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5

lunawhisle | 조회 수 93 | 2016.07.27. 18:54

 


"겟-단!"

 

"꺄하하하하! 뭐야, 그 피하는 자세는~"

 

플랑의 탄막을 버그걸린 3D 캐릭터마냥 빙빙빙 돌며 피하며 그녀에게 접근한다. 좋아, 지금이라면!


"피스트 오브 테스카토르!"


"앗-"


-퍼어어어어어엉!!


주먹에 폭발성 분진을 생성해 날리는 펀치. 물론 상대가 상대인지라 쉽게 죽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헤롱헤롱해지는(성적인 의미 없음) 상태까진 가게 한다. 거기에 백터 조종으로 내 몸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하는 굉장히 치사한 기술.


"거기까지!"


사쿠야의 판정과 함께, 약 15분간의 탄막놀이가 끝난다. 후우, 오늘도 좋은 땀을 흘렸군. 좋아 좋아.


"대단한걸, 우이. 설마 내 여동생을 이길 줄이야...거기다, 뭐야? 아까 그 기묘한 움직임은."


"이 몸의 회피법이다."


"...그 엄청난 속도로 허리를 흔드는 움직임도?"


"물논."


아스오오오오오오- 치카-우-


"...점점 인간의 고리에서 벗어나는구나, 우이하루."


"핫하, 마스터 덕분이지."


"...나, 그런 변태같은 움직임 가르친적 없어."


"...이건 그냥 네이쳐본 같은걸로 생각해 주시는걸로."


세상에, 마스터가 엄청 질린 표정으로 날 보고 있잖아. 아니, 가만.저건 마치 마스터가 마리사를 볼때의 표정과 흡사하다. 설마... 마스터... 나를...


쓰레기로 보는건가. shit.


"푸하! 꺄하하~ 우이! 아까 그거 한번만 더 보여줘!"


"겟-단☆"


"아하하하하하하! 배가..배가...!아하하하하하!"


"즐거워보이니 다행이네, 플랑."


사실 굉장히 온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기술이긴 하지만, 여자애의 미소를 보기 위해선 이 한몸 던져야지.


...그 이전에, 거절하면 그 직후에 날아올 일격이 더 무서워서 그러는것 뿐이지만.


"자, 그럼 둘다 씻고 저녁 먹자. 오늘 저녁엔 꽃놀이 이야기도 좀 할꺼니까."


"와! 언니, 우리 꽃놀이 가는거야?"


"슬슬 그런 시기니까. 우이도 갈거지?"


"거절할 이유가 어딨겠어?"


생각해보니 슬슬 벚꽃이 필 시기다. 바깥세계에 있을땐 항상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에 핀 벚꽃을 구경하고 다닌다고 별 지랄을 다했었는데... 환상향에서의 벚꽃이라. 워낙에나 절경인 곳이 많은 이 세계인지라 진심으로 기대된다.


"사쿠야~ 씻겨줘~"


"알겠습니다, 작은 아씨. 우이하루는 나중에 들어와."


"아... 뭐, 안씻어도 되는데."


아, 순간 다들 나한테서 한발자국 물러섰어.


"여, 역시 남자란 생물은..."


"...우이하루, 너 파문."


"잠깐만, 그 반응은 좀 심하잖아, 마스터!? 내 몸이 어떤진 댁이 제일 잘 알면서!"


"...농담."


살며시 짖궂은 미소를 짓는 파츄리. 하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이야기야?"


"길게 말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대충 줄여두자면. 내 몸에선 노폐물 자체가 생성이 안돼. 말하자면 민나노 아이도루 상태라는거지."


아이돌은 똥도 안싼다구. 근데 요샌 싸는걸 더 좋아하는 인간들이 넘쳐서 문제야. 끔찍한 세상이 되었어.


참고로 아까 좋은 땀을 흘렸다고 말한건, 어디까지나 문학적인 표현일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노폐물 생성이 중단된건 꽤 최근의 일. 아공간에서 신키랑 연락을 취해보니, 몸이 신의 육체로 변해가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아까전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움직임을 보인것도 이것의 부산물.


...신의 힘을 겟-단☆ 같은 고대 네타를 체현하는데 쓰다니... 으음, 굉장히 바람직하군.


"노...폐..물? 언니, 노폐물이 뭐야?"


"에? 아~ 음..."


"...너희들, 도서관에서 책좀 읽지 그러냐?"


아무리 요새 대가리 텅텅 빈 로리 흡혈귀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너도 씻어, 우이. 땀이 안나긴 했어도, 싸우면서 옷이라던지 몸이라던지 더러워졌을거 아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뭐."


씻는거 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니니, 이 장면에선 레밀리아의 명령에 따르도록 할까.


"우이, 같이 씻을래~?"


"저리가라, 꼬맹아. 이 몸을 유혹하려면 한 5단계정도 가슴크기를 키워오도록."


"메롱~ 이다! 변태 꼬맹이~! 가자, 사쿠야!"


"네. 우이하루, 그럼 나중에."


"그려그려."


도서관을 나서는 두마리의 흡혈귀와 한명의 메이드를 바라보다가, 어지르고 간 주변 풍경을 한번 둘러본 뒤,


" "하아..." "


마스터와 함께 동시에 한숨. 자, 그럼 씻기 전에 이 난장판이나 정리해볼까.

 

 

 

 

 

 

 

 

 

 

 

 

 

 

 

 

 

 

 

 

 

 

 

 

 

 

 

 

 

 

 

 

 

 

"벚꽃하면 역시 저세상이지!"


"...사후꽃구경이라면 사양한다."


"아가씨께서 말씀하시는 저세상이라는건 명계를 뜻하는거야, 우이하루."


"...다를게 없어보이는 설명인데여."


홍마관, 식당.


레밀리아와 플랑도르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 마스터에겐 그녀의 요망으로 간단한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사쿠야는 대기중이고, 나는... 뭐, 일단은 스프만. 기본적으로 나는 식사를 사쿠야랑 같이 하기 때문에 이런것이다.

 

원래 이 저택에서 유일한 인간이었던 사쿠야는 아무래도 먹는것도 자신의 주인이랑은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식사를 따로 준비해서 먹는다는 모양이다.

 

으음, 사쿠야가 혼밥충이었다니. 급격하게 '으응~? 혼밥하는 찐따라서 잘 안들리는데~?'라고 깝치고 싶어졌지만, 했다간 나이프가 온몸에 꽂힌채 지하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버리겠지... 물론, 지금의 내가 그녀에게 순순히 당할거란 생각은 안들지만.


하여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같은 종류'의 식사를 하는 나와 사쿠야는 따로 밥을 먹는다는 뜻이다. 식사 준비도 꽤나 수순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게 편하다고 하더라고 본인이 카더라.


참고로 마스터가 샐러드만 먹고 있는건 어디까지나 마력 정제가 어쩌고 하는 명백한 마녀다운 이유에서지, 절대 살이 쪄서 그런게 아니라는걸 그녀의 명예를 위해 밝혀두는 바이다.


근데 요새들어 살찌긴 했지, 마스터. 그게 더 귀엽긴 하지만.


"너는 아직 환상향에 온지 얼마 안되서 모르겠지만, 이 환상향은 명계와 물리적으로 연결 되어 있어. 전에 같이 인간 마을 갔을때 유령도 봤잖아. 기억 안나니?"


"아, 그거...근데, 저세상이랑 현세가 연결되어 있다고?"


정말 뭐든 가능하다는 느낌이구만, 환상향은.


"출발은 이번주 주말. 사쿠야, 바빠질꺼야."


"네, 아가씨. 그런 연유로... 파츄리님, 우이하루를 잠시 빌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던지."


"앗, 사쿠야. 우이랑 나랑 놀 시간엔 제대로 돌려줘야해?"


"물론이지요, 작은 아씨."


"*sigh*"


예. 이게 요새 제 홍마관에서의 포지션입니다. 물건 취급받는 인생이라니 즐겁네요 즐거워. 뭐, 이러니 저러니해도 도중참가한 나를 멤버로써 받아들여주는것 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취급은 저렇지만...


"내일부터 바빠질꺼야, 우이하루."


"와~... 너무너무 기대된당~(국어책읽기)"


뭐, 말이야 이렇게 하지만 꽃놀이 자체는 정말로 기대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자전거타고 벚꽃을 찾아다니며 볼 정도로 좋아했다구. 게다가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예쁜 여자애들 여럿이랑. 기대가 안될리가 없지 않겠는가?


...어느쪽이던, 연애대상이 될만한 인물은 아무도 없지만...음...

 

어라? 그러고보니 홍마관 멤버중에 한명 더 있었던거 같은데?


"잠깐만, 메이링은 어떻게 할거야?"


"아."x4


"너네들..."


아무리 그래도 좀 너무한거 아니냐. 매일같이 문을 지키던 착실한 일꾼을 잊어버리다니. 나도 방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어떻게 할꺼야, 언니?'


"음... 집을 비울 수는 없는데... 그래도 데리고 가야할거 같고..."


"문지기에게도 그런 자비를 베풀다니, 역시나 아가씨."


"후후, 좀 더 떠받들어도 된다구?"


저 우쭐거리는 얼굴에 마요네즈라도 뿌리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그건 제쳐놓고. 의외로군. 말을 꺼내면서도, '레밀리아 녀석, 어짜피 집이나 보게 하겠지' 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봤는걸. 떠받들 생각은 없지만. 마요네즈 어디갔어?


하여간, 요는 '빈 집을 지키면 된다' 였던가.


"아, 집 지키는거라면... 이건 어때?"


테이블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머리속에서 이미지한다. 필요한것은 집을 지킬 방범장치. 필요시 요격까지 가능케하는 물건.


"생성!"


공간이 한순간 일그러지더니, 식당의 벽에 동그란 구체같은것이 생성된다. 기계같은 형상의 그 구체는, 커다란 눈처럼 생긴 하나의 동공에서 은은하게 푸른 빛을 띄기 시작한다. 좋아, 기동됐군.


"헤, 꽤 귀엽게 생겼는걸. 그치, 플랑?"


"에에? 언니는 저게 귀여워? 난 좀 부수고 싶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그래?"


상반되는 자매의 의견.


...플랑은 의외로 천성적인 게이머의 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 형태, 출처가 고오급시계의 그 감시 포탑이거든. 즈언통을 준수하십시오.


"그래서? 우이하루. 저 기계는 어떻게 작동하는데?"


"뭐, 직접 확인해보는게 좋겠지. 사쿠야, 저 포탑 근처로 나이프 하나 던져봐."


"아가씨가 식사하시는 앞에서 그런 경거망동은..."


"괜찮아, 사쿠야. 한번 해봐."


"그러시다면."


레밀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소매에서 은색 나이프를 꺼내든 사쿠야는 그야말로 음속으로 그것을 포탑을 향해 던진다.


그와 동시에.


-삐빅! 지이이이잉~


나이프는 포탑에서 뿜어져나온 빛줄기에 저지되어, 그대로 굳어버린다.


"저건?"


"사정거리 안에 있는 물체를 굳혀버리는 방범장치. 뭐, 굳이 이름붙이자면 '메두사의 눈' 정도? 굳는다해도 살상능력은 없어...모종의 이유로 말이야."


...주로 이 저택에 침입해 오는 그 '누군가'를 위한 배려다. 물론 저렇게 나이프처럼 작은 크기의 물건은 곧바로 굳어버리지만, 평범한 마법사 정도 크기의 여자아이 정도면 몸이 느려지는 정도가 되겠지. 그것도 오래쐬면 굳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뭐, 아까도 말했지만 살상능력은 없다. 저 광선에 맞았을때의 최악의 결말은 음... 촉수괴물이랑 마주하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어질때 정도가 아닐까?


"편리하네. 저정도면 문지기가 필요 없는거 아냐?"


"아~ 그것도 아니야. 설치 갯수 제한도 있고, 뭣보다 유지보수가 까다롭거든... 모종의 이유로."


물론 이 부분은 뻥이다. 이 장치는 어디까지나 내 프라이빗 존을 지키고 싶어서 만들어낸 장치기 때문에, 유지보수도 쉽고 설치 갯수 제한도 없다. 근데 굳이 저 말을 한건... 기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보고 싶지 않아서지. 시대의 변화란 잔혹하군.


"그래? 그건 아쉽네... 좋아, 그럼 메이링도 데려가자. 사쿠야, 좀 더 바빠지겠어."


"예, 아가씨. 메이링한테는 네가 말을 꺼내놔, 우이하루."


"그러지 뭐."


생성한 메두사의 눈을 집어 비활성화 시킨 후 아공간에 던져놓고, 다시 활기찬 꽃놀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


...저렇게나 즐거워보이는데, 정말로 그 환각은 뭐였던걸까. 영 머리속에서 지울 수가 없단 말이지.


"우이?"


"아앙?"


"왜 그래. 내 얼굴을 빤히보고."


"앗, 우이! 언니한테 반한거 아니지?"


"그런건 아닌데, 뭐... 뺨에 피 묻었다고."


ㅇㄱㄹㅇ.


"사쿠야."


"알겠습니다."


사쿠야가 상냥하게 레밀리아의 볼을 닦아주는 모습을 보자니, 그 환각에 대한 위화감이 훨씬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언제 한번,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겠네. 그 환각에 대해선.

 

그보다, 쟤네들 보다보면 논나랑 카츄사가 생각나는데, 나만 그러는거야?

 

 

 

 

 

 

 

 

 

 

 

 

 

 

 

 

 

 

 

 

 

 

 

 

 

 

 

 

 

 

 

 


"...살면서 이렇게 높이 날아본적은 또 처음이구만."


환상향 상공, 명계 입구.


놀랍게도, 정말로 환상향의 하늘 위에는 천국의 문이 있었다... 아니, 명계의 문이려나. 이땐? 톰과 제리의 모 에피소드 이후로, 오랜만이구만. 하늘에 나있는 문.


"사쿠야, 문 닫혀 있는데?"


"당연하지요, 아가씨. 하지만 이 문은 위로 넘어가면 그만이랍니다."


"이런 문, 나라면 부숴버릴 수도 있는데?"


"아서라, 플랑. 변상은 누가 하는데?"


"...핀트, 어긋나 있어. 우이하루."


"문지기도 없네요~ 꽤 경비가 느슨하네, 저세상."


각자 한마디씩 하고, 누가 먼저랄것 없이 동시에 하늘을 날아 문을 넘어선다. 그리고 그 직후에 보인것은...


"헤에, 입구부터 꽤 괜찮은걸."


레밀리아의 말대로, 꽤나 괜찮은 광경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빽빽하게 심어진 벚나무들은 이미 만개해, 그 아름다운 핑크빛 꽃잎들을 마치 솜사탕처럼 뽐내고 있었고, 이를 따라 엄청나게 긴 계단이 웅장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러게. 우리가 저걸 올라가야 하는걸 빼면."


문제는, 우리의 목적지는 저 엄청나게 긴 계단 끝에 있는 곳이라는것. 사쿠야가 한번 가봤다고 하던데, 저 위엔 명계의 주인이 사는 저택이 있다고 한다. 그곳의 벚꽃이 그렇게나 예쁘다나?


"...보기만해도 천식이."


"날아가면 그만이잖아, 파체."


"...아, 그렇네."


"언니, 얼른 가자!"


"그렇네. 자, 다들 출발하자구."


"아, 잠깐만. 너흰 날아가. 난 좀 걸어서 올라갈께."


"? 뭐, 좋을대로 해. 어짜피 자리 준비는 사쿠야의 역할이니까."


"땡큐."


잠깐 의아해 하면서도, 흔쾌히 허락하고 먼저 날아가는 레밀리아와 나머지 일행들. 먼저 보낸 이유는 정말 별거 없는건데, 혼자 걸어올라가면서 이 벚꽃들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폰에 넣어둔 노래도 같이 들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잡스의 유산은 방 안에 쳐박아둔 상태다. 매일같이 울려대서 시끄럽길래 한 처사다.


...지금 와선, 그냥 아공간에 때려박아둘껄 이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


콧노래를 대충 흥얼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꽂고 오만불손한 태도로 벚꽃을 올려다보며 명계의 계단을 오른다. 정말 너무나도 초현실적이지만, 그렇기에 정말 환상적이다. 이것이 바로 환상향. 정말이지,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애정이 솟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
근데...


-파삭!파삭!


아까부터 들려오는 저 소리는 대체 뭘까? 뭔가를...베는 소리? 주로 딱딱한 나무재질의 물건을 베는 소리 같은데. 꽤나 얇은걸 베는지, 보통 사람의 귀론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지만.


"으응...?"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잘 들여다보고 있자니,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것이 보인다. 그리고, 때때로 무언가 번쩍이는것도.


"...누구냐!"


"앗."


어라, 딱히 숨어들어온건 아니지만 왜일까. 이 '앗, 들키고 말았어!' 같은 기분이 들고 마는건. 그리고...


-짜아아아악!!


"비기, 칼날 잡기!"


거기에 어째선지, 갑자기 머리를 칼로 내려쳐졌는데. 칼날 잡기를 안했으면 큰일날뻔 했다니까. 으음, 플랑의 레반테인으로 연습한 보람이 있어. 손에 화상도 안입는 칼따윈 식은죽 먹기지.


"흐읍!"


하지만 공격해온 소녀는 바로 칼을 놓아버리고, 허리춤에서 짧은 칼을 한자루 더 꺼내들어 내 복부로 파고든다. 흠, 꽤나 빠른걸.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꽤 고수인 모양인걸.


으음...찔려도 죽을거 같진 않지만, 그래도 이쯤에선 합을 좀 나눠주는게 좋겠지?


"생성."


아까 잡았던 칼을 놓는 동시에, 은색 나이프를 만들어내 잡아 소녀의 검격을 흘려낸다. 그 직후에, 놀랍게도 소녀는 전광석화의 속도로 내가 놓은 그녀의 칼을 다시 잡고, 이를 휘두를 자세를 취한다. 이, 이건 예상 못했는데?!


"...라고 하면 좀 재밌었을텐데.헷."


"읏?!"


어디선가 뻗어나온 쇠사슬이, 소녀의 검을 부여잡는다. 아무런 마력적인 가공도 되어 있지 않은 퓨어한 물건이지만, 그녀의 검격이 이뤄지기 그 직전의 움직임을 막는데엔 아주 충분하다. 이야~ 예전에 봐두길 잘했다니까. 그 페 어쩌고 하는 애니. 아주 참고가 됐어.


그리고!


"다짜고짜 뭔 짓이냐 펀치!"


라고 쓰고, 테스카토르 피스트라고 읽는 주먹질을 복부에.


-퍼어어어어어엉!!!


폭발과 함께 날아가는 소녀의 형체. 죽지 않을 만큼의 위력이지만, 말 그대로 '죽지 않을' 만큼 정도 밖에 조절을 하지 않았으니 대충 정신은 잃었겠지. 대체 뭐였던거야? 갑자기 공격 해오고... 혹시 여기 관계자인가?


"...저기 있잖아. 그 칼 내려치는거 안하면 안될까?"


"?!"


날아갔을 터이지만 어째선지 등 뒤에 서 있을 소녀에게 말을 걸자, 당황하는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좀 귀여운걸. 이쪽은 공격 한방한방이 사망급인 유녀가 최대 4인으로 불어나서 달려드는걸 막아내는게 일상이라고. 이정도로 살기를 내뿜는 기습을 못알아챌리가 있나.


"누구냐."


"...그거, 달려들기 전에 물어봤으면 좋았잖아..."


달려들면서 물어보면 나보고 어떻게 대답하라고.


"...그, 그건."


"......"


심지어 당황하고 있고. 한숨을 크게 푹 쉬며 돌아보니, 아까전의 그 소녀가 칼을 집어넣으며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키는 나보다 작...으려나. 은색 단발의 녹색의...원피...스? 사실 잘 모르겠다. 여장 코스 플레이어가 여자 옷을 모른다는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만.


하여간, 그녀가 더 작아보이는건 그 허리춤에 찬 두자루의 일본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엄청난걸. 긴쪽은 자기 키보다 큰거 아냐, 저거?


"일단 대답하자면, 음... 관광객이라고 할까. 꽃놀이 하러 왔는데."


"저세상에서 꽃놀이? ...수상한걸."


"참고로 일행은 이미 올라갔어."


"칫, 양동이었나!"


"...아니, 그건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하기사, 얘 입장에선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만. 그보다, 아까부터 신경쓰였는데. 쟤 주위에 떠다니는 저거 뭐야? 유령? 무슨 구름 같은게 떠나니는데. 아니... 자세히보면 정자같기도 하고. 헤에, 이 여자애... 좀 야한걸.


뭐, 그게 아니면 내 뇌가 썩어 문드러졌던가.


"그리고 꽃놀이 온거 정말이라니까. 이것봐."


아공간에서 나와 사쿠야가 먹을 도시락 바구니를 꺼내 보여준다. 이걸 다 사쿠야가 하룻밤만에 준비한거라니. 역시 제반ㄴ...아니, 사쿠야 답다.


"...하지만, 그게 침입을 허용할 이유는 되지 않아."


침입을 허용한건 그쪽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넘어가주자.


"근데 있잖아, 말릴려면 일단 올라간쪽을 먼저 상대하는게 어때? 위엔 이미 5명이나 올라갔는데."


"...아니,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철컥!


은빛 단발머리의 소녀는 자기 키보다 길어보이는 일본도를 내게 치켜들며, 말한다.


"너를 지금 당장 베어버리고 올라가는거지."


"응~? 꽤 오래 걸릴껀데~?"


"흥, 그건 어떨까!"


"!"


헉, 뭐야. 사라졌어? 어디로...


-빠아아악!


"왓더!?"


어느새 내 등 뒤에 나타난 소녀는, 발차기로 내 몸을 공중으로 띄워버린다. 얘 혹시, 칼보다 발이 더 판정이 좋은거 아냐?!


"인귀「미래영겁참」!"


"쯧!"


스펠카드! 저렇게 기술명을 선언했다는것은, 이 다음에 큰 기술이 온다는 이야긴데... 그녀의 무기를 생각해보면, 아마 다음에 올 기술은 베기 공격일터!


"하아아아앗!"


-부욱!


빠르다! 눈으로 인식했을땐 이미 옷이 베어진 상태. 게다가 일격이 얕은거 보니, 이건 아마 연속공격. 그렇다면!


"겟-단☆"


-파바바바바바박!!!


버그 걸린 3d 캐릭터같은 움직임으로 그녀의 검격을 피한다. 아무래도 속도가 너무 빠른지라 전부 피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짜아아아악!


"끝났냐?"


"!"


17 검격째의 일격을 칼날잡기로 막아낸다. 이건 내 감이 좋았다고 하기보단, 그녀의 검격이 너무나도 올곧았기 때문. 검에 대해 무지한 나조차도 다음 일격이 중앙에서의 올려베기 일것이라는걸 예상할 정도니까.


자, 그럼 내 차례인가?


"염왕(炎王)「슈퍼 노바」."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분진폭발을 최대한 이용한, 극대의 폭발 마법. 마스터의 '...스펠엔 반드시 파훼법이 있어야해' 라는 말씀에 따라 제대로 된 파훼법도 존재하는, 명백한 스펠카드다.


...뭐, 파훼법이 '범위 바깥에 있는다' 밖에 없는, 양심없는 스펠이긴 하지만.


"후우."


한순간에 대량의 분진을 만들어서 폭발시키는 기술이다보니까, 아무래도 피곤해진단 말이지, 이 스펠... 뭐, 그만한 파괴력은 있으니까 상관 없나. 이걸로 아까의 정원산지 뭔지 하는 애도 수레를 탔겠...


"...없어?"


분명 여기쯤에 죽은 야무치같은 자세로 누워 있어야 할 어...콘파쿠 요우무였나? 하여간 걔가 안보인다. 설마, 그걸 맞고도 서 있을 수 있는겨?


"혼백「유명구문지총명의 법」."


"음?"


돌아보니, 엉망진창으로 옷이 찢어진 요우무 옆에, 또 한명의 요우무가 서 있었다. 게다가, 옷이 찢어진 쪽은 아까전의 그 정ㅈ...아니, 혼령으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다시 봤는걸. 반령으로 사용했다곤 해도 설마 미래영겁참을 막아낼줄은."


"분신술이라니, 어디 사는 닌자도 아니고. 사무라이 맞냐?"


"나, 이때까지 한번도 사무라이라고 한적 없는데..."


아, 그랬던가? 일본도 들고 설치길래 사무라인줄 알았는데...


하여간, 아주 타격이 없진 않은지 고통을 참고 있는 기색이 다소 엿보인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힘 조절을 한다고는 해도 이 기술 꽤 아프다더라고. 마리사가 그랬으니까 확실해.


"자, 그럼 계속해볼..."


"잠깐 멈춰!"


"에잉?"


소리가 들리는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올라갔을터인 레밀리아와 사쿠야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거기에... 옆에 저 풍만한 아가씨는 누구여?


"요우무~ 손님이 왔으면 얘기를 해야지~"


"아, 유유코님!...근데, 손님이라구요?"


"어머? 내가 어제 이야기 안했니? 오늘 손님 올거라고."


"......"


아, 나 지금 요우무가 짓고 있는 저 표정 알아. 저거 그거잖아. 여름방학 끝나기 전날에 꼭 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는걸 떠올린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가 짓는 표정이야.


"그나저나, 레밀리아. 사전에 이야기 해놨던거야?"


"당연하지. 내가 남의 영역에 아무 말 없이 침입하는 무뢰한으로 보였던거야?"


...그렇다고 말하기엔 사쿠야의 눈이 너무 무서운걸.


"우우, 성장했구나. 레밀리아. 이 오빠는 기쁘단다."


"누가 오빠야. 내가 너보다 나이 더 많거든?"


"할머니라고 불러줘?"


"......사쿠야. 꽃놀이 끝나고 쟤 나중에 혼내놔."


"알겠습니다, 아가씨."


"껄껄. 자, 그럼 뭐. 싸울 이유도 사라졌겠다. 올라가볼까, 콘파쿠 요우무?"


"......"


무언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는 요우무. 솔직히 쪽팔리겠지. 주인이 말한걸 까먹고 있다가 손님을 베어넘기려고 했으니까.


말은 안하고 있지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채 따라오는 모습. 좀 귀엽다. 놀리면 칼들고 휘두를까봐 안놀리고는 있지만....


허허, 정말 즐겁구만. 꽃놀이.

 

 

 

 

 

 

 

 

 

 

 

 

 

 

 

 

 

 

 

 

 

 

 

 

 

 

 

 

 


"으음...?"


정신을 차려보니, 본적 없는 천장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뭐야, 이 싸구려 라노베같은 인트로는.


아아, 그러고보니 다들 꽃놀이에 열중하느라 돌아갈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유유코네 저택에서 하루 묵게 됐었지... 바깥이 약간 밝은걸 보아하니, 대충 동이 틀 무렵인 모양이다.


"......"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곤히 잠들어 있다. 그 사쿠야까지 저렇게 평안하게 잠들어 있다니, 어제 대체 얼마나 놀아재낀거람.


...흐음. 기왕 일찍 일어난거, 잠깐 바깥을 둘러보고 올까. 어제는 조용히 걸어다니려고 하다가 중간에 요우무한테 방해를 받았으니.


-스으윽...


다른 애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장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선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주위는 푸르스름하게 밝았다. 곧 해가 뜨리라.


...근데, 명계에도 해가 뜨고 지는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호오..."


옅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잎이 나무에서 떨어져 내려와 흩날리는 그 모습은, 시라도 한줄 써질것만 같은 정취가 느껴진다. 사후세계가 이렇게 아름답다면, 한번쯤은 죽어도 괜찮을거 같은 기분이... 들리가 있나.


"어머, 벌써 일어났니?"


옆에서 들려오는 느긋하고 기품 있는 목소리. 돌아보니, 거기엔 이 저택의 주인이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떠있었다라고 말하는게 옳겠지. 발이 땅에 붙어있질 않은걸.


분홍빛 곱슬머리에, 하얗다 못해 창백해보이는 살갗. 그 풍만한 육체가 어딘가 덧없어 보이는건,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 유령... 정확히는 '망령'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름은 분명, 사이교우지 유유코.


"안뇽."


"후후, 안뇽. 어제는 요우무가 민폐를 끼쳤었지. 미안해~ 그 아이, 아직 미숙하거든."


"뭐, 어제 민폐 받은만큼 놀려먹었으니 됐어."


칼을 뽑아들기 직전까지 갔었지, 어제 요우무... 아마 오늘은 만나자마자 진짜로 베어버리려고 하지 않을까? 순순히 베여줄 생각은 없지만.


"벚꽃, 좋아하니?"


"...왜 그렇게 생각해?"


"거야,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잖니? 벚꽃."


"음... 좋아하는것도 좋아하는건데, 여기 벚꽃은 격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계속 시선이 간단 말이지."


이건 진짜로. 명계의 벚꽃은 무언가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 보게 된다.


"어머, 그건 칭찬으로 들어도 되는걸까? 후훗."


"좋으실대로. 근데 그건 왜?"


"혹시 벚나무에 관심이 있으면, 명계에서도 가장 큰 벚나무를 보여줄까~ 해서 말이지."


"헤, 그건 관심이 가는걸."


"보러 갈래?"


"지금?"


"응."


흠. 거절할 이유가 없는걸. 애시당초, 지금 침실을 나온것도 아침산책이나 할까 해서 나온거니까. 겸사겸사다.


"좋아. 안내해줘."

 

 

 

 

 

 

 

 

 

 

 

 

 

 

 

 

 

 

 

 

 

 

 

 

 


"여기야~"


"오오..."


확실히 이건 '명계에서 가장 큰 벚나무'라고 자부해도 될만큼 큰 나무다. 누가 세계수라고 입을 털어도 한 1/3은 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커다랗다.


...다만.


"저, 유유코 아씨?"


"뭐니?"


"꽃, 안 피어 있는뎁쇼."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나무에 꽃이 안피어 있으니, 엄청나게 을씨년스럽다. 게다가 주위의 다른 작은 벚나무들은 전부 만개한 상태라 더더욱.


"아~ 이 나무, 조금 특별해서 말야. 이름은 사이교우 아야카시."


"나무에도 이름이 있는거야?"


"물론이지. 이 나무, 요괴거든."


"...요괴 벚나무라."


환상향엔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스케일이 큰 나무가 요괴라니. 꽃이 피면 엄청 위험한거 아냐?


...라고 한다면, 지금 이렇게 꽃이 피지 않는다는건.


"봉인된건가."


"어머, 감이 좋네. 무녀라도 해보는건 어떠니?"


"...유유코 아씨, 나 남잔거 알잖아."


"후후, 그럼 음양사라고 말하는게 더 좋았으려나?"


"어느쪽이던 사실 별 상관은 없지만... 꽤 위험한 나무였나봐? 봉인까지 당한걸 보면."


"그러게~ 내 생전에 누군가 봉인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때 기억이 없거든. 누군진 몰라도 이렇게 어엿한 벚나무를 봉인하다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깝긴 하구만. 한번 보고 싶은데, 만개한거."


약간의 아쉬움을 담아,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자.


-파직!


"윽!"


느껴본적 있는 불쾌한 감각과 동시에, 시야가 한순간에 뒤바뀐다.


"...꽃이?"


밤하늘을 수놓듯이, 피어흐드러진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꽃. 그 요사스러운 꽃잎은, 보통의 벚꽃과는 달리 약간 자색을 띄고 있었다. 요괴나 이런데에 관해서 지식이 많이 결여된 나로써도, 이 나무가 얼마나 불길한 존재인지 곧바로 알정도로 나무는 그 흉흉한 오라를 아낌없이 분출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까전의 그 불쾌한 감각. 그리고 이 불길한 예감. 이건 분명, 그때의 그 환각과 같은 종류의 무언가겠지. 그렇다는건...


"...!"


벚꽃의 아래엔, 수많은 사람의 시체가. 그리고 그 시체는 점점 늘어만 가고 있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에 의해.


"...그런거였나."


사이교우 아야카시, 요괴 벚나무. 매커니즘은 잘 모르겠지만, 저 나무는 인간을 끌여들여 스스로 자살을 하게 만들고 있다. 이 추론 이외에 내 눈앞의 광경을 설명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확신한다.


"아아, 드디어. 드디어 만날 수 있어..."


"!"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여성의 상반신이 허공에 떠 있었다. 나머지 몸은 아마, 저 양 끝에 리본이 달린 기분나쁜 '틈새' 안에 들어가 있겠지. 금발에 자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황홀한듯 몸을 어루만지며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녀가 누군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의식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눈을 떠보니, 이번엔 눈에 익은 천장이 날 맞이하고 있었다. 여긴, 마스터의 방이다.


"마스터?"


"...일어났구나, 우이하루."


몸을 일으켜보니, 파츄리는 침대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언제나처럼 책을 펼쳐 들고 있지만, 내가 일어나자마자 책을 덮었다. 혹시, 옆에 계속 있었던걸까...?


"...몸은 어떠니?"


"딱히 아픈데나 이런건 없지만... 어떻게 된거야?"


"...사이교우 아야카시 앞에 쓰러져 있던 너를, 그 망령이 데리고 와줬어. 그리고 철수. 옮겨준건 메이링이니까, 나중에 인사라도 하던가."


"정신을...잃었다...?"


그때의 그 광경,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만개한 그 모습은 분명히 예의 그 환각과 같은 종류의 무언가였겠지. 하지만, 그땐 정신을 잃진 않았었는데...? 그러고보면, 그때랑은 달리 이번엔 몸도 움직일 수 있었지.


"...정신이 들었으면 됐어. 슬슬 나가봐. 나도, 자야하니까..."


"...설마, 나 때문에 못잔거야 마스터?"


"...자의식과잉. 나 너 그렇게 키운적 없어."


...얼굴이 살짝 빨간건 화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는게 좋으려나. 자의식과잉이라는 소리를 들어버렸으니, 이정도로만 해두자. 제자가 마스터를 너무 놀리는것도 좋지 않으니.


"읏차... 그럼, 가볼께. 잘자, 마스터."


"...그래."


최대한 태연하게 문을 닫고, 허겁지겁 내 방으로 달려간다. 내 불길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았으니, 분명...!


-쾅!


"꺅!"


"......"


...어째선지, 내 방에서 왠 여자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어디서 본 얼굴이지만, 일단 무시.


-드르륵!


"...역시나."


잡스의 유산엔 지난번과 같이, '퀘스트'로써 무언가가 추가되어 있었다.


'춘설이변'.


이게, 그 사이교우 아야카시와 관련이 있었던 '이변'이었던걸까? 그러고보면 그 전의 '홍무이변'은, 분명히 그 붉은 안개, 그리고 레밀리아와 관련이 있는 이변이었지. 춘설이라... 봄에 눈이라도 온건가?


"저기...?"


"뭐."


"반응, 너무 약하지 않니...?"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놓고, 그런 소리하는건 좀 그렇지 않냐?"


고개를 돌려 말한다.


"환각속에 나왔던, '틈새요괴' 아가씨."


"...역시나, '내'가 나왔었구나."


놀랍게도, 그 사이에 옷을 갈아입었는지 소녀는 동양풍인지 서양풍인지 잘 모를 옷을 입고 내게 신비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엇다.


"벗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니,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시구만."


"네 성격을 생각했을때, 이게 가장 효율이 좋다고 생각했거든. 김...아니, 지금은 우이하루였나?"


"...그 말투에, 그 정보들. 확실하게 내 몸 상태나 현재 상황을 잘 아는 등장인물로 보이는군. 히로인이냐?"


"후후, 네가 날 감당할 수 있겠어?"


"아니, 별로 하고 싶진 않은걸. 내 취향 아니야."


내 취향은 굳이 따지자면 마스터 파츄리나 케이네 같은 안경이 잘 어울릴거 같은 여성이다. 얘도 어울릴거 같긴하지만... 뒤가 너무 구려보이는군. 음모를 꾸미는건 별로 내 취향이 아니라.


"...차갑긴. 하여간, 항상 그랬지만 눈치 하나는 빠르네."


"아까부터 하나하나 나에 대한걸 뭐든 알고 있다는 말투가 걸리긴 하지만, 얼른 이야기나 진행해. 이 시점에 나타났다는건, 설명충이 될 각오는 하고 나타난거겠지?"


"아아~ 재미 없어라. 너, 그렇게 재미 없어서 소년만화 주인공은 힘들겠네."


"그건 어떠려나. 요샌 개나 소나 하더라고. 그 주인공. 아니, 그보다 이야기를 진행하라고."


"...이래서야 주인공보단 라디오DJ네."


"그거, DJ한테 사과해야할걸."


그것도 그렇네, 하고 살며시 웃는 소녀.


"자, 그럼 자기소개부터 할까. 나는 야쿠모 유카리. 네가 말한대로, '관계자'야."


"오우, 역시나. 나는...뭐, 소개 안해도 되려나. 내가 모르는 나조차 알고 있는 분위기니."


"응. 뭣보다, 너를 환상향에 데려온건 나거든."


...뭐시라?


"그,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긴데."


"어머, 눈치 빠른 너라면 이걸 보고 연상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손짓과 함께, 허공에 열린 '틈새'. 그것은 분명 환각속에서 보았던 그 틈새와 같았고, 그리고...


저 틈새사이의 눈들은, 분명 환상들이를 하는 그 순간에 보았을터다.


"과연. 그런거였나. 그건 그렇다치고, 이 환각들은 대체 뭐야?"


"그걸 이야기 하기전에, 넌 혹시 '평행세계'에 대해 알고 있니?"


"그 환각이 평행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우와, 너 정말 재미없는 애구나."


질렸다는듯이 나를 바라보는 야쿠모 유카리. 아니, 이건 재미를 따질만한 사안은 아닌거 아냐...?


"그래. 그건 단순한 환각이 아냐.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이곳 환상향에서 '일어날뻔한' 이야기들. 가능성의 조각중 하나야."


"가능성의 조각, 일어날뻔한 이야기... 혹시, 내가 본 환각에서 일어난 일을 어느 차원인지 어쩌고인지로 가서 해결하거나 방지하지 않으면, 진짜로 일어나 버린다거나?"


"너, 정말로 주인공 소질 없구나.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보는게 어떠니? 예를 들어 네 이야기에서 조금 빠진 부분이라던가."


"...내가 가서 해야한다거나?"


"...이제 완벽하네. 정말로 재미없는 남자야."


그럴 줄 알았지. 물론 이건 딱히 내가 영웅적인 심리를 갖고 있는것도 아니고, 마스터가 말한대로 '자의식과잉'이라 나온 이야기도 아니다. 머리속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진것에 지나지 않는다.


잘 생각해봐. 어느날 이세계로 소환된 애가 우여곡절(?) 끝에 살아서 강력한 힘을 손에 넣었어. 그리고 그 힘을 드디어 휘두를수 있게 되자마자, 이상한 환각이 보였고. 거기에 이번엔 '관계자'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나타난 수상한 여자까지. 금상첨화로 날 환상향에 환상들이 시킨 장본인이라고까지 소개를 했으니, 이건 뭐. 저런 스토리가 짜여질 수 밖에 없다구.


"이봐, 야쿠모 유카리."


"뭐니?"


"네가 무슨 목적으로, 어째서 하필이면 나인지, 뭐 그런 잡다하고 별 의미 없는 '주인공' 같은 질문은 하지 않겠어."


"그렇다면?"


"해결하면, 뭘 해줄건데?"


"......????"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새끼가 대체 뭐라고 씨부리는거지?'라는 표정을 짓는 야쿠모 유카리. 오늘 처음 만난거지만, 아마 저 신비스러운 여자의 저 당황하는 표정은 꽤나 레어한게 아닐런지.


"뭘 그런 표정으로 사람을 보고 그래? 원래 기브 앤 테이크 아냐?"


"그 힘, 그 능력은 누가 줬다고 생각하는거지. 인간?"


"허허, 거야 너희들이 줬겠지. 물론 '너희들'이라는 범주에 누가 더 들어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야. 하지만, 사지로 뛰어드는 인간에게 줄 보상치곤 좀 짠데? 너희는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한테 총을 쥐어주면서 '그게 네가 목숨을 거는 댓가다' 라고 하면 누가 뛰쳐나가겠어?"


"욕심이 과하면 좋을게 없을텐데, 소년?"


"웃기지 마. 이건 욕심이 아니라 당연한 요구다. 나같은 쓰레기랑 협상을 하려면, 일단 카드를 내게 넘겨주지 말고 시작했어야 했어. 참고로 내 손에 슬며시 넣어뒀을 조커는 다 제거해뒀으니까."


"어머, 무슨 이야기인지?"

 

뻔뻔하기는. 내가 신키한테 부탁해서 만든 '우이하루 백신 앱'에 몇개나 되는 사고능력 폭파 장치가 검출됐다고 생각하는거야? 그나저나, 그렇다는건 신키와 이 여자 사이엔 그렇게까지 긴밀한 커넥션은 없다고 보는게 맞으려나.


"시치미 떼기는. 하여간, 어떻게 할래? 현 상황에선 네가 나한테 부탁해야하는 입장일텐데?"


내가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내 나름대로의 이론을 세웠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싸의 망상력, 그리고 생각의 심도를 너무 무시하면 곤란하다구.


"...하아, 좋아. 그럼 바라는게 뭔데?"


"후후, 그래. 그렇게 나와줘야지. 내 바램은..."


......어엇, 생각해보니 이걸 생각 안해놨네. 이게 제일 중요한건데. 여기까지 와서 '여자아이의 팬티를 줘~'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으음... 아, 이거 나쁘지 않겠네.


"나를 평생 오빠라고 부르면서 모셔라. 아, 물론 지금부터."


"......"


우와~...쟤, 눈이 죽었어... 나도 되는데로 씨부리긴 했지만, 상대쪽은 아예 생각도 못했나보다.


"인간이란건,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아니, 그 말은 아마 인간에 대해서 실례되는 발언일껄."


전 인류에게, 죄송합니다.


"하아...알겠어. 환상향을 위해서라면, 난 평생 너를 오빠라고 부르겠어. 하지만, 명심해. 내가 너를 오빠라고 부르는 순간, 너는 환상향을 위해 도구처럼 부려먹혀야 할거야. 조건을 내세울 정도였으니, 그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겠지?"


"...여동생 하나 만들기 더럽게 어렵군."


...사실 여기까지 끌고 온것만 해도, 어찌보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내심, 언젠가 이렇게 될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거든. 딱히 스파이더맨이 아닌지라 '큰 힘엔 큰 책임blahblah' 같은 헛소리에 찬동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나 강한 힘이 주어질땐 뭔가 꿍꿍이가 있을거라는 예상을 했었거든. 이 인생에, 공짜는 없으니까.


...그나저나, 홍마관 안에서도 물건 취급 당했는데, 이젠 전국구로 도구취급 당하겠군. 즐거운 인생이 될거 같은걸. 씨발.


"유카리, Say my name."


"우이하루 오라버니."


"You God damn right."


내 좆망 인생 스위치는, 이렇게 눌러졌다.

 

 

 

 

 

 

 

 

 

 

 

 

 

 

 

 

 

 

 

 

 

 

 

 

 

 

 

 

 

 

 

 

우이하루

 

자기보다 몇천년은 더 산 요괴를 여동생 삼는 댓가로 도구처럼 부려먹히는 삶을 택한, 이시대를 살아가는 신사.

인생 좆망 스위치가 눌러지고 말았다. 아이고 좆망

 

 

 

 

플랑도르 스칼렛

 

처음으로 우이하루한테 패배한 악마의 여동생.

파괴충동을 우이하루로 푸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약간 성격이 둥그러졌다.

우이하루, 도구로써의 스펙이 증명된 첫 케이스.

 

 

 

 

레밀리아 스칼렛

 

아무리봐도 카츄샤 포지션. 

 

 

 

이자요이 사쿠야

 

아무리봐도 논나 포지션.

 

 

 

파츄리 널리지

 

우이하루가 홍마관에 들어온 이후, 퍼센티지로 따졌을때 가장 운동량이 늘어난 인물.

제자가 내뱉은 헛소리만큼 한숨도 늘었다.

 

 

 

홍 메이링

 

벽에 쳐박힌 이후로 첫 등장.

대사 두줄.

끝.

눈물.

 

 

 

콘파쿠 요우무

 

이도류(의미심장)

 

 

 

사이교우지 유유코

 

백옥루의 주인.

머리색이 핑크라 야할거 같다.

 

 

 

 

 

 

야쿠모 유카리

 

대상과 접촉.

댓가는 컸다.

눈물(2).

 

 

 

 

 

 

 

 

춘설이변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일으킨, '4월이 되어도 눈이 내린' 이변.

 

산골짜기 군부대에선 이런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걸 보아, 그 근처에 명계가 위치한게 틀림 없다.

 

이변을 일으킨 이유는 '봄을 모아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만개 시켜, 그 봉인을 풀어보고 싶어서'.

 

다만,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봉인해제의 재료가 '봄'뿐만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과거를 잊지 못한 요괴가 한 마리.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젠장 2016.07.28. 00:39

노폐물이 생성돼지않는다고? 그....그..것은!!!

모든 남성의 고민이자 영원의적인

치구 조차 생기지 않는다는것인가! 이런 부러운놈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