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9

lunawhisle | 조회 수 43 | 2017.08.10. 22:37

놀랍게도 계속 쓰고 있었다고 한다

 

 

 

 

 

 

 

 

 

 

 

 

 

 

 

 

 

 

 

 


환상향 전역을 살인안개가 뒤덮었던 정신나간 이변인 홍무이변이 큰 피해 없이 끝난지도 한 달.

 

꽤나 위험한 이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유카리의 정보주작능력으로 어떻게든 무마하여, 지금의 환상향은 깔끔하게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데미지 컨트롤 오졌구요.

 

"편지야, 우이하루."

 

"오, 땡큐. 사쿠야."

 

그런 이유로, 무대는 홍마관, 마법 도서관. 사쿠야가 준 편지를 뜯어보니, 내가 기다리던 소식이 편지 안에 짤막하게 적혀있었다.

 

"...정말로 나가는구나, 여길."

 

"뭐, 그렇지."
편지의 내용은 간단. 내가 의뢰한 집을 완성했다는 쿠로다니 야마메의 메세지였다.

 

참고로 쿠로다니 야마메는 지저에 사는 거미요괴로, 전에 지령전에 가는 길에 한번 본적이 있는 그 꽐라 요괴를 말하는거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는 이야기를 코이시한테 했더니, 그녀가 야마메를 소개해준 것이다.

 

거미는 자신의 진지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DNA 레벨부터 건축 기술의 수준이 높고, 이는 요괴가 되어도 이어진다는 모양. 하여간, 그런 커넥션으로 집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다.

 

...근데, 생각보다 빠른걸. 한 보름은 더 걸릴 줄 알았더니.

 

"조금 쓸쓸해지겠네."

 

"작은 아씨 상대할 샌드백이 사라지는게 쓸쓸한거겠지?"

 

"어머, 들켰어?"

 

"이 망할년이..."

 

저주를 퍼붓자, 싱긋 웃으며 상쾌하게 넘겨버리는 사쿠야. 문득 시선이 느껴져 앞을 보니, 마스터가 고요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요? 마스터. 마스터도 저 가면 쓸쓸해요?"

 

"...아니."

 

"아, 넹.ㅎ;;"

 

저렇게 깔끔하게 아니라고 대답해버리면 할말이 없자녀.

 

"...약속은, 잊지 않았지?"

 

"아~...그거라면, 물론."

 

"그럼 됐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스터, 파츄리 널리지는 다시 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저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안심이 된다. 아. 참고로 약속이라는건, 내가 그녀의 제자로 들어갈때의 조건을 말한 것이다. 한번, 그녀가 펼치고 싶은 큰 규모의 마법 프로젝트의 마력원으로써 참여하는 것. 그것이 그녀와 나눈 약속이었다.

 

...내가 마조는 아니지만, 마스터한테 물건취급 당하는건 한번쯤 겪어보고 싶군. 으읏, 선다.

 

"그럼 이사는 언제?"

 

사쿠야의 질문. 뭐, 이사라고 할것도 없긴 한데...여기서 산지는 꽤 됐지만, 개인물품은 거의 없으니까.

 

"일단 집이 다 됐다니까 구경 한번 해보고. 나가는건 그 다음에 정하려고."

 

"그럼 지금 바로 보러가는건 어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이야기가 있잖니?"

 

".....? 그럴까? 그럼 이것만 끝내고 갔다 올게."

 

지금 가볼까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뭐랄까. 묘하게 쫒아내는 느낌이 없잖아 있는거 같은데... 기분탓이려나. 아니면 또 내 안좋은 버릇인 피해망상이 발동한거려나.

 

아무래도 좋나. 일단 작업하던 거나 끝내놓고 움직여야지. 으음, 이 유키나인지 뭔지 하는 녀석, 몸뚱아리는 적은 주제에 인벤토리(=아공간) 차지하는 량은 더럽게 크단 말이지.

 

그렇다고 아공간에서 이녀석을 빼버리자니, 코이시 말론 마력 공급이 안되서 죽어버린다고 하니... 덕분에 인벤 정리를 안하면 아공간 사용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좁아져버렸다는 것. 작업이니 뭐니 했지만, 지금 하고 있는건, 그냥 정리다.

 

제발 언젠간 도움이 되길 빌 뿐이다. 빌어먹을.

 

 

 

 

 

 

 

 

 

 

 

 

 

 

 

 

 

 

 

 

 

 

 

 

 

 

 

 

 

 

 

 

 

 

어느정도 정리가 끝나고, 홍마관을 나선지도 대강 10분쯤 됐나.

 

무대는 인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들판.

 

가끔 요정이나 요괴가 눈에 띄는 이곳은, 사람이 살기엔 그다지 안전한 곳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선 더는 없을 명당이다. 일터인 향림당에서도 가깝고, 근처엔 케이네 마망도 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설계한 대로 집이 지어졌다면 바로 지저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까지 설치가 되어 있을 터. 환상향을 지키기 위한 도구가 살기엔 정말로 좋은 위치에 집을 지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이 넓다. 프라이빗한 공간이 넓다는건 남자로썬 상당히 가슴이 뛰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컴퓨터를 설치해도 인터넷이 안되니 별 의미가 없다는건 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이외에도 할 수 있는건 많으니까. 전기는 마력을 전기로 바꾸는 변압기가 어째선지 잡스의유산의 DB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잘만 하면 게임기 설치도 꿈은 아니라는 소리. 나머지는 유카리가 어떻게든 해주리라.


[주의, 상공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물체 있음]


"?"


그때, 시야 구석에 표시되는 워닝 메세지. 뭔가해서 올려다봤더니, 하늘에서 무언가가 마치 혜성처럼 꼬리를 그리며 지면을 향해 맹스피드로 돌진하고 있었다. 뭐여 저건 시벌. 저게 그 티아메트 혜성인가 뭔가 하는거냐?


뭔진 모르겠지만, 질량이 그렇게까지 커보이진 않는다. 땅에 떨어진다 해도 큰 문제가 있진 않겠지. 뭐... 떨어진 자리는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예상 낙하 지점 : 베이스]


아, 참고로 베이스는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마이 스윗 홈을 뜻하는 단ㅇ...? 뭐라고 씨발?


"하... 씨발..."


메세지를 이해한 직후 빡침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순간.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살짝 떨려온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내 몸은 떨리고 있었다... 물론, 깊고 어두운 빡침으로.


하지만, 이미 100% 박살났을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에, 나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내 분노를 삭혔다. 부서진건 다시 고치면 되니까.

 

그리고, 예상대로 박살난 집을 보았을때도, 나는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분노를 참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부서진건 다시 고치면 되니까.


그러나, 부서진 마이 홈의 잔해에서 튀어나온 푸른 머리의 소녀가 "아이씨, 왜 이런곳에 집이 있는거야?" 라고 씨부렸을때, 나는 참지 않았다.


"금부(金符), 알케믹 체인."


허공에서 만들어진 쇠사슬이, 푸른 머리의 소녀를 에워싸 그대로 그 몸을 묶어버린다.


"뭐, 뭐야 이건!?"


"뭐긴뭐야 씨발년아. 존나 쳐맞는거지!"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허억, 허억... 씨발년..."


"으...앙...♡"


빡침이 사그라들때까지 미친듯이 두들겨 팼는데, 이 미친년은 왜 에로동인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걸까. 그 이전에, 맷집 드럽게 좋네... 보통 사람이면 3번은 죽었을 정도로 두들겨 팼다고.


"일단 꺼져봐."


"아앙~♡"


푸른 머리의 소녀의 뒷목을 잡고 집어던지자, 어째선지 달콤한 목소리를 내며 나가떨어진다. 쪼매 기분나쁘구먼. 뭐, 하여간. 일단 이 박살난 집부터 되돌릴까.


"이미테이션, 이자요이 사쿠야."


[어빌리티 비활성화 : 벡터 조작, 물질창조]


[어빌리티 활성화 : 가속, 정지, 역행]


음, 메세지 표시 기능을 켜놨더니 한눈에 뭐가 안되고 뭐가 되는지 보이니 편하군. 메뉴얼은 역시 읽어봐야한단 말이야.


하여간, 지금 사용할 능력은 '역행'. 참, 그 이전에 저 파란머리 년은 예외처리 해두고... 좋아.


"쯔오오오오옷-!"


왠지 양손에 듀얼스피어를 들고 뱅뱅 돌면 훨씬 어울릴거 같은 기합과 함께, 사쿠야의 능력 중 하나인 '역행'을 이용해 시간을 되돌린다. 그러자, 깔끔하게 박살나있던 마이 스위트 홈이 마치 역재생 버튼을 누른 비디오마냥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사쿠야 녀석. 이런 능력이 있다면 평생 살 수 있는거 아냐? 무한하게 회춘하는 그런 느낌?


[유키나 :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상하다. 내 메세지 창은 채팅로그가 아닌데. 이상한 메세지가 떠 있네?


[유키나 : 당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 제어 시스템은, 제 동생이 만든거니까요. 제 몸이 완전하진 않지만, 로그에 간섭해서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는것 까진 가능해요.]


뭐라는건진 모르지만 랜섬웨어일 수도 있으니 무시할까.


"...됐다."


어느정도 시간을 되돌리자, 마이 스윗 홈은 잔해에서 집의 형태를 되찾는데에 성공했다. 재건(?)된 집은, 재패니메이션에서 자주 등장하는 2층짜리 주택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공사를 담당했던 쿠로다니 야마메의 취향이 어느정도 들어갔는지, 여기저기 거미를 상징하는 문양이 들어있다던가 지붕이 기와라던가 하는 디테일적인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살고 싶어했던 형태의 집임엔 틀림 없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의 이야기고.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산더미다.

 

우선 마력을 전기로 바꾸는 변압기를 설치해 전기배선을 깔아야하며, 수도도 연결해야한다. 수도라고 해봐야 사실 이 근처에 물을 끌어올 곳이 없으므로, 마력을 물의 엘리멘트로 바꾸는 장치를 따로 만들어야 하지만... 뭐, 사실을 말하자면 이러한 작업은 내가 혼자 산다는 가정 하에서라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전기는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고, 물도, 불도 마찬가지.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특히나 무언가를 훔치...아니, 놀러올 마리사같은 녀석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집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뭣보다, 일일이 엘리멘트를 만들어 내는건 귀찮거든.


[유키나 : 하여간, 아까전의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사람은 저마다 혼의 수명을 가지고 있어요. 시간을 조종하는 이자요이 사쿠야는 그 수명이 남들보다 길긴 하지만... 자기자신의 신체를 시간역행으로 되돌려도 영원히 살지는 못해요.]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채팅로그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핫! 내가 이성을 잃고 있었다니."


아, 귀찮은게 정신을 차려버렸잖아.


"......"


"뭐야, 너! 그렇게 노골적으로 귀찮다는 표정 짓고!"


"잘 아는 년이 왜 귀찮게 군데."


"으으윽! 바보 취급 했겠다? 지진을 일으켜서 이 집, 다시 박살내주겠어!"


"음~ 그건 그만두는게 좋을껄. 사지가 절단되서 드럼통에 쳐박히기 싫다면."


"읏...그, 그런 허세 통할까봐?"


...쪼매 쫄으신거 같은뎁쇼.


"애시당초, 천인인 내 몸을 어떻게 베겠다는거야?"


"아, 뉘예뉘예."


천인은 또 뭐여. 뭐, 그건 됐고. 이 여자, 신경쓰고 있어봐야 도움이 안될거 같다. 그냥 적당히 무시하자. 자자, 일단은 뭐부터 시작해볼까. 역시 전기부터 깔아두는게 편하려나?


"어디보자..."


머리속에서 잡스의유산의 DB에 접속해, 전기배선 관련 정보를 찾는다. 어디보자, 전에 이 언저리에 대충 그럴듯한 자료가 있었는데... 찾았다. 어디어디? 일단 이 설계도대로 변압기를 만들어서... 음... 응? 잠깐, 이거 딱히 배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네? 전기가 필요한 물체를 찾아서 다이렉트로 마력선을 이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인가. 편리한걸. 어째서 이런 근미래...아니, 초미래적인 물건이 DB 안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훨씬 빨리 끝날거 같다.


"이미테이션 해제."


[어빌리티 비활성화 : 가속, 정지, 역행]


[어빌리티 활성화 : 벡터 조작, 물질창조]


변압기 설치는 어디다 해둘까나. 범위가 넓어서 어디든 상관 없는 모양이지만... 좋아. 신발장 위에 설치하자. 무슨 문제가 생겼을때 보기 편한 장소에 두는게 좋을거 같으니까.


"크, 크흠...저기 있잖아?"


"뭔데."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을 놔둘 위치를 보며 변압기를 설치할 각을 재고 있자니, 아까전의 자칭 천인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옆을 힐끔 보니, 어째 좀 불만스러워 보이는 붉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으음. 짜증나는군. 갑자기 남의 집을 박살낸 여자가 뻔뻔하게도 저런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 혹시 강해?"


"적어도 너보단 쌘거 같은데."


"......"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오, 그래그래. 신발장을 여기다 둔다고 치면 딱 이 높이쯤에 설치하면 되겠군. 변압기 자체는 이미 아공간 안에서 완성했으니까, 실물을 두고 한번 더 확인해볼까.


"나를 숨겨줄 영광을 주도록 할께. 감사하라구."


뭐가 저렇게 당당하신걸까. 이 아가씨는.


"나가."


"하?"


"공교롭게도 노숙자를 집에 들이는 취미는 없거든."


음, 요시. 역시 이 위치가 딱 맞았어. 설-치!


- 철컥!


굉장히 만족스러운 기계음과 함께 벽에 부착되는 변압기. 좋아. 이것만 있으면 따로 배선을 깔지 않아도 전기를 사용 할 수 있다는 이야기렷다? 그렇다면, 전기를 쓰는 물건이 있어야 할거 같은데... 지금 당장 수중엔 없군.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나... 아니면, 향림당에서 몇개 가져올까? 상태 괜찮은 녀석을 몇개 눈도장 찍어두긴 했는데. 고장난거라면, 시간역행으로 공장 출고 직후 상태로 되돌릴 수도 있고.


"? 뭐하냐. 거기 서서. 나가라니까? 주거 침입죄로 목 쳐버린다?"


"...으으. 여기 밖에 없는데..."


현관 앞에 서서 초조해 하는 푸른 머리 아가씨. 흠. 저 표정은 그거다. 프라이드랑 이성이 서로 싸우는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난거다.

 

그나저나, 가만 보니까 꽤나 예쁘장한걸. 푸른 머리는 대체 무슨 샴푸를 썼는지 찰랑거리고, 살짝 복숭앗빛이 나는 피부에 잡티는 찾아볼 수가 없다. 바깥 세상에서 태어났다면 얼굴빨로 돈 깨나 벌지 않았을까. 게다가, 화장한 얼굴도 아니란 말이지. 환상향의 소녀들이 대부분 예쁜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얘는 그중에서도 클라스가 상위급이랄까.


...얼굴이 예쁜걸 인식하니까 조금 화가 누그러 든 내 자신에게 빡치는군. 결국은 나도 꼬추인건가.


"...일단 들어와. 안에서 이야기 하자고."


"이제야 숨겨줄 마음이 든거야?"


"음~ 그건 지금부터 니 태도에 따라 정할 생각인데."


"윽...쪼잔해."


하하, 이 씨발년이. 지금이라도 바깥으로 집어 던져버릴까보다. 내 안에 있는 '착한 놈' 게이지를 착실하게 깎아주는 녀석이로군.


"근데 있지, 여기 혹시 창고야?"


"흠.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게 좁은걸. 거기에 아무것도 없고."


"좁은건 니 인식에 문제가 있는거고, 아무것도 없는건... 뭐. 방금 이사 온거니까 당연히 그렇지."


솔직히, 창고 같다는 그녀의 발언에 빡치지 않은 이유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머리속엔 가구 배치같은게 어렴풋이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로는 아직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 일단 앉아서 이야기정돈 할 수 있게 소파랑 탁자는 먼저 꺼내둘까. 소파나 침대 같은 기본적인 가구들은 일단 홍마관에 있을때 준비해 뒀으니까 당장 설치 할 수 있다.


"일단 여기가 거실...이니까, 여기다 설치할까."


아공간에서 소파와 탁자를 꺼내, 아무것도 없는 거실 중앙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벽과 기둥은 내가 만들어낸 소재로 만들게 해서 튼튼하지만, 바닥은 일부러 나무로 만들게 했으니까... 조심스럽게 내려놓지 않으면 패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바닥이 꺼질 수도.


"자 자, 앉아. 사정을 들어보고 숨겨줄지 말지를 결정할테니까."


"이 집은 차 한잔도 내오지 않는거야?"


"그런 씨발년 같은 대사를 날릴까봐 차도 미리 준비해놨지."


아공간에서 홍차와 티컵을 꺼내 한잔 따라, 당당하게 상석에 앉는 아가씨 앞에 내어준다.


"어머, 고마워... 맛있네."


"사쿠야가 타놓은걸 쌔벼온거니까 당연하지."


사쿠야가 타서 맛있고, 남의 것이니까 더더욱 맛있는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그래서? 숨겨달라는건 무언가에게 쫒기고 있다는 이야기렷다. 썰 좀 풀어볼래?"


"이 집은 과자도"


"이 년이?"


아공간에서 남아돌던 쇠파이프를 꺼내 소녀의 머리를 후려친다.


-빠아아악!


"아얏!?"


"더 깝치면 다음엔 진짜로 뚝배기 깨버린다."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왜 갑자기 때리는지도 영문을 모르겠어!"


"*sigh*"


이 년을 집에 들이는게 아니었는데. 그보다, 어째서 후려친 머리는 안깨지고 쇠파이프가 휘어져있냐?


"됐으니까 이야기나 해. 시간 끌지 말고."


"으으..."


영 불만이 가시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소녀는 입을 열었다.

 

 

 

 

 

 

 

 

 

 

 

 

 

 

 

 

 

 

 

"니가 잘못했네."


어느정도 그녀의 이야기가 정리가 되자, 나도 모르게 감상이 입 밖에 튀어나왔다.


"하아? 어째서 그렇게 되는데!"


"아니... 거야 뭐..."


그녀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빠 : 딸아. 천녀들이 니 뒤치닥거리 하다가 뒤지겠다는구나. 좀 얌전히 놀면 안되겠니?
딸내미 : 됐고 심심하니까 집 보물 몇개 좀 가지고 놀께요!
아빠 : 아니 이 년이?
딸내미 : 아니, 아빠! 딸한테 '이 년'이 뭐에요! 실망했어요! 저 집 나갈꺼에요!
아빠 : 하?
딸내미 : ㅂㅂ~
아빠 : *sigh*

 

 

"*sigh*"


즉,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빡쳐서 자신에 대한 호칭을 조금 거칠게 썼다는 이유로, 집안의 보물들을 몇개 훔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이야기 도중에 나온 정보에 따르면 그녀와 같은 천인들은 지상에 내려가선 안된다는 규칙마저 있었던 모양. 숨겨달라는건, 언젠가 그녀를 찾으러 올 천녀들에게서, 라는 것 같다.


...이 년, 정말도 답도 없는 년이로군.


"자, 아무튼 이야기는 끝났어! 이제 숨겨줄거지?"


"......뭐, 여기서 지내는것 정도면 봐주지."


솔직히, 아무리 썅년이라도 나한테 기대오는데 어쩌겠나. 100% 후회할거 같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정말!?"


마치 꽃이 피어나듯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나는 여자. 그러고보니, 여태까지 이름도 안물어봤었네.


"그러고보니 통성명도 안했네. 난 우이하루. 이 집 주인이다."


"히나나위 텐시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할께, 우이하루."


존나 성격이랑 이름이 어울리지 않...음... 그건 또 아닌가. 요샌 게임폐인 천사도 유행하는 모양이니까. 드롭-아웃.

 
"아직 이사온지 얼마 안되서 집이 좀 을씨년스럽긴 한데, 니가 잘 방이나 윗층가서 잡아봐."


"응? 여기는 방이 아닌거야?"


"여기 거실로 쓸거였는데."


"거실? 그게 뭐야? 하계의 집에 대해선 잘 모르겠어."


"......"


머가리 텅 빈 아가씨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꽤 심각한 수준인걸. 부모는 뭐했대? 안 가르치고.


"뭐, 그냥 아무데나 눌러 앉어. 어짜피 화장실 빼곤 기능적으론 다 거기서 거길테니까."


"흐응. 그럼 여기서 잘께."


"그러던지."


뭐, 어쩌다보니 식구가 늘긴 했지만 할 일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선, 저쪽에 주방을 설치하고... 수도연결은 화장실을 만든 뒤에 같이 해도 상관 없으니, 일단 겉모습부터 갖추는걸로 시작해보자.


"어떤게 좋으려나."


아공간에서 마법도서관에 꽂혀 있었던 가구 관련 잡지를 꺼내, 천천히 살펴본다. 소파나 테이블 같은 가구는 바로 만들어놨지만, 주방은 주방으로 쓸 공간을 숙지해두지 않으면 만들어놓을 수가 없으니까 말야... 으음. 심플한게 좋겠지. 


"있지, 우이하루~"


"뭐."


텐시의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심함. 분명 다음 대사는 개소리일것이다.


"나 심심한데 춤 좀 춰봐."


ㄹㅇ루.


"...오빠 일하는 중이니까 나중에."


"에에~? 100% 연하인 주제에 오ㅃ...오빠?"


"뭐요."


"너... 남자였어?"


"*sigh*"


아픈곳을 찔러 들어오다니, 망할 년. 안그래도 슬슬 거울에 비치는 미소녀가 움직이는 꼬라지가 익숙해져서 멘붕 오는 상황인데...


"그건 됐고. 심심하면 밖에 나가서 놀고 오던가."


"그건 안돼. 잊었어? 나 쫒기는 몸이라구."


"그건 또 어떻게든 기억하고 계셨군요."


앉아서 3분만에 심심하다고 달라 붙는 꼬라지 보고 이미 자기 입장을 잊었나 싶었는데 말이지.


"그럼 집안 가구 선택하는거나 도와주련? 결정장애가 있어서 그런지 디자인이 영 정해지질 않네."


"오, 그건 좀 재밌어보이네. 거기 그려진 것 중에 고르면 되는거야?"


"오냐."


흥미가 생겼는지 내가 넘겨준 잡지를 받아든 텐시는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뭐, 창조 능력을 쓰면 겉부분은 곧바로 재현해서 만들 수 있으니까, 디자인만 정하면 되는거였으니. 그래, 여기선 고귀한 천인이신 히나나위 텐시님에게 모든걸 맡겨볼까.


...근데 천인이 뭐야? 이름만 들으면 왠지 고오급 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이거야 이거!"


"어디어디. hmm..."


...나쁘진 않은거 같은데, 이거 예식장이랄까, 고오급 호텔의 느낌이 지나치게 드는걸. 적어도 일반 가정집에서 쓸만한 디자인은 아니다...만.


"요시. 이런 느낌으로 계속 골라봐."


솔직히 가구 디자인엔 별로 관심 없고. 그 가구로써의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상관 없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녀의 취향을 따르도록 할까.

 

 

 

 

 

 

 

 

 

 

 

 

 

 

 

 

 

 

 

 

 

"음..."


"응! 이래야 좀 사람 사는 곳 같지. 안 그래? 우이하루!"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정신을 차려보니, 내 집은 악취미스러운 러브호텔이 되어 있었다. 천인이라는건 센스가 이렇게까지 괴멸적인 것인가.


"근데 말야, 어떻게 그렇게 물건을 펑펑 만들어내는거야? 보아하니 요괴는 아닌거 같은데."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자, 내장은 일단 정리가 됐으니... 뭐라도 먹을까. 배 고프지?"


"음~ 글쎄. 배가 고프다는게 어떤지 잊었어."


"흠?"


뭐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천인은 똥도 싸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인가?


"천인이 된 이후론, 배고픈 것도, 몸이 더러워지는 일도 사라졌는걸. 그래서 씻을 필요도 없고 먹을 필요도 원래 없어. 가끔 천계의 복숭아를 좀 먹는 정도?"


"아, 그려. 그럼 넌 안먹는다는거지?"


"그런 말 한적 없는데? 가끔씩 하계의 음식도 먹어서 견문을 넓히는것도 천인의 일이라구."


"그런거냐?"


"그런거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텐시. 이 여자는 지금, 천인이 하계로 내려가면 안된다고 하는 자신이 이 집에 숨어 있는 아주 기본적인 설정을 잊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은 이상 견문이 어쩌고 하는 발언이 나올 수가 없으니.


"그럼 뭐. 안먹어도 된다는 걸로."


"에에!? 내가 하는 말 이해 못했어? 너 혹시 바보야? 견문을 넓혀야 한다니까!"


"음~..."


자기 몸을 숨겨주고 있는 상대한테 하기엔 명백하게 부적절한 대사로 보입니다만... 뭐, 결론적으로 뭔가를 먹고 싶다는 모양인데.


"감자칩이나 먹고 있던지."


아공간에서 안 딴 프○글스 통을 하나 꺼내, 텐시에게 던져준다. 당황하며 받아드는 텐시. 그리고 그 다음, 꽤나 경멸하는 눈초리가 나를 향한다.


"우이하루, 아무리 나라도 이 통이 먹을걸로 보이진 않는데?"


"거야 당연히 그 통 안에 먹을게 들었지, 이 빡통년아!"


"빠,빡통!? 아버지한테도 들은적 없는 말인데!"


"꽤나 좋은 아버지셨구나..."


이렇게나 빡통인 딸내미를 참다참다 못해서 나온 말이 '이 년'일 정도니, 얼마나 딸바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sigh* 그래, 처음 보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 자."


벡터 조작으로 뚜껑을 따, 종이로 된 밀봉을 뜯어 안에 있는 감자칩 1개를 꺼내 그녀의 앞에서 흔들어 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먹는 법 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


"흐, 흐응. 안에 들어 있었던거네. 그렇다면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어."


"*sigh*"


요새 한숨이 많이 늘었군. 역시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정 안되겠다 싶으면 케이네 마망의 집으로 피신해서 정신의 피로를 풀어야겠어. 그건 어쨌든, 일 자체는 어느정도 일단락 됐다. 남은건 수도 설치랑 방어 시스템 구축인데... 당장 급한건 아니로군. 좋아, 그럼 일단 주변을 탐색해보자. 지저로 향하는 통로도 한번 확인해봐야하고.


"? 어디가는거야, 우이하루?"


"잠깐 지하실좀."


"바깥에 나가는게 아니면, 나도 따라갈래."


"...뭐, 그러던가."


심심해보였으니, 따라오지 말라고 하기도 뭐하다. 게다가 따라오면 안될 이유도 없고... 흠, 갑자기 든 생각인데, 지하실에서 바로 지저세계로 도착하면 거긴 실내인걸까, 실외인걸까?


...정말 아무래도 좋은 생각이로군.


"으음..."


집의 구석에 위치한 하얀 문. 열어보니, 지하로 향하는 나무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꽤나 깊은곳 까지.


...지하실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그냥 여기서부터가 통로였던건가.


"ㄲ,꽤 어둡네...?"


"지하니까."


텐시가 말한대로 불빛 하나 없는 통로다보니, 엄청나게 어둡다. 나야 어두워도 시야엔 큰 문제가 없으니 상관 없지만. 음, 당장 지저에 볼일은 없지만... 나왔을때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가볼까.


"잠깐!? 그대로 가는거야?"


"? 둘러보고 온다고 했잖아. 거야 당연히 가지."


왠 개소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텐시가 영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심하다고 따라오겠다고 한 년이 왜 갑자기 저런데?


"싫으면 거기 있던가. 금방 올거야."


"시, 싫다고는 말 안했다 뭐! 가면 되잖아!"


"??"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따라온다면 말릴 이유는 없지.


뚜벅,뚜벅 하고 어두운 통로에서 우리들의 발소리만이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여기 조명이 없으니 그거랑 비슷한 느낌인걸. 그 교토에 있다는 태아체험하는 그거.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 우우웅~


그때, 앞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잘 들어보니, 평범하게 바람부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라면, 출구랑 가까워졌다는 소리렸다?


"꺅!?"


"?"


왠 소녀틱한 비명이 들려 돌아보니, 텐시가 나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진짜 시발, 별 짓을 다하는군. 피할 수도 있고, 피해서 얘가 다치는것도 아무래도 좋지만, 얘가 바닥에 있는 계단을 부서트리는건 짜증나니 잡아줘야겠다.


"후에..."


벡터 조종으로 텐시를 허공에서 잡아 바닥에 내려주자,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뭐하냐."


"워....워..."


"?"


워 네버 체인지?


"무서워무서워무서워무서워 어두운거 무서워어어어어어어!!!"


"아 씨발 내 귀."


갑자기 좁은 곳에서 소리 치지 말라고...그보다 무섭다고? 않이 그럼 시발 따라오질 말았어야지. 게다가 그런거였으면 처음부터 말하면 될걸, 쓰벌. 출구 앞에서 이게 뭔 지랄이여.


"*sigh*"


창조 능력으로 빛의 엘리멘탈을 만들어, 뿌린다. 양이 적어 대낮처럼 밝아지진 않았지만, 이정도면 어두워서 무섭다는 소리는 안할터.


"어두운게 무서우면 처음부터 말을 해야할거 아냐 씨발."


"처, 천인한테 무서운게 있을리가 없잖아!"


"......"


참아야 하느니라. 최소한 쟤 눈꼬리에 눈물이 남아 있는 동안엔 참아야 하느니라...


"뭐, 됐어. 짜피 출구엔 도착했으니까."


"도, 도착한거야?"


"저어기 끝에 문 안보이냐."


"아, 그러네... 그, 그럼 빨리 돌아가자! 나 방금전에 먹었던 감자칩이라는거 또 먹고 싶어."


"? 그럼 먼저 돌아가. 방금 말했지만 나 이 근방 돌아보고 갈거야."


"...에?"


...떡인지에서나 등장할 절망한 표정을 이 시점에서 지어내지 말라고.


"위에서 아까전에 말했자녀...나 참."


이렇게나 앵겨대니 어쩔 수가 없군. 그냥 진짜로 위치만 확인해두고 돌아가야겠다.


"여기서 기다려. 30초만에 돌아올테니."


"30초지? 정말로 셀꺼야! 30초만에 돌아와야해!"


"......"


대체 뭐가 무섭길래 저렇게 초딩같은 대사를 내뱉는걸까. 이젠 불빛도 있자녀.


"1...2...."


"못살겠군 씨발."


진짜로 세고 지랄이야. 저거 다 셀때까지 안돌아오면 무슨 지랄을 할지 모르니, 빨리 다녀오자.


벌컥, 하고 문을 열자 이전에 맡은적이 있는 동굴의 향기가 확 밀려온다. 그리고,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지저도시로 향하는 다리. 과연... 지령전을 골로 치고, 환상풍혈의 입구를 스타트 지점으로 쳤을때 딱 중간 지점이라고 보면 되는건가. 절묘한 위치로군.


"흠."


하지만 이거, 입구가 좀 부실한걸. 만약에 이 인근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나오기가 힘들 수도 있겠어. 좀 보강을 해둘...


"30! 우이하루! 왜 안와!"


"*sigh*"


벌써 타임 리밋인가. 그나저나 씨발, 왜 내 주위엔 저렇게 고압적인 여자가 꼬이는거야? 난 그런 취향 아닌데.


"...기다렸냐?"


"10초나 더 기다렸어! 어떻게 남자가 되서 여자를 기다리게 할 수 있는거야!"


"......"


참아야 하느니라. 여기서 빡치면 이 통로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으니 참아야 하느니라...


...통로 하니까 든 생각인데, 이정도 길이의 동굴을 대체 어떻게 판거지? 츠치구모한테는 땅파는 기술도 있었던건가? 신기한걸. 


"됐고, 돌아가자."


뾰루퉁해진 얼굴을 한 텐시를 애써 무시하고,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이거 시발, 얘가 우리집 있는 동안에는 여러 의미로 지루하진 않겠구만. 빌어먹을.

 

 

 

 

 

 

 

 

 

 

 

 

 

 

 

 

 

 

 

 

 

 

 

 

 

텐시와의 동거 1주일 째.


...이라고 말하면 뭔가 야해보이지만, 말 그대로의 의미니 어쩔 수가 있나.


하여간,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오, 우이하루. 일어났어?"


"...꽤나 편해보이시는군요, 텐시양."


오래된 TV와 오래된 게임기,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진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쿠션'에 누워 이쪽을 향해 인사하는, 상의는 츄리닝에 하의는 팬티라는 파격적이랄까, 꼴불견스러운 차림을 한 푸른 머리 소녀.


...그렇다. 요 일주일 사이, 텐시는 완벽하게 니트가 되어 있었다.


"우이하루, 얘 완전 짜증나는데 어떻게 깨야해?"


"에어맨이라면 리프 실드가 약점인데."


"리프실드? 그거 혹시 우드맨인지 하는 애 잡으면 얻을 수 있는 무기?"


"그렇다만."


"아~ 완전 짜증. 걔 안깼는데."


"......"


심심해보여서 TV랑 게임기를 연결시켜 준게 잘못이었을까... 어릴적에 내 어머니가 날 보며 느꼈던 기분이 이런걸까. 그보다 에어맨 정도라면 어떻게든 기본 평타로 깰 수 있을거 같은데.


"깨줘?"


"고귀한 천인인 나도 못했는데 우이하루가 어떻게 깨?"


"......"


저 꼬라지로 이제와서 천인임을 어필해봐야 별로 쓸모가 없어보이는데 말이지... 뭣보다, 천인이랑 게임이랑 관계 있나?


"됐고 줘봐."


멋대로 텐시의 옆에 앉아 패드를 뺏어, 보스방에 진입한다. 며칠이나 씻지 않았을 텐시의 옆에선 희미하게 복숭아 향기가 난다. 듣자하니 천인이라는건 씻지 않아도 몸에 노폐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모양인데... 여자로썬 사기 아니냐? 그거. 스킨 케어도 할 필요 없다는 소리잖아. 천인이니까 잘 늙지도 않을꺼고. 잘 생각해보면 똥도 안쌀꺼 아냐?

 

으음...이게 그 2D 아이돌인지 뭔지 하는거냐.


"오? 오오?"


"바로 옆에서 큰 소리 내지마라. 시끄럽다."


"우이하루, 너 말야... 나같은 고귀한 천인님이 소리를 내면 귀가 행복합니다~ 하고 절하면서 들어도 모자라다구? 그걸..."


"깼다."


"에?! 거짓말이지?! 내가 그렇게 도전해도 못깼는데..."

 

"시끄럽다니까..."


이전에 봤던 그 컨트롤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봅니다만... 오히려 얘 실력으로 보스방 앞까지 용캐 도착했다 싶은데.


"됐고, 게임은 적당히 하라고. 난 나갔다 올테니까."


"어디가?"


"하쿠레이 신사."


"흐응... 레이무한텐 내 이야기 하지 마. 걔라면 분명 이쿠 부를게 뻔하니까."


"이쿠?"


머리속에서 대머리 아저씨가 발차기 하는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나가에 이쿠. 아버지의...직장 부하? 그 비슷한거. 이쿠가 오면 귀찮아지니까 절대 내 이야기는 하지 마."


"그건 레이무 본인한테 직접 말하는게 어때?"


"에?"


"오늘 이 집에서 집들이 파티할겨."


그렇다. 오늘은 마리사의 주최로 우리집에서 집들이 파티를 하기로 했던것이다. 참가자는 현재로썬 마리사와 린노스케, 그리고 홍마관 식구 전원. 하쿠레이 신사로 가는것은, 존나 카와이이한 신묘마루를 파티에 부르기 위해서다. 레이무는 덤이고.


"그, 그런건 들은적 없다구!"


"거야 당연하지. 오늘 처음 말했으니까."


"그런게 어딨어!"


"this.거실;"


"영문 모를 소리는 그만! 으으으, 이런 꼴을 그 녀석들한테 보여줄 순 없어!"


"hmm."


흥미롭군. 지금 꼴이 개판이라는 자각은 있었단 말인가. 그보다, 이런 객관적인 미소녀가 팬티바람으로 돌아다니는데도 별 느낌이 없다는건 슬슬 위험하다는 징후일까, 아니면 아예 텐시가 성욕의 대상에서 제외된걸까.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언제!"


"Oui?"


"다들 언제 오는데!"


"내가 아냐...아, 마리사는 점심 먹고 바로 온다던데. 이것저것 준비할게 있다던가."


적어도 레밀리아네는 해 질때쯤 오지 않을까. 이러니저러니해도 레밀리아랑 플랑은 흡혈귀니까. 해가 중천에 떴을때 움직이려고 하진 않겠지.


"그럼 몸단장을...우이하루! 도와!"


"도랏나. 방금전에 나간다는 말 못들었냐?"


"으으-! 도움이 안돼! 그럼, 적어도 내 옷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줘!"


"옷장에 넣어놨다고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꺼내서 입혀!"


"미친년인가..."


더 상대해봐야 시간만 더 끌거 같다. 그냥 나가야지.


"자, 잠깐만. 어디 가려는거야?!"


"아니 씨발 하쿠레이 신사 간다고 말했잖아, 이 빡통년아! 옷 정도는 니가 꺼내서 입어!"


"귀찮은걸!"


"조까!"


깔쌈하게 중지를 치켜세워주고, 이번에야말로 집을 나선다.


[유키나 : ...어느 세계에서든 히나나위 텐시는 답이 안서는 여자네요.]


어라, 랜섬웨어가 맞는말을 했... 아니지. 로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유키나 : 그러니까 랜섬웨어 아니래두.]


닥쳐, 테러리스트한테 줄 비트코인은 없다.

 

 

 

 

 

 

 

 

 

 

 

 

 

 

 

 

 

 

 

 

 

 

 

 

 

 

 

 

 

 

 

 

하쿠레이 신사, 뒷편.


"신묘마루는 어디냐!"


"시끄러."


빠악,하고 경쾌한 타격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온다. 돌아보니, 명백하게 귀찮은걸 발견했다는 눈빛의 레이무가 내 머리에서 빗자루를 거둬들이고 있었다.


"뭐냐, 레이무인가. 갑자기 머리를 치지 말라고. 키 줄어들잖아."


"어머, 더 줄어들 키가 있었던가? 불만 있으면 신성한 경내에서 소리 지르지 말지 그래?"


...심한 소리를 하는구만, 이 무녀.


"됐고, 신묘마루는?"


"하아...너 정말로 신묘마루 좋아하는구나? 근데 걔 오늘은 없어."


"응? 없다니?"


"사나에가 귀엽다면서 데리고 가버렸어. 음...나쁜 애는 아니니까 퇴치 당하진 않을껄?"


"호...나와 비슷한 수준의 심미안을 가진 녀석이 있었는가..."


"너 지금 굉장히 기분 나쁜 표정 짓고 있는데."


"그 사나에라는 애는 어디 사는데?"


"...설마 쫒아갈 셈이야?"


"음. 신묘마루의 귀여운 점에 대해 열띈 토론을 할 수 있을거 같으니 말야."


"우와..."


...진심으로 깬다는 표정을 짓고 있잖아, 이 여자. 흥. 어짜피 범인한텐 알 수 없겠지. 신묘마루의 귀여움이란...


하여간 뭐, 없으면 없는데로 상관 없나. 그 사나에 라는 애한테 가기 전에, 레이무에게도 말을 걸어두자.


"오늘 집들이 할건데 올꺼야?"


"아, 마리사가 전에 말했던 그건가. 오늘이었어?"


"응."


"술도 있어~?"


"우왓, 머여 시벌."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샌가 옆에 서서 술냄새를 확 뿜어내는 뿔달린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부키 스이카, 이곳 환상향에선 몇명 없는 '오니'이다. 그러고보면, 얘가 안취한 꼬라지를 본적이 없네. 


"있어~?"


"있어 있어. 맥주라던지. 부족하다 싶으면 유카리가 구해다주겠지."


"오오~ 그럼 나도 끼지!"


"사람은 많을 수록 좋지. 레이무는?"


"갈게. 듣자하니 레밀리아네도 온다며? 사고 안내게 감시할 필요도 있으니까."


역시나 하쿠레이의 무녀. 이런 때에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있


"그리고 공짜술은 놓칠 수 없잖아?"


...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뭐, 이게 언제나의 레이무지.


"그럼 오는걸로 알고 있을께... 하아. 문제는 텐시란 말이지. 집들이중에 갑자기 찐따처럼 분위기 깨는거 아닌가 싶어."


"텐시? 히나나위 텐시 말하는거야?"


"응? 아, 응."


음? 그러고보니 텐시 녀석이 레이무한텐 말하지 말라고 했던거 같은데... 아무래도 좋나?


"...그래서 나가에 이쿠가 찾아왔었구나. 그 망할 천인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


...어라, 어째선지 레이무한테 살기가 느껴지는데. 왜죠.


"그 천인이라면, 전에 두번이나 이 신사를 무너뜨린 전적이 있거든~"


"...레알로?"


스이카의 말이 진짜라면, 저 살기도 이해가 가는군. 그보다, 그 답 안서는 니트(진화중)년... 혹시 지상에 내려올때마다 이런 식으로 일내고 다니는거냐. 안좋은 의미로 대단한 년이로군.


"뭐, 알았어. 위치는 어딘데?"


"어...케이네네 집 근천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아니?"


"그러게."


생각해보니 환상향, 제대로 된 지도가 없다보니까 설명하기가 거시기하구먼.


"음...향림당을 기준으로 홍마관이랑 사이에 있어. 향림당이랑도 가까운데."


"그럼 향림당으로 가는 길에 하늘에서 보일지도 모르겠네."


"아, 하늘에선 확실히 보일꺼야. 집 근처에 시야 가로막을게 없거든."


반대로 말하면 표적이 되기엔 엄청나게 좋은 위치 선정이라는 이야기지만... 하긴, 이 평화로운 환상향에서 우리집이 공격 당할 일이 있을까 싶다. 악의라는 녀석들도, 나를 공격하는게 목적이 아니라 환상향 자체를 집어삼키는게 목적일테니 굳이 우리 집을 공격할거 같지도 않고.


"알았어. 그럼 해질녘쯤에 갈께."


"나도 갈뤠~"


"알았으니까 저리 가. 술 냄새 나."


"그럼 나는 이만."


"아, 사나에는 요괴의 산에 있는 신사에 있어. 신묘마루 찾으러 갈거지?"


"오, 물어보는거 까먹었었는데 고마워."


"그래그래. 저녁에 봐."


레이무에게 멋지다 마사루 풍으로 엄지를 치켜세워보이고, 하쿠레이 신사에서 벗어난다.


으음, 그나저나 레이무 녀석. 아무래도 텐시를 엄청 싫어하는 것 처럼 보이던데. 설마 집들이 파티 중에 싸우는거 아닐까 몰라.


...레이무가 싸운다고 하면 이번에 무너지는건 우리 집일지도 모르겠는걸. 안부르는게 좋았으려나...?

 

 

 

 

 

 

 

 

 

 

 

 

 

 

 

 

 

 

 

 

 

 

 

 

 

 

 

 

 

 

요괴의 산.


슬슬 여름이 끝나가는데도, 이곳은 여전히 여름의 정취를 풍기고 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여름 = 더움, 가을 = 나뭇잎이 노래짐 정도로 밖에 구별이 안되서 사실은 정취고 뭐고 잘 모릅니다 ㅎ.


"산에...신사..."


그나저나 여기, 이름부터가 요괴의 산인데 이런데에 신사를 세우다니... 무녀라는거, 요괴 퇴치하는거 아니었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건가?


솔직히 무녀라는건 요괴랑 싸우다가 지고 그 댓가로 요괴들한테 붙잡혀서 ㄱ(검열삭제)


"근데 대체 어디 있는거람."


묻는김에 정확한 위치도 물어볼걸 그랬네... 어쩔 수 없지. 좀 높은곳 까지 올라가서 찾아볼까. 평소엔 내려가는 시간 줄일려고 낮게 나는 편인데.


생각해보니 이렇게까지 높게 나는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네. 이정도로 높이 올라가면 위험하다는 인간일떄의 본능 때문에, 알게 모르게 심리적인 벽이 생겨 있었던걸까. 그걸 생각하면 평소에 날아다니는 높이도 꽤나 위험하긴 하지만...


"신사는...저거인가?"


생각보다 빨리 찾았다. 중턱에 있는 고지대에 떡하니 서있군. 근데, 환상향의 신사라는 곳들은 올라가는 계단이 많은게 로컬 룰인거야? 계단 존나 많네 저거.


[경고 :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투사체 감지.]


"잉?"


경고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지상에서부터 이쪽을 향해 수십개의 화살이 쏘아져 올라오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 고도 쯤되면 화살따위 맞을리가 없겠지만...!


"요괴의 공격인가."


직격 코스로 날아오는 화살은 피하면서, 날아온 위치를 확인해본다. 어렴풋이지만, 화살촉이 살짝 번뜩이는게 보인다.


[유키나 : 까마귀 천구의 깃털을 달아서 사거리와 파괴력을 올렸네요. 게다가 촉엔 독이 발려 있어요. 지금의 우이하루, 당신의 몸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격추당할거에요.]


오늘따라 랜섬웨어가 잘 떠드는군. 줄 비트코인은 없다니까?


[유키나 : 아니, 그러니까 랜섬웨어가... 또 와요! 그대로 있으면 계속 저격 당할텐데요?]


"음."


랜섬웨어가 말하는걸 믿고 싶진 않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시점에서 격추 당하는건 더 싫기 때문에, 좀 더 철저하게 화살들을 막아낸다. 즉, 벡터 조작으로. 그나저나, 왜 공격 당하는거래?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유키나 : 천구들은 폐쇄적이니까요. 본 적도 없는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자기 영공을 날고 있으면 거야 격추 하려 들겠죠.]


언제부터 요괴의 산 공역이 천구들의 것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솔직히 이대로 공격 받으면서 신사에 가면 재밌는 그림은 안나올거 같은걸.


[유키나 : 그렇다는건, 역시 여기선 한번 물러나는게...]


"반사."


벡터 조작을 이용해, 쏘아진 위치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들. 몇몇은 맞은거 같긴 한데, 전부는 아닌가.


[유키나 : 미쳤어요!? 하필이면 다른 요괴도 아니고 천구를 건드리다니...!]


알까보냐 시발. 정당방위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쟤네들도 안건드릴거 같은데? 도망가고 있는걸.


[유키나 : ...저는 몰라요.]


일 나면 그땐 그때고. 자, 얼른 신묘마루를 찾자. 덤으로 사나에라는 애도 집들이 오라고 할까나.


[...그때, 그의 경솔한 행동이 얼마나 큰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지 지금의 우이하루는 알 수 없었다...]


...이상한 나레이션 넣지마라, 랜섬웨어 주제에.

 

 

 

 

 

 

 

 

 

 

 

 

 

 

 

 

 

 

 

 

 

 

 

 

 

 

 

 

 

 

 

 

 

 

 

 

우이하루

 

자취 2주차.


동거인덕분에 집이 러브호텔화 되었다.

 

 

 

 

 

 

히나나위 텐시

 

고귀하신 천인님.


오줌 똥 안싸신다고 한다. 일부의 매니아들에겐 대실망.


현재 천인 -> 니트로 전직 테크 타는중.


게임 못함

 

 

 

 

하쿠레이 레이무

 

존나 쌘 무녀님.


잘못 걸리면 좆됨.

 

 

 


유키나

 

랜섬웨어.


...라고 여겨지고 있는 어느 인물의 시종 3자매중 장녀.


[이쿠타마]라고 불리는 신기에 의해 의지와 신체를 가진 무기로 탄생한게 그녀이다.


춤추는 비뢰라는 이명을 가진, 스피드에 특화된 전투 스타일을 가진 소녀.


다만 지금은 랜섬웨어 취급.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

 

 

 

 

 

 

 

다음화 예고

 

무언가를 성대하게 까먹은 우이하루의 뚝배기를 스피어 더 궁그닐과 레반테인이 맹렬히 꿰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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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절므니 2017.08.11. 00:07

Oooops, your files have been encrypted!

fuck you 2017.08.14. 16:10

신성한 이상을 어지럽히는 이단이다. 

이 어리석은 놈아 니 손은 왜 이런 아둔한 짓거리에 시간을 쏟아붓는거냐.

 

HEYyo! 2017.08.16. 03:11

Sometimes you need to shut the fuck up and listen.

ㄹㄹ 2017.08.18. 06:49

질문

여기 말고 다른대에도 올리는데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