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5

lunawhisle | 조회 수 262 | 2019.03.01. 22:55

키에에에ㅔ엑

 

 

 

 

 

 

 

 

 

 

 

 

 

 

 

 

 

 

 

 

 

 

 

 

 

 

 

 

 

 

 

 

"어때, 맹우? 주문한 대로 만들어 봤는데."

 

"그럴싸한데."

 

요괴의 산, 캇파의 마을.

 

니토리에게 맡겼던 작업의 근황을 듣고자 찾아왔는데, 벌써 시제품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 지금 니토리의 공방에 있다.

 

"그나저나 평범한 물총이라니. 맹우도 희안한 주문을 하는걸."

 

"내가 주문해놓고 이런말 하는것도 뭐하다만, 이게 평범한 물총이냐?"

 

유명한 권총인 '데저트 이글'의 모습을 본딴 물총을 한손에 쥐고, 아공간에서 철판을 만들어내 꺼내, 거기를 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긴다.

 

- 콰앙!

 

팔에 오는 강한 반동과 함께, 철판이 크게 찌그러진다. 엄청난 수압이구만. 이런걸 평범한 인간이 맞았다간, 엄청나게 큰 상처를 입을 것이다. 물론, 사람을 해치기 위해 주문한 물건은 아니다.

 

"오오. 상정했던 것보다 쌔구먼. 근데, 이런걸 어디다 쓰려고? 물총놀이에 쓰기엔 위험하지 않아?"

 

"거야 그렇겠지. 그러니까, 설계 부분에 이걸 추가해줘."

 

"하아... 어디보자. 안전장치라... 동물이나 요괴에게 조준하면 수압이 평범한 물총 수준으로 내려가는...?"

 

"그리고 안전장치에 쓰일 부품은 이거."

 

아공간에서 자그마한 칩들이 잔뜩 들어있는 상자를 꺼내, 니토리에게 넘겨준다.

 

"오? 오오?"

 

"이걸 총 어딘가에다가 장착시키면, 자동으로 수압을 조절해 줄꺼야. 설치할 위치는 일단 아까 준 서류에 있는데... 다른 곳에 붙여도 작동할거야. 그 부분은 맡길께."

 

"오, 오우... 그럼 이걸 적용 시킨 후에 다시 부르면 되는거지?"

 

"부탁할께. 아, 이 총을 만드는 방법은 나중에 다른 캇파들에게도 알려줘. 만들어서 납품하면 무조건 내가 살꺼라고도 전해주고."

 

"음... 물총으로 전쟁놀이라도 할 셈인가, 맹우는?"

 

"그런 셈이지. 부탁할께."

 

적당히 손을 흔들어보이고, 그녀의 공방을 나서 하늘 높게 뛰어 오른다. 자, 보급용 무기는 준비가 착착 되어가는것 같네. 여전히 방어구를 어떻게 할까가 고민이긴 한데... 으음. 골치 아프군.

 

지난 리프레인 이후, 나는 상당히 많은 생각을 했다. 악의의 군세를 상대로, 과연 나와 시종 아이들, 그리고 몇몇 환상 소녀만으로 대처를 할 수 있을까.

 

답은 '좆까고 있네' 였다. 어떤 일을 일으킬지 모르는 악의의 군세와, 그들이 일으키는 이변 '리프레인'. 그것을 상대로 우리들만으로 어떻게 대처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건 오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막아질수 있느냐... 라고 하는 부분에도 난 회의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준비를 게을리 해도 된다는 이유는 안되지. 젠장할, MCU판 토니 스타크의 기분을 알 거 같은데.

 

지금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암드 유토피아'. 환상향 전역의 모두를 무장시켜, 언젠가 올 대화의 때를... 아니지, 언젠가 올 환상향의 위기를 모두의 손으로 이겨내자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무장... 즉, 힘이 주어진 자들은 항상 엉뚱한 짓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힘의 오용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대처 또한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 편린중 하나가 아까전의 그 칩이고.

 

"으음."

 

그러고보면, 오늘 날씨가 상당히 덥군. 물론 나는 감각 조절로 더위를 못느끼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때 오늘의 날씨는 여름 중에서도 상여름이다. 이런 날엔 물총으로 노는것도 나쁘지 않겠는걸. 뭐, 세이프티 시스템이 없는 이 물총으로 놀았다간 목숨이 몇개 있어도 부족하겠지.

 

어디보자. 아직 집에서 할 일이 산더미지만... 좀 돌아다니면서 놀아도 아무도 뭐라 안하겠지?

 

 

 

 

 

 

 

 

 

 

 

 

 

 

 

 

 

 

 

 

 

 

 

 

 

 

 

 

 

 

 

 

 

 

 

 

 

 

"이상한데."

 

인간 마을에 놀러와서, 한 10분 정도 걸어다니던 나는 마을의 이상을 눈치챈다.

 

애들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애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근성으로 뛰쳐나와서 노는게 애들이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서당을 다니는 아이와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그 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서당이 운영중이라고 해도 이 시간엔 원래 돌아다니는 애들이 많다는 이야기다만. 흠, 어른들은 평범하게 오고가고 하는거 같은데... 이상한 일이군. 조금 조사해볼까.

 

"읏차."

 

자연스럽게 히에다 가의 담을 넘어, 느긋하게 정원을 가로질러간다. 중간중간에 이 저택에서 일하는 시종인들이 나를 발견하지만, 다들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다시 제 할일로 돌아간다. 처음에 이 저택에 침입했을땐 엄청난 소란이었는데 말이지.

 

"아큐~ 있냐?"

 

"...이젠 아무런 기별 없이 오는게 일상이 되었구나, 우이하루."

 

손에 붙잡고 있는 붓을 벼루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푹 쉬는 가녀린 소녀.

 

이름은 히에다노 아큐. 이 저택의 주인이며, 9대째 내려오는 어떠한 특수 능력을 지닌 '아레의 아이'이다. 그 능력덕에, 환상향의 인간 마을에선 중요인 취급이다.

 

물론, 시종 애들이나 코이시가 말하는 '보호 대상'이기도 하다.

 

"마을의 분위기가 영 요상해서 말야. 혹시 아는거 없나 해서 와봤지."

 

"분위기가 이상하다, 함은?"

 

"애들이 없어. 물론 집에 다들 있는거겠지만, 바깥을 뛰어노는 애들이 하나도 보이질 않아."

 

"아아, 그거라면. 유행성 감기 비슷한게 돌아서 말야. 요 며칠간은 애들에게 바깥에서 놀지 말라는 권고를 내놨어."

 

"흐응."

 

하지만 이상한 이야기로군. 유행성 감기가 보통 아이들한테만 걸리나? 어른들은 평범하게 바깥을 돌아다니던데 말이지. 면역력의 문제...라는 근거를 들어도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는데.

 

"유행성 감기 '같은거'라고 했지. 감기가 아닌거야?"

 

"자세한건 나도 몰라. 우선 레이무랑 죽림의 약사에게 기별을 보내놨으니, 어떻게든 해줄 것 같은데..."

 

"흠."

 

죽림의 약사라면, 야고코로 에이린을 말하는거겠지. 직접 본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진찰 받으러 가라고 코이시도 말했었다. 상당한 실력을 지녔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레이무도 부른다 함은... 단순한 병일 가능성과, 이매망량의 짓의 가능성 둘 다를 보고 있단 뜻이로군.

 

"그 일, 나도 좀 조사해보고 싶은데. 혹시 그 감기 비슷한거에 걸린 아이 중에 아는 사람 있어?"

 

"몇명 있긴 한데... 그러고보면 그중에 한명, 신경 쓰이는 애가 있는데 혹시 보러 가줄 수 있을까? 걸렸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아직 가보진 못했거든."

 

"그러지 뭐. 근데 왜 못갔는데?"

 

딱히 바빠 보이진 않는데.

 

"증상은 갓난애기부터 20살 이하의 아이들에게 나타나. 그리고 안타깝지만, 나도 그 범주에 있고."

 

"oh."

 

그러고보니 그랬지. 언동이 워낙에나 어른스러워서 항상 착각하게 된단 말이지. 뭐라고 해야하나. 아무리 흐려졌다곤 해도 그녀의 머리속엔 9대 동안 내려오는 지식과 기억이 있다. 그녀도 모르게, 그런 부분이 언동에 나타나는게 아닐까?

 

응? 근데 가만 있어봐? 20살 이하의 아이들에게 나타난다고?

 

"아까전에 레이무한테도 의뢰를 넣어놨다고 했지?"

 

"그런데 왜?"

 

"...레이무, 몇살이더라?"

 

"아."

 

 

 

 

 

 

 

 

 

 

 

 

 

 

 

 

 

 

 

 

 

 

 

 

 

 

 

 

 

 

 

 

 

 

 

 

 

 

 

 

 

 

 

"니가 아직도 20살이 안됐다니 믿기질 않는군."

 

"...시끄러. 머리 울리니까 말 걸지 마."

 

무대는 하쿠레이 신사. 내가 도착했을땐, 레이무는 이미 이불속에 드러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확실히 꼬라지를 보면 감기몸살 같은데... 거의 천하무적일것 같던 레이무가 감기몸살에 앓아 눕는다니, 뭔가 현실성이 없다.

 

"이 녀석이 앓아누으니까 왠지 모르게 현실성 없네~"

 

"나는 널 보니까 갑자기 현실성이 확 살아나는데, 왜일까? 스이카."

 

병자 옆에서 느긋하게 술병을 기울이는 만취오니, 이부키 스이카. 얘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술병부터 기울이는구만.

 

"글쎄~ 아하하. 그나저나 너, 오늘은 저 난쟁이한테 욕정하지 않는거야?"

 

"일하는 중이니까. 자제중이지♣"

 

레이무를 간호하기 위해서일까, 탁자 위에서 열심히 젖은 수건을 접고 있는 신묘마루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별안간 그녀는 소름이 끼쳤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흠, 이상하군. 난 분명히 애정섞인 눈빛을 보냈을 뿐인데.

 

"일이라는건 레이무가 걸린 병에 대해서?"

 

"뭐, 그런 ㅅ"

 

"나가!!!"

 

- 빠아아악!!!

 

"크억."

 

내 머리통만한 음양옥이 그대로 내 옆머리에 직격하여, 내 몸은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가 떨어진다. 그 직후, 어째선지 스이카의 몸도 붕- 떠 내 옆에 풀썩 하고 쓰러진다. 쟤 아픈거 맞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는 바지만... 그래서, 어때? 스이카. 네 눈으로 봤을때 레이무는 진짜로 감기일까?"

 

"글쎄~? 하지만, 레이무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팔팔했는데. 인간이란거, 잠깐 나갔다 온것 만으로도 저렇게 드러누울 정도로 아파질 수 있는거야?"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아니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팔팔했다, 라는건 조사를 가자 마자 발병해서 저런 상태가 되었다는 것인가. 일단 명확하게 감기는 아니로군.

 

으음, 레이무를 조사해보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고 잡스의 유산 DB에도 그렇고, 병에 대한 데이터가 심각하리만큼 부족하다. 어쩔 수 없는게, 여태까지 상대해왔던 악의들이 유일하게 하지 않았던 공격이 '바이오테러' 이었기 때문. 잘 생각해보면 그런 확실한 방법을 왜 쓰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뭐. 그걸 지금 생각해봐야 소용 없겠지.

 

그리고, 애시당초 내 몸뚱아리는 의학적 지식을 필요치 않으니까 말야. 아마 가장 큰 이유는 그것때문일 것이다.

 

의학적 지식이라. 그러고보면 아큐는 죽림의 약사인 야고코로 에이린에게도 조사를 의뢰했었지. 어짜피 한번쯤 만날 필요가 있는 상대다. 좋은 기회이니, 죽림에 한번 가볼까.

 

"스이카, 난 잠깐 볼일이 있어서..."

 

"Zzz...."

 

"......"

 

스이카 녀석, 아까전에 레이무에게 날아가 쓰러진 상태로 자고 있어... 대단한 녀석이구만.

 

"ㅉㅉ..."

 

혀를 차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나는 아공간에서 모포를 꺼내... 아니지. 신문지를 꺼내 스이카에게 덮어준다. 음. 이러니까 훨씬 노숙자 같군. 좋아. 도덕적 책임도 끝냈겠다, 죽림으로 가볼까.

 

 

 

 

 

 

 

 

 

 

 

 

 

 

 

 

 

 

 

 

 

 

 

 

 

 

 

 

 

 

 

 

 

 

 

 

 

"으어어어어"

 

오케이. 한가지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난 확실히 지금 내 마계신으로써의 능력이 없으면 평범 이하다.

미혹의 죽림의 중앙까지 갔을때, 나는 한가지 잘못된 선택을 했다.

 

'흠, 이정도면 마계신의 상징의 능력이 없어도 길을 찾아갈 수 있겠는걸?' 

 

...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난 마계신의 상징이 주는 모든 어시스트를 일시적으로 끈 뒤, 숲속을 걷기 시작했고...

 

단 3보만에, 구멍함정에 빠졌다. 이딴 장난을 대체 누가 치는거야 라는 불만 이전에, 엄청난 자괴감이 찾아들었다. 시발, 평범한 사람도 안빠질 함정에 빠지게 될 줄이야. 그리고 어시스트를 끄는 바람에 엉덩이가 존나게 아프다.

 

"으어어어어어어 시바아아아알..."

 

끔찍한 자괴감에 욕을 내뱉고 있자,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온다. 발소리의 크기를 보니 적어도 신발을 신은건 아닌거 같은데... 으음, 어시스트가 없으니 이정도밖에 파악이 안되는군.

 

그래, 나같은 놈이 어시스트 끄고 어떻게 살겠냐. 순순히 힘을 남용해야지.

 

"후우."

 

어우, 시발. 다 키니까 다시 좀 살만하네. 그나저나 이 발소리, 해봐야 여자애의 그것이로군. 하지만 미약한 요기가 느껴지는걸 보아, 적어도 사람은 아닐것이다.

 

"어라라. 이번에야말로 레이센이 걸린줄 알았더니. 괜찮아~?"

 

"...댁이 깐 함정이우?"

 

"응? 아니아니. 그건 아니구. 일단 올라올 수 있겠어?"

 

구덩이의 높이는 3m. 못 올라갈 크기는 아니다. 그리고 쟤는 지금 태연한 표정으로 구라를 까고 있다. 괘씸한 년 같으니라고. 이 함정, 명백하게 저 토끼 요괴가 깐 것이다.

 

"올라갈 수는 있지. 너를 붙잡으면 말야."

 

"헤?"

 

"인디아나 존스라고 아니?"

 

아공간에서 포박용 밧줄을 사출하여 그대로 테위의 몸을 묶고, 밧줄을 강하게 당기는 반동으로 몸을 구멍 밖으로 끌어낸다. 내 몸은 붕 떠 10점 만점급의 착지로 지상에 도착했지만, 토끼 요괴는 그 힘의 반동으로 구멍함정 속으로 머리부터 박히는 꼴이 되었다. 우. 좀 아프겠는걸. 인간이었으면 목뼈가 부러져 즉사했겠는데?

 

"이게 인스턴트 카르마라는거다, 씹년아."

 

"으엑퉷퉷, 흙이 입에-! 눈에-! 귀에에에에!!!"

 

"그러니까 누가 함정 같은걸 파랬냐."

 

나는 아공간에서 삽을 꺼내, 주위의 흙을 퍼 구멍함정속으로 쏟아붓기 시작한다.

 

"자, 잠깐! 너, 무슨 짓이야!"

 

"아니, 이런 곳에 깊은 구멍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잖아?"

 

"안에 사람, 아니 요괴가 있다고!"

 

"취미로 요괴 퇴치를 하는 몸인지라."

 

물론 뻥이다.

 

"잠깐! 아가씨, 나를 살려두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구요?"

 

"뭣!?"

 

난 순간 손을 멈추고, 반쯤 묻힌 토끼 요괴를 내려다보았지만...

 

"에이. 그거 뒤통수 치는 npc들이나 하는 헛소리잖아."

 

다시 삽으로 토끼 요괴를 묻기 시작했다. 난 그런 개소리 안믿어.

 

"아, 아니에요! 전 굉장히 운이 좋다구요. 절 마주친 것만으로도 분명 좋은 일이 있을거에요!"

 

"네가 히스패닉계 흑인 여성이고 왠지 서브 머신건을 잘 다룰거 같이 생겼다면 수긍하겠지만, 넌 아니잖니?"

 

엑스포스!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믿어주세요!"

 

"흐음..."

 

솔직히 믿기진 않지만, 뭐... 여기서 묻어버린다고 해서 나한테 좋은일이 있는것도 아니니...그냥 살려줄까?

 

"살려주신다면 뭐든지 다 할께요!"

 

"그러시다면야."

 

벡터 조종으로 그녀의 몸을 억지로 땅속에서 꺼내, 지상에 내려놓는다. 

 

그 직후.

 

"거짓말이지만 우사~"

 

토끼 요괴는,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대단하군. 죽림이란 지형을 100배 이용해서, 대나무를 차고 그 반동으로 이동하고 있어. 무슨 닌자 만화 같구만.

 

음... 저 거리 정도면 죽진 않겠지?

 

- 치익! 빠아악!

 

"삐야아아아아악!!!"

 

아공간에서 니토리에게 받은 물총을 꺼내, 그대로 발사한다. 상당히 거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데미지를 입은 토끼 요괴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땅에 떨어진다. 역시 이 물총, 칩을 박지 않으면 물총놀이로 쓰기엔 너무 강하군. 하긴, 이정도가 안되면 대 악의의 군세용으론 써먹지도 못한다.

 

"어이, 살아 있냐?"

 

"허리가... 몇천년을 살아도 아프지 않았던 허리가...!"

 

"뭐여, 로리바바였던거냐."

 

로리바바는 그 존재만으로도 지킬 가치가 있긴 하지. 날 함정에 빠뜨리지만 않았다면 말야.

 

"일단은 뭐. 요괴 한마리 잡은걸로 치고..."

 

벡터 조종으로 토끼 요괴를 들어올린 뒤, 원래의 목적지였던 영원정으로 향한다. 어디보자. 그러고보니 코이시에게 소개장을 받은거 같은데... 찾았다. 촛농으로 봉인까지 되어 있어서, 내용까진 확인하지 못했지만.

 

"저... 나으리? 어디로 가시는지요?"

 

"영원정이라는 곳으로 가는데."

 

"그, 그거라면 저한테 맡겨주실 수 없으신지요! 거기라면 제가 잘 안내해드릴 수 있지요!"

 

"도망갈거잖아?"

 

"그럴리가요! 토끼 요괴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

 

나이를 먹으면 이정도로 뻔뻔해지는걸까. 나이란 무섭구만.

 

뭐, 도망가도 소용없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겠지. 어시스트가 있으니 어짜피 도움은 필요 없지만, 이대로 붙잡은 채로 데리고 가도 괜한 경계만 당할 뿐이다. 한번 믿어볼까.

 

"그럼 부탁 좀 할께. 그... 어라,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야?"

 

"이나바 테위입니다요."

 

"그럼 테위, 부탁 할께."

 

테위를 묶고 있던 벡터의 속박을 풀어, 바닥에 내려준다.

 

"영원정까지 잘 안내해드립죠. 네."

 

"그래, 부탁..."

 

"한, 300년 뒤쯤에 말입죠."

 

품에서 주머니를 꺼낸 테위가 그것을 바닥에 내려치자, 펑!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연기로 가득찬다. 오오, 연막탄인가. 정말로 무슨 닌자 같구만. 하지만...

 

"다 보인단 말이지."

 

이런 연막가지곤, 내 눈을 가릴 수는 없다. 테위 녀석, 연막탄 하나만 믿고 아까보다 훨씬 느리게 이동하고 있구만. 사람이 믿고 풀어줬더니 3초만에 통수를 치다니 말야.

 

"I've got you in my sight♂"

 

물총 한발만으론 정신을 못차린 모양이구만.

 

 

 

 

 

 

 

 

 

 

 

 

 

 

 

 

 

 

 

 

 

 

 

 

 

 

 

 

 

 

 

 

 

 

 

 

 

 

 

 

 

 

 

 

 

"쿠엥!"

 

너덜너덜해진 테위를 저택 입구에 던져놓고, 나는 열려 있는 문을 넘어 영원정에 발을 들인다.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약재의 냄새가 확 올라왔다. 한의원에 들어섰을때의 그 냄새랑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흠, 왜일까. 난 어릴때 한약을 그렇게 극혐했었는데 말이지.

 

어디보자, 야고코로 에이린이라고 했지. 이 약재의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을거 같은데.

 

"호오."

 

그나저나, 꽤나 잘 정돈되어 있는 저택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왔다면, 일본의 관광 명소중 한 곳에 찾아온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택의 분위기만으로, 왠지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아큐네 집도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이곳은 너무 사람 사는 곳 같지 않다는 느낌도 드는걸. 뭐랄까. 좀 추상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할까. 분명히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흔적은 보이는데 말이지.

 

그렇군. 생각해보면 여기에 사는 녀석들은 전부 '인간'이 아니었지. 정보에 따르면, 주인은 봉래인이라고 불리는 불로불사의 인간. 그리고 약사인 야고코로 에이린은 달의 주민, 즉 월인. 이곳의 나머지 주민들은 전부 다 토끼 요괴. 사람 냄새가 안날만도 하다.

 

"여기려나?"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자, 은은하게 나던 약재의 냄새가 훅하고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나무로 된 약재 서랍(?)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걸 보아, 아무래도 잘 찾아온게 맞는거 같다. 그나저나 저걸 뭐라고 부르더라.

 

"음? 무슨 일로 왔죠?"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성이 일어나 내게 말을 건다. 푸른색과 빨간색이 혼합된 기묘한 옷을 입고 있는, 은발의 여성. 그 눈동자엔 나로썬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지성이 느껴져, 솔직히 기분 나빴다. 마치 모든걸 알고 있는듯한 저 눈. 우리 여동생(서류상)인 야쿠모 유카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걸.

 

"페, 펩시걸?"

 

"......??"

 

"아니지, 참. 그쪽이 야고코로 에이린이지? 나는 우이하루라는 놈인데."

 

품에서 코이시가 줬던 소개장을 꺼내, 에이린에게 건낸다. 그러자 그녀의 미간이 살짝 좁혀지는게 보였다.

 

"변성된 사토리 요괴의 소개장... 과연. 네가 그 '우이'구나. 내 이름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야고코로 에이린. 오늘부터 네 주치의가 될 사람이야."

 

"주치의? 처음 듣는 이야긴데."

 

"처음 말했으니까 그런게 아닐까?"

 

"그럴싸한데."

 

아니지, 잠깐만. 오늘 여기에 온건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게 아닌데.

 

"일단 주치의나 그런건 내려놓고. 내가 오늘 온건 마을의 이상 때문이야."

 

"아이들만 걸린다는 감기 말이니?"

 

아큐가 먼저 이야기를 건 덕분에 스토리 진행이 빠르구만.

 

"응. 역병신의 짓이 아닐까 해서 아큐가 레이무한테도 의뢰를 했다는 모양인데, 레이무도 병에 걸렸더라고."

 

"무녀가?"

 

턱을 괴고 잠깐 생각하던 에이린.

 

"우이하루, 네 생각을 듣고 싶어. 이번 일이 '악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니?"

 

코이시를 '변성된 사토리 요괴'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눈치는 깠지만, 역시 그녀도 '악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있나보군.

 

"글쎄..."

 

확실히, 나도 에이린이 말한대로 악의가 이번 일을 벌였을 가능성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직도 그 부분엔 회의적이다. 저번 리프레인 이후로, 악의의 기운엔 항상 신경을 쏟아왔다. 특히나 인간 마을엔 특히나 더 큰 신경을 써왔다. 환상향에 있어서 인간 마을은 핵심이니까. 그리고 아직까지, 리프레인 이후로 악의의 기운이 느껴진적은 없었다.

 

뭐, 악의에게 내 눈을 피할 모종의 기술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스트레스라니까.

 

"높지는 않지만, 있긴 하겠지. 당장 내 눈에 걸리는건 없었어."

 

"보기와는 다르게 신중하구나."

 

칭찬인지 욕인지.

 

"우선은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 다시 한번 히에다노 아큐와 이야기해서, 샘플을 구해다 줄 수 있겠니?"

 

"샘플?"

 

"이번 유행병에 걸린 환자의 데이터가 필요해. 혈액도 좋고, 소변도 좋고. 어느쪽이든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보존된 데이터를 가져다 주겠니?"

 

정액도 가져와도 되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너무 2차 성징이 방금 온 중고딩 같은 발언일거 같으니 자제하도록 하자. 근데 물어보면 진지하게 대답해줄 것 같은 어른의 여유가 느껴진단 말이지...

 

"알겠어. 그럼 당장 출발하면 될까?"

 

"온 김에 정밀검사를 한번 해보고 싶긴 한데... 지금은 시간이 없을거 같네. 우동게를 붙여줄테니, 여차하면 그 아이를 통해서 샘플을 보내줘."

 

"흠. 오케이."

 

우동게가 누군지, 심지어 사람 이름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일단 히에다 가로 돌아가도록 할까.

 

"아, 잠깐만."

 

"왜?"

 

"혹시나 우동게랑 길이 엇갈려서 못만날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 합류해서 출발하렴. 그리고 기다리는 김에 간단한 신체검사도 받는게 어떨까?"

 

"흐음..."

 

나쁘지 않은 제안인데. 어짜피 이번 사건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수준의 심각한 레벨은 아니다. 그 우동게라는 녀석을 기다리면서, 한번 받아볼까.

 

"오케이.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은... 그렇네. 옷을 벗어보겠니?"

 

"물론."

 

손가락을 튕겨, 몸을 감싸고 있던 개량한복을 벗고 완전히 알몸이 된다. 혹시나를 대비해 만든 원샷 탈의술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되다니, 세상일은 모른다니까?

 

"흐음... 좀 만져봐도 될까?"

 

"마음껏."

 

에이린은 손에 청진기 같은걸 들더니 그 새하얀 손으로 내 몸을 더듬으며, 때때론 청진기 같은걸 내 몸에 대어보거나 하며 꽤 진지하게 내 몸을 만진다.

 

"흥미로운걸... 생식기는?"

 

"가슴팍에 꽂힌 이게 하쿠레이의 보옥인지 뭔지로 바뀌고 난 뒤에 사라졌어."

 

처음엔 침대에 누워서 '내가 고자라니!' 라고 으헝헝 울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어느쪽이던 몸에 생기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론 슬픔도 사라졌다.

 

"몸이 마신화가 진행되면서, 성별 자체도 사라진거네... 하지만, 마력의 흐름이 상당히 비효율적이야. 그건 알고 있니?"

 

"아니, 몰랐는데."

 

"몸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마력이 흐르는 루트를 억지로 늘리는 바람에 공간대비 효율이 굉장히 나빠졌어. 하지만 이정도의 마력공급량이니, 여태까지는 크게 문제를 느끼지 못했을꺼야."

 

"흐음."

 

대충 대답하며, 다시 옷을 줏어 입는다. 그러고보면 마계신의 상징이 하쿠레이의 보옥으로 변하면서 마력 생성량이 엄청나게 는것 치곤, 내 신체의 전체적 스펙은 생각보다 높아지지 않았었지. 그게 이거 때문이려나?

 

"그럼 어떻게 해야해? 마력이 흐르는 루트라고 해봐야 결국은 혈관이잖아. 그냥 이 몸뚱이를 박살내서 재생시키면 어떻게 나아지려나?"

 

"...봉래인같은 사고방식이네. 하지만 아마 그 방법은 소용 없을거야. 네 가슴에 꽂혀 있는 이 물건은, 이미 지금의 몸 상태를 기억하고 있을테니까."

 

"그것도 그렇군."

 

어디까지나 내 몸의 재생능력은, '평소의 내 몸'을 불러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는건 꼬여버린 내부 상태 또한 똑같이 재생된다는 이야기가 될테고. 귀찮구만.

 

"지금 이 상황을 개선하려면, 의도적으로 네가 스스로의 재생능력을 봉인한 상태에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을거야. 다행히 수술도구는 아직 있으니까, 시간이 있을때 한번 오렴."

 

"어느정도 걸릴거 같은데?"

 

"흠... 그렇네. 지금 한눈에 봤을땐 36시간. 아마 정밀 검사 후엔 소요 시간이 훨씬 늘어날 가능성도 있지."

 

"그, 그려..."

 

대형 서버실의 엄청나게 꼬인 줄들을 정리하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스승님!"

 

"어머, 생각보다 빨리 왔네. 우동게."

 

돌아보니, 거기엔 문을 붙잡고 숨을 가쁘게 내쉬며 여기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키 자체는 다소 작지만, 머리에 붙어 있는 저... 토끼귀? 같은것이 그녀의 키를 커보이게 하고 있었다. 보라색의 롱헤어는 엉덩이까지 가릴 정도로 길고, 와이셔츠에 스커트라는 그 옷차림은 마치 바깥 세상의 JK를 떠오르게 한다. 흠, 유키나가 생각나는군. 걘 저것보다 가슴도 훨씬 크고 치마도 훨씬 짧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그 붉은 눈동자는, 한눈에 봐도 단순한 눈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을 만큼 요사스러웠다. 우선 토끼 요괴인건 확실한데.

 

"이 아이의 이름은 레이센 우동게인 이나바."

 

"묘하게 외국식 이름이지만 죄다 일본어자녀."

 

"레이센 U 이나바라고 해두면 좀 외국식 같지 않니?"

 

"그럴싸한데."

 

"저, 저기. 스승님? 이분은...?"

 

"오늘부터 이 아이를 도와주렴. 이름은 우이하루. 지난번에 말한, 악의 살해자야."

 

"묘하게 중2병같은데, 그 명칭."

 

그나저나 그런 명칭으로 불리고 있었던건가, 나. 처음 듣는데.

 

"물론 처음 말하는거란다."

 

"사토리냐?"

 

대체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아챈겨. 무섭구만.

 

"그... 도와주라는 말씀은, 즉..."

 

"전속으로 일하라는 뜻이란다. 아, 물론 평소에 하던 일은 계속 하고."

 

"에? 에에?!"

 

"우리 애를 잘 부탁해, 우이하루. 쓸만한 애니까 잘 활용하렴."

 

"갑자기 떠맡겨도 뭐 어쩌라는건지 잘 모르겠다만... 일단은 해야할 일이 있으니. 가자."

 

"윽... 스승님, 정말로요?"

 

"잘 다녀오렴~"

 

한숨을 푹 쉬더니, 천천히 내 뒤를 따라오는 레이센 우동게인 이나바. 이름이 쓸데없이 기니 나도 우동게라고 불러야겠다.

 

"그래서? 지금 우린 어디로 가는건데?"

 

"인간 마을. 에이린의 제자라고 했으니, 인간 마을에 이상한 병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아이만 걸리는 감기... 사실 나도 아까전까지 거기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 샘플은 얻지 못했어."

 

분장을 해도 병자의 체액을 얻는건 쉽지 않거든, 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우동게.

 

"조사한 부분만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네..."

 

영원정의 정원을 가로질러가며, 우동게의 이야기를 듣는다.

 

'감기'라고 했지만, 아이들의 증상은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콧물이 많이 난다거나, 기침이 심하게 난다거나, 몸살 때문에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거나. 열은 나기도 하고 나지 않기도 하고. 아이들, 정확하겐 바깥 세계 기준의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신드롬에 가까운, 감기가 아닌 무언가라고 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상황을 알기 위해선 체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바이러스의 형태를... 우왓!?"

 

"뭔데?"

 

"테, 테위가 왜 저런 꼴이...?"

 

출입구 옆에 쓰레기처럼 놓여져 있는 테위를 바라보며 경악하는 우동게. 얘는 아직도 이러고 있었나.

 

"덫같은걸 설치해놓고, 사과도 없이 튀니까 저리 되는겨."

 

"네, 네가 한거야?"

 

"글쎄. 어떠려나. 자, 우선은 히에다 가로 돌아가보자고."

 

 

 

 

 

 

 

 

 

 

 

 

 

 

 

 

 

 

 

 

 

 

 

 

 

 

 

 

 

 

 

 

"...라는 이유로 찾아온게 여긴데."

 

여기는 스즈나안. 인간 마을에서 유일한...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잘 나가는 인쇄소이자, 책방이다. 내가 여기를 아는 이유는, 뭐. 인간 마을의 악의에 대한 정보 통제때 한번 들렸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왔을땐 부부가 있었는데. 그런가, 여기에 아이도 있었던건가.

 

아큐의 소개를 받고 찾아온 이곳에 사는 아이가, 아무래도 유행병에 감염되었다는 모양이다. 친구라고 하던데...

 

"우동게, 넌 일단 주위를 조사해 줄래?"

 

"정확하겐 어떻게?"

 

"음... 그렇네. 파장을 볼 수 있다고 했으니, 아이들이 있는 집과 아닌 집의 파장의 차이라던지?"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거 같진 않지만, 일단 해볼께."

 

죽림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에, 우동게의 능력에 대해 들어놨다. 그녀의 능력은 파장을 조종하는 능력. 빛을 굴절 시키거나, 소리의 파동을 조절해 말 그대로 달까지 소리를 전달하거나 하는게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그 파장을 눈으로 인식하는것 또한 가능하고.

 

"일이 끝나면 마을 바깥에 있는 여기로 가면 될거야."

 

품속에서 내 집으로 향하는 지도를 꺼내 우동게에게 건내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조금 있다가 봅시다."

 

"응."

 

우동게의 등이 멀어지는걸 바라본다. 그나저나 왜 저런 행상인같은 복장에 삿갓을 쓰고 있는걸까. 처음에 갑자기 갈아입으려고 할땐 깜짝 놀라긴 했다만...

 

"실례합니다~"

 

"어서오세요~ 오, 지난번에 온 아가씨잖아. 오늘도 인쇄?"

 

얌전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꽤 친근하게 대해오는 아저씨. 지난번에 꽤 대량으로 인쇄해서 그런지 기억에 남았나보다.

 

"아뇨. 오늘은 아르바이트 비슷한거라고 할까요... 그, 듣자하니 따님이 요새 유행하는 감기에 걸렸다고 들어서. 영원정의 약사님을 대신해서 온거에요."

 

"호오."

 

"혹시 따님을 뵐 수 있을까요?"

 

"그런거라면 부디. 안그래도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 바람에 좀 걱정했거든. 우리한텐 옮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서 말야."

 

그정도로 상태가 심각한걸까. 워낙에나 이 병은 그 증상이 변화무쌍해서 최악의 경우 사망에 달할 수도 있다. 다행히 여태까진 사망신고가 올라온 적은 없는 모양이지만...

 

아저씨의 뒤를 따라,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간 뒤 신발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간다. 이 집안은 집을 가게로써 운용하고 있는거군. 하긴, 이 좁은 땅덩이에서 건물을 두개나 소유하고 있는 집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이 위가 코스즈의 방이야."

 

"다락방?"

 

"원래는 같은 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애가 크면서 자기 방을 갖고 싶어 하더라구. 그래서 다락방이라도 괜찮겠냐~ 라고 했는데, 엄청 좋아하던거 있지."

 

"흐음..."

 

"얘야~ 네 병을 봐주실 분이 오셨단다! 지금 올라갈테니까!"

 

...어째 대답은 없군.

 

"아무래도 자고 있는 모양이네."

 

"제가 올라가서 보고 오죠. 아버님께선 볼일 보고 계셔도 될거 같아요."

 

"그럼 부탁할께."

 

고개를 끄덕인 아저씨는, 다시 가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근데 이렇게 남한테 쉽게 딸의 안전을 맡겨도 되는걸까? 아무래도 내가 겉모습이 여자애라서 안심한걸지도 모르겠지만... 걸스 캔두 애니띵이라고, 범죄 또한 그렇다는 사실은 모르시는걸까. 물론 해코지는 안할거지만.

 

뭐, 어쨌든 그럼 일단 올라가볼까. 코스즈라고 했던가.

 

"실례~"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 문을 열었을때, 냄새가 훅 올라온다. 이 냄새...조금 다르긴 하지만, 홍마관의 대도서관에 들어섰을때의 냄새와 유사하다. 책의 냄새, 그리고 거기에 묻혀 있지만 확실하게 나는, 여자아이의 냄새. 으음, 그러고보면 최근에 마스터랑 만나질 않았네. 나중에 한번 놀러갈까.

 

방엔 창문이 있긴 하지만 블라인드로 의도적으로 막아놓고, 안엔 랜턴의 주홍색 빛이 이불맡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코스즈란 애로 보이는 녀석은...이불에 누워 느긋하게 뭔가를 보고 있다. 저거, 책인가?

 

"?"

 

뭘보고 있나 기척을 없애고 다가가 보니, 영어로 된 문장이 잔뜩 써져 있는 무언가였다. 영어를 읽을 수 있는건가. 홍마관에 사는 애들은 영어를 꽤 자유자재로 쓰는 모양이지만, 인간 마을에 영어를 읽을 수 있는 애가 있을 줄이야.

 

주위를 둘러보니, 산처럼 쌓여 있는 책들의 언어는 제각각이었다. 러시아어도 있고, 독일어도 있고, 프랑스어도 있었다. 심지어 태국어까지.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것 뿐만 아니라, 이 아이에겐 언어의 장벽 없이 무언가를 읽을 수 있는건가...?

 

"거, 독서중에 미안한데."

 

"에? 꺄아아으으읍!!?"

 

"야야, 거기서 비명을 지르면 너네 부모님 허락 맡고 올라온 내 입장이 뭐가 되냐."

 

"읍!?읍읍읍읍!"

 

"아, 내가 누구냐고? 난 우이하루. 오늘은 야고코로 에이린한테 부탁을 받아서 병에 대한 조사를 위해 여기 왔지. 아큐한테 널 소개받았어."

 

"읍읍읍?!읍읍으브으읍!"

 

"입을 가렸는데 무슨말 하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손바닥으로 니 입술이랑 혀 움직이는걸 판독해서 알아냈지."

 

"으으ㅡㅂ!!!?!?"

 

"...거, 비명을 지르고 싶은 기분은 잘 알겠지만 일단은 진정하고. 손을 놓을테니까 비명은 지르지 마라. 알겠지?"

 

입이 막힌채로 고개를 끄덕이는 코스즈. 그녀의 입에서 손을 때고 한걸음 물러서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녀는 몇번이고 심호흡 한다. 그나저나, 다락방이라고 해서 꽤 더러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청결하군. 여기저기 놓인 책때문에 어지럽긴 하지만.

 

"아, 아큐랑 아는 사이에요?"

 

"그런 셈이지. 다시 소개를 하지. 나는 우이하루. 네 이름은?"

 

"모토오리 코스즈..."

 

"코스즈쨩인가. 오늘은 네 체액을 얻기 위해서 찾아왔어."

 

"체, 체액!?"

 

"...일일이 놀라지 말지? 어디까지나 의학적 용도를 위해서니까. 아까전에 에이린한테 부탁 받아서 왔다고 했자녀."

 

아공간에서 비커를 꺼내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나저나 책이 엄청 많네. 아무리 집에서 책방을 한다고 해도, 자기 방에 까지 이렇게 책을 놔두진 않을 것이다. 먼지가 그닥 쌓이지 않은걸 보아, 이 방이 창고로써 쓰이는것도 아닌거 같고. 애시당초 자기 딸을 창고에서 재우는 부모가 어딨겠냐. 그렇다면 이건 다 그녀가 읽었거나 읽을 예정인 책이라 이건데.

 

"체액이라고 해도 뭐. 아까전의 침도 좋은 샘플이긴 했지만..."

 

"히이익"

 

"...아니, 그러니까 사람을 변태를 보는 눈으로 보는건 그만둬 주지 않으련?"

 

"그, 근데 전 이미 아프지 않으니까요. 체액 같은걸 가져간다고 해도 의미가..."

 

"이미 아프지 않다고? 잠깐만."

 

그녀에게 다가가, 그 이마를 짚어 살짝 마력을 흘려보내본다. 아무리 내가 의학적 지식이 없다고 해도, 머리를 짚어서 열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마력을 흘려보낸 이유는... 뭐, 혹시나 해서.

 

"흐음. 정말로 열은 없는거 같은데. 아프지 않다면 왜 방에 틀어박혀 있는거야?"

 

"그... 쉬는 김에 좀 오랫동안 쉬고 싶어서..."

 

아하하, 하고 쓰게 웃는 코스즈. 하기사, 이 더위다. 여긴 랜턴을 켜놔도 은근히 시원한거 보면, 확실히 여기서 쉬고 싶을 거다.

 

"뭐,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약사님 대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꾀병도 적당히. 알겠지?"

 

"아하하..."

 

머쓱한 웃음을 흘리는 코스즈. 어깨를 으쓱하며 내가 코스즈의 이마에서 손을 놓으려는 순간.

 

"!"

 

미약하지만, 코스즈의 체내에 주입한 마력에 요기가 검출되었다. 아주 미약해서, 그냥 보는것 만으론 눈치채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요기... 확실하게, 사람을 해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느껴지는걸 보아, 명확하게 이번 병의 원인일 것이다.

 

"잠깐만 가만히 있어줄래? 조금 몸이 뜨거워질거야."

 

"에?"

 

"흡!"

 

한꺼번에 마력을 주입해, 그녀의 몸 전체를 한순간에 뒤덮는다. 그리고 그녀의 체내에 있었던 아까의 요기만을 흡수하여, 손바닥에 집중시키며 마력을 회수한다.

 

"괜찮아?"

 

"아까전에 그건...?"

 

"뭐. 몸에 있는 독소를 빼냈다고 할까."

 

손바닥을 펴보니, 거기엔 뭔가 이상한게 있었다. 씨앗? 인건 대충 알겠지만, 뭔가 보고 있으니 자꾸 형태를 바꾸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였다.

 

얘들아, 이게 뭔지 알거 같아?

 

[렌카 : 정체불명의 씨앗입니다.]

 

아니, 그건 보면 알겠는데.

 

[유키나 : 언니야 말은 그게 아니라, 진짜로 '정체불명'이란 속성을 가진 씨앗이란 뜻이데이.]

 

정체불명이란 속성이라고?

 

[아이리 : 호쥬 누에의 물건이네요. 그녀의 요기가 들어가면, 그렇게 제대로 된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어져요.]

 

호쥬 누에라. 거기다 정체불명이라면, 그 '누에' 란 말이지? 흐응... 걔는 어디 사는 앤데?

 

[렌카 : 소속은 명련사입니다만, 정확한 현재 위치는 모릅니다. 파악합니까?]

 

아니, 거기까진 필요 없어. 직접 만나봐야지. 고마워.

 

"저기...?"

 

"이걸로 몸이 한결 가벼워 졌을꺼야. 어때?"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의욕이 돌아온거 같아요. 너무 누워 있는것도 죄송하니, 얼른 내려가서 집안일을 도와드려야!"

 

...과연. 꾀병도 병, 이라고 방금 말했지만 그녀에게 나타난 증상은 '권태감'이었나.

 

"착한 아이네. 그럼 난 이만... 아."

 

"?"

 

이왕 만난거다. 친목을 위해 선물을 하나 줘야지. 어디보자, 책을 좋아하는 모양이니...

 

"착한 아이에겐 이런걸 주지."

 

아공간에서 에메랄드색 금속 책갈피를 꺼내, 그녀에게 건내준다.

 

"이건... 책갈피인가요?"

 

"음. 마법이 걸려있어서 말이지. 가지고 있으면 네가 쥔 책을 몇번 읽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은 페이지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어. 항상 몸에 지니고 있도록."

 

"오, 오오... 우이하루씨는 마법사...인가요?"

 

"뭐, 그것도 겸하고 있지."

 

물론 저 책갈피엔 호신을 위한 다른 기능도 있다...는건 굳이 그녀에게 설명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난 진짜로 간다. 일, 열심히 하라고."

 

"아, 네!"

 

뭔가 몸단장을 준비하려는 코스즈를 뒤로하고, 나는 방에서 내려와 스즈나안의 바깥에 나선다. 어디보자, 체액은 체액대로 회수를 하긴 했고... 생각해보니 비커는 필요 없었군. 그건 아쉽게 됐는걸.

 

[아이리 : 우와....]

 

마침 잘됐군. 아이리, 좀 있으면 집에 우동게가 찾아갈거야. 지금 보내는 앰플을 들려주고 영원정으로 가달라고 전해줄래?

 

[아이리 : 이건?]

 

모토오리 코스즈의 침.

 

[아이리 : 우와...]

 

아니, 그렇게 경멸당할 행위는 하지 않았는데.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아이리 : 알겠어요. 우이하루는 이제 어쩌게요?]

 

요괴나 좀 괴롭히고 올까 싶어서.

 

[아이리 : 적당적당히 하세요. 호쥬 누에도 보호대상이니까요.]

 

하? 또? 뭔놈의 보호대상이 이렇게 많냐 시발.

 

 

 

 

 

 

 

 

 

 

 

 

 

 

 

 

 

 

 

 

 

 

 

 

 

 

 

 

 

 

 

 

명련사. 찾아오는건 처음이지만... 여기엔 인간은 물론이고 요괴들도 다수 다닌다고 한다. 애시당초 이곳의 주지스님인 비구니는 무려 '마법사'다. 환상향에서의 마법사는, 마법에 의해 나이를 먹지 않고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존재를 뜻한다. 물론, 거기에 반하는 자칭 마법사도 내가 아는 한에 한명 있긴 하지만.

 

여기에, 이번 사건의 원흉인 호쥬 누에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얼굴을 모르니 우선 물어보는 수 밖에 없군. 마침 절 마당을 청소중인 애가 있군. 얘한테 물어볼까.

 

"저기..."

 

"안녕하세요!!!!"

 

"으아 시끄러."

 

이 녀석, 굉장한 성량이로군.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대체 뭘 쳐먹어야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겨?

 

"혹시 호쥬 누에라고 아니?"

 

"혹시 호쥬 누에라고 아니!!!!"

 

"......??"

 

뭐지, 지금 사람 놀리는건가? 아니면...

 

"아임 코리안 탑클래스 힙합 모범 노블레스"

 

"아임!!코리안!! 탑클래스!! 힙합!! 모범!! 노블레스!!!"

 

"hmm..."

 

아무래도 놀리는걸론 보이지 않는데... 그러고보면 이 절엔 요괴도 많이 있다고 했지. 남의 말을 따라하는 종류의 요괴인가? 저 강아지 귀 같은 무언가를 보니까 적어도 사람으로 보이진 않는데. 그렇다면 이용해볼 가치는 있어보이는군.

 

"호쥬 누에! 여기 있는거 다 안다! 빨랑 기어 나와!"

 

"호쥬 누에!!! 여기 있는거 다 안다!!! 빨랑 기어 나와 망할 년아!!!!!"

 

"???"

 

어라, 왠지 내가 말한적 없는 단어가 추가된 기분인데. 기분 탓이겠지?

 

"빨리 안나오면 네놈의 성벽을 밝히겠다! 네가 좋아하는 플레이는!"

 

"빨랑 안기어나오면 니년의 성벽을 밝힐거다!!! 이 시부럴읍읍!?"

 

그때, 명백하게 내 말을 어레인지하던 소녀의 입을 막은 누군가. 그녀가 나타난 직후에, 엄청난 바람이 불어닥친다. 이거, 평범한 물리 현상으로 이정도의 바람을 낼 정도로 빨리 움직였단건데...?

 

"저기... 죄송하지만, 제 제자에게 이상한 말을 시키는건 그만둬주시지 않겠나요?"

 

"아니, 난 분명히 똑바로 말을 했는데 얘가 이상하게 변환... 아니, 됐고. 그나저나 댁 정체는 뭐요? 덤으로 걔 정체는 뭐고."

 

뭐, 대충 저 갈색으로 염색해놓고 오랫동안 방치한듯한 보라색 머리의 누님의 정체는 예상이 가지만.

 

"제 이름은 히지리 뱌쿠렌. 이 절의 주지를 맡고 있는 몸이랍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카소다니 쿄코. 야마비코라는 요괴라서, 남의 말을 곧잘 따라하곤 해요."

 

"야마비코... 메아리의 요괴인가."

 

그정도 지식은 DB에 있어서 한번 훑어본적이 있다. 아무래도 메아리라는 현상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는 바람에, 그 존재 자체가 퇴색되었다고. 그녀가 환상향에 있는건 상당히 납득할만하군.

 

"나는 우이하루. 오늘은 이 절에 있다는 호쥬 누에라는 녀석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누에에게...? 혹시 어떤 용무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별건 아니고. 요 근래 아이들한테만 발생하는 정체불명의 병이 돌고 있잖아? 그 범인이 누에가 아닌가 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누에라는 녀석을 알고 있었다면 아까전의 씨앗을 찾기 전부터 곧바로 그녀를 의심했을거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는 편이 훨씬 일 진행이 빨랐을거 같은데...

 

"증거는 있으신가요?"

 

"흠. 글쎄다. 만일 있다 해도 믿을거 같은 분위기는 아닌걸?"

 

"물론 누에는 그런 누명을 써도 할말이 없는 아이에요. 자기는 안들킨줄 알고 있지만, 지난번에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힘을 늘리려고 했었죠."

 

...누에라는 녀석, 평가가 낮구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증거도 없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범인이라고 단정짓는건, 그녀를 제자로 둔 저의 입장으로썬 넘어갈 수 없네요."

 

"뭐 어쩌려고?"

 

"당신도 환상향의 주민이라면 알고 있을텐데요?"

 

"흥. 명명결투, 스펠카드 배틀인가."

 

이건 또 이상한 전개가 되는구만. 하지만 반대로, 그녀를 꺾는다면 그녀의 도움을 받아 누에를 요절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게 이길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룰은 어떻게 하죠?"

 

"한쪽이 전투불능이 될때까지. 카드 매수 제한 없이."

 

"...괜찮으신가요? 전 이래뵈도 승부욕이 강하답니다?"

 

"놀랍게도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거든. 내가 이기면 누에를 넘겨라. 오케이?"

 

"그렇다면 제가 이긴다면... 후훗, 제 기분이 풀릴때까지 제 설법을 들어주셔야겠어요."

 

"그러시던가."

 

명백하게 교장선생님 이상 가는 지루한 이야기를 영원히 이어갈게 뻔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존나 싫어하는 것 중 하나고 말이지.

 

"후우..."

 

호흡을 잠깐 가다듬던 뱌쿠렌.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흡!"

 

엄청난 마력을 온 몸에서 방출시키며, 투지를 거의 시각화 시킬 기세로 뿜어내기 시작한다. 이상하네. 난 분명히 이 절의 주지스님이 '마법사'라는 정보를 갖고 있었을 터인데. 저게 그 유명한 프리큐어(초대)인지 뭔지 하는 그거냐?

 

"명련사 주지, 히지리 뱌쿠렌. 갑니다!"

 

"우이하루, 간다!"

 

싸움은 선빵 필승이라고 하지.

 

"테스카토르 피스트!"

 

주먹에 불과 바람의 엘리멘트를 담아, 뱌쿠렌에게 초고속으로 달려가 그 주먹을 그대로 후려친다.

 

- 퍼어어어어엉!!!

 

보통 인간이라면 산산조각이 날 커다란 폭발. 하지만 손맛이 없다. 그 한순간에 피했단 말이지?

 

"흡!"

 

본능적으로 몸을 최대한 숙여, 마치 제트기같은 소리를 내며 허공에 꽂히는 발차기를 피한 뒤 팔을 들어 그 발을 붙잡아 비틀려 한다. 하지만 왠걸? 전력으로 쥐면 커다란 철덩어리조차 종잇장마냥 접혀버리는 이 완력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다리는 그저 멀쩡했다. 물론 그녀의 부츠는 무사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부츠만 찢겨저 나가는 이 광경은 도리어 현실적이지 못했다.

 

"어림도 없지요!"

 

"우옷?!"

 

뱌쿠렌은 내가 쥔 다리를 전력으로 휘둘러, 그대로 내 몸을 하늘 위로 날려보낸다. 대체 시발 뭘 먹고 다녀야 저렇게 짱 쌔냐?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콘○로스트?

 

공중에서 벡터 조종을 이용해 균형을 되찾는다. 그때,

 

"하압!"

 

"시발 뭔 드래곤볼이여!?"

 

마치 텔레포트한듯한 속도로 어느새 내게 도달한 뱌쿠렌은, 양손을 모아 망치처럼 휘둘러, 내 몸을 그대로 땅바닥에 꽂아버린다. 시야 구석엔, 방금전의 충격으로 갈비뼈의 반이 으스러지고 내장이 손상되었다는 정보가 표시된다. 쉬벌, 이걸 다 느꼈으면 충격으로 쇼크사 했겠구만.

 

"어우, 시벌."

 

의도적으로 체내의 마력 회전율을 높여, 평소 이상의 회복능력으로 몸을 회복시킨다. 그 시간은, 약 2.5초. 그때 문득, 주위가 어둡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시발 저건 또 뭐야?"

 

하늘에 있는 뱌쿠렌의 가느다란 팔 옆에, 마치 스탠드 마냥 새로운 팔이 주먹을 굳게 쥔채 이쪽을 향해 내려쳐지고 있었다. 문제는 저 팔, 드럽게 크다. 뭐여 저건 시발?

 

"천부, 석가모니의 오행산!"

 

"야! 니가 무슨 네테로 회장님이냐!?"

 

사실 피하는건 어렵지 않지만, 슬슬 이쪽도 머리에 피가 오르기 시작했다. 마! 니만 쌘줄 아나! 내도 템빨이지만 쌔다 아이가!

 

"으오오오오오오!!!!"

 

그저 양팔을 X자로 교차하여, 뱌쿠렌의 스펠 천부「석가모니의 오행산」을 막아낸다. 아니, 막아낸다고 해야하나. 막아내는 중이지만. 그저 단순한 신체능력과 마력을 통한 신체회복만으로 막아내려고 하니 상당히 빡세다. 비효율적이라고 해야할까.

 

이래뵈도, 이쪽 스승님도 마법사라고. 화력으로 밀린다면 그거야 말로 마스터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일부... 로얄 플레어!"

 

극대량의 빛과 열의 엘리멘트를 교차한 팔의 앞에 뭉쳐, 그야말로 하나의 태양을 만들어낸다. 에너지의 차이 덕분일까, 그녀의 거대한 팔은 점점 밀려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스펠엔 내 어레인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코드 변경, 슈퍼 노바!"

 

한순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태양이 폭발하여 뱌쿠렌이 만들어낸 거대한 팔을 완전히 소멸시킨다. 폭발의 방향을 전부 공중에 있는 뱌쿠렌에게 돌렸으니, 왠만하면 그걸로 나가떨어져줬으면 했는데 말이지.

 

"지금껀 꽤 놀랬어요!"

 

- 빠악!

 

폭발 때문에 일어난 흙먼지 사이로 나타난 뱌쿠렌의 내려찍기. 마침 교차시키고 있던 팔을 그대로 들어올려 막아낸다.

 

"난 그걸 맞고도 멀쩡한 니가 더 놀라운데?"

 

그녀는 폭발을 직격으로 맞았다. 그 증거로, 옷의 상당수가 날아가 있다. 그럼에도, 찢겨지고 날아간 옷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그녀의 살결엔 아무런 상처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신체 강화 마법... 이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안됐군. 그걸 나한테 보여주는게 어떤 의미인지 그녀는 알지 못할것이니까. 사실 나도 이 능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방금 떠올렸지만.

 

"잡았다."

 

교차한 팔을 푸는 동시에 그녀의 다리를 잡는다. 

 

"같은 수를 쓰다니, 상당히 얕잡아보였군요!"

 

그리고 아까처럼, 엄청난 힘으로 그녀는 붙잡은 내 손째로 그 금강석과 같은 다리를 휘둘러 나를 땅에 후려치려고 한다. 하지만.

 

"Non. 그럴리가."

 

"무슨...!?"

 

그녀의 다리는 꼼짝도 못한채, 내 손아귀에 그대로 잡혀 있었다. 그리고 내 팔엔, 아까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체 강화 마법. 잘 쓸게."

 

"그, 그럴 ㅅ"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있단 말이지!"

 

뱌쿠렌의 발을 붙잡은채로, 그대로 하늘을 향해 던진다. 엄청난 속도로 치솟는 뱌쿠렌의 몸. 굉장한데. 이정도로 강해질 줄이야.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마력 소모량은 미친듯이 높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때.

 

- 파바바바바방!!!

 

"???"

 

하늘에서 무언가, 여러번 터지는 소리가 난다 싶더니.

 

- 빠아아아아아악!!!

 

"크어억----!!"

 

말그대로 혜성처럼 돌격한 뱌쿠렌의 주먹이, 완벽하게 내 복부에 명중한다. 미친 씨바, 배가 찢어진...!

 

"초인, 히지리 뱌쿠렌. 그리고, 삼천대천세계의 주인!"

 

- 빠바바바바박!!!

 

"크으으윽!"

 

세상에 씨바, 무슨 몸이 공마냥 여기저기로...! 거기다가 얼마나 쌔게 치길래 고통제어를 뚫고 이만큼의 격통을 주는겨!? 신체 강화는 또 어떻고!?

 

"마무리입니다! 아아, 나무삼!"

 

다이나믹 엔트리 느낌으로 날아오는 뱌쿠렌의 발차기. 저걸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 무사히는 못넘어간다. 하지만 얻어맞는 도중이라 회피동작도, 방어동작도 취하지 못한다. 거기에 벡터 조작은... 아마 늦을것이다. 지금 당장은 사고의 속도를 극한으로 높여서 거의 주마등급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지만, 여기에 벡터 조작을 위한 연산이 들어가면 마지막 일격을 맞은 뒤에나 값이 나올 것이다.

 

다만, 저 공격을 맞아서 셧다운 되는건 지금 이 생각을 하는 내 의식이며, 몸은 하쿠레이의 보옥이 건재한 이상 어떻게든 움직여 줄 것이다. 그렇다면, 뒷처리를 조금 맡겨볼까.

 

"오토 파일럿, 기동"

 

- 빠아아아아악!!

 

야 잠만 씨발 존나 아ㅍ

 

 

 

 

 

 

 

 

 

 

 

 

 

 

 

 

 

 

 

 

 

 

 

 

 

 

 

 

 

 

 

 

 

 

 

 

 

 

 

 

 

 

 

 

 

 

 

 

우이하루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인 뱌쿠렌. 솔직히 상대가 강해보여서 힘 조절을 안하고 그대로 공격한 그녀였지만, 아까전 일격으로 정말 죽어버린게 아닌가 하고 잠깐 걱정했다. 허나.

 

"포격술식,"

 

어느새 그녀의 뒤를 점한 우이하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디바인 버스터."

 

"큭!?"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으면서 갈고닦은 뱌쿠렌의 감이, 그녀의 몸을 전력으로 회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직후,

 

- 삐융!

 

뱌쿠렌이 있었던 위치를, 분홍빛의 거대한 광선이 뒤덮는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피한 뱌쿠렌의 몸은 광선의 후폭풍으로 날아간다.

 

"...이제야 진심으로 상대할 마음이 들었나 보네요. 우이하루, 라고 했나요?"

 

살짝 식은 땀을 흘리며 공중에서 우이하루를 내려다보는 뱌쿠렌. 하지만 그녀는, 우이하루의 분위기가 아까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거기다 복장도 달라져 있었다. 어딘가의 전통복장 같던 옷은 온데간데 없고, 새하얀 망토에 검은 보디슈츠를 입고 있는 우이하루. 그리고 그 눈은, 그저 멍하게 뱌쿠렌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토 파일럿... 코드 [타카마치]. 의식 각성까지 한정 운용 개시."

 

의미불명한 말을 중얼거리던 우이하루는, 어느샌가 손에 든 묘한 디자인의 지팡이를 뱌쿠렌에게 겨눈다.

 

"...뭐, 좋죠.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정말 진심으로 상대해 드릴께요!"

 

- 파바바바바방!!

 

그렇게 말한 뱌쿠렌의 모습이 사라지고, 아까와 같이 허공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뱌쿠렌이 '공기를 차며' 이동하면서, 소닉붐 현상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그녀의 속도를

 

"사격술식,"

 

우이하루, 아니 코드 [타카마치]는 완전히 눈으로 포착하고 있었다.

 

"포톤 랜서 팔랑크스 쉬프트."

 

음속으로 이동하며 우이하루의 허점을 노리려던 뱌쿠렌은 지상을 보며 깜짝 놀란다.

 

"과연, 물량으로 저를 떨어뜨리겠단 건가요...!"

 

마치 지상을 수놓는 별처럼, 우이하루가 전개한 수천발의 빛의 창이 뱌쿠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파이어."

 

"그 정도 쯤은!"

 

차례로 발사되는 빛의 창은 뱌쿠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날아오지만, 뱌쿠렌의 아음속을 따라가지 못한채 그저 허공에서 사라져간다.

 

"궤도 예측 완료, 전탄 발사."

 

우이하루가 팔을 들자, 지상에 남아 있던 빛의 창이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솟아올라

 

"큭!?"

 

- 퍼버버버벙!!!

 

모두 뱌쿠렌의 몸에 명중하여, 폭발을 일으킨다.  빛의 창이 만들어낸 폭발의 연기 속, 그렇게까지 큰 데미지를 입지 않은 뱌쿠렌은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연기가 걷힐때까지 여기에 있을것인가, 아니면 연기를 뚫고 기습을 할 것인가. 

 

하지만, 우이하루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굉천폭쇄, 기간트 슈라크."

 

"윽!? 꺄아아아아아아악!"

 

- 쿠우우우웅!!!

 

연기를 뚫고 나타난 우이하루는, 그 손에 든 엄청나게 큰 해머를 휘두른다. 미처 방어하지 못한 뱌쿠렌은 해머에 날아가 그대로 바닥에 쳐박혀버린다.

 

평범한 요괴라면 한방에 즉사시킬 치명적인 일격. 하지만 뱌쿠렌은 그것을 맞고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직... 아직이에요!"

 

"A.C.S 모드."

 

하지만 우이하루는 그저 무표정하게 손에 든 해머의 형태를 지팡이로 바꾸더니, 거기에 그 지팡이를 마치 창처럼 형태를 변경시킨다.

 

"엑셀리온 버스트, A.C.S 드라이브."

 

- 퍼엉!

 

아까전의 뱌쿠렌이 보여준 속도로, 우이하루는 겨우 몸을 일으킨 뱌쿠렌에게 돌진한다. 뱌쿠렌은 회피를 위해 공중으로 솟아 오르지만, 그마저도 귀신같은 방향전환으로 추격하여 이윽고 뱌쿠렌에게 닿는다.

 

"크으으윽...!!"

 

뱌쿠렌은 자신의 오른쪽 팔꿈치와 무릎을 들어, 창의 끝을 가까스로 막아낸다. 마력을 담은 창끝은 본래라면 뱌쿠렌의 몸을 태워야 정상이지만, 그 이상으로 뱌쿠렌의 신체 강화능력이 그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브레이크..."

 

그러나. 뱌쿠렌의 그 행동까지 예측한듯, 우이하루의 창 끝에서 분홍색의 빛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 빛이 아까전의 '포격술식'으로 불리는 무언가였음을 뱌쿠렌이 눈치챈 동시에.

 

"슛."

 

그녀의 몸은 그 분홍색 포격마법에 뒤덮혔다.

 

 

 

 

 

 

 

 

 

 

 

 

 

 

 

 

 

 

 

 

 

 

 

 

 

 

 

 

 

 

 

 

 

 

 

 

 

 

 

 

 

 

 

 

 

 

 

 

 

 

 

 

 

 

 

 

 

 

 

 

 

 

 

"...그런가요. 누에가..."

 

명련사.

 

정신을 차린 뒤 시간 역행으로 파괴상태를 되돌린 후, 나는 뱌쿠렌에게 안내받아 명련사의 어느 방 안에서 이렇게 그녀와 대면하고 있었다.

 

잠시 머리를 식힌 덕분일까, 그녀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었다. 애시당초, 눈 앞에서 정체불명의 씨앗을 보여줬으니 믿을 수 밖에 없겠지.

 

그나저나, 오토 파일럿 기동중의 전투 기록을 저장해둔걸 겸사겸사 훑어보고 있는데... 대단하구만. 물론 내가 아니라 뱌쿠렌이. 내가 그녀에게 날린 일격일격은 그야말로 필살. 악의에 침식된 환상소녀들조차 맞으면 악의째로 날아갈지도 모르는 강력한 공격들 투성이였는데, 그걸 전부다 맨몸으로 버텨냈다니.

 

...혹시나 리프레인으로 그녀가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등골이 오싹하군.

 

"그래서, 누에가 있는 곳을 알고 싶은데."

 

"그건 저도 모릅니다."

 

"예?"

 

아니 그럼 왜 아까전에 그렇게 박터지게 싸운겨?

 

"하지만 찾는건 도와드리죠. 요괴가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 인간에게 민폐를 끼치는건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번건 눈감아줄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준다면야."

 

환상향이란 닫혀진 세계에서, 바이오 테러는 그야말로 최흉최악의 공격이다. 왜 여태까지 악의의 군세가 그 수를 쓰지 않았는가 신기할 정도로. 아무리 여태까진 사상자가 없었다 할지라도, 이런 수가 효과적이라는 전례를 남겨놓으면 앞으로의 환상향에 크나큰 위협이 될 것이다. 이것을 방치하면 이 일을 교훈(?)으로 왠 나사 빠진 신이나 요괴가 자신의 힘을 위해 환상향 전역을 판데믹 상태로 만들테니까.

 

그러고보면 아까도 궁금했던건데, 왜 악의의 군세는 바이오 테러를 사용하지 않는거지?

 

"뭐. 슬슬 날도 저물어가는데. 나는 그럼 갈께."

 

"만일 누에를 찾게 되면, 어디로 알려드리면 될까요?"

 

"음... 이걸 눌러줘."

 

나는 아공간에서 하나의 커다란 버튼을 꺼내 테이블에 얹어둔다.

 

"이건?"

 

"호출벨 같은거려나. 누르면 나한테 신호가 오니까."

 

"에잇."

 

- 둥!

 

어째선지 뱌쿠렌이 버튼을 누르자, 시야 구석에 자그마한 팝업이 뜬다. 아차차, 깜빡하고 별 다른 조정을 안해놓은 상태라 디폴트 메세지가 표시되는군.

 

"...왜 누르신건지?"

 

"후후, 잘 작동하나 확인하려구요. 아, 혹시 일회용이었나요?"

 

"아니, 그건 아닌데... 아무튼 그런걸로."

 

보기보다 장난끼가 있는 누님이구만. 으음, 갑자기 든 생각인데... 뱌쿠렌... 오네쇼타... 좋군...

 

"그럼 찾는대로 연락할께요. 우이하루."

 

"ㅇㅋ. 굿 나잇."

 

방을 나서 하늘로 날아오르자, 하늘엔 석양이 지고 있었다. 얘들아, 저것 봐. 엄청난 석양이야.

 

[유키나 : March...]

 

Fin.

 

 

 

 

...이 아니고. 그냥 잠시 좀 놀려고 한게 이상한 일에 발을 들이고 말았군. 하지만 악의랑은 크게 상관 없는 이런 일도 가끔씩은 나쁘지 않나.

 

[아이리 : 하지만 좀 신경쓰이네요.]

 

??? 뭐가 또? 왜 갑자기 이상한 플래그 세우려고 그래?

 

[아이리 : 누에의 정체불명의 씨앗은, 물건을 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거든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론, 그 이외의 능력은 없을터에요.]

 

그러니까, 아까처럼 인간한테 심어서 '정체불명의 병원체'로써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거야?

 

[렌카 : 그렇습니다. 애시당초, 정체불명의 씨앗은 스스로 분열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분열을 한다고 해도, 할때마다 힘이 반감되었을 것입니다.]

 

에... 정리를 해보자. 정체불명의 씨앗은 어디까지나 물건에 깃들어 그 형태를 정체불명으로 바꿀 뿐, 병원체로써의 역할은 물론이고 전염조차 못시킨다는거야?

 

[아이리 : 그렇게 되네요. 하지만 우이하루가 가지고 있는 그 씨앗은, 분명하게 호쥬 누에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그 말은 즉슨, 누에가 어떠한 경로로 자신의 능력을 파워업 시켜서 씨앗의 용도와 속성을 확장했다는거야?

 

[렌카 : 그렇게 생각하는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지랄났군. 내 머리속에서 그런게 가능하게 되는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말이지.

 

[유키나 : 그것보다 오빠야. 집에 한번 돌아온나. 손님 와있으니까.]

 

손님?

 

[유키나 : 설명할라카면 기니까 걍 닥치고 온나.]

 

아, 예. 그러시다면야.

 

 

 

 

 

 

 

 

 

 

 

 

 

 

 

 

 

 

 

 

 

 

 

 

 

 

 

 

 

 

 

 

 

 

 

 

 

 

 

 

 

 

 

 

 

 

 

"어라, 에이린."

 

집에 도착해보니,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 있는 에이린이 있었다. 그 와중에 옆에 앉아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텐시는 정말로 통상운행이구만.

 

"마을 전체에 배부할 약을 만들어왔어. 이정도 양이라면 충분할거야."

 

에이린은 소파 앞에 있는 테이블 위를 가르키며 빙긋 웃는다. 테이블 위엔, 대나무로 짠 상자가 하나 놓여져 있다. 호오, 꽤 공들여서 만든 상자네... 아니, 중요한건 내용물이지 참.

 

"?"

 

상자의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수북하게 쌓인 알약이 있었다. 그런데 이거... 

 

"...평범한 비타민제 아냐?"

 

아무리 의학쪽으론 정보가 부족한 나라지만, 성분 분석정도는 한눈에 가능하다. 그것도 그 내용물이 단순하다면 더욱이.

 

"아이들이 먹기 쉽게 달콤하게 해봤어."

 

"아니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그래도 비타민제 하나로 의문의 전염병이 다 낫는다면, 현대 의학은 이미 절정에 달한 셈이 되는거 아닐까?...가만 있어봐?

 

"혹시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고?"

 

"정답. 정체불명에는 정체불명을, 이라는거지."

 

플라시보 효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위약효과. 아무런 효능이 없는 약을 병자에게 먹인 후, 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게 하여 약으로써의 효과를 보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게 효과가 있다고 하니, 인간의 믿는 힘이라는건 정말 대단하다 싶다니까. 물론 여러번 쓸 경우 효능이 격감하고, 그 효과가 굉장히 랜덤한 만큼 단발성으로 밖에 사용 할 수 없겠지만... 지금 상황에 있어선 굉장히 적절한 대처이리라.

 

"근데 일부러 이걸 넘겨주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우동게한테 부탁했으면 됐잖아."

 

"...우동게는 지금 여기에 못와. 다쳤거든."

 

"뭐시라?"

 

"이 집에서 영원정으로 오는 길에, 요괴에게 습격당했어. 지금은 안정을 취하는 중."

 

"심각하게 다친거야?"

 

"정체불명의 독에 중독된 상태였어. 네가 보내준 샘플이랑 같은 요기를 띄고 있었으니, 아마 범인은 동일인물일거야."

 

"호쥬 누에..."

 

정체불명의 병에, 정체불명의 독이라. 이젠 뭐든 가능하시군요. 무슨 도라○몽 같은걸.

 

"네가 우동게에게 준 샘플 덕분에 독의 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 고마워."

 

"잘 이해가 안되는걸. 어떻게 도움이 된건데?"

 

"우동게의 체내에 돌고 있는 독의 종류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거든. 시간도 없었고. 단서는 요기의 패턴 하나 뿐. 그때 떠올린게 네가 우동게에게 준 샘플이었어."

 

".......???"

 

그 설명만으론 잘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구만.

 

"섣부르게 판단해서 특정한 해독제를 우동게에게 주입했다면, 아마 때를 놓쳤을거야."

 

"그럼 우동게에게도 이 약과 비슷한 처방을?"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린. 하지만, 이번껀 여태까지 일어난 사건과는 질이 다르다. 아니, 다르다라고 하기 보단 나쁘다라고 말하는게 좋을 것이다.

 

호쥬 누에가 정체불명의 전염병을 뿌려 레이무를 포함한 많은 인간 아이들을 골골거리게 만든건, 뭐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까진 요괴의 악질적인 '장난질'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어찌됐던간에, 아직까진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고 대책도 눈앞에 놓여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석이 '요괴'를 공격했다는건, 그것도 살의를 가지고 치명적인 일격을 꽂았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이 아슬아슬한 균형 속에서, '집단'에 속한 요괴가 '집단'에 속한 요괴를 죽일 각오로 공격하는게 무슨 뜻인지, 환상향에 사는 누구나라면 알고 있을 터이니까.

 

- 둥!

 

"......"

 

시야 구석에 뜨는 디폴트 메세지. 또 메세지 바꾸는걸 까먹었군. 하지만 이 메세지가 떴다는건, 뱌쿠렌이 버튼을 눌렀다는 이야기인데...

 

"우이하루, 바깥을."

 

"음?"

 

어느새 나타난 렌카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을 건다. 바깥에 뭐가 있다는거야?

 

"니미...씨벌..."

 

앞마당으로 나가는 창문을 열고 밖을 보자, 인간 마을의 상공을 가득 메우는 정체불명의 암운이 깔려 있는게 보였다. 거기다가, 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는 덤으로.

 

"아무래도 대처를 하기 전에 저쪽이 손을 쓰려는거 같네."

 

미간을 찡그리며 중얼거리는 에이린.

 

"그래 보이는구만. 요괴조차 공격하기 시작한 저 녀석이, 마을 사람들을 가만히 둘거라곤 생각되지 않으니..."

 

하지만 이건 반대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상대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니, 찾는 수고를 덜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어떻게 할거야, 우이하루?"

 

"뭘 어떻게 해. 잡아 족쳐야지. 에이린은?"

 

"약은 가져왔으니 일단 볼 일은 끝났지만... 이 집, 생각보다 흥미 깊은걸. 잘하면 이 집에서 네 수술을 시행할 수 있을거 같아. 너도 그쪽이 편하겠지?"

 

"뭐...그건 그렇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가 발생해 내가 무력화 된 상태에서 총공격을 당한다 해도, 방어 시스템을 일신한 이 집에 있으면 적어도 3일은 버틸 수 있다. 이론상으론.

 

"그럼 밑준비를 조금 해둘께. 네 아이들을 좀 빌려도 될까?"

 

"딱히 내 애들은 아닌데 말이지... 걔들한테 물어봐."

 

에이린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벡터 조작으로 몸을 띄워 그대로 인간 마을을 향해 내 몸을 쏘아낸다. 인간 마을 상공에 있는 저 정체불명의 구름을 감안하면, 공중에서의 난입은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걸 알고 있지만... 이런건 임팩트의 문제다.

 

각도는 계산 끝. 착지 지점은 명련사의 앞마당. 좋아!

 

"슈퍼 히어로---랜딩!"

 

정체불명의 암운을 뚫고, 쿵! 하고 명련사의 앞마당에 왼쪽 무릎을 꿇은채 착지한다. 시야 구석에 왼쪽 무릎과 정강이 언저리가 WWE 게임마냥 새빨갛게 물드는게 보이지만, 뭐 신경 쓰지 말자. 기껏해봐야 뼈가 으스러진거다.

 

그나저나, 정작 저 구름엔 별거 없었네. 괜히 쫄았잖아.

 

"저기..."

 

"?"

 

"슬슬 비켜주시겠어요?"

 

"?????"

 

목소리가 들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째선지 라노베 히로인마냥 내 밑에 깔려 슈퍼 히어로 랜딩의 모션때문에 내린 왼손에 가슴을 만지작 당하고 있는 뱌쿠렌이 있었다.

 

...어라 이상하네, 분명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계산 결과가 나와서 여기에 착지한건데. 설마, 이것도 저 정체불명의 암운의 탓!?

 

"네 이놈 호쥬 누에! 이런 고마운 경험을 하게 해주다니!"

 

"......"

 

"아, 미안. 비킬께."

 

내가 생각해도 정말 개 빻은 놈이로구만. 뭐, 그림상으로만 보면 여자애가 여자애 가슴을 만진걸로 보였겠지만.

 

뱌쿠렌에게서 비켜 몸을 일으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까 내가 뚫고 온 탓에 흩어진 암운이 서서히 모이는게 보인다. 흩어진 부분과 암운이 깔린 부분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의 차이가 전자가 확실하게 높군. 저 암운, 명백하게 정보의 차폐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이렇게 어둠이 깔려도 빛이 어느정도 있는걸 보아, 가시광선은 어떻게든 통과시키고 있는거 같지만.

 

뭐가 어찌 되었던 간에, 만나서 조지면 그만인 것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냐는건데. 만일 그녀가 저 구름 속에 숨어 있다면, 지금의 내 역량으론 찾아내기는 힘들어보인다.

 

"그래서? 호쥬 누에는 어디에?"

 

"저기 있어요."

 

"?"

 

뱌쿠렌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는.

 

"우와..."

 

여기저기 멍이 든 상태로 커다란 나무에 묶여, '저는 도를 넘은 장난을 쳤습니다' 라고 적힌 간판을 목에 건채 정신을 잃은 한명의 소녀가 있었다. 검은색 원피스에 붉은 구두, 등에 달린 빨간색과 파란색의 이형의 날개. 데이터 상으로도, 정황상으로도 그녀가 호쥬 누에임은 명백했다. 거기다가, 실시간의 그녀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건, 리프레인때 악의의 기운에 먹힌 소녀들을 쓰러뜨릴때 나오는 현상...인데, 풀어서 쓰니까 너무 기니 나중에 뭔가 이름을 붙여야겠는걸.

 

하여간,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상황은 종료된 모양인데... 뭐, 그녀가 쓰러졌다고 해도 전염병이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으니 약을 배부할 준비는 해야겠지.

 

근데... 이상하네. 정말로 이상하네. 저게 호쥬 누에라면.

 

- 끼이이에에에에엑!!!

 

"그럼 저건 누가 내는 목소리인겨?"

 

여전히 들려오는 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 거기다가 정체불명의 암운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다. 호쥬 누에가 쓰러졌다면, 적어도 저 두가지 요소는 사라져야 정상이자녀?

 

"그게... 저 암운도 그렇고, 아까전부터 들려오는 누에의 울음소리는 누에를 혼내준 뒤부터 일어난 일이라..."

 

"엥?"

 

인간이라면 당장 응급실로 가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릴정도의 구타를 '혼내줬다'라는 말로 정리하는 뱌쿠렌의 무서움은 일단 넘어가고.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예전부터 경계해오던 '신 패턴'. 악의가 내가 아는 정보 이상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이시는 자기가 알고 있는 악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유해 줬으니, 현 시점에서 내가 모르는 것은 코이시 또한 모르는 것. 즉, 조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떻게 한다... 뱌쿠렌, 저 구름을 없애는 방법 혹시 몰라?"

 

"글쎄요... 일단 구름 속에 들어가서 발차기로 한번 크게 흩어보긴 했는데, 별 소용은 없었어요."

 

"......"

 

구름속에 들어가서 구름을 '물리적으로' 흩어버릴 발상은 아무리 나라도 안하는데 말이지.

 

"?"

 

그때,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지상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정확하겐 우리 앞에. 쯧. 상대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건, 꽤나 불쾌하구만.

 

그리고 소용돌이 치며 내려오던 구름이 걷히고, 그 중심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그것은, 스님이었다. 승복을 입고 있는 꽤나 젊어보이는 스님. 뭐라고 해야할까, 존나 착해보이는 미형 남자에게 치사량의 탈모빔을 조사하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근데 왜 구름속에서 스님이 쳐 나오고 지랄이여? 거기다가 본인도 아니다. 열 반응이 없는걸 보아,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묘렌...?"

 

"??"

 

묘렌? 그러고보면 명련사의 '명련'을 일본어로 읽으면 묘렌이었지. 그렇다면 저 스님이, 이 절의 이름의 모티브가 된 사람이란건가? 거기다 뱌쿠렌이랑 이름도 비슷하겠다... 적어도 아주 무관계하진 않겠군.

 

아, 데이터 뒤져보니까 저 남자, 뱌쿠렌의 동생이었구만...응? 잠깐만 있어봐. 연관 정보에 뜨는 이건 뭐야? 뱌쿠렌이 마법사가 된 계기? 뱌쿠렌이 극도의 네크로포비아?

 

"누...님..."

 

"!!!"

 

그때, 묘렌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빠른 속도로 늙어가기 시작한다. 스, 스탠드 공격!? 프로슈트 행님이 어딘가에 있는건가!?

 

"아니... 잠깐만...?"

 

왜 굳이 묘렌이 극단적으로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거기다가 방금 쓰러져 죽은것으로 보이는 저 묘렌의 시체가 빠르게 썩어가는 모습 또한, 어째서 보여줄 필요가 있지?

 

단순히 혐오감을 조성하기 위해? 아니, 그건 아니다. 그런거라면 굳이 뱌쿠렌의 동생을 모델로 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혐오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면, 애시당초 한명보단 여러명을 보여주는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아....아아...."

 

"뱌쿠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부여잡은채,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뱌쿠렌.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린채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약해보였다.

 

역시나, 이건 뱌쿠렌을 대상으로 한 정신공격! 상대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을 보여주는 종류의 공격인가!?

 

"젠장, 이거 위험한데."

 

뱌쿠렌의 반응은, 명확하게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사람의 그것이다. 아까전의 연관 정보... 과연. 뱌쿠렌이 마법사가 된 이유는, 동생의 죽음 때문에 극도로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어서인가. 하지만 이건 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은데. 이대로 뒀다간 정신이 붕괴할거다.

 

"미안, 뱌쿠렌!"

 

그녀의 몸을 일으켜, 그대로 벡터 조작과 내 전력을 다해 그녀의 턱에 어퍼컷을 날린다. 보통 요괴라면 그대로 턱이 파쇄 될 공격이지만, 뱌쿠렌의 턱은 그저 새빨갛게 까지기만 할뿐. 하지만 충격은 제대로 전달된 모양이라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여기서 계속 재워두는것도 거시기하니, 우선은 틈새로 집에 둬야...

 

"...틈새가 안 열리네?"

 

어째서지? 설마 저 암운 때문에 데이터 전달이 막히는건가? 이유는 일단 아무래도 좋다. 우선, 뱌쿠렌을 여기 이대로 뒀다간 왠지 위험할것 같은 예감이 드니 얼른 그녀를 마을에서 벗어나게 해야한다.

 

그렇다면...

 

"흐오오오오옷!!!"

 

뱌쿠렌의 몸을 붙잡고, 한바퀴 돈 뒤 그 반동과 벡터 조종으로 그녀의 몸을 마을 바깥으로 던져버린다. 정확히는, 내 집 쪽으로. 혹시 모르니까 제동 마법은 걸어둘거지만... 눈치가 있으면 3자매중 한명은 붙잡아주겠지.

 

"......"

 

그때, 묘렌의 시체는 또다시 암운에 감싸이기 시작한다. 과연, 공격 타겟을 나로 바꾸기로 한건가. 사실 좀 궁금하기도 하군. 뱌쿠렌 앞에 묘렌을 보여준걸 보아, 아무래도 정신공격류의 무언가인거 같은데... 그보다, 이 상황은 어떻게 해야 타개할 수 있는거지?

 

젠장. 무슨 노토리어스 B.I.G.도 아니고, 목표가 쓰러지고 나서야 발동하는 능력이라니. 분명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그 핵은 있을 것이다. 핵을 포착하고 분석하기 시작하면, 앵간하게 보안이 쌔지 않은 이상 길면 10분 내에 카자리로 베어낼 수준까지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라... 어떻게 해야 적의 핵을, 혹은 거기에 준하는 무언가를 찾아 낼 수 있지?

 

"음."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하고 있을때, 이윽고 소용돌이치던 암운은 사라지고 그 안에서 한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키는 175는 넘어보이는 장신에, 검은 생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가슴 크고 스타일 좋은 여성이었다. 

 

아니, 거시기 뭐냐. 저거 쇼우이치잖아? 코메이지 쇼우이치. 코이시한테 '우이'라고 불리고 있는 오리지널 우이. 아니, 나도 우이인거 같지만.

 

근데 이상하네? 쟤가 왜 나온거지? 거야, 내가 생각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코메이지 쇼우이치의 완전한 변절'이긴 하지만...

 

...그게 이유구나. 그렇다는건 설마...

 

"고유결계, 스피리츄얼 헤븐."

 

한순간, 주위의 풍경이 발자국 하나 없는 새하얀 눈밭으로 바뀐다. 가만, 이걸 쟤가 했다고? 그보다 고유결계? 저건 열량이 없는 환각이 아니었던거야?

 

"너라면 이녀석에게서 나를 끌어낼 수 있을 줄 알았어."

 

"...쇼우이치, 였나?"

 

"오우. 지금은 악의의 좋은 에너지원이 되어 있는 코메이지 쇼우이치님이다."

 

"뭐가 씨발 그렇게 당당하냐?"

 

"ㅎ;;; ㅈㅅ;;;"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는 쇼우이치. 아니, 그보다 저게 쇼우이치 본인이라고? 확실히 아까와는 다르게 데이터 상으로도 코메이지 쇼우이치라고 확실하게 인식은 되고 있는데... 저거 진짜인가?

 

"정말 시간이 없으니까 짧게 설명할께. 내가 너랑 대화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이 녀석, 슬로스의 데이터에 백도어를 심어둔 덕분이지. 이미 알아차리고 열심히 백도어를 지우고 있으니, 길어봐야 2분 버티려나."

 

"뭐야 너, 진짜 쇼우이치냐?"

 

"사람 말은 좀 믿는게 어떠냐? 그렇다고 했자녀."

 

아까전에 백도어가 어쩌고 저쩌고 한걸 보아, 아무래도 저 녀석은 슬로스라고 불리는 무언가에 미리 손을 써놔, 잠깐이나마 연락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라고 하는건가?

 

"그렇다면 그 슬로스라는거... 그녀석도 7대 죄악이냐?"

 

"고럼. 니가 등신같이 좆빠지게 추격한 '프라이드'랑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녀석이다. 나태의 슬로스. 능력은 환상 소녀에 잠복하여 일을 벌인 뒤에, 퇴치당하면 그 자리에서 잠복한 소녀의 기질을 이용해서 멸망급 기술을 뿌리고 튀는 좆같은 새끼지."

 

"진짜로 좆같은 새끼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 또한, 그 슬로스 라는 녀석이 저지른 것이겠지.

 

"하지만 녀석의 힘은 너무 강해서...특히, 본체의 경우엔 '테라포밍' 용도로는 쓸 수가 없어. 전술핵이라고나 할까. 예를들어... 그렇군. 메디슨 멜랑콜리라는 녀석에게 씌이게 됐다가 퇴치당하면, 그자리에서 요괴조차 한순간에 죽일만큼 강력한 치사성 독을 환상향 전체에 뿌려버릴껄?"

 

생물이 없으면 테라포밍할 의미가 없다구. 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쇼우이치. 즉, 본래라면 찾아오지 않아야 했던 최악의 적이 어째선지 여기에 왔다는 이야기인가.

 

"어찌됐던, 이건 반대로 기회라고도 할 수 있어. 지금 그쪽에 있는 슬로스는 본체거든? 원래라면 레플리카를 보내야하는데... 그 녀석도 고정 루트가 생긴게 어지간히 기뻤나봐. 그런 실수도 하고. 본체가 죽으면 레플리카도 만들 수 없으니, 절호의 찬스라고 할 수 있지 않겠냐?"

 

"아니, 더 위험한거 아녀? 그보다 '그 녀석'은 또 뉘겨?"

 

그보다 고정 루트가 생겼다는건 대체 뭔 이야기야?

 

하지만 보통은 레플리카를 보낸다, 라는 말은 즉. 전술 핵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파괴력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저 말이 맞다면, 확실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 녀석'? 그 이야기 하려면 너무 길고 시간도 없으니 일단 마지막으로 해법 설명이랑 영상편지 찍을 시간을 갖도록 하지."

 

시간 없다며? 영상편지 찍을 시간은 있냐.

 

"해법은 하나. 내가 지금 당장 전력으로 너랑 싸우면 돼. 자, 됐지? 빨리 카메라 준비해."

 

"야, 잠만. 그게 어떻게 해법이 되냐?"

 

"아니 시발, 된다니까. 사람 말 좀 믿어. 그리고 빨리 카메라 꺼내."

 

"*sigh*"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면서도, 나는 아공간에서 카메라를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Moon Garden Members. 나는 쇼우이치이다."

 

"??"

 

"나 쇼우이치, 악의에게 양질의 에너지 공급하고 있다. 악의는 항상 내게 감사하십시오."

 

"????"

 

"그런데 악의들 요새 틈 많아졌다. 이거 찍고 있는 idiot 덕분에 내 정신도 각성했다."

 

그 idiot, 설마 나 말하는거 아니지?

 

"잘들으세요, Garden Family. 난 안에서 Tearing apart me Lisa 할 것이다. 악의들, void라는 이름의 dead parents 곁으로 보낼 것이다."

 

아니, 리사는 누군데?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할일이나 하십시오. and I also 코이시 조아."

 

그리고 됐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쇼우이치... 아니. 이거, 된거 맞나?

 

"...이걸로 된거냐?"

 

"됐어."

 

...뭐, 지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자, 슬슬 타임 리밋이다. 모든 리미터를 풀꺼니까, 적어도 한두방 정도는 막을 준비는 해둬."

 

"아니, 그러니까 왜 그런짓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예상 해봐.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니까."

 

마치 나잇살을 인정하지 못한채 마법소녀물 코스프레를 한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차림의 쇼우이치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그리고.

 

"마신화."

 

그녀의 한마디와 함께, 세계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엔 이형의 날개, 언젠가 본적 있는 마계신 신키의 날개가 펼쳐지고...

 

"으윽!?"

 

푸직, 하고 오른쪽 눈이 박살났다. 대부분의 분석 능력을 담당하는 오른쪽 눈알이, 분석의 허용범위를 넘어선 탓에 박살나고 만 것이다. 다시 재생하긴 했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군.

 

저게 풀파워 전개라고? 아니 씨발, 저정도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체 왜 악의한테 붙잡힌겨? 그냥 싸바르겠구만. 무엇보다 놀라운건, 저게 7대 대죄인 '슬로스'를 통해서 구현된 허상이라는 점이다. 저게 허상이면, 본체는 대체...

 

...가만 있어봐? 아무리 7대 대죄라지만, 전개만으로 저정도 출력인데 마력이 충분할까?

 

"과연... 그런 이야기였나."

 

쇼우이치의 작전은 지극히 심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슬로스의 마력을 고갈 시키려는 것이리라. 설령 슬로스가 자신의 의사로 저 각성을 막는다 해도, 꽤 위험한 수준까지 마력이 떨어지리라. 최악의 시나리오는, 슬로스가 저 소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라는 거겠지만.

 

어찌됐던간에, 이쪽은 버티기만 하면 이기ㄴ

 

"마신복송."

 

그녀의 등 뒤에서 마법진이 생기고, 거기서 레이져가 뿜어져 나왔다 싶더니,

 

의식이

 

"으 아 아아 !!! ! ! !"

 

점ㅁ

 

"아 아아 아 악! !! ! !!"

 

ㅕㄹ

 

"씨발 새끼야아아아아!!!!"

 

정신을 차렸을땐, 몸이 살기 위해 멋대로 레이져의 사선에서 크게 벗어났을때였다. 세상에, 나 방금 몇번 죽은거야?... 7번? 저 레이져에 팔만 스쳤는데? 니미 씨발 장난해?

 

평범하게 파괴력만이 높은게 아니다. 닿는 순간, 마력의 파동이 제멋대로 몸안에서 깽판을 쳐서 몸 전체를 찢어발기는 것이다. 마치, 스쳤는데도 같은 데미지가 들어가는 게임 같은 공격이다. 세상에, 시발. 저새끼가 시작부터 고유결계를 안쳤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지...

 

그러고보니 이 고유결계, 아까부터 무슨 세트장 무너지듯이 박살나고 있는데? 지금 이 전투, 바깥 세계에 영향 안주는거지? 지금의 이녀석의 공격의 일부라도 바깥에 새어 나갔다간, 재앙급 참사가 일어날거다.

 

잠깐만, 근데 난 어째서 저녀석의 공격의 메커니즘을 한방에 이해했지? 솔직하게 말해서, 아까전에 스쳤을때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 스쳤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잡스의 유산의 로그를 보고 안 것이다. 고통이고 자시고, 그런걸 느낄만한 상황조차 아니었다. 그런걸 의식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다는건...

 

'난 이미, 알고 있다?'

 

그렇군. 생각해보면 잡스의 유산 DB에는 당연하게 코메이지 쇼우이치의 데이터 또한 들어가 있다. 물론 지금으로썬 그녀석이 쓰는 기술의 일부조차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하지만, 이해하고 있다면.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피어 흐드러져라, 카자리!"

 

머리에 꽂아놓은 비녀형태의 카자리를 제 3 형태인 커다란 대검 형태로 만든다. 저녀석의 마법을 지우려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제 3형태까지 리미트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

 

- 치이이익...

 

"으 씨발 뜨거버라."

 

가슴팍에 박힌 하쿠레이의 보옥이 뜨거워 지며, 고통 제어를 가볍게 뚫고 불로 지지는 고통을 내 뇌에 직접 때려 막는다. 마치 가슴팍에서 실시간으로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과열할 줄이야... 그만큼 연산 능력을 미친듯이 사용하고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스쳐도 뒤지는 저 녀석의 공격에 직격타 맞는거에 비하면 개미가 무는것보다 못한 정도이리라.

 

"리스트릭트 바인드."

 

그때, 분홍색 사슬이 나타나 내 온몸을 칭칭 감는다. 젠장, 평범하게 힘으로 풀려고 하면 더 조여오네. 이건 미드칠더식 마법 '리스트릭트 바인드'인가. 나로써는 아직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구조만은 알고 있지.

 

"폼 체인지, 피어라. 카자리!"

 

대검형태의 카자리는 사복검 형태로 변하여, 검이 수많은 판넬로 변해 내 몸을 묶고 있던 수많은 사슬들을 꽃잎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그 직후에 감지되는 강력한 마력 반응.

 

"성괴, 스타라이트..."

 

"폼 체인지, 피어 흐드러져라, 카자리!"

 

"브레이커."

 

수십줄기나 되는 마력포가 이쪽을 향해 발사된다. 저걸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막는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으랴아아아앗!!"

 

땅바닥에 카자리를 박은 뒤, 그저 힘으로 땅을 갈아가며 쇼우이치를 향해 돌진한다. 대검 형태의 카자리는 내 몸을 막는 방패가 되어, 그녀의 흉악한 마법을 전부 꽃으로 바꿔주고 있다. 이럴땐 작다는게 참 편리하단 말이지.

 

하지만... 젠장, 본래라면 저 마법의 근간까지 한방에 꽃잎으로 바뀌어야 정상인데, 고작 닿는 레이져의 10cm 정도만을 꽃잎으로 바꾸는게 고작이다. 아마 내가 들고 있는 이 '카자리'의 본질을 한눈에 파악하고 그 한순간에 대책안을 마법속에 넣어둔거겠지. 뭐 저런 괴물새끼가 다 있어?

 

- 쨍그랑!

 

그때, 금이가던 주위의 풍경이 완전히 깨지고 주위의 풍경은 인간 마을로 돌아온다. 젠장, 하필이면 공격을 막고 있는 도중에 고유결계가...! 이렇게 되면 마을이 한방에 불바다가 될...

 

"...응?"

 

어라라, 이상하네. 포격이... 멈췄다? 아니, 단순히 멈춘 것뿐만이 아니다. 쇼우이치가 뿜어내던 강한 마력의 파동도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혹시나해서 아까전에 쇼우이치가 있던 방향을 올려다보자, 거기엔 마치 TV의 노이즈마냥 치직거리며 비틀거리는 호쥬 누에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된거였군. 고유결계는 사용자의 심상을 구현한 것. 거기엔 물론 막대한 마력의 소모되며, 유지에도 그에 버금가는 마력이 소모된다. 그게 사라졌다는건, 애시당초 마력이 앵꼬가 났다는 증거. 그리고 지금 비틀거리고 있는 저것이야 말로 슬로스의 본체...

 

"...는 아닌거 같군. 아무래도."

 

저건 본체가 아니다. 저것에겐, 하늘에 떠있는 저 암운과 별 다를바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애시당초 저것은 저 암운이 만들어낸 환영. 아까전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잊고 있었지만... 결국 본체를 잡지 못한다면, 최악의 경우 프라이드 때처럼 저녀석을 놓쳐버릴테지. 이번엔 그렇게 둘까보냐.

 

적어도, 저것들이 인간 마을 전역이 아니라 한곳에 모여있기라도 한다면 핵을, 혹은 그 비슷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텐데...

 

음? 가만 있어봐. 모으면 되는거지?

 

"그렇다면... 이미테이션, 이부키 스이카!"

 

앞머리가 호박색이 되는걸 확인하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미테이션 '이부키 스이카'. 오니 사천왕중 한명이라고 불리어왔던 주정뱅이 오니, 스이카의 능력은 '밀도를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 그저 경내의 낙엽을 모으는것부터 시작해서, 물질의 분자 밀도마저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활용범위가 넓은 능력이다. 통상시에 어느정도 환상소녀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나로썬, 장비 제작에 활용하는 정도로 사용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미테이션 한것으로, 그 활용범위는 비약적으로 늘어나지만...

 

"으에..."

 

문제는 이 이미테이션, 사용하면 부작용으로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평형감각이 흔들리며, 사고 회로가 다소 대담하게 바뀌어버린다는 점이...

 

에이 시발, 길게 말할것 없이 말하자. 취한다. 명정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항상 취해있는 스이카이기에 이런 부작용도 딸려오는거겠지만. 문제는 이거, 지금은 괜찮지만 숙취 효과도 같이 딸려온다는 점이 문제다. 이것만큼은 체내 정화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란 말이지. 굉장히 유용한 이미테이션이긴 하지만, 덕분에 내가 가장 쓰기 싫은 이미테이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뭐가 어찌됐든!"

 

할건 단 하나. 저 가짜 누에를 중심으로 정체불명의 암운의 밀도를 한점에 모은다. 그렇게 되면 슬로스의 본체도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겠지!

 

"흡!"

 

가짜 누에를 향해 손을 펼친 후, 주먹을 쥐어 한번에 암운의 밀도를 모은다. 그러자, 지직거리며 흐릿해져가던 가짜 누에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시야 구석에 [7대 대죄, 슬로스]라는 분석 결과가 뜬다. 이거, 찾을것도 없이 빙고였구만.

 

그나저나 데이터에 따르면 7대 대죄들은 모두 환상 소녀의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한다. 프라이드는 야쿠모 유카리에, 슬로스는 호쥬 누에인가. 

 

근데 어느샌가 DB가 업데이트 되어 있었군. 본래라면 7대 대죄의 본체를 본다 해도 저런 분석결과는 나오지 않을텐데... 아까전에 만난 쇼우이치가 모종의 방법으로 데이터를 갱신시킨걸까.

 

뭐, 어찌되든 좋다. 없애버려야할 상대가 눈 앞에 있고, 손엔 마침 상대를 완전히 없애버릴 무기가 들려져 있다. 거기에, 슬로스라. 귀차니즘은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죄악이란 말이지!

 

"큭!"

 

아무래도 내 살기를 눈치챘는지, 다시 자신의 몸을 퍼뜨릴려고 하는 슬로스. 내 씨발 그럴 줄 알았지. 다른 수를 생각 할 수도 있었을거다. 나를 공격하는 수도 있었을거고, 프라이드처럼 왔던 곳으로 빠르게 도망치는 방법도 있었을거다. 하지만 저 녀석은 굳이 그러지 않고 원래 쓰던 방법으로 내 공격을 피하려고 하고 있다. 다른 수를 생각하기 '귀찮았을'테니까.

 

하지만 그게, 자신의 존재를 없애는 계기가 될줄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늦었어 병신아!"

 

"!?"

 

이부키 스이카의 능력을 발동시켜, 슬로스의 밀도를 고정시킨다. 이걸로, 녀석은 나를 죽이지 않는 한 암운으로 되돌아 갈 일은 없을거다.

 

"슬슬..."

 

눈 앞의 존재, 슬로스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이해한다. 그 근간을, 그 뿌리를. 그리고!

 

"뒈져 씨발!!!"

 

가짜 호쥬 누에, 7대 죄악중 한명인 슬로스의 몸이 카자리로 벤 궤적대로 갈라지며, 다음 순간 내 시야는 꽃잎으로 가득 메워졌다.

 

 

 

 

 

 

 

 

 

 

 

 

 

 

 

 

 

 

 

 

 

 

 

 

 

 

 

 

 

 

 

 

 

 

 

 

 

 

 

 

 

 

 

 

 

 

 

 

 

 

 

 

"둘다 이걸로 끝이에요!"

 

"그런 속도만 빠른 공격 안통한데이!"

 

"질 순 없습니다."

 

"......"

 

슬로스의 존재를 소멸시킨지도 일주일. 나는 시제품이 나온 물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시종 3자매의 물총대결을 시킨 후 구경하고 있다. 본래 의도 했던 스펙이 제대로 발휘되는지 확인 하기 위해선 세이프티 락이 풀린채로 일정시간 이상 사용되는 모습을 확인해야한다. 내구도나 혹시 모를 고장이 있는지도 테스트 해야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실전에 가까운 전투 속에서 하는게 제일. 굳이 쟤네 3명한테 시킨 이유는... 뭐, 더워보이길래.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아하니, 저걸 만든 캇파들의 실력은 확실히 알아줄만한거 같다. 물이 연관된 기술 하나만큼은 텐구보다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 말대로로군.

 

그렇게 되면 원거리 무기는 캇파한테 일임한다고 생각하면 되겠고... 문제는 근접무기와 방어구다. 근접무기라고 해봐야, 어짜피 그녀석들의 민첩성을 평범한 인간이나 요괴들이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있어봐야 소용없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없는것보단 나을 것이다. 방어구도 마찬가지고. 중시해야할건 '단단함'보단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인가... 아직까진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게 없단 말이지.

 

- 퓨슉! 까앙!

 

반사적으로 아공간에서 프라이팬을 꺼내 얼굴을 가리자, 프라이팬이 찌그러지며 물이 허벅지에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새삼 느끼지만 이 물총, 세이프티 락이 없으면 진짜로 위험한 물건이구만.

 

"므하냐?"

 

"오빠야 심심해보여서?"

 

"생각할게 있어서 생각하던 중이었거든?...그래서, 그 총은 어때?"

 

"오빠야가 말한 스펙대로긴 한데, 좀 개선할 점도 보이네. 끝나면 언니야들이랑 정리해서 주께."

 

"그래. 그래주면 고맙고."

 

그나저나 유카리한테 부탁한 조사, 어떻게 됐으려나. 슬로스를 조진 다음날 부탁했으니, 오늘로써 6일차이긴 한데.

 

"저게 오라버니께서 준비하고 계신 계획의 일부인가요?"

 

"그 있잖아. 마침 와준건 기쁜데 사람 등 뒤에서 기척없이 상반신만 꺼내는건 좀 그만두면 안될까?"

 

뒤를 돌아보니, 장난끼 섞인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괸채로 나를 바라보는 유카리가 있었다.

 

"세이프티 칩은 잘 작동하던가요?"

 

"일단은. 네가 짠 식이 잘못될리는 없겠다만, 만에 하나라는게 있으니 그 부분도 테스트 할거야."

 

그렇다. 저 물총에 들어간 안전장치의 알고리즘은 유카리가 짜준 것. 물론 거기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지 렌카랑 아이리가 몇번이고 체크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만에 하나의 사고를 대비해 테스트는 필요하겠지만.

 

"그래서? 네가 그냥 잡담만 하자고 나타날 정도로 한가한 애는 아닐꺼고. 부탁한 조사에 진척이라도?"

 

"네. 오라버니가 말씀하신대로, 악의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백도어가 세계의 경계에서 발견됐어요."

 

"역시나."

 

유카리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째서 7대 대죄 중 하나인 슬로스가, 그것도 오리지널이 내가 있는 환상향에 왔는지는 솔직히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고, 그리고 별로 관심도 없지만, '어떻게 왔는가'에 대한 의문은 슬로스를 조진 이후로 끊이지 않고 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세계의 경계, 즉 다른 세계와 이 세계와의 경계를 관측할 수 있는 요괴인 유카리에게 그 조사를 의뢰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생각 이상으로 빨랐군. 내가 직접했으면 한달은 넘게 걸렸을거 같은데.

 

"하지만 그 백도어를 없앨 수는 없었어요."

 

"뭐?"

 

"한번 보시겠어요?"

 

유카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눈앞에 틈새가 열린다. 그 틈새의 안은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뿐... 아니, 아니다. 단 하나, 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한줄기의 가닥이 보인다. 굵기는 정말로 얇아서, 그저 손가락만으로도 끊을 수 있을 것만같이 약해보이는 한줄기의 가닥.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유카리가 어째서 자르지 못했는지 곧바로 이해했다.

 

"...이래서야 네 힘으론 무리구만."

 

유카리가 보여준 선은, 단어 그대로 하나의 통로. 악의가 점령한, 즉 쇼우이치가 있는 환상향과 이곳을 잇는, 그리고 일방통행인 하나의 루트다. 문제는, 이 선의 존재 자체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점. 물론 분명히 존재 하고 있고, 저것의 용도 또한 아까와 같이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뭐라고 할까.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선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이 눈 앞에서 희미해져, 형태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물리적인 위치도, 존재 형식 자체도 바뀌어버린다. 경계를 조종하는 유카리의 능력으론 이런 경계가 '애매한' 물건은 자를 수 없었으리라.

 

"오라버니라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으음... 글쎄."

 

애시당초 이 선을 누가 깔아놓은건진 모르겠지만, 인식할때 존재 형식조차 랜덤하게 바뀌고 있어서 지금의 나로썬 카자리로 베어내지 못할거 같다.

 

"유카리, 물리적으로 끊어보려는 시도는?"

 

"그건 보시면 알아요."

 

유카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틈새 저편으로부터 빠아아앙- 하는 열차의 소리가 들려온다. 열차는 엄청난 속도로 선을 향해 돌진하고...

 

- 키이이이이이익!!!

 

마치 두부처럼, 선에 부딪친 열차는 그대로 뚜껑이 잘려나간다. 너무 깔끔하게 잘려나가서, satisfying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면 오르가즘까지 느끼지 않을까 싶을 정도.

 

"지랄났군."

 

"일정 좌표 이상을 벗어나진 않아서, 언제든 관측할 수 있긴 하지만... 끊지 못하는 이상, 지난번과 같은 일이 반복될거에요."

 

"리프레인이 일어나는 텀도 빨라지겠군."

 

고개를 끄덕이는 유카리. 어떻게 슬로스를 조진건 좋았는데, 더 큰 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던거군. 암드 유토피아의 준비를 좀 더 빨리 할 필요가 있겠는걸...

 

"그러고보니 오라버니, 코메이지 코이시의 행방을 아시나요?"

 

"코이시? 글쎄?"

 

안그래도 코이시랑 만나면 시종애들까지 다 앉혀놓고 쇼우이치가 남긴 메세지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슬로스 사건 이전부터 얼굴을 못봤다. 거의 한 한달은 다 되어 가는거 같은데...

 

"그렇다면 나중에 만나게 되면,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다 라고 전해주시겠어요?"

 

"준비? 어, 뭐... 그럴께."

 

"선을 관측할 수 있는 좌표범위는 렌카에게 알려뒀으니, 혹여나 저 선을 없앨 방법이 생각나신다면 부탁드릴께요."

 

"오, 오우."

 

생긋 웃더니 틈새속으로 사라지는 유카리. 결론적으로,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었군. 예상 범위 내긴 했지만... 뭔놈의 상황이 시발, 내 좆대로 돌아가는게 하나도 없누. 쉬부ㄹ

 

- 치익! 까앙!

 

옆에 뒀던 프라이팬을 다시 들어, 안면에 적중하려는 물줄기를 막아낸다.

 

"않이;;;또 왜;;;"

 

"심심하니까 오빠야도 같이 하자!"

 

"사람이 많으면 데이터도 빨리 모일거에요!"

 

"2 대 2 팀전은 어떻습니까, 우이하루?"

 

"허어...나 참."

 

이런이런. 이 녀석들한테 신경쓰게 만들다니. 나도 상당히 썩은 표정을 지은 모양이로군. 뭐, 렌카까지 저렇게 나올 정도다. 어울려주도록 할까.

 

"아까부터 꺄악꺄악 시끄럽네... 조용히 게임을 못하겠잖아."

 

"넌 오쇠 언제 오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집안에서 기어나오는 텐시. 하루에 게임을 한 20시간은 하는 느낌인데, 저렇게 산뜻하다니. 하긴, 집에 틀어박혀 있는 도움 안되는 년이 악취까지 나는 것보단 낫지. 다행히도 쟤, 놔두면 천연 방향제가 된단 말이지. 덕분에 집안이 은은한 복숭아향으로 한가득이다.

 

"틈 발견이데이!"

 

- 푸슉!

 

유키나가 발사한 물총이, 그대로 텐시의 얼굴에 명중한다. 프라이팬조차 찌그러질만큼의 강한 수압이지만, 여윽시 썩어도 천인. 상처 하나 없다.

 

"푸핫!? 무슨 짓이야, 이 꼬맹이가!"

 

"마! 꼬우면 덤비라!"

 

열정적으로 중지를 치켜세우며 멋드러지게 도발하는 유키나. 하지만 상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천인.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텐시에게 저런 도발엔...

 

"우이하루! 나도 저거 줘!"

 

당연히 넘어가는군.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녀석이라니까.

 

"오냐."

 

"그럼 우이랑 나랑 텐시쨩이랑 한 팀하고, 시종 애들로 한팀 하면 되겠네?"

 

"그러면 되겠네. 좋아, 그럼 해볼까?"

 

아직 해야할 일도 많고, 생각해야할 안건도 많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녀석들의 호의에 기대서 잠시 놀아도 되겠지.

 

요시, 오늘의 치킨은 내꺼다!

 

 

 

 

 

 

 

 

 

 

 

 

...? 근데 어느새 3:3이 됐지?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 지나버린 6개월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킹치맨 2019.03.02. 09:32

우오오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오늘도 감사합니다 센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창작판 규칙 파라디클로로.. 16.05.18. 465
26 YM 오줌싸개 취득 이벤트 구상한것 모음 urin 19.08.26. 105
25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6 [2] lunawhisle 19.08.20. 116
»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5 [2] lunawhisle 19.03.01. 262
23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4 [1] lunawhisle 18.09.27. 271
22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3 [1] lunawhisle 18.05.26. 272
21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2 [1] lunawhisle 18.02.25. 233
20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1 [2] lunawhisle 18.01.04. 461
19 [VN/데이터주의] 에라동방의 요우무 단독엔딩을 비주얼 노벨로 만들어보았다 [4] file 파수꾼흉내 17.12.10. 970
18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0 [1] lunawhisle 17.11.26. 240
17 그림이나 올리고 감 [1] file 아야헠헠 17.11.01. 760
16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9 [6] lunawhisle 17.08.11. 356
15 어딘가의 사이트에 7화까지 올려두고 잠수탔던 소설의 10화 예정일 부분 올려봄 [1] ?? 17.07.11. 264
14 모 대회때 그렸던 유카리를 전부 올려보았다. [5] file 고추흔듬이 17.03.12. 1306
13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8 [2] lunawhisle 16.12.23. 447
12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7 [1] lunawhisle 16.11.03. 295
11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6 [1] lunawhisle 16.09.06. 383
10 단편 - 엿듣는 즐거움(樂) [1] file Laserbeam 16.09.04. 468
9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5 [2] lunawhisle 16.07.28. 297
8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4 [3] lunawhisle 16.06.30. 264
7 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03 lunawhisle 16.06.08.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