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환상들이 - 016

lunawhisle | 조회 수 47 | 2019.08.20. 10:05

 

 

 

 

 

 

"동전을 몇개 던져봐라, 나도하."

 

"!! 삼절 필살ㄱ...가 아니라, 아이리에요."

 

"암튼 던져보래도."

 

한숨을 푹쉰 아이리는 그 오른손에 비색의 번개를 두르더니, 동전을 공중에 던진 뒤 그대로 오른손으로 그 동전을 내게 쏘아낸다. 온몸에서 전기를 발산할거 같은 중학생이 쓸법한 기술. 즉, 레일건.

 

아니, 그냥 던져보라니까!?

 

"우와아아아아앙!?"

 

나도 모르게 전속력으로 공격을 피해버린다. 그 직후,

 

- 콰아아아아아앙!!

 

내가 있던 자리에, 세개의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왜 피해요?"

 

"아니 시발, 누가 레일건 쏘라든? 깜짝 놀라서 피했잖아."

 

"던지라길래 그런 의민줄 알았죠."

 

시선을 피하며 슬며시 미소짓는 아이리. 요새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줬나. 애가 사람을 죽이려고 드네.

 

"...암튼, 차라리 잘됐군. 그거, 한번 더 해봐. 이번엔 안 피할테니까."

 

"그럼 사양 않고."

 

내 말을 들은 즉시 아이리는 아공간에서 동전 한뭉텅이를 꺼내더니, 오른팔을 완전히 이형화시켜 동전 모두를 내게 쏘아낸다. 내가 진짜 얘한테 뭐 잘못한게 있나본데. 그건가? 아니면 그건가? 짐작가는게 꽤 되는데...

 

한꺼번에 날아온 동전은 정확하게 내 머리를 노리고 한점으로 날아오고... 그리고 내 머리에 닿기 50cm 전.

 

- 쿠웅! 쨍그랑!

 

꽃잎 모양의 방어막이 한순간 생겨, 모든 탄을 막아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충격까진 전부 다 막을 수는 없었는지, 방어막은 깨지고 충격파가 발생해 내 머리를 가격한다.

 

"ouch!"

 

"에!? 죽일 각오로 쐈는데 어째서!?"

 

"에라이 씨발년아, 본심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건 아냐?"

 

"아차차...당연히 농담이죠."

 

베시시 웃는 아이리. 다음부턴 얘가 꽁쳐둔 디저트는 안먹어야겠다. 진짜로 죽이려고 들었다니.

 

"에휴, 진짜로 죽일거면 여길 노려야지."

 

하쿠레이의 보옥을 손가락으로 통통 두들기며 말한 뒤, 프로토타입의 방어구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다음엔 꼭 그럴께요. 그나저나 그건 뭐에요? 책갈피?"

 

"책갈피처럼 보이는 자동 방어 시스템이지."

 

얼마전에, 코스즈에게 줬던 책갈피와 비슷하게 생긴 이 방어구는 자동으로 소지자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고쳐야할 점도, 극복해야할 점도 많다. 그러니까 프로토타입이지. 가장 먼저 뛰어넘어야 할 산은, 우선은 에너지 충전 방식이려나.

 

참고로 코스즈에게 줬던건 이것보다 훨씬 성능이 좋고, 심지어 다른 특수능력 또한 지니고 있는... 말하자면 '아티팩트'다. 사실상 내가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게 저정도 레벨인데... 문제는 현 상황에선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점. 저걸 양산할 수 있게 되면, 암드 유토피아 진행 상황이 꽤나 크게 진척될거다.

 

"그나저나 이래서야 못써먹겠군. 충격을 100% 줄이는게 아직까지 안되서, 아까처럼 투사체를 막아도 충격파가 발생해버리면 사실상 의미가 없단 말이지."

 

아까전의 그 충격파도, 사실 평범한 사람이 맞았다면 목뼈가 또각 해버렸을 것이다. 골치 아프군.

 

"이런 편리한 디바이스 말고, 그냥 평범한 방어구 같은거면 안되요?"

 

"악의의 군세랑 마주했을때, 평범한 방어구는 오히려 방해가 될거야."

 

"흐음."

 

게다가 인간은 악의의 군세의 앞에선 너무나도 나약하다. 애시당초 미니언 한마리의 전력이 평범한 요괴 5마리를 웃도니...

 

최대한 사기템으로 모두를 무장시켜두지 않으면, 애시당초 링에 서지도 못한다. 물론 가장 좋은건 이 환상향이 전쟁터가 되지 않는거지만.

 

"그러고보니, 코이시님은 그 이후로 좀 어때요? 얼마전에 또 봤다면서요?"

 

"으음. 글쎄다."

 

이전 슬로스와 조우하는 과정에서, 나는 쇼우이치가 심어둔 백도어를 통해 그녀(?)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녀는 코이시와 시종 3자매에게 영상편지를 남겼었는데...

 

그걸 보여줬을때, 코이시가 그런 표정을 짓는건 처음 봤다. 울 것 같으면서도, 기뻐하는 그 표정. 자신의 연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확실한 사실을 눈 앞에 두고, 기쁘기도 하고 안심도 되었겠지. 반대로, 시종 3자매의 반응이 상당히 옅었던걸 생각해보면 거... 쇼우이치 녀석, 인망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여간 영상편지를 본 이후 홀연히 사라진 코이시가 그 이후 내 앞에 나타났을땐, 다소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지금은... 뭐라고 했더라? 무대 밖으로 나가버린 친구를 찾고 있다고 하던데. 그 이상은 가르쳐 주질 않았다. 

 

"뭐, 좀 기합이 들어가 있던데?"

 

"그래요?...뭐, 저희는 어쨌던 코이시님은 생각하는 바가 좀 많으실거니까요."

 

"??"

 

"그럼 전 제 할일 하러 가볼께요. 아!"

 

"뭔데 이번엔 또?"

 

"손님 와 있었다고 말 하려고 왔었는데, 깜빡하고 있었어요."

 

";;;;;"

 

그걸 깜빡하냐. 그럼 대체 사람을 몇분이나 기다리게 한거야?

 

손가락을 튕겨, 주위 환경을 초기화 시킨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연습장. 정확한 위치는 우리 집 지하...지저로 치면 지령전과 비슷한 높이에 위치해 있다. 테스트에 여러 환경을 적용시킬 필요가 있었기에, 마계의 일부분을 경계를 조종하는 능력(feat.유카리)을 이용해 땡겨와서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게 해놨다. 아무래도 내 창조능력은 마계에선 엄청나게 활성화 되는 모양인지라.

 

방문자 리스트를 보아하니...20분 전에... 레이무가 왔다고?

 

";;;;;;;;;;;;;;;;;;;;;;;;"

 

순간, 온몸의 피가 사라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필이면 시발 레이무를 기다리게 했다고? 그것도 20분 동안이나?

 

"이런 니미 시발!"

 

"아하하~ 당황 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우이하루."

 

"니 진짜 나중에 두고보자."

 

디저트의 원한, 깊고도 깊도다.

 

 

 

 

 

 

 

 

 

 

 

 

 

 

 

 

 

 

 

 

 

 

 

 

 

 

 

 

 

 

 

 

올라가보니, 레이무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프링글스를 씹고 있었다. 무슨 시발 깡패도 아니고, 남의 집에서 뭐하는건가 싶긴 하다만... 기다리게 한건 이쪽이기도 하다.

 

"미안, 좀 늦었어."

 

"응? 아아, 괜찮아. 오늘은 원래부터 너한테 용무가 있었던건 아니니까."

 

"?"

 

레이무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엔, 언제나 텐시가 앉아서 게임을 하던 악취미적인 디자인의 전용 소파가 있었다. 다만, 텐시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가만, 어째서 텐시가 여기 없는거지?

 

"우이하루, 텐시 못봤어?"

 

"아니... 나는 방금전까지 연습장에서 이것저것 시험해보느라, 신경 못썼는데."

 

게다가 영원정에서 에이린에게 며칠에 걸쳐 수술을 받은 직후에 바로 연습장으로 들어간 터라, 집에 누가 들락날락거렸는지는 로그로 밖에 알지 못한다. 그래, 로그. 그걸 보면 텐시가 언제 나갔는지 정도는...

 

"...거의 일주일전부터 없었네?"

 

"하? 텐시의 관리는 네가 하는거잖아. 왜 걔를 순순히 내보낸거야?"

 

"아니, 난 천인 전속 간수가 아닌데..."

 

어느 간수를 생각했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닐텐데. 그리고 우리집은 쉘터로써는 몰라도, 감옥으로썬 기능하지 않는단 말야.

 

"하아... 이래서야 결국 걔한테 직접 따지려면 다시 천계로 갈 수 밖에 없나..."

 

"따지다니?"

 

"아... 젠장, 우이하루. 혹시 술 없어?"

 

"지금 한낮인데."

 

"빌어먹을, 술이라도 안마시면 화가 진정이 안될거 같아서 그러는거야."

 

"*sigh*"

 

아무래도 엄청 빡친 모양이군. 이거 어쩔 수 없구만. 하지만 적어도 이야기는 들어야 하니, 너무 쌘 술은 좀 그렇겠지.

 

나는 냉장고에서 카○ 500ml짜리 캔을 꺼내, 그녀에게 넘긴다.

 

"뭐야 이거."

 

"술이지, 뭐긴 뭐야. 맥주야 맥주."

 

"아아, 바깥 세계의 맥주 말이지."

 

아주 능숙하게 캔을 따더니, 벌컥벌컥 마시는 레이무.

 

"카아... 근데 뭐야 이거, 전에 마셨던거에 비해서 맛이 너무 옅잖아."

 

"마침 그거밖에 없었어. 불만 있으면 니가 바깥 세계에서 직접 공수해오던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어깨를 으쓱하며, 나는 레이무의 맞은편에 앉는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빡치게 한 것인가.

 

"지진 때문에, 하쿠레이 신사가 또 무너졌어!"

 

"*facepalm*"

 

니미 시발. 저럴만 했구만.

 

 

 

 

 

 

 

 

 

 

 

 

 

 

 

 

 

 

 

 

 

 

 

 

 

 

 

 

 

 

 

하쿠레이 신사.

 

빡친 레이무를 다시 신사로 데리고 와봐야 홧병밖에 더 날거 같지 않아 일단 유키나에게 상대를 시키고, 나는 렌카와 아이리를 데리고 하쿠레이 신사로 와 있었다.

 

"거 시발 깔끔하게 무너졌구만."

 

"음... 이건 확실히 텐시가 한 짓이네요. 지맥을 조사해봤는데, 딱 이 하쿠레이 신사에서만 지진이 일어났다는게 확인됐어요."

 

"흐응. 정작 텐시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고?"

 

"지가 튀어봐야 어디로 간다구요. 천계에 있지 않겠어요?"

 

"그것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왜 갑자기 텐시가 하쿠레이 신사에 지진을 일으켜서, 이렇게 대참사를 만들어낸걸까? 언제나처럼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납득이 가지 않는다. 꽤 오랜 기간동안 그녀를 방향제 대신 집에 놔둬놓은 나이기에 더욱 더, 그녀의 이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말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린것도 그렇고, 아무런 전조없이 하쿠레이 신사를 무너뜨린 것도 그렇고... 지극히 텐시가 할만한 행동이긴 하지만, 반대로 그녀답지 않다고 할까. 그저 단순한 감에 지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든다. 그 위화감의 정체는...

 

"근데 그 천계라는데는 어떻게 가는데? 뭐 하늘로 쭉 올라가면 되나?"

 

"천계 또한 명계와 같이 물리적으로 환상향과 이어져 있습니다. 요괴의 산의 특정한 위치에서..."

 

그때, 평소 무표정하던 렌카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지나간다. 그러고는, 갑자기 수십개의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워 엄청난 량의 데이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데...

 

"왜 저런데?"

 

"뭔가 신경쓰이는게 있나봐요. 냅두고 저희는 저희대로 조사를 좀 해보죠."

 

"음. 그럴까?"

 

만일 그녀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다면, 그 이유를 어딘가에 남겨두었을 것이다. 아까전에 아이리가 넘겨준 데이터와 아까 그녀의 말에 따르면, 환상향 전역 안에서 지진이 일어난 곳은 이 곳 하쿠레이 신사 단 한곳 뿐. 즉 이 곳을 샅샅이 뒤져보면 뭔가 유의미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우이하루, 지난번에 텐시가 이 하쿠레이 신사를 무너뜨렸던게 어느 이변의 시작점, 라는건 알고 있죠?"

 

"아니요 시발 처음 듣는데요."

 

뭘 '당연히 알고 있지?' 라는듯이 물어보는거냐.

 

"...데이터 좀 잘 읽어두세요. 하여간, 그 시기에 환상향엔 이상기후가 자주 일어났어요. 한여름인데 우박이 내린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갑자기 태풍이 몰아치거나."

 

"허어."

 

"그건 사실, 히나나이 텐시가 비상의 검으로 사람들의 기질을 드러내게 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어요."

 

"기질?"

 

"네. 기질은 붉은 안개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그게 일정 이상 생성되면 이상기후를 만들어내요. 그리고 그 붉은 안개가 많이 모여서 붉은 구름이 되면... 그건 큰 지진을 일으키죠."

 

"음...?"

 

그럼 아까부터 아이리의 등에서 뭔가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건, 얘가 생각해낸 새로운 과금 아이템이 아니라 기질이라는건가?

 

"아이리, 그 기질 말인데. 혹시 니 등뒤에서 나오고 있는 그거냐?"

 

"네?...어라!? 어느새!?"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아이리가 말한 이야기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열어 곁눈질로 훑어보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느샌가 하늘은 검게 물들고, 쿠르르...하며 금방이라도 번개를 내려칠듯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까 기질이 이상기후를 만들어낸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저건, 아이리의 기질인가.

 

그때, 시야 상단에 UI로써 자그마한 구슬이 나타나더니, 그 구슬은 색을 바꾸는 동시에 그 안에 한자가 나타난다.

 

색은 붉은색, 한자는 雷雲. 즉, 번개구름.

 

"쯧, 임시방편이다!"

 

손가락을 튕겨 한순간에 커다란 돌기둥을 만들고, 그 끝엔 철봉을 만들어 꽂아둔다. 그 직후,

 

- 쿠르르...꽈광!!!!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치는 벼락. 하지만 벼락은 철봉의 끝에 모이더니, 이윽고 사라진다. 혹시나 해서 철봉을 마력으로 강화해 둔게 정답이었군. 벼락의 힘이 너무 강해서, 철봉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에 금이 갈 정도였으니. 아니, 보통 저게 가능한 일이기나 한가?

 

저 돌기둥을 마력으로 강화시키면 지금 이 상황은 넘길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기질이 흘러 나오는 상황에서 아이리를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금처럼 일이 터질때마다 기둥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원천을 봉쇄하는 수 밖에 없나. 하지만, 어떻게 해야 저 흘러나오는 기질을 막지?

 

"아이리, 잠시 뒤 좀 돌아볼래?"

 

"네? 아, 네."

 

그녀가 등을 돌리고 머리카락을 걷어 등을 보이자, 그녀의 양 어깻죽지 사이에서 기질이 흘러나오는게 보였다. 유카리의 경계를 조종하는 능력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응급처리는 되겠지만...

 

"이 기질이 흘러나오는걸 막는 방법, 혹시 없어?"

 

"글쎄요. 이전에 이 상황이었을땐 붉은 구름이 무언가 큰일을 벌이기 전에 텐시가 조치를 취했거든요. 그래서 굳이 흘러나오는 기질을 막진 않았어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지만 그 느슨함이 또 환상향이라는거겠지. 자, 그럼 어쩐다... 하지만 가만 있어봐, 아까전에 이상기후를 표시하는 특수 UI가 나타나 있었잖아? 그런 시스템이 이 단말에 있다면, 분명 거기에 대한 정보도 DB에...읎네. 시발.

 

"실례하겠습니다, 언니."

 

"렌카쨩?"

 

그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렌카가 아공간에서 뭔가를 꺼내, 아이리에게 입힌다. 저거... 내가 일전에 만들어둔 가죽 자켓이잖아? 방검방탄에, 항마력도 다소 있는 물건이긴한데...

 

- 슈우욱...

 

"뭐여?"

 

"안개가...?"

 

그런데 그 직후, 놀랍게도 아이리의 등에서 흘러나오던 붉은 안개가 뚝 끊겨 사라진다. 이상기후를 표현하던 UI도, 자연스레 소멸했다. 설마, 옷으로 덮어두면 어떻게든 되는거였어?

 

"저 기질을 흘러나오게 하는건 정확히는 히나나이 텐시가 아닌, 그녀가 가진 '비상의 검'의 능력입니다. 그 검은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 그 기질을 몸에서 뿜어내게 하여, 이를 이상기후로 만듭니다."

 

"즉, 그 약점을 보완하는걸로 그걸 막았다?"

 

"네. 참고로 아까전에 아이리 언니의 기질이 흘러나온 부위는, 아이리 언니의 성감대입니다. 약점이라고 하면 약점일터."

 

"잠깐, 렌카!? 쓸데없는 정보는 필요 없어요!"

 

"......"

 

하기야, 저런 두꺼운 옷을 입으면 아무리 성감대라도 어떻게는 못하지. 하지만 그런가. '약점을 보완'하는걸로 봉쇄가 가능한건가...

 

"실은 이 또한 임시방편입니다만, 현재 천계와 환상향의 링크가 끊겨 있는 상황이니 당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을 할 수는 있을겁니다."

 

"천계와 환상향의 링크가 끊겨 있다니?"

 

"본래 천계는 요괴의 산의 특정 위치에서 하늘로 올라가면 손쉽게 도착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선지 현재는 천계와의 링크가 끊겨 있습니다. 그리고, 히나나이 텐시와 비상의 검의 파장 또한 이 환상향에선 찾을 수 없었습니다."

 

즉, 현재 비상의 검과 텐시는 천계에 있다...이건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 환상향을 떠나기 전에 텐시는 비상의 검으로 아이리를 베어두었고, 일부러 지진을 일으켜 하쿠레이 신사를 무너뜨렸다?

 

오히려 더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군. 대체 왜 그런짓을 저지르고, 심지어 천계와 환상향의 연결까지 끊어버린거지? 아니, 애시당초 그게 텐시한테 가능이나 한건가?

 

"그리고, 한가지 더."

 

"또 뭔데?"

 

"이대로 있다간 환상향은 대지진으로 멸망합니다."

 

"이건 씨발 또 뭔소리여."

 

그러고보면 아까전에 붉은 구름이 모이면 큰 지진이 일어난다고 했지. 하지만 겨우 기질이 하늘에 모인 정도로 대지진이 일어나나?

 

"그거, 이거 때문이에요. 읏차!"

 

가죽 자켓의 지퍼를 끝까지 올린 아이리가, 하쿠레이 신사의 잔해를 한방에 치워버린다. 거기에 있던건... 요석? 분명, 텐시가 몇번 쓰는걸 본적이 있는거 같은데... 주로 선반에서 과자를 꺼내올때.

 

"텐시가 예전에 하쿠레이 신사를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응. 그게 왜?"

 

"이 요석은, 텐시가 하쿠레이 신사를 재건하면서 박아놓은 요석이에요. 아까전에 말했던 '텐시가 조치를 취했다'라는게 이거죠. 자기가 일으킨 일에 대한 매듭이라고나 할까요?"

 

이전, 기질에 의해 생성된 붉은 구름에 의해 땅속에 산다는 커다란 메기가 깨어나, 정말로 대지진을 일으킬 뻔 했다고 한다. 하지만 텐시의 요석이 제 역할을 하여 메기는 요석에 의해 머리가 눌린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 여담으로, 한번 요석의 봉인을 메기 스스로 풀 뻔한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꿈의 세계속에서 그를 물리친 덕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던가.

 

"뽑지만 않으면 된다...라는건 어디까지나 붉은 구름이 다시 한번 생기지 않을때의 이야기구요."

 

"즉, 이 요석이 버티지 못할만큼 메기가 붉은 구름때문에 흉폭해지면, 정말로 환상향에 큰 지진이 일어날거라고?"

 

"그런거죠."

 

니미 시발.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지? 정작 이 붉은 안개를 만드는 텐시의 비상의 검은 텐시 손에 있는데다가, 텐시는 천계로 돌아가버린거자녀? 심지어 천계와의 통로는 끊어진 상태고.

 

"뭔가 방법은 없는거야?"

 

"시간을 조금 주십시오. 지금 현 상황을 유키나에게도 전했습니다...잠시만, 유키나가 교전중?"

 

"뭐?"

 

[유키나 : 아아~ 오빠야, 걱정할거 없데이. 상황 끝났으니까.]

 

삑- 하고 나타난 홀로그램 모니터에 비춰진 유키나. 하지만 그녀의 옷은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고, 뒷배경인 우리 집은 말그대로 난장판이 나 있었다. 누가 보면 전차랑 싸운줄 알겠구만.

 

[유키나 : 하이고~ 돌아버리겠데이. 아이리 언니야, 아까 기질 삐져 나올때 뭐 이상한 느낌 안들더나?]

 

"에? 아니... 아, 굳이 말하자면 우이하루를 박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하지만 자주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유키나 : ...오빠야, 언니야한테 뭐 했나?]

 

하긴, 좀 얘가 싫어할만한 일을 한게 많긴 한데 말이지.

 

"그건 어쨌던, 그건 얘한테 왜 물어본건데?"

 

[유키나 : 아까 레이무한테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거든. 그래가 상황 끝내놓고 잠깐 조사를 해봤는데... 그... 뭐라캐야하노. 투쟁본능이라 캐야하나? 그게 고양되더라.]

 

"투쟁본능...?"

 

[유키나 : 어. 눈앞에 있는 상대랑 싸우고 싶다, 라는 마음이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거지. 로맨틱하지 않나?]

 

"아뇨 전혀."

 

뭐가 어찌되었던, 그저 투쟁본능만이 올라가는거라면 굳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상황이 훨씬 나빠졌습니다."

 

이걸 보십시오, 라고 말하며 렌카는 또 하나의 홀로그램 모니터를 띄워 보여준다. 화면엔, 환상향 전역의 지도를 3차원으로 표시한 그림과 그 지상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모습, 그리고 퍼센테이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붉은 구름의 수치를 표현한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렌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우리집 상공. 그곳에만 유독 올라가는 기질의 양이 많았다. 즉.

 

"전투시엔 흘러나오는 기질의 양이 많아진다...라."

 

기질이 흘러나오는 개체에게 투쟁본능이 고양된다는 정보와 나란히 놓고 보면, 그야말로 치명적이구만. 하지만...

 

"기질이 끊겼다는건, 즉."

 

[유키나 : 쓰러뜨리면 어케든 된다는거 아니겠나?]

 

"음."

 

기질이 흘러나오는 양이 많아진다곤 해도, 사실 한명만의 수치를 따졌을땐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 오히려 방치해놓는게 장기적으로 봤을때 붉은 구름을 만드는데에 도움을 주리라.

 

"그리고 이 경우, 저희보단 우이하루 혼자서 움직이는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 왜?"

 

[유키나 : 우리가 싸워뿌면 우리 기질이 질질 흘러나와가꼬 만약에 싸움이 길어진다카면 역효과일끼라. 오빠야는 안그런거 같으니까, 가능하지 않겠나?]

 

"음?"

 

그러고보면 3인칭 카메라로 내 모습을 보아도, 내게 기질이 흘러나올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우이하루에겐 대 비상의 검 용 방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을겁니다. 일전에, 마스터가 이와 같은 싸움을 한 적이 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와 같이 날씨를 표현한 UI가 있었던거군.

 

"과연. 그럼 왜 너네한텐 없는데?"

 

"그땐 마스터 단독으로 처리했거든요."

 

"아하."

 

"거기에, 저희의 기질은 워낙에나 사나운 것 투성이라."

 

[유키나 : 내는 애시당초 원본이 자연재해였고.]

 

그러고보면 유키나는 본래 나라 하나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준의 눈폭풍이었다고 했던가. 왠지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바깥이 눈투성이다 했어. 거기에 아이리는 아까 봤다시피 뇌운이었고.

 

"어라? 그럼 렌카의 기질은 뭐야?"

 

"겁화 입니다."

 

"집에 얌전히 박혀 있어."

 

지옥의 불꽃을 날씨로 재현해버리면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환상향이 멸망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저흰 집에서 우이하루를 서포트 할께요."

 

"그래주면 고맙지만... 미안한데 내가 간 뒤에도 하쿠레이 신사를 좀 더 조사해줄래? 특히나 땅쪽을."

 

"왜요?"

 

"어딘가 마음에 걸려서 말야..."

 

애시당초 지난번에 텐시가 처음으로 하쿠레이 신사를 일으켰을때, 그 동기는 '심심해서' 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가 이런말 하기도 뭐하지만 텐시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니트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제발 좀 조용히 있길 바라며 바깥 세계에서 이런저런 게임을 공수해 온게 원인이긴 하지만, 뭐가 어찌되었던 그녀가 이런 짓을 일으킬만한 동기가 없다.

 

그렇다는건, '이런 일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터. 그리고 그 메세지는 아마도 이 곳, 유일하게 지진이 일어난 지역인 하쿠레이 신사에 있을것이다.

 

"그러면 여긴 렌카쨩에게 맡기고, 전 집에 돌아가서 서포트 할께요. 아, 우선은 향림당으로 향해 주시겠어요?"

 

"향림당은 왜?"

 

"여자의 감이에요."

 

"편리한 말이구만."

 

하지만 뭐, 서포트 해주는 대로 따라줘야지. 향림당이라... 설마 코우린이?

 

 

 

 

 

 

 

 

 

 

 

 

 

 

 

 

 

 

 

 

 

 

 

 

 

 

 

 

 

 

 

"......"

 

도착해보니, 반파 되어 있는 향림당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반파다. 딱 코우린의 머리가 보일 정도로 향림당의 뚜껑이 날아간 상태니까.

 

"여, 코우린. 안본 새에 향림당 개조했냐?"

 

"......"

 

"...기절했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몸에 큰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 아니, 실은 다쳤는데 반요의 힘으로 회복한걸까. 가게가 반쪼가리 난 충격으로 이렇게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하지만, 이거.

 

"마리사의 짓인가...?"

 

가게 여기저기에 그을린 자국이 있고, 이 인근에 최근까지 비가 와서 그런지 아주 미약하지만, 화학품의 냄새가 난다. 이 두가지의 단서와 향림당이라는 장소를 매듭지어 봤을때, 마리사가 했을거란 추측이 나온다.

 

우선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군. 어디보자, 향림당엔 아직 테스트중인 그걸 심어놨는데...

 

"찾았다."

 

코우린의 몸을 밀어서 치우고, 그가 앉아 있는 책상의 서랍에서 동그란 금속체를 찾아낸다. 이건 공간녹화용 디바이스인데, 이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내 인터페이스에 입력하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홀로그램으로 재현할 수 있다. 공간을 녹화하는 것이기에 소리는 물론이고 시간, 벡터, 마력의 흐름 등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왜 테스트 중이냐 하면, 데이터 압축 방식을 아직 찾지 못해서 재생할 수 있는 매체가 내 가슴팍에 있는 이 녀석 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녹화 할 수 있는 양도 기껏해봐야 3일치 밖에 안된다는 것도 문제다.

 

물론, 지금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아이리 : 우이하루, 마리사는 그 근처에 있을거에요.]

 

"있을거에요, 라니. 기질이 흘러나오는 위치 확인하고 있는거 아냐?"

 

[아이리 : 그거야 실시간으로 확인중이죠. 하지만 그 기질이란거, 위치 정보로써 쓰기엔 상당히 어바웃하거든요. 무엇보다, 퍼져나가는 범위가 꽤 넓어서요.]

 

"대충 어느정도 범위에 있는데?"

 

[아이리 : 끽해야 1km 이내 정도일까요?...아니, 잠시만요. 거기서 멀어졌어요. 가는 방향은... 하쿠레이 신사 쪽. 따라 가야 할거 같은데요?]

 

"좀만 기다려봐."

 

상황 파악이 되야 움직이든 말든 하지. 자, 영상 스타트.

 

- 코우린! 비상사태니까 그것 좀 빌릴께!

- 마리사? 무슨 일이지? 그렇게 다급한 표정으로... 그보다 그것 이라니, 뭘 말하는거지?

- 뻔하잖아! 진홍빛 금으로 만들어진 그 칼! 꽁쳐둔거 다 알거든?

- 쿠, 쿠사나기의 검은 파는 물건이 아니야!

- 큭, 녀석이.... 녀석이 온단 말이다! 잠시 실례!

- 아, 잠깐!?... 나 참.

 

"...왜 거기서 말리러 안들어가는데?"

 

쿠사나기의 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리사의 상태가 좀 많이 이상하군. 투쟁본능은 둘째치고, 뭔가를 두려워 하는듯한...?

 

얼마 안가, 홀로그램 속의 마리사는 창고에서 금색의 몽둥이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꺼내 들고 다시 향림당으로 돌아온다.

 

- 젠장, 녀석이 여기까지! 이 자식! 코우린에겐 손대게 두지 못한다!

 

주머니에서 미니 팔괘로를 꺼낸 마리사는, 그대로 자신의 18번 스킬 '마스터 스파크'... 극태 레이저를 쏘아, 그것도 한바퀴 뺑- 하고 돌린다. 무언가의 영향을 받은 탓인가, 마스터 스파크의 화력은 평소보다 높아 벽은 물론이고 천장조차 완전히 재로 만들어버렸고...

 

- 내, 내 가게가...어억...

 

불쌍한 코우린은 가게가 반파된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다. 얘는 얘대로 멘탈이 약하구만. 반요라서 정신적 충격에 약한거겠지만.

- 제길, 코우린!? 이 녀석, 용서 못한다!

 

아니, 네가 잘못한거 같은데?

 

아무튼, 마리사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현재의 상태에 도달했다는 이야기. 이게 약 10분 전의 기록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마리사는 무언가를 향해 마스터 스파크를 쏘았지만, 하늘엔 아무것도 없었단 말이지? 으음...?

 

"혹시...?"

 

홀로그램을 살짝 되돌려, 마리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 손을 넣고 그 침을 데이터화 시킨다. 하는김에, 손끝을 살짝 베어 피를 흘리게 한 뒤, 그것 또한 분석한다. 이러한 간섭이 가능한 탓에, 데이터 압축에 난항을 겪는거지만... 하지만, 필요한 요소인걸 뭐 어쩌겠어.

 

거기에 최근에 에이린과 알고 지내게 된 덕에, 이것저것 의학적인 지식 또한 DB에 넣을 기회가 생겼다. 즉, 이 체액의 분석 결과와 마리사의 체내 상태의 분석 결과를 합할때, 지금이라면 유의미한 결과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버섯에 의한 환각상태...?"

 

이 가시나는 또 버섯 잘못 쳐먹었네. 하지만 이상한데. 아무리 환각작용을 하는 버섯을 먹었다곤 해도 그녀가 그정도로 자제심이 없진 않을텐데...

 

[아이리 : 투쟁본능이 자극되면서 사고가 이상한 벡터로 흘러간거 아니에요?]

 

"그럴싸 한 가설인데."

 

투쟁본능이 마리사에게 '가상의 적'을 환각으로써 보게 했다, 라고 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도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라고 한다면, 지금의 마리사를 그냥 둘 수는 없는데. 하쿠레이 신사로 가는 길이라고 했겠다?

 

"아차차, 그 전에. 이미테이션, 이자요이 사쿠야."

 

은색의 땋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한번 튕겨보이고, 정신을 집중한다.

 

"역행. 마리사와 코우린은 제외하고."

 

마치 동영상을 역재생시킨듯,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오는 향림당. 여전히 '역행'은 이미테이션을 쓰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이 안된단 말이지. 좋아, 향림당은 원상복구 했고. 곧바로 마리사를 쫒아볼까.

 

[아이리 : 앗, 방향을 보니 지금은 홍마관으로 날아가고 있네요.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컷해버리죠.]

 

"골치 아픈 일?"

 

아이리가 말한대로 홍마관으로 날아가며 묻는다. 마리사가 홍마관에 가면 뭔가 곤란한건가? 투쟁본능 때문에 싸워서 한쪽이 쓰러지게 되면 결국은 이득인거 아냐? 전투중에 흘러나오는 기질의 양이 증가한다고 하는건 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아이리 : 서로 싸우다가 사고로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유키나 : 그카고 하나 더 있데이. 아까 레이무 조사하면서 알게 된긴데, 아마 이론상으론 기질 흘러나오는 아들끼리 싸우면 오히려 기질끼리 엮여가꼬 더 커지는 모양인거 같은데.]

 

"그럼 아까전에 너랑 레이무가 싸운건 오히려...?"

 

[유키나 : 아, 내나 언니야들은 괜찮다. 우리들 기질은 환상소녀들 기질이랑 섞여도 별 문제 없더라. 우리가 외부인이라 그카는지는 모르겠는데.]

 

"흐음. 아, 보인다."

 

꽤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마리사의 모습을 포착한다. 거리는 약 1.5km 정도인가. 그저 사살할 상대라면 이 거리에서 뭐든 쏴서 떨어뜨리면 그만이지만, 마리사는 다치지 않게 하는 한에서 멈추게 해야한단 말이지.

 

"읏차."

 

- 위이이잉~

 

아공간에서 사이렌을 만들어낸 뒤 꺼내, 켠다. 으음, 귀 바로 옆에서 켜서 그런지 드럽게 시끄럽구만. 하는 김에 확성기도 꺼내서...

 

"거기 앞에 가는 빗자루! 멈추세요. 속도 위반입니다!"

 

- 슈웅!

 

뒤를 잠깐 보더니, 마리사 녀석은 오히려 스피드를 올려 내게서 달아난다. 가만 있어봐, 투쟁본능은 어따 팔아먹었냐?

 

[아이리 : 속도로 싸움 거는거 아니에요?]

 

그런 식의 해석도 가능한가... 하지만 아무리 마리사가 상식을 벗어났다곤 해도 결국은 인간이다. 그녀의 이동속도는 기껏해봐야 60km/h 전반일텐ㄷ

 

- 부와아아아앙!!!

 

[유키나 : 개빠른데?]

 

"미친, 블레이징 스타라고?"

 

블레이징 스타. 마리사의 스펠 카드중 하나로, 자신의 빗자루 뒤에 미니팔괘로를 달아 빔을 발사시켜, 거기서 나오는 추진력으로 돌진하는 정신나간 뺑소니 기술이다. 지난번에 한번 재봤을때, 그 속도는 120km/h 정도였는데... 지금의 마리사는 그것보다 훨씬 빠르군. 180km/h 정도일까. 통상의 3배의 속도로 움직이다니, 지가 무슨 붉은 혜성이라도 된줄 아는건가.

 

...그럼 아까전에 그녀가 본 환각은 혹시 건담이려나?

 

[아이리 : 뭘 멍때리고 있어요! 저 속도를 마리사가 견딜리가 없잖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180km/h 까진... 가만?"

 

저거, 아까보다 더 빨라지지 않았나? 저대로 가면 아이리가 말한대로 정말 사람 몸으론 버틸 수 없는 속력으로 날 것이다. 그렇게되면 홍마관에 도착하기 이전에, 그녀 자신의 몸에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건 좀 곤란한데.

 

"조금 힘 좀 내볼까."

 

다리에 힘을 담아, 그대로 점프 한다. 보통이라면 내 힘에 지면이 못이겨 내가 뛴 순간 지면에 자그마한 크레이터가 생겨야겠지만, 벡터 조종으로 그조차 생기지 않게 한다. 자연친화적이란건 이런거지.

 

주위의 풍경이 미친듯이 빠르게 지나가며, 마리사의 몸이 점점 가까워진다. 사실 땅바닥에 있을때라도 지금의 나라면 빗자루의 벡터를 조종해 그 자리에서 멈출 수 있게 할 수는 있다.

 

문제는 마리사의 벡터는 조종을 못해 그녀의 몸이 그대로 날아갈게 뻔하다는 점. 마리사도 같이 멈추면 될 일이긴 하지만, 내 벡터 조종은 생물체에 대해선 거리에 대한 제약이 걸려 있어서 그건 안된다. 뭐, 스스로 건 제약이긴 하지만.

 

[아이리 : 우이하루! 바로 뒤를 날면 기쁘게도 당신의 몸이 미니 팔괘로에 구워질거에요!]

 

"너, 마치 그러길 바란다는듯한 어조인데 내 착각이지?"

 

[아이리 : 감이 좋은 사람은 싫어해요.]

 

망할년 같으니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정도 열에 구워질만큼 내 신체가 열에 약하진 않다.

 

"흡!"

 

공기를 걷어차, 마지막 기세로 마리사에게 완전히 밀착하는데 성공한 나는 그녀에게 손을 갖다대어, 그대로 그녀의 운동 에너지를 0으로 만든다. 그러자, 마치 렉이 걸린 게임마냥 그녀의 몸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춘다.

 

"...정신을 잃었나."

 

갑작스런 급가속에 의해 몸에 충격이 가해진건지,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린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어 있었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던 기질 또한 사라져 있다. 뭐, 굳이 싸우지 않고 이렇게 된건 매우 좋은 일이긴 한데.

 

"이게 쿠사나기의 검?"

 

마리사의 손에 들려 있는 그 검은 한마디로 표현해서 장식용이었다. 보석이나 장식같은 별다른 세공은 되어 있지 않지만, 손잡이부터 검신까지 모두 금색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마리사 녀석의 팔괘로랑 비슷한 색이구만... 이렇게보니 무슨 세트 아이템 같은데.

 

- 쿠르르르...

 

"머임?"

 

내가 쿠사나기의 검을 손에 들자, 갑작스럽게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기질에 의한 무언가는 아닌거 같은데, 아무튼 슬슬 가을이 되어가는 이 시기에 정신잃은 여자애를 비를 맞춰둘 순 없지.

 

"읏차."

 

내 방으로 통하는 틈새를 열어, 마리사를 내 침대위로 던져둔다. 그러자, 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이불이 마치 슬라임처럼 흐물거리더니 순식간에 마리사의 옷을 벗기고 그 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솔직히 저거, 내가 만들고 이런말 하는건 좀 그렇지만 기분 나쁜 움직임을 일으키는군.

 

[아이리 : 우이하루, 그 칼... 히히이로가네 덩어리 아니에요?]

 

"그게 먼데 씹덕아."

 

[아이리 : 누가 씹덕이에요 이 망할 소시오패스. 아무튼 히히이로가네... 버밀리오나이트라고도 불리는 그건 기본적으론 존재하지 않는 금속이에요. 철보다 가공도 쉽고, 합금으로 만들면 그 어떤 금속보다 단단하죠. 검으로 만들면 예리도도 엄청나다고 들었어요.]

 

"흐응."

 

분석해보니, 아이리가 말한대로 평범한 금속은 아닌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력 증폭 기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 이게 똥양판 비브라늄인지 뭔지하는 그거냐?

 

생각해보면... 나 자신한텐 이렇다고 할만한 전용무기가 없었지. 카자리가 있긴 하지만, 이건 말하자면 '소 잡는 칼'이다. 내가 조져야하는건 쥐새끼들인데, 항상 카자리를 휘두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렌카 : 혹시 그 검을 쓰실 생각이시면, 저희에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너네한테?"

 

[유키나 : 언니야, 그거 좋은 생각이네. 저거면 우리들 능력도 쪼매씩 담을 수 있을거 같은데... 오빠야, 속는셈치고 함 맡겨봐라.]

 

[아이리 : 안그래도 심심했는데, 잘 됐네요. 저희쪽에 던져두면 만들어서 보낼게요.]

 

"흐음. 그래주면 좋지. 근데 그리되면 서포트는?"

 

[아이리 : 그 부분은 걱정 안해도 되구요.]

 

"그러시다면야."

 

아공간을 열어 쿠사나기의 검을 던져둔다. 내 아공간에 대한 엑세스권을 그녀들이 가지고 있기에, 이러는 편이 틈새로 보내는 것보단 훨씬 낫겠지.

 

[아이리 : 자자, 그럼 슬슬 홍마관으로 가요.]

 

"오케이."

 

 

 

 

 

 

 

 

 

 

 

 

 

 

 

 

 

 

 

 

 

 

 

 

 

 

 

 

 

 

 

 

 

 

"으엑 쉬벌 저게 머야."

 

홍마관 주변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쉬벌 저거 황사 아냐? 중국이 이걸 또...

 

...가만? 중국? 설마 저거 싸부의 기질인건가?

 

[아이리 : 꽤나 민폐스러운 기질이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정문으로 다가가니, 이 상황에서도 여유롭게 시에스타를 즐기고 계신 홍 싸부, 즉 홍 메이린이 있었다. 물론, 그녀의 몸에선 붉은색 연기, 즉 기질이 흘러나오고 있다. 저 상태라면 그냥 이걸로 기질이 나오는 구멍을 막으면 되겠군.

 

"뗏떼레- 기질 막기 패치-"

 

[아이리 : 앗, 그거 아까 저한테 입혔던 자켓이랑 같은 재질이에요?]

 

"응. 옷 만들때의 레시피는 남아 있었으니까, 금방 응용할 수 있었어."

 

굳이 옷을 입힐것도 없이, 기질이 흘러나오는 곳만 틀어 막아버리면 그만 아닐까? 라고 생각해서 만든게 이것.

 

어디보자,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기척을 지우고... 싸부의 약점은 어디려나?

 

"...??"

 

자고 있는 홍 싸부의 가까이에 다가가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지만... 살짝 꼴린것만 빼곤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대체 어디서 기질이 흘러나오는거야?

 

"이상하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분명히 기질은 흘러나오고 있는데 말이지... 뭐지? 어떻게 된거야?

 

[유키나 : 약점을 기로 보강해가꼬 약점이 없는거 아이가?]

 

"그런것도 가능하냐?"

 

[유키나 : 내가 어케 아노. 나는 기 못쓴다. 오빠야는 쓸 줄 아니까 알꺼 아이가?]

 

"흠..."

 

확실히, 기를 집중시키면 거시기를 정통으로 쳐맞아도 급소로써의 데미지는 없다만... 그렇다는건, 그걸 자면서도 항시 발동시키고 있다는거야? 그럼 저 기질은 어디서 나오는거지?

 

[아이리 : 지금 저 상태 자체가 홍 메이린의 약점 아니에요?]

 

"자고 있는 상태가?"

 

부위가 아니라, '상태'가 약점이라고? 무슨 몬스터헌터 같은 이야기구만. 그렇게 치면 홍 싸부는 뿔조차 약점이 아닌 키린인건가? 개사긴데. 

 

가만, 그럼 상태가 약점이라면 그냥 깨우면 되는거 아냐? 기질은 약점에서부터 흘러나오니까?

 

[아이리 : 깨워도 투쟁본능 때문에 싸우게 되면 결국 기질이 흘러나오게 될거에요.]

 

"그럼 무조건 싸워서 쓰러뜨려야 한다는거야?"

 

싸부... 존경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한없이 귀찮기만 하구만유. 젠장,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나?

 

[유키나 : 지금 전력으로 한방 쳐서 기절시키면 안되나? 결론적으로 '자고 있는 상태'만 아니면 되잖아.]

 

"어?"

 

그러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기절한 상태라면 기질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는건 레이무에게서 증명이 됐으니.

 

[아이리 : ...치사하게시리.]

 

"처음에는 주먹...!"

 

내 꽉 쥔 주먹에, 엄청난 량의 기가 모이기 시작하고...

 

 

 

 

 

 

 

 

 

 

 

 

 

 

 

 

 

 

 

 

 

 

 

 

 

 

 

"후우."

 

싸부를 일격에 쓰러트린 후, 들어온 곳은 정문이 아니라 도서관 쪽. 이쪽이 지하로 향하는 길중 가장 가까운 입구다. 현 상황에서 홍마관에 일어날 가장 최악의 사태는, 여기 사는 주민중 누군가가 플랑에게 덤벼드는 것이니까. 우선 플랑부터 빼놓고 어떻게든 하자는게 내 생각이다.

 

"Scanning the area..."

 

어느 배틀로얄 경기에 등장하는 아이슬란드 억양의 사냥꾼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홍마관 전역을 스캔한다. 보자... 일단 플랑은 지하에 있고... 다행히 아직은 혼자로군. 레밀리아는 자기 방에, 마스터도 이 앞에 있는 도서관에 있네. 다 자기 위치에 있는거 같은데.

 

...잠깐, 사쿠야는?

 

- 휘익!

 

"쯧!"

 

아공간에서 은색 나이프를 꺼내, 날아오는 나이프를 쳐 띄운 뒤, 솜씨 좋게 반대손으로 잡는다. 흡혈귀가 사는 저택에 흡혈귀의 약점이 되는 무기를 사용하는 정신나간 종자는 한명밖에 없지.

 

"나 보고 싶었나봐? 이렇게까지 환영하는거 보니까."

 

"오늘은 관내 출입금지야."

 

"처음 듣는 이야기인걸."

 

"그렇게 됐어. 아가씨와 파츄리님의 지시로, 오늘은 작은아씨조차도 지하실에서 못나오시도록 했어."

 

"기질, 때문이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쿠야. 과연, 마스터는 지금 상황이 어떤지 어렴풋이나마 인지했다 이건가.

 

"아무튼, 이 현상이 어떻게든 잦아들때까진 출입금지. 자자, 돌아가 돌아가."

 

"거 예전에 살던 사람한테 반응이 차갑네. 이쪽도 그 현상을 해결할려고 여기까지 온거라구?"

 

"어머, 이변해결사라도 시작한거야?"

 

"꽤 예전부터 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내가 해결한 이변은 죄다 정보 조작으로 거의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으니 모르는게 정상이긴 하지만.

 

"마스터랑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슬슬 비켜줄래?"

 

"아가씨는 그 누구도 관 내에 들이지 말라고 하셨어."

 

"이미 들어왔는데."

 

"들어오면 쫒아내라, 고도 말씀 하셨지!"

 

순간,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고 시간이 정지한다. 정지한 시간 속에서, 사쿠야는 도도하게 걸어와 내 등뒤를 점하고, 손에 든 나이프를 내 목에 들이미려고 한다.

 

아...그러고보면 사쿠야는 모르고 있었지.

 

"모함??"

 

"?!"

 

내가 고개를 홱 돌려 사쿠야를 바라보자, 그녀는 깜짝 놀라 뒤로 풀쩍 물러나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세계의 색이 돌아온다.

 

"너... 시간을?"

 

"뭐, 더 월드를 쓸 수 있는건 너만이 아니라는거지. DIO!"

 

이번엔 내쪽에서 시간을 멈추고, 손에 든 나이프를 사쿠야에게 던진 뒤, 아공간에서 나이프가 든 마법주머니를 꺼내 허리에 메고 그녀를 향해 달린다. 멈춘 시간속에선 그녀도 움직일 수 있기에, 당연히 그녀도 손에 나이프를 들고 내게 달려든다.

 

"호오, 내게 다가오는가. DIO!"

 

"그러니까 DIO는 누구야?"

 

그러고보면 정지된 시간 속에선 소리조차 멈출터인데, 어째서 목소리는 들리는걸까? 이렇게 그녀와 나이프를 맞대어 싸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너 아까부터 급소만 노리고 있는거 아냐!?"

 

아까부터 사쿠야의 공격은 경동맥, 목, 눈, 심장, 그리고 고간을 노린것 뿐이었다. 덕분에 쳐내기는 쉽지만, 솔직히 오싹하다. 아니, 사실 찔려도 죽지는 않는데 말야. 스펠카드 룰은 어따 버린겨?

 

"어짜피 죽지도 않잖아? 한번쯤은 맞아주는게 어때?"

 

"싫거든?!"

 

그녀에게 중간손가락을 치켜세워주고 백스탭으로 거리를 벌린 뒤 마법주머니를 허리춤에서 풀어, 그대로 뿌려버린다. 그러자 마법주머니에선 128개의 나이프가 한꺼번에 쏟아져나온다. 중요한건 상대의 전의를 꺾는 것. 그렇다면 포메이션 A, 체크메이트다.

 

"흥, 그걸 일일히 던지려고?"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

 

손가락을 튕겨 시간을 움직이게 하자, 미리 벡터 조종을 받은 128개의 나이프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사쿠야를 돔 형태로 감싼다. 그리고 그녀에게 칼이 그녀에게 닿기 약 50cm 전에 다시 시간을 멈춘다. 이것이 포메이션 A, 체크메이트. 만약에 사쿠야 이외에도 멈춘 시간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났을때 '대화를 위해' 쓰려고 만든 기술이다.

 

뭐... 상대가 광역기로 한번에 나이프를 모두 튕겨낼 수 있다면 쓸모가 없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더 할래?"

 

"...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 아니, 항복이야."

 

어디서 꺼냈는지 작은 백기를 손에 들고 흔들어보이는 사쿠야. 아공간을 열어 모든 나이프를 회수하고, 멈춘 시간을 움직이게 한다.

 

그나저나, 죽이려고 한 주제에 이렇게 순순히 항복하다니, 내가 나쁜 마음 먹고 이 상태에서 시간을 움직이게 했으면 어쩌려고 저러는겨.

 

...못 죽이는걸 아니까 그러는건 아닐거고. 평범하게 나를 믿고 있는걸까?

 

"그나저나 레밀리아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다며?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인거 아냐?"

 

"그렇긴 한데. 아가씨가 내게 가장 중요하게 명령하신건, '살아남아라' 였거든. 난 죽을 순 없어."

 

레밀리아는 지가 무슨 를르슈인줄 아나.

 

"자, 졌으니 좋을대로 해. 굽든 삶든."

 

"헉, 야야야야 야한짓 해도 됩니까?"

 

"그럴 배짱이 있다면 얼마든지."

 

"......"

 

이 녀석, 못할걸 알고 강하게 나온다 이거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거지?

 

"그렇다면 잠시 실례."

 

아공간에서 기질 차단 패치를 꺼내, 그녀의 목덜미에 붙인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던 기질은 뚝하고 멈춰버린다.

 

"...이건?"

 

"뭐, 이번 일이 끝날때까지 붙이고 있어."

 

그러고보니 이 녀석의 기질은 뭐였던거지? 어디보자, 로그 로그... 담천? 즉 구름 낀 날씨라 이건가. 그러고보면 아까부터 바깥이 흐렸었던거 같은...

 

"음..."

 

뭐 그건 어찌됐던 간에, 사쿠야를 어떻게 하긴 했으니 이젠 마스터와 레밀리아를 어떻게 하면 될거 같은데...

 

음. 시간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지만, 솔직히 플랑도르라는 이름의 조커는 사전에 없애두고 싶다. 만일 싸우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기라도 하면, 말 그대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녀의 능력은 내 회복 능력에도 닿으니까 말야. 죽진 않지만, 향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1:1이라면, 어떻게든 싸우지 않고 대화로써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음...

 

우선 지하로 내려갈까.

 

 

 

 

 

 

 

 

 

 

 

 

 

 

 

 

 

 

 

 

 

 

 

 

 

 

 

 

 

 

 

 

 

 

 

 

 

"나도 갈래!"

 

"......"

 

홍마관 지하, 플랑도르 스칼렛의 방.

 

솔직히 플랑의 돌발행동을 막기 위해선 강제적으로 그녀의 몸을 구속하거나, 설득하는 수 밖에 없는데... 전자의 경우 내 양심이 찔리는데다가 그녀에게 있어선 '확실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폐기하고, 후자를 선택해 그녀에게 현재의 상황, 그리고 그녀가 왜 밖에 나오면 안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라고 해도 3분컷 찍은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문제는 다 말해주고 나니까 저 반응이다.

 

"나도 갈꺼야!"

 

"내가 아까 한 말은 대체 뭐로 들은겨?"

 

"하지만 너무 심심하단 말야. 우이하루가 집을 나간 이후론 제대로 힘도 발휘를 못하고. 심심했다구!"

 

"끄응..."

 

이쪽은 상대할때마다 팔다리가 날아가는(말 그대로) 고통을 맛봐야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녀의 충동은 이전에 이미테이션을 했을때 몸소 체험했고, 그리고 그녀가 심심해 하는것도 납득이 간다. 어쩐다... 이대로 냅뒀다간 말려도 따라올거 같은데.

 

"제길, CV.탄게 사쿠라 같은 목소리 해가지고. 그런식으로 떼쓰면 들어줄 수 밖에 없잖아."

 

"정말? 신난다! 얼마만에 밖에 나가는거람?"

 

거 좋아해주니 다행이긴 한데, 피크닉 나가는게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그녀가 멋대로 날뛰면 이쪽은 이쪽대로 곤란하다. 흠, 그러고보면 내가 쓸 용도로 시제품을 하나 만들어뒀었지.

 

"플랑, 대신 이번 일이 끝날때까진 이걸 손목에 끼고 있어."

 

아공간에서 은으로 된 로자리오를 꺼내, 플랑의 손목에 걸어준다. 근데 이거 얘 피부에 닿아도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에? 오...오?"

 

허. 별 문제는 없어보이네. 합금이라 그런가?

 

"어때?"

 

"대단해! 뭔가 마음속에서 뾰족뾰족했던게 사라진 기분이야!"

 

"효과는 있나보네."

 

저건 플랑이 자신에 능력에 의해 생기는 파괴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 로자리오다. 원래라면 내가 플랑의 능력을 베낄때, 그 파괴충동에 머리가 맛가지 않도록 만들어본 녀석인데. 문제는 파괴충동 자체는 억제가 되지만, 거기에 비례해서 능력도 상당히 약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말하자면 실패작이지만... 지금으로썬 딱 맞는 물건이로군.

 

문제는 저거, 내구도가 상당히 약하다. 물론 다른 평범한 로자리오에 비하면 엄청난 내구도지만, 파괴충동을 억제할때 로자리오에 심각하게 무리가 가더라고. 기껏해봐야 하루만에 가루가 되더라. 하지만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하다.

 

"거기에... 이것도."

 

이번엔 아공간에서 양산을 꺼내 플랑에게 건내준다. 레밀리아가 가지고 있는 연분홍색의 양산과 디자인은 같지만, 색은 검은색이다.

 

"와! 양산도 주는거야?"

 

"그러고보니 느그 언니가 양산은 안주던?"

 

"애시당초에 내가 밖에 나가는걸 언니는 좋아하지 않았는걸. 하지만 요 근래에 몇개 받은적은 있어. 근데..."

 

"다 부숴먹었구나?"

 

"에헤헤~"

 

플랑이 베시시 웃으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킨다. 거기로 돌아보니, 뭔가 철로 된 기괴한 오브제가 몇개 있는걸 발견한다. 저건 저번에도 있었... 아니, 저거 양산이었어?

 

"자, 그럼 하루 한정의 피크닉...을 출발하기 전에, 집안의 반대부터 어떻게 해볼까."

 

"아, 언니!"

 

플랑의 손을 잡고 나가려고 하던 찰나에, 이 방의 유일한 출구에 레밀리아와 마스터가 있는게 보인다.

 

"오늘은 출입 금지라고 분명 사쿠야에게 전했을텐데."

 

"꼬우면 방어 인력을 늘리던가. 꼴랑 두명으로 외적을 막으려고 했다니, 양심이 없는것도 정도가 있지."

 

사실 싸부랑 사쿠야만 있어도 대다수는 막히겠지만.

 

"우이하루...플랑도르는 데리고 가선 안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어."

 

"마스터도 너무 걱정이 많은거 아니에요? 그리고 안전장치는 충분히 했어요."

 

"맞다 맞아! 오늘의 난 얌전한 애라구!"

 

...얌전한 애로는 안보이는데. 뭐, 평소의 고장난 텐션보단 이러는게 훨씬 귀엽다. 적어도 등 뒤에서 내 팔을 찢어발기진 않을테니까.

 

"플랑, 이 저택을 내 허락없이 나가선 안된다는것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고개를 갸웃하는 플랑. 레밀리아를 보니, 어째선지 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분위기 타서 적당한 말을 한 것 뿐이었나.

 

"그럼 지금 허가를 맡지 뭐. 야, 레밀리아. 니 동생 좀 빌려간다."

 

"내가 허가를 내줄거 같아?"

 

"그래보이진 않네."

 

솔직히 그냥 레밀리아나 마스터가 플랑을 잘 데리고 있어 준다면야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문제는, 지금부터 이 둘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잘 데리고 있고 자시고, 내가 넉다운 시켜버리는 이상 플랑을 관리, 감시할 녀석이 없다는 것. 시종 3자매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항상 대기시켜두고 싶다.

 

"왠만하면 대화로 해결하고 싶은데."

 

"...그런것 치곤 싸울 마음이 가득해 보이는걸, 우이하루."

 

"그쪽도 대화로 해결할 마음은 없어보이길래요, 마스터."

 

내 손바닥 위에 만든 불꽃을 보며, 미소짓는 마스터. 으음, 2 대 1이라. 각기 다른 기질이 뭉치면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붉은 구름이 짙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지. 그래서 왠만하면 2 대 1은 피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걸 바랄 상황은 아닌가.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끝낼 수 밖에 없다.

 

"플랑, 잠시 물러나 있어."

 

"나도 싸우면 안돼?"

 

"절대 안돼."

 

로자리오가 하루동안 버틸 수 있는건, 어디까지나 비전투시의 경우 뿐이다. 전투에 들어가버리면,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릴거다. 데리고 다니던 플랑이 멋대로 싸우기 시작하는 경우엔? 어... 그러고보니 생각 안해 봤는데. 뭐, 오늘 하루 정도는 말을 잘 들어줄거라 믿어야지.

 

"한눈 팔 여유가 있어?"

 

"!"

 

공중에서 대각선으로 내게 쇄도하는 레밀리아. 그 짧은 순간에 벽으로 도약해, 벽을 차고 내게 온거겠지. 몇번을 봐도 이 녀석의 스피드는 경이롭군. 괜히 흡혈귀가 아니야.

 

그때, 시야 중앙에 뜨는 구슬. 구슬의 색은 선홍색, 구슬 안에 적혀진 글씨는 '濃霧'. 짙은 안개라 이건가. 과연, 갑작스레 주변에 안개가 낀건 그 이유인가.

 

레밀리아의 돌격을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하자, 이번엔 지면에 붉은 마법진이 펼쳐진다. 세인트 엘모 필러인가!

 

"큭!"

 

벡터 조종으로 억지로 내 몸을 밀자, 내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거기다가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 했는지, 불기둥은 나를 따라 오듯 차례로 펑펑 솟아오른다. 억지로 몸을 민 탓에 꼴사납게 넘어졌지만, 마스터의 불기둥은 피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 보다 빨라."

 

"통구이 될뻔 했네 쉬벌...윽!"

 

제자리에 누운채 천장을 바라보니, 아리따운 미소녀 흡혈귀가 내게 떨어지고 있었다. 손날을 세우고 있지만 않았어도 참 좋았을텐데.

 

"데굴데굴데굴데굴!"

 

- 쿠웅!

 

"끄앙!"

 

열심히 의성어를 입밖에 내가며 최대한 몸을 굴린 덕에 직격은 피했지만, 레밀리아의 내려찍기가 만들어낸 충격파에 의해 몸이 날아가고 만다. 제길, 생각했던 것보다 연계를 잘하고 있잖아?

 

"아직이야!"

 

"아니 좀;;;"

 

날아가고 있는 내 몸을 향해, 레밀리아가 끈질기게 추적해온다. 대단하다 진짜. 평소에 나한테 뭐 불만이라도 있었나, 죽일 기세로 달려드네.

 

[아이리 : 우이하루는 가만히 있어도 적을 만드는 타입이니까요.]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는데. 하지만 이 이상 시간이 끌리면 곤란하다.

 

"흡!"

 

레밀리아의 손톱이 내게 닿기 직전, 순간적으로 신체 강화 마법을 사용해 몸의 속도를 끌어올려, 레밀리아의 뒤를 점한다. 그때, 레밀리아의 날개죽지에서 갑자기 마법진이 생기더니 수정으로 만들어진 단검이 쏟아진다. 조건 발동 술식이라고!? 젠장, 마스터...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안녕하살법!"

 

양손의 손가락을 여우머리 모양처럼 모아, 약지와 중지, 그리고 엄지만으로 단검을 받아친다. 그제서야 레밀리아는 내가 등을 점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그대로 궤도를 바꿔 수직 상승을 하려고 하지만...

 

"야! 받아치기 정도는 해주고 가야지!"

 

"아앙!"

 

그대로 날개를 붙잡자, 뭔가 야릇한 목소리를 내며 그대로 레밀리아의 몸에 힘이 빠져버린다. 가만, 나 뭐 잘못 건드렸나?

 

"우이하루... 레이디의 날개를 잡다니,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는거겠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천천히 내게 고개를 돌리는 레밀리아. 아니, 보통 레이디한텐 날개가 없을텐데... 그보다, 확실히 뭔가 잘못 건드린건 맞는거 같군. 그렇다면!

 

"너같은 레이디가 세상에 어디있냐! 흐압! 합!"

 

"으읏!?"

 

레밀리아의 날개를 마구 주물러, 완전히 그녀의 움직임을 봉해버린다. 아무래도 정말로 날개가 약한 모양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조차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그나저나 박쥐날개라는거, 이런 감촉인가? 뭔가 고오급 가죽을 만지는 기분인데. 흡혈귀라서 그런걸까? 하여간, 이걸로 레밀리아는 어떻게든 된거 같고. 사실 마스터도 공략이 끝났다.

 

마스터의 약점중 하나는, 자신이 노려지지 않는 한 앵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노려졌다는 인식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아까 흘러가듯 쓴 스펠이 슬슬 그녀를 덮칠 터.

 

"마스터, 미안해요."

 

"!?"

 

어느새 자신의 발밑에 회피가 불가능할만큼 크게 전개된 마법진이 나타난걸 보고 깜짝 놀라는 마스터. 저것도 간만에 쓰는구만.

 

"시화부, 늦게 터지는 불꽃놀이(대)."

 

- 퍼어어어엉!!

 

마법진에서부터 커다란 폭발이 일더니, 이 방의 천장을 불꽃놀이가 장식한다. 덕분에 방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사실 이전부터 난장판이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

 

"무큐..."

 

"이...이거 놔, 우이하루!"

 

"플랑이랑 나갔다 오는걸 허락해주면."

 

"큭...알았으니까 빨리 놔!"

 

"ㅇㅋ"

 

손을 놓자, 레밀리아는 내게 빠르게 거리를 벌리고 얼굴을 붉힌채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본다. 그... 뭐라고 해야하나. 왠지 범죄자가 된 기분이 드는데.

 

[아이리 : 성희롱은 명백한 범죄라구요? 우이하루도 이제 엄연한 범죄자네요.]

 

환상향엔 법 없잖아.

 

[아이리 : 와우! 소시오패스나 할 발상!]

 

"에휴... 레밀리아, 잠시만. 하나만 더."

 

"뭔데."

 

"아...음, 잠시만 있어봐."

 

괜히 저항하면 귀찮아질거같으니, 손가락을 튕겨 시간을 멈추고 기질 차단 패치를 꺼내, 양 날개에 하나씩 붙인다. 그리고 마스터에게 다가가, 그녀의 옷을 들추고 가슴골에... 정확하겐, 숨이 지나는 위치쯤에 기질 차단 패치를 붙인다. 레밀리아의 약점은 날개, 마스터의 약점은 천식이니까. 이렇게 붙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시간을 움직이게 하자, 레밀리아는 문득 날개에 위화감이 생겼는지 뒤를 돌아본다.

 

"언제 붙인거야?"

 

"방금. 이번 일이 끝날때까진 그거 떼지 마. 마스터한테도 그렇게 전하고."

 

"......"

 

어째 불만이 많으신 표정입니다만, 제 알바는 아닙니다.

 

"가자, 플랑. 오늘은 하루종일 데이트다."

 

"어머, 에스코트 기대 하고 있을께."

 

"......"

 

저런 말투를 쓰니, 어째 리프레인 때의 이레귤러 버전 플랑이 생각나는데. 사실 파괴충동만 아니었다면 원래 이런 느낌의 애가 아니었을까?

 

자, 그럼 기간한정 마이 레이디(=감시대상)를 데리고 어디로 가볼까...

 

 

 

 

 

 

 

 

 

 

 

 

 

 

 

 

 

 

 

 

 

 

 

 

 

 

 

 

 

 

"우이하루?"

 

"와요."

 

"나 데이트란거 잘 모르겠는데, 혹시 데이트라는게 묘지에 오는걸 말하는거야?"

 

"아닐거라 생각하는데... 아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연총. 말 그대로 속세에 연이 없는 녀석들이 묻히는 곳이다. 이 언저리는 공간이 얽혀 있어서, 가끔씩 바깥 세계의 물건이 흘러 들어온다고 한다. 즉, 린노스케가 자주 오는 곳이기도 한다.

 

여기에 온 이유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인데... 물론 붉은 구름 관련으로. 사실을 말하자면, 무연총엔 한번도 와본적이 없기에 호기심에 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쁘진 않은걸. 조용하구. 그리고 햇빛도 적어서 양산도 쓸 필요 없는건 확실히 마음에 들어."

 

"그러고보면 여긴 어째선지 흐리네."

 

그 이전에, 분명히 지금은 한낮일터인데 태양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주위가 밝게 보이는건... 글쎄, 왜일까.

 

그나저나 친구들, 쿠사나기의 검은 대충 어떻게 되어가? 잘 만지고 있는감?

 

[아이리 : 아 맞다.]

 

아니 시발 까먹고 있었냐?

 

[아이리 : 농담이죠. 지금 렌카쨩이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고 있어요. 끝나는대로 그쪽으로 보낼께요.]

 

[렌카 : 언니, 잠시만...]

 

[아이리 : 응? 뭔데요?]

 

[렌카 : 여기를 이렇게 고치면 출력도 높아지고 새 기능도 추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유키나 : 오, 뭐꼬. 그런 방법이 있었네. 오빠야, 이거 시간 좀 더 걸리겠는데?]

 

...그려. 뭐 천천히 하세요.

 

"애들한테 장난감을 쥐어준 느낌인데."

 

"무슨 이야기야?"

 

"그런게 있어. 조금 걸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운듯 양산을 휘두르며 따라오는 플랑. 중간중간에 양산으로 여기저기를 박살내고 있지만,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보다 저 양산, 내가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단단하네. 흡혈귀의 완력을 버티다니.

 

오노즈카 코마치... 내가 찾고 있는건, 이런 이름을 가진 '사신'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삼도천을 왕래하는 뱃사공이 본래의 역할이라고. 이런저런 영향으로, 사신이란거 왠지 강할거 같다는 인상이 있단 말이지. 만해라던지 뭐 이것저것.

 

그런 인물이 있다는 사실과, 얼굴 정도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어떤 녀석일지 조금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이하루! 우이하루!"

 

"무슨 일이신지요 아가씨?"

 

"여기 사람 시체가 있어!"

 

"...그런데 왜 그렇게 기뻐 보이십니까 아가씨?"

 

흡혈귀 아가씨의 감성은 여전히 잘 모르겠군. 하여튼 나는 플랑이 가르킨 곳을 향해 걸어간다. 거기엔 큰 나무가 하나 있고, 주위엔 피안화가 한가득. 마치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인데... 확실히, 나무 아래에 누군가가 누워 있다. 하지만...살아 있는데? 숨이 규칙적인걸 봐서 자고 있는걸로 보인다만. 거기에... 어라? 내가 찾고 있는 녀석이랑 생김새가 상당 부분이 일치하는데. 붉은 머리, 대낫, 큰 가슴.

 

세상에, 근데 진짜 가슴 존나 크네. 정보에 따르면 뱃사공이라는데, 같이 타고 가던 영혼이 번뇌로 되살아날 지경이겠군.

 

"살아 있네."

 

"뭐야~ 살아 있었어?"

 

"...그런데 왜 그렇게 실망스러워 보이십니까 아가씨?"

 

뭐, 어쨌던 간에. 일단 그녀의 기질을 막으면 여기에서의 볼일은 끝나는 셈이다. 보자... 약점은... 목덜미였군. 이상하리만큼 목덜미가 약점인 녀석이 많네. 하긴, 목은 대부분의 생물에겐 약점이니까. 그럼 일단 패치부터 붙이고.

 

...어째 뭔가 좀 허무한데. 이걸로 끝이라니. 심지어 이게 끝난 시점에서 여기에서의 볼일은 끝이다. 아무리 데이트라는게 서로 좋아하면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데이트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애시당초 그런 관계도 아니거니와 솔직히 앞에서 말한 저건 개소리라는 입장이라.

 

적어도 뭔가 의미있는... 아니면 적어도 기억에 남을만한 뭔가를 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시간이 그렇게 많은건 아니지만, 플랑이 바깥에 나오는 일은 그 이상으로 적으니까.

 

어디보자. 뭐가 좋을까... 아, 그러고보면 무연총은 그걸 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지.

 

그거...그거! 섹ㅅ

 

"플랑, 보물찾기 할래?"

 

"보물!? 여기에 보물이 있어?"

 

물론 보물찾기다. 혹시 다른걸 생각한 사람이 있는건 아니겠지?

 

[유키나 : 오빠야 아까 섹스라고 말할라 칸거 아니었나?]

 

어허,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대체 제가 언제요? 저는 페도필리아가 아니랍니다.

 

하여간, 이곳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바깥세계의 물건이 흘러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코우린에겐 미안하지만, 금발 유녀 흡혈귀를 위하여 일거리 좀 뺏어야겠다.

 

"여긴 바깥 세계의 물건이 왕왕 흘러 들어오거든. 그걸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거야."

 

"뭐든지 먼저 찾기만 하면 돼?"

 

"음... 생각해보니 그러면 재미가 없겠네. 서로 가장 먼저 찾은 물건중에 어느게 더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거야. 어때?"

 

"재미 있어 보이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심판은 누가 해?"

 

"이 경우엔 바깥세계 출신인 내가 하겠지?"

 

"어머, 우이하루 바깥 세계 출신이었어?"

 

"......"

 

진심으로 놀라는거 보니까 정말로 몰랐던거 같은데. 아니면 까먹었던가. 이상한데. 난 분명히 그 부분에 대해선 홍마관 애들한테 상당히 많이 어필했던거 같은데 말야.

 

"우이하루가 심판인가~ 왠지 거짓말 할거 같애."

 

"느그 언니 음모를 걸고 맹세하지. 거짓말 안할께."

 

"정말? 그럼 믿어줄께! 근데 음모가 뭐야?"

 

"그런게 있답니다."

 

사실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 체형인지라 좀 의심스럽긴 하군. 이게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음모인가.

 

"자, 시작!"

 

"에!? 아직 준비도 안했는데! 치사해!"

 

"하하하 아가씨. 게임에선 치사함도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된답니다."

 

게임 유저가 들으면 귀싸대기를 다섯번쯤 올려칠 개소리를 짖어대며,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보자... 코마치의 가슴이 가장 눈에 띄는군. 근데 이렇게나 시끄럽게 굴었는데도 저렇게 편안하게 자고 있다니. 저게 사신으로써의 여유인가? 아니면 평범하게 잠들면 누가 업어가서 (대충 면간 태그 붙은 얇은책 플롯) 해도 모르는 레벨인건가? 뭐, 어느쪽이던 당장은 별 관계 없나.

 

그보다 승부를 겨루는거라면 이쪽도 진심으로 좋은걸 찾아봐야지. 오면서도 뭔가가 대충 몇개 떨어져 있는걸 목격했으니, 아마 게임 자체는 금방 끝날거다. 애시당초 시간을 길게 끌만큼 여유가 있지도 않으니. 어디보자... 이 근처에도 사실 하나 뭔가 떨어져 있는게 있었는데...

 

"우이하루! 나 찾은거 같아!"

 

"오, 벌써? 보여줄래?"

 

"이거!"

 

정말 흡혈귀라곤 생각할 수 없는 눈부신 미소로 플랑도르가 내게 내민 것은...

 

...정말 쓸데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목제 ○도였다. 심지어 어째선지 물기를 머금고 있다. 설마 아까전까지 쓰이던...

 

"......아쉽지만 이건 아무래도 환상향의 물건인 것 같아."

 

"에에~? 이상하게 생겼길래 바깥 세계건줄 알았는데!"

 

...대체 얘는 바깥 세계에 어떤 인상을 품고 있는거야?

 

"이 나무, 요괴의 산 꺼야. 아쉽지만 다른걸 찾아볼까?"

 

"알겠어! 그럼 이거, 우이하루한테 줄께!"

 

"어...고마워?"

 

"헤헤. 이기면 이기는 쪽한테 뭐든지 하나 소원 들어주는거다!"

 

"...그건 계약 내용에 없었는디요."

 

하지만 플랑은 이미 들리지 않는지, 사용후의 목제딜○를 내게 넘겨주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로자리오는 내 마력으로 만들어졌으니, 멀리가도 추적은 가능하지만 앵간하면 멀리가지 않았으면 하는데.

 

...그보다 이거 대체 누가 쓰다가 던져놓은거야? 버릴꺼면 차라리 태우던가. 나무라서 잘 타겠구만.

 

"...진짜로 뭐 어떻게 하라는겨."

 

참 븅신같은 시츄에이션이긴 하지만, 이거 근데 진짜로 잘 만들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움찔거릴것만 같은 불쾌한 생동감마저 느껴지는걸. 일단 아공간에다가 던져둘까.

 

[유키나 : 오빠야... 아공간 우리랑 공용으로 쓰는건 알제?]

 

[아이리 : 성희롱이에요.]

 

닥쳐 시발. 금발 적안 유녀 흡혈귀한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라고. 버릴 수는 없잖아.

 

[아이리 : 그거 아공간에 던져두면 잡스의유산이 멋대로 분석해버린단 말이에요. 누구꺼였는지 알고 싶지도 않은데!]

 

응 늦었어~ 집에 가면 케이스에 넣어서 아이리 니 방에다가 장식할거야~

 

[아이리 : 진짜로 죽고 싶으세요?]

 

HAHAHA!

 

"아니 이럴때가 아니지."

 

목제 ○도의 여운(?)을 느낄때가 아니다.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사실 시작조차 안한 느낌이지만.

 

"무기는... 뭔가 무기는 없는건가!"

 

처음 모빌슈츠를 타본 병기개발자의 아들내미처럼, 주위를 둘러본다. 이상한데, 분명 이 언저리에 하나 있었던거 같은데. 어디... 아, 찾았다.

 

"호오, 이것은..."

 

소○의 휴대용 게임기의 대를 끊어버린 그 전설의 게임기, 비타잖아? 소식은 바깥세계에 있을때 들었지만, 환상들이까지 했다니... 완전히 잊혀졌다 이건가. 기기 자체의 스펙은 괜찮으니, 어느정도 가치를 가진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좋아, 너로 정했다.

 

"흐음..."

 

솔직히 집에 플스도 있으니, 나한텐 굳이 비타를 갖고 있을 이유도 없지만... 뭐, 이번 이변이 끝나면 텐시한테나 줄까. 슬슬 우리 집에서 좀 나가 줬으면 하고 말이지. 전파녀도 깜짝 놀랄 레벨의 히키코모리력을 보는것도 슬슬 질리고 말이지...뭐, 실상 지금은 밖에 나와 있지만.

 

잘 생각해보니까, 텐시 이년은 집에 있을때나 밖에 있을때나 나한테 민폐만 주는군. 얘는 나를 고통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그나저나, 플랑은 대체 어디까지 간거야? 재촉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지금 시간을 끌려도 되는 상황이 아니란게 문제란 말이지.

 

"우이하루~"

 

"음?"

 

저 멀리서 달려오는 플랑. 흠, 묘지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금발 유녀 흡혈귀라... 일부 매니아 층에 있어선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장면이 아닐까 싶다. 서양식 묘지였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말야. 그나저나, 손에 뭐가 들려 있는거 같진 않은데?

 

"뭐, 좋은거 찾았어?"

 

"응! 저어기서 예쁜 돌맹이를 줏어 왔어! 이걸로 승부야!"

 

"?"

 

얘, 시작할때 뭐로 승부하자고 했었는지 기억하려나 모르겠네. 5분도 되기 전에 이야기한건데 말야. 찾는데 집중하다가 보니 전제 조건을 까먹은걸까?...뭐, 아무래도 좋나. 어짜피 승부가 주 목적이 아니라, 플랑의 기억에 무언가를 남기는게 목적이었으니까. 길고 긴 흡혈귀의 인생 속에, 왠 이상한 녀석이랑 잡동사니 줏어서 대결하는 추억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고 말이지.

 

"나는 이거야. 바깥 세계에서 유행하던 게임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거니까 환상향에서의 가치는 충분할껄?"

 

"헤~ 무슨 소리하는진 모르겠지만, 왠지 대단해보이네!"

 

"그치?"

 

뭐, 보통은 이런 반응이겠지. 애시당초 플스2를 축구공처럼 차고 노는게 환상향인걸. 처음 봤을땐 기계의 견고함에 깜짝 놀랐다니까.

 

"헤헤, 하지만 이쪽도 지지 않는다구?"

 

"와- 기대된다-(책읽기)"

 

"읏, 살짝 바보 취급 하고 있는거야? 흥, 두고 보라구. 내가 가져온 궁극의 돌맹이 앞에 무릎을 꿇게 될거야!"

 

"엄청난 자신감이구만."

 

돌맹이 하나로 이정도의 위압감을 발휘할 수 있는것도 어찌보면 하나의 능력이로군. 썩어도 흡혈귀...아니, 망가져도 흡혈귀 라는걸까?

 

하여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펼친 플랑. 그 손바닥 위엔... 확실히, 예쁜 돌맹이가 올려져 있었다. 아니, 저 형태를 어떻게 손바닥 속에 숨기고 있었던거야? 크기도 크기지만 상당히 각진 부분이 많은데? 물리적으로 말도 안되자녀. 뭐든지 흡혈귀라면 오케이인거냐?

 

아니, 그보다. 이게 원래의 형태인가? 뭐라고 해야할까, 우주공간에 버려진 카즈 같은 형태라고 해야할까. 본래의 형태에 뭔가가 덧씌워진 느낌인데.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형태다.

 

"잠시 보여줄래?"

 

"응. 내 안목의 진가, 확실하게 확인해보라구!"

 

잘난척하는 금발 유녀 흡혈귀도 확실히 좋군. 아무튼, 플랑에게서 돌을 건내받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거, 애시당초에 평범한 돌이 아닌데? 이 불순물이라고 해야하나, 이 물건을 덮고 있는 이것들도, 인공적으론 절대로 생길 수 없는 분자구조를 띄고 있다. 애시당초 이런 물질, 적어도 나는 본적이 없는데.

 

[유키나 : 음마야? 렌카 언니야, 저거 언니야가 말했던 그거 아이가?]

 

[렌카 : 우이하루, 죄송하지만 좀 더 자세히 보여주시겠습니까?]

 

"?"

 

아니, 뭐. 괜찮긴 한데. 플랑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으니까 빨리 부탁해.

 

[렌카 : 평범하게 한바퀴 돌리는걸로 충분합니다.]

 

그거라면야. 그나저나, 크기에 비해서 무게도 가볍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견고함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이런거, 내가 지나올땐 못봤는데 말이지. 흡혈귀 존나 짱인데.

 

"이야, 이거 내가 졌는걸."

 

"헤헤,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거야?"

 

"물론이지."

 

애시당초 이 금속은 적어도 환상향에선 만들어질 수 없는 부류의 물건이다. 뭐, 바깥세계는 바깥세계라 이거지. 거기다 렌카가 관련되어 있는 모양이니... 냅두면 알아서 가르쳐주겠지. 그리고, 솔직히 이거랑 비타를 비비는건 쵸큼 ㅎ;

 

결과 : 비타<<<<<<<<비범해 보이는 돌맹이.

 

"흐흥~ 이겼으니까 내가 말하는거 들어주는거지?"

 

"가능한 한도 내에서라면."

 

솔직히 말해서 플랑을 위해서라면 대충 세계정복까지는 해줄 수 있을거 같다... 어라? 나 생각보다 플랑 좋아하는걸지도?

 

"나도 천계에 가고 싶어!"

 

...전언철회. 쳇, 일 꼬일까봐 천계까진 안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눈치가 빠른 꼬맹이는 이래서 싫어.

 

"호오, 그 목적은?"

 

"나도 이변 해결사 놀이 해보고 싶으니까?"

 

"허어."

 

심지어 동기불순이라니. 하기야 원래 환상향에서 일어나는 이변은 '놀이'로써 해결하는 것이 룰이니, 사실 그렇게 질타받을만한 발언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변이 재앙급이라는거지. 그리고 생각해보면, 애시당초 아직 천계에 갈 방도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뭐, 어찌 됐던 내가 잘하면 되겠지.

 

"...알겠어. 뒤늦게 한 약속이라도 약속은 약속이니."

 

"와! 정말? 고마워, 우이하루!"

 

"그려그려."

 

"그럼 고마움의 표시로, 그거 우이하루한테 줄께!"

 

"어... 고마워?"

 

아까부터 얘, 나한테 자꾸 잡동사니를 떠넘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착각이겠지?

 

[렌카 : 우이하루.]

 

그려그려. 이것도 아공간에 던져달라는거지?

 

[유키나 : 아, 오빠야. 하는김에 저 폭유사신 타액이나 얻어온나.]

 

...우째서?

 

[유키나 : 이미테이션용 데이터 얻을라카는기지. 원래 타액으로 정보 얻는게 원조였데이. 오빠야는 능력 쓰는거 보는것만으로도 어케 되는 모양이드라만.]

 

뭐, 자고 있는데 깨워서 능력을 보여달라고 하는것도 웃기긴 하지. 하지만...솔직히 쪼매 드러운디,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 가치가 있냐?

 

[유키나 : 오빠야 나중에 내한테 고맙다고 달려들어서 뽀뽀할라칼껄?]

 

...뭐, 그러시다면야 속는셈 치고.

 

 

 

 

 

 

 

 

 

 

 

 

 

 

 

 

 

 

 

 

 

 

 

 

 

 

 

 

 

 

 

 

 

 

 

 

 

 

 

 

 

 

 

 

"묘지 다음엔 저세상인가~ 이번 외출, 흥미진진한걸?"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구만."

 

환상향 상공.

 

다음 타겟인 콘파쿠 요우무와 사이교우지 유유코를 만나기 위해, 나와 플랑은 하늘을 오르고 있었다...라곤 해도, 아직 대낮인데다가 태양을 방어할 수단이 양산밖에 없었기에 태양빛 대책을 위해 플랑을 특제 결계로 감싸서 오르고 있는 중이다.

 

뭐, 문제가 있다면 내가 아직 결계를 만드는데에 서투른지라 결계를 유지하려면 그녀를 껴안은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지만. 사실 틈새를 이용해서 한번에 이동하면 그만이지만, 이동하는것도 여행의 일부라며 플랑이 떼를 쓰는 바람에... 얘 아무리 망가졌다곤 해도 명색이 흡혈귀면 태양 정도는 두려워 해야하는거 아냐?

 

"나 원."

 

텐시 하나 때문에 이게 대체 뭔 지랄이람. 진짜 환상향 사방팔방을 다 돌아다녀야 하자녀. 심지어 이렇게 돌아다니는데도 천계에 도달할 방도가 전혀 떠오르질 않아.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하고 다닌거야? 일주일 전에 집에서 나섰다고 했으니, 일주일 내내 애들을 베고 다녔다는거 아녀?

 

[아이리 : 그 부분이 애매하단 말이죠.]

 

이건 또 먼소리여?

 

[렌카 : 정보에 따르면, 히나나이 텐시가 지상에 내려 가기 전부터 환상향에선 기상이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위의 현상이 비상의 검에 의한 것이라면, 비상의 검의 능력은 그녀가 굳이 상대를 베지 않아도 발동하는게 아닐까, 라는게 추측입니다.]

 

[유키나 : 애시당초 천인 아니면 만질 수도 없는 검이라가꼬 제대로 된 조사도 불가능했데이. 눈으로 분석하는 것 만으론 한계가 있다 안카나... 그카고, 금마가 나가고 난 직후부터 로그 디벼가꼬 찾아봤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발자취가 완전히 없어졌데이.]

 

"......"

 

문득, 나는 하늘로 올라가는걸 멈추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에? 우이하루? 지금 우리 떨어지고 있는거 맞지?"

 

"떨어지고 있는거 맞지."

 

"아하하하! 이렇게 떨어지는 것도 재밌다~!"

 

"기뻐하니 다행이로군."

 

지상에 닿기 직전, 벡터 조작으로 모든 충격을 없애고 착지한다. 그리고 아공간에서 커다란 파라솔을 꺼내 그 자리에 박고, 해변에서나 볼법한 커다란 접이식 의자를 꺼낸다.

 

"플랑, 좀 길어질거 같으니 여기 앉아서 기다릴래?"

 

"응? 우이하루, 어디 가는거야?"

 

"어디 가는건 아니고."

 

이번 이변이 시작될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우선 텐시의 행동. 만일 정말로 천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곤 해도, 텐시가 그 사태를 해결하겠답시고 천계로 떠날 성격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나의 텐시에 대한 분석이 틀려서, 정말로 텐시가 천계를 위해 떠났다고 해도, 지금처럼 비색 구름을 남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하쿠레이 신사를 박살낼 이유도.

 

이건, 명백하게 인위적인 이벤트다. 그것도 '리프레인'을 의식한 누군가에 의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의 의도대로 놀아나는거란 말이지. 이런 성격이기에 악의라는 절망적인 적을 상대로도 싸울 수 있는거지만.

 

자,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의도를 꺾는 일'이란 무엇인가?

 

"이미테이션, 이부키 스이카."

 

눈앞이 어질해지며, 몸의 움직임에 비해 사고의 속도가 극도로 증가한 듯한 착각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건 이 능력의 부작용인 '명정'상태. 뭐, 이건 서포트 시스템인 잡스의 유산이 있으니 냅둬도 상관 없고. 능력 해제시 오는 '숙취'는 이미 해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놨으니 큰 문제는 없다.

 

뭐, 잡설은 여기까지만 하고.

 

"흩어져라."

 

하늘에 펼쳐진 비색 구름을 향해 능력을 발동시키자, 구름은 한순간에 온데간데 없이 퍼져 사라진다. 구름의 '밀도'를 조정해, 거의 소멸시켜버린 것이다.

 

[유키나 : 처음부터 이카지 그랬노.]

 

거야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니까 그랬지.

 

[아이리 : 그걸 알면서도 왜 이제와서...?]

 

뭐, 보고 있으라고. 렌카, '그거' 준비 좀 해줄래?

 

[렌카 : 알겠습니다.... 완료. 좌표를 알려주신다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얘는 진짜로 일처리가 빠르네.

 

[아이리 : 우이하루, 구름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흩어놨을 구름이 마치 테이프를 되감기한 것 마냥 갑작스레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러고보면 이 표현, 요새 애들한텐 먹히려나 모르겠네. 요샌 테이프 없잖아?

 

"역시나."

 

심지어 구름의 밀도는 아까보다 더 짙어졌다. 정말로, 당장이라도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로. 수치로 따지면 95% 정도일까.

 

한가지 알아낸게 있는데, 이 '이미테이션' 이라는 능력. 내가 베끼고 있는 능력에 한에서라면 거기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지는 모양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사쿠야를 베끼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사쿠야가 만일 시간을 멈추었다면 난 그 사실을 눈치 챌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어디서 능력을 사용했는지 까지 완전히.

 

거기에 더해 한가지 더. 저 구름이 짙어질때, 나는 이부키 스이카가 어디 있는지 느껴졌다.

 

렌카, 좌표 전송 할께. 쏴.

 

[렌카 : 알겠습니다. 탄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살상 패럴라이즈 마력탄으로. 그리고 도망칠 가능성도 있으니 페인트탄 속성도 부탁해.

 

[렌카 : 발사합니다.]

 

- 콰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어디선가 빛기둥이 솟아오른다. 좌표는 하쿠레이 신사. 그러고보니 레이무, 아직 우리 집에 있지?

 

[아이리 : 아직 자고 있어요.]

 

이 일 끝날때까지, 일단 우리집에 붙잡아놔. 일 복잡해 지니까.

 

[아이리 : 알겠어요... 근데 무슨 일이에요?]

 

뭐, 기다려봐. 조금만 있으면 싫어도 알게 될테니까.

 

 

 

 

 

 

 

 

 

 

 

 

 

 

 

 

 

 

 

 

 

 

 

 

 

 

 

 

 

 

 

 

 

 

 

"후아아~"

 

"오, 오라버니... 이런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

 

플랑의 손을 잡고 하쿠레이 신사에 도착 하니, 마치 개구리처럼 뒤집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스이카와 바닥에 엎어진채 나를 바라보는 유카리가 있었다. 자, 텐시는... 보이질 않는걸.

 

"우연은 씨발. 눈치 까고 왔으니까 지랄 그만해."

 

"여, 역시나 오라버니... 그리고 역시나 렌카, 라고 할까요. 공격이 오는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우리집에서 쏜 초고속 장거리 저격술식이니까."

 

거리와 방향을 계산해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환상향 안에 있다면 무조건 공격 가능한 초 장거리 저격 술식, 임시 명명 '흐레스벨그'. 어떠한 지형도 무시하고 지정된 좌표에 공격을 꽂아 넣을 수 있지만, 결국 쏘는건 구체화된 마력이고 발동 조건이 '지정한 거리를 이동하면 발동' 이기 때문에, 공간 이동계 기술에 취약하다. 뭐,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카리에겐 써선 안되는 기술이다. 틈새때문에 역공 당할 테니까.

 

이번꺼는 기습이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다음부턴 통할지 어떨지.

 

"그래서? 이건 뭐 어쩌자는 짓... 아니, 아니다. 일단 저 구름부터 완전히 소멸시켜. 사람들이 불안해 하잖아."

 

"그거라면..."

 

유카리가 힘겹게 올린 손가락 끝이 가르키는 하늘은, 어느샌가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일단 이걸로 위험한건 끝인가.

 

"플랑, 한번만 더 기다려 줄래?"

 

"그건 상관 없는데, 여기 그 붉은 무녀네 신사 아냐? 왜 무너져 있는거야?"

 

"뭐, 불우한 '사고'가 있어서 말이지... 에휴, 하는 김에."

 

사쿠야의 능력을 이미테이션 하여, 신사의 시간을 되감아 원래의 형태로 되돌린다. 이걸로 레이무가 오늘밤에 노숙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우리집에서 묵을 필요가 없어졌군.

 

"에에~? 되돌려 버리는거야? 기껏 멋진 모습이었는데."

 

"예술과 생활의 균형은 그렇게 쉽게 맞춰질 수 있는게 아닌지라."

 

"응? 그런거야? 그럼 어쩔 수 없네~"

 

"어쩔 수 없지~"

 

그보다 내 존재가 점점 마법사 버전 베네딕트 컴○배치처럼 되어가는 기분인데. 어떻게 생각하니, 도르마무?

 

"그래서?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오라버니를 위한 훈련이에요."

 

"조금만 삐끗하면 환상향 전역이 무너질뻔했던 상황이 훈련이라고?"

 

"상황은 확실하게 제어되고 있었어요."

 

"그거, 아포칼립스가 일어나기 직전의 과학자들이 자주 하던 말 아냐?"

 

뭐, 유카리니까 확실히 제어는 하고 있었겠지만...

 

"그럼 천계의 입구가 막힌 것도 일부러 그런거야?"

 

"네. 원래의 시나리오대로 라면 오라버니께서 천계의 입구를 다시 열 방도를 찾아서, 천계에 있을 그 천인을 쓰러뜨리는걸로 이변이 해결 될 예정이었어요."

 

"그럼 지금은 천계의 입구, 열어 놨겠네?"

 

"그거라면 문제 없이..."

 

[렌카 : 천계의 입구는 여전히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뭐?"

 

어째선지 홀로그램 모니터로 나타난 렌카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럴리가, 경계를 다시 이었을텐데..."

 

[렌카 : 확실히 이쪽에서의 엑세스는 풀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쪽에서 물리적으로 막아버린 모양입니다]

 

텐시 그 망할 년이. 어케했노 시발련아.

 

[아이리 : 그리고 우이하루, 깜빡하고 있었는데... 아까전에 땅을 조사해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하다보니까 진짜로 메세지를 발견하긴 했는데... 이거 뭐에요?]

 

"?"

 

모니터에 출력 된 것은, 도형의 나열이었다...아니, 이건 화살표인가? 방향을 나타낸거 같은데... 뭐야 이거? ↑↓→←↑? 왠지 게임 커맨드같은데...

 

"...잠만, 정말로 게임 커맨드인거 아냐? 유키나, 플스 켜서 얘 최근에 뭐했었는지 확인해봐."

 

[유키나 : 안그래도 하고 있데이. 보자... 스파이○맨, 몬○터헌터, 헬○이버즈, 배트○...]

 

"스톱. 헬다○버즈로군."

 

헬다이○즈는 커맨드를 입력해서 무기나 아이템등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커맨드, 텐시 그 씨부럴년 때문에 하도 많이 써서 한눈에 봐도 알 거같다. 오히려 내가 저 나열을 보자마자 왜 떠올리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커맨드의 효과는 'Reinforce'. 즉, 증원요청이다...아니, 도움이 필요하면 그냥 평범하게 글자로 쓰라고. 왜 사람 햇갈리게 그래?

 

"어휴. 그래서? 상황은 확실히 제어되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어?"

 

"윽..."

 

슬슬 마비가 풀리는지, 몸을 일으키며 시선을 돌리는 유카리. 제어가 어쩌고 저쩌고 할때부터 알아봤지 시발. 하지만 지금은 유카리의 머리맡에서 'I told you so'라고 몇번이고 되뇌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 상당히 귀찮긴 하지만, 천계에 가서 텐시를 도와줘야 한다. 뭔 일인진 몰라도.

 

"근데 천계로 어떻게 가냐? 가는 길은 막혀 있다고 했잖아?"

 

[아이리 : 어짜피 물리적으로 막힌거니까요. 그냥 박살내고 들어가면 되요.]

 

"그거 참 마음에 드는군. 플랑, 슬슬 가자."

 

"드디어 천계에 가는거야?"

 

"물론이지. 도착하면 천인이 엉덩이를 얻어맞는 광경도 구경할 수 있을거야."

 

"재밌겠다! 나도 때릴 수 있을까?"

 

"내가 허락하지."

 

"신난다!"

 

엉덩이 딱 대고 기다려라, 망할 천인. 너무 맞아서 한동안 앉지도 못하게 만들어주마.

 

 

 

 

 

 

 

 

 

 

 

 

 

 

 

 

 

 

 

 

 

 

 

 

 

 

 

 

 

 

 

 

 

 

요괴의 산, 천계 입구.

 

"확실히, 물리적으로 막혀있구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치 하늘에 천장이 생긴듯 하늘의 일부분이 바위로 가로막혀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물리적으로 저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저걸 지나가는건 불가능 해보인다.

 

"우이하루, 저거 꾸욱해버리면 되는거야?"

 

"오늘은 그거 금지랬지. 로자리오가 못버틴다구."

 

"체~엣."

 

"그나저나, 이건 좀 곤란한데."

 

크기는 대충 직경 15m쯤 될까. 부수고 들어가는게 가장 간단해보이지만, 말이 쉽지. 저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도 모르는데다, 벽을 박살내는 도중에 생긴 충격으로 천계로 가는 입구에 문제가 생겨 왕래가 불가능해지면, 그거야말로 본말전도다. 같은 이유로, 플랑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 대충 두드려서 두께나 무게라도 알아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세계와 이어져 있다보니 제대로 된 측정도 힘들다.

 

자, 어떻게 한다. 틈새를 열어 직접 저쪽으로 가려고 해도, 이 입구를 막을때 생긴 충격 때문인지 좌표가 흐트러져서 틈새가 열리질 않는다. 이건 유카리한테도 검증받은 이야기. 즉, 천계에 가고 싶다면 결국 이 벽을 부수는 수 밖에 없는데.

 

아아, 젠장. 증원요청을 했으면 적어도 요청 받은 곳에 도착하게는 만들어줘야 할거 아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딴 벽이나 만들고 말야.

 

[아이리 : 뭐하러 부숴요?]

 

"뭐?"

 

[아이리 : 없애버리면 되잖아요. 머리에 꽂아놓은건 자결용이에요?]

 

"oh."

 

생각해보니 그렇네. 카자리로 '천계의 입구를 막고 있는 장해물' 이라는 존재를 자체를 변환 시켜버리면 되잖아. 요새 최대한 카자리를 안쓰려고 하다보니까 아예 뇌내 선택지에서 제외되어 있었군. 쓸땐 써야지.

 

"봉우리져라, 카자리."

 

머리에 꽂아둔 비녀형태의 카자리를 원래의 검 형태로 바꾸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디보자... 오케이. 인식은 확실하게 됐다.

"플랑, 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까?"

 

"뭔데?"

 

"돌덩어리가 꽃잎이 되는 마술."

 

카자리를 있는 힘껏 하늘로 던진다. 후폭풍이 일어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솟아오른 카자리는 그대로 픽! 하고 하늘에 떠 있는 돌덩이에 박히더니...

 

- 파앙!

 

돌덩이는 한순간에 꽃잎의 폭탄이 되어 온 사방에 수많은 종류의 꽃잎을 흩날렸다. 퉷퉷, 입에까지 들어갔어.

 

"오오~"

 

"이걸로 됐나."

 

떨어지는 카자리를 받아 다시 비녀형태로 되돌리고, 양산을 펼친다.

 

"자, 가실까요. 아가씨."

 

"어머, 고마워요."

 

플랑과 손을 맞잡고, 아직도 꽃잎으로 가득찬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른다. 올라갈 수록 꽃잎의 밀도는 진해지더니, 어느 순간.

 

"워우."

 

"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꽃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평선 너머로는 구름에 둘러쌓인 바위 산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옛날에 읽은 그림책에, 이런 풍경이 있었지.

 

과연, 텐시가 그렇게 자랑을 할만 하다.

 

...하지만, 이상한데? 텐시가 비상사태라고 말할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은거 같은데? 전투의 흔적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평화 그 자체자녀. 대체 왜...?

 

"우이하루! 나 좀 돌아다니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기다려봐."

 

주머니에 넣어뒀던 책갈피 모양의 프로토타입 방어구를 꺼내, 재프로그래밍 한다. 어디보자, 방어할 대상을 물리/마법 공격 대신에 햇빛으로... 으음, 기초 구조를 잘 짜놔서 그런지 수정하기 엄청 편하군. 역시나 렌카라고 할까. 좋아, 이걸로 됐겠지.

 

"플랑, 양산은 거추장스러울테니 이거 들고 가."

 

"이걸로 햇빛을 막을 수 있는거야?"

 

"뭐, 임시방편이지만."

 

여태까지의 기능과는 다르게 상시 방어모드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의 소모율이 엄청나게 빠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반나절은 간다. 오늘은 버티겠지.

 

"오~ 정말로 햇빛 아래서도 안따거워!"

 

"그거 다행이네. 나는 볼일 좀 보고 있을테니, 무슨 일 있으면 그걸로 불러."

 

"여기다가 말을 걸면 되는거야?"

 

"그려."

 

"알겠어~"

 

라고 말하며, 플랑은 어딘가로 달려 나가버린다. 저 방어구의 배터리는 이쪽에서도 원격으로 확인 가능하니,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찾아가면 되겠지.

 

자, 그건 어쨌든.

 

"여기까지 도달하다니, 역시나 우이하루네!"

 

"......"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어느샌가 솟아오른 커다란 돌기둥 위에서, 히나나이 텐시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괜찮냐?"

 

"헤? 무슨 소리야? 아아, 혹시 그 메세지 읽은거야? 그거 그 더러운 틈새요괴한테 받은 간언 때문에 쓴거야! 그거라도 안쓰면 네가 날 찾아 오지 않을테니까, 라면서."

 

참자... 참자... 

 

"아, 혹시 걱정한거야? 아하하~ 주제를 알아야지. 아무리 네가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인간! 너한테 걱정받다니, 오히려 자존심 상할 정도라구."

 

참아야한다...

 

"어째 기분이 좋아보인다?"

 

"그거야 그렇지~ 우이하루, 네게 여태까지의 설욕을 갚을 기회인걸! 지상에선 아무리 그래도 주거지를 제공하고 있으니 아무말도 안했지만, 하지만 여기는 천계! 그리고 이변 해결이라고 하는 이 조건 안에서라면 너를 마음껏 박살낼 수 있어!"

 

"설욕이라고 했냐, 방금?"

 

"그럼! 천인인 내게 초딩이라느니 방향제라느니, 거기다가 내 게임 실력까지 모욕하고! 하아...하아... 참을 수 없는 치욕이야!"

 

...방금 중간에 성적인 흥분을 띈 거친 숨소리가 들린거 같았는데, 착각 아니겠지?

 

아무튼, 솔직히 저 녀석이 한 말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정말로 굴뚝 같지만... 내가 생각한 그런 상황이 아닌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우선은 일을 정리해야지.

 

"...됐다. 니가 무사한건 확인 했으니. 헛소리 그만 하고 슬슬 내려가자고, 텐시."

 

"뭐?"

 

"지상의 이변은 전부 해결했어. 기질이 흘러나오는건 이미 멈췄고, 지진을 일으킬 전조인 붉은 구름도 사라졌어. 거기다 니가 무사하다면... 뭐, 된거지."

 

"자, 잠깐만. 그럼 내 설욕을 풀 기회는?"

 

"지하에 연습장도 있잖아. 나중에 거기서 하라고."

 

"으그극...!"

 

후. 여기서 싸웠다간 내가 내 분에 못이겨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거 같았다고. 잘 참았다, 나. 자, 텐시를 먼저 내려보낸 뒤에, 플랑이랑 좀 더 있다가 지상으로 내려가면 이번 사건은 이걸로 끝...

 

- 쿠우웅!

 

"!?"

 

올려다보니, 텐시가 자신의 검인 비상의 검으로 돌기둥을 찍어내리고 있었다. 이상한데, 내가 알기로 비상의 검은 아무런 물리적인 현상을 내지 못하는걸로 아는데. 하지만 이 소리는 대체...?

 

[아이리 : 우이하루! 지진, 지진이에요!]

[렌카 : 지진의 규모, 느리지만 점차 증가 중. 이대로라면 위험합니다.]

[유키나 : 뭐꼬 이거!? 오빠야 또 뭐 했나!?]

 

"이 씨발년이 진짜! 야! 너 진짜 씨12발 미쳤냐!?"

 

"설욕, 풀꺼야! 여기서 못풀 정도면 환상향 따위 멸망해버리라지!"

 

눈가에 눈물을 머금으며 외치는 텐시. 진짜 농담으로 초딩이라고 했지만, 이쯤되면 그 이하인 애새끼급이다.

 

"니미 씨~발. 디지고 싶어서 환장 했다 이거지?"

 

"그래, 환장했다! 여기서 날 쓰러뜨리지 않으면 환상향은...쿠엑!"

 

벡터 조작에 최대한의 연산능력을 투자해, 텐시 주변의 중력을 끊임없이 무겁게 만든다.

 

"니 진짜 오늘 내 손에 산산조각 날줄 알아라."

 

"할 수 있으면...해보시던지!"

 

사이어인이 아니고서야 고개조차 들 수 없을 정도의 중력 속에서, 텐시는 손에 든 비상의 검을 휘둘렀다.

 

- 파직!

 

[WARNING : FATAL ERROR]

 

"크윽!?"

 

돌연, 가슴팍에 박힌 하쿠레이의 보옥이 미친듯이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중력 제어가 풀려버렸다. 아니, 중력 제어 이전에, 연산기능의 대부분이 정지해버렸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아이리 : 원리는 모르겠지만, 저 비상의 검 때문인거 같아요!]

 

"씨~부럴."

 

내 공격의 대부분은 연산능력을 이용한 마법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찾는게 더 빠를 정도다. 어떤게 남아 있지?... 신체 강화 마법, 그리고 몸만 사용하는 기술들, 그리고 1초 동안 유지되는 단 한번의 이미테이션 정도인가. 지랄 났군. 전투 능력이 1/10은 커녕 1/100정도로 줄어버렸잖아?

 

"뭐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먹어랏!"

 

"*sigh*"

 

올려다보니, 나를 향해 완전히 일직선으로 떨어져 오는 텐시가 보였다. 꼭 만화에서 보면 저런 애들이 있단 말이지. 소리치면서 기습하는 녀석들. 나쁜 의미로 만찢녀구만.

 

"스트레스가 쌓였으면 쌓였다고 말로 하라고."

 

아공간에서 자동 샷건을 꺼내, 텐시를 향해 겨눈다.

 

"헤?"

 

"선전포고다!"

 

- 팡!팡!팡!

 

"큭!"

 

공격하는 자세를 바꿔, 양팔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텐시. 그 직후 발사된 산탄이 그녀의 몸에 직격해, 모두 튕겨 나간다. 도검불침의 몸이니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진짜로 어이가 없긴 하군. 다만 떨어져 내려오며 붙은 운동량은 상당히 줄었다.

 

"그래, 그 각도가 딱 좋아!"

 

"뭣!?"

 

"지룡천룡각!"

 

기를 담은 발로 땅을 구른뒤, 그대로 텐시에게 날아가 발차기를 꽂아버린다. 가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지라 급소를 공격하진 못했지만, 그녀의 몸은 아까 있던 돌기둥을 부수고 저 멀리로 날아가버린다. 놓칠까보냐!

 

"흡!"

 

부서진 돌기둥을 붙잡아 텐시를 향해 던진 뒤, 다리를 강화해 점프하여 돌기둥 위에 올라탄다. 이야, 만화책에서나 보던 기술인데 이게 또 되네.

 

"거짓말이지!?"

 

"아닌데?"

 

- 쿠웅!

 

급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나를 보며 기겁하는 텐시. 그리고 돌기둥은 그대로 그녀에게 직격해, 그녀의 몸을 땅바닥에 쳐박아버린다. 

 

하지만 다음 순간,땅에 쳐박혔던 돌기둥에 수갈래로 금이 나더니, 그대로 박살나버린다. 그리고 흙먼지 속에서 날아온건, 텐시가 사출한 요석들. 주먹만한 요석들은 원을 그리며 내게 붉은 레이져를 발사한다.

 

"흡!"

 

거의 미션 임파서블급 순발력으로 레이져를 피한다. 저거 전에 맞아본적 있는데, 뜨겁더라고.

 

- 쿠르르르...

 

"쯧."

 

그리고 느껴지는 땅울림. 본능적으로 전방을 향해 뛰어오르자, 내가 있던 자리에서 커다란 돌기둥이 빠르게 솟아오른다. 맞았으면 큰일날뻔 했구만...이라고 생각한 직후, 어째선지 하늘이 어두워졌다.

 

올려다보니, 보통 가정집 하나 정도의 면적을 가진 요석이 내 머리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아무리 나라도 저기에 깔리면 좀 많이 아프겠는데? 아니, 그 이전에 저런게 바닥에 떨어지면 주변이 완전 초토화 되는거 아냐? 쟤 생각 있는겨?

 

"이런 젠장할. 이미테이션, 플랑도르 스칼렛!"

 

한순간 각성한 플랑의 파괴 능력을 이용해 떨어져 내려오는 요석의 '눈'을 박살내 요석을 가루로 만든다.

 

- 쿵!

 

"어윽!"

 

그리고 다음 순간, 땅에서 올라온 돌기둥에 부딪쳐 몸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대난투였으면 GAME! 이라는 메세지가 떴을 정도로. 거 시발년, 드럽게 매섭네 진짜.

 

[아이리 : 우이하루! 받아요!]

 

"뭔데?! 아얏!"

 

오른쪽 귓볼에 날카로운 통증. 만져보니, 뭔가 딱딱하고 각이 많이 진 무언가가 만져졌다. 뭐야 이거, 피어스?

 

[애드 온 설치 완료 : 천변만화의 취옥(Kaleidoscope Emerald)]

 

이건 또 뭐야 씨벌! 야! 이거 백도어 프로그램 아니지!?

 

[아이리 : 지랄말고 손에 들고 싶은 무기를 생각하면서 시동어나 외쳐요! 연산능력이 거의 전멸한 지금 상태에서 치명상을 입으면 진짜로 사망한다구요!]

 

뭐 씨발!? 처음 듣는 이야긴데!?

 

[아이리 : 저희도 아까 방금 알았어요! 빨리요! 텐시쪽에서 고에너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구요!]

 

무기... 무기라고? 지금 당장 필요한 무기라고 한다면...

 

- 삐융!

 

그때, 지상에서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거대한 붉은 물결이 나를 ㅅ

 

 

 

 

 

 

 

 

 

 

 

 

 

 

 

 

 

 

 

"머테리얼라이즈!"

 

- 쿠웅!

 

시동어를 외치는 동시에, 팔을 들어 텐시가 쏘아낸 빔을 막아낸다. 눈앞에 생겨난건, 내 몸을 막아낼 정도의 커다란 에너지 실드. 진짜로 생각했던게 생겨나는군. 창조능력이랑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라 이건 또 신기한데.

 

"흡!"

 

빔의 범위에서 벗어난 직후, 무기를 훅으로 바꾸어 아까 나를 날려보냈던 돌기둥 위에 꽂아 거기로 몸을 옮긴다. 비행능력도 벡터 조종의 일부였으니 말야... 연산능력이 메롱이 된 이 상황에선, 하늘을 나는것도 쉽지가 않다. 그나저나 저 빔, 아직까지 쏘고 있네. 혹시 내가 벗어난 줄 모르는건가?

 

"그러시다면."

 

무기를 대물저격총의 형태로 바꾸어, 텐시의 머리를 조준한다. 이 각도라면, 빔의 궤도를 거치지 않고 텐시의 머리통을 수박처럼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안타깝게도 터지진 않겠지만.

 

- 콰아앙!

 

굉음과 함께 발사된 탄환은 그대로 텐시의 머리를 향해 직진해, 그대로 직격한다.

 

- 까아앙!

 

"야앗!?"

 

마치 빈 캔을 땅에 던진것 같은 소리를 내며, 텐시의 몸이 휘청거린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저걸 직격했는데도 피 한방울 안나는건 너무 부조리 하잖아. 뭐, 무사한거 같으니 더 쏴보자고.

 

- 콰앙!콰앙!콰앙!

 

"잠! 잠깐! 야! 그만!"

 

핵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쏠때마다 클린 히트. 텐시가 뭔가 외치는거 같지만, 괜히 또 자세 잡게 시간 줬다가 빔이라도 쏴재끼면 곤란하니까 말야.

 

[아이리 : 우이하루, 뭔가 이상해요.]

 

뭐가. 내 에임이? 핵 아니고 피지컬이니까 신고하지 마라.

 

[아이리 : 그건 제 알바 아닌데. 그게 아니라요, 연산기능의 회복이 지나치게 늦어요.]

 

뭐?

 

[렌카 : 본디 연산기능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경우엔, 복구 프로그램이 가동됩니다. 하지만 복구 속도가 상정했던 것보다 몇백배는 느립니다. 외부적인 원인이 있을거라 짐작됩니다.]

 

렌카가 그걸 어떻게 할 수는 없는거야?

 

[아이리 : 우이하루, 렌카쨩한테 너무 기대는거 아니에요? 그리고 복구 프로그램이 있는 파트는 블랙박스에요. 저희로썬 엑세스가 불가능하다구요.]

 

젠장... 외부적인 원인이라면, 결국 텐시가 갖고 있는 비상의 검이잖아? 애시당초 비상의 검이 연산능력을 박살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아이리 : 그렇긴 한데...아, 잠시만요. 유키나쨩이 방금 돌아왔어요. 이야기를 들어보죠.]

 

...통신, 어디서나 할 수 있는거 아니었어?

 

[유키나 : 오빠야 연산기능이 박살나가꼬, 집에서 아니면 통신이 안되더라. 무슨 한번 잘못 떨어트린 휴대폰도 아니고 참... 하이간, 유카리한테 쪼매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상한 이야기라니?

 

[유키나 : 그 뻘건 구름 올라올때, 투쟁본능이 고양된다 캤었제? 아무래도 그건 유카리가 주문한게 아니었다카더라.]

 

그럼 그게 텐시의 독단이었다는거야?

 

[유키나 : 아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라카더라. 텐시한테 애시당초에 그런 능력은 없었다 카더라고. 그카고, 텐시는 애시당초 이미 사전에 협의가 된 '몇몇 인물'한테만 기질을 발현시켜놨다고 카데?]

 

...잠깐만? 그럼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아까전에 아이리, 네 기질이 발현됐었잖아? 그럼 너도 이 상황을 알고 있었던거야?

[아이리 : 그럴리가요. 애시당초에 저, 며칠전부터 계속 우이하루랑 연습실에 있었잖아요.]

 

그것도 그렇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의심 가는 녀석을 쏴버리면 되는건가?

 

"저격해주겠어!"

 

열심히 미키 신이치로의 목소리를 따라하며, 이번엔 총의 조준을 텐시가 들고 있는 검, 비상의 검으로 옮겨 발사한다. 총알은 불만으로 양뺨을 땡땡하게 부풀어 올리고 있는 텐시의 얼굴을 지나쳐, 그대로 비상의 검에 직격한다. 텐시도 이번 일격은 예상치 못했는지, 비상의 검을 손에서 떨어뜨려버린다.

 

"이야, 무슨 비브라늄도 아니고."

 

대물저격총에 직격했을터인데, 기스 하나 안난채 텐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비상의 검은, 그 불타는듯한 검신을 유지한채 하늘로 솟아 오른다.

 

...가만, 솟아 오른다고? 심지어 이쪽을 향해 오는데!?

 

"니미럴!"

 

무기를 검으로 바꾸어 쳐내며, 돌기둥에서 몸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돌기둥을 발로 차, 급속도로 텐시를 향해 날아간다.

 

"헤?"

 

"작작 해 씨부럴년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텐시의 몸을 그대로 양발로 차 넘어뜨려, 그녀의 몸을 마치 서핑보드처럼 바닥에 질질 끌게 하여 착치의 충격을 없앤다. 이야, 스타일리쉬 하구만.

 

"뭐하는거야!"

 

"너도 참 단단하구만... 아."

 

방금 알아챘는데, 총을 너무 많이 쏴재끼는 바람에 + 바닥청소를 한번 거하게 한 탓인지 텐시의 옷이 완전히 구멍 투성이다. 이녀석, 집에서는 그닥 맨살을 보여주는 편이 아닌지라 이런 옷차림(?)은 조금 신선한데. 그 와중에 관통상은 커녕 찰과상조차 없다는 점은 상당히 소름끼치는걸.

 

"텐시, 상황이 변했어. 진짜로 미안한데 니 그 설욕인지 뭔지는 나중에 풀고, 지진을 멈춰줘. 상황이 묘하다고."

 

"뭐어?...하항, 못 이길거 같으니까 갑자기 떼 쓰는거지? 괜찮아! 약한건 부끄러운게 아니니... 힉!? 그 총 치워! 그거 아프다구!"

 

"...에휴. 그럼 일단 니 칼부터 회수하자. 애시당초 그 칼이 있어야 지진을 멈출 수 있는거지?"

 

"? 아닌데? 땅을 다루는 능력은 우리 일족의 기술인걸. 저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약점을 기질로 드러나게 하는 용도야. 물론 저게 있으면 그 능력도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지만."

 

"그럼 빨리 멈춰줘. 슬슬 인간 마을에 패닉이 올 레벨의 진도라고."

 

"...나중에 꼭 하는거다?"

 

불만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으며, 텐시는 땅에 손을 짚는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어라?"

 

"왜 그래?"

 

"이상한걸. 땅이 진정하질 않아. 원래 내가 쓰다듬어주면 얌전해지는데."

 

애완동물이냐. 근데 잠깐만? 그럼 뭐야. 지진 못 멈추는거야?

 

[아이리 : 우이하루! 위!]

 

"큭!"

 

아공간에서 라인하르트 포터블을 다수 꺼내 전개시킨다. 그 직후,

 

- 끼이이이이잉!!!

 

하늘에서 빔이 떨어져, 그대로 우리 머리 위에 직격한다.

 

- 쨍그랑! 쨍그랑!

 

오우 씨벌, 무슨 라미엘도 아니고, 드럽게 쌔네 저거. 여기 가만히 서 있다간 뒤지겠는데?

 

"오우 쉣."

 

"에? 뭐야? 꺅!"

 

텐시의 허리를 팔로 감싸 안고, 전력으로 달려 자리를 이탈한다. 그 직후,

 

- 콰아아아아아아앙!!

 

"우오오오오!?"

 

굉음과 함께, 몸이 붕 떠 날아간다. 충격파만으로 이정도라니, 직격했으면 진짜로 뼈도 못추렸겠군.

 

안전히 착지한 후, 하늘을 올려다보니 뭔가 붉은색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거, 비상의 검 아냐? 아까 날아간 뒤로 어디 갔나 했더니.

 

"야, 너 아무리 이기고 싶다고 해도 그렇지..."

 

"내가 그런 비겁한 짓을 할거 같아?! 아까 껀 내가 한게 아니라구!"

 

"그것도 그런가."

 

그 성격 때문에 대전게임에선 항상 끔찍한 결과만 맞이하는거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결국 올곧다.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그녀가 내 뒤통수를 치는 언행을 할거 같진 않다. 그렇다는건 이번 일의 원흉은, 역시 저건가...

 

"비상의 검... 혹시,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 없어? 저 칼을 잡고 나서."

 

"에? 음...? 그러고보니, 한번 있었어. 그, 인형사가 네 집 앞에서 난리쳤을때 있잖아. 그때 나도 나갈 일이 있을까~ 해서 비상의 검을 든 적이 있었거든. 그때 아주 조금이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 아주 조금이지만, 무거워졌다고 할까...?"

 

리프레인 - 춘설이변때인가. 그럼 악의가 관련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하지만 이상한걸. 그때 앨리스의 군세는 완전히 막았었잖아? 그럼 악의의 영향을 받았을리는...

 

"아."

 

맞다. 요우무. 그녀의 정신은 유유코 아씨 덕에 각성한 상태였지만, 그 몸 자체는 여전히 악의에 침식되어 있었지. 그럼 그때 악의의 기운이 다소 옮겨갔다... 이건가? 가장 그럴싸한 가설이긴 한데. 뭐, 가설은 아무래도 좋다. 결과적으로 지금 저것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니까.

 

연산능력의 회복은 어때?

 

[아이리 : 여전히 안되겠어요. 외부적 요인이 저 비상의 검이라면, 저걸 어떻게 하지 않으면 회복은 힘들거 같아요.]

 

지랄났군.

 

[유키나 : 대충 분석해 봤는데, 저거 아무래도 존나 쪼매난 악의의 기운이 고체화되가꼬 CPU 역할을 하는거 같데이. 그거 뿌사뿌면 어떻게든 될거 같은데.]

 

[렌카 : 하지만 유키나가 말한 그 핵은, 비상의 검의 내부에 침투해 있는 상태입니다. 비상의 검의 내구도를 생각한다면...]

 

"니미럴. 텐시! 발판!"

 

"윽,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텐시가 발을 한번 구르자, 내가 있는 위치를 포함해 몇개의 돌기둥이 솟아오른다. 멈췄을때의 반동으로 몸이 날아갈 것을 대비해 최대한 몸을 낮추고 바닥을 붙잡고 있는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니미럴."

 

거대한 구체의 형태를 띈 붉은 빛이 비상의 검의 칼 끝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명백하게 아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겠지. 저걸 맞으면 지금의 나는 정말로 죽을 것이다.

 

죽는다, 라. 솔직히 여태까지 죽음은 몇번이고 경험해봤지만, 이번에 죽으면 정말로 소멸해버린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 젠장. 이럴거면 누군가한테 청혼 정도는 해두는건데. 뭐, 예를 들자면... 마리사도 나쁘지 않은 상대라고 할 수 있겠지. 솔직히 걔랑 결혼하면 매일이 즐거울거 같긴 한데.

 

[아이리 : 애시당초 뾰족한 수도 없이 왜 여기까지 올라온거에요!?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사실을 말하자면, 현 상황에서 저것을 멈출 방법이 아주 없는건 아냐.

 

[아이리 : 뭐라구요?]

 

연산능력은 엄청나게 느린 속도지만 일단은 회복하고 있다구. 딱 한번이지만, 카자리를 써서 비상의 검에 박혀 있는 악의를 조져버리면 그만이야. 카자리의 특성상, 비상의 검의 표면을 공격해도 그 효과는 발동 되겠지.

 

[렌카 : 하지만 우이하루, 당신에겐 지금 카자리의 대기 상태를 해제시킬 여력이...]

 

"대기 상태를 해제한다고 누가 그래?...음?"

 

비상의 검에 정신이 팔려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어느새 솟아오른 돌기둥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 비상의 검을 원 형태로 감싸듯이 전개되어 있었다. 이거라면 회피기동이 어느정도 수월해지겠는데. 텐시 녀석, 요 6개월간 나한테 한 짓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짓을 해줬구만.

 

이젠 거의 5층짜리 아파트 하나 정도는 삼킬 정도의 크기로 부풀어 오른 붉은 빛. 저게 땅을 향해 발사되면 일단 텐시 뿐만 아니라 이 일대가 쓸려나갈거다. 마음같아선 저 빛을 카자리로 없애버리고 싶지만...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 카자리로 존재변환을 할 수 있는건 단 한번 뿐.

 

"씨벌."

 

머리를 고정하고 있던 비녀 형태의 카자리를 머리카락에서 빼낸 뒤, 장식을 손잡이로 삼고 그것을 역수로 잡는다. 카자리는, 애시당초 대기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다른 모드와는 다르게 손에 잡고 있어야만 발동 된다는 점.

 

우선은 저 일격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될터. 거기다 저 빔이 지상에 닿아서는 안된다. 그렇다는건 즉, 저 비상의 검보다 높은 위치에서 빔을 이쪽으로 유도 한 뒤 그걸 피해야 한다는건데.

 

...솔직히 자신 없는데.

 

"응?"

 

그때, 나를 조준하듯이 움직이던 붉은 기운이 갑자기 비상의 검에 모여든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부풀어오른다. 설마, 빔이 아니라 폭발하기로 한건가?! 저정도의 에너지가 여기서 터지면, 마나 폭탄 맞은 테라모어 꼴이 될거다. 젠장, 진짜로 사람 좆같게 만드는데엔 일가견이 있구만.

 

[아이리 : 우이하루! 아까전에 유키나가 그쪽으로 갔어요! 조금만 시간을 더 끌면...!]

 

아니, 그럴 시간은 없어보이네.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정말로 좆될거야. 여기엔 텐시도 있고 멀지 않은곳엔 플랑도 있어. 누가 봐도, 이게 터지면 모두가 죽을거다.

 

"[각오]가 길을 연다, 라고 했던가?"

 

신체강화능력으로 다리를 극한까지 강화시켜, 돌기둥 아래로 몸을 던진 뒤 기둥을 발판삼아 붉은 기운을 향해 돌진한다.

 

"크윽...!"

 

머테리얼라이즈로 아까처럼 에너지 실드를 만들어 앞을 막아보지만, 완전히 막지 못한 탓에 발끝부터 빠른 속도로 타들어간다. 기능 상실까지 드는 시간은 15초, 완전 소실까진 25초인가... 젠장,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 발끝부터 타들어가서 죽어가야하는건데!

 

[목표까지 50M]

 

젠장, 이 붉은 기운... 내 몸을 밀어내고 있잖아?! 이대로라면 힘이 딸려서 밀려나갈거다. 아니, 그 이전에 파고드는 방향과 속도 덕분에 어떻게든 몸과 머리를 막고 있었던 에너지 실드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테지.

 

그렇다면 오히려!

 

"아직 킹 키탄이 남아 있다고, 이 새끼야!!!"

 

에너지 실드를 부스트 팩을 바꾸어, 그대로 돌진한다. 다음 순간,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시야가 소멸했다. 와, 그나마 고통 제어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시발 존나 따갑네! 하지만 눈은 필요 없다. 아직 팔은 움직인다. 그렇다면.

 

"----------!!!"

 

소리없는 기합을 내지르며, 나는 그 팔을 앞으로 뻗었다.

 

 

 

 

 

 

 

 

 

 

 

 

 

 

 

 

 

 

 

 

 

 

 

 

 

 

 

 

 

 

 

 

 

"뭐, 뭐가 일어나고 있는거야...?"

 

아연실색하며, 텐시는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생겨난 붉은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여기저기에 꽃잎이 휘날리고 있었다. 문득, 텐시의 눈엔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다 타들어가는 사람의 상반신이었다. 어떻게 형태를 유지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타버린 상반신.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한 순간, 텐시는 요석을 타고 전력을 다해 그것을 향해 날아갔다.

 

"우이하루!?"

 

텐시가 받아든 우이하루의 상반신은, 놀랍게도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어떻게 가능한지는 텐시로썬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아직 살아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우이하루를 아는 텐시는 회복이 매우 늦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는 있지만, 몸이 되살아나는데엔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겠지.

 

그때,

 

- 삐융!

 

"큭!?"

무의식적으로 우이하루의 몸을 감싸고 몸을 돌린 텐시의 등에, 붉은 광선이 꽂혀 그대로 그녀의 몸을 바닥으로 쳐박아버린다.

 

"쿨럭, 쿨럭... 뭐야 또... 응?"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텐시는, 문득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따뜻한 무언가가 몸을 적시고 있다는 사실도.

 

그런 그녀의 시야에, 붉은 피가 웅덩이져있는게 보인다.

 

"으...아...?"

 

아까의 빔이 텐시의 몸을 관통해 척추를 박살내고, 장기를 불태운 것이었다.

 

자신이 죽어가는 것 조차 인지를 못한채 삽시간에 어두워져가는 텐시의 의식속에서,

 

- 삐융!

 

또 한번의 광선이 쏘아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각오]가 뭔지 아나?"

 

- 파앙!

 

텐시의 두부를 노리고 쏘아진 광선을, 손에 든 새하얀 낫으로 쳐낸 소녀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생겨난 스탠드가 손을 대자, 텐시의 관통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각오]라 카는건 있제, 어두운 황야에서 나아갈 길을 여는 행위데이."

 

평소에 헤실거리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금발의 교복소녀 유키나는 그 커다랗고 눈처럼 새하얀 낫을 든채 하늘을 노려본다.

 

'오빠야의 카자리는 확실하게 발동했는데... 근데 또 저 지랄 하는건 어케된기고?'

 

그렇게 생각하며 유키나는 느릿느릿하게 재생하고 있는 우이하루를 곁눈질로 한번 본 뒤, 텐시가 만들어둔 돌기둥을 타고 빠르게 비상의 검을 향해 달려나간다.

 

"흡!"

 

쏘아지는 광선을 피하며, 유키나는 그 낫을 비상의 검을 향해 휘두른다.

 

- 까앙!

 

"어따 씨바 거 존나 딴딴하네!? 어이쿠!"

 

유키나는 자신의 낫에 베였는데도 흠집 하나 안나는 비상의 검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며, 비상의 검의 검격을 피한다.

 

"거다가... 이건 또 뭐꼬?"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돌아보는 유키나. 어느샌가 주위엔, 수십개의 틈새가 떠 있었다. 한순간 이 일의 배후에 유카리가 있는가? 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잠깐의 생각 후 그 가능성을 폐기했다. 유카리에게 동기가 없고 어쩌고를 떠나서, 유키나가 감지한 특이한 파동은, 이미 한번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드...의 잔해가? 뭐 이딴데 숨겨놨었노. 그 망할 년."

 

프라이드. 리프레인 - 춘설이변 - 때 조우했던 7대 대죄중 한명이다. 비상의 검에 악의가 잠입한게 춘설이변때였다는 가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할까, 일단 이치엔 맞긴 한데. 유키나는 '너무 빨리 재탕한거 아니가?'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상황 자체는 매우 심각했다. 이것이 악의의 군세나 사람의 '악의'에 오랫동안 노출 된다면, 부활까진 아니더라도 본체에 버금가는 무언가가 생겨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수십개의 틈새를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연산력을 지니고 있는걸 생각해보면...

 

"뭐, 하기사. 지금 바로 조져뿌면 그만인데."

 

어깨를 으쓱하며 생각하는걸 그만둔 유키나는 그대로 비상의 검을 향해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열려 있던 모든 틈새에서 아까전에 비상의 검이 쏘았던 광선이 뿜어져 나온다. 그 수는 36. 우이하루라도 벡터 조종을 정밀하게 사용하여야 겨우 한두발만 맞고 끝날 수 있을 정도로, 사각이 없는 공격. 그 위력은, 도검불침이라는 천인의 피부를 가볍게 꿰뚫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수준.

 

"더 월드."

 

순간, 세계가 흑백으로 물들었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유키나는 정성스레 모든 광선을 하나하나 쳐 소멸시키고 비상의 검을 향해 다가간다.

 

"어디보자, 핵은... 아. 다행히도 바깥에 나와 있네. 디게 쪼매나긴 해도."

 

우이하루가 '잔해'의 방어막이었던 '비상의 검에 박혀 있는 악의의 결정' 이라는 존재를 소멸시킬때의 영향일까, '프라이드의 잔해'는 비상의 검의 표면에 노출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극히 일부만 나와 있지만...

 

"프라이드, 니같은 썅년한테 부활이라카는 형편 좋은 일이 일어 날거 같나?"

 

비상의 검과 살짝 거리를 벌리며 말하던 유키나는, 그 낫을 잡고 숨을 크게 들이 쉰다. 그리고!

 

 

"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아리!!!!"

 

 

그야말로 미친듯한 속도로 낫을 마구 휘둘러, 핵이 노출된 지극히 좁은 부분을 정확하게 공격한다.

 

"Arrivederci."

 

유키나는 작별의 말을 고하며, 시간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자.

 

- 째앵!!!

 

엄청나게 큰 금속음이 나며, 비상의 검은 정면에 있는 돌기둥을 박살내며 어디론가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악의의 기운과 주위의 틈새 또한 소멸하는걸 확인한 유키나는, 한숨을 크게 쉬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런이런, 이라는 느낌이구마."

 

 

 

 

 

 

 

 

 

 

 

 

 

 

 

 

 

 

 

 

 

 

 

 

 

 

 

 

 

 

"모르는 천장이로군."

 

아니, 잘 생각해보니 한두번은 본적 있는 곳이다. 여긴... 환자실? 그렇다는건 미혹의 죽림에 있는 영원정인가? 내가 왜 여기서 누워 있는겨.

 

"오 씨발 나 왜 전라인겨."

 

깜짝 놀라며 마력으로 다시 옷을 만들어 착용한다. 뭔가 몸이 이상한데. 뭐라고 해야하나. 말하자면 '새 차 냄새가 나요 스타크씨' 해야하나? 평소보다 가벼운 느낌이다. 아니, 그건 어쩄던 아까전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기억을 좀 떠올려보자... 텐시가 환상향에 지진을 일으키면서까지 싸우자고 떼를 써서 싸우다가, 비상의 검이 이상한거 같아서 거기에 달려들다가... 음...?

 

"일단은... 응?"

 

침대에서 나오려고 할때, 문득 옆에 놓여진 수납장 위에 편지가 있는게 보였다. 옅은 복숭아 향... 그리고 누구나가 감탄할 아름다운 글씨체. 정말 의외지만, 이건 텐시의 글씨체다. 글씨체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건 명백한 개소리라니까.

 

[천계로 돌아갑니다. 여태까지 고마웠어. 히나나이 텐시]

 

"아, 그러셔."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간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다. 솔직히 별로 말리고 싶지도 않고.

 

...근데 나, 대체 얼마나 잔거지? 적어도 천계에서 정신을 잃은 딱 그 날은 아닌거 같은데. 아이리? 렌카? 유키나? 누구 없냐?

 

[아이리 : 우, 우이하루!? 정신이 든거에요!?]

 

그럼 자동응답 봇으로 보이냐?

 

[렌카 : 정말로 다행입니다.]

 

[유키나 : 오! 오빠야, 인낫나? 몸은 다 나았는데 일어나지를 않아가꼬 걱정했데이.]

 

뭐야, 이 반응. 나 진짜로 위험했던겨? 그보다 얼마나 잔거야?

 

[아이리 : 우이하루가 천계에서 빈사상태가 된 이후로 3주는 지났어요. 야고코로 에이린이랑 저희 세명이 동시에 우이하루의 몸의 복구 작업을 진행했었어요.]

 

[렌카 : 3일에 걸친 작업이었습니다.]

 

미친, 그정도로 위험했던거야?

 

[아이리 : 아뇨, 그건 아니고. 기왕 하는김에 우이하루의 몸의 업그레이드를 해치우자고 생각해서요. 천변만화의 취옥에 맞춰서 업데이트도 끝내구요.]

 

...그렇게까지 대공사가 필요한 거였어?

 

[아이리 : 네. 그게 좀 더 오래 걸린거 뿐이에요.]

 

아무튼, 그래서 이렇게 홀가분한거였구나. 고마워. 고생 많았지?

 

[아이리 : 아~...뭐, 네.]

 

...왜 그렇게 석연치 않은 반응인겨.

 

[유키나 : 아이리 언니야, 원래 하루만에 끝낼걸 중간중간에 오빠야 몸에 엄한 짓 해가꼬 시간이 늘어난거라 저카는ㄱ... 잠만! 언니야! 진심으로 덤빌라 카지 마라!?]

 

...뭐, 결과적으로 몸 상태는 향상 되었으니 딱히 상관 없긴 한데. 일단 그쪽으로 돌아갈께.

 

[렌카 : 좀 더 진료를 받고 오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엥? 왜?

 

[렌카 : 일전에 급하게 내드렸던 디바이스인 천변만화의 취옥의 조정을 야고코로 에이린에게 맡겨둔 상황입니다. 우이하루의 의식이 깨어 있어야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작업인지라.]

 

아, 그렇군. 그럼 일단 알겠어. 여기서 좀 느긋하게 있다가 가지 뭐.

 

[렌카 : 편히 쉬시길. 마스터.]

 

그려그려. 고마워, 렌ㅋ...응? 마스터? 쟤 지금 날...?

 

뭐, 이상한데서 착각하는 - 찐- 이 되고 싶진 않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럼 뭐, 일단...

 

"잘까."

 

좀만 더 자야지.

 

 

 

 

 

 

 

 

 

 

 

 

 

 

 

 

 

 

 

 

 

 

 

 

 

 

 

 

 

 

 

 

 

 

 

 

 

"벌써 가을인가."

 

그 후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슬슬 날씨가 쌀쌀한게, 잘못하면 감기 걸리겠구만. 난 안걸리지만.

 

가을은 수확의 계절. 우리랑은 크게 상관 없긴 하지만, 인간 마을쪽은 요새 수확으로 상당히 활기차진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얼마전 부터 프리즘리버 3자매랑... 또 누구랬지? 아무튼 드러머가 한명 추가 된 4인 그룹이 마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상당한 인기였다고 얼마전에 마리사가 놀러와서 이야기 해줬다.

 

"하암..."

 

공연이라. 그러고보니 얼마전까지 바빠서 인간 마을에 놀러가질 못했지. 한번 가볼까?

 

- 딩동~

 

"뉘기여? 이 시간에."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거의 보름달이라 밝긴 하지만... 이 시간에 누구야 대체? 가끔씩 저녁 같이 먹자고 케이네가 놀러와주긴 하는데, 그녀는 예의가 발라서 사전에 무조건 연락을 해준다. 레이무랑 마리사는 애시당초 초인종을 안누르고...

 

"누구... 응?"

 

문을 열고 보니, 어째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손님이 있었다.

 

"다시 신세 지러 왔어. 내 게임기는 아직 잘 있지?"

 

집 나간 천연 방향제, 히나나이 텐시였다.

 

"......"

 

"뭐야! 왜 그런 세상 다 산 표정 짓는건데!?"

 

"진짜로 모르겠냐... 응?"

 

그녀의 어이없는 귀환에 그냥 면전에서 문을 닫고 싶어 지는 충동을 느끼던 찰나, 문득 그녀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어, 엄청 좋은집... 역시나 천인님!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을 부하로 두고 계시다니!"

 

"......머시라? 부하?"

 

아무렇게나 풀어해친 푸른 머리, 건강해보이지 않는 퀭한 얼굴에 삐쩍마른 몸. 그리고 여기저기 헤져 있는 옷까지. 영락없는 거지꼴이지만, 그녀에게서 보이는 기운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안좋은 방향으로.

 

"그, 그렇지 뭐! 하하하!"

 

"오오! 천인님! 너무 눈부셔요!"

 

그래서 이건 시발 대체 뭔 상황이냐?

 

"그런 이유로, 다시 한동안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 잘 부탁해! 우이하루! 자, 시온도 인사해야지."

 

"요리가미 시온, 빈곤신이에요! 같은 처지로써 잘 해보죠, 우이하루!"

 

"........."

 

니미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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