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노래-1

라울 샤니 | 조회 수 91 | 2016.05.28. 22:30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난 할 일이 없었다. 세계적인 음악가였던 아버지와 같이 바쁘게 해외로 투어를 갈 일도 없어졌고, 그렇다고 내가 자진해서 투어를 간다거나 할 마음도 없었다.

 계속해서 요구가 쇄도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글쎄.

 애초에 돈은 이미 썩을 만큼 많았고, 무엇보다 나는 아직 17살 밖에 안 된 어른이라기엔 애매한 나이였다. 

 나에게는 음악에 대한 특별한 열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있었다.

 그 시기의 나는 세계의 모든 음악을 알고 싶은 마음에 지체없이 밀라노의 저택을 처분하고, 유럽 밖의 음악을 찾아 길을 떠났다.

 언어의 장벽을 만나기도 했으나 나도 몰랐던 언어의 재능은 나를 힘껏 도와줬다.

 한국의 판소리와 탈춤, 일본의 능악과 분라쿠, 중국의 경극 등 동아시아의 음악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아버지로부터 음악에 관한 재능만은 넘치게 물려받은 건지, 그 모든 음악들을 짧은 시간 만에 어느정도는 배웠고, 그 순간순간은 나에게 있어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게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금 유럽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게 된 유럽은 언제나와 같이 나를 맞이했다. 

 내가 없던 8년이라는 세월은 고집 센 노인같았던 유럽의 풍경을 조금은 바꿔놓았다. 나는 즐기는 마음으로 밀라노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처없이 걷던 도중, 골목길 한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서점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정말로 초라하고 볼품없어 보였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서점으로 들어갔다.

 "계십니까~."

 약간 삐걱이는 문을 열며 들어가자 문풍경이 신비로운 소리를 내며 딸랑거렸다. 음악가의 기질이 발동한 나는 잠시동안 귀에 남은 그 소리를 음미했다. 

 하지만 소리가 조금 독특했다. 뭐라고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으음- 풍경이 내는 소리라봐야 다 비슷비슷한데.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안쪽에서 누군가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온 사람은 짧은 금발을 가진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묘한 매력의 미녀였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런 실내에서도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 정도?

 "어머, 손님이신가요? 뭐 찾으시는 거라도?"
 다시 보니 옷도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위아래로 뚫어져라 쳐다보자 헛기침을 하며 다시 물었다.

 "흠,흠. 손님이 아니시라면..."

 그리곤 당장 내쫓을 분위기였기에 나도 모르게 바로 대답했다.

 "아, 그, 저기, 책을 좀."

 그렇게 말하고 옆 책장으로 다가가자 그제서야 좀 누그러진 모습으로 "조심히 읽어주세요. 다 오래된 것들이니까요."라고 말하면서 입구 옆에 있던 흔들의자에 가 앉았다.

 다시 보니 이 곳은 골동품점인 것 같았다. 바깥에서도 보였던 고서들을 비롯하여 안쪽에는 동서고금의 골동품들이 빼곡히 모여있었다. 그런데 안이 이렇게 넓었던가?

 나는 책장에서 여러 책들의 고풍스러운 표지를 구경하다가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환상의 소리를 찾아서'

 왠지 그 제목이 방금 전의 풍경 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그 책을 뽑아 앞표지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겠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나의 새로운 운명이 시작된 것처럼.

 나는 강한 끌림으로 그 책을 들고 주인에게 가서 계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주인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돈은 받지 않아요."

 "예?"

 순간적으로 무슨 얘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럼 뭘로 지불해야 되는 거지? 이렇게 보여도 여기 사실 회원제 샵 아니야?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달릴 때 주인아가씨가 뭔가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 이름을 써 주세요."

 조그만 나무판에 목탄이었다.

 "역시 회원제 샵인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값 대신에 이름을 받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이젠 더 생각하는 것도 지친다. 나는 목탄을 받아들고 나무판 위에 내 이름을 썼다.

 "안토니오...사르노 씨? 후훗."

 하다하다 이젠 사람 이름가지고 장난치는 건가. 왠지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굉장히 편한 느낌이 들었다. 화난다던가 하는 느낌이 아닌 조금씩 간지러운 장난치는 느낌.

 내가 책을 들고 밖으로 나갈 때, 등 뒤에서 주인이 살짝 말한 말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그럼, 환상에서 봐요."

 

 

 

 

 

 

 

                                                                                      

여기 창작판 보는 브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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