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노래-2

라울 샤니 | 조회 수 65 | 2016.06.08. 01:13

그 책은 확실히 묘한 구석이 있었다. 언어도 뒤죽박죽이었고 무엇보다 내용이 

'만드라고라의 비명과 사람의 생명력에 관해', '메아리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것들'

'밴시의 울음소리에 관한 기록', '움직이는 악기들'

이런 삼류 판타지도감같은 것들 뿐이었다. 심지어 내용도 쓸 데 없이 디테일해서 왠지 모르게

믿음도 가고, 정말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책을 반쯤 재미로 넘기던 나는 유려한 필체의 프랑스어로 써진 페이지를 봤다.

'프리즘리버 가문'

이제서야 제대로 된 음악가 가문이 나오는 건가-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 페이지를 읽어내려갔다.

 

"...하여 프리즘리버 백작은 4명의 딸을 얻는다. 그는 가문을 이을 아들을 바란 적도 있었지만

4명의 딸과의 떠들썩한 생활은 그에게 큰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태생이 예술을 사랑하는 

예술가적 기질이 있던 프리즘리버 백작은 4명의 딸에게 음악을 가르쳤고, 딸들은 모두 얼마 

안 있어 훌륭한 음악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딸들이 성장함과 동시에 프리즘리버 가문에 암운이

드리웠다. 프리즘리버 백작은 치료가 불가능한 심장병에 걸렸고, 그와 동시에 온갖 주술적인 

것들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가세는 빠른 속도로 기울어져 갔고, 마침내 그는 백작이라고도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그 상황에서 백작부인은 한 가지 결단을 

내리는데, 이미 어엿한 음악가로 성장한 딸들을 자신들의 친척들에게 입양보낸 것이다.

친척들은 그 결정을 받아들였고, 딸들은 집을 떠나갔다. 3명만 남은 저택에서 백작부인은 

광기에 물든 남편을 죽인 뒤 자신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남은 1명은 언젠가 돌아올지 

모르는 백작부인을 기다리기 위해, 혹은 나가버린 딸들을 기다리기 위해 계속해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한다...."

 

이런 내용에 프리즘리버 가문이 소유했던 명품 악기, 악보, 저택의 위치까지 나와있으니 

꽤나 신빙성이 있었다. 게다가 여기에 나와있는 이 피아노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피아노의 넘버였다. 하지만 이런 가문이 남아있다면 왜 여태까지 유명해지지 않은 걸까?

분명 이 정도로 유력한 가문이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어렵진 않아 보이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나와있는 남은 한 명의 정체가 심히 거슬렸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던 나는 밑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책에 나와있는 프리즘리버 저택을 향해 프랑스로 갔다.

 

아무래도 이 집을 지은 인간은 센스를 아펜니노 저 높이 던져버린 놈이 분명할 거다. 저택을 이런

숲속에 길도 안 뚫고 짓다니. 간신히 책에 나온 위치를 찾아 저택을 찾아왔지만 저택은 어딘가 

확실히 이상해 보였다. 숲 속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렇고, 숲 바깥에서부터 

임도조차 내지 않은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책에 나온 대로라면 이미 관리 안 한 지 수 백년이나 

지나서 다 쓰러져가는 폐가여야 하는데, 이곳은 미묘하게 깨끗했다. 완전히 관리되는 것도 아니고,

관리를 안 하는 것도 아닌 중간상태라고 할까. 거기에 이 저택 주변만 다른 곳과는 이상하게 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왠지 들어가기 꺼려졌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순 없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짐가방을 끌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저택 안은 바깥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평범한 2층짜리 중형 저택. 밀라노에 있던 

저택보다는 작았다. 1층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홀이었다. 홀에는 엄청나게 많은 악기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 중 대다수가 음악가라면 한 눈에 알아 볼 수있는 초 명품들이었다. 물론 관리를 오랬동안 

안 해서 소리는 못 내겠지만, 장식용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음악가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무심코 피아노 한 대를 열고 살짝 건반들을 연주했다. 건반에서는 완벽한 소리가 났다.

나는 갑자기 의혹에 휩싸여 홀에서 나와 다시 저택을 둘러보았다. 확실하다. 이 저택은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관리자가 있다면 왜 지금 나타나지 않는 걸까? 내가 저 악기들을 훔쳐갈지 모르는 데도?

그래, 2층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조바심까지 내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원형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중간중간 창 밖에는 밖의 삼림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2층엔 방이 6개 있었다. 그 중 3개의 방은 방 중앙에 악기 하나만 떡하니 있는 황량한 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정갈했었던 방 같았다. 과거형인 이유는 방 안의 모든 것이 이미

반쯤 썩은 가구여서 여기저기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곳이 마지막 남은 한 명의 방인 것 같았다.

나머지 방 2개는 막혀있었는데 그 두 방이 백작 내외의 방 같았다. 나는 관리자에게 속으로 사과한 뒤 

한 문의 나무판을 뜯어냈다. 그 방은 깨끗한 방이었다. 이 방을 쓰던 사람이 누군지 솔직히 분간이 가지

않았다. 가구들이 원체 좋았던 것인지 그 긴 시간을 거치면서도 부서진 건 책장밖에 없었다. 책장의 

잔해에는 여러 악보들과 몇 장의 미완성 악보가 남아있었다. 나는 홀리듯이 그 악보들을 주워 가방에 집어 넣었다.

책상에는 은제 램프가 남아 있었는데 나는 거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다음 방으로 갔다.

이 방은 다른 전의 방보다 훨씬 엄중하게 막혀 있었는데, 나는 들어가고 나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방이 프리즘리버 백작의 광기의 방이었다. 커튼은 완전히 까만 색으로 칠해져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고, 

여기저기엔 말라비틀어진 동물 심장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널려 있었다. 바닥엔 이상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이 방에 빛을 밝혔을 램프 역시 무언가의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내가 램프를 집어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방 구석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나는 바로 다가가지는 못하고 다른 램프에 불을 붙였다. 그 곳에서 빛난 것은 

...칼이었다. 이미 바닥에 떨어진 단검. 그리고 그 단검 위에 있는 것은 한 무더기의 뼈였다. 그랬다.

그것은 백작부인이 죽여버린 프리즘리버 백작이었다. 나는 그 뼈와 단검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방의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단검을 집어드는 순간, 갑자기 밑바닥이 부서지면서 나는 1층으로 떨어지고,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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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창작게 보는 브로가 진짜 있기는 했구나....감동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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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ion 2016.06.12. 17:11

조막만한 국어실력으로 감히 댓글을 작성해 봅니다.

 

넷째문단 넷째줄 "임도조차 내지 않은~" 의 임도
넷째문단 여섯째줄 "~아닌 중간상채라고 할까~" 의 중간상채

 

이 이외에는 궁금한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모두 의도하신대로 작성한것인지 궁금하여 댓글을 답니다.

라울 샤니 2016.06.12. 23:10

'임도'는 수풀 림 자에 길 도 자 쓰는 숲길이란 의미의 단어이고

중간상채는...글 쓸 때 피곤했나 봅니다. 오타예요...

'중간상태'로 수정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