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6

lunawhisle | 조회 수 111 | 2016.09.06. 12:23

 

 

 

 

 

 

 

 

 

 

환상향에서 맞이한 첫 여름. 여름이라함은, 재패니메이션에선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벤트들이 발생하는 중요한 계절이다. 바닷가! 수박깨기! 바다의 집! 합숙! 불꽃놀이! 마츠리!


...안타깝게도, 환상향엔 바다가 없기에 위의 항목에서 반쯤은 전멸인데다가, 심지어 여긴 애니메이션의 세계도 아니다.

 

뭐, 하여간. 그런 기념스러운 계절에...


"...앰창?"


우리는, 집에서 쫒겨났다.


"우이, 이제 어떻게 할거야! 너때문에 이렇게 된거 아냐!"


"날뛰지 마라, 햇빛 닿는다."


"앗..."


"*sigh*"


내 몸 사이즈엔 결코 어울리지 않는 크기의 양산...이랄까, 거의 파라솔급의 물건을 한손에 들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라는 멤버에 포함되는 또 한명이, 지금도 뜨겁게 내리쬐는 저 태양엔 쥐약인 흡혈귀이기 때문이다. 아, 정정. 태양엔 쥐약인 '개 깝치는' 흡혈귀이기 때문이다. 얌전했으면 이렇게 큰 차단막은 필요 없었겠지.


"그 중2병 흡혈귀 년..."


그놈의 스칼렛 데빌(웃음)년... 사람을 몰개성적인 놈으로 취급하더니, 개성찾이 여행을 떠나라면서 사람을 내쫒고 지랄이야. 뭐가 시발 '아끼는 아이는 여행을 시키라는 말이 있잖아(도야가오)'냐. 거기다가 귀찮은 짐 떠맡기듯이 플랑도르도 같이 내쫒아버리고.


"있지, 우이. 정말로 어떻게 할거야? 네 개성, 정말로 없잖아."


"밀어버린다."


"성격만 더럽구."


"에뷔-"


"꺄아아악! 그만! 진짜 닿는다고!"


쪼매 즐거워 보이시는뎁쇼, 작은 아씨?


뭐가 어쨌던간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변덕쟁이인 집주인의 횡포에 휘말렸다는 이야기다. 귀찮게 된건, 내쫒을 때의 눈이 꽤나 진심이었다는 점. 아마 정말로 제대로 된 개성을 찾아서 돌아오기 전엔 집에 들여보내 주지 않겠지...워째서 개성? 이라는 생각은 물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레밀리아의 성격상 분명 적당히 떠오른걸거다. 짜증나게도.


하여간, 어떻게 할꺼냐? 인가. 일단은...그렇군. 개성을 찾고 어쩌고 하기 전에, 내 쓸모없는 파티원이 태양에 약하다는 점을 어느정도 극복할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어보인다. 선택지는 세개가 되겠군.


1) 태양을 박살낸다.
2) 영원히 태양이 못뜨게 만든다.
3) 태양을 피한다.


...아니, 1,2번 의미 없잖아.


"좋아. 태양부터 피하고 보자. 혹시 좋은데 알고 있어, 플랑?"


"응? 집에 가고 싶어."


"...그건 동감이다만, 네 언니야 성격상 그건 힘들거 같은데."


"그렇겠지~? 우웅...태양이라... 태양을 꾸욱-해서 퍼펑- 해버리면 안될까?"


"안될껄?"


소름돋는군. 같은걸 생각하고 있었어. 자살하고 싶어졌다...


"그럼...아, 어디 남의 집에 들어가 있다가, 밤에 나와서 우이의 개성을 찾는건 어때?"


"그 가능성, 너때문에 파기했거든?"


그리고 밤에 개성찾이 산책이라니, 100% 거수자 잖아 그거.


"에~? 어째서?"


"너, 100% 심심하다고 지랄하다가 집을 박살낼게 뻔하거든."


"...우이,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네 그 납작한 가슴에 물어보렴."


우끽-! 하고 화내는 플랑은 내버려두고. 사실, 플랑이 아까 말한게 가장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밤이라면 플랑도 활동이 가능하니까. 내 개성을 찾는건...어찌됐던 간에.


"아! 그러고보니..."


"응?"


"전에 파체가 마리사를 서포트 해준적이 있었거든? 그때 마리사, 지저?로 간다고 했었어. 거기라면 태양, 없지 않을까?"

 

뭐냐, 그 후쿠시?대학에 다니는 20살 여자애같은 말투는.


"지저... 땅 밑인가. 거기에도 뭔가 있는거야?"


"나는 잘 몰라. 근데, 파체 좀 즐거워보였어."


...마리사 the 카사노바. 그녀석, 성격만 보면 시원시원해서 호감형이니까 말야. 침대 위에선 애무는 파워라구! 라던지 말할거 같다. 안하겠지만.


그나저나, 지저인가. 지하세계도 있다니, 정말 환상향엔 없는게 없구만. 천상계도 있는거 아냐?


"길은...뭐, 네가 알리가 없겠지."


"웃, 바보 취급 당한 기분이 들어."


"엇, 그럼 아는거야? 안다면 사과할께."


"...사과할 필요 없을지도."


...우와, 쓸모없어. 이 로리흡혈귀.


"그나저나 너, 심심하다고 아무 눈이나 꾸욱 하면 안된다?"


쓸모 없는데다가 민폐까지 끼친다면 정말로 데리고 다니기 싫어질테니 말이지.


"에에~? 어째서? 그거, 보이면 정말 누르고 싶어진다구?"


"어느정도로 누르고 싶어지는데?"


"음...그러니까, 우이가 전에 줬던 뽁뽁 거리는거 있잖아?"


에어캡 말하는건가? 일명 뽁뽁이라고 불리는 물건. 하도 귀찮게 하길래 창조 능력으로 만들어서 줬더니 생각보다 오랫동안 가지고 놀더랬지. 한 15분?


그 뽁뽁이의 최후는...너무나도 잔혹해서 입으로 올리기도 두렵다.


"그거?"


"응. 그걸 딱 손가락 사이에 잡은 느낌이라고 할까? 엄청 누르고 싶잖아. 그치? 딱 그런 느낌이야."


"허뮈..."


그 충동이야 잘 알겠지만, 그런 가벼운 충동으로 만물을 박살내고 다녔단 말야? 얘 보호자는 대체 애한테 뭘 가르친거야.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정신연령을 생각해보면 정말로 참기 힘든 충동일 것이다. 거기다, 그걸 누르면 그것이 부서지는걸 알기 때문에 더욱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거겠지. 마치, 온 세상이 거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흠, 요컨데 보이지만 않으면 일단 어떻게든 된다는거지?"


"응. 그리고 우이만 보고 있어도 괜찮아. 우이, 눈 안보이거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묘하게 사람을 리신 취급하는걸로 들리는걸.


어디로 가야하오.(비교적 진심으로)


"그럼 이건 어때?"


이럴때를 대비...하진 않았지만, 전에 만들어놓은 안경을 아공간에서 꺼내 플랑에게 직접 씌워준다. 플랑도르를 의식해서 만든 안경이기 때문에 테는 붉은 색. 안경다리 끝 부분에 그녀의 날개색 라인이 사선으로 칠해져 있는게 포인트다.


"앗...와아! 꾸욱하는 눈 안보여! 답답해! 그리고 이거 거슬려!"


"솔직한 감상 고마워. 적어도 내가 개성을 찾기 전까진 그거 쓰고 있어."


"으, 그건 좀 싫을 지도. 이거 불편해."


"너 그거 쓴지 10초 된건 아니?"


거기다가 사이즈도 딱 맞춰서 안 불편하게 최대한 노력한건데. 하기사, 안경을 안쓰던 사람이 안경을 쓸때엔 다 저런 기분이겠지. 음, 그나저나. 어울리는군. 무작정 말괄량이로만 보이던 플랑이 조금은 어른스러워 보인다.


"음음. 귀여워 귀여워. 그거 쓰고 있으니까 더 흡혈귀 같은걸."


"에? 정말?"


"당연하지."


"헤헤~ 그렇게 칭찬을 들어버리면 어쩔 수 없구만~"


우와, 존나 단순ㅋ


기뻐하는걸 보니 뭐, 만들어준 보람은 있어보인다.


...다만, 저 안경의 내구도가 걱정이 되는데. 내 눈에만 보이는 아주 세세한 변화긴 하지만, 지금도 안경이 그녀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금가고 있다. 다시 만들어주면 그만이긴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분위기나 말로 넘어갔다 해도 다음에 또 써줄지가 의문이다. 아마 다음 기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그 전에, 이 빌어먹을 촌극을 끝내고 집에 다시 돌아가야한다. 더 귀찮아지기 전에.


...근데, 그 지저로 가는 통로는 어디에?

 

 

 

 

 

 

 

 

 

 

 

 

 

 

 

 

 

 

 

 

 

 

 

 

 

 

 

"우효- 문명의 이기 최고로구만."


잡스의 유산에 깔려 있던 지도 어플. 거기엔 무려 환상향의 지도까지 등록되어 있었다. 마계신의 마력에 침식(?) 당할 적에, 정보 또한 업데이트 된걸지도. 아니면 유카리가 넣어놨던가.


아, 참고로 얼마전에 내 여동생으로 입적한 야쿠모 유카리는 지금도 날 감시하고 있다. 본인은 '언제나 오라버니가 필요할때 나타날 수 있도록' 이라고 말했지만, 아마 100% 확률로 내가 이 힘을 가지고 폭주할 가능성을 염두한 감시겠지. 나 스스로도, 아직까지는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이니 아직 그쪽으론 괜찮으려나.

 

다만...난 여전히 감시당하고 있다. 설마, 유카리는 일루미나티?

 

ILLUMINATI!(빠-빰)

 

YOU'VE COME TO TAKE CONTROL!(빠-빰)


"우와- 엄청 큰 구멍이네."


"지도상으론 여기가 지저의 입구라는 모양인데... 이 안이면 적어도 햇빛 쬘 일은 없어보이네."


"그리고 여기, 좀 시원해! 빨리 들어가자!"


"예이 예이."


간만에 멀리까지 나온 외출인지라, 아무래도 들떴구만. 플랑. 저렇게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말로 평범한 서양로리인데... 아차, 묘하게 아청법스러운 호칭이 되어버렸어.


...뭐, 저 힘이 위험하다고 495년간이나 가둬놓은 레밀리아가 나쁘다면 나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한번쯤은 레밀리아를 묶어놓고 맨 오브 스틸이나 감상시켜주는게 좋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럼 강력하지만 제어가 힘든 힘을 가진 아이에 대한 대처법을 좀 배울 수 있지 않겠나.


...왜 묶어 놓고 보여주냐고? 정말 몰라서 묻는거 아니지?


하여간, 가볼까!


"XX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모형탑 훈련! 저희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에?"


-덥썩!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양산을 던지고 플랑의 목덜미를 잡은 후, 그대로 구멍으로 다이브 인. 나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밤눈은 좋은지라 이런 어둠속도 잘 보인다. 뭐가 보이냐고? 아무것도 안보인다. 간간히 요정이 몇마리 날아다니는게 보이는 정돈데, 환상향에서의 요정은 하루살이만큼이나 흔하니 굳이 '보이는' 대상에 넣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이, 아래!"


"으잉?"


플랑의 말에 밑을 내려다보니, 어째선지 검은 리본을 묶은 노란 포니테일 소녀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인다. 이 궤도, 이 각도, 그리고 이 속도. 이대로 가다간 저 여자애, 인간이라면 즉사각이다. 100% 요괴겠지만.


"으랏차!"


벡터 조종을 사용해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수준으로 허공에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착지. 쓰러져 있는 소녀의 바로 옆에 내려선다. 그래서, 대체 뭐여? 오자마자.


"야, 괜찮아?"


"으...으윽...도...망가..."


"망가?"


"으으...우웨에에에에에에엑!"


허뮈 쓉뻘, 얘 토했어. 그것도 내 신발에.


"아하하하하! 얘, 우이 신발에 토했어! 아하하하하하하하하!"


"행복해서 좋으시겠습니다, 작은 아씨."


"아하하하핳하하!"


우와, 진짜 즐거운듯이 웃네. 한대 때리고 싶을 정도로. 뭐, 신발이야 새로 만들면 그만이고 발은 물을 만들거나 벡터조종으로 더러움을 씻어내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 여자애, 존나게 취했다. 그리고... 마치 지나간 길을 그리듯, 옅게 빛이 비춰지는 쪽으로부터 여기저기에 신발이니 토사물이니 이런저런게 보인다. 어쭈, 저건 속옷인데?


"세상에나, 대체 뭔 일이 벌어지는겨."


"우이, 냄새나니까 그 발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일단 얘부터 어디 박아놓고 생각해보자고."


꽐라가 된 여자애가 이런 던전같은 동굴 바닥에 누워 있으면 위험하다구. 촉수괴물이라도 만나봐. 그럼 바로 레이ㅍ(검열)


...뭐, 환상향 살면서 촉수괴물 같은건 만나본적도 없지만.


"아가씨, 집 어디에요."


"집...으으...저어기...위에..."


"저기?"


그녀가 손가락질 한 끝에, 작은 동굴같은게 하나 보인다. 아무래도 저기가 집인 모양.


"플랑, 저기 길에 떨어진 물건들 다 줏어서 가져와. 얘꺼 같으니까."


"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말은 잘듣는단 말이지, 플랑.


"요괴니까 러프하게 다뤄도 되겠지. 하나-둘!"


쓰러져 있는 검은 리본의 소녀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그녀가 가르킨 언덕으로 던져버린다. 우이하루 선수, 폼이 좋은데요! 아아! 날아갑니다! 아니, 근데 각도가 조금 낮지 않나요?


-퍽!


"꾸엑!"


"우와, 엄청난 목소리."


조준을 잘못해서, 그 아래로 던져버렸다. 존나 아파보이네... 요괴니까 안죽겠지만. 애프터 서비스로, 바람을 일으켜 그 몸을 제대로 언덕 위에 올려준다. 덤으로, 플랑이 마침 가져온 그녀의 물건들(속옷 포함)도 함께. 그나저나, 저 앞에서 술판이라도 벌어진건가? 아니면 회식 다녀온 OL 이려나. OL같은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우엑, 우이. 여기 냄새나."


"안쪽으로 가면 좀 덜하겠지. 가자."


"응!"

 

 

 

 

 

 

 

 

 

 

 

 

 

 

 

 

 

 

 

 

 

 

 

 

 

 

 

 

 

 

 

 

 


"...오호?"


얼마나 갔을까, 사람 사는 마을같은 곳이 다리 너머에 펼쳐져 있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봤지만, 그곳엔 공허밖에 없었어... 뛰어내리면 어디까지 갈지가 참 궁금해지는 깊이다.


"헤, 이런곳에도 누가 사는구나."


눈을 반짝이며 신기해 하는 플랑. 그렇군, 얘는 이렇게까지 멀리 나온게 처음이려나. 어찌보면 그녀의 환상향 자체에 대한 지식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뭐, 다른 정보같은거 없어? 지저."


"응~? 글쎄. 파체, 그땐 마리사가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만 해서."


"마스터..."


나중에 마스터랑 마리사가 만나면 마스터 눈을 예의주시 해야겠다. 분명 눈동자에 하트마크가 나타날거야. 으윽, 생각했더니 조금 꼴렸다.


그 둘 상대로 동인지를 낸다면...음, 그래. 이름은 Unlocked Girl 정도가 좋겠군. 여러 의미로 언락.


"인구는 좀 되는 모양인걸."


"에? 여기선 저기 서 있는 언니 한명밖에 안보이는데?"


"내가 좀 눈이 좋단다."


대강 150~200마리 정도 되나. 그리고 밀집도가 이상하리만큼 높은 지점이 한곳 보인다. 저기서 뭔가 하고 있으려나... 하고 있다면, 저기가 아까전의 그 OL(아님)이 꽐라가 된 장소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저 방향으로부터, 연회의 냄새가 옅게 나니까.


"헤- 평소엔 그냥 우리집 식객으로 밖에 안보였는데, 우이 사실은 대단했구나?"


"의외로 유능한 우이하루, 라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지."


"...정말?"


"아니.(쓴웃음)"


그나저나, 아까부터 저 다리 위에서 서 있는 아가씨... 자꾸 이쪽을 힐끗힐끗 보는데. 플랑이 워낙에나 시끄러워서 신경이 쓰이는걸까. 그렇다면 좀 미안하게 됐는걸. 우리집 애가 시끄러워서...


"일단은...그렇군. 임시로 묵을 곳을 좀 찾아보자. 갈까, 플랑?"


"아, 우이. 나 배고파."


"...너, 혹시나 해서 묻는데 돈 갖고 나왔니?"


"돈이 머야?"


"씨발."


결국엔 제 경비에서 나가는겁니까, 이 특별활동. 안그래도 최근엔 향림당 자주 안가서 돈도 별로 없다고. 물론, 최악의 경우엔 진짜로 돈을 '창조' 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랬다간 장기적으로 봤을때 돈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안하는거다. 그리고, 지금은 그 최악의 경우도 아니고.


...그래서 욕이 나오는거지만. 씨발.


"그래, 일단 뭐라도 먹자. 뭐 먹고 싶어?"


"고기!"


"그래그래, 많이 먹고 그 납작가슴도 많이 크길 바랄께."


"흥, 키나 크지 그래? 난쟁이가!"


"심장에 말뚝 박아버린다, 임마!"


"꺄아아아-!"


언제나처럼 티격태격거리며 다리를 건너, 지저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그 와중에 느껴지는 다리 위 아가씨의 시선은 끊어질 줄 몰랐지만, 일단은 무시 무시. 하하, 반했으면 말이나 하지...


...자살할까.


그건 그렇고, 지금 상황에선 저 사람이 많은 쪽은 피하는게 좋아보인다. 물론 귀찮은 상황을 피하고 싶은것이 가장 큰 이유긴 하지만, 플랑도르에게 씌워준 저 안경의 내구도의 소모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 요괴고 뭐고간에, 그녀의 꾸욱-은 사기급 절명기다. 거기다 자기자신이 그걸 컨트롤 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이건 아주 적절한 판단이리라.


그렇다고 한다면, 가야하는 방향은... 저쪽인가. 마을을 지난 외곽쪽에, 생명반응이 몇개 있다. 누군가가 저기서 살고 있는게 틀림없겠지. 마을 안에서 먹을걸 먹는다는 선택지는 일단 취소. 하지만, 얘한테 뭐라도 먹여놔야 할거 같긴 한데... 아, 그게 있지.


"아, 이거라도 먹고 있어라."


"에? 이거 뭐야? 깡통?"


"육포. 열어 놨으니까 하나씩 먹어."


참고로 저거 향림당에서 파는 물건이다. 술이랑 같이 먹으려고 남겨놓은 안주지만, 육포랑 가장 어울리는 술인 맥주가 환상향에서 얻기 어려운걸 알게 된 이후로, 그냥 방치해놨던 물건.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맛있어~"


"그거 다행이군. 따라와. 일단 임시 거처를 찾아보자."


"네~"


자, 그럼. 저쪽이 우리를 받아들여준다면 좋을텐데.

 

 

 

 

 

 

 

 

 

 

 

 

 

 

 

 

 

 

 

 

 

 

 

 

 

 

 

 

 

 

 

 

 

 

 

 

"...또 서양식 저택인가."


아까전의 지저마을이 동양적...옛날 일본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었기 때문에 여기도 그럴거라 예상했지만, 마을 외곽에 있는 이 저택은 홍마관같은 서양식 저택이었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할까. 아무래도 홍마관보단 스케일이 작다.


"여기서 묵을꺼야?"


"개인적으론 그러고 싶은데. 너도 그나마 익숙한 환경에서 쉬고 싶잖아?"


"집에 가고 싶어."


"......동감이야. 일단 물어나 보자고."


이러니저러니해도, 플랑은 내 덤으로 쫒겨난 셈이니까. 찡얼거려도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자꾸 그러면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지만. 내 온 몸이 먼저 박살날지 저 로리슴가에 먼저 말뚝이 박힐지 승부zone 이겠군.


"딩-동."


-쾅쾅쾅!


딱히 초인종은 없었기에, 그 커다란 대문을 맨손으로 내려친다. 아, 살짝 부서졌네... 못본걸로 하자.


-끼이이익...


"...누구?"


"우왓."


문이 조금 열리나 싶더니, 문틈사이로 엄청나게 피곤해보이는 눈과, 연보라색 머리칼이 눈에 들어온다. 무슨 좀비인줄 알았자녀.


"...좀비라니, 난 그런 요괴가 아니야. 실례네."


"앗, 이거 미안. 우리, 좀 묵을 데를 찾고 있어서. 혹시 신세좀 져도 될까? 은혜는 꼭 갚을께."


...? 잠깐만. 나 방금 좀비라고 입으로 말했던가?


"...정말로 묵을곳이 곤란한 모양이네. 방은 많으니, 일단은 들어와... 미연시 주인공 같은 대사? 그게 뭐니?"


"아, 실례합니다."


"......"


시선이 따갑긴 하지만, 일단은 그녀의 말에 따라 저택 안에 들어간다. 내부는... 홍마관보단 역시나 좁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는걸 보아, 약간 성당같은 느낌도 나는걸.


...그나저나, 아까부터 굉장히 신경 쓰이는게 있지만.


"정말로 괜찮아? 우리, 수상한 놈들일지도 모른다구?"


"...수상한 자들이었다면 문도 안 열었어. 그나저나 못보던 얼굴인데, 지상에서 온거니?"


"아, 엉. 이쪽은 흡혈귀인 플랑도르 스칼렛에, 나는...어... 그냥 우이하루."


"...그렇구나. 인간도 신도 아닌... 묘한 상황에 말려든 모양이네. 바깥 세계 출신이구나. 처음 봤어."


"그러니까 아까부터 왜 말도 안한 내 캐릭터 설정을 자꾸 상기시키는건데?"


"아, 이거 실례했어. 내 이름은 코메이지 사토리. 마음을 읽는 요괴지."


...마음을 읽는 요괴? 그러고보니, 일본 요괴중에 그런 요괴가 있었던거 같은 기분이 드는걸. 뭐, 어디에나 있겠지만. 마음을 읽는 요괴는.


"어머, 생각보다 그렇게까진 기분 나빠하진 않는 모양이네. 보통은 다들 싫어하던데. 마음을 읽히는거."


"거야 캥기는게 있다면 그렇겠지. 난 딱히 그런거 없거든. 아마도."


그나저나, 아까부터 플랑이 꽤나 조용한데... 아, 육포 씹으면서 집안 구경하고 있었구나. 애 조용시키려고 먹을걸 건내준 셈이 되어버렸군. 어째선지 보호자 포지션이 되어버린 나...


"...그래. 아, 예상치 못한 손님이라 내올 차가 없긴 한데, 괜찮겠니?"


"아, 그거라면 내가 가지고 있으니 별 걱정 안해도 되는데. 너도 한잔 할래?"


아공간에서 보온병(물론 향림당에서 파는 물건)과 찻잔을 꺼내보인다.


"...묘한 재주를 부릴줄 아는구나?"


"뭘, 별거 아닌 재주인걸. 츄라이?"


"그거라면, 안에 들어가서 한잔 할까. 거기 있는 흡혈귀 아가씨도 함께...어머."


사토리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돌아보지만, 플랑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 아마, 의식의 흐름대로 저택을 둘러보러 갔겠지.


"잠깐 찾으러 다녀올께."


"아, 괜찮아. 이 저택, 그리 비싼 물건은 없으니까. 돌아다니게 놔두렴."


"...그래도 돼? 아무리 그래도, 완전한 타인이 집안을 돌아다니는건데."


"그래도 돼. 그리고, 아까 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살짝 우리 여동생이 떠올라서."


여동생, 이라고 말할때 살짝 쓸쓸해보이는 표정이 떠오른거 같지만, 일단은 모른척 해두자.


...라고 말은 해도, 저쪽은 마음을 읽으니 이미 알고 있으려나. 봐, 쓴웃음 짓는거.


"뭐, 우선은 그 메이드장이 직접 우린 홍차라도 대접받아 볼까? 우이하루."


...그러니까, 말하지도 않은 설정을 폭로하지 말라고.

 

 

 

 

 

 

 

 

 

 

 

 

 

 

 

 

 

 

 

 

 

 

 

 

 

 

 

 

 

 

 

 

 

 

 


"개성을?"


"엉. 개성. 그거때문에 쫒겨났어."


지령전, 사토리의 서재. 함께 차를 마시기 위해 그녀가 안내한곳은, 식당이 아닌 그녀의 서재였다. 흘릴 일이야 없겠지만, 책이 많은 곳에서 음료를 마셔도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뭐, 마스터네 책은 대부분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서 홍마관에선 도서관 안에서도 마셨지만.


"어려운 이야기네. 개성이라... 남이랑 교류가 적은 나로썬, 너도 상당히 개성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여자옷을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남자로 따지면 환상향에서 유일하긴 하지."


"그런 취향이라도?"


"설마. 단순히 어울리니까 입고 다니는거야."


특히나 최근엔 외모도 점점 여자애처럼 변하고 있는 상태라, 이젠 남자옷을 입으면 반대로 남장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마계신의 상징인지 뭔지, 나중엔 내 거시기도 떼어내 버리는거 아닌가 몰라.


"...이성이랑 차를 마시면서 할 생각은 아닌거 같은걸, 우이하루 군?"


"껄껄. 그렇네. 뭐, 이런 성격이니까 이해해 줬으면 해... 근데 있잖아, 아까부터 생각한거라 너도 눈치채고 있을거 같긴 한데."


"우리가 서로 만난적이 있는거 아니냐, 말이지?"


"응."


처음 만난거라고 생각하기엔, 서로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편하다. 물론 내가 요괴에 대한 편견이 없는건 몇 안되는 장점중 하나긴 하지만, 이건 그런 느낌이랑은 다르다. 정말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같은 이 감각.


"동감이야. 묘한 느낌이네. 데자뷰, 라고 하던가?"


"데자뷰랑은 좀 다른거 같긴 하지만. 아, 홍차 맛은 어때?"


"한번 배워보고 싶은걸. 어떻게 타야 이런 맛이 날련지."


"나중에 사쿠야한테 한번 물어보지 뭐. 물론, 개성을 찾아서 돌아갔을때의 이야기지만."


그나저나, 뭐라고 할까. 환상향으로 환상들이한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처음으로 '돌아왔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지령전, 이라는 단어에도 그리운 감각을 느끼고 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럼, 며칠간은 여기서 묵게 되겠네?"


"왠만하면 그렇게까지 길어지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솔직히, 같이 온 플랑도 그렇고 그다지 사람들이랑 덜 마주칠 수 있는 환경에서 묵고 싶거든. 그렇다고 해서 노숙은 안되고."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를 데리고 나와놓고 노숙은 좀 그렇지 않겠나. 그리고, 내가 자고 있을때 깨어난 플랑이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다면 며칠정도는 여기 있어도 괜찮아."


"에? 진짜로?"


"...알고 싶은것도 있거든. 왜 네게 그런 감각을 느끼는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사토리는 말했다. 나도 겉으로는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뭐, 그런 숨김조차 눈 앞의 요괴에겐 의미가 없겠지만, 그녀와의 친밀감에 나도 당혹스럽다.


"그럼 정해졌네. 이거 다 마시면 방을 안내해줄께. 어딜 들어가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깨끗한 방에서 자는게 좋지 않겠니?"


"오오, 그거 고마운걸. 사토리."


"...정말로 묘하네. 처음 만나서 바로 이름으로 불러졌는데, 너무 당연한듯한 기분이 들어."


"그러게나 말이다. 아, 과자 먹을래?"


"고맙긴 하지만, 너무 일터에 있는 물건을 말없이 가져 오는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뭘. 나도 요샌 몇개 줏어다주니까 괜찮거든."


얼마전엔 사제폭탄이라고도 불리는 천궁도 줏어다 줬다. 물론, 코우린이 그 물건의 진짜 용도를 안다고 한들 환상향에서 쓸 수 있는 방도는 없겠지만.


...그보다, 안쓰는걸 추천하지만.


"아참, 그나저나 아까 오면서 봤는데... 오늘 마을에서 뭐라도 해?"


"...아마, 이곳을 관리하는 오니가 여는 술잔치가 있었던걸로 기억해."


"술잔치...말이지."


과연, 아까 꽐라가 된 그 포니테일 머리 요괴가 왜 그렇게 됐는지 납득했다. 다른 요괴도 아니고, 술에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오니가 여는 술잔치다. 보통 요괴가 버틸 수 있을리가 없지.


"쿠로다니 야마메가 정신을 잃을 정도였어?"


"뭐야, 아는 사이야?"


"그 요괴는 지저에선 꽤 유명인이야. 물론 좋은 쪽으로. 거미 요괴라, 지저에 지어진 대부분의 집은 그녀가 지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지."


"헤, 거미 요괴에 그런 스킬도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거미는 꽤나 정교하게 자신의 집을 짓는...동물이었지. 곤충이라고 할뻔 했네. 거미는 동물이지, 곤충이 아니다. 분명, 육...어쩌고 하는 분과였는데.


"근데 거기서 놀라는거 보니, 그 요괴도 술이 쌘가봐?"


"그녀의 진짜 능력은 병을 다루는 능력이니까. 최소한 다른 요괴들보단 술의 독에 대한 면역력은 높아."


"그런 요괴조차 꽐라가 되서 땅을 기었단 말이지."


꽤나 흥미가 동하는걸. 물론 나도 꽐라가 되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구경하면 재밌을거 같다. 근데, 가고 싶긴 하지만... 플랑을 혼자 두고 가긴 좀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고 데리고 갔다가 술이라도 마셔버린다면 저 안경으로는 도저히 컨트롤이 안될거다.


...지난번에, 아무 생각없이 먹인 와인 한잔 때문에 홍마관의 천장이 날아가 버린 사건은 아직도 머리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물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었으므로 전부 제가 하룻밤만에 고쳤습니다. 제반니처럼.


"...구경하러 가보는게 어떠니?"


고개를 들어보니, 사토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제안해 왔다. 엥, 그래도 되는거야? 하지만, 쟤를 컨트롤 하기가 쉬울련지...


"걱정 마. 이쪽도 다루기 힘든 여동생이 한명 있으니까."


"엥, 너 여동생도 있었어?"


"응. 코이시, 라는 이름이야. 그 아이, 재밌는걸 찾아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으니까 아마 거기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은근히 내놓은 자식같은 말투인걸."


"말 했잖아, 다루기 힘든 여동생이라구."


쓰게 웃는 사토리. 그나저나, 코이시인가... 으음, 묘한 기분이 드는걸.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그리워지는걸까.


"아, 그럼 이거 받아."


아공간에서 잡스의 유산 레플리카를 꺼내 사토리에게 건내준다.


"이건... 아하, 너랑 연락 할 수 있는 장치구나. 사용법은... 응. 알겠어. 바깥 세계는 신기하네."


"...나는 니가 더 신기하다, 야."


그러니까 말하려고 했던 정보를 먼저 말하지 말라고.

 

 

 

 

 

 

 

 

 

 

 

 

 

 

 

 

 

 

 

 

 

 

 

 

 

 

 

 

 

 

 

 

 

 

"뭐...라고...?!"


줄줄이 쓰러져 있는 요괴들.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토사물. 그리고 난장판이 된 길거리. 오니가 여는 술잔치라고 들었기에 어느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그보다, 존나 냄새나네.


"응?"


저 멀리, 광장으로 보이는 곳에 두명의 인영이 보인다. 한명은 멀리서도 확실하게 보이는 크고 아름다운 붉은 뿔을 가진 여성. 100% 저쪽이 오니일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반대쪽은 그냥 어린 여자애다. 아까전의 사토리와 비슷한 계통의 옷이지만, 색이 반전되어 있다. 사토리의 옷이 위가 하늘색, 아래가 분홍색이었다면, 저쪽은 위가 노란색, 아래가 녹색이다. 그림판 열고 대충 반전처리해보면 내가 뭔말 하는지 알 수 있을거다.


주위의 요괴들은 다 쓰러져 있지만, 저 둘만은 계속해서 커다란 술잔에 서로 술을 따라주며 계속해서 마시고 있다. 그것도 현재진행형으로. 허미, 저걸 또 원샷을 때리네. 무서워라.


뭐... 하지만, 이래서야. 구경이고 뭐고 할건 없어보이네. 볼거라곤 저 둘이서 술마시는걸 구경하는거랑, 토사물의 내용물 정도밖에 없으니. 뭣보다, 오늘은 그다지 술이 땡기질 않는다. 으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야. 거기에 먹을것도 대충 줏어먹고. 이런 환경에선 그것도 무리일려나. 뭣보다 노점상 점원도 꽐라가 되서 뻗어 있으니까.


...돌아갈까. 솔직히, 떨어진지는 한 10분도 안됐지만 플랑이 걱정된다. 집주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맨정신으로도 남의 집 살림살이를 다 박살낼 꼬맹이다. 구경거리가 없다면 빨랑 돌아가서 애보기나 좀 해야지.


...그러고보니, 개성은 어쩐디야.


"어이! 거기 하얀 놈!"


그때, 쩌렁쩌렁하고.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얼마나 컸는지, 그 여파로 꽐라가 되어 쓰러져 있던 요괴들중 몇놈이 또 토했다. 으엑, 드러버.


근데, 하얀 놈? 혹시 나 말하는건가.


"겍."


돌아보니, 아까전에 봤던 그 오니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이 주위 놈들을 생각해봤을때 분명히 취하고도 남았을텐데, 그녀의 걸음걸이는 정상인 그 자체. 술이 쌘 레벨이 아니라, 알콜이 몸에 안통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


"으응? 너, 못보던 놈이네. 위에서 온 녀석이냐?"


"......"


전언철회. 술냄새 존나 나는군. 잘 보면 눈도 살짝 풀려 있다. 겉으론 잘 안드러나지만, 결국은 취했다는거다.


"대답은 없나... 뭐,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은 못보내주지! 자,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왠지 조금은 따뜻해질거 같은 대사를 날리며, 날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질질 끌고 가는 오니. 그엑, 엄청난 힘이다. 수, 숨이...!


"무, 무슨 지거리야! 놔!"


"하하, 주위 놈들 보이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인간!"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조, 조이는 힘이 더 쌔졌어!(의미심장)


아아,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어머니. 곧 따라갈께요. 그나저나, 내 죽음이 여자한테 머리를 졸려서 박살나버리는거라니...


...아니, 부모님 안죽었지만.


"오니 언니야! 술친구 데리고 왔어?"


"오우! 그나저나, 코이시. 너도 꽤 마시는걸? 이전에도 이랬던가?"


"히히, 이것도 우이 덕분인걸."


"......?"


가만, 왜 거기서 제 별명이? 


"아아, 네가 말한 그 녀석 말이지... 미안, 역시 나도 기억 나질 않아."


"그른가... 뭐, 어쩔 수 없을지도. 자자, 마시자구. 오니 언니야! 그리고, 거기 인...간...도?"


기세좋게 말하던 코이시라는 여자애는, 나를 보더니 말을 멈춘다. 가만, 코이시라면 사토리의 여동생? 걔가 말한대로 정말로 술잔치 자리에 있었구나. 여동생이라면 옷이 비슷한것도 대충 납득이 된다.


"......응?"


근데, 어째서 처음보는 저 여자애는 나를 보며 울고 있는걸까.


"우이~!!"


"크헉!"


분명히 키 차이는 비슷할텐데, 어째선지 코이시는 내 복부에 스피어를 선사하며 달려든다. 아, 이건 뼛속까지 시리다!


"저, 저기?!"


"우이! 왜 이제서야 온거야! 몇년이나 기다리게 하는거야아아아!! 바보바보바보바보!"


"에엑..."


뭐죠, 이 미연시에서나 자주보던 '운명의 재회' 시츄에이션은? 이래서야 마치, 내가 기억상실에 걸린 비운의 주인공 같잖아. 거기다 아까부터 묘한 복선이나 깔고 말야.


"자, 잠깐만. 일단 내 별명은 우이가 맞지만, 아마 난 네가 찾는 그 사람이 아닐거야."


"후에?"


아, 저 모에 워드 귀엽다. 나도 나중에 해볼까?


...우와, 지인들의 반응, 상상하기도 싫구만. 그보다 옷에 콧물 묻었자녀.


"내 이름은 우이하루. 겨우 1년전에 환상들이 해서 오늘 처음 지저로 왔다구. 너랑도 처음 보고."


"......다른 사람?"


"응. 다른 사람."


그렇게 말하자, 코이시는 조용히 내게서 몸을 떨어뜨리더니... 소매에서 은색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엑!?"


"나, 우이랑 언니야 말고 다른 사람한테 안겼어! 할복할래!"


"어이어이, 코이시. 취한거냐?!"


"더럽혀졌어! 죽을거야!"


"...내 참."


종잡을 수 없는 여자애지만, 저걸 그대로 뒀다간 자살 방조죄로 체포다. 아니, 그런 법률이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때, 따끔. 하고.


"윽!?"


고통이 느껴진 귓볼을 만져보니, 어느샌가 귀에 피어스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시야 구석엔 유카리의 스키마가 사라지는것이 언뜻. 젠장, 이런 때에 대체 뭔 장난질을...


- 능력이 해금되었습니다 : 이미테이션 -


"이건 또 뭐...어어어?!"


우와, 코이시 쟤. 망설임도 없이 바로 배에다 칼 꽂아넣으려고 하고 있잖아! 게다가 아까 그 칼, 명백하게 이름 있는 장인이 만든 역사 있는 물건이다. 왜 저걸 그녀가 갖고 있는가에 대해선 무시하더라도, 저런 역사 있는 무기는 요괴에게 있어선 치명적이다. 저걸로 할복같은거 했다간, 100% 죽을거다!


이미테이션이라고 했겠다!? 제발 내가 생각한 그런 능력이길!


"환세, 더 월드!"


그리고, 세계는 모노크롬으로 물들었다...성공했다? 정말로, 시간이 멈췄잖아?


만세! 드디어 꿈에 그리던 시간정지 능력을 손에 넣었어! 이걸로 마음껏 성희ㄹ...아니, 코이시를 구할 수 있어!


"이런 무시무시한 물건은 빼버리고..."


코이시의 손에서 은색 나이프를 빼앗고, 그 손엔 희망과 평화의 상징, 오징어 다리를 쥐어준다. 으음, 아직 시간이 조금 남네. 느낌상 한번에 15초는 멈출 수 있을거 같은데? 이정도면 죠타로 전성기는 훨씬 뛰어넘었군.


"에잇."


하는김에, 놀란채 멈춰 있는 오니의 가슴을 만져본다. 으음, 여자의 가슴이라는건 60km/h로 달릴때 느껴지는 바람이랑 비슷하다고들 하던데, 이건... 잘 모르겠군. 아, 이럴때가 아니지. 시간을 멈췄을때, 꼭 이 대사를 해보고 싶었단 말이지.


"그리고 시간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푹!


"에?"
"꺅!?"


코이시는 어째선지 손에 들려 있는 오징어다리에 어리둥절해하고, 오니는 생각보다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감싸안았다. 우와, 엄청난 죄책감인데 이거. 다음부턴 절대 안해야겠다.


"나 참, 위험한짓을 하고 말야."


코이시가 들고 있던 나이프를 바닥에 던져보인다. 놀랍게도, 탱~ 하고 튕겨서 떨어질 줄 알았던 나이프는 그대로 땅을 베어 박혀버린다. 우와, 초진동 나이프도 저정도 날카로움은 아니라고. 저걸로 배같은거 갈랐다간, 배가 갈리기 이전에 몸이 두동강 날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한건진 몰라도, 이래서야 술을 더 마실 수 있을거 같진 않네."


"...죄송합니다. 오니 언니야."


"됐어, 됐어. 신경 쓰지마. 거기 우이하루라고 했나? 형씨도 들어가서 쉬라고. 미안하게 됐구만, 억지로 마시자고 끌고 왔는데 말야."


"엉? 아아, 괜찮아. 다음에 또 올거니까, 그때 한번 마시자고."


"오오? 그거 좋지. 아, 난 호시구마 유기. 이 일대를 관리하는 오니지. 얼마나 여기 있을진 모르겠지만, 곤란한 일 있다면 말하라고."
"그거 든든한걸. 그럼."


...그나저나, 첫눈에 남자인걸 알아보다니. 저 오니도 대단한걸. 나조차도 요샌 거울보면 성정체성에 혼란이 오던데. 씻는다고 벗을때나 정체성을 되찾지만.


"그럼, 돌아갈까. 코이시?"


"에?"


"아, 나 지금 너네집...지령전이였나? 거기서 며칠 묵기로 했거든. 너에 대해선 사토리한테도 살짝 이야기는 들었어."


"...그래."


자기가 아는 사람이랑은 상관 없는 사람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일까, 말투에서 급격하게 흥미가 사라지는게 느껴진다. 으음,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진 않았는데. 그래도 뭐 어쩌겠나? 진짜로 모르는 요괴인걸. 이 코이시라는 여자애.


...근데, 묘하게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긴 한데.


"저기, 코이시?"


"응?"


"너... 그 옆에 둥둥 떠다니는 눈, 원래 감겨 있지 않았어?"


"......에?"


"아, 아니. 그냥 진짜 그런 느낌이 들어서. 착각이었다면 미안한데."


왠지, 저 눈은 닫겨 있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는 정말로 모르겠지만... 마치, 상식과도 같은 느낌? 환상향에서 상식을 찾는것도 웃기긴 하지만.


"저기, 우이하루...라고 했지? 정말로 우이가 아닌거야?"


"아마 네가 아는 그 '우이'라는 사람이랑은 다른 사람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만은 확실하다. 아무리 사토리가 아까부터 복선을 깔아재끼고, 눈 앞에 있는 소녀가 '너의 정체는 사실 ~~다'라는 뉘앙스를 풍겨도, 논리적이진 않지만 아니라는 확신 자체는 확고하게 있는것이다.


...정말로, 아까부터 엄청 말하는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이로군.


"...하지만. 내가 이 눈을 닫았던걸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걸."


"엥?"


"아무것도 아냐! 우이하루... 그럼 너도 우이네? 얼른 가자! 언니야가 밥 해놨을거야!"


"......??"


뭐지, 갑자기 코이시의 텐션이 달라졌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밝아져서 다행이다. 왠지 쟤가 시무룩해 있는 모습은 그다지 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하여간, 묘하게 그리운 감정을 느끼며 나는 페도라를 쓴 사토리 요괴에 이끌려, 다시 지령전으로 돌아간다.


...다시?

 

 

 

 

 

 

 

 

 

 

 

 

 

 

 

 

 

 

 

 

 

 

 

 

 

 

 

 

 

 

 

"...이대로는 못끝내지. 유카리, 보고 있는거 아냐?"


사토리가 준비해준 방에 들어가, 여동생(임시)의 이름을 부른다. 참고로 플랑은 코이시랑 아는 사이였는지, 서로 재밌게 집안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참. 지금 이 방에 들어올 사람은, 없다. 물론 문도 잠가놨고.


"무슨 일이신지요, 우이하루 오라버니?"


"시치미 떼기는. 다 보고 있었으면 얼른 설명충 모드로 들어가라고."


사토리의 반응, 그리고 코이시와의 만남. 코이시가 말한 '우이'의 존재. 그리고 내가 느끼고 있는 묘한 기시감과 알 리가 없는 '상식'. 지금 눈 앞에 있는 틈새요괴는 내게 100% 뭔가를 숨기고 있다.


하지만, 유카리의 반응은 이상했다.


"......? 이곳 지저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건가요, 오라버니?"


"...뭐?"


"어머, 아까전부터 지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시는거 같길래, 그쪽 이야긴줄 알았는데."


"...아니, 그러니까. 코이시에 대한 이야기를 할려고 했는데."


"코이시... 이 저택 주인인 코메이지 사토리의 여동생. 무의식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녔지만, 오라버니까 위해를 가할 일은 없을거에요. 그녀의 움직임은 충동적이지만, 위협적이진 않죠."


"......아니, 그 자살 소동은 확실히 충동적이긴 했지만."


"자...살?"


유카리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오라버니, 코메이지 코이시와 만난적이 있으셨던가요?"


오늘 들은 말중 가장 기묘한 대사를 씨부렸다.

 

...뭔가가 굉장히 잘못된거 같지만, 일단은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놓자. 더 이상 추궁해봐야 나만 혼란스러워 질거 같다.


"...아니, 일단 됐어. 그나저나, 이놈의 개성이라는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후후, 그거야 말로 오라버니께서 직접 찾으셔야하는 거죠. 용무는 끝나셨나요? 제가 지금 좀 졸려서..."


"아, 응. 들어가봐."


"홍마관엔 꼭 돌아가셔야 해요? 아직 오라버니께선 준비가 덜 되셨으니까요."


고개를 숙이더니, 유카리는 다시 틈새속으로 사라졌다. 준비가 덜됐다니, 네가 무슨 일리단이냐.


...그나저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야쿠모 유카리라구? 그런 그녀가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른다고? 그것도 마킹중인 내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상한건 이 피어스... 분명, 유카리가 내게 끼워준 물건일텐데, 자기가 모른다는건 명백하게 이상하다. 치매?


"...어라?"


아까전의 피어스를 확인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지만, 거울에 비친 내 귀엔 피어스가 꽂혀 있지 않았다. 손으로 만져보니, 감촉만은 있다. 그렇다는건... 투명 피어스? 무슨 이유로? 그렇다면, 이 물건은 누가?


"으음...?"


고개를 갸웃해보지만, 거울 안에 있는 미소녀가 큐트한 움직임을 보일 뿐, 내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뭘까. 지저에 오고 나서 뭔가 일이 중대하게 꼬이기 시작한거 같은데...

 

그 이전에, 내 인식도 중대하게 꼬이기 시작한거 같은데...


...뭐, 일단은 한 숨 잘까. 그놈의 개성인지 뭔지. 아, 지금 떠올렸지만 분명 레밀리아 녀석... 며칠뒤에 돌아가면 자기가 무슨말을 하고 내쫒았는지 기억도 못할거다. 그런 적당한 성격의 애니까. 그럼 며칠 있다가 돌아갈까.


"가만?"


며칠...? 그러고보니 이번주 안에, 플랑의 생일이 들어가 있을텐데. 이 시기에 우리를 내쫒다니...? 참고로 이 정보는 사쿠야네 방의 달력에 그려져 있었으니, 틀림 없다. 아, 그렇다는건?


"...내 참."


그런건 사전에 일러주란 말이다. 왠지, 아무리 주인의 명령이라 해도 그 사쿠야가 아무런 주저도 없이 작은 아씨를 쫒아낸다 싶었어. 그런거였나. 그렇다면, 생일 당일날까진 이틀 남았으니까... 내일 모레 돌아가볼까.


그 동안엔, 여기 지저나 좀 돌아다녀 보도록 하자. 술 약속도 있고, 말이지.

 

 

 

 

 

 

 

 

 

 

 

 

 

 

 

 

 

 

 

 

 

 

 

 

 

 

 

 

 

 

 

 

 

 

 

 

 

우이하루

 

자신을 미소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르시즘이 역겨운 수준까지 올라가버린 기분 나쁜 주인공.

 

우웩.

 

 

 

 

 

플랑도르 스칼렛

 

안경이 어울리는 미소녀 리스트에 이름이 갱신됨.

 

 

 

 

쿠로다니 야마메

 

병을 조종하는 거미요괴.

 

어째선지 뒤통수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

 

 

 

 

호시구마 유기

 

지저도시를 다스리는 오니 사천왕중 한명. 힘의 유기로 불리고 있다.

 

뿔이 빨간걸 봐서 다른 오니보다 힘이 3배 강할것이다.

 

호탕한 성격을 지녔지만 실은 평범하게 참한 아가씨.

 

 

 

 

 

코메이지 사토리

 

지령전의 주인이자, 마음을 읽는 사토리 요괴.

 

최근의 고민은 노망든 펫 하나가 자기 똥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

 

 

 

 

코메이지 코이시

 

N/A

 

 

 

 

 

야쿠모 유카리

 

여동생 코스프레 하느라 100년은 더 늙어보임.

 

 

 

 

 

 

 

 

 

 

이미테이션

 

오랫동안 관찰해온 상대의 능력, 기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오랫동안'에 해당하는 기간은 상대적.

 

어떠한 계기로 '해금' 되었다.

 

 

 

 

 

 

 

※작중에서 쓰인 일루미나티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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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사람 2016.09.29. 20:36

거울 안의 미소녀라니....!!

주인공의 성 정체성은 과연..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