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4

lunawhisle | 조회 수 92 | 2016.06.30. 10:57

"...안되겠네."


"헤?"


장소는 홍마관, 마법도서관.


마스터... 파츄리 널리지의 말에 따라 케이네의 집에서 나오고, 홍마관으로 이사한지도 2주가 되어 간다.


이사 온 이후에는, 마스터의 지도 아래 하루종일 마법 연습. 마법 연습이라고 해봐야, 아직 라이터 불만한 화력조차 나오지 않는 상태지만... 근데, 방금 마스터가 뭐라고?


"...마나가 전혀 움직이지 않아. 내가 말한대로 이미지 했니?"


"뭐어, 나름대로는 하고 있는데요... 주위의 마나를 느끼고, 강하게 원하라. 였죠?"


"...그래. 그렇긴 한데..."


그 졸려보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반신 누드 상태인 나의 가슴팍, 정확히는 가슴에 박혀 있는 마계신의 상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마스터. 참고로 이 지시는 마스터가 내린거지, 내게 여자애 앞에서 상반신을 노출하는 취미가 있는건 아니다. 이 수정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는게 그 이유.


"...이상해. 네 가슴팍의 수정, 분명 엄청난 마력을 담고 있는데. 전혀 움직이질 않아."

 

"벌써 거의 2주인데..."

 

아무리 나라도 2주동안 이렇게 진전이 없으면 솔직히 좀 낙담하게 된다. 나, 마법엔 재능이 없는걸까?


"...걱정 마. 가르치는걸 포긴 안해."


"헉, 마스터..."


좀 감동했다. 솔직히 이래저래 차가운 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니...


"...네가 마력조차 못 움직이면, 내 실험에도 못쓰잖니."


"......아, 예."


내 감동 돌려줘, 거유 마법사.


"마스터, 여기까지 와서 느낀건데...혹시 접근방식이 틀린거 아닐까요?"

 

마스터 파츄리에게 이런말을 하는건 솔직히 좀 그렇긴 하지만, 배우는 동안 아무래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뭐랄까, 그...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 방식이 틀린거 같진 않은데, 근데 나한텐 이게 아닌거 같은뎅' 이라는 느낌일까. 좀 두루뭉술하긴 하지만, 마치 목욕탕에서 덜렁거리는 나체의 남자들의 거시기들처럼 약간 거슬리는 그 느낌을 아무래도 지울 수가 없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 마력핵, 이때까지 본적도 없는 물건이니까.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겠어."

 

"흐음..."


"...그럼 일단은 오늘은 여기까지... 맞아. 레미가 널 찾았어. 가보는게 어떻겠니."


"레밀리아가요?...뭔 일이래.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그래."


지쳤는지 한숨을 푹 쉬고는, 파츄리는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책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이 마법도서관의 책중엔 그녀가 쓴 책도 꽤 된다는 모양. 저 두꺼운 책들을 썼다니, 솔직히 말해서 존경스럽다. 나는 1000자짜리 독후감도 귀찮아서 못쓰겠던데.


"우이하루."


도서관을 나서자,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 사쿠야자녀. 왜?"


"아가씨가 부르셔."


"아, 안그래도 갈려고 했지. 데리러 온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 처음엔 내게 경어를 써왔지만, 내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제발 부탁이니 그냥 평범하게 말걸어 주세요 라고 도게쟈를 했더니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그 이후부턴, 어째선지 호감도도 올라 내게 잘해준다. 호감도가 오른 이유는...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저택에서 사는건 어때?"


"뭐, 말 그대로 덕분에 잘 살고 있지... 플랑이 놀자고 달려들때만빼면 말이지."


"후후, 고생이 많네."


"정말, 그 말대로라고. 플랑의 탄막, 드럽게 아프단 말이지."


마스터 파츄리의 말에 따르면, 내가 튼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 85번은 죽었을거라고 한다. 85번이라니, 튼튼하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이건. 누가 보면 패트릭 콜라샤워인줄 알겠네.


...뭐, 플랑도 즐거워보이고... 거기에 플랑이랑 놀아주는게 내 홍마관 체류 조건중 하나니까 딱히 상관은 없지만서도. 거기까지 해서 마법을 배우고 싶나? 라고 한다면... 당연한거 아냐? 나도 윙가르디움레비오사 써보고 싶다고. 아니면 임페리오. 지금 생각해보면, 임페리우스 저주는 굉장히 야한 저주가 아닐까? 걸린 상대의 행동을 술자가멋대로 정할 수 있잖아. 최고의 조교 마법이라구.


...딱히 마법을 배운다고 해서 그런걸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근데, 레밀리아는 무슨 일로 날 부른거래?"


"부탁할게 있다고 하셨어. 내용까지는 나도 못들었지만."


"레밀리아의 부탁이라...귀찮지 않은거면 좋겠는데."


여기 2주간 있으면서 느낀건데, 플랑보단 오히려 레밀리아가 더 애가아닐까 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단 말이지. 사쿠야가 전력으로 서포트하는 탓에, 너무 어리광쟁이가 되어버린걸지도 모르겠다만. 참고로 육체적으로도 플랑이 더 성장해 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어...음. 어쩌다보니. 딱히 내가 보고 싶어서 본것도 아니라구. 애시당초, 쟤네들 몸에 욕정하면 페도필리아 수준이라고. 로리콘은 병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아, 하여간. 그런 몸도 마음도 차일디쉬한 레밀리아가 부탁을 해온다면, 좀 빡쎈 의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거다. 예를 들어 옥이 열리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던지, 불쥐의 가죽을 가지고 온다고 하던지, 뭐 그런 느낌의 뭔가. 더이상 난제는 naver...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샌가 레밀리아의방 앞에 도착.


"아가씨, 우이하루를 데려 왔습니다."


- 들어와! -


"실례하겠습니다."


"...왠지 모를 데쟈뷰."


전에도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었던거 같은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사쿠야가 문을 열고 들어가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레밀리아의 방에발을 들였다. 아무래도 흡혈귀는 태양빛에 약한 모양인지라, 방 전체는 다른 방에 비해 어둑어둑하다.


"왔구나, 우이. 아, 사쿠야. 나갈 필요 없어. 어짜피 너한테도 이야기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조용히 문을 닫는 사쿠야를 보다가, 언제나처럼레밀리아의 맞은편에 의자를 가져와 마주 앉는다. 이렇게 가만히 보면, 정말 요사스러울 정도로 예쁘다. 레밀리아도 플랑도 둘다 겉모습은 어리지만, 거... 뭐랄까. 플랑은 '가만히 있으면' 로리콘들의 타겟이 될만한 천진난만함과 귀여움이 있고, 레밀리아는 자세히 보면 흡혈귀의 위엄이랄까? 그런게 살짝 엿보인다. 이 저택 뿐만 아니라, 환상향의 여자애들은 다들 예쁘니까 말야. 솔직히 눈호강이 장난 아니다.


...근데, 이상하게 두근거려 본 적은 많이 없단 말이지. 나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건 아니겠지?


"우이, 네가 여기 온지도 좀 됐지."


"아, 어...그렇네. 한 2주 됐지?"


"그래서 말야, 환영회를 할까 생각해!"


"......엉?"


왠 환영회? 하고 사쿠야를 돌아보니, 사쿠야는 '또 입니까,
아가씨...'라는듯한 살짝 질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그 반응. 싫어? 환영회."


"아, 아니. 싫다기보단 놀라서 그랬지... 좋지. 환영회. 좋다기 보단 기쁜걸."


"그치! 역시 우이도 기뻐해줄거라 생각했어. 파체의 제자라는 형태긴해도, 오랜만에 이 저택에 살게 된 정식 멤버니까. 이 고귀하고 자애로운 흡혈귀님이신 레밀리아 스칼렛님께서 자비를 배풀어 주겠다는거야!"


"...야~ 기뻐라~ 레밀리아님 채고~..."


"후후, 좀더 기뻐해도 좋다구!"


"우와~..."


......아, 이거 그거구나. 단순히 자기가 파티를 열고 싶은데 뭐 껀수 없을까하고 찾다가 날 떠올린거구나. 사쿠야의 저 미묘한 표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동기는 어찌됐던간에 내 환영회를 해준다니 솔직히 고마울 따름. 오히려 감동했다고 해도 좋을지도.


"그래서 말인데, 우이. 네가 초대장을 좀 돌리고 와!"


"...응?"


...저기? 방금 제 환영회라고 하지 않으셨...?


"나랑 사쿠야는 파티 준비로 바빠질테니 말야. 적어도 30명은 데리고오지 않으면, 화낼꺼야! 알았지?"


"3...0...명...?"


여기서 분명히 하자. 환상향에 거주하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내 인간관계는 너무나도 좁다. 그리고 뭣보다, 흡혈귀의 저택으로 유명한 이 홍마관에 '어머 파티라고? 꺄~ 나 파티 짱 좋아해!'하고 뛰어갈 미친 인간은 아마 손에 꼽을 정도일테고, 심지어 내가 아는 한에 그런 미친 인간은...음... 아주 없진 않군.


"알 겠 지 ?"


"...넹."


그러니까, 갑자기 그런데서 흡혈귀의 요력을 오라처럼 내뿜지 말란 말이다. 양아치냐. 힘으로 협박하게.


잘못하면 환영회가 송별회가 될지도 모르겠구만, 이거.

 

 

 

 

 

 

 

 

 

 

 

 

 

 

 

 

 

 

 

 

 

 

 

 

 

 

 

 

 

 

"...앙? 그런데 왜 나한테 온건데?"


"양아치냐 넌. 그런 대놓고 싫은 표정 짓지 말라고, 레이무."


가장 먼저 찾은것은 하쿠레이 신사. 위치상으로 보면 홍마관에서 굉장히 멀지만, 가장 처음으로 찾아온데엔 다 이유가 있다.


사쿠야가 준 비장의 물건, '레밀리아 호감도 리스트'가 바로 그것. 내가 곤란해 하고 있던 차에, 사쿠야님께서 10분만에 만들어주셨던 것이다.


...뭐, 적혀 있었던건 '하쿠레이 레이무' 단 4글자 밖에 없었지만.

 

하여간, 레밀리아가 레이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확실히 전달 됐다. 가만, 이거 작성하는데 10분이나 필요 했던거야?


"그러니까, 홍마관에서 파티를 하니까 너도 와달라는 이야기. 레밀리아도 꽤 들떠 있었다구."
"하아... 상관 없긴 한데 말야. 근데 너, 홍마관에서 살기 시작했어?"


"뭐, 어쩌다보니. 마스터...그러니까, 파츄리의 제자로써 살기 시작 했지."


"그래?... 쓸데 없는짓만 하지 마. 사람 귀찮게 하면 용서 안할꺼야."


"나도 오래 살고 싶다고. 당연한거 아냐?"


"알면 됐고."


슬며시 웃어보이고는, 내가 내민 초대장을 받아드는 레이무. 후우, 첫 스타트가 시원시원하니 좋군.


...아직 초대장이 29개나 남아 있다는 점이 굉장히 괴롭습니다만. 그래, 괴로울때는 귀여운 신묘마루쨩을 보는거야.


"레이무, 그래서 그...신묘마루는?"


"툇마루에 있...너, 눈이 엄청 위험해보이는데. 괜한짓 하는거 아니지?"


"서, 설마. 그럴리가. 신묘마루도 파티에 와주려나 해서 그러는거지."


방금 떠오른 핑계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도 좋은 생각이다. 안그래도 인원수는 채워야했으니까...근데, 크기가 작다고 1인분 안쳐주는건 아니겠지? 무슨 다단계 회사 말단 같은 포지션이 된거 같은 기분이야.


"있다..."


레이무가 말한대로, 신사 뒷편의 툇마루에 신묘마루는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밥그릇에 쏙 들어가서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만채잠들어 있었다. 아...세상에... 존나 귀엽잖아...


...근데, 아무리 나라도 이 장면을 내 손으로 부술 만큼 사리분별이없진 않다. 보석은 보기 위해서 있는거지, 만지기 위해 있는게 아니듯.


"레이무, 신묘마루쨩이 일어나면 이것 좀 전해줘."


"그러지 뭐. 근데, 환영회라고 하면 술도 있어?"


"응? 아...글쎄? 있을거 같은데. 전에 홍마관 지하에 와인 창고 있는 것도 봤으니."

 

"술~?"


"......"


어째선지, 신사 건물 아래의 빈 공간에서 기어나오는 뿔달린 생물. 오니인, 이부키 스이카다. 그러고보니 오니는 술을 좋아했던가?


"스이카...라고 했던가? 너도 올래? 홍마관. 술 있다구?"


"예이~"


"요시.이츠데모 코이.(겐지풍)"


이걸로 3명(?)이다. 할당량까지는 멀었지만, 스타트가 이렇게 좋으니 왠지 어떻게든 될거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아, 그럼 다음은...

 

 

 

 

 

 

 

 

 

 

 

 

 

 

 

 

 

 

 

 

 

 

 

 

 

 

"...간만에 출근했다 싶더니 오자마자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생각해보니 그러네."


다음 스팟은 향림당. 그러고보면, 홍마관으로 이사간 이후엔 한번도 출근을 못했더랬지. 진전 없는 마법 수련때문이 그 이유긴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린노스케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못했었다.


흠, 근데 오늘은 마리사가 없네. 항상 놀러오더니... 타이밍이 안맞았던걸까?


"그 흡혈귀의 저택에서 연회라..."


"뭐, 단골 손님네 저택에서 열리는 연횐데 한번쯤은 가보는것도 나쁘진 않잖아?"


"그것도 그렇긴 하다만."


린노스케가 폐지줍는 할배마냥 줏어오는 바깥세계의 책을 구매해 가는건 다름아닌 우리집 메이드장, 사쿠야다. 그 마법도서관에 꽂혀있는 바깥세계의 책들의 출처는 대부분 이 향림당이라는 이야기.


"뭐, 잘 생각해보라고. 아참, 린노스케. 혹시 내가 할 일 쌓여있어?"


"네가 항상 앉는 자리에 올려놨어. 급하진 않지만 오랜만에 왔으니 일은 좀 하고 갔으면 하는데."


"그러지 뭐."


사람 모으는것도 모으는거지만, 지금은 향림당에서의 일을 2주나 안했다는 사실이 내겐 우선순위가 더 높다. 적어도 쌓인 일거리정도는 끝내놓고 싶은걸. 뭐, 일이라고 해봐야 바깥 세계의 물건에 대해 내가 린노스케에게 알려주는것 뿐이지만.


"응?"


하지만 간만에 가는 내 자리에는, 린노스케가 말한 '일거리' 대신 한장의 쪽지가 있었다.


거기엔, 의외로 멋들어진 필기체로 '재밌어보이니 빌려간다!' 라고 적혀 있었다.


"*sigh*"


"왜 그러지, 우이하루?"


"린노스케. 마리사, 언제 왔다 갔어?"


"마리사? 그 아이라면... 한 1시간 전에 나갔지."


"뭐 가지고 가는거 못봤어?"


"음?...그건 잘 모르겠다만. 그러고보니, 네 일거리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 위험한 물건이니 절대 손대지 말라고 했지만."


"...위험?"


왠지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데요.


"그래. 네게 봐줬으면 했던 물건 말인데, 아무래도 바깥세계의 무기...인 모양이더군. 어떻게 쓰는질 몰라서, 네게 처리를 맡기려고
했지."


그냥 노상에 놔두기엔 너무 위험하니까, 라고 덧붙이는 린노스케. 하긴, 이 환상향에 '어쩌다가' 흘러들어오는 물건들이 모두 온건할것이라 생각하기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거다.


"참고 삼아 묻는데, 그 무기 이름이 뭐야?"


"분명...크레모아라고 하는 병기였는데."


"......후우."


한국에서 살던 남자들이라면, 아니면 밀리터리 계열 게임 좀 했다면 꽤나 친숙한 이름이 여기서 나오다니. 확실히, 그 형태의 물건이라면 이곳 사람들에게 있어선 생소한 형태의 병기긴 할거 같다.


근데, 그나마 다행인게 있다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크레모어는 그냥 본체만 있어선 터지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직격으로 맞던지, 같이 개발된 격발 스위치에 의해 격발되지 않는 이상...


"불행중 다행인가... 그거, 왠만해선 스스로 터지진 않아. 오히려 노상에 두는게 더 나았을 수도 있겠는걸."


"그런건가?"


"그래. 격발 스위치라고, 그 본체에 연결해서 누르는 장치가 있지 않는 이상 터지진 않아."


"스위치? 혹시, 한손으로 잡을 수 있고 뭔가 버튼 같은게 하나 있는 물건 말하는건가?"


"그래그래 그거."


"그것도 분명 네 자리 위에 올려놨을거다만."


"...진짜?"


"그래."


"그것도 없는데?"


린노스케에게 마리사가 남기고 간 쪽지를 내밀자, 보기 드물게도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것도 그렇겠지. 린노스케의 능력은 물건을 보고 그 용도를 아는 능력. 크레모어의 파괴력 정도는 어느정도 눈치를 까고 있을거다. 격발하는 방법까지야 마리사가 모르겠지만...격발 스위치까지 가지고 있다면 만에하나가 열에하나가 되는 정도로 위험하다.


"아뿔싸...설마 그걸 가지고 갈 줄이야."


"후회할 시간에 움직이는게 좋겠어. 행선지에 대해서 뭔가 짐작가는건?"


"아니... 하지만, 마리사는 호기심이 왕성하니까 말이다. 아마 생소한 물건을 가져갔다면 뜯어보기 위해 집으로 가지 않았을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음."


순간, 뇌리를 싹- 하고 스쳐지나가는 한조각의 기억.

 

 

- 아니, 이름만 들었어. 카와시로 니토리라는 캇파한테.
- 오옷. 우이하루. 꽤나 발이 넓은걸? 너 니토리도 알고 있는거냐?
- 뭐여, 아는 사이여?
- 응. 뭐어, 한번 이변 해결때 도움을 받은 적도 있으니까 말야. 녀석이랑은 친구다.

 

 

"...린노스케, 환상향에서 캇파들은 어디서 살고 있어?"


"캇파? 캇파라...그거랑 마리사의 행방이랑 어떤..."


"설명 들을 시간에 가르쳐 주는게? 지금 하나하나 이야기할 시간 아니잖아."


"...그렇군. 캇파라면 분명 요괴의 산에 위치한 폭포, 그 하류에 살고 있다고 하더군. 나도 직접 가본적은 그리 없어서 지금의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만."


"알겠어. 일단 넌 가게에 남아 있어. 난 마리사를 찾아보러 나갈께."


"가게에? 나도 같이 찾아보는 편이 효율적이지 않은가?"


"물건에 흥미를 잃고 다시 자리에 가져다 놓을 가능성도 있어. 그 타이밍에 놓치면 정말로 위험해."


"...알겠다. 여기 남지."


린노스케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재빨리 가게를 나서 달린다. 수정에 의해 강화된 이 몸은, 벌써 고속도로 적정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 만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럴때엔 이 수정에 감사하고 싶군.이 속도면 아마 5분 이내에 요괴의 산에 도착한다. 날 수 있었다면 더 빨랐겠지만...


내 추측이 맞다면, 마리사는 크레모어가 어느정도 '과학적'인 병기임을 눈치채고 관련 지식이 있을 친구, 카와시로 니토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만일 못찾는다면... 크레모어가 격발되지 않기를 간절히빌어야지. 다행히도, 이곳 환상향에는 빌 수 있는 신이 굉장히 많으니까.


솔직히, 1시간이라는 로스 타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긴하다만... 다행히도 지금 하늘은 맑고, 크레모어는 처음 본 사람이
쉬이 격발 시킬 수 있을만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국면에선, 제발 내 직감이 맞기를 바랄 뿐.


"요괴의 산, 폭포 하류라고 했겠다?"


폭포라면 나도 가본적이 있다. 애시당초, 내가 '환상들이' 한 장소가 그 폭포의 하류 부근이었으니까. 흐음, 그러고보니 그때 만났던 그친절한 여자애... 지금 생각해보면, 요괴는 아니었단 말이지. 대체 뭐였던걸까? 


"여기 부근인거 같은데."


분명 이 근처에서 니토리와 첫 대면을 했을터. 그렇다면, 요 언저리에 캇파들의 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 잠깐 눈을 감고, 귀에 감각을 집중시킨다. 강화된 청각이라면, 분명 이 자연의 소리 속에서 캇파 혹은 마리사의 목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예감이 맞았을때지만...


"...들린다."


꽤나 가깝다. 거리로 따지자면 약 30m 떨어져 있는 곳일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둘. 정말 다행히도 내 예상이 맞았는지, 마리사와 니토리가 같이 있는듯하다. 자,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잠깐 스토오오오오오오오"


"엣."


"오잉?"


엄청난 속도로 달려 뛰어 든 곳에는, 마리사와 니토리가 나란히 서있었다. 니토리의 손에는 눈에 익은 격발 스위치가 들려 있고... 그리고, 달려든 내 앞에는 마치 교본에 튀어나온듯이 완벽한 느낌으로 꽂혀 있는 크레모어가 있었다. 나쁜 소식인지 좋은 소식인지, 크레모어의 앞 부분...즉, FRONT TOWARD ENEMY 부분이 내게 향해 있었고 마리사와 니토리는 후폭풍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으엑?"


-찰칵!


"찰칵?"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정신 차려보니, 나는 새하얀 공간에 서 있었다. 여긴 어딜까. 덤블도어 센세가 있다면 분명 여기는 킹스 크로스 역임이 틀림 없을텐데. 이 분위기를 보아하니, 난 아무래도 뒤진 모양이다. 솔직히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 아니겠나? 눈 앞에서 크레모아가 터졌다구. 솔직히 지금쯤 다진 고기가 되어 있을 내 육신은 보고 싶지도 않다.


"*sigh*"


내 참, 이렇게 뒤질 줄이야. 섹스도 못해보고 뒤지다니. 억울해서 원령으로 부활해버릴까 싶은 생각도 드는걸. 사실 그럴 생각은 없지만. 구차하게 무슨 원령이야. 나는 내세론을 믿으니, 다음 생애엔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 남자들이 돈 벌어다 주는 짱 예쁜 여자로 환생하기만을 바랄꺼라구.


...그나저나,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군. 나. 분명히 뒤졌을텐데 말야.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미 삶에 대해 포기를 하고 있었던걸까. 아니면...


"...아직, 살아 있는건가?"


"그래요."


"?!"


돌아보니, 어딘가 본 기억이 있는 새하얀 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저 사이드 포니... 내 머리 모양이랑 같다. 아니, 구차한 말은 집어 치우자. 이 여자는...


"앨리스의 엄마인가."


"후후, 정답이에요. 앨리스는 잘 지내던가요?"


"응? 전에 한번 본거 아닌가? 걔 말론 마계에 한번 찾아갔다고 하던데."

 

"그건 그렇지만...역시 타지에서 사는 딸이 걱정이라고 해야할까요..."


앨리스의 엄마, 이름은...신키라고 했던가? 마계신이라고 들었는데, 마계신의 위엄은 커녕 그냥 딸바보인 젊은 주부 같다. 으음, 밀프는 내 취향이랑 살짝 먼데.


"그래서, 여긴 무슨 일이지? 내가 안 죽었다면, 여긴 어디야?"


"후후, 질문이 많으시네요. 그것도 어쩔 수 없죠. 제게 궁금한게 많을테니까요."


"알면서도 그렇게 뜸을 들이다니. 보기보다 성격 나쁘구만..."


딱히 내 삶이 게임인건 아니지만, 난 게임할때마다 쓸데 없는 전단계를 나불나불 설명하는 설명충 캐릭터들이 굉장히 싫었다. 뭐, 시나리오 라이터들한텐 미안한 이야기다만. 하여간 그런 이유니 빨랑빨랑 설명 좀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우선 여긴 아공간이라 불리는 장소. 그 틈새요괴는 '당신의 인벤토리'라고 말하면 알아듣는다고 하던데요."


"인벤토리라. 알아들었어."


아까전에 나온 '틈새요괴'라는 단어가 굉장히 신경 쓰이지만, 일단 그건 제쳐두고. 인벤토리라. 즉 이 공간은 내가 마음대로 엑세스 가능한 사유공간이라는 뜻이리라. 바로바로 알아듣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내가 존나게 게임중독이라 그런거 뿐이다.


"이 공간엔 당신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만으로도 엑세스가 가능해요. 지금처럼요."


"그럼 지금의 나는 정신체란 이야기야?"


"그런 셈이죠. 물론 제 몸도 마계에 있답니다."


그건 안 궁금했는데. 하지만 딴지 걸면 이야기 흐름이 끊길거 같으니, 그냥 듣자.


"그럼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제가 왜 여기 있나, 였죠? 그 틈새요괴가 '튜토리얼'이라고 말하면 알아들을거라고 말하던데..."


"ㅇㅋ"


알아들었다. 그 틈새요괴, 누군진 모르겠지만 굉장히 우수한걸. 나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흐,흠. 좀 묘한 기분도 들지만 이야기가 스무스하게 진행되니 상관없나요... 하여간, 그 '힘'. 다룰 수 있게 되었나요?"


"...글쎄. 그 '무술 2'인가 하는걸 배워서 근접전은 괜찮은데, 마법은 한번도 못써봤어."


다른 애들 말에 따르면 내가 그렇게나 마력량이 많다는 모양인데. 있으면 뭐해, 써보지를 못했는걸.


"...무술 2? 그건 또 무슨 이야기인지..."


"...이보세요?"


뭐든지 가르쳐줄거 같은 포지션으로 등장해놓고, 거기서 어리둥절해하지 말라고. 귀엽잖아, 이 밀프.


"저, 저라고 모든걸 아는건 아니에요. 제가 해드린건, 어디까지나 그 상징을 심어드린 것과 제 능력을 복사 해드린것."


"......"


왠지, 내가 이 능력을 얻은거에 자기'만' 관여한건 아니라는듯한 말툰데.


"하여간, 마법을 못쓰는건 어디까지나 접근법이 잘못된 걸꺼에요. 당신은...아니, 우리들은 어디까지나 '만들' 뿐이라는걸 잊지 마세요."


"만들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에요."


"이보쇼, 튜토리얼이라며?"


뭐하자는 똥겜이야. 겨우 그거 하나 말해놓고 끝이라니. 하긴, 인생은 하나의 커다란 똥겜이긴 하지.


"아직은 전부를 알 필요는 없는 시점이니까요."


"...나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건지."


"그건... 아직은 모르고 지내도 괜찮을거에요."


"*sigh*"


오늘따라 한숨쉬는 빈도가 높은걸. 내가 담배를 폈다면 아마 현 시점에서 3갑 정도는 사라져 있지 않았을까. 갑자기 떠올랐는데, 환상향엔 필터담배가 없었지 아마? 팔면 돈 좀 만질 수 있으려나. 뭐, 만들줄은 모르지만.


"자, 그럼 시간이 됐어요. 슬슬 현실에 다시 눈을 돌릴 시간이에요. 우이하루."


"잠깐, 가기 전에 하나만."


"뭐죠?"


"이건 현실이야? 아니면 내 머리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야?"


"물론 당신의 머리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현실이 아닐 까닭이 있을까요?"


...좋은 말을 한거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덤블도어 센세가 생각나는군. 여기 킹스 크로스 맞는거 아냐?

 

 

 

 

 

 

 

 

 

 

 

 

 

 

 

 

 

 

 

 

 

 

 

 

 

 

 

-찰칵!


"!"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굉음과 함께 내게 쏟아지려고 하는 수만개의 쇠구슬. 아마 다음 프레임에, 나는 다진 고기가 되어 마리사의 트라우마로써 영원히 남게 되겠지.


...미안하지만, 여자애의 마음속에 트라우마로 남는것 만큼 남자에게 불명예는 없거든.


신키는 말했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만들'뿐이라고. 덜렁거리는 나체의 남자들을 보는듯한 그때의 불쾌감은 그 한마디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걸로 머리속의 퍼즐조각은, 완전히 맞춰졌다.


그래. 창조. 그것만이 우이하루에게 용서된 유일한 마법이다.


...나스 풍으로 지껄여봤더니 오글거리는군. 자, 그러면 가보실까!


"다진 고기, 다메, 젯따이!"


한 순간, 물렁한 젤리같은것이 만들어져 모든 쇠구슬들의 운동 에너지를 흡수하여 그 자리에서 멈추게 한다. 그리고, 이내 젤리는 사라지고 수만개의 쇠구슬들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방패를 만들어도 좋을법 했지만, 만약 막았다가 그게 잘못 도탄되면 마리사가 위험하니까 말야. 니토리는... 요괴니까 그나마 다쳐도 상관 없겠지만... 아마도?


"우이하루?!"


"매, 맹우?!"


"맹우는 시발 지랄하네! 사람을 다진 고기로 만들뻔 해놓고!"


내 참. 지금 와서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제와서야 죽을뻔 했다는 실감이 들다니. 땅에 떨어진 쇠구슬들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 으으, 인간들은 대체 뭘 만든거야...


"나, 나는 이정도로 강할줄은 생각도..."


"...그건 좀 이해 한다만."


솔직히 크레모아, 외관만 보면 상당히 큐트하다. 작은 집게 같은 다리에, 귀여움을 강조하는 곡선 등. 모에화도 어딘가에서 이미 이뤄지지 않았을까? 모아쨩 같은 이름의 무언가로.


"하여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사용하는건 위험하니까 다음부턴 바깥 세계의 무기엔 손도 대지 말것. 알았냐, 마리사? 그리고 니토리도."
"아, 알겠어. 후우..."


"이거 미안하게 됐구만, 맹우. 설마 앞에서 튀어나올줄은 생각도 못했다아이가..."


마리사는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니토리는 미안한듯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뭐, 사실 어찌보면 갑자기 크레모어 앞에 튀어나온 내 잘못도 아주 없진 않다만.


참고로, 보통 크레모어등 폭발물을 군 시설내에서 터트릴땐 굉장히 넓은곳에서 최대한 거리를 벌린 뒤 안전하게 진행된다. 물론 그래도 안전사고는 일어난다만... 그건 어찌됐던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 근데 말이지 우이하루. 아까전에 그 푸딩 같은건 뭐였냐?"


"음? 아아, 그거. 내 마법...같은거라고 해야하나?"


"헤에, 마법! 어떤 마법이야? 처음 보는걸."


"어... 그건 일단 나중에 설명해 줄께. 일단은 일어나. 옷 더러워진다."


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 마리사. 아, 그러고보니 얘... 발 넓었던거 같은데. 흐음.


"아, 마리사. 내가 부탁할게 좀 있는데."


"엉? 뭔데."


"오늘 밤에 내 환영회가 있거든. 홍마관에서. 사람 좀 모아다 줄래?"


"환영회? 홍마관에서? 너 홍마관에서 사냐?"


"한 2주 전부터. 파츄리의 제자 신분으로."


+ 플랑의 장난감 신분으로. 왠지 ~~의 장난감 이라는 이름...굉장히 페도필리아틱해서 묘한 기분이야. 심지어 주인공이랑 머리색도 같자녀...


"파츄리가 제자를?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거 아냐?"


"...아마 그랬다면 이미 지구는 한 2주 전부터 거꾸로 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만?"


"하하, 그것도 그런가. 좋아, 아까전엔 미안했으니 그 부탁 들어줄께."


"오오, 이거 고맙게도."


마리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머니에서 26장의 초대장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준다.


"...뭐냐? 이건."


"초대장."


"이걸 다 나눠주라는거야?"


"안그러면 죽일 기세던데, 레밀리아가. 아, 한장은 일단 나한테 돌려주고. 그리고 레이무네 신사엔 이미 다녀왔으니 굳이 갈 필요는 없어."


"쳇. 근데 그 한장은 어디다 쓰게?"


"앨리스한테 줄려고. 그럼, 잘 부탁한다."


척! 하고 손을 올려 인사하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이탈한다. 이럴땐 생각이 바뀌기전에 빠르게 도망치는게 상책이지.


...그나저나, 창조 능력이라. 별 희안한 능력을 다 배웠군. 일단은 앨리스한테 보고 겸 초대하러 가볼까.

 

 

 

 

 

 

 

 

 

 

 

 

 

 

 

 

 

 

 

 

 


- 쾅! 쾅! 쾅!


"oh..."


앨리스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근에서 굉장히 묵직한 소리가 들려온다. 망치 같은걸로 무언가를 내려치는 소리...같은데. 집 뒤편에서들려오는걸.

 

건물 뒤로 돌아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앨리스가 망치를 들고 나무를 내려치고 있었다......아니, 잠깐만. 저건 나무를 내려치고 있는게아닌데. 나무에 박힌 큰 못을 내려치고 있는거다.


"...앨리스?"


- 쾅! 쾅! 쾅!


아무래도 망치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그 작업을 반복하는 앨리스. 솔직히 말해서, 존나 쫄린다. 저것 봐. 저 못에 박힌거... 짚 인형이자녀. 히이익, 뭔가를 저주하고 있어...!


...근데 가만. 저 저주방식은 아시아권에서 쓰는걸까, 아니면 유럽권에서 쓰는걸까? 잘 모르겠는걸. 약간 오리엔탈한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나저나, 보고 있기 불편하니 이번엔 좀 큰 목소리로 불러보자.


"앨리스!"


"엣?"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앨리스... 잠깐만. 저 망치, 에임을 벗어나서 앨리스의 손목을 내려찍으려고 하는데?


"흡!"


한순간,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앨리스의 손아귀에서 망치가 빠져나와, 그대로 내 손 위에 안착한다. 음, 생각보다 살짝 무겁네. 여자애가 쓰기엔 좀 그렇지 않을까 이거.


...그나저나, 이 '창조' 능력. 물체뿐만 아니라 벡터 에너지도 만들 수 있는건가. 대단한걸.

 

"에? 뭐야? 왜 내 망치가 너한테?"


"그건 일단 넘어가고, 뭐 하고 있었던거야?"


"아, 이거? 주술이야. 갑자기 생각나서, 간만에 해볼까~ 해서 하고 있었지."


"...그거, 아무리 봐도 저주하고 있는걸로 밖에 안보입니다만."


"정답. 헤에, 알아보는구나. 바깥 세계에서도 이런거 자주 하고 그러나봐?"


"어...글쎄?"


일단 누구를 저주하고 있었는지는 매우 신경쓰이지만 묻지 않는걸로...


"근데 오늘은 무슨 일로?"


"뭐, 여러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안에서 이야기 해도 될까?"


"물론이지."


사실 밖에서 이야기 해도 상관은 없긴한데, 뭣보다 저 짚 인형이 너무 신경쓰여서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져... 왠지 보는 내가 저주받을거 같은 기분이야.

 

 

 

 

 


"에? 어머니랑 만났다구?"


"응. 정확히는...통신이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자리를 바꿔 앨리스의 집, 거실. 어째선지 앨리스의 인형들이 날 반기고 있다. 심지어 '호라이'라고 불리는 인형은 내 옆에서 나한테 치덕거리고 있고... 앨리스가 '헤, 호라이가 널 좋아하나 보네' 라고 말은 했지만, 이거 다 앨리스 본인이 조종하는걸 생각해보면...

 

음... 깊게 생각은 하지 말자. 그냥 호라이쨩 귀엽네 정도로 마무리 짓자구.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어... 일단 네 이야기를 좀. 그리고, 능력 이야기도 했어."


"능력... 어떤 능력인지도 들었어?"


"창조, 라던데?"


"에?"


벙찐 표정을 짓는 앨리스. 사실 이게 엄청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나는 이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구. 어째선진 모르지만.
"정확하게 그 단어를 쓴건 아니지만, 일단 '만드는'게 내 마법이라고 그랬어. 실제로 그게 맞는거 같더라구."


이때까지 파츄리가 가르쳐준대로 마력을 운용하려고 했을때는 한번도 성공한적 없는데, '창조'를 사용할땐 마력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그 느낌을 어떻게 아냐고? 그런 이론 부분은 파츄리한테 이미 배웠기 때문이지. 그냥 마력 움직이는 법만 배운게 아니라구.


"창조... 그건 분명 어머니의 마법이야. 그것도 어머니를 마계의 신으로 있게 한. 하지만, 그게 왜 너한테?"


"그건 제가 묻고 싶습니다만."


아직은 몰라도 된다는 대답만 들었고 말이지. 그리고, 그때 말했던 그 말의 뉘앙스...그리고, 틈새요괴라는 단어. 아주 명확하게, 내가 이 능력을 얻은데엔 다수의 인물들의 뒷공작이 있었음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왜 하필 난지는 짜장 모르겠다만.

 

"하여간, 희안하단 말이지. 분명 파츄리의 설명대로 마력을 움직이려고 했을땐 안움직였는데, '만들려고' 할땐 마력이 움직였단 말야?"


"흐음...그렇다는건..."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 곰곰히 생각하는 제스쳐를 취하는 앨리스. 오오, 저기에 안경만 쓰고 있다면 굉장히 내 취향인 여자애로 변모할텐데. 나 지적인 여자 좋아하거든. 예를 들어 케이네 같은...마망...마망은 아닌데.


"내 생각인데, 네가 마법을 쓰려면 일단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그렇다는건?"


"예를 들자면... 그렇지. 불덩이를 만드는 마법. 보통의 마법사라면, 자신의 마력으로 자연에 있는 불의 엘리멘트를 불러서 불덩이를 만들거든."


"그럼 내 경우엔, 그 엘리멘튼지 뭔지 하는걸 만드는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거야?"


"아마도."


"...그거, 굉장한 낭비 같은데."
"같은데가 아니라 그말대로야. 분명, 평범한 마법사가 그런 식의 공정을 거치려면 굉장한 시간과 마력이 들꺼야. 일단 엘리멘트를 '창조'하는 부분부터 시작해야하니까."
이것조차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구, 라고 덧붙이는 앨리스. 으음, 핸디캡이라고 한다면 굉장한 핸디캡처럼 들리는걸. 근데, 생각해보면 이 가슴에 박힌 수정... 무한히 마력을 생성한다고 했지 않나? 그걸 생각해보면 그렇게 불공평한것 같진 않군.
"어째서 너한테 그런 능력을 줬는지 아직 이해가 안돼. 어머니께선 뭘 생각하고 계신건지..."
"내가 알겠냐. 아, 맞다. 이거." 

주머니에서 초대장을 꺼내, 앨리스에게 건낸다.


"이건?"


"보시는 바와 같이 초대장. 홍마관에서 내 환영회가 열리거든. 너도 같이 가자. 곧 시작할 시간이니, 같이 가면 될거 같은데?"


"흐음...뭐, 좋아. 안그래도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 근데, 그 꼴로 환영회에 나가려고 하는거야?"


"내 꼴이 어때서?"


참고로 내가 입고 있는건, 향림당에서 근무할 당시(물론 지금도 재직중이지만) 린노스케가 찾아온 트레이닝복. 통칭 츄리닝. 


...내 꼴이 어때서라는 말이 잘도 나오는구나, 내 입.


"...기가 막혀. 주역인 네가 그렇게 후줄근한 옷을 입으면 실례잖니?"


"그게 그렇게 되나...?"


정작 홍마관 애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만. 그나저나, 앨리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긴, 이 복장은 좀 그렇지. 적어도 정장정도는 입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고보니 정장, 어디서 구한데? 마침 앨리스가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편리할리는 없겠지.


"그렇게 되거든. 하아...어쩔 수 없지. 여기서 세팅해서 가자. 하늘은 날 수 있지?"


"사실, 어떻게든 될거 같은 기분은 들어."


최악의 경우엔 날틀 같은거나 만들면 되지 않을까. 치키치키챠카ㅊ...이건 너무 낡은 드립인가.


"좋아. 안 그래도 너 입혀보려고 준비한게 몇벌 있거든? 해 지기 전에 몇개 입어보자."


"어...응..."


...왜일까? 엄청~나게 불안한 기분이 드는데, 이거?

 

 

 

 

 

 

 

 

 

 

 

 

 

 

 

 

 

 

 

 

 

 

 

 

 

 

 

 

 

 

 

 

 

"시발..."


"에이, 잘 어울리잖아. 뭐가 그리 불만이야?"


"어울리니까 문제지, 시발!"


아무리 입혀보고 싶어도 그렇지, 왜 드레슨데! 그것도 프릴 한가득한 하늘하늘한 놈!


"다들 칭찬하더만, 뭐."


"...그래. 딱 내 성별을 모르는 애들만."


마리사의 발은 내가 생각했던대로 꽤나 넓었는지, 30명을 오버한 인원들이 연회에 참석했었다. 그러고보니 케이네도 왔더랬지. 옆에 엄청 긴 흰머리를 가진 인형같은 여자애도 있었고... 어째선지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다들 옷이 어울린다고, 인형같다면서 칭찬을 아끼질 않았다.


...정작, 내 성별을 아는 마리사는 박장대소를 했다는게.


"나 참. 이거 나중에 자연스레 내 거시기도 페이드 아웃 하지 않으려나 몰라."


"응? 그거, 정말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하?"


방금 이 의사양반...아니, 인형사양반이 무슨 소리를 지껄인겨?


"그 머리칼도 그렇고, 눈도 그렇고. 점점 어머니랑 비슷해지고 있잖아. 아마 그 수정, 가장 그 수정의 힘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형태로 몸을 바꾸고 있는거 같아."


"...라는 말은 즉슨."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성별도 바뀌지 않을까?"


"no..."


설마...설마 싶지만, 너무 설득력 있는 말이다. 아직은 아침 이렉션도 완벽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얼마 안가 이 존슨과도 사요나라를 고해야한단 말인가... 으으, 너무 잔인한 세상이야.


"농담이야. 성별도 상관이 있었다면, 아마 처음부터 바뀌었을껄?"


성별은 마법에 있어서 꽤 중요한 요소니까 말야, 라고 덧붙이며 장난스레 혀를 내미는 앨리스. 아...이 히키코모리 인형덕후년이... 사람을 바비인형으로 쓰는 걸로 모자라 남자로써 가장 중요한 토픽으로놀려먹어? 으으, 나중에 두고 보자.


하여간, 레밀리아가 기획한 이번 환영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마리사가 여러 인간이나 요괴를 데려와준 덕에, 나도 다소 발이 넓어진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것도 아니다. 일단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로, 지금은 앨리스를 집에다 바래다 주는 중...라고 쓰고,뒷정리 하기 싫어서 도망쳐 나왔다고 읽는다. 사실 사쿠야가 있으니 딱히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지만, 왠지 눈치보인단 말이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야?"


"어떻게라니?"


"그 창조 능력을 바탕으로 마법을 구사하는 능력을 배우는건 괜찮아. 그럼 그 뒤엔?"


"흠, 글쎄?"


"글쎄라니..."


어이없다는듯 이쪽을 내려다보는 앨리스. 근데 듣고보니 그렇네. 레이무의 말을 듣고 내가 가진 이 힘을 제어하기 위해 홍마관에 들어왔는데, 사실 '제어'라는 부분에 있어선 이미 그 목적을 달성한 상태다. 물론 원소마법을 배워보고 싶은건 어디까지나 내 욕구기 때문에 홍마관에 남을 생각이지만... 애시당초에 오늘 환영회를 열어줬는데 다음날 나가는것도 웃기고.


그나저나, 그렇군... 힘을 제어할 수 있게 된건 좋다만, 이 힘으로 뭘 해야할까.

 

아니, 아니지.


"일단은 뭐, 흘러가는데로 살아보려고."


"흐응."


"......"


물어놓고 그런식으로 흥미없다는듯 맞장구 치면 아무리 저라도 좀 빡치는데여... 하긴, 나도 성의없이 대답을 하긴 했다. 근데 정말 내 대답은 저거인걸. 애시당초, 힘이 있다고 해서 꼭 뭔가를 해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건 어디까지나 그 힘을 휘둘렀을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나저나 드럽게 불편하네, 이거. 다음에 입힐땐 좀 간편한 드레스로 부탁한다고, 앨리스."


"어머, 드레스 입는거 싫다싫다 하더니 꼭 그렇지도 않았나봐?"


"억지로 입혀지는게 싫은거지, 기본적으로 여장을 싫어하진 않거든."


애시당초에 싫었으면 여장 코스프레 같은건 시작하지도 않았을거다. 생각해보면, 내 이름의 모티브가 된 그 캐릭터랑은 꽤나 이미지가 달라졌네, 지금 내 모습... 묘한 기분이군.


"후후, 그래. 참고할께. 그리고 아무리 편하다 해도, 얼굴이 아까우니 아까전의 그런 차림은 좀 자제해 줬으면 하는데?"


"...냅두셔."


츄리닝의 멋짐을 모르는 네가 불쌍하다구.


하여간, 슬슬 앨리스의 집에 도착하겠군. 그럼... 얘 집에서 옷 다시갈아 입고, 홍마관으로 돌아가서 한 숨 잔 다음에, 마스터한테 마법이나 더 배워볼까.


-번쩍!

 

 

 

 

 

 

 

 

 

 

 


"하?"


순간, 눈앞이 번쩍거리더니 풍경이 일변했다. 여기는...홍마관 입구?어째서? 나 분명 아까까지 앨리스의 집 앞에...

 

"붉은 안개...?"


보통은 피어나지 않을 붉은 안개가, 주변에 자욱하게 깔려 있다. 마치 피보라처럼 일어난 안개는 보는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게, 그야말로 떠다니는 혐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아무리 돌려봐도 시야가 바뀌지 않는다. 이건...환각인가? 난 대체 누구의 시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거지?


그리고, 시점은 바닥으로 향한다.


"하?"


바닥에 깔린건, 수많은 인간들의 시체. 개중엔 내가 본적 있는 얼굴도 섞여 있다. 어째서, 인간 마을의 인간들이 홍마관 입구에서 죽어 있는거지...?!


- 일어나라.


그때,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반응하듯, 바닥에 깔려 있던 시체들은 하나 둘씩 일어난다. 영혼없는 빈껍데기 같은 그 모습은, 언젠가 보았던 만화나 영화에서 나왔던 '좀비', 혹은 '구울'. 뭐냐, 이 악몽같은 풍경은. 대체 뭐때문에 나는 이걸 보고 있는거냐고.


"아..."


시야는 하늘을 향한다. 그곳에 뜬건 붉은 달.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레밀리아 스칼렛.

 

 

 

 

 

 

 

 

 

 

 

 

 

 

 

 

 

 

 

 

 


- ...이하루!우이하루!


"우이하루!"


"헉, 쉬불장!"


어느샌가, 앨리스가 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잠만, 대체 얼마나 흔든거야. 으으, 토 쏠린다.


"그만 그만.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아? 갑자기 뭔가에 사로잡힌것처럼 보였는데?"


"사로잡혀...?"


잠깐, 아까전의 그 광경을 떠올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창조 능력을 쓴것에 대한 반동인가...? 아니,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하긴, 신키가 준 정보량이 너무 적기도 했지만.


- 웅웅~


"응?"


드레스 소매부분에 챙겨놨던 잡스의 유산이 진동한다. 이게 울리다니, 그때 그 '무술2' 를 얻고 난 뒤론 처음이다. 


이거...명백하게, 아까의 그 영상과 관계가 있다고 게이머의 혼이 알려주고 있다. 게임의 상식을 지금 갖다대도 되나 모르겠다만.


"......"


액정에는, 두가지 단어만이 적혀 있었다.


'퀘스트'.


그리고, '홍무이변'.


대체 시발,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는거야?

 

 

 

 

 

 

 

 

 

 

 

 

 

 

 

 

 

 

 

 

 

우이하루

 

주인공.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젠 주위에서 여자 취급한다. 단념한 상태.

 

 

 

이자요이 사쿠야

 

걸빤으로 치자면 논나 포지션.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제반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레밀리아 스칼렛

 

우-우-♪

 

 

플랑도르 스칼렛

 

출연이 없었던 미친년.

의외로 우이하루의 환영회에선 날뛰지 않았다고.

 

 

파츄리 널리지

 

우이하루의 마법 스승.

연회땐 무대 장치를 담당했다.

퍼퍼펑-

 

 

 

신키

 

으으 마망...

 

 

카미시라사와 케이네

 

으으 마망...

 

 

후지와라 노모 코우

 

잠깐 등장. 연회엔 케이네한테 끌려왔다.

 

 

하쿠레이 레이무.

 

환상향을 지키는 수호무녀.

양아치.

 

 

스쿠나 신묘마루

 

걸어다니는 귀여움.

 

 

이부키 스이카

 

홍마관의 술에 의해 패배.

리매치를 요구 했지만 묵살당했다.

 

 

야쿠모 란

 

옵저버.

하지만 연회 음식으로 나온 유부초밥에 의해 직무유기.

 

 

 

홍무이변

 

환상향 전역에 붉은 안개가 끼었던 이변.

범인은 레밀리아 스칼렛, 이변을 일으킨 원인은 '심심해서'.

하지만, 그녀가 조금만 더 흉폭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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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츄픽추 2016.06.30. 13:21

아...안돼!! 파츄리는 거유가 아니란말이야-!!!!

으어어어어엉

난제 2016.07.08. 19:45

우이하루가 홍마관에 신세지고있는시점에서 기존에 없던변화를 즐길수있을텐데

레밀리아는 그저 '심심해서' 이변을 일으키는지요?

 

lunawhisle 2016.07.19. 08:39

저기 적혀 있는 홍무이변은 기존의 스토리라인에 있었던 진짜 홍무이변 이야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