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4

lunawhisle | 조회 수 33 | 2018.09.26. 15:23

취직활동(x개월째)

 

 

 

 

 

 

 

 

 

 

 

 

 

 

 

 

 

 

 

 

 

 

 

 

 

 

 

 

 

 

 

 

 

 

 

 

 

 

 

 

 

 

 

 

 

 

 

 

"우이하루, 콘파쿠 요우무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컥! 크엌! 쓰읍, 밥먹는데 갑자기 영상통신 걸어오지 말라고. 깜짝 놀랐네."

 

코이시의 방에서 비빔면을 흡입하는 찰나에 눈 앞에 나타난 렌카의 모습에 사레가 들려버렸다. 이런 씨벌. 면이 코로 나왔어.

 

"그러니까 천천히 먹으래두."

 

쓰게 웃으며 창가를 바라보는 코이시. 밤이 되었지만, 하늘은 아직도 눈구름 때문에 흐리다. 저 하늘 위의 명계엔, 아직 환상향의 모든 인간이 있다. 그럼에도 느긋하게 여기서 비빔면을 먹고 있는 이유는, 창가에 있는 저 분재의 존재 덕분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악의 때문에 하자가 생겼다곤 해도, 이 세계의 야쿠모 유카리에겐 조금 실망했어. 아직도 이걸 찾아내지 못하다니..."

 

"너무 그러지 마소. 코이시. 그만큼 내 일처리가 좋았다는거 아니겠어?"

 

"후훗, 그것도 그러네. 장하다~ 장해~"

 

"마, 마망..."

 

왠지모르게 코이시가 쓰다듬어주면 바부미(≒모성애)가 느껴진단 말이지. 사토리가 이 광경을 보면 얼마만큼 나를 경멸할 것인가. 조금 기대가 되는군.

 

아무튼, 저 분재야 말로 '환상향의 봄'의 파편. 그 마지막 조각이다.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만개 조건이 환상향 전역의 봄을 모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시점에서, 부랴부랴 준비한 것이다. 즉, 이 분재가 메마른 시점에서 사이교우 아야카시는 만개하는 셈이고, 환상향은 좆망이란 이야기.

 

"하지만 우이, 시간 문제인건 알지?"

 

"거야 알지. 아무리 하자가 있다곤 해도, 지금처럼 집의 방어능력이 전멸한 상태에선 유카리가 우릴 찾아내긴 쉬울거야."

 

유카리의 눈을 피하는 결계의 가장 코어가 되는 부분은 우리집 앞마당에 묻혀 있지만, 그걸 이중, 삼중으로 방어해주는 보조 결계는 아까전의 전투로 개박살나버렸다. 유카리가 유심히 찾는다면, 이 집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물론, 그럼에도 유카리의 스키마가 이 집 안에서 열릴 일은 없다. 유카리의 눈을 피하는 결계엔, 유카리가 인식하는 공간좌표를 시시각각 바꾸는 기능도 있다. 그녀가 만에 하나라도 이곳의 좌표를 알았다 한들, 바로 다음 순간에 이 곳의 공간좌표는 바뀐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열렸던 스키마는 바로 소멸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원리냐고? 나도 몰러 시벌. 이 부분은 내가 아니라 렌카와 유키나가 했으니까.

 

결국, 이 집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물리적인 공격이다. 아까전에 들은 바로는, 시종 3자매가 프리즘리버 3자매와 싸울때 유카리가 지원 사격을 날려왔다고 하던데. 그 지원 사격의 포대가, 이 집에 향하는 순간 좆되는 것이다.

 

"우이, 안 내려가봐도 돼?"

 

"아차, 요우무가 일어났다고 했지. 코이시 너도 내려오...면 안되겠군. 아직 다친 상태였지."

 

"나는 괜찮은데, 내가 내려가면 아마 렌카쨩이 노발대발할거야. 헤헤..."

 

"얌전해 보이는 애가 화내는게 제일 무섭단 말이지. 오케이. 여기서 쉬고 있어."

 

"응. 아, 요우무쨩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보내놨으니 확인하구."

 

"ㅇㅋ."

 

엄지를 치켜세워보이고, 방을 나서 거실로 내려간다. 어디보자, 요우무의 데이터는... 이건가. 흐음... 이건 신선하군. 악의의 기운이 흐르는 라인의 일부를 죽여서, 뇌를 완전히 잠식하지 못하게 한건가? 생각치도 못한 방법인데다가, 그 결과를 보고 있는데도 어떻게 한건지 감도 안잡힌다. 그리고 이 라인, 말이 '악의의 기운이 흐르는 라인'이지, 결국은 혈관이다. 즉, 지금의 요우무의 뇌엔 피가 거의 안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움직일 수 있는건, 요우무가 반인반령이라서 인건가, 아니면 이것도 악의 에너지의 힘인 것인가.

 

...어느쪽이던간에, 요우무에게만 사용 할 수 있는 방법이로군. 이걸 대담하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이정도로 대담하고, 반인반령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다.

 

사이교우지 유유코. 그녀야말로, 이번 리프레인의 '이레귤러'다. 본래라면 춘설이변의 원흉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그 이변을 막기 위한 트로이의 목마라니. 아이러니컬하지만... 반대로, 그녀가 이레귤러가 아니었다면 언제 환상향이 망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가 어쨌던 간에, 슬슬 명계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겠군. 요우무를 데리고 올라가는게 현명하겠지만, 일단 최대한의 조치는 취해놓고 싶은...

 

- 쿠르르르...쿠우웅!!!

 

"씨벌 뭐여!?"

 

지진이 일어났다 싶더니, 갑자기 뭔가 커다란 소리가 집 전체를 진동시킨다. 깜짝 놀라 유리창을 깨고 앞마당으로 착지해 봤다니.

 

"...씨벌 뭐여."

 

커다란 돌기둥이, 앞마당에 하나 떡하니 솟아나 있었다. 이 언저리에서 이런짓을 할 수 있는 씨발년을, 난 딱 한명 알고 있다.

 

"히나나이 텐시!"

 

"아, 우이! 딱 좋은때 왔어! 얘 좀 혼내 줘! 자꾸 내 프링○스 먹으려고 하잖아!"

 

"머라카노, 이 또라이가! 오빠야, 저거 내꺼잖아! 왜 저 모자란 년이 자꾸 지꺼라카노!"

 

"......"

 

거 뭐냐. 자연스럽게 미간이 찌푸려지는뎁쇼. 일단 상황을 정리하자면, 유키나의 손에 들려 있는 저 프○글스는 유키나의 것이 맞다. 그리고 텐시는 딱 봐도, 지꺼 다먹고 쟤껄 뺏어 먹으려고 이 지랄을 하고 있는게 틀림 없다.

 

"...거, 하나 더 줄테니까 그냥 얌전히 있으면 안되냐. 텐시?"

 

"뭐!? 너 지금, 이 고귀한 천인님의 간식을 뺏어간 저 천인공노할 아랫것을 용서하란 말야!?"

 

"뺏어가려고 한건 니겠지, 망할 치코년이."

 

"ㅊ...치코!? 어떻게 내 옛날 이름을!?"

 

"...아니, 됐으니까 고만하고 기어들어ㄱ..."

 

잠깐만 있어봐. 이 돌기둥의 위치, 왠지 눈에 익는데...

 

"우, 우이하루!"

 

헐레벌떡 뛰쳐나오는 아이리와 렌카. 그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나보다.

 

"아, 씨발 좀."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갈라져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수천, 수만개의 눈동자. 그 시선은 전부, 코이시가 있는 2층의 창가로 향해 있었다.

 

텐시가 돌기둥을 생성한 그 자리엔, 대 유카리용 탐색 장애 결계가 쳐져 있었다. 물론, 유카리의 스키마가 열리는것을 막는 장치도 같이.

 

즉, 그녀가 거기에 돌기둥을 만들어냈다는건, 당연하게도 결계가 파손되었다는 뜻. 즉, 유카리가 찾고 찾던 환상향의 봄. 그 마지막 조각이 그녀에게 발견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에, 어라?"

 

이제서야 상황파악이 되는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나와 하늘을 번갈아보는 텐시. 후, 참자. 참아야한다. 여기서 저 씨발년한테 쌍욕을 퍼부어봐야,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어우, 진짜. 텐시 이 좆씨발년아! 그만 좀 쳐나대라! 확 대가리 뿌사뿔까보다!"

 

"힉!?"

 

어우. 좀 후련하네. 자, 이제 어쩐담. 진짜로 좆된거 같은데.

 

[코이시 : 우이, 지금 당장 가야해!]

 

"코이시!?"

 

갑자기 뜬 홀로그램 화면. 거기엔, 코이시가 환상향의 마지막 봄을 담은 분재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유카리의 스키마가 열려 있다.

 

[코이시 : 최대한 시간은 벌어볼께. 그러니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만개하기 전에, 리프레인을!]

 

"코이시!"

 

[코이시 : 걱정 할거 없어. 상처는 다 나았고... 그리고, 엄마는 이런걸로 안죽으니까!]

 

생긋 웃어보인 코이시는, 왼쪽 옆구리에 분재를 안고 오른손엔 언젠가 봤던 나이프를 든 채로 유카리의 스키마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홀로그램 모니터는 사라진다.

 

"...그러니까 우리 마더는 옆나라에 있다니까."

 

매번 느끼는거지만, 이상한 소리를 자꾸 한다니까. 코이시는.

 

...하지만, 그녀가 스키마에 들어간 이후에도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만개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말대로, 어느정도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할 ㅃ

 

"우이하루! 위!"

 

"!?"

 

갈라진 하늘의 틈 사이로, 수십개의 빛의 선이 내려온다. 선은 수천, 수만갈래로 갈라져 지상을 향해 내려온다.

 

유카리의 기술, 비광충 네스트. 저게 지상에 떨어지면, 환상향의 자연이 개박살나는건 둘째치고 인간 마을의 인프라가 최소 50년은 후퇴해버린다. 막아야...!

 

"매력적인 사중결계!"

 

이전, 유카리가 한번 가르쳐준 기술을 광범위하게 펼친다. 범위는 대충 에바 초호기가 제 8사도가 지상에 떨어졌을때 발동된 AT필드 이상의 면적. 즉, 환상향 전역이다.

 

-뽀드득!

 

"아윽, 씨벌!"

 

평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마력과 연산능력을 사용한 탓인가, 결계를 펼친 오른팔이 웃긴 소리를 내며 뒤틀려버린다. 팔에 흐르는 마력의 압력이 팔을 뒤틀어버리는 것이다. 뇌내 고통 제어를 뛰어넘는 격통에 눈앞이 깜깜해지지만, 아직 이게 끝이 아니다.

 

내가 펼친건 그냥 사중결계가 아닌, 매력적인 사중결계. 기존의 사중결계에, '흡인' 능력이 추가되어 있는 기술이다. 그것은 즉.

 

"와라, 이 씹새끼들아!"

 

유카리가 사출한 빛의 선들이 바로 이 위치, 내가 서 있는 이곳을 향해 궤도를 수정한다. 어짜피 한발이라도 지상에 떨어지면 게임 오버다. 한 위치에 몰아서 터지나 여기저기서 터지나.

 

- 파직! 끼이이이이이잉!!!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뒤틀린 오른팔에, 이번엔 초고열이 내달린다. 팔이 숯덩어리가 됐다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를 미친듯이 반복하는데, 보고 있자니 무슨 그래픽 버그 걸린거 같은 느낌이다. 당장이라도, 이 결계를 풀어버리고 편해지고 싶지만... 아직 안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저 망할 새끼들이 전부 모인 시점에...!

 

지금!

 

"봉우리져라, 카자리이이이이이!!!"

 

왼손에 카자리를 꺼내, 오른팔을 내리는 동시에 카자리를 든 왼팔을 치켜 든다. 그 직후.

 

- 파아아아아앙!!

 

꽃잎으로 폭죽이라도 터트린듯, 유카리의 비광충 네스트는 엄청난 수의 갖가지의 꽃잎이 되어 주변을 가득 채운다. 자리에 주저 앉자, 마력압으로 뒤틀린 오른팔이 이제서야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우 씨발. 진짜로 뒤질뻔 했네.

 

"오빠야, 한 웨이브 더 오기전에 저거 닫아야한다!"

 

"알고 있거든! 후우...씨발..."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전엔 실패했지만 아무튼 할 수 있다...!

 

"이미테이션, 야쿠모 유카리!"

 

 

 

 

 

 

 

 

 

 

 

 

 

 

 

 

 

 

 

"어우 씨발!"

 

한순간의 공백후, 뇌가 불타는듯한 고통과 함께 의식이 돌아온다. 앞머리가 금발로 변해 있는걸 보아 어떻게든 성공한거 같긴 한데.

 

"몇번 뇌사한겨?"

 

"5번 입니다."

 

"어우 씨발!"

 

진짜 빌어먹을 능력이로구만, 유카리 녀석. 디폴트 상태에선 아예 쓰지도 못하는 이유를 알거 같다. 앰창 씹창 퉷퉷퉷!

 

"우이하루, 제 2파가 와요!"

 

"쉴 틈을 안주네 니미 씨발. 닫혀라아아아아아아아!!!"

 

연산기능의 과부하로 가슴팍에 꽃힌 마계신의 상징이 마치 달구어진듯 뜨거워지는게 느껴지지만, 유카리가 열었던 스키마는 조금씩 닫혀가기 시작한다. 

 

"끄윽... 마이 헤드..."

 

"농담할 정도면 꽤 여유있나보네요."

 

"농담이라도 안하면 미칠거 같아서 그런다, 이 빨갱이 새끼야. 그보다 렌카, 미안하지만 플랜 B다. 할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만, 이전에 말씀드린대로..."

 

"알고 있어. 그 역할은 저 고귀하신 망할년한테 맡겨야지. 이 꼬라지를 낸 책임은 져줘야겠어. 씨부럴년."

 

여전히 시선은 하늘로 향한채 텐시에게 언어폭력을 가한다. 어째선지 조금 좋아하는거 같은 눈치지만, 지금 그런 쓰레기같은 사실을 마주할 여유는 없다. 으음, 스키마가 닫히기는 닫힐거 같은데, 몇줄기는 닫히기 전에 통과 해버리겠는걸.

 

"유키나!"

 

"아이아이서!"

 

경례하며 대답한 유키나의 주변에, 녹색으로 반짝이는 파편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에메랄드 스파이럴!"

 

-끼이이이잉!!!! 탕탕탕!

 

엄청난 소리를 내며 회전하던 녹색 파편은 마치 총알이 쏘아지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빛의 선에 착탄하여, 그대로 빛의 선을 터트려버린다. 그리고 그 직후, 유카리의 스키마는 닫힌다. 후우, 씨바. 식은땀이 멈추질 않는군. 능력을 안써도 이정도로 부하가 오나.

 

"렌카, 지금!"

 

"대 야쿠모 유카리 결계, 타겟 : 현세. 발동합니다."

 

- 부웅!

 

렌카의 등에 피어난 흰 불꽃의 날개가 사라지며, 그녀를 중심으로 결계가 펼쳐진다. 그녀의 날개는 깃털 하나하나가 술식 덩어리. 그것이 사라졌다는건, 그녀가 가진 모든 연산능력을 결계 하나에 집중 하고 있다는 뜻.

 

하지만 이 결계를 유지하는건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게 펼쳐져 있는 동안, 유카리는 환상향의 현세 안에선 스키마를 열지 못한다. 즉, 아까같은 지상을 향한 무차별 폭격이나 악의의 군세를 불러오는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물론 렌카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고, 유카리가 손놓고 당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적어도, 군세를 지상으로 보내는 것 까진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필요한건 렌카의 마력 보조, 그리고 이들을 보호할 방어전력.

 

"아이리, 유키나. 렌카의 마력보조를."

 

"알겠어요!"

 

"오케이...긴 한데, 그카면 우리는 누가 지키노?"

 

"저 씨발년."

 

"윽..."

 

엄지로 텐시를 가르키자,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린다. 욕을 먹었으니 화는 내고 싶지만, 해놓은게 있으니 말을 못꺼내는 거겠지.

 

"텐시. 지금 환상향은 대 핀치야. 코이시는 스키마 안에서 환상향을 건 술래잡기를 하고 있고, 지금 명계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환상향의 인간 전원이라는 인질들이 있어. 당장은 전부 안 죽은 모양이지만... 유카리가 코이시를 잡거나, 유카리가 갑자기 돌아버려서 환상향의 인간 전원을 죽이면 환상향은 끝이지."

 

"으, 응..."

 

"지금 네가 할 일은 매우 간단해. 유카리가 보내는 새까만 놈들한테서 쟤네들을 지키는 것.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좋아. 뒷감당은 내가 할테니까. 쟤네들을 지켜줘야해. 알겠지?"

 

"...알겠어. 나도 환상향이 무너지는건 원하지 않아.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지? 고귀한 나니까, 그 역할은 다해주겠어."

 

"오케이. 그거면 돼."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텐시. 이 꼬라지까지 난게 누구때문인지 생각해보면 참 좆같지만, 지금은 그녀를 믿을 수 밖에 없다. 거기다가, 솔직하게 말해서 이럴거 같았거든. 플랜B를 상정한것도 반은 유카리 때문, 반은 텐시때문이니까. 물론 빡치는건 빡치는거지만.

 

"자, 그럼 나는 한시라도 빨리 명계에 가야하는데... 잠깐, 요우무는 어디 있어?"

 

그러고보니 일어났다는 이야기 이후엔 언급조차 없었는데...

 

- 채앵!

 

"무슨 속셈이실까, 정원사?"

 

"......"

 

어느새 텐시가 검을 꺼내, 갑작스러운 요우무의 습격으로부터 나를 지킨다. 이런 때에 이런 말하면 안되겠지만, 저 검은 대체 어디서 나온거여?

 

"오빠야, 점마 악의 에너지가!"

 

"...그려. 아무래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나보네."

 

잠깐이라지만, 그 사이에 유카리가 요우무에게 뭔가 수작을 부렸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쪽은 이쪽대로 일분일초가 아까운데 말이지...!

 

그 때.

 

- 푸샥!

 

요우무의 가슴팍을, 날카로운 검이 뚫고 튀어나온다. 검은, 정확하게 그녀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아무리 악의에 의해 강화되어 있다고 해도, 이건 명백한 치명상이다.

 

"요우무..."

 

그녀의 등에 검을 꽂은 것은, 그녀의 반령. 희미하게 웃어보인 요우무의 반령은, 집중이 끊겨 원래의 영혼 상태로 돌아간다. 그와 동시에, 요우무의 몸이 스러진다.

 

"유키나! 요우무를!"

 

"아, 알겠데이!"

 

렌카에게 마력을 보내던 유키나가 급하게 달려와, 요우무의 곁에 앉는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지나치게 치명상이다. 악의의 기운이 빠져나가며, 그녀의 상처에서 피가 더욱 미친듯이 흘러나오는게 보인다.

 

"우...이하루...공..."

 

"야, 지금 말하면 진짜로 저승간다. 쟤가 고쳐줄때까지 그냥 입닫고 있어."

 

"이...아이들을."

 

손에 쥐고 있던 누관검을 내게 내미는 요우무. 그녀의 검엔, 아직 악의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아니, 좀 다른데. 이건?

 

"음마야. 이거 마스터 마력인데."

 

"엥?"

 

"카니까, 어... 이름 뭐였더라. 아, 기억안나. 암튼 금마 마력이데이. 마스터 기원이 '변환'이라가꼬,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다 아이가."

 

...자기 마스터의 이름을 까먹는건 좀 어떨까 싶긴 한데. 과연, 쇼우이치의 마력인가. 

 

"근데 그게 왜 요우무의 검에?"

 

"이레귤러는 마스터 마력으로 각성하는거니까, 아마 망령 언니야가 해놓은거 아이겠나?"

 

"유유코 아씨는 이걸 다 생각하고...?"

 

"내가 우예 아노? 후... 임마 기절했네. 상처는 치료했으니까 죽지는 않았을끼데이. 하이간, 지금의 그 칼이라면 꽤 쓸만할끼다. 갖고 가는게 어떻노?"

 

"...그럼 좀 빌릴까."

 

요우무의 손에서 누관검을, 그리고 그 허리춤에서 백루검을 꺼내 아공간에 넣는다. 이렇게 된거, 이제 나 혼자 이변을 해결하는게 아니게 되었군.

 

...아니지. 원래부터 나 혼자서 해결하는 이변이 아니었군. 나처럼 자존감이 낮은 놈이 언제부터 이렇게 건방져진건지. 힘이 생기면 사람이란건 이렇게 되는건가.

 

아무튼, 슬슬 가보자.

 

"간다... 간다고, 베르나도트 씨...!"

 

"...베르나도트 씨는 뉘고?"

 

이제 무대는 명계. 리프레인 - 춘설이변, 후반전의 시작이다.

 

 

 

 

 

 

 

 

 

 

 

 

 

 

 

 

 

 

 

 

 

 

 

 

 

 

 

 

願わくは 花の下にて 春死なむ

その如月の望月のころ

 

 

 

 

 

 

 

 

 

 

 

 

 

 

 

 

[렌카 : 준비는 되셨습니까, 우이하루?]

 

"오케이. 모든 술식 준비가 끝났어. 이거라면 한순간에 명계 입구로 도달 가능이야."

 

[아이리 : 말 그대로 죽고 싶어서 환장한 셈이네요.]

 

"그러게. 생각해보면 이정도의 속도, 평범한 인간이 맨몸으로 받아내면 한순간에 뼈와 살이 분리될지도."

 

[아이리 : 아니, 그런 뜻이 아닌데요...]

 

"닥쳐. 노잼개그 받아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신발코를 땅에 두들겨 신발을 고쳐신고, 집에서 다소 떨어진 공터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렌카의 결계 때문에 환한 이 하늘도, 벗어나면 지금쯤 달과 별이 떠 있겠지.

 

첫번째 관문은, 일단 명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하늘에 떠 있는 명계의 입구에 도달하지 않으면, 유카리가 수작을 부릴게 틀림 없으니까.

 

결계 안은 아무리 유카리라도 볼 수 없으니, 내가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확인할 방도는 없을거다. 하지만, 여기서부턴 한번뿐인 승부. 최대한 많은 보험을 들어놓는게 좋을테지.

 

그래서 준비한것이 환상향 전역에 배치된 더미 인형. 아까전에 앨리스가 열심히 인형을 쓰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인형 조종은 마스터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든 인형에 사출술식, 주위 지형의 방어술식 등등을 모두 걸면 그 수는 명확하게 한정된다. 그래서 준비된게 108개.

 

...아니, 생각보다 꽤 가능하더라고. 솔직히 32개 정도 준비된 시점에서 아, 빡세다 싶었는데. 왠지 하다보니까 요령이 생겨서 결국 108개까지 되더라.

 

[유키나 : 오빠야. 거 올라가뿌면 우리랑은 통신도 안되고, 백업도 안된데이. 괜찮겠나?]

 

"안올라가면 끝장인데 뭐. 그리고, 코이시가 얼마나 시간을 끌어줄 지도 알 수 없는 판국인데."

 

그보다 코이시, 어떻게 유카리의 스키마속에서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있는거지? 그러고보면 코이시에 대한 정보는, DB에서 소실 되어 있었단 말이지... 어째선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텐시 : 우이! 이 텐시님의 종자로써 그 책무, 다 하도록 해!]

 

시간 얼마나 지났다고 또 나대네, 저 썩을년이.

 

[텐시 : ...는 농담이구. 여긴 내게 맡겨. 나 대신 그 기분 나쁜 요괴 녀석, 한방 먹여주고 와!]

 

"그러지 뭐."

 

홀로그램 모니터에서 그녀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5]

 

"후우..."

 

사출 술식을 발동시키면,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명계의 입구에 다다를 것이다. 목적은, 명계의 입구에 있는 그 무식하게 큰 문을 박살내고 입장하는 것. 속도가 너무 빨라서, 체감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이상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거기에 맞춰서 내 몸을 가속할 필요도 있고.

 

[4]

 

아직까지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어째서 유카리는 명계의 입구를 현세와 유리시키지 않았는가. 애시당초 물리적으로 들어갈 방도가 없다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지키는게 몇배는 수월해졌을 터. 만일 현세와 이어져 있어야만 환상향을 멸망시킬 수 있다면, 만개하는 시점에서 다시 이어버리면 그만일 터.

 

[3]

 

내 예상으론, 그것이 리프레인의 '룰'인게 아닐까 싶다. 차례대로 그녀들을 쓰러뜨려야 하는것이 '룰'인것 처럼, 기존의 이변일때와 비슷한 상황일 필요가 있으리라. 뭐, 아님 말구. 아니면 유카리가 악의 때문에 머리가 안돌아가게 된갑지. 

 

[2]

 

아이고 시발. 내 인생은 왜 이러냐. 도구로써 살게 되면서 이것저것 힘을 얻게 된건 매우 좋은 일이다만, 인간 로켓이 되서 저승으로 뛰어들게 되다니. 참 좆같은 인생이로군. 더 안좋은게 뭔지 알아? 로켓이 되서 저승에 꽂혀도 안 뒤진다는거여. 시벌.

 

[1]

 

지랄은 그만. 암 어 로켓맨!

 

"술식해방! 그리고 고유시제어, 초가속!"

 

[Ignition]

 

렌카가 쳐놓은 결계가, 한순간 사라진다. 하지만 체감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진 탓에, 내 눈엔 사라진다기보단 점점 흐려지는걸로 보인다. 으음. 좀 많이 늦췄나. 통상의 체감속도의 64배는 느린 상태인데.

 

순간, 몸이 엄청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며 하늘이 엄청나게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오우 씨발. 전언철회. 64배 낮춘게 이거면 조금 부족할 정도였군. 

 

그때, 저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만큼 커다란 문. 저것이 명계의 입구. 하지만 다음 순간, 눈 앞에 작은 스키마가 열린다. 딱,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 유카리가 인지해서 연거 같진 않고, 자동으로 열리게 설정해놓은 모양이다. 무언가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열려서, 진입을 완전히 막는거겠지.

 

하지만 거기에 대한 예상은 이미 해놨다. 내 앞머리가 아직까지 금발인데엔 다 이유가 있는거지. 즉시 모든 더미의 시야 모니터를 열어, 총 108개의 스키마를 동시에 제거한다. 이게 가능한 것도, 스키마를 닫을 준비조차 미리 끝내놨던 덕분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준비를 해야한다니까.

 

과연 유카리가 제 2, 제 3방어선을 준비해 놨을까는 의문이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더미의 역할은 거의 끝이다. 마지막 하나를 제외하곤.

 

[클린 슬레이트 프로토콜, 발동]

 

'고유시제어, 이미테이션 해제.'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대폭발과 함께, 고유시제어과 이미테이션을 해제한 뒤 아공간에서 누관검과 백루검을 꺼내든다. 폭발엔 유카리에 능력에 대한 강력한 재밍 효과가 포함되어 있어, 한순간이지만 그녀의 방해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월○천충!!!"

 

쇼우이치의 마력으로 강화된 누관검에 내 마력을 더해, 문의 크기에 버금가는 검기를 만들어 날린다. 그러자.

 

- 쾅!!!

 

완전히 부서지진 않았지만, 내 몸은 간단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틈이 생겨난다.

 

"끼요오오오옷!"

 

벡터 조작으로 몸을 날려, 그대로 문 안으로 진입한다. 사실 문 위로 넘어간다는 방도가 있긴 하지만, 직선이 빠르지 않을까 싶어서. 아무튼, 간만에 보는 존나 많은 돌계단이 명계에 들어왔음을 실감시켜준다. 어우 씨발. 근데 진짜 존나게 많네.

 

여기서 유카리가 뭔가 또 수작을 부릴 가능성이 아주 0은 아니지만, 적어도 명계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이건 이변으로써의 룰인데, '이변을 일으킨자는 해결사의 도전을 몇번이고 받아준다' 라는 항목이 있다. 리프레인은 이변의 연장선상. 저 룰은 리프레인에도 반드시 적용된다... 라고 코이시가 그랬다.

 

즉, 싸움의 무대가 되는 명계에 발을 들인 순간 유카리는 내 '이변해결'이라는 도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내가 싸움의 무대에 발을 들이지 않으면 도전은 불가능. 그래서 유카리가 명계 입구에 그런 방어를 쳐놓은 것이다.

 

하여간 첫번째 과제인 명계 입성은 성공했는데... 유유코 아씨를 이레귤러라고 단정했을때, 다음 상대는...

 

-쿠우우웅!!!

 

"얼씨구."

 

조용한 명계에, 땅이 진동하고 굉음이 울려퍼진다. 그것은, 어느 생물이 단지 한발짝 걸은것에 지나지 않았다.

 

계단 위. 마치 계단을 지키듯, 한마리의 거대한 여우가 서 있었다. 특이한점이라면, 그 여우의 꼬리가 아홉개라는 것.

 

"구미호... 그렇다는건, 란이냐?"

 

"......"

 

조용히 나를 내려다보는 구미호. 묘한 색기와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그 금색의 요수의 눈빛엔, 그저 살기만이 내달리고 있었다. 아니, 거대 구미호는 닷떼바욘지 뭔지나 말하는 닌자가 사는 세상에나 있는거 아니었어?

 

유카리 그년, 대체 저걸 어떻게 식신으로 삼은거여?

 

- 끼이이이잉!!

 

"오우 쉣."

 

그때, 란이 입을 벌리자 그 입의 중심에서 엄청난 소리가 나며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한다. 저거 아무리봐도, 빔 쏘는 패턴 아녀!?

 

- 삐융!

 

"개ㅆㅂ!"

 

발사되는 란의 광선 공격. 신속하게 계단 바깥으로 피해보지만...

 

"오우 씨벌 뭐여?!"

 

내 몸은, 그저 계단 반대편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잘 보니, 계단의 끝과 끝이 유카리의 능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계단만을 올라서 오라는 뜻인거 같은데...

 

잠깐만. 그렇게 되면 광선 공격은...

 

"니미."

 

-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몸이 붕 뜨는게 느껴진다. 고통은 차단되었지만, 시야 구석에 뜨는 피해 그래프가 상당한 공격이었음을 알린다. 대마력이 높은 몸뚱아리와 머리는 어떻게든 형상을 유지했지만, 팔다리가 싸그리 날아가버렸다. 재생에는 1.5초. 다만, 재생은 아무래도 연속해서 하면 할 수록 그 속도가 더뎌지는 모양이라, 많이 맞으면 불리하다.

 

"어우, 씨발! 야! 적당히 안해!?"

 

"크아아아앙!!!"

 

이번엔 그녀의 9개의 꼬리 끝에서 푸른 불꽃이 만들어지더니, 구체가 되어 내게 날아온다. 이게 그 여우불인지 뭔지하는 그거냐. 하지만, 맞아주기만 할 수는 없는 법.

 

"류진노 켄오 쿠라에!"

 

누관검을 치켜들고, 마력을 집중해 검에서 검기를 발산시킨다. 요우무와 어느정도 같이 싸운 덕에, 그녀의 검기 또한 어느정도 쓸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검의 리치와 날카로움을 어느정도 증가시키는 정도밖에 안되지만.

 

"마다마다!"

 

요우무의 기술, 현세참으로 한달음에 란의 발치로 다가가, 그 발등을 베어버린다. 아무래도 몸집이 커서 그런지, 벨때 손맛이 끝내주는군.

 

"크아아아아!"

 

"할줄 아는거 아니까 사람말 좀 해라, 머저리 여우년아!"

 

그나저나 꽤 깊게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피 한방울도 안나게 회복했잖아? 대단한 자연치유 능력이군. 역시나 구미호인가... 그렇다면, 더 사양않고 베어보실까.

 

"하늘의 쇠사슬이여!"

 

아공간의 문을 최대한 많이 열어, 아공간에 있는 사슬 중 가장 단단한 사슬들을 사출시켜 그녀의 몸을 묶는다. 그 가닥 수는 72개. 내 능력은 사용하면 할 수록 성장하는 모양인지라, 이제는 꽤 먼 거리에서도 아공간의 문을 열고, 그걸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대사는 어디 사는 금삐까처럼 쳤지만 저 쇠사슬은 [통상의 쇠사슬보단 훨씬 단단하다] 이외에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 즉, 힘으로 풀려면 풀 수는 있다는 이야기.

 

거기다가 아무리 호구라도 상대는 악의. 한번 걸린 수가 또 걸릴리도 만무하다. 즉, 이건 수많은 '한번뿐인 기회'중 하나. 그리고 기회는 잡으라고 있는거다. 저 쇠사슬, 잘 버텨봐야 15초.

 

내 새로운 기술을 피로하기엔 충분하다.

 

"듀얼 이미테이션, 콘파쿠 요우무 & 아이리."

 

기술명을 입에 올린 순간, 아까전의 고유시제어처럼 주위가 급격하게 느려진다. 그리고 몸에서 끓어 오르는 힘. 손에 들려져 있는 누관검과 백루검에서, 더할 나위 없는 친근감과 익숙함을 느낀다.

 

이미테이션 능력은 한명의 소녀를 베꼈을때는 매우 안정되어, 한번 성공하면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지속 시킬 수 있다. 허나, 두명의 능력을 동시에 베낄땐 몹시 불안정해져 지속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풀린 이후 짧은 시간동안은 이미테이션 능력이 봉인된다.

 

하지만, 그 반동이랄까. 올바른 사용 방법이랄까. 두명의 소녀를 베끼면 그녀들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사용 할 수 있게 된다. 듀얼 이미테이션이라는건, 말하자면 필살기다.

 

"비뢰검「아수라 죽이기」"

 

그저 몸이 가는대로, 누관검과 백루검으로 란의 몸을 발기발기 찢어버린다. 아수라 죽이기의 지속시간은 0.1초. 하지만 그 시간동안 행하는 베기는, 3천번.

 

- 파샥!!!

 

"깨갱!"

 

"무슨 마○노기 늑대 날아가는 소리를 내냐."

 

피를 조금씩 흘리며 뒷걸음질 치는 란. 3천번이나 베었음에도 출혈량이 극단적으로 적은건, 베는 족족 상처를 전격으로 지져버리기 때문이다. 덕분에 계단 주위는 여우 살 구워진 냄새가 아주 향긋하게 나고 있다. 생각해보면 여우 고기는 먹어본적도, 먹어볼 생각도 없었군. 왜일까?

 

출혈량이 적다는건 어찌보면 나쁜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지져진 상처라는건 꽤나 큰 고통을 동반한다. 거기에, 상처 회복 속도를 격감 시키는 효과도 있고.

 

"크르르..."

 

내 눈 앞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열심히 상처를 회복시키려고 하는 야쿠모 란이, 확실한 증거지. 그럼에도 치명상이 아니었다는건 솔직히 좀 놀라운데. 뭐, 그건 그거고. 난 지금 한시가 바쁜 몸이라 빨리 해치우도록 해볼...

 

"끼이이익!"

 

"미니언?"

 

계단 바깥부분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미니언의 무리. 그들은 간단하게 계단에 진입하여, 그대로 야쿠모 란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계단 양옆에 쳐진 결계는 일방통행이었나보군.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쟤네들이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크르르르...크아아아앙!!!"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란. 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미니언들은 그대로 그녀의 살이 되어, 그 몸을 재생시키고 있다. 이런 젠장. 걸어다니는 힐팩이었자녀!

 

"아 제발 지랄 no!"

 

아공간에서 수십정의 M16을 꺼내 제압사격을 가한다. 어느정도의 제압은 가능하나, 전부를 박살내는건 불가능했는지 이미 란의 몸은 거의 치유되어 있었다.

 

- 철그렁!

 

"아 씨바 진짜 못살겠네."

 

쇠사슬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란의 앞발이 나를 짖밟는다. 이 기회에 거대화 된 구미호의 육구를 만져보고 싶지만, 그녀의 털 하나하나가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옴짝달싹을 못하겠다. 이거, 평범한 털도 아니로군. 구미호쯤 되면 털 하나하나에 주술이 걸려 있는건가? 원리는 모르겠지만 명백하게 비물리적으로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크르르르..."

 

"말로 해라. 말로."

 

"용서...못한다...우이...하루..."

 

"훨씬 낫군."

 

싫어하는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 뭐. 자, 이제 어떻게 한다. 몸은 안 움직이고, 눈 앞에 있는 구미호의 저 쩍 벌린 주둥아리 사이엔 빛이 점점 모이고 있고, 마법도 이 털때문인지 뭔가 제어가 안된다. 나 여우털 알레르기라도 있었던걸까...

 

그 때.

 

"마법이지롱!"

 

스키마가 잠깐 열리더니, 장난스런 목소리와 함께 어디서 자주 본 나이프가 란의 오른쪽 눈에 직격한다. 저거, 코이시자녀!?

 

"깨개갱!"

 

한순간이지만, 란의 앞발이 들어올려진다. 이때를 놓칠 내가 아니지.

 

"좀 빌린다, 코이시!"

 

벡터 조작으로 몸을 날려, 란의 오른쪽 눈에 박힌 코이시의 나이프를 붙잡는다. 마침, 이미테이션의 쿨다운도 끝났다.

 

"더블 이미테이션, 레밀리아 스칼렛 & 플랑도르 스칼렛!"

 

한순간, 눈 앞이 새빨개진다 싶더니 이번엔 붉음 사이로 검은 균열이 보인다.

 

만물은 결국은 부서지게 되어 있다. 물건도, 사람도, 그리고 세계조차도. 모든것을 부술 수 밖에 없는 소녀의 능력과, 운명을 조종할 수 있는 소녀의 능력을 합치게 되면, 그 '부서지는 때'를 촉진 시키는 틈이 보이게 된다.

 

"홍부「스칼렛 데스티니」."

 

있는 힘껏, 검은 균열의 중심을 향해 나이프를 던진다. 그러자,

 

- 픽!

 

피아노줄이 끊어지는 다소 힘빠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구미호의 모습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시야의 색이 다시 다채로워진다. 어우 시발, 영 정신건강에 안 좋다니까. 이 능력이 보여주는 풍경은 말야.

 

"읏차!"

 

벡터 조작을 이용해, 무너지는 구미호의 잔해를 한방에 떨쳐내고 그 중심에 있는 야쿠모 란을 꺼낸다. 아까전의 그 모습은, 미니언을 이용한 몸부풀리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은 아까까지 몰랐지만, 미니언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어서 살이 되는걸 보고 확신했다. 아무리 악의 에너지가 신통방통하다지만, 그런식의 회복은 평범한 상태에선 불가능할테니까.

 

근데 다 좋은데 란 얘는 왜 알몸인걸까. 아니, 이 경우엔 알몸이라서 더 좋은건가?...음, 잘 모르겠다. 야한건 좋아하지만, 왠지 란같은 애한텐 안꼴린단 말이지.

 

"코이시는... 또 기척을 감췄군."

 

아무리 그래도 여성을 돌바닥에 알몸으로 눕혀두는건 좀 그러니, 아공간에서 매트리스와 모포를 꺼내 그녀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 모포로 그 몸을 덮어준다. 그나저나 이 칼, 코이시한테 돌려주는게 좋을거 같은데... 당장은 안보이니, 일단은 내가 갖고 있도록 할까. 행여나 아공간을 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안주머니에 넣어놔야겠다.

 

자, 이제 남은건 야쿠모 유카리 뿐인데... 얘가 제일 문제란 말이지... 일단은 여기 멍하니 있지 말고, 백옥루로 가볼까.

 

 

 

 

 

 

 

 

 

 

 

 

 

 

 

 

 

 

 

 

 

 

 

 

 

 

 

 

 

 

 

 

 

 

 

 

 

 

 

 

 

 

 

 

 

 

 

 

"...아주 그냥 준비만빵이구만."

 

명계, 사이교우 아야카시 앞.

 

백옥루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직후 여기로 달려와봤는데, 아주 그냥 장관이다.

 

환상향의 인간들이 모두 오와 열을 맞춰 잠들어 있는데, 그 옆엔 단도가 하나씩 놓여져 있다.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역겨운 점은, 벚나무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게 아니라, 인간을 하여금 자살하게 만들어 그것을 양분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유유코 아씨의 아버지의 시와 죽음이 트리거가 되었기에 이런 성질을 지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거 같긴 한데, 솔직히 내 알 바는 아니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자살은 명확한 죄다. 죄를 지은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결국은 지옥행. 환상향의 염마가 유도리가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살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후재판에 명확하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그냥 살해 당하는것도 좆같은데, 죄를 얹어서 살해하니 아주 그냥 따블로 좆같은 것.

 

뭐, 그걸 막으러 온거긴 한데. 정작 이 사태를 막기 위해 조져야할 야쿠모 유카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유유코 아씨도 어디에 있는거지?

 

"왔구나, 우이쨩."

 

"유유코 아ㅆ...ㅗㅜㅑ."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뒤에서 나타난 유유코 아씨는, 평소와는 다른 긴 벚꽃색 롱 헤어와 평소보다 노출도가 높은 의상으로 나를 맞이 했다. 뭐랄까. Japanese Geisha? 같은 느낌의 옷. 이번 이변에서 가장 좋은 순간이로군. 눈호강 제대로 한다.

 

"왜 그러니?"

 

"아씨 모습이 내 취향이라서... 아니 그건 됐고, 왜 저택이 아니라 여기에?"

 

"슬슬 움직일 때라고 생각해서. 그 아이는 어땠니?"

 

"뭐, 보시다시피. 마지막까지 할일을 했지."

 

손에 든 누관검을 보이며 유유코 아씨에게 대답하자, 그녀는 조금 슬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유카리는 봄을 찾아올거야."

 

"그 전에 뭔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으니까 여기에 온거겠지, 아씨?"

 

"물론.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재봉인할꺼야."

 

"흠."

 

이 아가씨, 뭔가 '사람은 언젠가 죽어' 같은 당연한 말을 하듯이 말했는데, 솔직히 나로썬 믿겨지지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이 요괴 벚나무, 아무리 나라도 재봉인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그 상태가 불안정하다. 마치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것 같은 꼬ㅊ...아니, 폭탄이 연상될만큼. 만일 이걸 잘못 건드려 터지면, 그래도 눈 앞에 있는 환상향의 인간들이 모두 강한 자살충동에 휩싸여 자살하게 될거다. 즉, 게임오버.

 

...그럼에도 그걸 유카리가 일부러 하지 않았던 이유는... 글쎄. 완벽주의라서?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나? 잘 모르겠다.

 

뭐가 어찌됐던. 지금은 유유코 아씨를 믿을 수 밖에 없나. 

 

"필요한건?"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줘. 시간은... 넉넉잡아서 10분 정도 줄 수 있겠니?"

 

"10분 막아서 이 사태가 해결이 되면, 당연히 해야지."

 

10분 버티기라. 상대가 유카리가 아니라면 참 쉬운 미션인데 말이지.

 

"그렇다면 부탁할께, 우이쨩."

 

"맡겨두라고."

 

생긋 웃어보이며, 갑자기 옷을 훌훌 벗기 시작하는 유유코 아씨. 뭔가 의식의 일부라고 생각은 하는데... 여기 카메라 두고 가면 안되겠지?

 

"후우..."

 

뭐 그건 어쨌든. 주위에 미니언이나, 다른 악의의 군세가 없는가 확인한다. 일단은 한마리도 이 근처에 없는거 같군. 그렇다면, 유카리에게 배운 필살기를 피로할때가 왔군.

 

"결사결계."

 

사이교우 아야카시에서 약 50m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한 후, 내가 펼칠 수 있는 최상의 결계인 '결사결계'를 펼친다.

 

내 정면을 기준으로, 내 뒤로는 아무도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결계. 유카리의 틈새조차도 이 결계 너머로는 열리지 못하며, 나를 완전히 죽이지 않는한, 어떠한 방법을 써도 이 결계를 해제할 수는 없다.

 

그럼 왜 아까전에 현세에서 쓰지 않았냐고? 그건, 단 하나의 디메리트 때문.

 

- 똑똑!

 

"으, 씨벌."

 

내 손으로 결계를 두드려보자, 아주 조금의 충격이 내 몸 전체로 퍼져나가는게 느껴진다. 결사결계의 디메리트, 그리고 최대의 결함. 결사결계가 막아내는 충격은, 내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결계를 베면 내 몸이 베이는거고, 결계 바로 앞에서 폭탄을 터트리면 그 폭발의 충격이 내 온 몸에 전해진다.

 

그야말로 결사결계. 말이 결사결계지, 앵간해선 죽지 않는 내게 있어선 사실상 무간지옥이다. 시발, 전생에 난 하느님 아내라도 NTR 한걸까. 인생 왜 이래.

 

"후우..."

 

문득, 바람이 불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 곳 명계의 하늘에 달은 보이지 않지만, 흩날리는 벚꽃잎이 수놓는 이 하늘은 그야말로 별하늘같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광경. 조금 있다가 일어날 일 때문에, 이 광경이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후후...후후후후..."

 

"뭘 시발 쪼개. 뭐 좋은 일 있었냐, 유카리?"

 

웃음소리와 함께 허공이 갈라지는걸 바라보며, 말을 건낸다. 여태까지 그녀가 이곳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건, 아마 코이시가 열심히 환상향의 마지막 봄을 들고 뛰어다녔던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유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아아... 드디어... 만날 수 있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유카리는 한손엔 환상향의 봄이 담긴 분재를 소중히 들고,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정신을 잃은걸로 보이는 코이시를 질질 끌며 나타난다. 적어도 죽지 않았다는 점에선 다행인데.

 

"면담 시간 지났거든? 다음에 와라."

 

"우이하루... 그저 도구일 뿐인, 그뿐인 남자. 당신에게 삶의 의미는 없어."

 

"팩트로 후들겨 패도 면담 시간이 늘어나진 않거든?"

 

"하지만 내게 길을 내주는 것으로, 그 의미 없는 삶에도 조금의 가치는 생기겠지. 어때?"

 

"조까쇼."

 

그나저나 오라버니가 아니라 우이하루, 인가. 눈 앞에 있는건 내가 알고 있는 유카리랑은 많이 다른거 같은데... 아니, 반대로. 저건 유카리인가? 분명 유카리의 몸을 갖고 있고, 그녀의 능력을 쓸 수는 있어보이지만... 악의에 의해 변성된 인격이라기 보단, 완전히 다른 인격인것처럼 보이는데.

 

"너, 평범한 악의랑은 다르구나?"

 

"어머. 감이 좋네. 맞아. 나는 7대 대죄중 하나. 프라이드."

 

"7대 대죄? 니네가 무슨 바퀴벌레냐? 계속 이상한 새끼 치게?"

 

"후후, 바퀴벌레라. 좋은 비유네."

 

"정신나간 년일세."

 

바퀴벌레라는 소리 듣고 좋아하는 녀석은 또 처음보네.

 

"우리들은 몇번이고 기어와서, 몇번이고 여길 장악할거야. 이 환상향은 다소 버티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 프라이드가 온 이상은 이젠 끝장이지."

 

"'이 환상향', 말이지."

 

항상 궁금했다. 어째서 코이시는 악의가 일으키는 이변, 즉 리프레인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있었던 걸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명백하게 싸워보지 않고선 얻을 수 없는 정보들 뿐이었다. 리프레인의 룰이라던가, 이레귤러의 존재라던가.

 

코이시가 리프레인을 겪은건 애시당초, 이 세계에서가 처음이 아니라는거다. 즉, 저 녀석들이 손에 넣은 환상향 또한, 적어도 하나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른 세계, 내가 모르는 환상향에서 유린당하는 케이네를 상상한다. 내가 모르는 환상향에서 유린당하는 마리사, 레이무, 신묘마루를 상상한다.

 

내가 모르는 환상향에서 유린당하고, 패배의 쓴맛을 맛보며 도망쳐나오는 코이시의 심정 또한, 상상해본다.

 

오케이, 이건 머리에 열 좀 꽂히네.

 

남은 시간은 앞으로 8분.

 

"그래서 뭐. 그 손에 들고 있는걸 사이교우 아야카시에 갖다 꽂으면 니가 이기는거냐?"

 

"후후. 그럴 필요조차 없어. 자!"

 

갑자기 밝은 빛을 내던 분재는 이윽고 화분을 깨트리고, 하나의 커다란 벚꽃잎의 결정이 되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향해 날아가...다가.

 

- 텅!

 

내 결사결계에 막혀, 그대로 땅에 떨어진다.

 

"ㅋㅋㅋㅋㅋ 존나 웃김."

 

"결계... 그렇군. 우이하루, 결사결계를 쳤구나?"

 

"이제서야 알아보는 꼬라지 보니까, 니 수준이 보이는데? 유카리라면 한눈에 눈치챘을거야."

 

"큿... 뭐, 좋아. 오히려 잘 됐네. 이번 기회에, 너라는 억지력을 완전히 죽이겠어."

 

유카리... 아니, 프라이드의 뒤에서 수십개의 틈새가 열리더니, 엄청난 수의 미니언들이 떨어져 내려온다. 중간중간에 꽤 강해보이는 개체는, 솔져인가. 과연. 수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거지. 정말 심플하지만 좋은 생각이로군. 결국 이 결사결계는, 피격판정만 무한정 늘리는 셈이니까. 수가 많을 수록 유리한건 당연한거다.

 

"그나저나 프라이드라. 비대해진 자존심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 넌 얼마나 추해질 수 있을까?"

 

 

"너를 죽이기에, 충분할 만큼!"

 

프라이드가 손짓하자, 미니언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정확히는 내 뒤를 향해 돌진한다. 그 직후, 엄청난 충격이 끊임없이 내 몸을 유린한다. 당연히 고통 제어는 하고 있지만, 몸이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불쾌감까진 지울 수 없었다.

 

"방밀!"

 

결사결계를 한번에 1M 전진시킨다. 충격은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결계에 달라붙어 있던 미니언들이 죄다 나가떨어진다. 엄청나게 무거운 벽으로 친 셈이니까,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나저나 프라이드가 내 결사결계의 존재를 알고 있는걸 보면, 저 녀석은 유카리의 기억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려나? 베이스는 유카리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다면 지금 유카리 본인은 어떻게 되어 있는거지.

 

"기세는 좋지만, 얼마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번엔 열린 틈새 저편에서, 수많은 새하얀 빛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게 보인다. 지상에서의 그 광선 공격인가. 저거 맞으면 좀 아플거 같은데. 

 

"자, 아름답고 잔혹하게 이 세상을 떠나라!"

 

"지랄 작작 좀."

 

모아둔 라인하르트 포터블을 펼쳐, 그대로 수많은 틈새의 입구를 막아버린다. 내구도 자체는 저 한방을 막을 수 있을만큼인것 같지만, 아무래도 수가 많아서 전부 다 틀어막진 못했다. 그 결과.

 

- 파드드득!!

 

"아아아아아악! 씨발!!!"

 

전신이 불타는듯한 감각에 자연스레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라인하르트 포터블로 기세를 막고 고통 제어가 들어갔음에도 이 데미지니, 정빵으로 맞았으면 진짜로 3번은 죽었을거다. 그래도 살아나겠지만.

 

남은 시간은 7분.

 

"그만 좀... 깝쳐!"

 

누관검을 뽑아들고, 프라이드를 향해 달려나간다. 하지만 그 경로를, 파도같이 밀려드는 미니언의 떼가 가로 막는다.

 

"비켜어어어어!!!"

 

누관검에 마력을 집중해, 그 검신을 검기로 감싸 리치를 늘린 뒤 끊임없이 휘두른다. 한방 한방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미니언이라는 이름의 검은 바다를 극적으로 갈라놓지만, 다음 순간엔 이미 다른 미니언들이 갈라진 틈을 메운다. 대체 씨바, 얼마나 많은거야?

 

"그렇다면!"

 

누관검에 한계치까지 마력을 담아, 그대로 프라이드를 향해 던진다. 물론, 누관검은 이내 미니언들의 파도에 쓸려 모습을 감추지만...

 

"빛나라아아아!!!"

 

- 핑! 퍼어어어어어엉!!

 

빛과 함께, 마력폭발이 일어나 주위를 모두 쓸어버린다. 지속성이 있는 폭발인지라, 아까처럼 바로바로 경로가 막혀버리진 않는다. 이때다!

 

"흐오오오오오오!!!"

 

폭발 속으로 몸을 던져, 그 중심에 있는 누관검을 다시 들고 이번에야 말로 프라이드에게 급접근한다.

 

"후훗, 노력상이야."

 

그때, 비웃음과 함께 프라이드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엔 정신을 잃은 코이시가 나타난다. 내가 앞뒤 안보고 공격하리라 생각해서, 이런 장난을 친것이리라.

 

"읏차!"

 

누관검을 바로 칼집에 넣고, 코이시의 몸을 받아든다. 치명상을 입은건 아니지만, 치료가 필요한건 사실이다. 적어도, 이곳에 놔두는건 위험한데...

 

"수상소감은 비명으로 부탁할께~"

 

"!"

 

한순간, 주위가 어두워진다. 모든 방향에 틈새가 열려, 주위의 빛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틈새의 너머엔, 아까의 그 하얀 광선 공격이 쇄도하고 있다. 거의 제로거리에서의 저 공격.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만 코이시는 그게 안될테지. 그렇다면!

 

"봉우리져라, 카자리!"

 

연산능력 과부하로 인해 생기는 흉통과 함께, 손엔 카자리가 나타난다. 베는것은, 이 틈새!

 

"하앗!"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사라지는 틈새들. 하지만 어째선지 어둠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는건.

 

"유감이네. 한번 더 남았거든."

 

프라이드의 비웃음과 함께, 한겹 더 쳐져 있던 틈새의 우리에서 하얀 광선이 쇄도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피한다.

 

하지만.

 

"유감이네. 너 이거 너무 남발했어."

 

"무슨...?"

 

"피어라, 카자리!"

 

흉통이 한번 더 오면서, 카자리의 검신이 나뉘어지기 시작한다. 검신 사이사이엔, 가시덩굴 형태의 줄이 이어져 있다. 이것이 카자리의 제 2형태.

 

"흩어져라!"

 

검신이 따로따로 분리되며, 광선을 벚꽃잎으로 바꿔버리며 주위를 날기 시작한다. 기본은 사복검이지만, 이런 판넬같은 운용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지속시간이 있고, 제 1형태의 연산능력의 3배는 사용한다는 점이지만... 지금같은 상황엔 쓸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문제가 되는 지속시간이라는게 현 시점에선 1시간이니, 그 부분은 사실 문제 없다.

 

"큭..."

 

코이시의 몸을 벡터 조종으로 날려 결사결계의 뒷편으로 보내버린 후, 가슴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는다. 젠장, 가슴이 불타는듯이 아프다. 실제로 가슴팍에 꽂혀진 마계신의 상징이 엄청난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쩐지 고기 굽는 냄새가 난다 싶더니, 가슴 언저리가 단어 그대로 구워지고 있었군.

 

"감탄했어. 그 상황을 완전히 헤쳐나갈 줄이야."

 

"감탄했으면 그냥 얌전히 모가지를 내주면 안될까?"

 

"농담을 할 정도인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나보네."

 

- 피융! 파삭!

 

광선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등 뒤에서 벚꽃잎이 내려온다. 프라이드가 사각에서 공격해 온걸, 카자리의 판넬이 자동으로 막아버린 것이리라.

 

"사각에서의 공격을!?"

 

"꼬우면 너도 사이코 프레임 떡칠하던가."

 

사실 나도 없지만.

 

남은 시간은 6분.

 

"코이시도 안전구역이고, 이쪽은 최종병기까지 꺼냈거든? 자, 이제 다음 수는 뭐지? 프라이든지 뭔지 하는 아가씨."

 

"작전은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어!"

 

프라이드의 등 뒤에서 거대한 틈새가 열리더니, 말그대로 파도처럼 미니언들과 솔져들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 작전이라는게, 결국은 인해전술이었던거냐. 뭐, 아까도 말했지만 결사결계에 대응하기 위해선 저 작전이 가장 유효하긴 하다.

 

내게 대응법 따윈 없다. 그저 무식하게 저것을 받아줄 뿐. 거진 5분 남짓 버티면 이쪽이 이기는거고, 아니면 지는거지.

 

"가라, 판넬!"

 

다시 잘게 나누어진 카자리의 검신이, 총알과도 같은 속도를 내며 적들을 향해 날아간다. 내가 변환한 적이 있는 존재가 아닌 이상, 저 상태의 카자리가 자동으로 존재변환을 시키는건 불가능하지만... 애시당초, 카자리는 존나게 단단하다. 존나 단단한게 초고속으로 날아오면, 당연히 아프지.

 

- 파바바바바박!!!

 

"쩔어 쩔어."

 

아공간에서 프○글스를 꺼내 씹으며 판넬의 활약을 구경한다. 크기가 작은 카자리의 검신은, 미니언과 솔져의 목과 머리만을 노려 베어내고 있다. 그 뭐냐. 대학 졸업식때 학사모 던지는 그런 느낌으로 머리가 붕붕 날아다니는걸 보고 있으니 장관이로군.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머임?"

 

갑자기, 미니언들이 달려오는걸 멈추더니 빠르게 모이기 시작한다. 검은 파도는 검은 덩어리가 되더니, 하나의 거대한 미니언이 된다. 크기는 아까전의 란보다 좀 더 큰 정도. 거기다가.

 

- 푹!푹!푹!

 

"파오후신가;;;"

 

저 거대 미니언을 족치기 위해 진입한 판넬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반응은 있는걸 보면 파손된건 아닌거 같은데, 저 살(?)에 끼어서 움직이지는 못하는것 같군.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자신감 넘치는거 보소. 근데 있잖아."

 

프○글스의 통을 아공간에 던져 놓고, 용맹하게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거대 미니언을 올려다보며 발을 구른다. 충격으로 떠오른 카자리의 손잡이를 붙잡고, 그대로 당긴다.

 

- 파샤샤샥!!

 

"크오오오오오오오!!!"

 

"처음부터 사복검이라고 말했자녀."

※말 안했음.

 

미니언의 살에 끼어있던 판넬은 그대로 그 살을 모두 찢어버리며 나와, 다시 손잡이 위로 모인다. 이쯤되면 촌극이구만. 뭐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유카리랑 싸운다고 생각하고 기합 빡주고 있었는데 굉장히 실망스럽다.

 

남은 시간은 5분.

 

"겨우 이정도로 이겼다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우이하루?"

 

"그 말이 패배 플래그인것도 알고 있지?"

 

"그건 어떨까!"

 

다시 한번, 무수히 열리는 틈새. 그것도 완전히 결사결계에 딱 붙어서 나타난다. 무슨 공격을 가할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저렇게 아예 제로거리에서 쏘아버리면 요격하지 못할거라 생각한건가.

 

으음, 아픈 곳을 찔렸는걸. 결사결계를 움직이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한번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정해져 있다. 정해진 거리 이상을 한번에 움직이게 되면, 결계가 불안정해져서 파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애시당초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못하는 시점에서, 저런식의 공격은 피하지 못한다.

 

- 빠아아아앙!!

 

"뭔 소리...으으윽!!!"

 

마치 온몸을 곤봉으로 수백번 두들기는듯한 충격에 나도 모르게 주춤한다. 씨바, 설마...!

 

"뭔 씨바 열차를 쳐박고 있어!"

 

틈새에선 수많은 열차가 튀어나와 내 결계에 갖다박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저런 공격을 한적이 있다고 전에 마리사한테 들었던거 같은데...!

 

"옛날 공성전에선, 이런식으로 문을 두들겨서 부쉈다고 하지. 우이하루, 네 문은 언제 부숴질까?"

 

"조까고 있네!"

 

안부서지니까 더 빡치는거지 시벌. 대체 시속 몇킬로로 쳐박은거야? 존나 아프네 진짜.

 

"그렇다면 한번 더! 그리고, 이 아이들도 같이~""

 

다시금 결계에 틈새가 바짝 붙어서 열리고, 프라이드의 등 뒤에선 또 다시 엄청난 양의 미니언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잠깐 실망했다고 이 지랄이냐. 참 좆같은 년이로군.

 

"한번 당했다고 또 당할거라고 생각하냐! 판넬!"

 

다시금 나뉘어진 카자리의 검신은, 프라이드의 틈새를 지우는것과 동시에 미니언들에게 쇄도하여, 그 목을 상당 수 날려버린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양이 너무 많았던 모양인지라.

 

- 쿠우웅!!

 

"어윽!!"

 

미처 막지 못한 틈새에서 튀어나온 열차가 결계에 박혀, 또다시 큰 데미지를 준다. 게다가 이전보다 쌔지지 않았냐, 이거?

 

...아니로군. 이거, 내 마력이 한계에 달하고 있는거였어. 마력이 부족해져서 고통 제어가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는거다.

 

설마 마력이 부족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하긴, 더블 이미테이션을 연속으로 두번 쓰고 거의 그 직후에 결사결계랑 카자리를... 그것도, 제 2형태를 개방해서 쓰고 있으니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긴 하겠지만.

 

이대로면 마력 회복이 소모에 따라가질 못해서 곧 마력이 앵꼬날꺼다.

 

남은 시간은 4분.

 

내 할일은 유유코 아씨가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봉인할때까지 여기를 막는 것. 즉, 결사결계는 절대로 못 푼다. 다행히, 결사결계만을 켜놓은 상태라면 어떻게 4분은 버틸 수 있을거 같은데. 반대로 말하면, 더이상 저항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뭐... 선택지가 하나 뿐이라면.

 

"이런 젠장."

 

이거 아무래도, 좆된거 같다.

 

 

 

 

 

 

 

 

 

 

 

 

 

 

 

 

 

 

 

 

 

 

 

 

 

 

 

 

 

 

 

 

 

 

 

 

 

 

 

 

 

 

 

 

 

 

"핫!!"

 

한순간, 아이리의 머리털이 곤두섰다가 내려온다.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는 렌카와 유키나.

 

"언니야, 그거..."

 

"아이리 언니의 위험감지 능력..."

 

"이 지브리같은 연출은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데 말이죠..."

 

투덜거리며 머리를 메만지는 아이리. 하지만 그녀의 털이 곤두섰다는건, 환상향의 존속에 상당한 위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지표이기도 했다. 즉.

 

"대체 뭘 하고 있는거에요, 우이하루..."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이리. 뭔가를 생각하던 렌카는, 고개를 들고 아이리를 바라본다.

 

"언니, 여기는 저희에게 맡기고 올라가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맞데이. 언니야 머리털 곤두서는거 진짜 오랜만에 봤다 아이가. 오빠야 위험한거 아이가?"

 

"그럴거 같긴...한데..."

 

무표정으로 보이는 렌카의 얼굴에서 지금도 식은땀이 흐르는걸 바라보며, 아이리는 머뭇거린다. 지금 자신이 여기서 빠지면, 지금도 힘든 렌카에게 더욱 더 부담을 주는게 아닐까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농땡이 부리고 있는 유키나를 더 혹사시키면,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겁니다."

 

"음마야... 들켰노..."

 

렌카와는 다른 의미로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하는 유키나.

 

"각오하십시오. 유키나."

 

"그, 그렇다 카니까 언니야는 걱정 말고 갔다 온나. 그 사이에 내는 렌카 언니야한테 메챠쿠챠 당할끼니까."

 

"...알겠어요. 그럼 여길 부탁해요."

 

고개를 끄덕이는 렌카와 유키나를 돌아본 아이리의 몸이 붉은 빛으로 감싸이기 시작한다.

 

"언니야, 그거 몇번을 봐도 트랜잠 같노."

 

"언니가...아니, 우리들이 ○담, 입니다."

 

"...너희들, 우이하루한테 너무 영향 많이 받은거 아니에요?"

 

쓰게 웃는 아이리. 그러고는, 아이리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렌카의 결계에 닿기 직전, 결계에 구멍이 뚫려 그녀만이 결계 바깥으로 나간다.

 

"어라?"

 

고속으로 명계에 향하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아이리. 결계 밖의 분위기가, 그녀가 생각했던 그것이 아니었던 탓이다. 지금쯤이면,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거의 만개 직전에 달해 이곳저곳에 죽음의 기운이 풍겨야 정상일텐데.

 

"너무 평화로워요."

 

아이리는 여기저기서 요정이 나타나는걸 훑어보며 미간을 찡그린다. 리프레인중엔 환상향의 요정들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본디 환상향의 요정은 위험한 요괴의 근처에 많이 나타나, 그 위험을 알리는 역할을 하지만 리프레인은 예외였다. 하지만, 이건 마치 평범한 환상향의 풍경 같지 않은가.

 

평화로운 풍경에 오히려 오한을 느끼며, 더욱 가속하는 아이리. 저 멀리 보이는 명계의 입구가 파손되어 있는걸 확인한 그녀는, 빠르게 파손된 틈새로 들어간다.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기운이, 없다구요?"

 

명계에서라면 지금쯤 흘러넘쳐야할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기운이 사라진것에 깜짝 놀란 아이리. 우이하루의 추측에 따르면, 이번 리프레인의 이레귤러는 사이교우지 유유코. 생전에 그녀가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봉인한 전적이 있는걸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납득이 안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리프레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그녀의 눈 앞에, 아직 수많은 미니언들이 있는걸 보면.

 

- 파직!

 

순간, 붉은 번개가 번쩍이더니 검은 파도는 그야말로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다. 렌카의 일격으로, 미니언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소멸한 것이다.

 

"뭔가 잘못됐어요."

 

중얼거리며, 아이리는 빠르게 계단을 오른다. 애시당초,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봉인에 성공했다면 리프레인은 사실상 끝난거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그녀의 위기 감지 능력이 발동됐다는건, 뭔가 심각하게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

 

미니언들을 번개로 폭파 시키며 이윽고 도달한 정원엔, 뭔가 거대한 결계가 쳐져 있었다. 결계의 여기저기엔 틈새가 열려 있고, 그곳으로 부터 계속해서 충격음이 들려오고 있다.

 

"이건, 결사결계... 우이하루!"

 

"어머? 이거 그리운 얼굴이네."

 

결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이하루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리의 앞길을, 야쿠모 유카리가 막아선다. 아니, 아이리 또한 그녀의 기운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게 그녀는, 최근까지 악의에 의해 먹혀 있었기에.

 

"프라이드..."

 

"정말 유감이야. 당신의 새 주인, 부서져 버린거 같은걸."

 

"우이하루에게 뭘 한거에요!"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난 그냥 결계를 부수고 있었을 뿐인걸."

 

"큭...!"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프라이드에게 번개의 창을 던지는 동시에, 우이하루에게 달려가는 아이리. 그리고 그녀가 본 것은.

 

"이건..."

 

선 채로 몸을 비틀거리는 우이하루였다. 그의 눈엔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고 있고, 머리는 아무렇게나 풀어지고, 옷은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그의 몸단장은 전부 마계신의 상징이 해주고 있다. 그것이 발동되고 있지 않다는건, 그가 심각한 마력부족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몸이 비틀거리는 것은, 결사결계로 오는 충격이 몸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윽고.

 

- 스르르...

 

결사결계가 사라지며, 그의 몸이 무너진다. 그 몸을 받아드는 아이리는, 그 끔찍한 몸 상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장은 파열되고, 마력계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유키나가 야고코로 에이린과 합작을 해야 겨우 나을 수 있을 정도의, 끔찍한 상태.

 

최악인건 그에게 아직 의식이 있고,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으어...니미 씨발..."

 

"정신 차려요, 우이하루!"

 

"...닥쳐, 빨갱이... 머리 울린다..."

 

힘겹게 웃으며 신음을 흘리는 우이하루. 마력이 거의 없어, 고통 제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사결계를 유지했음에도 아직 이런 소리가 나오다니. 아이리는 이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그의 경박함에  마음속에서 경의를 표했다.

 

"다 끝났어요. 우이하루. 사이교우 아야카시는 봉인됐어요. 이레귤러인 사이교우지 유유코가 해냈다구요."

 

"그르냐... 야... 부탁 하나 하자..."

 

- 툭!

 

겨우겨우 열린 아공간에서 떨어진 것은, 카메라.

 

"유유코 아씨...지금 모습 좀... 잘 찍어놔라... 나중에 보면서... 딸이나 치게..."

 

"...미친. 이 상황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요!?"

 

"머리 울린다니까, 씹새꺄... 부탁 좀 하자...지금 아씨...개꼴린다고..."

 

"하아... 그럴께요. 그러니까 지금은 닥치고 누워있으세요."

 

지금까지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그정도의 보상은 있어도 괜찮겠다, 라고 생각한 아이리는 카메라를 줏어들고 우이하루의 얼굴을 본다. 어느새 정신을 잃은 그의 모습은 여전히 위태로웠지만, 당장은 죽지 않으리라.

 

"이제 전부 끝났어, 유카리."

 

그 때,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방향에서 조용히 유유코가 나타나, 입을 연다. 마치 유곽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에로틱한 의상에, 아이리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이하루, 이런 취향이었구나.

 

...그러던 아이리는, 문득 뭔가가 잘못됐다는걸 깨닫는다. '유카리' 라고?

 

"유유코..."

 

"이제, 그만 하자? 유카리가 보고 싶었던 생전의 나는 이제 없으니까."

 

"......"

 

유카리에게 애틋한 시선을 보내는 유유코와, 고개를 푹 숙인 유카리. 이렇게만 보면, 뭔가 백합물의 전개 같지만...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지금의 야쿠모 유카리를 그저 '이상해진' 유카리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야쿠모 유카리의 탈을 쓴, 다른 존재.

 

"큭!"

 

아이리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걸 느끼며 빠르게 손을 비색의 광검으로 바꾼다. 그리고, 유카리... 아니, 프라이드를 향해 쇄도한다.

하지만.

 

"바~보!"

 

- 삐융! 푹!

 

틈새에서 튀어나온 광선이, 정확하게 유유코의 왼쪽 가슴을 꿰뚫었다.

 

 

 

 

 

 

 

 

 

 

 

 

 

 

 

 

 

 

 

 

 

 

 

 

 

 

 

 

 

 

 

 

 

 

 

 

 

 

 

 

 

 

 

 

 

 

머여, 씨벌. 나 뒤진건가?

 

아니... 그건 아닌거 같고. 지난번에 '카자리'랑 만난 그 공간... 무슨 재부팅 시스템 비슷한 느낌의 이름이였는데. 아무래도 그건거 같다.

 

이야, 이번엔 고생 좀 했구만. 아까까지만 해도 차라리 죽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을 수백번을 한거 같은데. 지금 좀 괜찮으니까 곧바로 살만해지는구만. 마계신의 상징엔 멘탈 케어 기능도 있는걸까?

 

- ...안됩니다. 아가씨. 아무리 그래도 그 요괴의 말을...

 

"머여, 씨벌(2)"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냐, 이 하야미 쇼 같은 목소리는... 들어본적 없는데.

 

- 괜찮아요, 요우키. 유카리는 이것저것 숨기고 있는게 많지만, 그녀는 신뢰할만 한걸요.

 

이 목소리는, 유유코 아씨? 게다가 뭔가 좀 젊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좀 앳된 느낌인데?

 

- 아무리 그래도, 아씨의 목숨을 바쳐야 하는 술법이라니요! 이 요우키, 납득 할 수 없습니다!

 

- 하지만 저것을 봉인할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면...

 

"...혹시나, 이거. 누관검의 기억?"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누관검의 기억을 듣고 있는것 같다. 무슨 사운드 드라마 듣는 기분인걸. 곤방하야밍.

 

- ...요우키. 그럼 저는 가요.

 

- 안됩니다, 아가씨!

 

- 후훗, 걱정마요. 저, 이래뵈도 이것저것 현세에 미련이라던가 많거든요? 혹시나 망령이 되서 요우키의 앞에 나타나면, 아는 척이라도 해주셔야해요?

 

"꽤나 크레이지한 성격이구만."

 

이게 생전의 유유코 아씨였단 말인가. 내가 아는 유유코 아씨는 뭔가 종잡을 수가 없는 아가씨였는데 말이지. 생전엔 다른 벡터로 종잡을 수가 없었군.

 

- 유유코!

 

- 미안해, 유카리. 나 머리가 나빠서, 결국 유카리가 알려준 이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더라.

 

-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 보이겠어!

 

- 기다리고 싶은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시간이 없는걸. 사이교우 아야카시는 이제 임계치야. 더 방치했다간, 나라 전체가 위험해져.

 

대화를 듣는 도중, 정보가 머리속에 흘러들어온다.

 

사이교우 아야카시, 인간을 자살로 내몰아 죽이고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요괴 벚나무. 이 나무는 사이교우 법사, 즉 사이교우지 유유코의 아버지의 시 한 편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적어도 죽을때는 벚나무 아래서 죽고 싶다는, 병상에서의 한 편의 시. 그 '벚나무'가 사이교우 법사가 있던 절의 벚나무가 아닐까 라는 소문에서부터, 사이교우 아야카시는 태어났다.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고, 죄없는 희생자가 계속 생겨나는걸 보다 못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봉인하기 위해 수행을 시작한다. 그때, 유유코의 앞에 나타난 것이 야쿠모 유카리.

 

유카리는 스승으로써, 친구로써 유유코와 친해졌고, 유유코는 그 타고난 총명함으로 그녀의 지식과 술법을 점점 배워나갔다.

 

연구를 하던 도중, 유카리는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봉인을 위해선 사이교우의 피가 한번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를 유유코에게 알려준다. 물론, 알려준 직후에 후회했지만 쏟은 물은 어쩔 수 없는 것.

 

시간이 갈 수록 강해지는 사이교우 아야카시. 이윽고, 봉인을 하기엔 거의 역부족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유유코는 스스로를 희생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진짜로 현세에 미련이 많았던 탓인지,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생전의 기억을 거의 다 잃은채 망령으로써 제 2의 삶(?)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사이교우지 유유코.

 

그리고 아까전의 대화에서 나온 요우키라는 자는 콘파쿠 요우키. 누관검의 전 주인인 모양이다. 요우무의 할아버지 겸 검술 스승. 지금은 어디서 뭘 하는지 불명.

 

기억은 사운드 드라마의 샘플마냥 단편적으로 재생되고 있지만, 모든 내용은 누관검으로부터 직접 머리속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이정도로 그녀들에 대한 기억이 자세하게 남아 있는걸 보아, 요우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들을 지키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가만, 왜 입욕씬도 있는거야? 머임 이 할배?

 

아무튼, 누관검의 기억속에서의 그녀들은 그야말로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가르치는데엔 명백하게 하자가 있는 유카리와,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들어 자신의 지식으로 삼는 유유코. 시간이 지나면서, 유유코는 유카리가 놀랄정도의 실력을 지닌 술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게 천재라는거겠지.

 

솔직히, 이정도가 되면 유카리가 유유코 아씨의 생전모습을 다시 보기 위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되살리려고 하는것도 이해가 되...

 

...가만? 이건 어디쯤의 기억이지?

 

- 유유코님, 무슨 일이십니까.

 

- 요우무. 잘 들으렴. 유카리는 그저 내 예전 모습을 보고 싶어할 뿐이야. 그러기 위해선 요우무의 협력이 필요하단다. 하지만...

기억속의 유유코 아씨의 미소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 이런 방식으론, 곤란해. 그러니까...[사명]을 다하렴.

 

풀썩,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점에서, 유유코 아씨가 요우무의 몸에 세공을 한 것이겠지.

 

정리하자면 그거다. 이번 리프레인은, 생전의 사이교우지 유유코를 만나기 위해 야쿠모 유카리가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다시 한번 만개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어째서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만개하면 생전의 유유코 아씨와 만날 수 있는가?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그 부분은 이전 춘설이변에서 뭔가 예상치 못한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사실만은 정보로써 남아 있다.

 

 

 

 

 

 

 

 

하지만, 애시당초 이번 이변에 유카리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유카리의 몸을 하이잭하고 있는건, 프라이드라고 불리는 악의의 특수개체. 즉, 프라이드는 유카리의 행세를 하며 이 이변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프라이드는 아까까진 유카리의 능력의 반도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점점 힘을 사용하는데 익숙해 지고 있었다. 놔두고 있다간, 손쓰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리라.

 

사이교우 아야카시는 재봉인 되었다. 이제 남은건, 프라이드를 구축하는것 뿐인데...

 

젠장, 슬슬 눈을 뜨란 말이다. 아직은 잘때가 아니라고.

 

 

 

 

 

 

 

그리고, 눈을 떴을때

 

"바~보."

 

- 삐융! 푹!

 

프라이드가 쏘아낸 하얀 광선이, 유유코 아씨의 왼쪽 가슴을 꿰뚫고 있었다. 망령이라 해도, 아니. 오히려 망령이기에 인간으로써의 약점을 당한건 매우 치명적이리라. 이매망량은 정신적 충격에 약하다. 심장을 꿰뚫렸다는 충격은, 더할 나위 없는 일격이다.

 

"...다행이야."

 

"하?"

 

지금도 사라질듯한 미소를 머금으며, 유유코 아씨는 말했다.

 

"네가, 유카리가 아니라서..."

 

그 말을 남기고, 유유코 아씨의 몸이 스러진다. 거기서 부턴, 검은 기운이 아닌 무지개빛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천천히, 프라이드의 얼굴을 본다. 비웃음에 가득찬 그 얼굴. 하지만 그 오른쪽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흐르는게 보인다.

 

"아..."

 

유카리의 의식은 살아 있었다. 유카리는, 프라이드라는 감옥에 갇혀 지금까지의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벗을 쏘는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했을까.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그건 알 수가 없다. 감히 내가, 그걸 가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네년만은, 절대로 용서 안해."

 

마력은 거의 바닥이고, 온몸은 움직일때마다 삐걱인다. 어느샌가 눈앞이 붉게 물들고 있다. 피눈물이라도 흘리고 있는걸까.

 

"야, 겨우 이정도냐. 마계신의 힘은..."

 

- 쩌적!

 

마력 생산을 요청하자 마계신의 상징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곧 부서질것만 같이, 금은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더 내놔. 조까지 말고."

 

저 씨발년을 찢어버릴때까진, 못 멈춘다.

 

 

 

 

 

 

 

 

 

 

 

 

 

 

 

 

 

 

 

 

 

 

 

 

 

 

 

 

 

 

 

 

 

 

 

 

 

 

 

 

 

 

 

 

"응?"

 

문득 프라이드가 유유코를 보자, 그녀의 상처는 이미 치유된채 누군가에 의해 안겨 있었다.

 

"......"

 

그녀의 곁에 있는건 웨이브진 금발의 소녀. 모르는 누군가가 봤다면 한순간 야쿠모 유카리라 착각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거기 있는건, 우이하루였다.

 

"우이하루. 그 모습... 죽기 직전이라고 발악하는거야?"

 

살짝 겁먹으면서도 얼굴에 걸린 비웃음은 거두지 않은채, 프라이드는 우이하루에게 말을 건다. 살며시 유유코의 몸을 바닥에 눕힌 우이하루는, 살기등등한 눈을 프라이드에게 향하며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몸은, 프라이드가 보아도 매우 약해져 있었다. 오른발은 고장난듯이 후들거리고 있었고, 한쪽 동공엔 빛이 없다. 확인되는 마력량도 아까보단 나아졌다고 하나, 심각하게 부족했다.

 

"우이하루! 내가 견제를...윽!?"

 

그때, 그야말로 섬광이 되어 프라이드에게 쇄도한 아이리. 하지만 그 아이리의 몸은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쇠사슬에 칭칭 묶인다.

 

"어떻게!?"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였음에도, 자신이 느릿한 쇠사슬에 묶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면서, 땅으로 떨어지는 아이리.

 

"???"

 

아공간에서의 공격. 즉, 우이하루가 아이리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프라이드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내 먹이에..."

 

한걸음 한걸음 프라이드를 향해 걸어가는 우이하루의 가슴팍에 꽂혀 있는 마계신의 상징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손 대지마."

 

"큭! 죽다만 년이!"

 

한순간에 수천개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프라이드. 이레귤러인 유유코가 사라진 덕분에, 그녀의 능력은 통상의 유카리를 넘는 수준까지 올라가 있었다. 모든 틈새는 그 성질을 다르게 하여, 우이하루가 유카리의 능력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인 '카자리'에 대한 대책 또한 되어 있는 상태이다. 여기서 우이하루가 섣불리 카자리를 써버리면, 틈새를 지우지 못하는것과 함께 큰 틈이 생겨버리리라.

 

틈새에서 불러오는건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스페이스 데브리. 이걸로 그녀의 몸은 산산조각이...

 

"......"

 

- 쨍그랑!

 

하지만 다음 순간, 우이하루가 손을 허공에서 휘젓는것 만으로 틈새는 마치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조각나 사라진다.

 

"뭐...? 아아악!!"

 

자신의 공격이 한방에 무효화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프라이드의 팔을, 우이하루가 누관검으로 베어넘긴다. 프라이드는 급히 거리를 벌리기 위해 등 뒤에 틈새를 열어 이동하려고 하지만...

 

"잡았다."

 

그녀의 멱살을 잡으며, 우이하루는 보는 것 만으로 그 틈새를 닫아버린다. 이미테이션 - 야쿠모 유카리. 그녀의 금발은, 유카리의 능력을 베끼고 있다는 증거였던 것.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이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이하루가 아공간에서 엄청난 양의 일본도를 꺼내, 완전히 제로거리에서 전탄발사를 해버린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악!!!"

 

"내 여동생 몸에서... 나가!"

 

내장은 흘러나오고, 온몸에 일본도가 꽂혀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는 프라이드의 몸을 바닥에 내려 꽂은 뒤, 우이하루는 손에 든 백루검으로 그녀의 심장을 찌른다.

 

"아...악...내가...이렇게..."

 

흘러나오는 악의의 기운. 그것을 확인한 우이하루는 한방에 그녀의 몸에서 모든 칼을 뽑아낸 후, 그 머리색을 약간 회색끼 도는 은발로 바꾼다. 이미테이션 - 이자요이 사쿠야.

 

"역행."

 

그녀는 그대로 유카리의 몸을 역행시켜, 그 몸을 공격받기 전으로 되돌린다. 의식을 지배하던 프라이드의 존재는 되돌리지 않았던 탓에, 야쿠모 유카리는 여전히 정신을 잃은채였다.

 

"이게... 무슨..."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흘리는 아이리. 그야말로 한순간에, 그렇게 고전하던 프라이드를 소멸시킨 우이하루. 하지만 모든것을 끝냈을 터인 그녀의 눈빛에, 아직 살기는 남아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커졌다.

 

"어디...가냐...개씨발년아!!!!"

 

야쿠모 유카리의 몸에서 흘러나온 악의의 기운을 따라 날아가는 우이하루.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깜짝놀라는 아이리였지만, 그녀는 금방 눈치챘다.

 

프라이드는 죽지 않았다. 그저 악의의 본거지로 돌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 증거로, 시각적으론 거의 보는게 불가능한 크기로 틈새가 열려 있었다. 아이리는 이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막을 방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우이하루라면. 추적이 가능하다.

 

"찢어 죽여버리겠어!"

 

살기등등한 말을 내뱉으며, 자신이 연 틈새로 사라지는 우이하루. 우이하루가 사라진 덕인지, 아이리를 묶고 있던 사슬이 저절로 풀린다.

 

"아이리쨩...?"

 

"코, 코이시님?! 괜찮으세요?"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아이리가 돌아보자, 거기엔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코이시가 있었다. 우이하루만큼의 부상은 아니었기에, 조금만 휴식하면 어느정도 회복이 되리라.

 

"나는...괜찮아. 우이는?"

 

힘겹게 몸을 일으킨 코이시가 옆의 벚나무에 기대 앉으며 아이리에게 묻는다.

 

"우이하루는... 프라이드를 추격하러 갔어요. 엄청났다구요. 평소의 우이하루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살기등등해서... 막 가슴께에서 푸른 불꽃도 튀어나오고... 조금 무서웠어요."

 

"...잠깐, 아이리쨩. 푸른 불꽃이라고 했니?"

 

아이리의 말에 부상때문에 새하얘진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린다.

 

"네... 무슨 일이세요? 어딘가 아픈 곳이라도..."

 

"아이리쨩이 본게 맞다면, 우이는 이대로 놔두면 곧 죽을꺼야. 빨리 데려와야해."

 

"네!?"

 

 

 

 

 

 

 

 

 

 

 

 

 

 

 

 

 

 

 

 

 

 

 

 

 

 

 

 

 

 

 

 

 

 

살의만으로, 몇개의 세계를 지난다.

 

머리가 몇번이고 터져나가는 감각을 느끼고,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또 몇개의 세계를 지난다.

 

그저, 용서 할 수 없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나는 그것을 쫒았다.

 

그리고, 도달한 곳은.

 

"...뭐야, 여기."

 

마치, 환상향을 디지털화 했는데 그래픽 오류가 난듯한, 사이키델릭한 장소가 펼쳐져 있었다. 나무엔 흐르는 물의 모습이 있었고, 풀에는 흐르는 구름이. 그리고 하늘은 마치 박살난 유리창마냥 조각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그 호로새끼부터 조지지 않으면...!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이 리미터나 해제 하고 말야... 야."

 

그때.

 

"넌 아직 준비가 안됐어, 새꺄."

 

"ㅁ...아악!!!"

 

왠지 들어본적 있는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몸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다. 몸은 닫혔을 터인 여태까지의 틈새를 역주하며, 쭉 날아간다.

 

- 좋은 모닝콜이었다. 나중에 보자고.

 

시야 구석에 메세지가 잠깐 떴다 사라지고, 내 몸은 바닥에 세게 부딪친다.

 

"어윽, 씨발..."

 

"우이!?"

 

"우이하루!"

 

등에 꽂히는 충격을 맛보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아이리를 본다.

 

...아이리? 그렇다는건, 여기는 내가 있던 환상향?

 

"몸은 괜찮아요?"

 

"넌 시바 사람이 등부터 맨땅 떨어졌는데 괜찮아 보이냐?"

 

"열차가 정면으로 박아도 사지멀쩡하게 사는 사람이 이제와서 뭔 소리래요."

 

"마력 없어서 고통은 거의 100%란 말이다... 몸은 아까보단 나아진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죽을 각오로 수많은 틈새를 열어서 세계이동을 한것 치고는 몸 상태가 상당히 양호하다. 마력만 엄청 고갈됐다 뿐이지, 생각보다 괜찮은데?

 

"머시여?"

 

문득 가슴께를 내려다보니, 본래는 붉은색이어야 할 마계신의 상징의 형태가 상당히 바뀌어 있었다. 뭐랄까. 이전의 형태는 소울스톤 같았다면 이번엔... 음양옥? 그래. 이 형태는 음양옥의 그것이다. 대신 색이 붉은색과 흰색.

 

뭐, 하다보면 바뀌는갑지.

 

나도 내 몸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말이야. 어느 정도냐면 사정을 하얀 오줌이라고 말하는 쇼타 캐릭 레벨이다.

 

"우이, 정말 괜찮은거 맞아?"

 

"괜찮다니까... 아니, 그보다 코이시 네쪽이 더 빡세보이는데."

 

"이정도면 침바르면 나아."

 

"요새 열혈물 주인공도 안하는 대사를..."

 

하지만 잘 보면, 요괴로써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진 않은거 같다. 그녀의 말대로, 침바르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상하네요. 우이하루, 아까전의 데미지는 다 어디간거에요?"

 

"내가 어케 아냐. 나도 내 몸이 멀쩡해진게 이해가 안되는구만. 그보다, 이걸로 끝난거지?"

 

프라이드 the 씨발년은 결국 완전히 죽이지 못했지만, 쫒아가는 중에 카자리로 꽤 데미지를 줬다. 패퇴하는 자존심이라는거, 생각보다 인식하기가 쉽더라고. 물론 카자리를 휘두를때마다 머리가 한번씩 터져나갔지만.

 

"그게 말인데, 우이. 뭔가 이상해. 아직 모두들 일어나지 못하고 있어."

 

"뭐?"

 

코이시의 말에 주위를 둘러본다. 쓰러진 유카리와 유유코 아씨는 당장 깨어나도 괜찮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 그리고 저 멀리, 사이교우 아야카시 앞에 누워 있는 환상향의 주민들 또한 아까에 비하면 상당히 혈색이 좋아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의식이 회복되고 있지 않다. 몬가...몬가 일어나고 이씀...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냐, 우이하루!"

 

"엥?"

 

들려서는 안되는 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돌아보니, 거기엔 모포만을 몸에 간신히 두르고 있는 란이 있었다.

 

"치녀가 나타났다!"

 

"닥쳐! 유카리님을 어떻게 한거냐!"

 

"유카리라면 괜찮아. 정신을 잃었을 뿐이니까."

 

그보다, 란은 어떻게 정신을 차리고 여기까지 온거지?

 

"우이,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데."

 

"저 변태 여우랑 싸울때, 어땠어?"

 

"ㅂ, 변ㅌ...?!"

 

"어땠냐니... 나뭇잎마을이나 지킬거 같은 거대한 구미호랑 싸웠는데?"

 

"거대한 구미호... 혹시, 미니언이 자기 몸으로 회복시키거나 그러진 않았구?"

 

"어케 알았어? 막 반자이 돌격으로 뛰어와서 자기 몸으로 회복 시키던데."

 

사스가 일본산 악의야...라고 말하면 누군가한테 혼나려나?

 

"야쿠모 란. 당신은 어때? 어디까지 기억나?"

 

"어디까지고 자시고, 나는 그 모습으로 저 망할 꼬맹이를 없애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다. 어째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기억이 난다고?"

 

악의에 물든 소녀들은 물든 당시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구미호인 란은 예외인걸까?...라고 생각하는건, 아무리 그래도 리프레인이라는 좆같은 이변을 너무 포지티브하게 생각하는거겠지.

 

"나는 유카리님께 부탁했지. 네놈이 여기에 온다는건 알고 있었으니, 너를 없애버릴 기회를 달라고. 그래서 유카리님은 내게 그 식을 준거다."

 

"유카리님, 말이지."

 

사실은 전혀 다른 개체인 프라이드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면, 아마 노발대발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굳이 알려줄 필요도, 의무도 없다. 나중에 가르쳐줘도 될거니까.

 

중요한건, 하나다.

 

"그렇다면, 란에게 들어갔어야 할 악의의 기운은 어디로 간거지?"

 

뭔가, 영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아니...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간다. 가는데... 제발 아니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안좋은 예감은 항상 맞더라고.

 

"아이리, 몸 상태는?"

 

"아직 한번도 안싸워서 움직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아야카시 앞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옮겨!"

 

"아, 알겠어요!"

 

내 말에 뭔가를 알아챈건지, 빛이 되어 인간들을 옮기기 시작하는 아이리. 내 걱정이 그저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그때, 보랏빛의 광채가 사이교우 아야카시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직후.

 

"큭!?"

 

"윽!"

 

"큿! 뭐냐, 이건!"

 

마치, 당장이라도 온몸의 힘을 무언가에 의해 빼앗길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이것은, 죽음의 기운. 여기는 명계인 만큼 죽음의 기운이 어느정도 멤돌기는 하지만, 오래 살지 않는 이상 인간에겐 크게 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건, 거의 후쿠시마의 방사능 수치 수준의 무언가다.

 

"...이런 젠장할."

 

한가지, 안좋은 예감이 있었다.

 

야쿠모 유카리의 힘을 가지고 있고, 악의로써의 지식이 있는 프라이드라면 뭔가 함정을 설치해 놓았으리라. 그리고 그녀는 약간의 가학적인 성격을 띄고 있었다. 유카리의 몸으로 희희낙락 유유코 아씨의 가슴팍에 광선을 꽂아 넣은 것이 그 증거중 하나.

 

그렇다면, 그 '함정'이라는 것에도, 그 가학적인 성격이 반영 되었을 확률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의 사실.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아래엔, 고명한 법사의 딸이 묻혀 있다.

 

 

 

 

 

 

 

 

 

身のうさを 思ひしらでや やみなまし

そむくならひの なき世なりせば

 

 

 

 

 

 

 

 

 

 

 

 

"이런 씨부럴."

 

완전히 졌을 터인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가지에서, 묵색의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나무의 앞엔, 한명의 소녀의 실루엣.

 

"우이!"

 

"코이시랑 아이리, 그리고 란은 인간들이랑 유카리, 그리고 유유코 아씨 데리고 대피해!"

 

원 상태로 돌아왔다고는 하나, 지금의 유유코 아씨가 죽음의 기운을 쐬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죽은 사람이니 또 죽지는 않겠지만, 상대는 악의의 기운 또한 포함하고 있다. 잘못되면 매우 곤란하다.

 

"우이하루는!?"

 

"몰라 시발. 나한텐 아직 할 일이 있는 모양이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이 몸은 회복 되어 있다. 마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몸이 움직인다면 싸울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애시당초, 이 중에 그나마 죽음에 대한 내성이 높은건 나밖에 없다. 죽음의 기운을 다소 쐰다고 해서, 내 영혼이 '몸뚱아리 속에서 곤니치와-!' 하고 튀어나올 일은 없다는 이야기.

 

"안돼, 우이! 지금처럼 지친 상태에서 저거랑 싸웠다간, 진짜로 죽을 수도 있어!"

 

...아무래도 곤니치와 할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코이시..."

 

"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는지, 조용히 나를 노려보는 코이시. 마음은 고맙지만, 여기서 내가 뒤로 빠졌다간 진짜로 환상향이 좆된다.

 

"승산은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봐."

 

"그 승산인지 하는게 어떤건지 가르쳐 주기 전엔 못가."

 

"......으음."

 

곤란한데. 왠지 모르게 이길거 같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렇게 말한건데, 저런식으로 나오면 할 말이 없는걸...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있을 시간은 없다. 저게 진짜로 활동을 개시하면, 이 곳에 있는 모두가 사이좋게 손잡고 염마님 팬미팅 간다.

 

그러고보니 환상향을 담당하는 염마님은 귀엽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진짜일까? 내 안에 있는 염마의 인상은 유○백서 아니면 호오○키의 냉철 정도인데.

 

아무튼 이럴땐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는게 답이다.

 

"그냥, 왠지 이길 거 같아."

 

"......풋. 겨우 그거 뿐이야? 지면 환상향이 끝나버리는데도?"

 

"그땐 그때 이야기지."

 

내가 쓰게 웃어보이자, 어쩔 수 없다는듯 크게 한숨을 쉬는 코이시.

 

"힘내. 우이."

 

"응. 자자, 저거 터지기 전에 빨리 빤쓰런 하라구."

 

"나 오늘 팬티 안입었는데?"

 

"...그런 커밍아웃을 원한건 아닌데."

 

"볼래?"

 

"나중에."

 

"......"

 

어라, 이상하네. 빠르게 움직여서 우리 이야기가 안들릴터인 아이리에게서 쓰레기를 보는듯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렌카 : 우이하루, 상황은 파악되었습니다.]

 

렌카? 결계를 푼거야?

 

[렌카 : 아이리 언니께는, 야쿠모 유카리가 격퇴되면 곧바로 신호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었습니다. 저희도 거기를 돕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유키나 : 오빠야! 렌카 언니야가 괴롭힌데이! 내 마력 엥꼬났는데 막 구라치지 말라카고... 내 간만에 울끼데이!]

 

[렌카 : 전 그런 상스러운 말투를 쓴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보아하니 야쿠모 란에게 들어갔어야 할 악의가 다른 곳에 심어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무래도 유유코 아씨의 사체에 심어져 있었던거 같더라. 근데 유유코 아씨의 시체엔 영혼도 없을텐데, 악의가 심겨진걸로 저렇게까지 되는거야?

 

[렌카 : 정확하겐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봉인한 시스템 자체에 침투한 것 같습니다. 우이하루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실루엣은, 사이교우지 유유코의 환영... 아니, 찌꺼기입니다.]

 

[유키나 : 이야기 들어보니까, 저 현상 자체는 지난번 이변때도 일어났다카더라. 어찌보면, 저것도 리프레인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다는건, 지난번 이변과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을거란 이야기야?

 

[유키나 : 그런거지. 근데 뭐라캐야하노... 그... 좀 빡실끼라.]

 

[렌카 : 기록에 의하면, 그 실루엣은 사이교우지 유유코의 전력을 다한 수준의 탄막...즉, 라스트 워드를 한정없이 뿜어냈다고 전해집니다.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요력이 다하고 자연스레 사라졌다고는 합니다만...]

 

유유코 아씨의 라스트 워드? 본 적 없는데. 어느정돈데?

 

하고 생각한 순간, 시야 구석에 영상이 하나 재생된다. 영상 제목은... 사이교우지 무여일반? 이게 유유코 아씨의 라스트 워드야? 음...

 

......이런 씨발. 이걸 한정 없이 쏘아낸다고?

 

[유키나 : 게다가 저건 탄막놀이니까 저렇게 틈이 있지. 지금같은 상황에서 저거 뿜어낸다고 생각해봐라.]

 

나 그냥 여기서 도망가면 안될까?

 

[렌카 : 저 상태의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뿜어내는 기운을 누군가가 막지 않으면, 지상에까지 죽음의 기운이 흘러넘쳐 결국 환상향이 절멸하게 될겁니다.]

 

안되는거냐... 젠장, 안그래도 코이시도 그런말을 하긴 하더라만. 농담이 아니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그 순서인지 뭔지는 어떻게 되는거야?

 

[렌카 : 아무래도 이걸로 순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걸로 판명난것 같습니다.]

 

어이. 안지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 한거 아니었어?

 

[유키나 : 오빠야가 자기 입으로 말하네. '어떻게 될지 모른다' 라고. 진짜 아무도 몰라가꼬 시도도 못해본거데이.]

 

흠... 과연, 그것도 그렇군.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확실히 간단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세상을 지키는 일이다. 일이 틀어질지도 모르는 시도를 하는건, 세상을 칩으로써 배팅 한다는 뜻이다. 내가 철화단 단장도 아니고, 환상향 전체의 목숨을 걸고 베팅을 할 수가 있을리가 없지. 그건 코이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렌카 : 어찌보면 좋은 정보를 얻은 셈이 됩니다. 우이하루가 거기에서 버텨준다면, 이번 리프레인은 확실하게 저희의 이득이 될겁니다.]

 

...유유코 아씨와 유카리가 받은 상처를 생각해보면 이득인지 어떤지는 고개가 갸웃해지지만...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다면, 이지만.

 

- 삐융!

 

"큭!"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중심으로 뿜어져나오는 여러줄기의 광선. 광선 하나하나에, 엄청난 밀도의 죽음이 밀집되어 있다. 저런걸 정통으로 맞으면 확실히 나라도 죽을 자신이 있다. 다행히 지금 광선의 궤도로는 내게 닿지는 않을거 같지만...

 

음? 가만 있어봐. 저거...?

 

렌카. 확인 하나만 하자. 뭐가 어찌됐던 저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에너지가 고갈 되면 끝이라는거잖아?

 

[렌카 : ?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저것이 뿜어내는 죽음을 배제하며 싸워야 할겁니다.]

 

굳이 싸울 필요 있어?

 

[유키나 : 뭐꼬. 오빠야, 뭐 떠오른거 있나?]

 

있지. 예를들어 저기 저 데스 레이가 닿고 있는 바닥. 저만한 죽음의 기운이라면 바닥에 뭐라도 일어나야 정상인데, 아무렇지도 않잖아?

 

[유키나 : 그런데 뭐?]

 

거기다가, 저 반짝이는 나비. 분명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흩날리는 벚꽃잎은 궤도 하나 바뀌지 않잖아?

 

[렌카 : ...혹시,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뿜어내고 있는 저것은...]

 

무기물엔 전혀 영향이 없는거 같은데. 거기다가 물리 에너지량도 없는거 같고. 그렇지 않냐?

 

[유키나 : 거기다가 투과성도 거의 없는거 같데이.]

 

죽음의 기운은 그 범위의 근처에 있는것 만으로 생명체에 영향을 주겠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렇기에 자체적인 물리량은 필요치 않다는 이야기이려나.

 

그렇다면 움직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저건 뭐냐고? 영상이다. 사이교우 아야카시가 이미지한 환상. 죽음의 기운을 띈, 말도 안되는 수준의 죽음의 비디오라 할 수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지.

 

"하아압!!"

 

아공간에서 두께 50cm 정도의 철제 감옥을 만들어, 사이교우 아야카시를 포함한 주위 30m를 그대로  봉쇄해버린다. 벡터 조종을 이용하여,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하게 밀봉시킨다.

 

그리고!

 

"이미테이션, 이자요이 사쿠야."

 

회색의 묶은 머리를 살짝 손가락으로 튕겨보이고, 공간을 인식한다. 이만큼 넓은 공간을 한꺼번에 가속하는건 마력을 꽤 잡아먹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지.

 

"가속!"

 

완전히 밀폐된 철제 감옥 속의 공간이 가속한다. 육안으론 보이지 않지만, 내겐 감옥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어지러이 움직이는게 보인다. 프라이드의 전투와 이 사이교우 아야카시의 폭주가 같이 일어났다면, 환상향은 끝장났을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프라이드 본인도 죽으니까 굳이 이 함정을 앞당겨 발동시키지 않았던거겠지만, 굳이 이 말은 해야겠다.

 

"바~보."

 

아, 근데 마력이...고갈 나고 있어...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죽음의 기운의 소멸을 확인. 이제 자도 되겠지?

 

"으어..."

 

마력을 너무 써서, 힘이 빠진다...

 

 

 

 

 

 

 

 

 

 

 

 

 

 

 

 

 

 

 

 

 

 

 

 

 

 

 

 

 

 

 

 

"...시끄러버라."

 

주위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뜬다.

 

눈을 떠보니, 익숙한 하늘이 보인다. 시야 구석의 저 지붕은, 분명 하쿠레이 신사의 그것이다. 그나저나 뒷머리에 느껴지는 이 살짝 차갑고 푹신한건 뭐지? 신종 마약베겐가 뭔가하는건가?

 

"어머, 우이쨩. 잘 잤니?"

 

"유유코 아씨... 뭐여, 이 시츄에이션은."

 

고개를 살짝 올려보니, 유유코 아씨가 생긋 미소짓고 있는걸...로 추정된다. 가슴때문에 얼굴이 잘 안보여. 그나저나 언제부터 이 소설이 오네쇼타물로 변한거지?...20살 넘은 나 자신을 쇼타라고 부르는건 아무리 그래도 에바인가.

 

"뭔 상황인지 설명...은 필요 없나."

 

옆을 보니 유카리가 레이무에게 술을 따르고 있고, 술주정하는 마리사에게 성희롱 당하는 요우무가 보였다. 앨리스는 한구석에서 사람들을 모아 인형극을 피로하고 있었고... 아니, 가만. 저거 무슨 인형극이야? 호라이쨩이 윈드밀을 쓰는데?

 

"유카리가 이렇게 해달라 하더라구. 뭔진 모르지만 수고가 많았다면서."

 

"아...뭐, 그런 셈이지."

 

유카리는 아무래도 어느정도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유유코 아씨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아씨는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 차라리 이레귤러 때가 오히려 알기 쉬웠을 지도.

 

[렌카 : 일어나셨습니까.]

 

오, 렌카. 너넨 어딨어? 여기 하쿠레이 신사엔 안보이는거 같은데.

 

[렌카 : 유키나는 명계에서 당신이 만든 벽을 철거중이고, 아이리 언니께선 거점을 수복중이십니다.]

 

...아이리한테 그런 스킬이 있는줄은 몰랐는데.

 

[렌카 :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재로썬 히나나이 텐시를 닦달해서 주위 지형을 평탄화시키고 있습니다.]

 

고귀한 천인님한테 나라시를 까게 한다니... 하긴 이번엔 텐시도 잘못한게 있으니. 벌 좀 받아야 해, 그 망할년은.

 

[렌카 : 저는, 우이하루 당신이 열었던 틈새의 좌표를 통해 악의의 본거지의 좌표를 특정지었습니다.]

 

그, 그런것도 할 수 있어? 아니, 그보다 그걸 벌써 끝낸거야?

 

[렌카 : 이전 마스터께서 절 강화시키실때, 최대한... 그, 제반니? 인가 하는 개체를 뛰어 넘도록 방향을 잡았던지라.]

 

그, 그러십니까... 그럼, 언젠가는 쳐들어가는거야?

 

[렌카 : 그것은 무의미합니다. 본거지를 치기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악의에 대한 저항력이 필요합니다. 심지어 그걸 갖추고 설령 본거지를 소탕했다고 한들, 그 환상향을 되찾는건 불가능합니다.]

 

어웨이 싸움은 상당히 불리한데다가, 그렇다고 그 짓을 해봐야 크게 의미는 없다...인가. 거기다가 본거지, 라고는 말해도 악의가 점거한 환상향이 한둘은 아닐꺼 아냐?

 

[렌카 : 네. 그렇기에 본거지를 소탕한다고 한들 악의가 완전히 절멸하는게 아닙니다.]

 

에휴. 일단은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듣도록 하고. 너도 오늘은 수고 많았어. 좀 쉬는게 어때?

 

[렌카 : ...알겠습니다. 오늘은 상당히 마력을 소모 했으니,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아, 코이시가 팬티를 안입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어머... 그런 건강법이 현세에선 유행하는 모양이네~ 나도 한번 해볼까?"

 

"건강법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고 아씨는 건강법 시도해도 건강해 질 수 없지 않습니까."

 

"후후, 그것도 그렇네."

 

놀래라. 이 아가씨는 대체 뭔 소리를 하는겨. 망령이 건강법 시도한다고 팬티를 벗고 다니는 슈르한 짓을 하는 꼴을 볼뻔 했네.

 

...가만, 나 괜한 짓 했나?

 

"후우..."

 

그나저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쳤다. 하루에 몇번이고 뒈질뻔 하면, 거야 지칠만 하지. 몸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이다. 몸은 어째선지 이전보다 좋아진거 같단 말이지.

 

뭐가 어찌됐던, 리프레인은 끝났다. 그때 프라이드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한게 아직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그 이상으로, 악의의 본거지에서 나를 밀쳤던 그게 누구였는지 그게 더 신경쓰인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란 말이지.

 

"우이쨩, 우이쨩."

 

"왜 그러쇼, 아씨."

 

"뭔가 한마디 하라는데?"

 

"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보니, 어째선지 모두가 잔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내 손에도 술잔이... 이상한데, 나 이거 든 적이 없...

 

...어째선지 있는 사토리의 뒤에서, 코이시가 손을 작게 흔들고 있었다. 코이시가 한 짓이었군.

 

"어... 그러니까..."

 

"힘내, 우이쨩."

 

"시바 모르겠다. 마리사, 너 요새 좀 찐거같다! 마리사의 체중을 위하여! 건배!"

 

"""" 건배! """"

 

"뭔 소릴... 지껄이는거야! 이 자식아!"

 

"커어억!"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미니 팔괘로를 뒤에 단 빗자루를 던지는 마리사. 정확하게 내 명치에 명중하는 빗자루. 그걸 보며 웃는 모두들.

 

...마리사를 팔긴 했지만, 어찌됐던 이게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킨 환상향에서의 '평범한 일상'.

 

다음에 일터지면, 제발 이거보단 편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리프레인 - 춘설이변

해결.

 

 

 

 

 

 

 

 

 

 

 

 

 

 

 

 

 

 

 

 

 

 

 

 

 

우이하루

 

 

오늘도 멋진 무간지옥

 

마계신의 상징->하쿠레이의 보옥(Upgrade!)

 

 

 

듀얼 이미테이션

 

 

두명의 소녀의 능력을 베끼는 것. 출력이 크게 상승하고, 두명의 소녀의 능력을 베끼는 만큼 조합에 따라선 흉악한 힘을 발휘 할 수 있지만, 지속성이 매우 낮아 '필살기'로써 사용하는것 이외엔 쓸 방도가 없다.

쿨다운 120초.

 

 

 

코메이지 코이시

 

 

요괴 사토리라고 단정짓기엔 미스터리가 너무나도 많은 개체.

노팬티라고 한다.

 

 

 

아이리

 

 

우이하루에게 영감을 받아, 붙어 있는 적들을 한방에 폭죽처럼 터트릴 수 있는 스킬을 개발했다. 기술명은 아직 없음.

 

 

 

렌카

 

 

제반ㄴ...아니, 렌카가 하룻밤안에 전부 해결해 주셨습니다.

 

 

 

유키나

 

 

결계 유지때 가라친게 걸린 건 때문에, 리프레인이 끝난 이후로도 며칠간 렌카에게 부려먹혔다고 한다.

 

 

 

히나나이 텐시

 

 

오늘의 썅년 1호.

 

 

 

프라이드

 

 

악의의 특이 개체 '7대 대죄'중 하나. 이외 상세 불명.

오늘의 썅년 2호.

 

 

 

 

사이교우지 유유코

 

 

이레귤러 상태일때의 복장이 매우 야하다. 사진은 찍어놨지만, 아이리가 찍은 사진이 죄다 흐릿해서 우이하루가 딸감으로 쓰기엔 무리였다고 하는 슬픈 뒷 이야기가.

 

 

 

야쿠모 유카리

 

 

오늘의 최대 피해자.

 

 

 

콘파쿠 요우키

 

 

요우무의 할아버지. 현재 어디 있는지는 불명. CV.하야미 쇼(희망)

 

 

 

콘파쿠 요우무

 

 

록맨X3의 후반부 제로 같은 포지션.

 

 

 

 

리프레인

 

 

이번 이변으로, 환상 소녀들의 격퇴 순서가 의미 없다는 사실이 판명났다. 이 정보 하나만으로, 이후 리프레인에선 전개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우이하루의 침입으로 인해, 다시 한번 눈을 떴다.

슬슬, 반격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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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ㄹ 2018.09.28. 11:42

아! 추석이라 따끈따끈할 때 못봤다니 ㅂㄷㅂㄷ

 

 

 

류진노 기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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