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엿듣는 즐거움(樂)

Laserbeam | 조회 수 162 | 2016.09.0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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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樂) - 엿듣는 즐거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담요를 푹 뒤집어쓰고 앉아있던 포장마차 주인 미스티아는 그 소리에 잠이 깼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담요 속에서 눈을 살짝 떴을 뿐이다.

 

비도 내리니 이만 장사를 끝내도 되련만. 아침 라이브 때문인지 피곤해 당장 움직이기도 귀찮았고, 한 쌍의 손님이 아직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잠의 취기에 조금 더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자기가 장사를 그만하고 싶다고 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손님이 더 오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는다. 그것이 그녀의 장사 지론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밤늦게, 어떤 때는 새벽이 다 갈 때까지도 그녀의 포장마차는 장사가 잘 되었다.

 

남아 있는 마지막 손님들은 둘 다 여자인 듯했다.

 

이 포장마차는 주인인 미스티아가 자고 있을 때는 손님들이 알아서 돈을 놓고 술과 안주를 가져가게 되어 있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는 티가 나게 마련이다.

 

미스티아는 담요를 치켜들고 몽롱한 눈을 들어 그들을 보았다. 팔에 힘이 빠져 얼굴까지 보진 못했지만, 둘 다 블론드 헤어였다.

 

‘금발에 두 명이라.’

 

미스티아는 머릿속으로 둘이 같이 포장마차에 올 만한 금발 듀오를 생각해보았지만, 얼른 생각나는 이가 없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누구 목소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모르는 목소리일 수도 있다.

 

미스티아는 다시 잠에 빠져들어 보기로 했다.

 

“일곱 명이나 죽였다고?!”

 

그 말에 미스티아의 잠이 확 달아났다.

 

“조용히 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그리고 꽤 된 얘기야.”

 

‘지금 밤말을 듣고 있는 건 새인데.’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미스티아를 쳐다보는 기척이 났다.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게 들키면 조금 멋쩍은 데다, 대화가 대화이니만큼 가만히 있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자는 척하면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몰래 듣는 것도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죽은 건 다 인간이야?”

 

“응. 목을 자르거나, 나무에 못 박거나, 음식으로 독살을 하거나……. 아무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죽였다나 봐.”

 

“인간들은 굳이 인간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왜 서로 죽이는지 모르겠어.”

 

“아, 그 녀석 말이야. 인간이었는데,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나 봐.”

 

“엑, 그럼 지금은 요괴라는 거야? 정말 대단한 녀석이구만.”

 

지금은 요괴인데다 꽤 된 얘기라면……. 한 번쯤 포장마차에 들렀을 가능성도 있다. 아는 녀석일까?

 

“지금은 마법사가 돼서 마법의 숲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나 봐.”

 

“뭐야, 그럼 된 거 아냐?”

 

“슬슬 녀석이 누군지 알 것 같지 않아?”

 

“그 녀석 말하는 거지? 인형사. 근데 진짜야? 그 녀석이?”

 

인형사. 미스티아도 아는 사람. 아니, 마법사였다. 그녀는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까 침을 삼키지도 못한 채 그들의 얘기를 숨죽여 듣고만 있었다.

 

“그렇다니까. 게다가 요즘 소문으로는, 옛날에 남을 죽였던 맛을 잊지 못해서 뒷산에 짚 인형을 박다 못해 혼자 돌아다니는 인간이나 요괴를 몰래 죽이는 걸 즐긴대.”

 

“그럼 얼마 전에 변사체로 발견된 시체도 그 녀석 소행이라는 거야?”

 

“소문일 뿐이야. 소문과는 달리 진짜로 조용히 살고만 있을지 누가 알아?”

 

“에이, 뭐야. 그런데 그 녀석, 마법사가 됐으면서 마법은 안 쓰고 인형만 쓰지 않아?”

 

“그것도 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거겠지. 아, 마법이 아니라 그 녀석 본인의 재능이 들어간 것도 있지만.”

 

“그게 뭔데?”

 

“복화술이야, 복화술. 녀석이 데리고 다니는 인형이 하는 말들 전부 다, 스스로가 복화술로 하는 말이잖아.”

 

“정말? 그게 복화술이었어? 난 영락없이 인형이 말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분명 사람을 죽이고 혼자 살다 보니 미쳐버린 걸 거야. 아, 그 녀석의 소문 중에 이런 소문도 있어.”

 

“어떤 소문?”

 

또 다른 소문인가. 소문일 뿐이라면서 잘도 말하는군. 흥미가 떨어졌다.

 

미스티아는 다시 잠에 빠져들어 보기로 했다.

 

“야밤에 아무도 없고 주인 혼자 남은 가게에 들어가잖아. 그런데 주인이 자고 있으면, 녀석의 죽이는 걸 즐기는 본능이 발동하는 거지. 그러면 녀석은 자기 키만한 인형을 꺼내서 장기인 복화술로 두 명인 척 하며 자기 이야기를 하다가 주인이 슬쩍 깨서 그 이야기를 엿듣게 해. 그러다가 절호의 타이밍에 그 주인을…….”

 

그 말에 미스티아의 잠이 확 달아났다.

 

 

 

 

 

 

 

 

 

 

 

 

 

 

 

예전에 썼던 것을 재업한 것.

 

앨리스 = 정직자 설에다가 옛날에 들었던 괴담을 합체시켜서 각색했던 단편.

 

본업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평소에는 핫산인지라 글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단편 대회가 있어서 써서 내 봤었음.

 

제목에 樂이 들어간 건 그 때 주제 중 하나가 아마 樂이어서 그랬던 것으로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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