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8

lunawhisle | 조회 수 219 | 2016.12.23. 05:14

 

 

 

 

 

 


"...어메이징 하구만."


얼음의 협곡으로 변해버린 요괴의 호수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겨우 자연현상이라고 살짝 바보취급 하고 있었지만... 아니, 그 치르노라는 요정 본인은 바보가 맞지만, 그녀가 가진 힘이랄까, 그녀의 본질 자체는 결코 무시할 정도가 아니었나 보다.


그보다, 그 '악의'인지 뭔지하는건 대체 뭐길래, 그 바보 요정한테 이정도의 힘을 주는거야? 애시당초에 그 목적조차 감이 안잡힌다. 코이시는, '악의'에 과거를 답습하는 성질이 있다고는 했지만, 거기에 뭔가 의미라도 있는걸까.


...뭐, 그에 관련된 설명은 내쪽에서 스킵했으니 다시 묻기도 애매하군.


"음~..."


그나저나, 눈 앞에 있는 이 공간...정확히 말하자면 요괴의 호수 전역. 뭔가 이상한 힘으로 뒤덮혀져 있는 모양이다.


"호잇."


코이시가 자기 손에 쥐고 있던 팝콘을 요괴의 호수에 던지자, 팝콘은 허공에서 얼어 붙어,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얼어붙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1초. 


"흡!"


인근에 떨어져 있던 살짝 큰 바위를 들어, 전력으로 던진다. 하지만, 아까의 팝콘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날 뿐. 좀 다른게 있다면, 던진 힘이 있어서 그런지 팝콘보단 멀리 갔다는 점인가.


"...이건 뭐 어쩌라는겨...야, 코이시. 치르노는 그냥 무시해버리면 안될까?"


"안될...거라고 생각해."


"내 참."


여긴 아무래도 진입 직후 정확히 1초 후에 모든걸 얼려, 그 자리에 멈추게까지 하는 영역... 아마, 모든 에너지를 1초 후에 0으로 만들어 얼려버리는 능력일거라 사료된다.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끌면 안되는데..."


손톱을 깨물며, 저 멀리에 있는 치르노를 바라본다. 이 공간을 전개하고 있어서인가, 아니면 이 절대적인 능력에 따른 오만 때문인가. 그녀는 우리가 여기 도착한 이후로 단 한발짝도 저 얼음왕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이, 창조능력으로 치르노의 몸에 직접 나이프를 박는건 안돼?"


"......너, 아까전에 죽이지 말라고 그렇게 소리를 쳐놓고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요정은 불로불사니까 상관 없는걸."


"그건 알겠지만 말야."


이 '악의'에 일어난 이변은, 아무래도 특정한 인물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쓰러뜨리면 해결된다고 한다...만, 상대를 죽이는건 NG라는 모양.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파트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지.


뭐, 그것도 저 치르노에겐 의미가 없는 일인거 같지만. 요정은 죽여도 죽질 않으니까 말야. 문제는 애시당초에 저걸 죽일 방도가 있는가, 이다.


"하여간, 그건 안돼. 사거리, 라고 말하는건 좀 웃기지만 '창조' 능력으로 물건을 만드는건 나를 중심으로 반경 3m까지야."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약간 근접 파워형 스탠드 같네.


참고로 치르노는 여기서부터 정확히 100m 떨어진 호수의 중심에 있는 얼음왕좌에 앉아 있다. 이쪽을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는걸 보아, 우리를 인식하고는 있는 모양.


"자, 코이시.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떻게 치르노를 구축하지? ...탄막."


"Non. 우이는 아직 마법을 배우는 상황이고,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빠른 탄막으론 치르노에게 닿지 못할뿐더러, 설령 맞는다 해도 그냥 스친 상처만 날거야... 공중에서의 무거운 물건 연속 투하."


"Non. 이 공간은 돔 형태라 치르노의 머리 위까진 갈 수 있어도, 그 높이는 약 300m. 여기 이 자리보다 훨씬 멀어. 무엇보다, 그녀의 머리 위라고 해서 이 영역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덜 받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온 몸을 보호마법으로 감싼 뒤 육탄공격."


"Non. 아무리 우이의 마력이 넘쳐흐른다 해도, 그 마법째로 온 몸이 얼어붙고 말거야. 호수 주변을 고열로 감싸서 내부째 녹여버리기."


"Non. 저 공간은 열에너지조차 5초 안에 0으로 만들어버려. 열기 같은 느긋한 공격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지."


으음, 정말로 수단이 없는건가. 내 참, 이 얼음바닥에 비친 나는 이미 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말야.


...얼음바닥? 비친다고?


"혹시...?"


아공간에서 레이저 포인트를 꺼내, 치르노의 발밑을 향해 발사하여 흔들어본다.. 레이저의 붉은 점은, 아주 당연한듯이 촐랑촐랑 움직이고 있었다. 


"우이?"


"...공략법, 찾았어."


그래.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모든 에너지를 멈춰 얼려버린다면, 빛 에너지조차 멈춰서 아무것도 안보여야 정상인 것이다. 아니, 그 이상으로, 내 상상을 뛰어넘는 현상이 일어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건, 빛 에너지는 이 공간에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


"코이시, 혹시 건담 봤어?"


"건담? 뭐야 그거? 콘돔을 잘못 말한거 아냐, 우이?"


"...너, 바깥 세상의 많은 사람들한테 사과해야할거 같은데."


"에?! 어째서!?"


건담은 그 뿌리가 깊어서 말이지... 아니, 이걸 이야기하려던게 아니라.


"거기에는, 이런것도 있거든!"


손에 들리는건 새하얗고 네모난 막대. 그 막대는 약간 파여 있어서, 아주 조금이지만 오○홀을 연상시켰다.


...명백하게 내 뇌가 썩어 있는게 틀림 없다.


"내가...건담이다!"


순간, 뿜어져 나오는 분홍빛의 광선. 그 광선은 그야말로 찰나, 치르노의 머리를 저격했다.


-깡!


그 직후, 허공에 얼어붙어 있던 바위가 호수로 떨어진다. 세상에, 깡! 이라니. 이 얼음 대체 얼마나 꽝꽝 얼어 있는거야?


"에? 뭐야? 뭐야?"


"빔 샤벨, 이라는거지."


파스스...하고 사라져버리는 빔 샤벨의 손잡이를 털어내며 말한다. 처음 만드는거라 그런지, 금방 사라져버리는군. 나중에 만들면 좀 더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뭐, 광선검은 내 취향이 아니라 별로 안만들거 같긴 하지만.


"빔...샤벨? 왠지 맛있을거 같은 이름이네."


"샤벳같은 울림이니까?"


"응! 그거!"


"...그려."


상당시간을 (불가항력으로) 코이시와 많이 지내왔지만, 여전히 그녀의 성격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천진난만한거 같으면서도, 때때로 날 선 일본도보다 날카로운 모습도 보인다. 게다가 가끔은 기계같아 보이기도 한다. 특이한 애라니까. 평범하게 정서불안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집 플랑처럼...플랑?


"...음? 잠깐만 있어봐. 지금 이 이변, 분명 레이무랑 마리사가 지나왔던 '홍무이변 해결'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거지? "


"응. 그게 왜?"


"나, 예전에 플랑이 이 이변에 관련해 있었다고 슬쩍 들은거 같은데..."


아무리 자연현상끼리로써의 상성이 좋다 한들, 요정은 결국 요정이다. 그런 치르노조차 이정도 레벨의 힘을 휘두르는데, 만일 그 플랑도르 스칼렛이 악의에 침식되어 있다면...?


"음~ 우이가 뭘 걱정하는진 알겠어. 그거라면 괜찮아."


"엥?"


"플랑쨩은 홍무이변이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고 들었어. 우이가 들은 부분은 아마, 홍무이변 그 이후의 이야기일거야. 레이무랑 마리사가 플랑쨩이랑 싸웠다는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거든."


"그, 그런거냐?"


한시름 놨다. 뭐야, 그런거였어? 솔직히 존나 쫄았다고. 그 플랑이 저런 느낌으로 힘을 얻는다고 한다면, 진지하게 말해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그런거보다, 서두르자.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54%. 한시간 반쯤 남았나."


"...아직 반도 안왔는데."


"알고 있어."


확실히 시간은 촉박하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상대는 모두 밀집해 있다. 코이시가 말해준 '상대'의 명단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루미아
치르노
홍 메이린
파츄리 널리지
이자요이 사쿠야
레밀리아 스칼렛
??????

 

루미아와 치르노는 쓰러뜨렸고, 다음은 메이린...즉, 홍싸부랑 싸워야한다는 이야긴가. 시간은 촉박하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이제 이동에 시간이 들 일은 적다는 부분인가. 다들 한 저택에 살고 있으니까.


문제는 마지막의 저 물음표인데. 코이시도 저 부분은 모르겠다고 한다. 페이크 데이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하던데, 글쎄. 이런 이야기들 보면, 항상 일이 최악의 방향으로 가더라고.


...그래. 예를 들자면 저거.


-끼기기기기긱!!


"으윽. 싸부..."


"뭐, 뭐야!? 이 중압감!"


저기 홍마관 정문에, 인왕처럼 서 있는 문지기 같은거. 내가 본 홍싸부의 모습 중에서, 제일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다. 참고로 2위는 낮잠에 대해 논할때.


"...우이하루인가요?"


"어? 아, 응. 한 12시간만이네, 싸부."


내가 제자로 입문한 뒤론 묘한 존댓말을 하기 시작한 홍싸부였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보다 정상처럼 보이는데?


"제대로 된 말을 하다니...?"


"코이시, 뭐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보통 악의에 침식되면, 이성적인 대화는 나누기 힘들어. 상당히 강한 정신력을 지니지 않는 이상은..."


"에엥~? 싸부가 강한 정신력?"


"...들리고 있거든요, 우이하루?"


"낄낄."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홍싸부를 바라보며, 나도 진지하게 자세를 잡는다. 분명히 대화의 분위기는 평소와 같다. 그녀의 표정이나 말투도, 악의인지 뭔지 하는 영문 모를 힘에 침식된것 치곤 평소와 다를게 없다.


...다만, 저 인왕같은 기백과 더욱이 증가한 위압감이 내게 고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안 싸우면, 100% 질거라고. 아니, 그걸 넘어서서... 죽을 것이다.


"우이하루, 이 스승의 역할이 뭔지는 알고 있죠?"


"싸부, 일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피아구분을 못하는거 아냐?"


"...아뇨. 이건 레밀리아 아가씨의 명령입니다. 그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 고."


-고고고고고고고고고!!!


위압감은 이윽고 물리적인 현상이 되어, 주변의 풀이나 바위들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어...내가 인왕이라고 했던가? 이쯤되면 초사이어인인데. 색상적으로 따지자면 4쯤 되려나.


"미안하지만 싸부, 이쪽도 그닥 물러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말이지. 길을 열어줘야겠어."


"그런가요. 그렇다면, 이쪽도 할 일을 할 뿐."


"...평소에도 그런 자세라면 사쿠야가 안 혼낼텐데 말이지."


"윽......난 상관 없지만, 잡담을 할 여유가 있나요, 그쪽은?"


홍싸부의 말은 명백하게 옳은 것이지만, 뭘까. 저 넘쳐흐르는 말돌리기의 기운은.


"...우이."


"알고 있다고. 도구는 도구 답게 일하다 부서지면 그만인거지."


물론, 지금 당장 부서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참고로 지금 내 무술 랭크는 3. 초기에 터득한 무술 2를 수련을 통해 랭크 업 시킨 상황이다. 설명에는 '은둔 고수' 정도로밖에 안 적혀져 있어, 얼마나 강해진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 앞에 있는 싸부를 이길 수 있는 수준은 절대로 아니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치사하게라도 이겨야지."


"!"


손에 들리는건 대한민국 육군 후방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M16A1. 군대에선 한번도 돌려 본적 없는 조종간 자동으로 안전장치를 풀어버리고, 그대로 홍싸부를 향해 발사한다.


-드드드드득!!


어딘가 그리운 화약냄새가 코를 가득 메운다. 발사한 탄 수는 20발. 강화된 신체능력으로 반동을 완전히 죽이고 쐈기 때문에, 탄착지점은 굉장히 좁을 거라 생각한다. 노린 곳은 복부. 죽어버리면 곤란하기 때문에 선택한 사격지점이지만...


"......역시나."


"투척도구...아니, 화승총인가요. 환상향에 흘러들어오기 직전에 봤던 그 형태랑은 많이 달라졌군요. 바깥 세계의 물건인가요?"


그녀의 복부에 박혔어야 했던 5.56mm 보통탄은 모두 그녀의 손바닥에 의해 막혀 있었다. 그렇다. 기(氣). 홍싸부는 기를 손바닥에 집중시켜 모든 총알을 막아낸 것이다. 악의에 침식되어 있기 때문일까, 그녀의 기는 평소처럼 칠색으로 빛나지 않고, 검고 불길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보다 화승총이라니. 싸부, 나이 들통나요 나이.


흠. 반동을 줄인게 오히려 안 좋았던걸까... 아니, 그녀의 동체시력이라면 탄착군이 넓어진다 한들 별로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가지고 있던 M16A1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M16A1을 꺼내든다. 달라진건, 유탄 발사기 M203이 붙어있는 정도.


...왜 이런 구식 무기를 들고 오냐고? 내가 군대에서 썼었으니까.


"흡!"


백덤블링 점프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고, 유탄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긴다.


-퐁~ 콰아아아아앙!!!


약간 김빠지는 발사소리와 함께, 강렬한 폭발음을 내며 유탄이 싸부의 발 밑에서 터진다. 원래는 막힐뻔 했지만, 한순간 벡터 조작으로 방향을 튼 덕분에 착탄했다.


아무리 싸부가 요괴라 할지라도, 인간형인 이상 육체 자체는 인간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래봐야 조금 더 질긴 정도인가. 싸부한텐 미안하지만, 그 예쁘던 양다리 정도는 고기 조각이 되었을것이다.


"후. 그럼 갈까, 코"
"우이, 뒤!"


"헤?"


-푸우우욱!


등부터 달리는 충격. 몸을 내려다보니, 붉디 붉은 주먹이 내 몸을 뚫고 곤니치와~ 하고 인사하고 있었다. 잠깐, 저 주먹에 잡혀 있는거, 내 척ㅊ


-파드드드득!!


"그커억?!"


잡스의 유산에 달린 기능일까, 눈 앞이 붉게 물들며 내 몸의 이상을 알리고 있었다. 보자보자, 척추 중 일부가 뜯겨나가고 신경의 대부분이 기능을 잃었다? 시펄, 왠지 몸이 아예 움직이질 않더라니.


"우이!!"


"...결국은 인간, 이정도로도 충분하겠죠."


"크억, 싸부... 지랄도 정도껏 하라고..."


이정도로도 충분? 야 쉬펄 마계신의 상징이 없었으면 이미 죽었다고. 대충 10개 이상의 사유로. 다만, 이거... 진짜로 몸이 하나도 안 움직인다. 아픈 것 보다야 낫겠지만, 몸에 이상이 없는것처럼 느껴지는데 전혀 몸이 움직이지 않는건 일종의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도 말을 하다니. 우이하루, 당신은 정말로 인간인가요?"


"인간이거든?"


모탈 컴뱃의 페이탈리티 피니쉬를 몸으로 체현하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거 같지만, 이래뵈도 일단 아직은 인간이다.


그나저나, 이거 위험한걸... 벌써부터 재생을 시작했는지 싸부가 뚫은 구멍은 이미 막혀 있지만, 문제는 몸이 아직 말을 안듣는다. 척추의 재생과 신경의 재연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시야 구석에 적혀 있다. 몸 상태를 디지털 데이터로 모니터링 하다니, 무슨 아이언맨이 된 기분인걸.


"......"


"...비키세요. 사토리 요괴."


"코이시...?"


몸이 움직이지 않는 탓에 고개조차 돌릴 수 없지만, 코이시가 싸부를 가로막듯이 선듯하다.


"우이는 죽게 못둬. 두번 다시는!"


살짝 울먹이며 소리치는 코이시, 그리고 아주 낮게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코이시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나이프가 내는 소리이리라. 그녀의 실력이 얼마나 될진 모르지만, 솔직히 지금의 싸부를 템빨로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젠장, 몸만 움직인다면 어떻게든 될텐데. 무슨 수가... 젠장. 마력이 많으면 뭐해, 결국 몸을 움직이는 매커니즘은 인간이랑 같은...데...?


"...응?"


잠깐만 있어봐? 굳이 몸을 신경계를 이용해서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나 많은 마력이 있고,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할 수도 있는 백업(연산지원)이 있는데?


그때, 시야 구석에 한줄의 텍스트가 띄워진다.


<육체 조작을 마력 신경계 식으로 변경하겠습니까? Y/N>


"...레알이냐."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정말로 그런 기능도 있는거야? 이놈의 마계신어쩌고는? 정말 뭐든 OK로구만.


그렇다면, 안쓰면 손해라는 소리겠지! 당연히 대답은 Yes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온 몸의 감각이 돌아옴과 동시에 내 몸은 홍싸부의 머리에 내려찍기를 갈기고 있었다. 


"흡!"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팔로 내 발차기를 막는 싸부. 그리고, 당연하지 않게도 엄청난 소리와 함께 싸부의 발밑이 움푹 파여 들어간다. 에? 이거 뭐야? 존나 쌘데?


"한방 더!"


싸부를 도움닫기 삼아 한번 더 점프하여, 공중에서 한바퀴 돈 뒤 한번 더 내려찍기를 시전한다. 이번엔, 마치 천지가 진동하는듯한 소리가 나며 홍 싸부의 발밑이 더욱 움푹 패인다. 


"큭!"


이건 좀 버티기 어려웠는지 신음을 흘리는 홍 싸부. 갑자기 강해진 내 공격에 당황하는 눈치다. 실력 차이가 명백한 나와 싸부간의 간극을 메우고 클린 히트를 날릴려면, 당황하고 있는 지금밖에 찬스가 없다!


"코이시! 던져!"


"응!"


손에 든 나이프를 한번 치켜들더니, 코이시는 요괴의 그 근력을 가지고 나이프를 던진다. 마치 쏘아진 탄환처럼 날아오는 나이프를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하다 느꼈는지, 싸부는 나를 밀어내는 동시에 나이프를 손으로 막는다.


가드는 풀렸다. 하지만, 아직 내 공격은 끝나지 않았지!


"아직 한발 남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번엔 공중에서 3바퀴 돈 뒤에 내려찍기.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홍 싸부의 몸. 그 쓰러진 모습은, 마치 자폭공격을 맞고 쓰러진 야무챠 같았다.


"주...죽었어..."


"우이, 안죽었어 안죽었어."


손을 내저으며 태클을 거는 코이시. 그녀의 말대로, 다소의 부상은 있지만 홍 싸부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데미지 자체는 컸는지, 검은 기운이 홍 싸부의 몸에서 흘러 나와 허공에 사라지는게 보인다. 루미아를 처치했을때와 같은 현상... 이걸로 된거겠지.


"서두르자. 라인하르트의 에너지 잔량이 40%밖에 없어."


"...우이, 하나 제안이 있어."


"제안?"


싸부의 손바닥에 박힌 나이프를 빼서 소매에 집어 넣으며, 코이시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왔다. 뭐지, 저 진지한 표정은. 맨날 헤실대던 애가 저러니까 불안해지자녀.


"응. 있지..."


"아, 잠깐만."


중요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었던거다.


"왜?"


"척추 좀 집어 넣고."


"....."

 

 

 

 

 

 

 

 

 

 

 

 

 

 

 

 

 

 

 

 

 

 

 

 

 

 

 

 

 


"...평소보다 더 넓은걸."


본디 사쿠야의 능력으로 넓어져 있던 홍마관의 내부가, 더 확장되어 있었다.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가 있구만, 메이드장... 악의에 침식당한 탓이라고 보긴 하지만.


하지만, 지금 내 목적은 사쿠야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목표는 마스터... 파츄리 널리지. 순서상으로, 이번에 쓰러뜨려야 할 상대는 마스터인 것이다.


이길 승산은... 솔직히 좀 빡세다. 그 인정사정 없는 연격은 항상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니까. 그 마스터가 악의에 의해 강화 될 정도면, 얼마나 힘든 싸움이 될지...


"......"


각오를 다짐하며 멈춰 선 마법도서관의 문 앞. 사쿠야의 능력으로 넓어진 그 크기에 맞게, 도서관의 문은 웅장하다고 말 해도 좋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 압도적인 스케일은, 마치 앞으로 벌어질 전투를 예고하는것 처럼 보였고...


"응-차!"


그리고, 드럽게 무거웠다. 애미 쉬벌.


-쿠구구구구...


둔중한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마법도서관의 풍경. 스케일이 커졌기 때문인가, 마치 고대의 서고를 들어가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본디 익숙해야할 공간에 낯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안가... 나는 맞닥뜨렸다.

 

...쓰러진채 온몸에서 검은색 김을 뿜어내고 있는 파츄리 널리지를.

 

"......????"


아니, 잠깐만. 저 김, 분명히 악의가 숙주 몸에서 사라질때 나는 이펙트 아냐?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마스터 몸에서 저 김이 나오고 있는거야?


"...쿨럭!"


"! 마스터!"


저, 정신이 든건가!


"쿨럭쿨럭!흐으윽!흐윽!"


"에이 씨벌, 천식 도진거자녀!"


아공간에서 흡입기를 꺼내 입에 갖다 댄 후, 이젠 익숙해진 마스터의 호흡에 맞춰 약품을 분사한다. 얼마 안가 진정되는 마스터의 호흡. 


"...설마, 천식때문에 악의가 몸에서 사라진건 아니겠지."


악의도 거르는 마법사, 파츄리 널리지...


"그건 아니에요, 우이."


"응?"


처음 듣는, 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음색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아이...아니, 성인 여성의 목소리다.


또각,또각 하는 굽 높은 구둣소리와 함께 나타난 여성은, 명백하게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아니, 아마 아닐거다. 그녀와 나는 구면이다. 그녀의 허리까지 오는 금색의 스트레이트 롱 헤어를 본적이 없다 해도, 그녀의 슬렌더 함을 부각시키는 푸른 이브닝 드레스를 본적이 없다해도,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그 등에 달려 있는, 마치 앙상한 가지에 달린 수정같은 날개를 가진 이는 이곳 환상향에서 단 한명밖에 없기에.


"플랑이냐?"


"어머나, 꽤 변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알아맞히시네요. 역시나 우이. 파체조차 절 못알아봤는데."


"반신반의로 던져본건데, 레알이었냐..."


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저것도 혹시 악의의 영향인건가? 그런것치고는 여태까지 만난 애들의 공통점인 '미친듯한 살의'가 느껴지질 않는다. 애시당초, 코이시의 말이 맞다면 플랑은 이번 이변과는 별 관련이 없는게 아닌지?


"...그렇게 의문 가득한 눈으로 보셔도 곤란한걸요. 저도 일어나보니까 이렇게 되어 있었던걸요."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존댓말을 하고 있냐? 어울리지도 않게."


평소처럼 '우이~ 오늘은 몇번 죽는지 제대로 세아려야해~?' 같은 말투가 아니라서 더 어색한걸.


"후훗, 레이디에게 있어서 존댓말은 당연한거 아닌지요?"


"......언제 한번 도서관에 있는 소녀만화를 전부 불태워야겠군."


"에!? 어째서!?"


애한테 악영향(?)을 미치다니. 역시 소녀만화는 나쁜 만화! 분쇄한다!


"...증말. 알았어. 평소처럼 말하면 되는거지?"


"음. 그걸로 된거야. 근데 왜 꼬라지가 그러냐?"


내가 '꼬라지'라는 표현을 쓴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뺨을 부풀리며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 플랑.


"꼬라지라니, 우이보단 배로 예쁘거든?"


"...아니, 별로 관심 없는데. 그런건."


"흥, 기생오라비 같은게."


"...진심으로 소녀만화를 태워버려야겠군."


"에?! 어째서!?"


어린애한테 나쁜 말을 가르치는 소녀만화! 역시 나쁜 만화! 분쇄한다!


...라고 말을 할 수 있는것도, 이 마법도서관의 대부분의 책을 내가 한번정도 봤기 때문이다. 어째선지 소녀만화 섹션의 책들은 죄다 내용이 자극적이었단 말이지.


"하여간, 나도 몰라. 자고 일어났더니 레이디가 되어 있었는걸."


"그래...?"


정말로 무슨 3류 소녀만화 전개 같은걸.


"아, 근데 아까 파체 상태가 이상해서 한번 꾸욱 해줬더니 저렇게 됐었어."


과연. 마스터의 몸이 악의에서 해방된건 플랑이 파괴능력을 사용해서인가. 


"그나저나, 잘도 제어했네? 네 능력이라면, 일체화되었던 마스터도 몸이 성친 않았을텐데."


내가 처음 봤을때 '멋대로 악의가 사라졌다' 라고 생각할만큼, 마스터의 몸뚱아리는 멀쩡했다. 평소의 플랑이 휘두르는 능력의 정밀도를 생각해보면, 솔직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


"음...그게, 이상한 기분이야. 우이."


"그러니까 야한거 작작 보랬지."


"그런게 아니라! 그보다 나 그런거 자, 잘 안보거든?"


"헤, 그래? 성적인 일에 관해서도 지식을 함양하는것도 레이디의 소양인데."


"그, 그래? 실은 좀 봤어..."


"...물론 구라지만."


얼굴을 붉히며 부들거리는 플랑. 아아, 평소 그대로의 플랑도르로군. 살짝 멍청한것도 포함해서.


...사실, 박식한것도 레이디의 소양이라 생각은 합니다.


"농담은 이쯤 하고. 이상한 기분이라니?"


"...응. 뭐라고 할까, 마음이 고요해. 갑자기 강하게 뭔갈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할까, 그..."


"...충동이 사라졌다?"


"아, 맞아. 충동. 그게 전혀 느껴지질 않아. 우이, 나 어떻게 된거야?"


"흠."


마스터, 그리고 레밀리아에게서 얻은 정보를 종합했을때, 플랑도르가 가지고 있던 충동적 성향과 정서불안은 그녀가 가진 지나치게 강력한 능력 탓인 모양.


그녀가 가진 '물체의 파괴점을 보는 능력'은 흡혈귀인 그녀에게조차 감당하기 힘든 힘이다. 제어하기 힘든 힘인 탓에, 그 힘에 휘둘려 정신적으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충동이 사라졌다고 하는건...혹시, 이것도 악의의 영향인가? 악의는 기본적으로 숙주의 힘을 증폭시키니까, 그 과정에서 뭔가 이상이 생겨서 힘만이 증폭된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열심히 행복회로를 돌려봐야지. 최악의 경우엔 뒤통수를 맞을 각오는 해야할거다.


"내가 어케 알어."


"...매번 생각하는거지만, 우이는 정말 적당적당하단 말야."


"냅두셔... 그래, 적어도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알아둘 필요는 있겠네."


마스터가 자주 앉던 의자에 앉아, 썰을 풀기 시작한다...라고 해봐야, 나도 아는게 얼마 없는지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만.


"흠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된것도 그 아긔? 때문이라는거지?"


"악의다, 임마. 너, 그런 몸으로 그런 소리 하니까 되게 멍청해보인다."


"우이가 그렇다고 했잖아!?"


아긔라고 한적은 없습니다만. 그나저나, 저렇게 성장했는데도 슴가는 거의 그대로라니...


"...우이, 왜 울어?"


"이건 너의 가슴에 대한 애도의 물방울이다."


"꾸우욱!"


-빠드드득!


"그/아/아/앗!"


팔이 박살났다.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플랑의 악력에 의해.


"무슨 지거리야!"


"흥, 성희롱하는 우이한텐 벌이야."


"내 진심어린 애도를 희롱이라 매도하느냐..."


"진심이라는 점이 더 열받아!"


급속도로 회복되어가는 팔을 바라보며 한숨 쉰다. 이런이런, 역시 여자애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니까.


...예, 제가 명백하게 쓰레기였습니다.


"하여간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야. 진짜 원인은 나도 몰라."


"우이, 무능."


"열받는 꼬맹이로군. 자라지 않은건 가슴뿐만이 아니라는건가."


"으으!"


"아무튼. 슬슬 코이시가 사쿠야를 박살낼 타이밍인데."


그렇다. 코이시가 제안해온 것, 그것은 전력의 분산이었다. 솔직히, 악의로 강화된 사쿠야를 코이시가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함께 행동 해야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음?"


가만, 언제부터 도서관이 이렇게 좁아졌지? 평소보다 좁아진 느낌인데...?


"우이, 이건..."


"사쿠야의 영압이...사라졌어?"


"...무슨 소리야?"


"신경 쓰지마, 그냥 해보고 싶었던 말이니까."


영압이 사라진건 아니지만, 시공간을 조작해 공간을 넓히는 마법이 풀렸다는건, 사쿠야가 마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의미. 즉, 코이시가 해냈다...라는건데. 잠깐만, 지금 우리 헤어진지 5분도 채 안됐다고. 그 사이에 처치했단 소리여?


...플랑이 마스터를 처치해주지 않았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겠군. 사실 설명을 제대로 안 들어서 뭐가 어떻게 위험한지 구체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콰아아아아앙!!!


"!"


그 때, 들려오는 굉음. 그리고 느껴지는 진동. 대체 무슨 일이!?


"우이! 언니가...!"


"레밀리아가? 뭔데?"


"모르겠어. 하지만, 언니가 이상해진게 느껴져!"


"......!"


논리따윈 찾아볼 수 없는 말. 하지만 플랑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당혹감과 동요는, 진짜였다. 젠장, 이건 저 굉음과도 관련이 있어보이는데... 쯧, 불길한 예감이 든다.


"플랑, 멍때리지 마! 레밀리아를 찾는다!"


"ㅇ,응!"


코이시... 제발 별일 없기를...!

 

 

 

 

 

 

 

 

 

 

 

 

 

 

 

 

 

 

 

 

 

 

 

 

 

 

 


"......으응?"


오늘따라 나른하네, 라고 잠결에 생각하며 레밀리아 스칼렛은 눈을 뜬다. 우이하루를 쫒아낸지(라고 쓰고 휴가 보낸지라고 읽는다)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홍마관은 이렇게 조용해졌다. 새삼 그의 존재를 느끼며 쓴 웃음을 짓던 레밀리아는, 문득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는다.


"...사쿠야?"


졸린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키는 레밀리아. 하지만 그녀가 부르는 시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에? 뭐야 이거?"


그녀의 손 끝에서, 붉은 안개가 나오고 있었다. 잠결에 내보내고 있었던건가, 나중에 레이무가 화낼려나 따위의 생각을 하며 레밀리아는 정신을 집중해 붉은 안개의 방출을 막아보려고 하지만...


"......???"


이상하게도, 그녀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안개의 기세는 멎을 줄을 몰랐다.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채 고개를 갸웃하는 레밀리아. 문득, 그녀의 생각은 자신의 시종에게 까지 미쳤다.


"사쿠야!"


지금 그녀가 뿜어내고 있는 안개는,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상태. 지금처럼 제어하지 못하는 안개가, 인간인 자신의 시종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없었던 것이다.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방에서 뛰쳐 나가는 레밀리아.


"...뭐야 이거."


그리고, 창밖에서 그녀를 반긴건, 붉은 달이 뜬 붉게 물든 세계였다. 언제부터 안개의 제어가 풀린것인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접어두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자요이 사쿠야, 자신의 소중한 시종이 어떻게 되었나를 확인하는게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 때, 흡혈귀인 레밀리아의 코가 진한 혈향을 맡는다. 맡은적 있는, 자신만의 피. 동생인 플랑도르 스칼렛에게조차 양보치 않는, 그녀만의 피 냄새. 불안감은 커져가고, 레밀리아의 발걸음은 빨라져 간다.


이윽고, 냄새의 원인에 도달했을때 레밀리아는 보았다. 그리고 들었다.


...듣고 말았다, 라고 표현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으응, 팔을 자를 생각은 없었는데. 큰일났네."


피투성이의 소녀가 서 있었다. 소매가 넓은 노란색 셔츠에 장미가 수놓여진 녹색 롱스커트를 입은, 사토리 요괴. 그녀의 손에는, 새하얀 손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피웅덩이에 잠긴 이자요이 사쿠야가.


"아, 아아...!"


"레밀리아 스칼렛!? 자, 잠깐! 일부러 그런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레밀리아는 마음속에서 무언가 터져나오는걸 느끼며, 폭발하는 그 감정에 모든것을 맡겼다. 그리고, 어느샌가 자신의 의식이 검게 물들어 가는걸 눈치챘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레밀리아 스칼렛은, 코메이지 코이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 감정만이, 그녀의 뇌를 지배한다.


그리고.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씨벌 대체 뭐여!?"


달려가는 도중에 들려오는 또 한번의 굉음. 아까전보다 더 큰거 같은데!?


"우이, 앞에!"


"누오오오옷!?"


갑작스레 날아온 붉은 쇠사슬을 슬라이딩으로 회피한다. 뭐시여!? 왜 갑자기 사람을 록맨 무빙 시키는거여!?


그보다 저 붉은 쇠사슬, 레밀리아가 자주 쓰는 탄막이잖아? 그렇다면 역시 굉음의 원인은 레밀리아?


"역시 언니한테 무슨 일이...으아아앗!?"


"라인하르트 포터블!"


아공간에서 라인하르트의 축소판을 꺼내 방벽을 펼쳐, 무너지는 천장을 막는다. 아니, 뭔 건물이 과자마냥 이리 쉽게 부숴지냐? 부실공사 아녀?


"......!"


천장이 무너지고, 드러나는 붉은 밤하늘. 붉은 달을 등지고 서 있는것은, 레밀리아 스칼렛이었다.


...등에, 3쌍의 이형의 날개를 단. 어라, 저 날개... 어디서 본거 같은...? 아!


"신키의 날개잖아!?"


내 마력의 근원이자, 내 머리 스타일이 고정된 원인, 마계신 신키의 날개를 레밀리아는 달고 있었던 것이다. 우연히 모양이 같은건... 아닌거 같은데.


"우...이..."


"코이시!...잠깐, 업혀 있는건 사쿠야야?"


피투성이인채로 사쿠야를 업고 온 것은 코이시. 표정으로 보이는 피로도와, 그 상처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살아있나 싶을 정도다. 가만, 사쿠야 한 쪽 팔이...없어?!


"코이시, 어떻게 된거야?"


"설명은...나중에. 일단 피해야 해. 저거랑 싸우는건 의미가 없어..."


"의미가 없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코이시쨩! 저거, 언니지! 언니가 어떻게 된건지 아는거야!?"


다급한 플랑도르의 목소리를 듣고 돌아본 코이시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플랑쨩... 몸이?"


"그런건 됐으니까! 언니는!?"


"...악의에 완전침식 됐어. 이젠...틀렸어."


절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숨을 헐떡이는 코이시. 대체 왜 저렇게까지 절망하는거지? 저 레밀리아가,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인가?
...일단은 자리를 피하자. 아직 라인하르트의 잔량은 30% 남았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기에 있다간 아무것도 안될거다.


"플랑, 일단은 빼자... 플랑?"


다급하게 돌아본 플랑도르는,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손엔 악마의 꼬리같이 생긴 검 레반테인이 들려 있었고, 그녀의 눈엔 일찍이 없던 투기가 깃들어 있었다.


"잠깐, 플랑. 무슨...?"


"...잘 설명은 못하겠어. 못하겠지만..."


플랑, 아니 플랑도르 스칼렛은 의연하게 우뚝 서서 말한다.


"지금 언니를 막을 수 있는건 나 뿐이야!"


그리고, 그녀는 이형의 날개를 지닌 레밀리아를 향해 날아간다. 잠깐, 저래도 되는거야!?


"...역시, 본능적으로 아는거네."


"코이시?"


"우이, 저건 있지... 쇼우이치, 그러니까 다른 우이가 악의에 심어둔 바이러스야."


"시벌 이건 또 뭔 개소리여."

 

또 무슨 mambo-jumbo를 씨부리려고.


"...그러고보니, 싫어했었지. 이런 이야기."


"알면 사쿠야나 내려놔. 치료하게."


뭔진 모르겠지만, 플랑이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이 시간을 유용하게 이용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치료, 할 수 있는거야?"


"치료라고 하긴 좀 엉망진창이지만."


내겐 본 것 만으로 구조를 파악 할 수 있는 분석 능력과, 연산 능력. 그리고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 능력이 있다.


...떨어진 팔을 붙이진 못해도, 새 팔을 만들어 낼 수는 있으리라!


"...근데 갑자기 진리의 문이라던지 열리는건 아니겠지?"


"무슨 이야기야?"


"아, 아냐. 시작한다."


구성하는것은, 새로운 팔. 마침 눈 앞에 떨어진 팔이 있으니, 카피해서 만드는건 실은 그렇게까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게 최대 난점이긴 하다만.


"...게다가 빠진 피를 어떻게 할 방도도 없고 말이지. 유카리!"


"여기에."


큰 소리로 부르자, 아주 당연하다는듯이 곁에 나타나는 슈-퍼 여동생 야쿠모 유카리.


"바쁜 중에 미안하지만, 얘 팔 붙이는대로 의사한테 데려가줄래?"


"미안함을 느끼실 필요는 없어요. 해야될 조치는 전부 끝낸 참이니까."


"그래? 그럼 그냥 부탁할께."


"네, 오라버니."


...후우, 제작 완료. 어디보자, 겉으론 문제 없고, 혈관이나 뼈 위치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군. 며칠간, 심하면 몇주간 팔에 위화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내 알바는 아니다. 불만이 있다면 팔을 잘라낸 사람한테 해달라.


"그럼."


목례로 인사하고, 유카리는 사쿠야와 함께 틈새속으로 사라진다. 후, 일단 눈 앞에 있던 문제는 끝났고...


"...저 여자를 대체 어떻게 구워 삶은거야? 우이?"


"구워 삶다니. 서류상의 관계일 뿐이야."


참고로, 진짜 계약서도 제대로 써서 보관하고 있다. 최강의 요괴가 내 여동생이라니 말도 안돼!


...라는 이름의 라노베가 어딘가엔 있지 않을까?


"...남은 시간은?"


"20%. 약 30분...인데, 아무래도 계산을 새로 해야할거 같아."


"......"


아까 코이시가 말한 '악의에 의한 완전침식' 상태가 된 이후부터라고 짐작되지만, 붉은 안개의 농도와 흉폭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금의 잔량 에너지가 버틴다고 해봐야...


"7분 버티면 용하겠군."


"시간이 너무 없어."


"그러게. 게다가, 레밀리아를 쓰러뜨린다고 끝인게 아니잖아?"


"...응."


데이터에 있었던, 미지의 인물 한명. 그 녀석 까지 쓰러뜨려야 이 이변이 해결될 것이다.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눈 앞에 있는 레밀리아부터 침묵시켜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쪼매, 아니 꽤나 빡센걸."


지금 레밀리아의 탄막을 한번이라도 맞으면, 플랑도르는 무조건 진다. 이건 능력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론적인 영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좀더, 뭐랄까... 본능적이라고 해야하나. 마치 빈사상태로 라이프 게이지가 빨갛게 점멸하고 있는 아이작 클라크를 보는 느낌이랄까. 저게, '진다'고 하는 운명의 탄막. 닿았다간 그 누구라도 무조건 패배할것이다. 어떠한 형태로던 간에.


문제는, 닿아도 진다는 부분이다.


"패배 트리거를 켜지 않고 저 탄막들을 부술 수 있는건, 플랑의 능력뿐...인가."


플랑의 파괴의 능력. 설마, 운명까지 부숴트릴 수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지금 저렇게 피하고 부수는것만으로 바빠 뒤지겠는데, 플랑이 본체를 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나. 한번도 시도해본적은 없지만.


"우이?...잠깐, 혹시 이미테이션을!?"


"...넌 진짜 뭐든 알고 있구나."


"전부 아는건 아냐. 아는 것만 알지."


"그 대사는 가슴 크기를 좀더 키우고 나서 하도록."


...뭐, 아무래도 좋나. 지금 코이시의 반응만으로도, 내가 할 짓이 내게 꽤나 큰 부담을 줄거라는 확증은 얻었다.


그래. 플랑도르 한명으로 레밀리아를 쓰러뜨릴 수 없다면... 두명이 되면 되는것이다. 


"이미테이트, 플랑도르 스칼렛!"


용이, 내가 된다!(의미불명)

 

 

 

 

 

 

 

 

 

 

 

 

 

 

 

 

 

 

 

 

 

 

 

 

 


"...병신이냐, 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뜬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왠지 한달동안 여기 갇혀 있으면 5천만원 정도를 받을것만 같은, 가만히 있어도 정신병이 올 거 같은 그런 새하얀 공간이었다.


아니, 아무것도 없는 공간은 아닌가. 눈 앞에 왠 여자가 한명 있으니.


키는 176cm 정도인가. 검은색 포니테일을 높게 묶은, 왠지 활동적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입고 있는 저 검은 츄리닝 탓인지도 모르겠다.


"너는?"


"음~...이름은 몰라도 되고. 포지션은 대충 참월 아저씨 언저리?"


"적당한 캐릭터 설정이구만."


...라는 이야기는, 이미테이션도 알고 있고, 내 무기의 일부라는 의미. 즉.


"마계신의 상징 관계자냐."


"아, 그렇게 말하면 됐네. HAHAHA~"


...묘하게 짜증나는 녀석이군.


"HAHAHA~가 아니자녀. 왜 갑자기 튀어나온겨?"


"뭐, 다른건 아니고. 지금 이건 긴급 복구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될거야."


"긴급 복구?"


갑자기 머리속에 살풍경한 검은 화면에 하얀 글자가 점멸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컴퓨터냐, 내 머리통은.


"너, 정신적으로 한번 죽었어."


"...What?"


내가 당황하자, 참월 아저씨...아니, 참월 아가씨는 쓰게 웃었다.


"너 말야...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정신방벽도 안치고 플랑도르를 모방하면 어떻게 하냐?"


"엑?...마계신의 상징에 그런 기능도 있었어?"


"네가 잡스의유산인지 뭔지로 부르는 휴대폰에 매뉴얼 저장시켜 뒀을텐데."


"아~...그거."


페이지가 너무 많아서 그냥 안봤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슨 메뉴얼이 100장이 넘어가? 중2병 소설 세계관도 그렇게까진 안 길겠다.


"보나마나 안봤겠지. 뭐, 어찌됐던. 플랑도르의 힘이 필요한거지?"


"...응."


"그렇다면 하나 좋은 정보. 플랑도르의 힘은, 환상향의 여자애들 중에서 가장 근원이랑 근접해 있어."


"...또 mambo-jumbo냐. 그만! 그만해! 난 그런거 듣고 싶지 않다고!"


"워워, 진정해. 이건 이미 너도 알고 있는 개념이니까."


"엥?"


내가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뭐, 돌아가서 이미테이션 능력으로 플랑도르의 능력을 체험해보면 자연히 알거야. 바쁘지? 그럼, 지금부터 돌려보낼건데. 혹시 하고 싶은 말은?"


"없어."


"재미없는 새끼로군."


"닥쳐."

 

 

 

 

 

 

 

 

 

 

 

 

 

 

 

 

 

 

 

 

 

 

 

 

 

 

 

 

 

 


"우이!"


"...귀 바로 옆에서 외치지 말라고."


정신차려보니, 다시 무대는 홍마관. 걱정하는 눈빛의 코이시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덧붙여서, 귀는 아직도 울리고 있다. 대체 얼마나 소리 질러댄겨.


"...오오?"


머리가 가볍다? 싶어서 머리카락을 만져보니, 꽤나 짧아져 있었다. 숏컷 정도? 앞며리를 살짝 내려보니, 금빛의 곱슬머리가 날 반기고 있었다. 이건, 플랑의 머리카락이랑 비슷한걸.


...헤에, 이미테이션을 제대로 하면 이정도로 몸이 변하는건가. 신기하군.


"다행이다. 제대로 이미테이트 됐어..."


"뭐, 참월 아가씨 말론 한번 정신적으로 죽었다던데."


"참월 아가씨?"

 

고개를 갸웃하는 코이시. 뭐, 내가 멋대로 붙인 이름이니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아무튼, 이미테이션은 제대로 됐다. 다음은 플랑의 능력인데...


"이건가."


벽에 의식을 살짝 집중하니, 손바닥 위에 동그란 무언가가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을 잡아 짓누르자,


-콰아아아앙!


굉음을 내며,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가, 이걸 플랑이 '눈'이라고 불렀던 거구나. 물체의 약점을 '눈'으로 구현화하여, 부수면 그 물체 또한 부서진다. 이런 메커니즘. 물론, '눈'으로 구현화 하지 않고 직접 부수는것도 가능.


...아까전의 그 망할 포니테일이 했던 말, 이해가 된다. 과연. 확실히 이건, 내가 아는 개념이다. 그리고, 나보다 강한 '파괴' 능력을 지닌 플랑이라면 분명... 그 단계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다녀올께, 코이시."


"...응. 팝콘 먹으면서 기다릴께."


"아까 준걸 아직도 덜먹었냐?"


"헤헤. 소식가라."


...얘도 영 진지해지지 못하는 성격이로구만. 나랑 비슷하게.


"아, 우이! 나 꼭 해보고 싶은 대사가 있었어!"


"뭔진 모르지만, 다 받아쳐주마."


"우이, You have Control 이야!"


"I have control. 이미테이션-플랑도르, 우이하루. 요격행동에 들어간다!"


"헤헤, 다녀와~!"


코이시의 배웅과 함께, 레밀리아를 향해 날아간다...잠깐, 코이시 너 건담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


그 순간, 레밀리아의 탄막의 농도가 짙어졌다. 갑작스레 많아진 탄막에 놀라 주춤하는 플랑.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탄막은 플랑에게 쇄도한다.


"이 대사 한번 해보고 싶었지. 그렇게 둘까보냐!"


원어로 표현하자면 SA-SE-RU-KA-YO! 쯤 되려나. 레밀리아가 사출한 모든 탄막의 눈을 만들어, 한꺼번에 터트린다. 그러자, 플랑에게 쇄도하던 탄막들은 모두 다 소멸한다. 오오, 폭죽놀이 같아서 이쁘네.


"우이!?...뭐야, 우이. 그 모습. 나 따라하는거야?"


"틀린 말은 아닌데... 좀 어때. 할만 하냐?"


"어떻게든. 한대도 안 맞아야한다는게 너무 성가셔. 그리고..."


"틈이 생긴다 한들, 네 능력이 언니를 해할까봐 주저된다?"


"...기분 나빠.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는거야?"


"같이 지낸게 몇달인데."


그렇네, 하고 살짝 웃는 플랑. 하지만 금새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내개 묻는다.


"승산이 있어서 온거지, 우이?"


"승산도 없이 왔겠냐?...작전은 단 하나. 네가 돌격하고 내가 엄호한다."


"말은 잘하셔...그리고, 언니가 다칠지도 모르는데 아무런 방책 없이 공격하라고?"


"언니를 막을 수 있는건 나 뿐이야! 라면서 돌진한 녀석이 할 대사는 아닌거 같다?"


"그치만...!"


...뭐, 이해는 한다. 이성적으론 알고 있다고는 해도, 감정이 있으니까. 요괴던 인간이던, 가족 앞에선 어쩔 수 없는거겠지.


"너만 잘하면, 레밀리아도 다치지 않아."


"...어떻게 해야해?"


여전히 '말은 잘하지' 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플랑. 그녀가 저렇게 한눈을 팔 수 있는것도, 내가 그녀의 능력을 따라해 레밀리아의 탄막을 모두 파괴하고 있는 덕분이다.


"레밀리아를 보지 말고, 저 날개에 의식을 집중해. 그럼... 레밀리아에게서 '점'이 보일거야. 점을 찔러."


내가 말하자, 살짝 놀라는 플랑.


"점... 혹시, 아까부터 보이는 새까만 선이랑 점 이야기 하는거야?"


역시나, 플랑한텐 보이고 있었구나. 선이랑 점...지금 플랑한테는, 파괴를 넘어선 '죽음'이 보이는 상태다. 환상향에서 가장 근원에 근접한 그녀에게만 보이는, 극의.


즉, 직사의 마안.


"응, 그거 그거. 아, 이 대사를 외치면서 찌르면 성공률도 올라갈거야."


라면서 내가 한마디 하자, 플랑은 이해가 안된다는듯이 고개를 갸웃한다.


"정말 그 말을 외치면 되는거야?"


"응응. 아, 분명히 말하지만 날개에 집중하는거야. 레밀리아는 잊고."


"...알겠어. 해볼께."


고개를 끄덕이는 플랑. 시선을 옮겨보니, 레밀리아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탄막을 쏴대고 있었다. 물론, 내가 계속 탄막을 터트리고 있어서 우리에게 닿는 일은 없지만.


"가, 플랑, 어서!"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압!!!"


젤 나가 풍으로 플랑을 재촉하자, 플랑은 우렁찬 기합과 함께 레밀리아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위협을 느껴서인가, 레밀리아는 멍한 표정을 유지한채 손바닥 위에 초 거대한 진홍색 광창을 만들어낸다. 쯧, 에너지 크기가 너무 커서 바로 눈이 만들어지질 않아! 그렇다면!


"상기, 495년만의 파문!"


고오오옷, 하고 숨을 골라 몸에 파문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리고!


"썬 라이트 옐로, 오버 드라이브!"


주먹에 담아, 파문을 쏘아낸다!


-피융! 파아아악!


파문은 레밀리아의 어깨에 명중해, 그 손바닥 위에 있던 광창이 소멸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이것이, '무언가'를 죽인다는 것이다!"


플랑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손날은 레밀리아를 꿰뚫는다. 그래, 저 대사가 듣고 싶었어. 굉장히 흡족하군.

 

 

 

 


잠깐의 정적.


그리고.

 

 

 

 


-파스스스...


레밀리아의 등에 나 있던 이형의 날개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환상향 일대를 뒤덮던 붉은 안개가 소멸되기 시작했다. 플랑이 손을 뽑았을때, 거기엔 아무런 상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성공...한건가.


"앗."


그때, 플랑의 몸이 반짝하더니 다시 꼬맹이로 돌아간다. 그리고, 추락.


...추락?


"이런."


벡터 조작을 이용해, 두사람의 몸을 공중에서 멈추게 한다....아니, 안되잖아? 왜 안돼?


그때, 시야 구석에 표시되는 메세지.


[이미테이션 중엔 사용하실 수 없는 기능입니다]


...니미. 그럼 이미테이션을 해제.


[쿨다운중입니다.]


아니 씨벌 그런게 어딨어!?


"에이씨!"


고속으로 날아가 두사람의 몸을 붙잡고, 반파되어버린 홍마관의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쿨다운 종료, 이미테이션을 해제합니다.]


...지금 이거 나 놀리는거지.


살짝 머리가 무거워지는 감각과 함께, 파괴의 능력이 사라지는것을 체감한다. 대신 돌아오는, 창조 능력에서 비롯되는 전능감. 시선을 위로 살짝 올려보자, 머리가 다시 은발로 변해 있는게 보인다. 이미테이션한 상대에 따라 헤어스타일이 변하는건가. 무슨 록맨같네.


"우이!"


"오, 코이시. 팝콘은 잘 먹었냐?"


"아직 남았어! 그보다, 안개가...!"


남겼냐. 정말 소식가로구만.


...응? 근데 안개? 안개라면 레밀리아를 쓰러뜨리고 난 뒤로 걷히기 시작했던게 아니었나?


가만,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아직 쓰러뜨려야 할 상대가 한명 남아 있었던게 아닌지?


"우이, 어디 보는거야! 저기야 저기!"


"저기?"


코이시가 가르킨 끝, 즉 달을 향해 안개들이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뭐야 저 연출. 너무 중2병 스럽잖아.


"최종보스라도 나올거 같은 분위기네."


"그런 태평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 저 안개, 환상향 전역에서 끌어모은 생명 에너지를 다 담고 있다고!"


"슈뢰딩거 준위라도 갈아넣을껄 그랬나."


"...무슨 이야기?"


"아니, 전개가 비슷하다 싶어서."


으음, 자세한걸 이야기하기엔 너무 핵심적인 네타라. 말을 줄이도록 할까.


그나저나, 확실히 엄청난 에너지량이다. 생명력이 풍부한 환상향이니, 회수한것도 많겠지. 저정도 에너지량을 파괴력으로 돌리면 나라 하나정돈 괴멸하지 않을까?


저런 에너지를 달, 아니... 저 안개의 중심에 있는 무언가가, 탐욕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레알 최종보스냐고. 


"어라, 근데 저 에너지 반응... 설마..."


"뭐야, 아는 사이야?"


"확실하진 않지만, 저게 내가 아는 그 애가 맞다면... 악의가 어떻게 핀포인트로 이 세계를 노릴 수 있었는지가 해명돼."


"...뭔 소린진 짜장 모르겠다만, 하여간 아는 사이라는거지? 안 봐준다?"


...라고 말은 했지만, 저정도의 에너지량을 퍼먹고도 아직도 퍼먹고 있는 저 괴물같은 놈한테 어떻게 이기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코이시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인가.


"지금의 우이는 버티는게 고작 아닐까 싶은데."


천연덕스럽게 당연하다는듯 말하는 코이시. 아니, 뭐랄까. 내가 봐도 틀린 말은 아닌거 같긴 한데 왜 이렇게 빡칠까. 이게 그 유명한 팩트 공격이라는건가?


"야, 코이시. 말은 고맙지만 세상엔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도 있다고? 고사기에도 그리 적혀 있었어."


"큰 소리 치다간 폭발사산할거야, 우이."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에!!!"


...이게 아닌데.


"아니, 그보다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데? 에너지 총량이야 확실히 높지만, 높다고 해서 다 좋은건 아니잖아?"


"평범한 상대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저 애는 아냐."


"...근데, 아까부터 상대를 꽤나 높게 평가하고 계십니다? 대체 뭐하는 앤데?"


그 순간, 붉은 달빛이 우리를 비추었다. 그리고. 올려다본 하늘엔, 한명의 소녀가 있었다.


피보다 붉은 머리칼, 빈약한 가슴을 거의 다 드러내는 착 달라붙는 바디슈츠. 그리고, 그 소녀 체형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싹할 정도의 살기.


"...저 애의 이름은 아이리."


"아이리?"


모 판타지 라이프 게임의 초보자용 정령같은 이름이구만.


"우이...아니, 쇼우이치의 3명의 시종 중 한명이야."


"3명의 시종이라니, 그런 무슨 4천왕같은 떡밥을우오오오오!?"


전력으로 몸을 틀자, 내 몸이 있던 자리에 붉은 번개가 지나간다. 완전히 피하지 못한 탓인지, 번개 근처에 있던 곳엔 엄청난 수의 자상이 생겨나 있었다.


...잠깐, 자상? 번개면 화상이어야 하는게...?


"조심해, 우이. 아이리의 이명은 '춤추는 비뢰'. 보통 사람 눈엔 번개로 보이지만, 사실 이동하면서 마구 검을 휘두르는거야."


"...실제로 휘두르는 모습이 춤추는것처럼 보인다던가?"


"아니? 꼴사납던데?"


"....."


가차없구만, 코이시. 그보다 그런 움직임도 극도로 빨라지면 번개로 보인다 이건가. 엄청난걸 떠나서 어이가 없는 수준이구만. 이쯤되면 개그라고.


...언젠가 내 이야기가 글로 써질 일이 있으면 분명 장르에 '개그'가 들어가 있겠지. 써질리도 없겠지만.


"근데 적이 등장한것치곤 너 꽤 여유롭다, 코이시?"


"응? 아아, 이 애들은 나한테 절대로 피해를 못 입히게 되어 있거든. 만약 자의로 내게 피해를 입히면 자동으로 자멸해."


"...여유로울만 하구만."


그나저나, 왜 두번째 공격이 오지 않는거지? 저 아이리, 라고 하는 녀석. 이명이랑 아까전의 공격을 봐서, 스피드형인거 같은데... 스피드형이면 속도로 몰아 붙여야하는게 정상 아냐?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


"하나 더?"


그때, 저 멀리 복도에서 걸어오는 아이리의 모습이 보인다. 손에 들려... 있는게 아니라, 손 자체가 비색의 광검으로 변해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 뭐랄까. 솔직히 말해서 엄청 지쳐보인다. 손의 광검은 금방이라도 사라질것처럼 점멸하고 있었고, 걸음은 휘청휘청.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여력하다.


"아이리쨩은 있지, 연비가 엄청 안좋아."


"......"


-풀썩!스스스스...


그리고, 그자리에서 쓰러진 아이리. 그런 그녀의 몸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멸?


"쟤, 아까전에 환상향 전역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았어?"


"응. 엄청난 마력량이었지."


"근데 아까전의 그 한번의 돌진으로 전소했다고?"


"응."


"......"


"축하해, 우이! 첫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네!"


"아? 아, 응..."


이걸로 악의에 의한 '홍무이변'은 끝났다. 이로써 환상향은 지켜졌고, 난 첫 임무를 완수한 셈이다.


...근데 어째서, 이렇게 힘이 빠지는걸까.


"...뭐시여 이게."

 

 

 

 

 

 

 

 

 

 

 

 

 

 

 

홍무이변, 해결 완료.

 

 

 

 

 

 

 

 

 

 

 

 

 

 

 

 

 

 

 

 

 

 

 

 

 

 

 

 

악의에 의한 이변에 대한 문서


작성자 : 렌카

 

 


0. 서문

악의란, 지적 생명체가 생활하면서 생기는 부의 감정 중, 공격적인 감정들의 통칭. 

 

환상향의 멀티버스를 위협하는 이 '악의'는, 환상향의 바깥, 즉 '상식상의 세계' 에서 갈 곳을 잃은 악의들이 뭉치고 뭉쳐 덩어리를 이룬 것들. 본디 상식상의 세계 전역에 퇴적되어 잠들어 있던 악의는,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환상향에 흘러들어오기 시작함.

 

이때 흘러들어온 악의는 환상향을 집어삼켜 번식, 즉 더욱 더 큰 악의를 만들어 내려고 하였으나, 당시 그 환상향에서 대기중이었던 시공관리국 요원인 코드명 '파라디클로로벤젠', 그리고 그의 부인인 이나사카 키즈나가 당시 환상향에 있던 통칭 '환들러너'들과 함께 이를 저지하려고 시도함.

 

사건의 계기를 만든 '코메이지 코이시'의 연인이자, 환상향 최고 특이점인 '코메이지 쇼우이치'는 자신의 전력을 다해 악의의 격퇴에 성공. 하지만 그 댓가로, 코메이지 쇼우이치는 자신의 3명의 시종들과 함께 환상향에서 소멸.

 

하지만, 한번 환상향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한 '악의'는 여전히 환상향을 노리고 있는 상황.

 

 

 

 


1. 패턴

 

악의는 과거의 사건을 되풀이함으로써 세계에 틈을 만들고, 그곳을 통해 자신들을 퍼트리려고 하는 습성이 있음. 주로 환상향에서 부르는 '이변'을 답습하는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이변'에 관련된 모든 인물을 감염시켜, 강화함.

 

악의가 일으킨 이변을 해결하지 못할 시, 세계에 큰 틈이 생기고 거기로부터 악의가 밀려 들어오기 시작함. 그렇게 될 경우, 저지할 방도는 없음. 또한, 이변에 관련된 인물들중 하나라도 사망할 경우, 똑같이 세계에 큰 틈이 생기는 것이 확인 됨.

 

 

 

 

 


2. 해결 방안

 

유일한 해결 방안은 '이변을 해결하는 것'. 이변에 관련되어 감염된 모든 인물들을 쓰러뜨리는 것만이 해결방안.

 

(추가) 일시적으로 '이변에 관련되어 감염된 모든 인물들을 '특정 순서에 따라' 쓰러뜨려야 한다는 정보가 확인되었으나, 이는 악의에 의한 가짜 정보임이 확인되었음.

 

 

 

 

 


3. 기타

 

 

사견이지만, 현재 악의가 마스터, 즉 코메이지 쇼우이치에 의해 잔존 에너지의 95%를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환상향을 마구잡이로 침공하고 있는 이유는 비단 자신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 만은 아니라 사료됨.

 

악의가 예전의 힘을 되찾기 위해선, 그리프 시드라고 불리는 악의의 증폭제가 필요함. 하지만 그것은 현재, 마스터의 연인인 '코메이지 코이시'의 영혼이 가지고 있는 상황. 즉, 자신들의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마구잡이로 여러 환상향을 공격하고 있는 이유는 마스터의 마력을 받은 특이개체인 '코메이지 코이시'를 찾기 위한 것이라 추측.

 

염려되는 것은, 마스터의 명령으로 여러 환상향을 돌아다니며 '코메이지 코이시'를 찾던 '코메이지 아이리'의 소식이 끊겼다는 사실. 그녀에겐 마스터가 달아둔 '코메이지 코이시'를 찾는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음.

 

최악의 경우에, 코메이지 아이리는 악의에 의해 잡아먹혔을 가능성이 있음.

 

 


(추가) 코메이지 아이리의 반응을 확인. 위치는 U514번 환상향. 해당 세계에, 변성 개체의 반응 또한 확인됨. 사실 확인을 위해 스텔스 모드를 해제 하고 해당 환상향에 진입하고자 함.

 

 

 

 

 

 

 

 

 

 

 

 

 

 

 


우이하루


점점 인간에서 멀어지고 있는 주인공.

 

"소좌도 온몸이 기계였으면서도 자길 인간이라고 말했다고! 중요한건 마음이야!" 라는 의미불명한 논리를 주장하지만, 명백하게 인간에서 벗어나고 있다.

 

 


코메이지 코이시


소식가. 우이하루가 준 팝콘은 결국 홍무이변이 끝날때까지 덜 먹었다.

 

 

 

 

야쿠모 유카리


제반니.

 

 

 

 

플랑도르 스칼렛


성장한 상태가 묘하게 키스○을 닮았다. 

 

가슴은 성장하지 않았다.

 

 

 

 

 

 

레밀리아 스칼렛


이번 이변 최고의 피해자 겸 가해자.

 

자고 일어났더니 환상향을 위협하는 원흉이 되어 있었다. 덤으로 의식을 잃고 완전침식 당함.

 

 

 

 

 

이자요이 사쿠야


버기선장이 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팔이 동강동강.

 

 

 

 

 

파츄리 널리지


무큐-

 

 

 

 

 

홍 메이린


우이하루 전용 호칭 홍 싸부.

 

악의에 의해 제대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은 쓰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케이스.

 

 

 

 

 

치르노


건방지게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다가 빔샤벨에 머리를 뚫린 바보.

 

패트릭 콜라샤워 포지션. 불사신이라는 점 포함.

 

 

 

 

 


아이리


쇼우이치의 시종 중 1명. '춤추는 비뢰' 라는 이명을 가짐.

 

손오공처럼 등장하고, 야무차처럼 퇴장함.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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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사람 2016.12.25. 22:54

건담의 전고는 대략 18~18.5m

빔 샤벨의 검날 길이는 10m 정도로 추정

우이하루와 치르노의 거리는 100m 

 

우이 -빔샤벨- 치르노 "헤드샷"

 

아직 빔 스프레이나 빔 라이플 까진 만들 수 없어서

빔샤벨의 리미트를 해제하여 빔 건 처럼 쓴것으로 추정.

굉장하군 조준장비도 없이 100m에서 저 조그마한 요정을...

 

아 졸려 잠이나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