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1

lunawhisle | 조회 수 179 | 2018.01.04. 07:05

 

 

 

 

 

 

 

 

 

 

 

 

 

 

 

 

 

 

 

 

 

 

 

 

 

 

 

 

"아야야야...아파라, 씨발..."


집들이 파티가 끝난 뒤, 집정리를 적당히 마치고 마루에 걸터 앉아, 신음과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결국, 스칼렛 자매는 내게 화풀이를 깔쌈하게 성공해, 내 팔다리를 한 파츠당 5번 박살내는데 이르렀었다. 집에 들렀다가 떠나겠다는 약속을 어겼으니, 솔직히 맞을만 해서 맞은거지만...

 

문제는, 플랑 녀석이 힘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내 고통 조절 시스템이 고장나버린 것. 어느정도 역할을 해준 덕분에 모두의 앞에서 진심으로 비명을 지르진 않았지만, 고장난 탓에 아직도 고통이 남아 있다. 무슨 골든 익스피리언스냐. 날카로운 고통을 느긋하게 느끼게 생겼다고.


"...후우."


하지만 뭐, 솔직히 즐거웠다. 특히, 마리사가 준비해준 불꽃놀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 직후에 마당에 불이 붙어서 진화작업을 해야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굉장했다. 역시나, 탄막은 파워라고 말하는 여자 답군.


그 뒤론 뭐... 그냥, 시끄러웠지. 하지만, 기분 좋은 시끄러움이었다. 매일매일이 이랬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 물론 오늘 낮에 있었던 미니언 사태는 빼고 말이지. 그러고보니 그거 뒤처리 하러 가야한단 말이지... 아아, 귀찮아라. 어째서 그런 것들이 지저에 있었던거람.


- 딩동~


"벨소리?"


누가 찾아왔나보네... 근데, 지금 꽤 늦은 시간 아닌가? 이런 시간에 누구지?...위험한 녀석일 수도 있으니, 일단 확인해볼까.


"읏차."


마당으로 나가, 살포시 담벼락 위에 서서 문앞을 확인한다...굳이 이럴 필요 없이 CCTV로 확인해도 됐을거 같지만.


"여우?"


거기엔, 왠지 모르게 파묻혀보고 싶은 9개의 꼬리를 지닌 금발의 여성이 서 있었다. 잘 보니, 그녀의 품엔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귀여운 소녀가 안겨 있었다. 어...음...


"사람 없는 척 할까."


[아이리 : 어라, 저거... 렌카쨩?]


진지하게 없는 척 해야겠군.


[아이리 : 우이하루, 빨리 나가봐요. 저 식신이 안고 있는 여자애, 분명 제 여동생이라구요!]


정말 진지하게 없는 척 해야겠군.


[아이리 : 워째서!?]


아니, 엄청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될 이벤트라고. 저거.


[아이리 : 그, 그러지 말고요. 그 뭐냐. 떠맡게 되면 제가 잘 기를께요. 밥도 제가 주고.]


...강아지 키우자고 보채는 애새끼냐, 넌. 그보다 아직 내 아공간에서 나가지도 못하면서 무슨 재주로?


[아이리 : 윽... 시간과 예산을 주시면, 어떻게든...]


변명은 죄악이라는걸 알고 있겠지, 박사?


...뭐, 어짜피 그냥 놔둬봐야 몇번이고 찾아올거 같으니 이쪽으로 부를까.


"이쪽이야. 여우."


"...당신이 우이하루?"


"읏차. 그런 셈이지."


아무리 그래도 담벼락 위에서 이야기 하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아, 벽에서 내려온다. 그나저나, 구미호인가... 나루토 때문인지, 구미호가 엄청 강하다는 인상이 있단 말이지. 얘도 나선환 같은거 쓰려나.


"제 이름은 야쿠모 란. 유카리님의 식신입니다."


"식신...?"


"......"


게임에서나 가끔 들어보던 단어를 간만에 들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자니, 란은 빡대가리를 보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환상향에 있는 여자들은 나한테 무례하게 대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라도 걸려 있는거야 뭐야?


"...뭐, 아무래도 좋나.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 애를 맡기려고 온겨?"


"지식은 부족한 주제에 듣던대로 눈치 하나는 빠르시군요."


"......"


참자... 여기서 난리쳤다가 자고 있는 텐시 깨웠다간 일이 더 귀찮아진다... 참아야한다... 그 망할 DQN, 자는거 깨우면 미친듯이 날뛴단 말이지.


"이런 일이라면 보통은 유카리가 직접 오던데 말이지. 요새 걔 바빠?"


"...유카리님은 지금 동면중이십니다. 그래서 대신 제가 온거지요."


"동면이라."


곰이냐 무슨.


"아무튼, 이 소녀를 당신에게 전해주면 제 용무는 끝입니다. 자. 여기에."


"*sigh* 택배 아가씨, 도장 필요 하냐?"


"......"


아, 조금 빡쳤나보네. 미간에 주름이.


아무튼, 아이리랑 아는 사이인 모양이니 이 애는 우선 아공간에 넣어두도록 하자. 그러면 되지?


[아이리 : 네. 하지만, 렌카가 어째서 이 환상향에...]


내가 어케 알어. 일단 회수는 했으니 내 할일은 끝난 셈이지.


"...들어갈까."


유카리 녀석, 집들이에도 참가 안하고 동면할 정도면 동면이라는 행위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모양이다. 덕분에 생맥주를 원없이 마시긴 했다만...


"잠깐."


란을 지나쳐 집에 들어가려고 하니, 나를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히 상대했다간 귀찮아 질거 같으니, 못들은척 할까.


그 때, 내 뒷덜미가 잡히는 감각이 든 동시에.


"우오오오오!?"


- 휘이이이잉!


엄청난 힘으로 집 반대 방향으로 몸이 날아간다. 그리고, 추가 공격을 가하기 위해 내게 달려드는 란의 모습이. 안그래도 아직 팔다리 관절이 아파 디지겠구만 이게 뭔 일이래 씨발.


"무슨 지거리야!"


"무슨 술수를 썼는진 모르지만, 유카리님께 손을 대다니!"


이건 또 뭔 개소리여?


[아이리 : 아무래도 야쿠모 유카리를 여동생으로 삼는 계약이 마음에 안들었나 본데요?]


그런가... 근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거야? 너한텐 말한적 없는데.


[아이리 : 그거야 가계약 했으니까요. 우이하루의 기억은 이쪽에서 멋대로 열람할 수 있거든요.]


시발, 랜섬웨어인줄 알았더니 백도어 프로그램이잖아, 이 가시나. 뭐, 아무래도 좋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푹신푹신한 아가씨부터 어떻게 해보자.


"알케믹 체인."


아공간을 열어, 안에서 쇠사슬을 꺼내 그대로 란을 공중에 묶어버린다. 평범한 쇠사슬이지만, 통상의 쇠사슬보다 훨씬 굵고 튼튼하다. 그 끝부분은 아공간 안에 있으니, 힘으로 쇠사슬을 끌어당겨서 풀게 하는것도 불가능. 저 사슬 자체를 끊어버릴 완력이 있지 않은 이상...


"소용없어!"


- 파킨!


다소 거리를 벌려서 안심한 그 때, 챰피의 위석이 박살나는듯한 소리와 함께 란을 묶고 있던 쇠사슬들이 죄다 끊어진다. 저 구미호, 진짜로 나루토 세계관의 그거 아냐? 저걸 순수 완력으로 끊는다고?


[아이리 : 구미호는 영리한데다가 강한 요괴니까요. 그런 요괴를 식신으로 부릴 정도니, 그 틈새 요괴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 그런거냐. 잘은 모르겠지만.


"유카리님이 잠든 지금이라면, 너를!"


"아, 과연. 이거 네 독단행동이라는거구나."


유카리가 알면 딱히 좋아할거 같진 않은데 말이지... 그걸 모를리는 없어보이는데. 대체 얼마나 내가 싫은거냐.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조지러 오다니. 게다가 아까전의 그 살기. 스펠카드가 어쩌고 할 상황은 아니렸다?


하지만...으음, 텐시를 깨우면 안된다는 전제가 있단 말이지. 좀 장소를 옮기는게 나으려나? 어짜피 쟤, 목적은 날 조지는거 같아 보이니까.


[아이리 : 게다가 유카리님이 잠든 지금, 이라고 했으니 시간제한도 있는 셈이죠.]


응? 시간제한이라니, 뭔 소리여? 여기서 쟤가 난리친다고 유카리가 일어나?


[아이리 : 야쿠모 유카리한테 알람을 계속 넣고 있거든요. 일어나는데 시간 좀 걸릴거 같지만, 한 10분이면 일어나겠죠.]


...그러고보니 유카리랑 나는 연락망이 있었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로 계속 부르면 확실히 언젠가는 오겠군.


으음, 이래놓고 자기 식신이 나보다 더 중요하다는 엔딩이면 조금 그렇긴 한데 말이지. 뭐, 그땐 그때지 뭐.


"ㅌㅌ!"


"어딜 도망가!"


열심히 도망가는 나를 따라오는 란. 나도 꽤나 빠르게 도망치고 있는데 말이지. 쟤도 엄청 빠르네. 그나저나, 이 한밤중에 어디로 간다냐. 음...

 

 

 

 

 

 

 

 

 

 

 

 

 

 

 

 

 

 

 

 

 

 

 

 

 

 

 

 

무대는 요괴의 산.


[아이리 : 왜 하필이면 여기로 왔어요?]


응? 아니, 그냥 요괴랑 싸우려면 요괴의 산으로 오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리 : 뭔 논리여... 뭔갈 까먹고 있는 모양인데, 전 몰라요.]


뭔소린지. 아무튼, 란도 잘 따라와줬구만. 그나저나 꽤나 달렸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다니. 저거 남친 생기면 밤에 뿌리채 뽑히겠는걸. 조금 소름 끼치는군.


"여기까지 왔으면 괜찮겠지. 왜 나한테 달려들려는진 모르겠지만, 용건이 있으면 말로 하라고."


"그저 도구인 주제에, 유카리님께 그런 무례를 범하다니. 너같은 녀석은 보는것만으로도 치가 떨려!"


"허. 댁이 상관할 바는 아닌거 같은데 말이지."


그보다 상당히 자세히 아는군. 내가 도구라는 말까지 할 정도면, 사실 나보다 내 처지를 더 잘 알거 같은데.


"그보다, 날 조지는건 좋다고 쳐. 그 뒤는 어떻게 할거지? 악의를 상대하는건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는거야?"


"흥. 그깟 인간이 만들어낸 감정의 덩어리 따위, 없애는건 쉬운 일이지. 나라도 할 수 있어."


"......"


그럼 쟤한테 작열지옥에 있는 놈들 대신 처리해달라고 하면 안될까? 그 양, 나라도 완전 소멸시키는데엔 꽤 오래 걸릴거 같은데 말이지.


[아이리 : 자기 할 일을 남한테 미루면 안되죠.]


쳇. 안되나. 그보다, 그깟 인간이 만들어낸 감정의 덩어리라니... 요괴도 그 존재가 성립하려면 인간이 있어야한다는 사실을 쟤는 까먹은걸까. 인간이라는거, 생각보다 가능성의 케모노프렌즈라구.


"그럼 열심히 조져봐. 물론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거지만."


"겨우 수십년밖에 못산 인간 주제에, 기어오르지 ㅁ"


- 콰아아아아아앙!!


벡터 조작으로, 야쿠모 란의 주변의 중력을 급격하게 올려 그대로 바닥에 쳐박아버린다.


"크으으윽...!"


"꽤나 아파보이는데, 괜찮아?"


"네...네 이놈. 무슨 수작이냐!"


"아니, 뭐. 벡터 조작으로 살짝 그쪽 주변 공기를 무겁게 했을 뿐인데."


솔직히 개인적인 감각으론 게임 엔진에서 중력치만 살짝 바꾼 느낌인데, 이정도 괴력이라니. 현실은 역시 무섭구만.


[아이리 : 벡터 조절을 응용한 중력 조절... 이 능력, 아까전에 썼으면 이미테이션 안해도 됐던거 아닌가요?]


그건 쵸큼ㅎ;;; 이거, 적용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드는 마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단 말야. 한두명 상대하는건 몰라도, 군대를 대상으로 하면 너무 비효율적이야.


"크윽, 내려다보지 마라, 인간!"


"아, 응. 미안. 내려갈께."


중력 조절의 영향으로 움푹파인 땅의 중심에 있는 야쿠모 란의 옆까지 가서, 무릎꿇은채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의 옆에 발라당 드러눕는다.


"무, 무슨 짓거리냐."


"아니, 내려다보지 말라길래. 이러면 올려다보는거잖아?"


"크으윽, 인간 주제에!"


엄청난 분노와 함께, 란은 고중력 속에서 내게 손을 뻗더니, 그 손끝에서 탄막을 쏘려고 한다. 그 요력의 성질을 봤을때, 스펠카드 배틀, 즉 탄막놀이에서 사용하는 탄이 아닌 살상용 탄. 아무리 요괴라도 지금 저 고중력 속에선 집중하기 힘들텐데. 용하구만.


"오오, 무서워 무서워."


데굴데굴 굴러서 란의 탄막을 피한다.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니, 빡쳐서 죽을 수 있다면 저런 표정으로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빡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도 그쪽 잘못이라구? 탄막놀이라는 좋은 틀을 갖다버리고 진심으로 덤비니까 나도 이럴 수 밖에 없잖아. 나, 죽긴 싫다고."


솔직히 얘한테 죽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아픈건 싫으니까 말야.


"죽인다... 네놈만은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죽일거야!"


"오오, 무서워라 무서워. 어디 세상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너무나도 살기등등한 말에 화들짝 놀란척 하며 구덩이에서 벗어난다. 우와, 저거 표정이 가관이구만.


[아이리 : 혹시나 해서 말하는건데, 죽이면 안되요? 저 구미호도 중요한 인물이니까요.]


그러니까 이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중요한 인물의 기준이란건 대체 뭐야? 이전에 카엔뵤우 린이랑 레이우지 우츠호때도 그 소리 했잖아.


[아이리 :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이하루의 이미테이션 가능 대상이에요. 등장인물? 이라고 이전에 마스터가 말하긴 했는데, 그건 뭔 뜻인지 잘 모르겠구요.]


그건 나도 뭔뜻인지 잘 모르겠군. 그나저나, 이 이미테이션이라는건 정해진 인물만 배낄 수 있는건가?


[아이리 : 아마 그럴거에요.]


아마라니... 방금 그 말로 제3금융에 돈 빌린 사람의 신용등급처럼 너에 대한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는걸 알렴.


[아이리 : 믿던지 말던지요. 아, 우려하던 상황이.]


"음."


갑자기, 벌레 우는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껴지는 인기척들.


"우리들 천구의 영역을 침범한것도 모자라, 공격을 가했던 자. 맞지?"


돌아보니, 사냥감을 노리는듯한 붉은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 철쇄아같이 굵은 칼과 단풍이 그려진 방패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긴 한데, 잠깐만 기다려 줄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지금 네가 난동을 부리는 이곳 또한, 천구의 영역임을 알고서 하는 말인가?"


"알리가 있나. 하지만 지금 알았으니까 금방 갈께. 좀만 기다려."


으음. 시간이 없으니 빠르게 이 구미호의 마음을 꺾어버리고 가야겠는데. 무슨 좋은 방법 없으려나... 이런 경우엔, 폭력만이 답은 아니란 말이지. 실제로 지금도 저 살기등등한 표정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으니까.


- 철컥


그때, 왼쪽 시야를 가리는 철덩어리가 하나. 아까전의 이누야샤같은 여자애가 들고 있었던 대검이다.


"무슨 짓이여?"


"네놈은 이미 천구들 사이에서 지명수배가 걸려 있다. 지금 당장 여기서 포박하겠다."


"?????"


아니 이게 무슨 개떡같은 소리야?


[아이리 : ...그러니까 천구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요. 귀찮아진다니까.]


선빵은 지들이 날려놓고 왜 나보고 지랄이여?


[유카리 : 일단 란은 회수해둘께요, 오라버니. 바쁘신거 같으니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에? 유카리?


"헐."


어느샌가, 뿅하고 사라져 있는 란. 아무래도 유카리가 데려간거 같다. 덕분에 이 주변에 있는 천구들을 상대하긴 쉬워지긴 했다만...


[아이리 : 에? 싸울꺼에요?]


그럼 어떻게 해? 포박한다자녀.


[아이리 :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도 될거 같은데...]


니 목덜미에 칼 들어와도 그 소리 할 수 있는지 볼까? 난 지금 상당히 빡쳐 있다고.


[아이리 : ...알았어요. 알아서 하세요. 하지만 하나 충고해둘께요. 어설프게 매듭짓지 마세요. 지금 우이하루가 상대하고 있는건 하나의 '사회'이니까요.]


그려그려. 알고 있어. 요지는 그거잖아.


"뿌리채 뽑아버리면 된다 이거지?"


[아이리 : 아...아닌데...?]


몸을 낮추는 동시에 뒤올려차기로 소녀의 손에서 대검을 떨어뜨리게 하고, 그 검을 줏는 동시에 아공간에서 쇠사슬을 꺼내 소녀의 몸을 묶어버린다.


"무슨...!?"


"무슨은 무슨 시발. 사람 모가지에 칼 들이대고 편하게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거 숨어있는 새끼들도! 대충 꼬라지 보니까 한 7명 정도 숨어 있는거 같은데!"


놀란 기척이 조금은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움직임은 없다. 신중한 놈들이구만. 뭐... 이미 레이더에 위치는 다 표시되어 있지만.


"야, 흰둥이."


"흰둥...?! 내겐 이누바시리 모미지라는 이름이...!"


"모미지? 이름 괜찮은데. 아무튼 모미지, 너 혹시 천구들 중에서 높냐?"


"......"


어라라, 대답이 없네. 아주 말단은 아닌거 같은데 말이지. 뭐, 아무래도 좋나.


"지지직~"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쇠사슬에 번개 엘리멘트를 통과시켜, 전기충격으로 모미지를 기절시킨다. 자, 그럼... 다음 시나리오로.


"야, 모미지는 내가 데리고 간다. 되찾고 싶으면 따라오던지."


칼을 아무렇게나 던진 뒤, 모미지를 쇠사슬에 묶어 둔채, 높게 점프하여 자리를 벗어난다. 쇠사슬은 아공간과 통해 있기 때문에, 모미지는 자동으로 나를 따라온다.


- 휙휙휙!


"또 독화살인가."


어짜피 쏘는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안맞긴 하지만, 얘네들 인질 잡은 사람한테 저렇게 활 막 쏴도 되는거야? 인질이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이리 : 어떻게 할거에요?]


음... 글쎄. 원래 플랜은 인질이랑 내 신변의 안전을 교환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한놈으론 부족하겠지? 아이리, 이 근처에 혹시 혼자 사는 천구의 집 같은거 없어? 농성하기 좋은 위치에.


[아이리 : 보통 천구는 붙어 살아서 그런 집은 찾기가... 아, 하나 있네요. 표시할까요?]


오케이. 거기로 가자.

 

 

 

 

 

 

 

 

 

 

 

 

 

 

 

 

 

 

 

 

 

 

 

 

 

 

 

 

 

 

 

 

 

- 긴급! 긴급! 마을의 인원들은 전원 광장에...


"으응...뭐에요, 정말..."


깊은 밤, 얼마전에 다시 발생한 홍무이변에 대한 기사를 쓰다 잠들었던 샤메이마루 아야는 겨우 든 잠에서 깨어난다. 안그래도, 대특종감인줄 알고 여기저기 조사를 다녔지만 어째선지 증언이 안나와 빡쳐서 밤을 지새다 겨우 잠든거라 그녀의 분노는 생각보다 컸다.


뒤척이던 그녀는 문득, 잠결에 들려오는 방송이 예사롭지 않다는걸 깨닫고 일어난다. 이런식의 전체 호출은, 수십...아니, 수백년전에 한번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때는 이런 스피커가 아니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특종의 예감이 드는데요...?"


어짜피 마을 전원이 모이는 자리이기에 특종이고 뭐고 없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문기자로써의 육감을 믿으며 나갈 채비를 시작한다. 모두가 모인 장소에 가져가기엔 눈치가 보여, 카메라는 가지고 나가지 않지만, 항상 챙기는 수첩과 펜은 주머니에 넣고, 아야는 집을 뛰쳐나간다.


"아야야... 이거 상당히 큰일인 모양이네요."


아야가 도착한 광장엔, 수많은 천구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천구들의 리더인 천마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평소라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대천구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 들어라, 동포들이여! 방금 전, 우리 영토를 침범한데다가 모자라 우리의 동포 둘을 인질로 잡았다!


"에?"


아야는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했지만, 주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것을 보아 잘못들은게 아님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린다.


본디 천구는, 신격화된 요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하다. 그들이 일으키는 바람은 인간의 마을을 한번에 쑥대밭으로 만들며, 그 신체적 능력은 보통 요괴들은 상대도 안될 정도로 강력하다. 그런데, 그런 천구를 둘이나 인질로 잡다니, 대체 뭐하는 자란 말인가?


- 그 비열한 자는 지금도 우리의 동포를 붙잡아 고문하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이 어찌 통탄할 지경인가!


- 우오오오오오오!!


"......"


주위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함성들. 하지만 아야는 한발 물러나,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붙잡힌 천구가 얼마나 덜떨어진 녀석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환상향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천구를, 그것도 둘이나 붙잡고 농성을 하고 있다니. 그녀가 아는 한에서 그런 미친 짓을 실행할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가능한 인물이라면 몇몇 머리속에 떠오르지만, 그들에게 동기는 없다.


- 그 자는 지금, 이 위치에서 둘을 인질로 잡고 농성을 하고 있다. 다인원이 한꺼번에 진입하기엔 힘든 위치이니...


"하?"


거대한 스크린에 뜬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보고, 아야는 더욱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이마를 탁 짚는다.


그녀는 저 위치를 알고 있다. 저런 외딴곳에서 혼자 살고 있는 아웃사이더 천구를, 그녀는 알고 있는것이다.


"하필이면, 히메카이도 하타테의 집인가요..."


그 위치는, 샤메이마루 아야의 자칭 라이벌, 히메카이도 하타테의 자택 위치였던 것이다.

 

 

 

 

 

 

 

 

 

 

 

 

 

 

 

 

 

 

 

 

 

 

 

 

 

 

 

 

 

 

 

 

 

 

 

 

 


"다 들린단 말이지, 쟤네 방송."


그나저나 신기하네, 스피커라니. 천구들은 이런 물건도 쓰고 있는건가.


[아이리 : 천구의 과학기술은 생각보다 뛰어나니까요. 대충 바깥 세상이랑 10년 정도밖에 차이 안날껄요?]


10년? 요술을 과학에 접목하고 있는 모양이니까, 어찌보면 바깥 세계보다 뛰어난거 같은데. 실제로도 이 스피커, 선 연결 안되있는데도 소리가 들리고 있고 말야. 혹시 블루투스?


"...자, 과자."


"오우. 미안하구만. 천구 아가씨. 아, 이름이...?"


"히메카이도 하타테. 나 참. 사정은 이해했지만, 천구를 상대로 농성이라니 제정신이야? 게다가 이러면 우리집 박살나는거 확정이잖아."


내게 과자가 담긴 그릇을 건내준 검은색 트윈테일의 소녀, 히메카이도 하타테는 한숨을 푹 쉬며 침대에 걸터 앉는다.


"협력해주고 있잖아. 절대로 집은 못건들게 할께."


"...하아. 믿고 싶진 않지만 말야... 그 모미지가 저 꼴이니. 나한텐 수가 없지."


하타테는 쇠사슬에 칭칭 감긴채 침대 한 구석에 앉혀 있는 모미지를 보며 한숨을 푹 쉰다. 한숨이 많구만. 땅 꺼지겠다.


그렇다. 나는 모미지를 데리고 아이리가 안내해주는 집을 침공, 그대로 눈앞의 소녀를 제압... 하려고 했으나, 바로 투항하는 바람에 제압까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속이는건가 싶었는데, 이거 아무래도 진심으로 싸우기 싫은 모양.


"우와, 이거 뭐야. 맛 없어."


"읏, 먹기 싫으면 먹지 말던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보라색 눈동자로 나를 쨰려보는 하타테. 아니, 진심으로 맛없는걸 어떻게 하라고. 외가에 내려갔을때 할머니가 주셨던 과자들보다 훨씬 맛없다고 이거.


...아니, 물론 할머니가 주셨던건 내 취향에 안맞아서였지만. 실제론 괜찮은 과자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만드신거였으니 말 다했지.


"이런거나 먹다니. 프○글스나 먹고 입맛을 새롭게 해라."


아공간에서 프링○스 오리지널 한통을 꺼내, 하타테에게 던져준다. 아, 물론 저건 유카리가 구해준 물건입니다. 내 여동생(계약상), 매우 유능.


"뭐야, 이 할아범. 조금 귀엽네."


"먹기나 해봐. 그나저나, 쟤네들 아무래도 최악의 경우 너희 둘도 쌍으로 조져버릴 심산인거 같은데?"


이 말의 근거는 아까부터 BGM으로 깔려오는 그들의 작전회의 비스무리한 무언가.


"...그렇겠지. 천구들은 다들 프라이드가 높으니까. 아, 이거 짠데 맛있어. 감자지, 이거?"


"음. 감자를 튀긴걸껄? 제작 방식은 제대로 모르겠지만."


"게다가 이 통의 형태나 재질... 바깥 세계의 과자겠네. 헤, 바깥 세계엔 인간 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꽤 하잖아. 인간들도."


"그건 어쨌든, 프라이드가 높다는건... 붙잡힌 너희들을 구하는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을 위해서라는거?"


"그렇게 되겠지. 천구라는 하나의 사회가, 너 하나 때문에 흔들린거니까. 아마 명예를 위해서라면 환상향 끝까지 쫒아가서 죗값을 치르게 할껄? 물론, 비슷한 이유로 우리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거고."


"어딜가나 단체라는건 귀찮다니까."


과연. 그런거로군.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붙잡히던, 어설프게 매듭을 짓던 하타테랑 모미지는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도 있다는건가. 아아, 정말 싫구만. 이런거.


[아이리 : 우이하루, 잠시 괜찮을까요?]


왜 그려, 아이리. 아,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내가 CV.코야마 리키야였으면 지금 너랑 내 대화, 조금 페이○/제로 같았을까?


[아이리 : 뭔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예전에 마스터가 '성덕은 규제해야한다' 라고도 말했어요.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니, 엄청 잘 알고 있는거 같은데. 아무튼, 무슨 이야기?


[아이리 : 실은 방금전에 렌카가 눈을 떠서 이야기를 좀 해봤는데, 아무래도 오늘 낮에 있었던 미니언들의 출몰은 렌카 때문인거 같대요.]


허?


[아이리 : 렌카는 원래 차원의 틈새에서 악의의 눈을 피해서 숨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세계의 코이시님이 '진짜'라고 판단했는지 여기로 오게 된거래요.]


그거랑 미니언이랑 무슨 상관이?


[아이리 : 그... 이 환상향에 오는 도중에 악의한테 들켰나봐요. 최대한 추격해 오는 적을 물리치면서 오긴 했는데...]


그중에 미니언 셋을 놓쳐서 이 꼬라지가 났다?


[아이리 : 그렇대요. 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데, 야쿠모 유카리가 줏어와서 지금 여기 있다고 하는데요.]


뭐, 딱히 렌카? 인가 하는 걔한테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지만... 근데 이 이야기를 왜 지금 꺼내는데?


[아이리 : 그... 아까도 말했지만 렌카가 마력이 부족해서...]


......줏어두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알겠어. 패스 연결해놔. 마력 공급 해줄께. 너랑 같은 양이면 되겠지?


[아이리 : 네. 제대로 된 감사는, 아공간을 나갈 수 있을 때가 되면.]


언제가 될려나 모르겠지만. 그러던지 말던지.


"...조용해졌네."


"음? 아아, 방송 말이지. 그러네. 멈췄네."


하타테의 말을 듣고 문득 귀를 기울여보니, 아까까지 열심히 떠들던 방송이 멈춰 있었다. 그렇다는건 즉... 곧 온다는 이야기렸다.
자, 그럼 이제 어쩐다. 인질극을 벌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하타테가 말해준 정보를 생각해보면 그것도 오래 끌면 위험할거 같다. 나야 무슨 짓을 해도 안죽을테니(아마도) 상관 없지만, 하타테랑 모미지한테 더 피해를 주고 싶진 않으니...


"요격할까. 읏차."


집 밖으로 나가, 주위의 지형을 살펴본다. 이 집은 산을 등지고 있기 때문에 360도 전부를 볼 필요는 없다. 거기에, 후미진 위치에 있기 때문에 아까전에 방송에서도 말했듯, 다인원으로 돌입하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어디까지나, 인질째로 이 집을 날릴 생각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농성하면서 인질극을 벌이기엔 확실히 좋은 위치다.


...뭐, 인질극을 벌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슬슬 오겠군. 여기서 기다릴까."


하타테의 집에서 살짝 떨어진 장소의 나무 위로 올라간다. 여기서라면, 하타테의 집은 물론 시각을 통한 대공감시도 완벽. 물론 레이더에 다 표시되니까 거의 의미가 없긴 하지만.


자, 이제 중요한건 분수령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건데. 뿌리채 뽑니 어쩌니 했지만, 대화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것만큼 좋은게 없으니. 상대가 머리를 숙이는 시점을 잘 잡아서 대화로 끌고 가면, 모미지와 하타테의 입장도 유지하면서 내 평온한 생활도 유지되는 셈이다.


뭐, 그 상황이 오기 전까진... 저쪽이 몸으로 겪어봐야겠지. 괜한 놈 건드렸다는 사실을.

 

 

 

 

 

 

 

 

 

 

 

 

 

 

 

 

 

 

 

 

 

 

 

 

 

 

 

 

작전이 시작되고, 샤메이마루 아야 또한 제 1진에 포함되어 출격한다. 그 수는 백랑 천구 20에, 까마귀 천구 10.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대천구 1명. 아야를 포함한 원거리 공격이 능하고 재빠른 까마귀 천구들은 후방에, 다소 바람을 다루는 능력은 낮지만 백병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감각이 발달해 있는 백랑천구들은 전방에 진을 쳐, 진형을 유지하며 히메카이도 하타테의 집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평시에 까마귀 천구는 비전투원이지만, 이렇게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그들도 전투에 가담하는 것이다. 예비군을 생각하면 편하리라.


'아야야, 초전박살을 낼 생각인가 보군요. 위의 분들도.'


이들을 지휘하는 소대장인 대천구를 힐끔 바라보며 아야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말이 30이지, 백랑 천구 20마리와 까마귀 천구 10마리면 그 무시무시한 오니 4천왕의 발을 잠시나마 묶을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다. 그 정도의 전력을 제 1진으로 잡은걸 보아,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한 것이리라.


'이거이거, 이러면 하타테도 문책을 피할 순 없을거 같네요. 아, 어짜피 혼자 사는 아이니까 상관 없으려나요?'


...라는, 이미 자신들의 승리를 확정지은듯한 생각을 하던 아야. 그 순간.


"거기서 멈춰-!!!"


작전구역인 하타테의 집 방향에서, 소녀의 커다란 외침이 들려온다. 들어본적 없는 목소리. 하지만, 아야는 이내 저 목소리의 주인이야말로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라 직감한다.


"야!!! 거기서 한발짝...아니, 한 날개짓만 더 오면 너네 존나 쓴맛 볼꺼다!! 대화를 하러 온거면, 딱 한명만 지상을 통해서 이쪽으로 보내!!"


이어지는 소녀의 외침. 문득 아야가 소대장인 대천구를 힐끔 보니, 어이없음 반, 분노 반이 뒤섞인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천구들에게만 들리는 소리로 모두의 주의를 끌고, 수신호를 통해 진군명령을 내리는 대천구.


그 때.


"난 경고 했었다."


마치 바로 귓가에 속삭이는듯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다음 순간에...


- 슈욱, 팍!!!


"크윽!!"


대천구의 진군명령을 내린 손이, 그 자리에서 터져나갔다.


"무슨...!"


이 어찌 어리석은 행동인가, 하고 화내며 고개를 돌린 아야. 하지만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러한 감정과는 상관 없이 무의식적으로 태풍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해지는 천구의 부채를 꺼내고 있었다.


고속으로, 수백...아니, 수천개에 달하는 나이프의 폭풍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에.

 

 

 

 

 

 

 

 

 

 

 

 

 

 

 

 

 

 

 

 

 

 

 

 

 

 

 

 


- 파아아아아아앙!!


마치 무언가가 터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날렸던 나이프들의 벡터 방향이 수없이 바뀌는걸 인지한다. 과연, 저게 천구의 바람인가. 아무런 마력적인 가공없이 벡터 조절로만 쏘아냈다곤 하지만, 1천500개의 나이프를 한방에 튕겨낼 줄이야. 뭐, 아예 피해가 없었던건 아닌거 같지만.


[아이리 : 방금전 사출로 백랑 천구 7명, 까마귀 천구 3명이 전투불가에요. 대신에, 우이하루의 나이프 적재량도 0이구요.]


손해봤구만. 적어도 반수는 조질줄 알았는데. 귀찮더라도 번개 엘리멘트를 걸어서 사출시킬껄 그랬나. 뭐, 그래도 21명 남았다. 쟤네들이 전속력으로 날아들면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15초 쯤인가. 그 전에 최대한 무력화 시켜놓는게 좋을법 한데.


[아이리 : 할거면 백랑천구부터 해요. 쟤네들, 이 밤중에도 우이하루를 발견할 수 있을정도로 눈이 좋거든요.]


그, 그래? 나름 위장한 상태라 잘 안보일거 같긴 한데... 그렇다면야 뭐.


"읏차. 한번 더 쏴볼까."


옆에 뒀던 M16을 다시 한번 들고, 사격자세를 취한다. 지금의 내 스펙이라면 스코프 없이도 저정도 거리는 무조건 명중이다. 물론, M16은 마력으로 강화되어 있고 탄 또한 마력탄이므로, 거리에 따른 저지력, 파괴력 감소는 앵간하면 바라지 않는게 좋을 것이다.


"자, 제군들. 충격에 대비하라고."


- 드르륵! 드르륵!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겨, 이쪽... 정확하겐 하타테의 집으로 날아오는 백랑천구들을 하나씩 하나씩 재빠르게 무력화 시킨다. 좋아, 이 속도라면 백랑천구들이 백병전 하려고 다가오는건 막을 수 있겠어.


[아이리 : 우이하루. 천구의 폭풍이 올건데 그건 어떻게 대처할거에요?]


응? 뭐? 시공의 폭풍?


[아이리 : 천구의 폭풍요! 남은 까마귀 천구들 7명이 한꺼번에 돌풍을 일으키면 이 일대가 쑥대밭이 될거라구요! 거기에 대천구도 있으니...]


아~ 그것도 그러네. 근데 그거 볼 시간이 없단 말이지. 지금 아직 백랑천구가 3마리 남아 있어가지고...


- 휘오오오오오오오오!!! 쿠구구구구구구!!


그때, 눈 앞에 엄청난 스케일의 회오리바람이 생겨나,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이리 : 아, 늦었어요. 대책은요?]


어...없는데. 내 계산능력으론 저 회오리바람을 벡터 조절로 무력화하는건 불가능한데 말이지. 어라라, 시작부터 갑자기 위기가.


[렌카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벡터 조절 능력의 보조 및 일시적 발동 허가를.]


엥? 아, 맘대로 하셔.


[렌카 : 승인했습니다. 천구의 회오리바람, 중화 작업을 개시합니다. 단, 완전한 중화는 불가능하오니 술자의 무력화를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말이 끝난 직후, 벡터 조절이 발동되는 감각을 느낀다. 하지만, 내 의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의 의지로 능력이 사용되는 것 또한 느껴지고 있었다. 이 연산속도... 냅두면 진짜로 알아서 하겠는걸. 그렇다면, 이쪽은 이쪽대로!


"흡!"


순수한 각력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 넘으며 빠르게 회오리바람을 우회한다. 내가 있는 위치에선, 회오리바람 때문에 까마귀천구들을 노릴 수가 없었다. 나도 벡터 조절을 써서 탄을 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저 엄청난 연산중에 내 연산이 끼어들면 왠지 꼬일거 같아서 그러질 못하겠단 말이지.


"지금!"


폭풍에 영향을 안 미치고, 까마귀천구들의 모습이 보인 한 순간, 방아쇠를 당겨 그들을 무력화 시킨다. 결과, 6명은 느긋하게 자유낙하중. 다만...


"피했다고, 이걸?"


내 탄을 피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마리의 천구. 한명은 왠지 코가 큰게 좀 강해보이고, 한쪽은... 어라, 왠지 마을에서 본적 있는거 같은 얼굴인데.


[아이리 : 샤메이마루 아야네요. 죽이면 안되요.]


쟤도 그 중요인물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녀석이냐... 그보다, 나 이때까지 한마리도 안죽였어. 천구. 죄다 전투불능 상태일 뿐이지.


[아이리 : 알고 있어요. 일단 말해둔것 뿐이죠.]


"야! 그러니까 말했잖아!"


아직 남은 3마리의 백랑천구를 선 자리에서 쏴 무력화시키며, 그들에게 말을 건다.


"오면 뒤진다고!"


"네 이놈... 대체 뭐하는 놈이냐!"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여 씨발것아! 하늘 좀 날았다고 독화살 쏘는 새끼들은 뭐하는 잘난 놈들이냐!"


"우리의 영공을 침범한 죄ㄴ"


"씨벌 그러니까 언제부터 이 하늘이 니네 하늘이었냐고! 마!"


[아이리 : 우와... 깡패네요, 깡패.]


내 입장에선 쟤네가 깡패지만 말야.


"...이제보니 네놈, 그 야쿠모 유카리가 줏어온 바깥세계의 인간이로군."


"오, 그 대사 좀 소름끼치는데. 스토커냐? 어떻게 알어?"


"우리들 천구들이 모르는 일은 없지. 하지만, 덕분에 잘됐군. 이걸로 야쿠모 유카리를 칠 ㅁ"


- 드르르르르르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 M16에서 나온 탄환이 열심히 씨부리고 있던 천구를 벌집으로 만든다. 이야, 요괴라는거 참 편리하네. 저렇게 벌집이 되도 냅두면 살아난다는거잖아?


[아이리 : 이야기 중인데 끊는건 좀 실례되는거 아닐까요?]


...벌집으로 만든쪽에 딴지를 안거는거 보니, 너도 참 나사가 제대로 풀렸구나, 아이리.


[아이리 : 마스터가 좀 나사가 많이 풀린 사람이라서요. 안타깝게도.]


뭐, 다른건 몰라도 내 여동생(계약상)한테 손대려고 하는건 용서 못하니까 말야. 살의를 담아서 쐈다만 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았겠지.


"아야야... 이거이거, 대천구님이 못당해내실 정도면, 전 아무것도 못하겠네요."


"오, 약삭빠른 녀석이로군. 마음에 드는데. 이름이 뭐야?"


"읏차. 샤메이마루 아야랍니다. 혹시나해서 묻는데, 하타테를 어떻게 했죠?"


"흠."


언뜻 이쪽의 전력에 굴복한것처럼 보이지만, 저 질문을 하는 그녀의 눈에선 약간의 투지가 남아 있다. 아마, 대답 여하에 따라 목숨을 걸고 달려들지도 모르겠군.


...좋겠네, 하타테. 이런 친구도 있어서. 처음에 딱 봤을때 친구 없어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손도 안댔으니 걱정 마셔. 물론 그 모미지라는 애한테도 손은 안댔어. 날뛸까봐 쇠사슬로 묶어두긴 했는데."


"흐응~"


...엄청난 온도차이로군. 사이 나쁜거냐. 모미지랑 얘. 아무래도 좋지만.


"아무튼 이야기를 듣자하니, 저희의 영공을 먼저 침공하셨다고."


"나는 평범하게 날아가고 있었을 뿐이지만 말이지."


"서로 곤란하게 됐네요. 물론 경고도 없이 공격한 그 백랑천구들도 문제가 있지만, 저희 쪽에서도 최근에 경계 강화 명령이 떨어져서요."


"그런거, 부외자인 나한테 이야기 해도 되는거냐?"


"아아, 괜찮아요. 여기서 말해서 누가 들을리도 없는데다가, 들키면 고문당해서 어쩔 수 없이 말했다고 하면 되니까요."


눈을 찡긋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아야. 하기사... 진격해오는 천구 20마리를 순식간에 전부 격추시킨 미친 놈이니, 고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다들 납득하려나. 나는 납득 안되지만.


"그래서, 어쩌실거죠? 이대로 있다간 더 많은 수의 천구들이 들이닥칠텐데."


"전부 쏘아 떨어뜨리...려고 마음먹으면 못할 정도는 아닌데, 무리하고 싶진 않아서."


사실을 말하자면, 아이리한테 주고 있는 마력량만큼을 또 렌카라는 애한테 주고 있다 보니까 기껏 늘려서 안정시킨 마력생성량이 소모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무리는 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흠... 그럼 일단, 전 하타테의 집에서 대기하도록 하죠. 모두가 쓰러진 상황에서 저만 돌아가면 이상하게 생각할거니까요."


"음. 그러는게 좋을거 같아. 어짜피 내가 벌인 일이니까, 내가 정리해야지."


"...왠만하면 최대한 집들을 박살내는건 참아주세요. 천구의 마을엔 제 집도 있으니까."


쓰게 웃으며, 아야는 하타테의 집을 향해 걸어간다. 날지 않는것은, 다른 천구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일까.


[아이리 : 그래서, 어떻게 할거에요?]


글쎄다.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해놨는데. 음...머리를 치면 잠잠해질려나?


[아이리 : 머리라면... 천마 말하는거에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런 이름이었냐. 몰랐는데... 근데, 왜? 걔 강해?


[아이리 : 강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환상향이던 천마의 스테이터스는 들쭉날쭉이었거든요. 어느 환상향에서는 우락부락한 마초맨이었고, 어느 환상향에서는 엄청난 미녀. 천구의 두령이니 아무래도 기본 스테이터스는 다른 천구들보단 강하겠지만...]


요지는 너도 모른다는거로군.


[아이리 : 아, 그래도 어느쪽이던 호시구마 유기한텐 못 이긴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물론 스펠카드 룰 바깥에서의 이야기지만요.]


...애시당초에 걔랑 진심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애가 있나, 이 환상향에? 나도 못 이기겠던데.


뭐, 이러쿵저러쿵 씨부려봐야 시간낭비다. 밤 새는건 피부의 적이니까, 얼른 박살내고 집에서 자야지.


[아이리 : 어짜피 피부 안 상하잖아요.]


쉿, 조용하렴.

 

 

 

 

 

 

 

 

 

 

 

 

 

 

 

 

 

 

 

 

 

 

 

 

 

 

 

 

 

 

 

 

 

 

 

 

 

"저건가?"


[아이리 : C 패턴의 맵이라면, 저 저택이 천마의 집일거에요.]


C 패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저 어마어마한 넓이의 부지를 지닌 녀석이 평범한 녀석은 아닐거라는 확신은 있다.


...문제는, 지나오면서 한 4군데는 비슷한 곳을 봤다는거지. 빈부격차로구만. 다른 녀석들 집 슬쩍 봤는데 무슨 새집같이 뭉쳐져 있더만.


"근데 무슨 요인이 사는 저택에 문지기도 없냐?"


혹시나 함정같은게 있지 않을까해서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지만, 그럴듯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요술이나 마법류의 기척도 완전히 없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걸까, 아니면...


[아이리 : 근데 이 근처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네요.]


함정...은 아닌거 같고, 이 근처에 누군가가 지나다닌 흔적 자체가 거의 없어. 아예 천마가 이 근처의 통행을 금지한걸까?


[아이리 : 상당히 신비주의적인 천마네요. 보통 그정도까진 아닌데.]


뭐, 아무런 장치도 없고 아무도 없다면 그냥 들어가버리면 그만이겠지.


[아이리 : 조심해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니까요.]


야야야, 이상한 플래그 세우지 말라고. 그런 소리 하면 또...


"......?"


문득, 옆을 돌아보니 뭔가 이상한게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람이라기보단 무슨 특촬물의 캐릭터처럼 생긴, 말하자면 인간형의 무언가였다. 기묘한 점은, 그 형태를 확실하게 인식하려고 하면 마치 그것은 그것을 거부하듯이, 그 파츠를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손. 건틀렛을 착용한 손처럼 보였다가도, 뭔가 구슬이 달린 장갑을 낀 손처럼 보였다가, 무슨 지퍼같은게 달린 손으로도 보이는...


"적은... 아닌거 같은데."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살의을 내비치지도,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려는듯한 낌새도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


[아이리 : 스탠드...?]


스탠드? 그 오라오라하는 그거 말하는겨?


[아이리 : 오라오라가 뭔진 모르겠지만, 저건 생명 에너지의 비전(vision)이에요. 사용자에 따라 그 형태도, 능력도 다르죠.]


흠. 내가 아는 그 스탠드가 맞는거 같은데. 그래서 저건 누구의 스탠드야?


[아이리 : 그걸 모르겠어요. 저렇게나 불안정한 스탠드는 난생 처음봐요. 달려들지 않는건 일단 다행이지만...]


그나저나, 그 스탠드가 나한테도 보이는걸 보면 혹시 나도 스탠드 쓸 수 있는거 아냐?


[아이리 : 그럴 수도 있겠죠? 마스터도 스탠드가 있었으니까요. 아, 그리고 유키나쨩도 스탠드사였어요.]


...유키나는 또 누구여?


[아이리 : 저희 막내 동생이요. 제가 장녀고, 아까전의 렌카쨩이 차녀, 그리고 유키나쨩이 막내에요.]


흐음. 그러고보니 3자매라는 이야기를 했었지? 뭐, 일단 그런것보다 천마랑 담판을 지으러 가야지.


"읏차."


어짜피 아무런 장치도 되어 있지 않아 문으로 가도 되지만, 굳이 담벼락을 넘어 침입한다. 이유? 으음... 아까전에 잠입해서 다니던거의 연장선상이랄까. 어쩌다보니.


"드럽게 넓은데."


저 멀리에 저택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의 거리가 상당하다. 게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그런지, 유독 더 넓어보인다. 차폐물이 없으니 저격당하기 존나 좋겠군.


[아이리 : 우이하루, 뭔가 이상해요.]


또 뭔데 그려?


[아이리 : 분명히 저 저택에는 생명 반응이 있어요. 하지만 이거, 천구는 커녕 요괴조차 아니에요.]


여기가 천마의 저택이라며? 설마 나한테 구라친겨?


[아이리 : 아니,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애시당초 천구의 마을에, 이런 광대한 땅 안에서 살고 있는게 천구가 아니라니. 말이 안되잖아요.]


...듣고보니 그러네? 근데 요괴가 아니라면 대체 뭐야?


[아이리 : 그걸 잘 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반응인데... 굳이 분류하자면, 요정...?]


상당히 자신이 없는 반응이구만. 그보다 요정이라니, 그거야말로 말이 안되는 소리 아녀? 차라리 신이 있는게 더 신빙성이 있겠다.


"음?"


그때, 갑작스레 몸이 차가워지는게 느껴졌다. 마치 뼛속까지 얼어붙는듯한 추위. 어떻게 된거지? 불쾌함을 느낄 정도의 추위나 더위는 느끼지 않도록 신경이 설정 되어 있을텐데... 자연적인 추위가, 아냐?


[렌카 : 재앙신급의 힘이 감지됩니다. 우이하루가 느끼는 추위는, 그 힘의 편린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재앙신이라니, 그건 또 무슨..."


[아이리 : 와요! 피해!]


"잉?"


순간, 눈 앞을 지나가는 얼음의 표창. 어째서 눈앞에 이런게 지나가나 싶었는데, 이제보니 내 몸이 반사적으로 천마의 저택에서 오는 공격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치겠군. 이거, 맞으면 존나게 안좋을거 같은 예감이 팍팍 드는데.


"라인하르트 포터블, 전량 사출!"


이라고 해봐야 3개밖에 못만들었지만, 전방에 방벽을 3개 세운다. 문제가 있다면, 방벽의 내구도가 비트코인 가격마냥 미친듯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일까. 이대로면, 30초도 못버틴다.


"이미테이션, 이자요이 사쿠야!"


[어빌리티 비활성화 : 물질 창조, 벡터 조작]
[어빌리티 활성화 : 가속, 정지, 역행]


시간을 멈추고 가면, 어떻게든 저 저택 안에 도달 할 수 있으리라. 그 뒤...는 생각 안해봤는데. 일단 들어가고 보자고.


"상기, 더 월드."


순간, 세상에 흑백으로 물든다. 정지된 세계에서 움직이는건, 나 하ㄴ...


- 끼기기긱...!


"머여 씨벌."


시간이 멈춘 이 세상에서, 들려서는 안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잘 보니, 얼음표창들이 미세하게 날 향해 움직이고 있는것이 보인다. 이런 미친, 대체 얼마나 빠르길래 시간을 멈추는데도 움직이는거야?


...가만, 그게 아니라면? 내게 공격을 가하는 상대도 시간을 멈출 수 있다면?


"고유시제어, 트리플 악셀."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간 동시에, 나 자신의 몸에 가속을 걸어 저택을 향해 달려 나간다. 그 직후,


- 슈우우욱!!


"앰창!"


멈춰진 세계라는 개념을 찢어내듯, 얼음표창이 소리를 내며 내게 날아온다. 씨부럴, 시간을 멈췄는데도 움직이는건 아무리 그래도 반칙이잖아.


가까스로 얼음 표창을 피하며, 저택의 장지문을 부수며 다이나믹 엔트리. 하지만, 방 안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이 저택의 존재 자체가 껍데기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지 해제, 가속 정지."


세계에 색이 돌아오지만, 영 어두컴컴한 공간인지라 딱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으음, 추격은 없는 모양인데... 아예 파고들어서 그런가?


[아이리 : 반응은 이 근처에요. 아마... 저 문을 열면 바로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이 방, 보스방 직전의 공간인거냐?"


록맨으로 말하자면 보스전 직전의 세이브 포인트. 뭐, 삐융삐융삐융해도 여기로 돌아올거 같진 않지만... 인생은 똥겜이로군.


"이미테이션 해제."


[어빌리티 비활성화 : 가속, 정지, 역행]
[어빌리티 활성화 : 물질 창조, 벡터 조작]


근데 대체, 어째서 이런 꼬라지가 난거지? 전개가 너무 카오스라서 나조차도 파악이 안되는데.


[아이리 : 그러니까 그때 천구한테 반격하면 안됐다니까요.]


...그런 문제려나? 그 이전의 문제가 있었던거 같다만.


[아이리 : 뭐, 어쨌든 가봐요. 어째서 천마가 있어야할 장소에 천구가 없는지, 확실하게 조사할 필요도 있으니까요.]


어짜피 여기서 뺄 생각도 없고, 빼기에도 너무 늦었어.


"와와와 와스레모노-"


또 다시, 극히 일부만이 알만한 드립을 치며 문을 연다. 문 너머는, 벽은 커녕 집을 받치고 있어야 할 기둥조차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 천장이 낮은 덕에 실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지만, 그것조차 없었으면 진짜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했을 것이다.


[아이리 : ㅅ, 생각했던거 보다 넓네요.]


반응은 상당히 가까이 있었는데 말이지. 지금도 반응 자체는 상당히 근거리인데. 그렇다는건 이거...


[아이리 : 환술이거나, 이자요이 사쿠야처럼 시간을 이용해서 공간의 넓이를 늘리거나, 겠네요.]


그렇겠지. 환술이라면 잡스의유산이 일아서 걸렀을거고, 아까전의 그 얼음표창을 생각해보면 후자가 가능성이 클거 같은데.


[아이리 :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환상향에서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건 사쿠야 본인이랑 우이하루밖에 없을텐데...]


그렇다고해서 사쿠야가 여기에 있을리는 만무하고... 내가 천년퍼즐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니, 또 하나의 나가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


"으음... 아, 보였다."


M16의 부속 장비인 스코프만 꺼내 관찰하고 있자니, 저 멀리에 반응의 근원이 보인다. 그것은, 사슬에 묶여 있는 소녀. 금발에, 어딘가의 학교 교복...이라고 생각되는 세일러복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뭐지? 저게 그 금발JK인지 뭔지하는 그거냐?


[아이리 : 유키나쨩...?]


유키나...? 아까전에 말한 그 여동생 이름 아녀? 근데 왜 묶여 있는데?


[아이리 :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유키나쨩은 모두가 탈출하던 그때, 가장 먼저 헤어진 아이에요.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없으면 이야기 전개가 안되니 그랬는갑지. 시나리오 라이터가 뭐하는 새낀진 몰라도 더럽게 귀차니즘에 빠져 있었나 보다.


[아이리 : ...뭔 소리에요?]


? 글쎄. 내가 방금 뭔 소리를 한거래니.


"아무튼, 구하면 되는거렷다?"


M16을 꺼내, 그녀를 묶고 있던 사슬을 정조준하여 쏘아 끊는다. 꽤 단단해 보여서 한방에 안 끊어질까봐 걱정했는데, 괜한거였군.


[아이리 : ㅈ, 잠깐. 기다려봐요. 왜 그렇게 급하게 판단하는거에요?]


엥? 니 여동생이라매. 그럼 구해야하는거 아냐?


[아이리 : ...그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상하잖아요. 게다가, 저게 제 눈엔 유키나로 보여도 지금 센서가 유키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구요.]


...음, 그러니까 뭔 소리여?


[아이리 : 그러니까,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은... 피해요! 당장!]


"음!"


반사적으로 장지문을 발로 차 날리고,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린 직후.


- 콰아아앙!!


굉장한 폭발과 함께, 몸이 붕 뜨는게 느껴진다. 거기에, 느껴지는 고통. 잘보니 오른쪽 발이 날아가 있었다.


"와 씨발."


고통 차단 기능이 거의 복구된 덕분에 발을 불구덩이에 넣은 느낌 정도의 고통만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상도 못할 아픔이리라. 이야, 시발. 말 안해줬으면 온 몸이 날아갈뻔 했네. 아파 디졌을듯.


"읏차차."


한쪽 발과 양 손을 이용해 몇바퀴 구르며 재주 좋게 착지. 착지가 끝날때 쯤엔, 이미 오른쪽 발은 재생되어 있었다. 지나치게 편리한데, 내 몸. 그보다, 대체 뭐로 공격 당한거야?


- 드르륵...드르륵...


무거운 철덩어리가 나무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며, 폭심지로부터 소녀가 걸어 나온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걸을 기세로 걸어나온 그녀의 눈은, 그 무엇도 보고 있지 않았다.


[아이리 : ...유키나쨩.]


유키나쨩...은 개뿔 씨발. 도울거야 말거야? 도울거면 정보를 뱉고, 아니면 채팅창을 꺼. 거슬리니까.


[아이리 : ...저건 유키나쨩의 기원이, 마스터가 만든 껍질을 깨고 다시 제모습을 찾으려고 하는걸거에요.]


또 이상한 소리를... 아, 그러고보니 아까전에 니 동생이 재앙신급이 어쩌고 했지? 혹시, 저거 재앙신인지 뭔지 하는 그거냐?


[아이리 : 차라리 재앙신인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저 아이의 태생은 저희 세 자매 중에서도, 제일 이형적이에요.]


거, 저 아가씨가 안그래도 나 공격하려고 등 뒤에 스탠드 같은 것도 꺼냈는데 빨리 해주면 안될까?


[아이리 : 유키나의 기원은, 자연재해. 그것도 나라를 쓸어버릴 수 있을 스케일의 눈폭풍이에요.]


고마워요, 스피드웨건! 다 듣고도 어떻게 싸워야할지 감도 안잡히지만!


- 쩌저저적!!


그때, 내 주위를 감싸듯이 생겨나는 얼음표창들. 그 수는 약 150에 달한다. 야, 시발.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다 못 피할 각


- 파바바바바박!!

 

 

 

 

 

 

 

 

 

 

 

 

 

 

 

 

 

 

 

 

 

 

 

 

 

 

 

 

 

 

 

 

 

 

 

 

 

 

 

 

 

우이하루

 

사망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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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의 화신

 

 

 

야쿠모 란

 

약한것처럼 묘사 됐지만 사실 쌤

 

언젠가 나선환을 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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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ㄹ 2018.01.04. 09:53

아..안돼 절묘하게 끊겼어

물론 주인공이니까 살긴 하겠지? 입구에 스탠드인가 뭔가도 있었으니까 살 구석은 있어보였는데

 

됬고

2주년 ㅊㅊ함

멋진 근성이다

마이 차일드 2018.01.04. 14:26

아름다운 환상향을 그리는 그 모습, 정말이지 감격스럽군,

새해 복 받으라,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인공이 죽던말던 등장자체는 있을거라고 장담함(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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