었어. 거기서, 어머니께 여쭤봤지. 어떤이유로 그 머리 장식을 내게 맡겼는가. 어째서, 그런 강대한 힘을 바깥 세계의 인간에게 부여했는가에 대해서 말야."


"......"


꿀꺽, 하고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수정이 가슴에 박힌 그 날, 앨리스가 내게 '신 비슷한 무언가'가될것이라 이야기 해준것만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마계의 신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 수정을...?


"근데 그게, 기억을 못하시더라니까."


"......?"


순간 머리가 공백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비유하자면, 사신이 잔뜩 나오는 만화에서 항상 누군가가 뒷치
기를 준비하는 장면이 나올때에 생기는 빈 공간 정도로. 뭐...라..고?


"나중에 되서야 기억을 해내셨던 모양이긴 한데, 결국 이유는 가르쳐주지 않으셨어. 뭐, 그렇게 기억해내는데 오래 걸리실 정도면, 그냥 변덕으로 만든 심심풀이에 불구했던거겠지."


쓰게 웃는 앨리스. 그 웃음을 보아하니, 그런 '변덕'을 자주 보아왔던 모양이다.


"사람을 신 비스무리한 무언가로 바꾸는 머리장식이 심심풀이라고...?"


"어머니는 마계의 창조신이시니까. 그정도 만드는건 딱 그 수준이었을거라고 나는 짐작하고 있어. 어찌됐던간에, 나로썬 그 밑바닥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량의 마력을 지니신 분이니까 말야."


"흠..."


여태까지 별 생각 없긴 했지만, 어찌됐던 그 앨리스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신은 말 그대로 마계의 지쟈스이니까... 어디 지쟈스처럼 지 마음에 안든다고 막 홍수내고 이런게 아닌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앨리스 마마쪽이 훨씬 낫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아까전에 마법을 무의식중에라도 안쓰면 이상하다고 한건 무슨 뜻이야?"


"아아, 그게... 어머니 말씀으론, 그 수정은 매우 강력한 마법 보조 장치이기도 하다고 하셨거든. 숙주가 생각한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 스스로 술식을 짜주고, 발동시켜주지. 그런 메커니즘이라면 무의식적으로라도 한번 정도는 마법을 쓸거라고 생각했었거든."


"헤..."


이거 그렇게까지 편리한 물건이었단 말야? 몰랐네.


"난 네가 날 찾아왔길래 처음엔 그런 이유 때문인줄 알았는데."


"그건 어쨌든, 결국 뭐야. 내가 마법을 쓸려면 그냥 생각만 하면 된다는거야?"


"듣기로는 그렇다는데. 나도 자세히는 몰라."


최소한 내가 쓰는 마법과는 메커니즘이 전혀 달라, 라고 덧붙이며 홍차를 한입 마시는 앨리스. 그나저나, 앨리스의 말을 듣고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아니, 와닿지 않는다기보단 저 말이 진짜인지도 의심이된다. 뭣보다, 나만큼 마법을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도 없을거다.


뭐? 알지도 못하는 힘을 쓰는 위험한 짓은 하지 않을거라고 내가 말했다고? 그럴리가.


하여간, 앨리스의 말대로 내가 '마법을 쓴다'는 마음을 먹는것 만으로도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앳저녁에 썼을 것이다. 그렇다면, 앨리스 마마는 앨리스한테 거짓말을 했다는건가?

 

...아니, 그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심심풀이로 지나가는 인간 남캐를 신 비스무리하게 만드는 정신나간 신님이다. 그런 부분에서 정보를 제한할거라는 생각하진 않는다.


뭐가 어찌됐던간에,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수확이 있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역시 한번 써보고 싶네. 마법.


"흠, 마법이란거 한번 써보고 싶은데."


아차, 미련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어떤 마법을 써보고 싶은데? 아, 미리 말해두지만 인형술은 안돼. 가르치기 힘들다구, 이거."


"어...그럼 그건 다음 기회에."


딱히 인형술같은거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나중에 예의상 한번 더 물어보도록 하자.


"막 불이나 물같은거 날리고 그런거 있잖아. 투콰쾅- 하는거."


"원소마법 이야기하는거니? ...흠, 그거라면 나보다 잘 아는 마법사가 한명 있긴 해."


"호?"


"음... 마침 잘됐네. 우이하루, 홍마관에 한번 가봐. 거기라면 마법 배우는데에 도움이 될거야."


"...홍마관이라면, 그 흡혈귀 저택 말하는겨? 위험하지 않아?"


저번에 먼 발치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데... 엄청 수상해 보였다구, 거기. 소문을 들은 후에 봐서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뭘, 네 신체 능력이면 죽어서 나오진 않을거야."


"......굉장히 불안해졌는데요, 그 발언 덕분에."


"물론 가고 말고는 네 자유야. 난 어디까지나 추천을 해줬을 뿐."


으으...쉬불년...지타같이 생겨가지곤 갑자기 발을 빼다니.


...하지만, 홍마관이라. 불길해보이긴 했지만 가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었던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지. 게다가, 거기 흡혈귀 이명이 '영원히 어린 붉은달'이래잖아. 중2병 소녀 구경만큼 안쓰럽고 즐거운 것도 없다구. 뭣보다 귀엽잖아.


좋아. 지금 딱 점심시간 지난 타이밍이니, 놀러나 가볼까? 지금 미뤄버리면 나중에 또 귀찮다고 안가게 될거 같으니까.


"차 잘 마셨어."


"벌써 가니?...아참, 우이하루. 이거 가져가."


"?"


앨리스가 자기 인형이 들고 온 천가방을 내게 넘겨준다. 뭐야, 이거. 선물? 내 생일 아직 멀었는데.


"넌 바깥 세계 사람치곤 너무 평범하게 입고 다니는거 같아서 말야. 바깥 세계 옷을 좀 만들어봤어. 혹시 괜찮다면 입어봐."


"오...고마워, 앨리스. 이거 직접 만든겨?"


"당연하지. 이정도는 보통이잖아?"

 

의복을 만드는게 보통이라니, 대체 어느나라 여자의 기본 소양인거냐.


"...하여간 잘 입을께."


새해 선물정도로 생각하면 되려나. 고맙게시리. 나중에 무연총에서 인형관련 물품을 주으면 바로 얘한테 가져다 줘야겠다.
앨리스의 집을 나서고 나니, 하늘에서 새하얀 결정이 떨어지는게 보였다. 호오, 올해 첫눈인가? 많이 안내리면 좋겠는데. 눈이라는거, 쌓일땐 괜찮은데 녹을때가 좀 짜증난단 말이지. 다니는 길이 대부분 흙길이다 보니, 녹았을때의 그 질퍽거림은 극혐이다.


아참, 그나저나, 무슨 옷을 준걸까? 바깥 세계 옷이라고 했으니, 정장이나 캐주얼한 부류의 그런 옷이려나? 인형사 정도 되시는 분이니, 적어도 패션 테러는 일으키지 않았겠지.


"......"


우째서 치마가 가방 맨 위에 계시죠. 그것도 꽤 짧은데.


...내가 몇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남자다. 여자 옷이 어울리고 스스로도 패션으로써 여자 옷을 입고는 있지만, 그래도 남자다. 지난번에 케이네랑 같이 인간 마을을 걷고 있자니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우리보고 '어머, 언니랑 물건 사러 나왔니?' 라는 질문을 받은적도 있지만, 그래도 남자다. 그런데 새해선물로 여자 옷을 받아버리면, 아무리 그래도 좀 침울해진다. 성 정체성의 핀치라구.


...아니 가만, 있어봐... 내가 앨리스한테 내 성별을 밝혔던가? 설마 날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뭐, 됐다."


하기사, 이제와서 돌려주기도 뭐하긴 하다. ...뭐가 어쨌던간에 내가 여자 옷을 입는것 자체는 변함 없으니까. 


하여간, 선물이 뭔지도 확인했으니 이제 홍마관으로 가보실까. 이 옷들은... 흠. 딱히 무겁지도 않고, 그다지 걸리적거리지도 않으니 그냥 들고 가야겠다. 집에 들리기 귀찮기도 하니까... 그럼, 출발해볼까.

 

 

 

 

 

 

 

 

 

 

 

 

 

 

 

 

 

 

 

 

 

 

 

 

 

 

 

 

 

 

 

 

 

 

 

 

 

 

 

 

 

"...이 저택, 습기 대책은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낮이라 안개는 끼지 않았지만, 호수 근처이니 새벽만 되면 안개가 자욱하게 낄게 눈에 선하다. 분위기야 살겠지만, 살기엔 그다지 좋은 위치 선정이 아닌걸로.


하여간, 현재 위치는 홍마관 정문.


먼 발치에서 봤을때는 그냥 수상해 보이는 저택 정도의 인상밖에 없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수상해보이는 저택으로 그 레벨이 격상했다. 로○ 메이든이라도 튀어나올것만 같은 정원이 창살 너머로 보이고, 그리고 그 끝엔 붉은 벽돌로 지어진 붉은색의 서양식 저택이 하나.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건물이 폐가처럼 낡고 헤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돈되어 있다. 벽에 종종 보이는 담쟁이넝쿨이나, 문외한인 내가 봐도 정성스레 관리되고 있는 정원등을 보고 있자면... 그래, 이 건물은 마치 영국의 늙은 집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굳이 말하자면, 월터. 그 와이어 휘두르는 미친 집사 말야. 딱 그 느낌이다. 음, 내가 생각한거지만 굉장히 적절한 비유야.


하여간, 그 늙은 집사같은 저택 앞. 어째선지 졸고 있는 한명의 소녀가 있다.


키는 케이네와 비슷한 정도일까. 용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별모양의 브로치가 박혀 있는 베레모와, 녹색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있는 붉은 머리의 그녀는 누가 봐도 진한 짜장면의 냄새가 났다.


아 참, 짜장면 자체는 중국에 없었던가. 그럼 진한 춘장의 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이 포지션, 그리고 어딘가 동질감이 느껴지는 '근무 중 취침'같은 쪽잠. 일-단은, 문지기라고 생각해도 될련지. 그러고보니 이 저택에 문지기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흐음. 문은 굳게 닫혀 있긴 하지만, 이정도 높이라면 어떻게든 뛰어 넘을 수 있을거 같은걸.


그렇다면...깨우는것도 미안하니, 이 장면에선 깨우지 말고 살며시 입장을 해보도록 할까.


"...웃."


오우오우오우, 이 여자. 침흘리면서 자고 있잖아. 이 보는 사람조차 부러워 질 정도의 숙면이라니. 아까전에 쪽잠이라고 표현하는데 사용된 칼로리를 돌려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으으으으으으윽, 정신병이 도진다...! 깨우고 싶어! 미친듯이 깨우고 싶다! 하지만, 깨우면 귀찮아질거 같으니 참아야...!


"후헤-"


"아."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굉장히 바보같은 미소를 짓는 중화소녀. 그 모습, 그야말로 내 망설임에 쐐기를
박았다.


"그르르르르 못 참겠다 로빈!"


간다! 근무중에 병사가 자는걸 발견한 간부가 그 병사의 얼굴에 랜턴을 비추는듯한 펀치! 그/아/아/앗!


-팍!


"엥?"


하지만 내 주먹은, 어째선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막혀 있었다. 아니...정확히는, 내가 깨우려고 했던 상대의 손에 의해. 설마 깨어있었던건가?


"후헤헤-"


"....."


그건 아닌거 같군. 저 어디사는 물의 여신님같은 바보같은 웃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채다. 잠결에 막
았다...? 아니, 그럴리가.


어...그나저나, 얼굴을 친다고 점프해서 펀치를 날렸다가 잡힌 상태라, 꽤나 무방비한 상태로 붙잡힌 상태인걸. 마치 클리프행어마냥 잡혀 있다구.


....위험한거 아닌지?


-슈우우우욱!


"이런 시불장."


마치 기계처럼, 그리고 마치 로켓처럼 쏘아진 소녀의 정권을 온몸을 틀어 간신히 피한다. 완전히 피하진 못해서, 배쪽 부분의 옷이 찢어져버렸지만, 맞는거보단 한 50배 낫다.


저 준비거리로 이정도 파괴력이라니, 이게 중국 권법이라는 건가! 엄청 쌘데? 양손이 묶인채로 묶여 있던 나무를 박살낸 그 신부 이야기는 아무래도 허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이런 소리를 할때가 아니지
.
"좀 놓으라...고!"


양 발을 소녀에게 올리고, 힘을 줘 간신히 그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얼굴은 여전히 취침상태지만, 자세는 그렇지 않았다. 완전히 전투태세. 이 가슴에 박힌 수정... 어... 마신...뭐? 하여간, 요거 덕분에 신체능력이 대폭 향상된 상태인데도 이정도라니. 아니, 신체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더라면 이미 미국 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웅-웅~


"....하?"


대체 누구여, 이런 중요하고 페이탈한 타이밍에 문자를 보내는 놈은.


...가만, 여기 권외 아니었나? 왜 문자가 오는거지?


"????"


잡스의 유산을 꺼내들고 화면을 켜자, 문자는 아니고 푸쉬 알림이 와 있었다. 꽤 오래 인터넷에 연결 하지 않았을테니, 게임 알람일리는 없다. 


- 권법 2가 인스톨 되었습니다 -


"...2?"


일단 뭔가 수상한게 깔렸다는건 넘어가더라도, 왜 2인건데? 그렇게나 콩을 까지 말라고 누누이 알려줬거늘.
일단 뭔가 수상한게 깔렸다는건 넘어가더라도, 왜 2인건데? 그렇게나 콩을 까지 말라고 누누이 알려줬거늘.


아차, 나도 모르게 두번 생각하고 말았잖아.


"에엥?"


잘보니, 권외였던 전파표시등은 점이 5개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옆에는 'SHINKI'라는 의미불명의 네트워크 사업자명이. 심지어 배터리 표시는 완전히 사라져 있다. 대체 내 폰에 무슨 일이 일어난겨?


-츠즈즈즛!


"!"


땅이 갈리는 소리. 고개를 들어보니, 멍청한 표정의 중화소녀가 내 목에 손날을 꽂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 기세는, 진심으로 날 죽이려고 하고 있다. 이 속도, 이 거리. 피하는건 아무래도 무리인걸로.


그 때, 머리속에서 무언가 스위치가 켜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고...


"끼요오오옷!"


나도 모르게, 소녀의 손목에 오히려 달려들고 있었다. 미친건가, 나는!


-투웅!!콰아아아앙!!!


"헤?"


정신차려보니, 내 몸엔 아무런 생채기도 없고 오히려 소녀쪽이 저 멀리로 날아가 담벼락에 쳐박혀 있었다. 그리고 내 자세...이거, 뭐였더라. 철산고라고 하던가? 그 가노토토스나 그라비모스가 쓰는 기술. 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평생 배워본적도 없는 기술이 이렇게 한순간에 나오다니, 우연으로썬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내전생이 수룡이나 개룡이었다면 또 모를까.


"...죽었나?"


원래부터 자고 있긴 했지만, 벽에 쳐박힌 꼬라지를 보니 확실하게 기절한 모양이다. 그보다, 대체 담벼락이 얼마나 두껍길래 담벼락이 무너지지 않고 쳐박힌걸까. 이게 설마했던 코믹 역장인지 뭔지의 영향인건가...!(뻥)


...뭐, 뭐가 어찌됐던. 결과적으로 일단 문지기를 물리쳤으니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지?


"읏차."


가볍게 철창문을 넘어 저택 안에 발을 들인다. 어디선가 실장석...아니, 취성석이 기어나와서 "똥닌겐상, 세레브한 와타치에게 콘페이토를 헌납하는거테치" 라고 말할법한 느낌의 세레브한 정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굉장히 더러운 느낌이 나는걸. 어째서일까. 으음, 인터넷에서 그 시리즈를 보지말걸 그랬어. 뇌가 오염된거 같애.


"그나저나 비싸보이는 저택이구만."


나도 모르게 감상이 튀어나올만큼, 몇번을 봐도 분위기 있는 저택이다. 뭔가 튀어나올거 같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씻어지질 않지만... 그래. 무서울정도로 예술적이다, 라고 표현하는게 가장 맞아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저택에 발을 들이는데, 배 부분이 찢어진 옷을 입기엔 아주 약간이지만 저항감이 있군. 앨리스한테서 받은 옷이 있으니 어디 으슥한 곳에서 갈아입고 가야할거 같다. 이 찢어진 옷은... 일단 가지고 있다가, 앨리스한테 수선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할까. 내가 산 옷이면 그냥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이 옷... 케이네한테 받은 옷이란 말이지. 버릴 수야 없지. 찢어진걸 케이네한테 보이고 싶지도 않고.


"...*sigh*"


적당한 곳에 가방을 내려놓고 안을 들여다보자 마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건 마치, 서코 가면 자주 보이는 코스옷이 가득 들어 있는 캐리어를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물론 다들 코스옷보단 정상적인 디자인이지만...


나 참, 흡혈귀에 저택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한게 옷갈아입기라니... 정말 얼빠진 이야기로군. 하여간,그놈의 '마법사'를 보러 가는건 조금 미뤄야할거 같다. 우선 옷을 갈아입을 곳 부터 찾아볼까.

 

 

 

 

 

 

 

 

 

 

 

 

 

 

 

 

 

 

 

 

 

 

 

 

 

 

 

 

 

 

 

 

 

 

 

 

 

 

 

 

 

 

 

 

 

 

 

 

 

 

 

 

 

 

 

 

 

 


 

잡스의 유산

 

우이하루의 아○폰. 

우이하루 본인은 아직 모르지만, 마계신의 상징에 연결되어 그 자신의 능력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 되었다. 덤으로 배터리도 무제한. 최고다.

 

 

 

 

하쿠레이 레이무

 

환상향의 수호무녀. 짱짱 쌔다. 참배객이 안오는 사실에 대해 최근에 해탈했다.

 

 

 

이부키 스이카.

 

하쿠레이 신사 식객 1. 항상 취해 있다. 주정뱅이.

 

 

 

스쿠나 신묘마루

 

하쿠레이 신사 식객 2. 소인. 짱짱 귀엽다. 키우고 싶다. 화나면 바늘로 찔러온다.

 

 

앨리스 마가트로이드

 

마법의 숲에 사는 인형사. 우이하루와 마계 사이를 잇는 유일한 존재.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우이하루가 찾아 왔을땐 내심 좋아했다. 얘들이 내 대신 싸워요.

 

 

홍 메이린

 

오늘도 주무시는 홍마관의 문지기. 우이하루에 의해 벽에 쳐박혔는데도 아직 잘 자고 계시다.

우이하루에게 자면서도 달려든 이유는, 몸이 멋대로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움직인 것. 

 

 

 

 

 

 

 

야쿠모 란

 

주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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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붕괴 2016.03.26. 10:54

나왔다!!!!!

오랜기다림끝에 드디에 찾아온것일까나-

랄까,(웃음)

나쁘지않군요 볼만합니다 

창작판에서 유일한 소설이다보니 기대된다면 기대될수밖에없는 작품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