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노래-7

라울 샤니 | 조회 수 69 | 2016.09.11. 00:40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살짝 허공에 띄우고 고도를 높였다. 하지만 말을 하자마자

바로 몸이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으므로 다시 온 정신을 떠오르는 것에 집중했다.

지난 일주일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한 달동안 꽤나 친해진 레이무와 마리사가

뭐라 격려해주었지만 거의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했다.

대도사관에서 파츄리씨에게 마법을 배우다가 갑자기 쳐들어온 흑백소녀 마리사에게

마법을 배운지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 

"다시 생각해도 말이야, 그거 내가 완전 손해보는 장사였다구."

그런 식으로 말한들 거래품목이 되어버린 나도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파츄리씨는 인간인

나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건 같은 인간인 마리사 쪽이 잘 할 거라며 다짜고짜 나를 마법책 

몇 권과 같이 넘겨, 아니, 내쫓아 버렸다. 본인은 숨긴다고 숨겼겠지만 나를 내쫓을 때

나는 파츄리씨의 얼굴에서 평소와 다른 귀찮은 것들을 한꺼번에 해치워버렸다는 모종의

희열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 현실과는 달리 마리사의 지도 솜씨는 정말로 훌륭했다. 처음엔 별로 내켜하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내가 홍마관에서 가져온 과자 같은 것들을 계속 바치자 제대로 나를 지도해주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바깥에서 나고 자라 마법이란 걸 접해본 적조차 없던 나를 고작 한 달만에

그럭저럭 마법을 쓸 수 있게 만든 걸 보면 확실히 그녀의 재능은 대단했다.

짬짬이 나는 휴식시간에는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

나를 가르치는 방식이 인간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어쨰서 가장 빠른 방법이나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닌건지 물어봤더니 그 대답은

의외로 레이무의 입에서 나왔다.

"다른 방법들은 마법사가 되는 방법이거든."

환상향에서 통용되는 마법사의 뜻을 떠올린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그래도 마법사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한 마디로 말해 마법사는

인간이 마법을 갈고 닦아서 도달하는 경지 중 하나인 거잖아. 게다가 계속해서

자신만의 마법을 추구한다는 건 썩 괜찮아 보이는데."

마리사는 잠자코 그 말을 듣더니 차를 한 잔 쭉 비우고 나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사르노. 내가 원하는 건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니야. 내가 추구하는 건 그저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도전하는 거지.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도 마찬가지야. 한계에 도전하는 그 순간순간이

가장 중요한 거지, 결코 거기에 도달하는 게 모든 게 아니니까. 아마 그런 편법으로 한계를 

넘어버릴 수 있다고 해도 난 결코 기쁘거나 성취감 따위를 얻진 못하겠지." 

이런 말을 해놓고 자기도 멋쩍은 듯 발개진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 곳에 온 이후로 별로 생각하지 않게 된

바깥에서의 일들. 어린 나이에 섰던 공연, 눈물, 구토. 계속되는 주위의 무언의 시선들, 압박.

더 이상 이런 건 견딜 수 없다면서 울부짖으면서도 무엇하나 바꾸지 못하는 무려함.

어느샌가 남에 의해 자신의 한계에 다다른 남자는 결국 자신의 모든 걸 놓쳐버리고 

이 곳까지 흘러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저 소녀의, 자신의 한계 따위는 진작에 넘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향해 달려 나가는 저 우직함은 나를 계속해서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리사는 마리사고, 나는 나, 안토니오 사르노다.

 

그 날의 하늘은 아름다웠고 나는 하늘을 헤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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